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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7 노벨화학상] 수상자 없음 : 포화 속에서 홀로 피워낸 원소, 리제 마이트너와 '프로트악티늄'

전쟁, 그리고 텅 빈 실험실 1917년, 유럽은 제1차 세계대전의 참호 속에 갇혀 신음하고 있었습니다. 젊은이들은 전선으로 끌려갔고, 과학자들은 독가스와 폭탄을 만드는 데 동원되었습니다. 노벨 위원회는 1916년에 이어 1917년에도 "수상자 없음" 을 발표하며 침묵을 지켰습니다. 하지만 베를린의 한 연구소, 텅 빈 실험실에는 홀로 남아 맹독성 방사능 물질과 사투를 벌이는 한 여성이 있었습니다. 그녀의 연구 파트너였던 오토 한(Otto Hahn)은 독가스 부대로 징집되어 떠났고, 다른 동료들도 모두 사라졌습니다. 공습경보가 울리고 식량이 부족해 굶주리는 상황에서도 그녀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녀가 찾고 있었던 것은 우라늄 붕괴 사슬의 잃어버린 고리, 아직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91번 원소' 였습니다. 오늘 소개할 인물은 노벨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1917년 화학계의 진정한 주인공이었던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 리제 마이트너(Lise Meitner) 입니다. 훗날 핵분열을 발견하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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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8 노벨화학상] 프리츠 하버 : 공기로 빵을 만들고, 그 기술로 독가스를 만든 두 얼굴의 과학자

인류를 굶주림에서 구원한 연금술 19세기 말, 인류는 거대한 공포에 직면해 있었습니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그들을 먹여 살릴 식량은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밀이나 쌀을 키우려면 땅에 비료를 줘야 합니다. 식물 성장의 필수 요소인 '질소(Nitrogen)' 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당시 질소 비료의 원료는 칠레 사막에서 캐오는 '칠레 초석(새똥 화석)'이 유일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곧 바닥날 운명이었습니다. 영국의 과학자 윌리엄 크룩스는 "1930년대가 되면 전 인류가 기아로 멸망할 것이다" 라고 예언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숨 쉬는 공기의 78%가 바로 질소입니다. 공기 중에 질소가 이렇게 넘쳐나는데, 식물은 그것을 직접 흡수하지 못해서 굶어 죽어가는 상황. 이것은 마치 바다 한가운데서 목말라 죽는 것과 같았습니다. "공기 중의 질소를 붙잡아서 비료로 만들 수만 있다면!" 수많은 과학자가 이 '질소 고정(Nitrogen Fixation)' 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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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 노벨화학상] 앙리 무아상 : 죽음의 가스 '플루오린'을 맨손으로 잡아낸, 고열의 마법사

️ 연금술사의 꿈과 화학자의 무덤, 그 사이에서 화학의 역사에는 건드려서는 안 될 '금기' 처럼 여겨지던 원소가 하나 있었습니다. 이 원소는 너무나도 사납고 격렬해서, 닿기만 하면 유리를 녹이고, 금속을 태우며, 사람의 살과 뼈를 순식간에 부식시켰습니다. 수많은 천재 화학자가 이 원소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덤벼들었지만,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한쪽 눈을 잃거나, 손가락이 잘려 나가거나, 폐가 망가져 평생 고통 속에 살다가 죽어갔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원소 연구에 뛰어들다가 희생된 이들을 가리켜 '플루오린 순교자 (Fluorine Martyrs)' 라고 불렀습니다. 모두가 "이건 악마의 원소다"라며 고개를 저을 때, 냉철한 지성과 정교한 실험 장비로 무장하고 이 죽음의 가스를 사로잡은 프랑스의 화학자가 있습니다. 그는 이 위험한 기체를 분리해 냈을 뿐만 아니라, 태양 표면만큼 뜨거운 '전기 아크로' 를 발명하여 인공 다이아몬드 제조에 도전했던 현대의 연금술사였습니다. '주기율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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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 노벨화학상] 에두아르트 부흐너 : 생명의 신비를 비커에 담은, 효소의 발견자

"생명이 없어도 발효는 일어난다" 파스퇴르를 넘어서 19세기 말, 과학계는 거대한 논쟁에 휩싸여 있었습니다. 바로 "생명(Life)이란 무엇인가?" 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당시 미생물학의 아버지 루이 파스퇴르는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발효는 살아있는 효모(Yeast)가 숨을 쉬고 먹이를 먹는 생명 활동이다. 따라서 세포가 죽거나 깨지면 발효는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생기론) 반면 유기화학의 거장 리비히나 뵈러 같은 화학자들은 반박했습니다. "아니다. 발효는 단지 복잡한 화학 반응일 뿐이다." (기계론) 하지만 파스퇴르의 권위가 워낙 절대적이었기에, 대부분의 사람은 "살아있는 세포 없이는 생명 현상도 없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1897년, 휴가 기간에 형의 실험실에 놀러 갔던 한 화학자가 아주 우연한 실수(?)로 이 견고한 믿음을 산산조각 냈습니다. 그는 살아있는 세포를 모조리 갈아 없앤 '주스'에서 거품이 보글보글 올라오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이 발견 하나로 인류는 '생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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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 노벨화학상] 야코뷔스 반트 호프 : 보이지 않는 분자의 입체 구조를 그려낸, 물리화학의 아버지

화학의 몽상가, 첫 번째 왕관을 쓰다 1901년 스톡홀름, 인류 과학사에 길이 남을 첫 번째 노벨상 시상식이 열렸습니다. 물리학상의 뢴트겐이 'X선'이라는 가시적인 발견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면, 화학상 수상자는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미시 세계의 질서를 수학적으로 증명해 낸 인물이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화학 분자 구조를 그릴 때 당연하게 3차원 입체 구조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불과 100여 년 전만 해도 화학자들은 분자를 종이 위의 납작한 2차원 평면 그림으로만 생각했습니다. 이 고정관념을 깨부수고, "분자는 3차원 공간에 존재한다" 라는 혁명적인 주장을 펼친 사람. 그리고 물리학의 엄밀한 법칙을 화학에 적용하여 '물리화학(Physical Chemistry)' 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사람. 동시대 거장들로부터 "화학자가 아니라 몽상가"라는 비아냥을 들었지만, 끝내 그 몽상으로 노벨 화학상의 첫 번째 주인공이 된 네덜란드의 천재, 야코뷔스 헨리쿠스 반트 호프 (Jac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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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 노벨화학상] 에밀 피셔 : 인류의 식탁을 화학으로 빚어낸, 당(糖)의 제왕이자 생화학의 아버지

️ 아침의 커피와 오후의 디저트, 그 비밀을 풀다 우리는 매일 아침 졸린 눈을 비비며 쌉싸름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피곤한 오후에는 달콤한 초콜릿이나 사탕을 찾습니다. 현대인에게 없어서는 안 될 이 '각성'과 '달콤함'의 즐거움. 하지만 19세기 말까지만 해도 인류는 이 물질들이 도대체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원소들이 어떻게 결합해야 이런 맛과 효과를 내는지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그저 자연이 준 선물이라고만 생각했죠. 이 미지의 영역에 뛰어들어, 생명 활동의 근원이 되는 물질들의 구조를 레고 블록 조립하듯 명쾌하게 밝혀낸 화학자가 있습니다. 그는 복잡한 당(Sugar) 의 구조를 규명하여 '당의 제왕'이라 불렸고, 커피 속 카페인을 합성해 냈으며, 효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설명하는 '열쇠와 자물쇠' 이론을 창시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생화학 지식의 뼈대를 세운 거인, 하지만 실험에 대한 지나친 열정으로 서서히 자신의 몸을 독성 물질에 내어주었던 비운의 천재. 헤르만 에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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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 노벨화학상] 스반테 아레니우스 : 교수들이 비웃던 "낙제생 논문", 화학의 역사를 뒤집다

️ "자네 논문은 쓰레기야" 조롱받던 천재의 반란 1884년 스웨덴의 웁살라 대학교, 한 젊은 대학원생이 긴장된 표정으로 박사 학위 논문 심사장에 들어섰습니다. 그는 자신이 발견한 놀라운 이론을 교수들에게 설명하며, 이 논문이 화학계에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의 표정은 싸늘하다 못해 경멸에 가깝게 변해갔습니다. "소금물이 전기가 통하는 이유가, 소금이 물속에서 스스로 쪼개져서 전기를 띤 입자가 되기 때문이라고? 전기 충격도 주지 않았는데 원자가 어떻게 전하를 띤단 말인가? 이건 화학의 기본도 모르는 헛소리야!" 결국 그는 논문 심사에서 '최하위 등급(Non sine laude approbatur)' 을 받았습니다. 겨우 낙제를 면한 수준으로, "교수로 임용되기에는 자격 미달"이라는 사형 선고나 다름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19년 후, "쓰레기" 취급을 받았던 바로 그 이론은 화학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꾼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화학상의 영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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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 노벨화학상] 윌리엄 램지 : 공기 속에 숨어있던 '비활성 기체' 패밀리를 찾아낸 탐정

️️ 공기 1%의 미스터리, 주기율표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다 18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화학자들은 우리가 숨 쉬는 공기(Air) 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자부했습니다. 산소(약 21%)와 질소(약 79%), 그리고 약간의 수증기와 이산화탄소. 이것이 공기의 전부라고 믿었죠. 또한 러시아의 천재 화학자 멘델레예프가 만든 주기율표는 세상의 모든 원소를 정리한 완벽한 지도처럼 보였습니다. 더 이상 새로운 원소가 들어갈 자리는 없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영국 런던의 한 실험실에서, 이 견고한 믿음에 균열을 내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아주 미세한 무게의 차이. 누구라도 "실험 오차겠지" 하고 넘겨버릴 0.006g의 차이를 집요하게 파고든 끝에, 그는 공기 속에 투명 망토를 쓰고 숨어있던 전혀 새로운 원소들의 집단을 발견해 냅니다. 아르곤(Ar), 헬륨(He), 네온(Ne), 크립톤(Kr), 제논(Xe). 화학 반응을 거부하는 도도한 기체들, 일명 '비활성 기체(Noble Ga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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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 노벨화학상] 아돌프 폰 바이어 : 귀족의 색 '인디고'를 서민의 옷으로 입힌, 유기화학의 대부

전 세계인의 유니폼 '청바지', 그 푸른색의 창조자 여러분의 옷장 속에 반드시 한 벌쯤은 있을 옷, 바로 청바지(Blue Jeans) 입니다. 남녀노소,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이 옷의 상징은 단연 깊고 푸른 '인디고 블루(Indigo Blue)' 색상입니다. 하지만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이 푸른색은 '블루 골드(Blue Gold)'라고 불릴 정도로 비싸고 귀한 색이었습니다. 인도에서 자라는 쪽(Indigofera) 식물에서만 얻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 귀족의 색이 노동자들의 작업복인 청바지를 물들이는 가장 흔한 색이 되었을까요? 자연이 독점하고 있던 색의 비밀을 풀기 위해 무려 18년이라는 시간을 바친 한 화학자의 집념 덕분이었습니다. 그는 이 연구로 식물 재배업자들에게는 파산을 안겨주었지만, 인류에게는 저렴하고 아름다운 색을 선물했습니다. 1902년 노벨상 수상자 에밀 피셔의 스승이자, 독일 화학계를 이끈 거목. 요한 프리드리히 빌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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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노벨생리의학상] 오스미 요시노리 : 세포의 재활용 시스템, '오토파지'를 밝혀내다

️ 쓰레기를 치우지 않는 도시는 멸망한다 우리가 사는 집에서 매일 쓰레기가 나오듯이, 우리 몸속의 세포 공장에서도 매일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쏟아져 나옵니다. 수명을 다한 단백질, 고장 난 미토콘드리아, 침입했다가 죽은 바이러스 찌꺼기 등등. 만약 이 쓰레기들을 제때 치우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세포는 쓰레기 더미에 파묻혀 질식하고, 기능이 마비되어 결국 죽게 될 것입니다. 실제로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 치매는 뇌세포 안에 불량 단백질 쓰레기가 쌓여서 생기는 병입니다. 그런데 우리 몸은 단순히 쓰레기를 내다 버리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배가 고프거나 위급한 상황이 닥치면, 세포는 자신의 낡은 부품들을 분해해서 다시 새로운 에너지원이나 단백질 재료로 쓰는 놀라운 '재활용(Recycling)' 능력을 발휘합니다. "나의 살을 깎아서 나를 먹여 살린다." 이 비장하고도 신비로운 현상을 우리는 '오토파지(Autophagy)', 우리말로 '자가포식(自家捕食)' 이라고 부릅니다. 그리스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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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노벨생리의학상] 제프리 홀, 마이클 로스배시, 마이클 영 : 내 몸 안의 시계, '서카디언 리듬'의 비밀을 풀다

Previous image Next image 당신의 몸속에는 시계가 살고 있다 아침 7시가 되면 알람이 울리지 않아도 눈이 떠지고, 밤 11시가 되면 하품이 나옵니다. 배꼽시계는 점심때를 기가 막히게 알고 울리죠. 그런데 해외여행을 가서 시차가 바뀌면, 며칠 동안은 밤에 잠이 안 오고 낮에는 졸려서 고생합니다. 우리는 이것을 '생체 리듬' 혹은 '바이오 리듬' 이라고 부릅니다. 과학 용어로는 '서카디언 리듬(Circadian Rhythm)' 이라고 합니다. 라틴어로 '약(Circa)'과 '하루(Dies)'를 합친 말로, '대략 하루'라는 뜻입니다.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과학자들은 이 리듬이 '외부 자극'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해가 뜨면 빛을 보고 깨어나고, 해가 지면 어두워서 잠든다고 믿었죠. 하지만 캄캄한 동굴 속에 사람을 가둬놓아도, 혹은 빛이 전혀 없는 상자 속에 식물을 넣어두어도, 생명체는 여전히 약 24시간 주기로 자고 깨는 패턴을 유지했습니다. "빛이 없어도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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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노벨생리의학상] 제임스 앨리슨 & 혼조 다스쿠 : 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꾼 '면역 관문 억제제'의 발견

Previous image Next image ️ "암을 공격하지 마라, 면역을 해방시켜라" 인류는 오랫동안 '암(Cancer)' 과의 전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우리가 가진 무기는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 수술: 암 덩어리를 칼로 도려낸다. (보이는 것만 제거 가능) 방사선: 강력한 에너지를 쏘아 태운다. (주변 정상 조직도 피해) 화학 항암제: 빨리 자라는 세포를 무차별적으로 죽이는 독약을 쓴다. (머리카락이 빠지고 면역력이 바닥남) 이 3대 요법은 강력했지만, 한계가 명확했습니다. 암세포는 교묘하게 숨거나 내성을 키워 살아남았고, 환자들은 치료 과정의 고통 때문에 무너져 내렸습니다. 의사들은 꿈꿨습니다. "우리 몸에는 매일 생겨나는 암세포를 죽이는 강력한 경찰, '면역 시스템'이 있다. 이 면역 세포들을 잘 훈련시켜서 암만 골라 죽이게 할 수는 없을까?" 하지만 20세기 내내 '면역 요법' 은 실패의 연속이었습니다. 면역 세포를 아무리 자극해도 암세포 앞에서는 이상하리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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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노벨생리의학상] 윌리엄 케일린, 피터 래트클리프, 그레그 서멘자 : 세포는 어떻게 숨 쉴 때를 아는가? 산소 센서 'HIF'의 비밀

Previous image Next image ️ 산소가 부족하면 세포는 비상벨을 누른다 우리는 숨을 쉬지 않으면 단 몇 분도 살 수 없습니다. 산소는 세포 안의 발전소인 미토콘드리아가 에너지를 만드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연료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 몸의 환경은 늘 변합니다. 높은 산에 올라가면 공기 중 산소가 희박해지고, 심한 운동을 하면 근육이 산소를 다 써버려 부족해집니다. 상처가 나거나 혈관이 막히면 산소 공급이 뚝 끊기기도 합니다. 이때 우리 몸은 기가 막히게 적응합니다. 높은 산에 사는 사람들은 적혈구 수가 늘어나 산소를 더 잘 운반하고, 상처 부위에는 새로운 혈관이 자라나 산소를 공급합니다. 여기서 생물학자들은 거대한 의문을 가졌습니다. "우리 몸, 아니 세포 하나하나는 도대체 '지금 산소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어떻게 감지할까?" "세포 안에 산소 농도를 측정하는 센서라도 달려 있는 걸까?" 20세기 후반까지도 이 '산소 센서' 의 정체는 미스터리였습니다.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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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노벨생리의학상] 하비 올터, 마이클 호턴, 찰스 라이스 : 수혈의 공포를 끝낸 'C형 간염 바이러스'의 발견

Previous image Next image "피를 받으면 간이 굳는다?" 보이지 않는 살인자 1970년대, 병원에서 수혈을 받는다는 것은 목숨을 건 도박과도 같았습니다. 수술이나 사고로 피가 부족해 수혈을 받은 환자 중 상당수가 몇 년 뒤, 원인을 알 수 없는 '간염' 에 걸려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만성 간염을 앓다가 간경화나 간암으로 진행되어 고통 속에 생을 마감했습니다. 당시 의학계는 이미 A형 간염(오염된 물) 과 B형 간염(혈액/체액, 1976년 노벨상) 바이러스를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헌혈된 혈액에서 이 두 바이러스를 철저히 걸러냈습니다. "이제 수혈은 안전하다!"라고 믿었지만, 현실은 참혹했습니다. 여전히 수혈 후 간염 환자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의사들은 당혹스러워하며 이 병을 임시로 이렇게 불렀습니다. "A형도 아니고 B형도 아닌 간염 (Non-A, Non-B Hepatitis)" 이름조차 갖지 못한 이 유령 같은 바이러스는 수십 년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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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노벨생리의학상] 데이비드 줄리어스 & 아뎀 파타푸티안 : 매운맛과 포옹을 느끼는 센서, 'TRP'와 'Piezo'의 발견

Previous image Next image ️ "뜨거운 것과 매운 것은 왜 똑같이 아플까?" 여름날 해변에서 내리쬐는 태양의 '뜨거움'. 매운 고추를 먹었을 때 혀끝에서 느껴지는 '화끈거림'. 사랑하는 사람이 꽉 안아줄 때 느껴지는 '압력'. 우리는 눈을 감고도 이것들을 너무나 생생하게 느낍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상합니다. 빛(시각)이나 소리(청각)는 파동 에너지가 눈과 귀를 자극한다는 것을 압니다. 냄새(후각)와 맛(미각)은 화학 분자가 코와 혀에 붙는다는 것도 압니다. 그렇다면 '온도(Temperature)' 와 '촉각(Touch)' 은 도대체 무엇이 우리 몸을 자극하는 걸까요? 열기라는 에너지가, 혹은 누르는 힘이라는 물리적 압력이 어떻게 우리 신경 세포 안에서 '찌릿한 전기 신호' 로 바뀌는 걸까요? 이 질문은 수천 년간 철학자들과 과학자들의 머리를 아프게 했습니다. 17세기 데카르트는 "피부와 뇌 사이에 실이 연결되어 있어서, 불이 닿으면 실이 당겨져 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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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노벨생리의학상] 스반테 페보 : 멸종된 인류의 DNA를 복원하여 '우리는 누구인가'를 묻다

쥬라기 공원은 영화지만, 네안데르탈인은 현실이다 영화 《쥬라기 공원》을 기억하시나요? 호박 속에 갇힌 모기가 빨아먹은 공룡 피에서 DNA를 추출해 공룡을 복원한다는 상상력은 전 세계를 열광시켰습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코웃음을 쳤습니다. "DNA는 생물이 죽는 순간부터 조각조각 부서지고 사라진다. 수만 년 전의 DNA를 읽는다는 건, 불타버린 도서관의 재 속에서 책 한 권을 복원하겠다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 불가능한 꿈을 현실로 만든,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과학자가 있습니다. 그는 공룡 대신 우리의 잃어버린 형제, '네안데르탈인(Neanderthal)' 을 선택했습니다. 그는 박물관 구석에 처박혀 있던 4만 년 전의 뼛조각을 갈아서, 먼지처럼 흩어진 DNA 조각들을 이어 붙였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멸종된 인류의 유전자 지도를 완벽하게 복원해 냈습니다. 오늘 소개할 2022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는 '고유전체학(Paleogenomics)' 의 창시자, 스웨덴의 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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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노벨생리의학상] 카탈린 카리코 & 드류 와이스먼 : 코로나19를 멈춰 세운 기적의 기술, 'mRNA 백신'의 탄생

Previous image Next image 인류를 구원한 11개월의 기적 2019년 말,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순식간에 전 세계를 집어삼켰습니다. '코로나19(COVID-19)' 팬데믹. 국경이 닫히고, 도시가 봉쇄되었으며, 사람들은 마스크 뒤에 숨어 공포에 떨었습니다. 인류는 보이지 않는 적 앞에서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전문가들은 말했습니다. "백신을 개발하려면 보통 10년이 걸린다. 아무리 빨라도 4~5년은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바이러스의 유전자 정보가 공개된 지 불과 11개월 만에, 인류는 95%의 예방 효과를 가진 백신을 손에 쥐었습니다. 화이자(Pfizer)와 모더나(Moderna)의 백신이었습니다. 이 믿기지 않는 속도의 비밀은 바로 'mRNA(메신저 리보핵산)' 라는 생소한 기술에 있었습니다. 기존 백신처럼 바이러스를 키워서 죽이거나 조각낼 필요 없이, 바이러스의 설계도(mRNA)만 우리 몸에 넣어주면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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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노벨생리의학상] 빅터 앰브로스 & 게리 러브컨 : 유전자의 숨겨진 지휘자, '마이크로RNA'의 발견

Previous image Next image "인간의 유전자는 왜 꼬마선충과 개수가 비슷할까?" 2003년,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완료되었을 때 전 세계 생물학자들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만물의 영장이라 자부하는 인간의 유전자 개수가 고작 2만여 개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이 숫자는 1mm짜리 벌레인 '예쁜꼬마선충(C. elegans)' 의 유전자 개수와 거의 비슷하고, 심지어 쌀(Rice)이나 물벼룩보다도 적은 수치였습니다. "도대체 인간의 복잡하고 고등한 뇌와 신체는 어디서 오는가?" "똑같은 개수의 레고 블록을 가지고, 누구는 오두막을 짓고 누구는 마천루를 짓는 비결이 무엇인가?"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DNA의 98%를 차지하는, 단백질을 만들지 않는 부위를 '쓰레기 DNA(Junk DNA)' 라고 부르며 무시해 왔습니다. 하지만 그 쓰레기 더미 속에 생명의 복잡성을 설명할 보석이 숨겨져 있을 줄은 아무도 몰랐습니다. 2024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들은 바로 그 '쓸모없어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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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노벨생리의학상] 메리 브랑코, 프레드 람스델, 사카구치 시몬 : 면역계의 평화유지군, '조절 T세포'와 'FOXP3'의 발견

Previous image Next image ️ 왜 우리 몸의 경찰은 나를 공격하지 않을까?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은 강력한 군대와 같습니다. 외부에서 바이러스나 세균이 침입하면, 킬러 T세포와 B세포 같은 정예 요원들이 출동하여 적을 무자비하게 파괴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아주 중요하고도 위험한 질문이 생깁니다. "이 강력한 무기들이 왜 '나 자신'은 공격하지 않는 걸까?" 우리 몸을 구성하는 단백질이나 세포도 면역 세포 입장에서는 공격 대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만약 면역 세포가 피아식별을 못 하고 내 심장이나 췌장을 공격한다면? 그것이 바로 류머티즘 관절염, 제1형 당뇨병 같은 '자가면역질환' 입니다. 오랫동안 과학자들은 면역계가 태어날 때 흉선(Thymus)이라는 훈련소에서 "나를 공격하는 세포는 미리 다 죽여 없앤다"는 '중추 관용(Central Tolerance)' 이론만으로 이 현상을 설명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흉선 훈련소를 졸업한 후에도, 실수로 혹은 돌연변이로 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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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노벨생리의학상] 엘리자베스 블랙번, 캐럴 그라이더, 잭 쇼스택 : 늙지 않는 세포의 비밀, '텔로미어'와 '텔로머라아제'를 발견하다

Previous image Next image "우리는 왜 늙는가?" 세포 속에 감춰진 모래시계 인류는 태초부터 불로장생을 꿈꿔왔습니다. 진시황은 불로초를 찾아 헤맸고, 연금술사들은 영생의 약을 만들려 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생명은 태어나면 늙고, 결국 죽습니다. 그런데 20세기 중반, 생물학자들은 아주 기이한 현상을 발견합니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를 떼어내어 배양 접시에서 키우면, 세포는 약 50~70번 정도 분열한 뒤에 더 이상 분열하지 않고 스스로 성장을 멈추거나 죽어버린다는 것입니다. 이를 '헤이플릭 한계(Hayflick limit)' 라고 합니다. 마치 세포 안에 '분열 횟수를 세는 카운터' 나 '모래시계' 가 들어있는 것 같았습니다. 모래가 다 떨어지면 생명도 끝나는 것이죠. "도대체 그 시계가 어디에 있는가?" "그리고 왜 암세포 같은 녀석들은 늙지도 죽지도 않고 영원히 분열하는가?" 오늘 소개할 2009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들은 이 생명의 가장 근원적인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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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노벨생리의학상] 로버트 에드워즈 : 생명의 기적을 시험관에서 피우다, '체외 수정(IVF)'의 아버지

"신만이 할 수 있는 일에 도전하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는 것. 많은 사람에게는 지극히 평범하고 자연스러운 일상이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평생을 바쳐도 닿을 수 없는 간절한 꿈이기도 합니다. 전 세계 부부의 약 10%는 '불임(Infertility)' 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불임은 의학적 치료의 대상이라기보다는, 그저 받아들여야만 하는 가혹한 운명이거나 심지어는 신의 징벌로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나팔관이 막히거나 정자의 활동성이 약하면, 아이를 가질 방법은 전무했습니다. 그런데 1950년대, 영국의 한 젊은 생물학자가 아주 도발적이고 위험한 상상을 시작했습니다. "만약 몸 안에서 수정이 안 된다면, 난자와 정자를 몸 밖으로 꺼내서 수정시킨 뒤에 다시 넣어주면 되지 않을까?" 당시 사람들은 경악했습니다. "미친 소리! 생명은 신의 영역이다. 시험관에서 인간을 만든다고? 프랑켄슈타인을 만들 셈인가?" 종교계, 언론, 심지어 동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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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노벨생리의학상] 브루스 보이틀러, 율 호프만, 랠프 스타인먼 : 면역의 최전선과 사령관, '선천성 면역'과 '수지상세포'의 발견

Previous image Next image ️ 아군과 적군을 구별하는 최초의 눈 우리 몸은 매일 수백만 마리의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와 마주칩니다. 하지만 우리는 대부분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갑니다. 바로 우리 몸의 강력한 방어군, '면역(Immunity)' 시스템 덕분입니다. 면역학의 역사는 꽤 오래되었지만, 20세기 후반까지도 과학자들은 면역 시스템의 '시작 버튼'이 어디에 있는지 몰랐습니다. 우리는 항체(Antibody)가 병균을 공격한다는 것은 알았습니다(적응 면역). 하지만 항체를 만들려면 며칠의 시간이 걸립니다. 그렇다면 세균이 침입한 '바로 그 순간', 우리 몸은 도대체 어떻게 "어? 적이 들어왔네?"라고 즉시 알아채고 초기 방어막을 펼치는 걸까요? 마치 보초병이 적을 발견해야 군대가 출동할 텐데, 그 보초병이 누구인지, 적을 알아보는 안경은 어떻게 생겼는지 아무도 몰랐던 것입니다. 오늘 소개할 2011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들은 이 면역 시스템의 '가장 앞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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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노벨생리의학상] 존 거던 & 야마나카 신야 : 시간을 되돌리는 마법, '유도만능줄기세포(iPS)'의 발견

Previous image Next image ️ 엎질러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다? 우리의 인생이 한 방향으로만 흐르듯이, 생명체 안의 세포들도 정해진 운명의 길을 걷습니다. 수정란이라는 '만능' 상태에서 시작한 세포는 분열을 거듭하며 피부가 되고, 신경이 되고, 심장이 됩니다. 이것을 '분화(Differentiation)' 라고 합니다. 20세기 중반까지 생물학자들은 이 분화 과정이 '비가역적(Irreversible)' 이라고 굳게 믿었습니다. 높은 산 꼭대기에서 굴러내려 온 공(수정란)이 골짜기(피부, 신경 등)에 안착하면, 결코 다시 산 위로 거슬러 올라갈 수 없다는 '워딩턴의 풍경(Waddington's Landscape)' 이론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즉, 한 번 피부 세포가 된 녀석은 죽을 때까지 피부 세포로 살아야지, 다시 만능 세포로 돌아가거나 신경 세포로 직업을 바꿀 수는 없다는 것이었죠. 그런데, 이 철옹성 같은 '시간의 법칙'을 거스른 두 명의 마법사가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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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노벨생리의학상] 제임스 로스먼, 랜디 셰크먼, 토마스 쥐트호프 : 세포 속의 택배 시스템, '소포 운송'의 비밀을 풀다

Previous image Next image 60조 개의 세포, 그 안의 거대한 물류 센터 우리의 몸을 하나의 거대한 국가라고 한다면, 세포는 그 안에서 돌아가는 복잡한 공장이자 도시입니다. 이 도시에서는 매일 엄청난 양의 물건들이 생산됩니다. 췌장의 세포는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 을 만들고, 뇌세포는 신호를 전달하는 '신경전달물질' 을 만들며, 면역세포는 적을 공격하는 '항체' 를 만듭니다. 그런데 여기서 아주 중요하고도 위험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 물질들은 대부분 강력한 생리 활성을 가지고 있어서, 세포 안에서 아무 데나 흘러 다니면 큰일이 납니다. 마치 휘발유나 독극물을 포장도 안 하고 택배 트럭에 싣는 것과 같습니다. 따라서 세포는 이 물질들을 안전하게 배달하기 위해 '소포(Vesicle)' 라는 작은 기름방울 주머니에 꽁꽁 싸서 포장합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이 포장된 택배(소포)를 도대체 어떻게 정확한 주소지로 보내고, 어떻게 정확한 타이밍에 문을 열어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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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노벨생리의학상] 존 오키프, 마이브리트 모세르, 에드바르드 모세르 : 뇌 속의 내비게이션, '장소 세포'와 '격자 세포'를 발견하다

Previous image Next image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자고 일어났는데 방이 캄캄합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당신은 방문이 어디쯤 있는지, 침대 모서리가 어디에 있는지 대략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손을 뻗어 더듬거리면서도 방문을 찾아 나갈 수 있습니다. 또는 낯선 도시를 여행한다고 상상해 봅시다. 지도를 보고 "나는 여기 있고, 목적지는 저기니까, 이쪽으로 가야겠다"라고 경로를 계획합니다.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는 이 '공간 지각 능력(Spatial Awareness)' 은 사실 뇌과학의 가장 거대한 미스터리 중 하나였습니다. 18세기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공간이란 외부 세계의 속성이 아니라, 우리 마음속에 선천적으로 내재된 인식의 틀"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그 '틀'이 뇌의 어디에, 어떤 모양으로 존재하는지는 아무도 몰랐습니다. "뇌 속에 지도가 그려져 있을까? 아니면 좌표가 찍혀 있을까?" 오늘 소개할 2014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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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노벨생리의학상] 윌리엄 캠벨, 오무라 사토시, 투유유 : 가난한 이들을 위한 기적, 기생충과 말라리아를 정복하다

Previous image Next image 자연에서 찾은 인류의 구원 21세기의 우리는 암이나 치매 같은 질병을 걱정하지만, 지구 반대편 아프리카나 남미, 동남아시아의 가난한 지역에서는 여전히 수억 명의 사람들이 '기생충' 때문에 고통받고 있습니다. 모기가 옮기는 작은 벌레가 눈으로 들어가 실명을 일으키고(강변맹명증), 다리를 코끼리처럼 퉁퉁 붓게 만들어 걷지 못하게 합니다(상피병). 또 다른 모기는 '말라리아' 라는 치명적인 열병을 옮겨 매년 수십만 명의 어린아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갑니다. 이 병들은 너무나 오랫동안 인류를 괴롭혀왔지만, 선진국 사람들의 관심 밖이라는 이유로 '소외된 열대 질환(Neglected Tropical Diseases)' 이라 불렸습니다. 제약 회사들은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치료제 개발에 소극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소개할 2015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들은 흙 한 줌, 풀 한 포기에서 이 소외된 사람들을 구할 기적의 약을 찾아낸 현대판 허준들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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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노벨생리의학상] 릴런드 하트웰, 팀 헌트, 폴 너스 : 세포 분열의 엔진과 브레이크, '세포 주기'를 제어하다

Previous image Next image 60조 개의 세포가 똑같은 리듬으로 춤춘다 우리의 생명은 단 하나의 세포, 수정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 작은 세포 하나가 끊임없이 분열하고 또 분열하여, 지금 여러분의 몸을 이루는 60조 개의 거대한 세포 제국을 건설했습니다. 그런데 이 '세포 분열(Cell Division)' 이라는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위험합니다. DNA를 완벽하게 복사해야 하고(S기), 세포의 크기를 키워야 하며(G기), 염색체를 정확히 반으로 찢어 나눠 가져야 합니다(M기). 만약 DNA 복사가 덜 끝났는데 분열을 시작하면? 기형 세포가 됩니다. 만약 멈춰야 할 때 멈추지 않고 계속 분열하면? 그것이 바로 '암(Cancer)' 입니다. 따라서 세포 안에는 정교한 시계와 검문소가 있어서, "지금은 복사할 시간", "지금은 멈출 시간", "이상 무! 분열 시작!" 이라고 통제해야만 합니다. 20세기 중반까지 과학자들은 세포가 분열한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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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노벨생리의학상] 시드니 브레너, 로버트 호비츠, 존 설스턴 : 죽어야 사는 생명, '아폽토시스'의 비밀을 풀다

Previous image Next image 낙엽이 지는 것은 나무가 죽는 것이 아니다 가을이 되면 나무는 스스로 잎을 떨어뜨립니다. 잎이 병들어서가 아니라, 겨울을 나기 위해 나무 전체를 살리려는 의도적인 '버림'입니다. 우리 몸속에서도 이와 똑같은 일이 매일 벌어지고 있습니다. 태아의 손이 뭉툭한 덩어리에서 다섯 손가락이 되려면, 손가락 사이사이의 세포들이 죽어서 사라져야 합니다. 올챙이가 개구리가 될 때 꼬리가 사라지는 것도 세포들이 죽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사고나 병으로 세포가 터져 죽는 '괴사(Necrosis)'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세포 스스로가 자신의 DNA를 조각내고, 내용물이 튀지 않게 깔끔하게 포장해서 조용히 사라지는, 아주 고귀하고 계획적인 자살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아폽토시스(Apoptosis, 세포 사멸)' 라고 부릅니다. 그리스어로 '꽃잎이나 낙엽이 떨어짐'을 뜻하는 시적인 단어입니다. 하지만 20세기 후반까지도 과학자들은 "세포가 스스로 죽는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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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노벨생리의학상] 폴 로터버 & 피터 맨스필드 : 방사선 없이 몸속을 들여다보는 마법, 'MRI'의 탄생

Previous image Next image 뼈가 아니라, 뇌를 보고 싶다! 1970년대, 의학계는 이미 'CT(컴퓨터 단층 촬영)' 라는 혁명적인 도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1979년 노벨상 수상). 덕분에 의사들은 환자의 몸을 자르지 않고도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CT에도 치명적인 약점이 두 가지 있었습니다. 첫째, '방사선 피폭' 입니다. CT는 엑스선을 아주 많이 쏘기 때문에 자주 찍으면 몸에 해롭습니다. 임산부나 어린아이에게는 큰 부담이었죠. 둘째, '소프트 티슈(Soft Tissue)의 한계' 입니다. 엑스선은 뼈처럼 딱딱한 것은 잘 보여주지만, 뇌, 근육, 인대, 신경 같은 물렁물렁한 조직은 흐릿하게 뭉개져 보였습니다. 의사들은 갈망했습니다. "방사선 걱정 없이, 말랑말랑한 뇌 속이나 척수 신경을 고화질 TV처럼 선명하게 볼 수는 없을까?" 이 꿈같은 이야기를 현실로 만든 것은 의사가 아니었습니다. 화학자와 물리학자였습니다. 화학 분석 도구였던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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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노벨생리의학상] 리처드 액설 & 린다 벅 : 냄새의 지도를 그리다, 후각 수용체의 발견

Previous image Next image 우리는 어떻게 '비 냄새'와 '커피 향'을 구별하는가? 인간의 오감(Five Senses) 중에서 가장 오랫동안 미스터리로 남아있던 감각은 무엇일까요? 시각(Vision)은 1960년대에 로돕신과 원추세포의 원리가 밝혀졌습니다. 청각(Hearing)은 1961년 베케시가 달팽이관의 파동 원리를 규명했습니다. 촉각(Touch)이나 미각(Taste)도 어느 정도 그 기전이 알려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 초반까지도 '후각(Smell)' 만은 짙은 안개 속에 싸여 있었습니다. 우리는 봄비가 내릴 때의 흙내음, 갓 볶은 커피의 구수한 향, 상한 우유의 역한 냄새를 순식간에 구별합니다. 인간이 구별할 수 있는 냄새의 종류는 무려 1만 가지가 넘습니다. 도대체 우리 코 속에는 어떤 센서가 있길래, 공기 중에 떠다니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화학 분자들을 그토록 정교하게 구별해 내는 걸까요? 과학자들은 고민했습니다. "세상에 냄새 분자가 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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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노벨생리의학상] 배리 마셜 & 로빈 워런 : 위장은 무균지대가 아니다, '헬리코박터'의 발견과 스스로 균을 마신 의사

Previous image Next image "속이 쓰리면 우유를 드세요"라는 거짓말 불과 40년 전만 해도, 만성 위염이나 위궤양 환자들에게 의사가 해줄 수 있는 말은 뻔했습니다. "스트레스를 줄이시고, 맵고 짠 음식은 피하세요. 속이 쓰리면 우유를 드시고요." 당시 의학계의 절대적인 믿음(Dogma)은 "위산이 없으면 궤양도 없다(No acid, no ulcer)" 였습니다. 위장은 pH 1~2의 강력한 염산이 펄펄 끓는 용광로와 같아서, 어떤 생명체도 살 수 없는 '완벽한 무균 지대' 라고 여겼습니다. 따라서 위장에 구멍이 뚫리는(궤양) 원인은 오직 스트레스나 식습관 때문에 위산이 과다하게 나와서 위벽을 녹이는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치료법이라곤 위산을 중화시키는 제산제를 먹거나, 심하면 위장을 잘라내는 수술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수술해도 재발하기 일쑤였고, 환자들은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야 했습니다. 그런데 호주의 변방 퍼스(Perth)에서 두 명의 의사가 이 거대한 상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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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노벨생리의학상] 앤드루 파이어 & 크레이그 멜로 : 유전자를 침묵시키는 마법, 'RNA 간섭'의 발견

Previous image Next image "소리를 지르면 조용해진다?" 생물학의 역설 1990년, 미국의 식물 유전학자들은 아주 예쁜 '페튜니아(Petunia)' 꽃을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원래 보라색인 페튜니아를 '더 진하고 깊은 보라색' 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방법은 간단해 보였습니다. 보라색 색소를 만드는 유전자를 더 많이 넣어주면, 색소가 더 많이 만들어져서 진한 보라색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죠. "1(원래 유전자) + 1(넣어준 유전자) = 2(진한 보라색)" 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계산이었습니다. 그런데 꽃이 피었을 때, 연구원들은 경악했습니다. 진한 보라색은커녕, 색소가 완전히 빠져버린 '새하얀 꽃' 이나 '얼룩무늬 꽃' 이 피어난 것입니다. "이게 무슨 일이야? 유전자를 더 넣었는데 왜 기능이 사라져 버렸지?" 과학자들은 이 기이한 현상을 '공동 억제(Co-suppression)' 라고 불렀지만,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아무도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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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노벨생리의학상] 마리오 카페키, 마틴 에반스, 올리버 스미시스 : 생쥐의 유전자를 마음대로 조작하다, '유전자 적중'의 혁명

Previous image Next image "두꺼비집을 내려봐야 전등의 위치를 안다" 집 안에 수만 개의 전선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고 상상해 봅시다. 어느 전선이 거실 불을 켜는지, 어느 전선이 냉장고를 돌리는지 알고 싶다면 가장 확실한 방법은 무엇일까요? 바로 전선을 하나씩 '끊어보는 것' 입니다. A 전선을 끊었더니 거실 불이 꺼졌다면, "아하, A는 거실 조명용이구나"라고 알 수 있습니다. 생물학자들도 똑같은 고민을 했습니다. 인간과 쥐는 약 2만~3만 개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게놈 프로젝트로 유전자 지도는 그렸지만, 각 유전자가 몸속에서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지는 여전히 미지수였습니다. "이 유전자의 기능을 알고 싶다. 그렇다면 이 유전자만 콕 집어서 고장 내보자(Knock-out). 그러면 몸에 어떤 이상이 생기는지 보고 기능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30억 개의 염기서열 중에서 단 수천 개로 이루어진 특정 유전자 하나만을 찾아내어 수술하듯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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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노벨생리의학상] 하랄트 추어 하우젠, 프랑수아즈 바레-시누시, 뤽 몽타지에 : 암과 에이즈, 인류를 위협하는 두 바이러스를 검거하다

Previous image Next image 보이지 않는 살인자들의 정체를 밝히다 1980년대 초반, 인류는 두 가지 거대한 공포에 떨고 있었습니다. 하나는 수천 년 동안 수많은 여성의 목숨을 앗아간 '자궁경부암' 이었습니다. 원인을 모르니 예방할 수도 없었고, 그저 운이 나빠 걸리는 병이라고 여겼습니다. 다른 하나는 갑자기 등장하여 젊은이들의 면역 체계를 파괴하고 끔찍한 죽음으로 몰고 가는 괴질, 바로 '에이즈(AIDS)' 였습니다. 원인 불명, 치료 불가능, 치사율 100%의 이 병은 '20세기의 흑사병'이라 불렸습니다. 전혀 달라 보이는 이 두 질병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범인이 세균도, 유전적 결함도 아닌, 아주 작고 교활한 '바이러스(Virus)' 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오늘 소개할 2008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들은 이 보이지 않는 연쇄 살인마들의 지문을 찾아내고 수갑을 채운 영웅들입니다. "사마귀 바이러스가 암을 일으킨다"는 황당한 가설을 홀로 증명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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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 노벨생리의학상] 에드먼드 피셔 & 에드윈 크레브스 : 세포 속 단백질에 'ON/OFF 스위치'를 달다

Previous image Next image 기계만 있다고 공장이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세포를 하나의 거대한 '화학 공장' 이라고 상상해 봅시다. 이 공장 안에는 수만 가지의 기계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습니다. 우리는 이 기계들을 '단백질(Protein)' 또는 '효소(Enzyme)' 라고 부릅니다. 어떤 기계는 에너지를 만들고, 어떤 기계는 쓰레기를 치우고, 어떤 기계는 물건을 포장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아주 중요한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이 수만 개의 기계들이 밤낮없이 24시간 풀가동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 공장은 과열되어 폭발하거나, 필요 없는 물건이 넘쳐나서 망해버릴 것입니다. 식사 직후에는 '소화 기계'를 켜야 하고, 잠잘 때는 '수면 기계'를 켜야 합니다. 즉,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기계만 작동시키고, 일이 끝나면 즉시 꺼야 합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어떻게 이 보이지 않는 단백질 기계들의 전원을 켰다 껐다 하는 걸까요? 20세기 중반까지 과학자들은 단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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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 노벨생리의학상] 리처드 로버츠 & 필립 샤프 : 유전자는 조각나 있다, '인트론'과 '스플라이싱'의 발견

Previous image Next image ️ 책 중간에 광고 전단지가 끼어 있다면? 1970년대 초반까지 유전학자들은 유전자(Gene)의 구조를 아주 단순하고 명쾌하게 생각했습니다. "유전자는 하나의 완벽한 문장이다." DNA에 "나는 학교에 갑니다"라고 적혀 있으면, RNA가 이걸 그대로 복사하고, 단백질 공장은 이 문장을 읽어서 "나는 학교에 갑니다"라는 기능을 수행한다고 믿었습니다. 대장균 같은 박테리아에서는 이 규칙이 정확히 맞아떨어졌기 때문입니다. DNA의 길이와 그것이 만든 RNA의 길이가 똑같았으니까요. 하지만 고등 생물(진핵생물)의 세포를 들여다보던 과학자들은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이상하다. 분명히 핵 속에서 만들어진 RNA는 엄청 긴데, 이게 세포질로 나와서 단백질을 만들 때는 길이가 훨씬 짧아져 있네? 중간에 다 어디로 사라진 거지?" 마치 두꺼운 백과사전 한 권을 복사했는데, 정작 제본된 책은 얇은 팜플렛 하나가 되어 나온 격이었습니다. 오늘 소개할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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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 노벨생리의학상] 알프레드 길먼 & 마틴 로드벨 : 세포의 중개자, 'G 단백질'을 발견하여 신호 전달의 비밀을 풀다

Previous image Next image "초인종을 눌렀는데, 누가 안에서 문을 열어주는가?" 우리는 지난 1971년 노벨상 수상자인 얼 서덜랜드의 이야기를 통해, 호르몬(제1 전령)이 세포막의 초인종(수용체)을 누르면, 세포 안에서 'cAMP(제2 전령)' 가 만들어져 신호가 전달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과학자들에게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거대한 '블랙박스' 가 하나 남아 있었습니다. "그래, 호르몬이 바깥에서 수용체에 결합하는 건 알겠어. 그리고 안쪽의 효소(아데닐산 고리화효소)가 cAMP를 만드는 것도 알겠어. 그런데 바깥쪽의 수용체와 안쪽의 효소는 서로 떨어져 있잖아? 도대체 둘 사이를 누가 연결해 주는 거지?" 마치 현관문 초인종(수용체)은 눌렸는데, 거실에 있는 스피커(효소)까지 전선이 연결되지 않은 상황과 같았습니다. 누군가가 중간에서 "딩동! 손님 왔어요!"라고 달려가서 알려줘야만 스피커가 울릴 수 있을 텐데 말이죠. 1970년대, 이 보이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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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 노벨생리의학상] 에드워드 루이스, 크리스티아네 뉘슬라인-폴하르트, 에릭 위샤우스 : 초파리에서 생명의 설계도를 찾다

Previous image Next image 하나의 세포가 어떻게 완벽한 몸이 되는가? 생물학에서 가장 경이롭고 미스터리한 마법은 바로 '발생(Development)' 입니다. 어머니의 자궁 속, 혹은 껍질 속에서 정자와 난자가 만나 하나의 세포(수정란)가 됩니다. 처음에는 그저 둥근 공 모양일 뿐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이 둥근 세포 덩어리가 스스로 앞뒤, 위아래를 구분하고, 머리가 생기고, 팔다리가 돋아나며, 심장이 뛰는 완벽한 개체로 변신합니다. 도대체 누가 이 복잡한 공사를 지휘하는 걸까요? "너는 머리가 되어라", "너는 다리가 되어라"라고 명령을 내리는 '설계도' 는 어디에 숨어 있을까요? 20세기 중반까지 과학자들은 이 비밀을 풀 엄두조차 내지 못했습니다. 생명체는 너무 복잡했고, 유전자는 너무 많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기, "가장 단순한 것에서 답을 찾자"며 썩은 과일 주변을 맴도는 작은 벌레에 인생을 건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초파리(Fruit F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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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 노벨생리의학상] 피터 도허티 & 롤프 징커나겔 : T세포의 이중 잠금장치, 'MHC 구속'을 발견하다

Previous image Next image ️ 경찰은 도둑만 잡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몸에는 '킬러 T세포(Killer T cell)' 라고 불리는 무시무시한 경찰 특공대가 있습니다. 이들의 임무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찾아내어 즉시 사살하는 것입니다. 바이러스가 세포 안으로 숨어들면 항체(미사일)가 닿지 않기 때문에, 감염된 세포 자체를 파괴해 버리는 것이죠. 그런데 여기서 아주 오랫동안 풀리지 않던 미스터리가 있었습니다. "T세포는 수많은 세포 중에서 '감염된 녀석'을 어떻게 정확히 골라낼까?" 당시 과학자들은 T세포가 단순히 바이러스의 모양(항원)만 보고 공격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치 경찰이 범인의 얼굴 몽타주만 들고 수사를 하는 것처럼요. 하지만 1973년, 호주의 한 연구소에서 이 상식을 뒤엎는 충격적인 실험 결과가 나옵니다. T세포는 바이러스만 보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T세포는 바이러스를 잡기 전에, 먼저 그 세포가 '나의 몸(Self)' 인지 확인하는 신분증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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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 노벨생리의학상] 스탠리 프루시너 : 바이러스도 세균도 아닌, '단백질'이 감염된다? 광우병의 비밀 '프리온' 발견

뇌에 구멍이 뚫리는 저주, 범인은 유령인가? 1980년대와 90년대, 전 세계는 '광우병(Mad Cow Disease)' 이라는 낯선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소가 미친 듯이 날뛰다가 비틀거리고 쓰러져 죽고, 그 소고기를 먹은 사람의 뇌가 스펀지처럼 구멍이 뚫려 죽어가는 끔찍한 병이었습니다. 이 병의 기원은 아주 오래전부터 미스터리였습니다. 18세기부터 양(Sheep)들이 털을 쥐어뜯으며 죽어가는 '스크래피(Scrapie)', 그리고 1976년 노벨상 수상자 칼턴 가이두섹이 연구했던 식인 부족의 '쿠루병'. 이 모든 병들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뇌가 녹아내려 스펀지처럼 된다. 전염이 된다. (먹거나 접촉하면 옮는다.) 그런데 죽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병원체를 찾기 위해 감염된 뇌 조직을 펄펄 끓여보고, 강력한 방사선을 쬐어보고, 포르말린에 담가보았습니다. 보통의 세균이나 바이러스라면 진작에 죽어서 사라졌을 가혹한 환경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괴물 같은 병원체는 끄떡없이 살아남아 다른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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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 노벨생리의학상] 로버트 퍼치고트, 루이스 이그나로, 페리드 무라드 : 독가스가 생명을 살린다? '산화질소'와 비아그라의 탄생

Previous image Next image ️ 자동차 배기가스가 우리 몸속에 흐른다? 우리는 흔히 '가스(Gas)' 라고 하면, 공장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나 자동차 배기가스, 혹은 스모그를 일으키는 대기 오염 물질을 떠올립니다. 그중에서도 '산화질소(Nitric Oxide, NO)' 는 들이마시면 폐를 망가뜨리고 오존층을 파괴하는, 대표적인 '유독 가스' 입니다. 그런데 1980년대, 전 세계 생물학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 치명적인 독가스가 사실은 우리 몸속 혈관 내벽에서 매일매일 뿜어져 나오고 있으며, 심지어 혈압을 조절하고, 혈관을 확장시키며, 면역계를 지휘하는 '생명의 수호신'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생물학자들은 혼란에 빠졌습니다. "아니, 호르몬이나 단백질 같은 복잡한 물질도 아니고, 겨우 질소 하나 산소 하나 붙은 기체가 신호를 전달한다고? 그냥 날아가 버리는 거 아니야?" 오늘 소개할 1998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들은 이 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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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 노벨생리의학상] 귄터 블로벨 : 단백질의 우편번호, '신호 펩타이드'를 발견하여 세포 내 배송 시스템을 규명하다

60조 개의 택배가 단 하나도 섞이지 않는 비결 우리의 몸을 거대한 '국가' 라고 한다면, 세포 하나하나는 복잡한 '대도시' 와 같습니다. 이 도시 안에는 수많은 공장(리보솜)이 있고, 이 공장들은 매일 수십만 가지의 제품(단백질)을 찍어냅니다. 어떤 단백질은 발전소(미토콘드리아)로 가서 에너지를 만들어야 하고, 어떤 단백질은 성벽(세포막)을 보수해야 하며, 어떤 단백질은 도시 밖으로 수출(인슐린, 소화 효소)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아주 심각한 물류 문제가 발생합니다. 공장(리보솜)은 단백질을 만들기만 할 뿐, 이 단백질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세포 안은 늘 붐비고 복잡한데, 갓 태어난 단백질들은 도대체 어떻게 길을 잃지 않고 자신의 근무지를 정확히 찾아가는 걸까요? 만약 위산 분해 효소가 실수로 뇌세포로 배달된다면? 우리 뇌는 녹아버릴 것입니다. 즉, '정확한 배송' 은 생명 유지의 절대적인 조건입니다. 오늘 소개할 1999년 노벨 생리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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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 노벨생리의학상] 아르비드 칼손, 폴 그린가드, 에릭 캔델 : 도파민의 발견부터 기억의 저장까지, 뇌의 신호를 해독하다

Previous image Next image 마음은 물질이다 인류는 수천 년 동안 "마음은 어디에 있는가?"를 물었습니다. 어떤 이는 심장에 있다고 했고, 어떤 이는 영혼이라는 비물질적인 공간에 있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20세기 과학은 이 질문에 대해 아주 건조하지만 명확한 대답을 내놓았습니다. "마음은 뇌세포의 화학적, 물리적 작용이다." 우리가 기쁨을 느끼고, 몸을 움직이고, 첫사랑의 추억을 떠올리는 이 모든 과정이 사실은 신경 세포 사이를 오가는 분자들의 춤사위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분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춤을 추기에 '나'라는 의식이 생겨나는 걸까요? 오늘 소개할 2000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들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평생을 바친 현대 뇌과학의 거장들입니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물질 '도파민' 이 우리 몸을 움직이고 즐거움을 준다는 사실을 밝혀내 파킨슨병 치료의 문을 연 스웨덴의 아르비드 칼손(Arvid Carlsson). 신경 세포가 단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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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 노벨생리의학상] 바바라 매클린톡 : 옥수수밭의 고독한 예언자, 유전자가 '점프'한다는 사실을 밝혀내다

"유전자는 진주 목걸이처럼 고정된 것이 아니다" 20세기 중반, 유전학자들에게 '유전자(Gene)' 는 염색체라는 긴 실 위에, 마치 진주 목걸이의 알들처럼 순서대로 얌전히 박혀 있는 고정된 존재였습니다. 그들은 믿었습니다. 유전자의 위치는 절대 변하지 않으며, 부모에게서 자식에게로 그 순서 그대로 전달된다고 말입니다. 이것은 멘델의 유전 법칙 이후, 그리고 왓슨과 크릭의 DNA 구조 발견 이후에도 변하지 않는 '성역' 과도 같은 믿음이었습니다. 그런데 1940년대 후반, 뉴욕의 옥수수밭에서 홀로 연구하던 한 여성 과학자가 이 성역에 돌을 던졌습니다. "아니요, 유전자는 움직입니다. 어떤 유전자는 스스로 잘라내어 다른 곳으로 '점프'해서 이동합니다. 그리고 그 이동이 생물의 색깔과 모양을 바꿉니다." 학계의 반응은 차가웠습니다. "유전자가 뛰어다닌다고? 미친 소리군." "그건 옥수수에서나 일어나는 기이한 현상이겠지." 그녀의 발표는 철저히 무시당했고, 동료들은 그녀를 이해하지 못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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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노벨생리의학상] 닐스 예르네, 게오르크 쾰러, 세사르 밀스테인 : 면역학의 이론을 세우고 '단일 클론 항체'라는 마법의 탄환을 만들다

Previous image Next image "원하는 표적만 골라 쏘는 '마법의 탄환'을 찾아서" 19세기 말, 미생물학의 아버지 파울 에를리히는 원대한 꿈을 꾸었습니다. 그는 정상 세포는 건드리지 않고, 오직 병원균이나 암세포만 정확하게 찾아가서 공격하는 약물, 즉 '마법의 탄환(Magic Bullet)' 을 상상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습니다. 우리가 암 치료를 위해 항암제를 쓰면 암세포뿐만 아니라 정상 세포까지 초토화되어 머리카락이 빠지고 면역력이 바닥나기 일쑤였습니다.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이 만드는 '항체(Antibody)' 가 바로 그 마법의 탄환 기능을 하지만, 문제는 인위적으로 원하는 항체만 골라서 대량으로 만들어낼 방법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항체를 만들기 위해 동물에게 병균을 주사하면, 혈액 속에는 수천 가지 잡동사니 항체들이 뒤섞여 나옵니다. 여기서 우리가 원하는 딱 한 종류의 항체만 골라내는 것은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나 다름없었습니다. 그런데 197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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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 노벨생리의학상] 마이클 브라운 & 조셉 골드스타인 : 콜레스테롤의 출입구, 'LDL 수용체'를 발견하여 혈관을 지키다

Previous image Next image 6살 아이가 심장마비에 걸린 이유 1970년대 초, 텍사스 댈러스의 한 병원에 6살짜리 여자아이와 8살짜리 남자아이가 실려 왔습니다. 충격적이게도 병명은 노인들에게나 생긴다는 '심근경색(심장마비)' 이었습니다. 아이들의 피를 뽑아본 의료진은 경악했습니다. 혈액이 붉은색이 아니라, 마치 크림 스프처럼 뿌옇고 노란색을 띠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의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는 정상인(약 150~200mg/dL)의 5배가 넘는 1,000mg/dL 에 육박했습니다. 이 아이들은 기름진 햄버거를 매일 먹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평범한 식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태어날 때부터 핏속에 기름이 끼어 혈관이 꽉 막혀버린 것입니다. 이것은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Familial Hypercholesterolemia, FH)' 이라는 유전병이었습니다. 당시 의사들은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콜레스테롤이 몸에 나쁘다는 건 알겠는데, 왜 어떤 사람은 채식만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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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 노벨생리의학상] 스탠리 코헨 & 리타 레비-몬탈치니 : 세포를 자라게 하는 마법의 신호, '성장 인자'의 발견

Previous image Next image "세포는 어떻게 자라야 할지 알고 있을까?" 우리가 어머니 뱃속에서 하나의 수정란으로 시작해 60조 개의 세포를 가진 성인이 될 때까지, 세포들은 쉴 새 없이 분열하고 자라납니다. 상처가 나면 새 살이 돋아나고, 키가 크면 신경도 같이 길어집니다. 여기서 생물학자들은 아주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세포들은 도대체 '언제' 자라야 하고, '어디로' 뻗어나가야 하는지 어떻게 알까?" "누군가 옆에서 '자라라!' 혹은 '멈춰라!'라고 명령을 내려주는 걸까?"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과학자들은 세포의 성장이 단순히 영양분이 충분하면 저절로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밥만 잘 먹으면 크는 것 아니냐는 식이었죠. 하지만 영양분이 아무리 많아도 신경은 엉뚱한 곳으로 가지 않았고, 피부는 필요한 만큼만 자라고 멈췄습니다. 분명히 무언가 정교한 '지휘자' 가 있었습니다. 오늘 소개할 1986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들은 이 지휘자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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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 노벨생리의학상] 도네가와 스스무 : 유전자의 로또, '유전자 재조합'으로 무한한 면역을 만들다

"어떻게 100벌의 옷으로 1억 가지 패션을 만들까?" 1970년대, 면역학계는 거대한 수학적 모순에 빠져 있었습니다. 바로 '항체 다양성(Antibody Diversity)' 의 문제입니다.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은 외부에서 침입하는 모든 종류의 적(항원)을 구별하고 공격해야 합니다. 감기 바이러스, 홍역, 천연두, 심지어 인공적으로 합성한 화학 물질까지, 적의 종류는 수억 가지가 넘습니다. 이를 막으려면 우리 몸도 수억 가지의 서로 다른 모양을 가진 '항체(Antibody)' 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항체는 단백질이다. 단백질을 만드는 정보는 유전자(DNA)에 있다. 그렇다면 수억 개의 항체를 만들려면 수억 개의 유전자가 필요하지 않은가?" 당시 추정되던 인간의 전체 유전자 개수는 기껏해야 3만~10만 개 정도였습니다. 이 적은 유전자로 어떻게 수억, 수조 가지의 항체를 만들 수 있을까요? 이것은 마치 옷장에 셔츠와 바지가 100벌밖에 없는데, 매일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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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 노벨생리의학상] 제임스 블랙, 거트루드 엘리언, 조지 히칭스 : 우연에서 설계로, '약물 설계'의 혁명을 일으키다

Previous image Next image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를 멈추다 인류는 아주 오랫동안 아플 때면 자연에 의지했습니다. 버드나무 껍질을 씹으면 통증이 가시고, 푸른 곰팡이에서 페니실린을 얻는 식이었죠. 하지만 20세기 중반까지도 신약 개발은 '운(Luck)' 과 '노가다' 의 영역이었습니다. 제약회사들은 수만 가지 화학 물질을 무작위로 합성한 뒤, 동물에게 먹여보고 "어? 이게 효과가 있네?" 하고 발견하기를 기다렸습니다. 이를 '스크리닝(Screening)' 방식이라고 하는데, 마치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비효율적인 과정이었습니다. 그런데 1950년대부터, 약을 만드는 방식에 근본적인 혁명을 일으킨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그들은 무작위로 약을 찾는 대신, "병이 생기는 생화학적 원리(자물쇠)를 먼저 파악하고, 그에 딱 맞는 열쇠(약물)를 깎아서 만들자" 는 철학을 세웠습니다. 이것이 바로 현대 제약 산업의 핵심인 '합리적 약물 설계(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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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 노벨생리의학상] 마이클 비숍 & 해롤드 바무스 : 암 유전자는 외부의 적이 아니라, 우리 안에 잠든 '반역자'였다

Previous image Next image 적은 내부에 있다 우리는 오랫동안 '암(Cancer)' 을 외부의 적으로 생각하고 싶어 했습니다. 마치 감기 바이러스나 결핵균처럼, 밖에서 나쁜 무언가가 들어와 내 몸을 망가뜨린다고 믿는 편이 마음이 편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0세기 초중반, 바이러스가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1966년 수상자 페이턴 라우스), 과학자들은 "암 유전자(Oncogene)는 바이러스가 가지고 있는 사악한 외래 유전자다" 라고 확신했습니다. 바이러스가 침투해서 자기네들의 '나쁜 유전자'를 우리 몸에 심어놓고, 그게 작동해서 암이 생긴다는 시나리오였죠. 하지만 1970년대,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프란시스코(UCSF)의 두 젊은 과학자는 이 믿음이 완전히 틀렸음을 증명하는 충격적인 실험 결과를 발표합니다. "아니요. 암 유전자는 바이러스의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태초부터 우리 몸속에, 아주 정상적인 형태로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암은 외부의 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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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 노벨생리의학상] 조셉 머레이 & 도널 토머스 : 장기 이식의 꿈을 현실로, 신장과 골수의 기적

Previous image Next image "고장 난 부품을 새것으로 갈아 끼울 수 있다면?" 자동차의 타이어가 펑크 나면 새 타이어로 갈아 끼웁니다. 엔진이 고장 나면 엔진을 수리하거나 교체합니다. 그렇다면 사람의 몸은 어떨까요? 콩팥(신장)이 망가져 독소가 쌓여 죽어가는 환자, 골수에서 암세포가 쏟아져 나와 시한부 인생을 사는 백혈병 환자. 20세기 중반까지 이들에게 내려진 진단은 사형 선고나 다름없었습니다. 고장 난 장기를 고칠 방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의사들은 꿈꿨습니다. "건강한 사람의 장기를 떼어다가 환자에게 옮겨 심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이것은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일이었습니다. 수술 기술의 어려움도 문제였지만, 더 큰 벽은 우리 몸의 '면역 거부 반응' 이었습니다. 남의 살이 닿으면 우리 몸은 그것을 적으로 간주하고 무차별 공격을 퍼부어 썩게 만들었으니까요. 오늘 소개할 1990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들은 이 불가능한 벽을 뚫고 '장기 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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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 노벨생리의학상] 에르빈 네어 & 베르트 자크만 : 세포의 대화를 엿듣는 도청 장치, '패치 클램프'의 발명

Previous image Next image ️ "군중의 함성 속에서 한 사람의 속삭임을 듣다" 우리는 앞선 노벨상 이야기들을 통해, 신경 세포가 전기를 이용해 신호를 보낸다는 사실(1963년, 호지킨 & 헉슬리)을 알게 되었습니다. 과학자들은 세포막에 '이온 채널(Ion Channel)' 이라는 아주 작은 구멍들이 있어서, 이 구멍이 열렸다 닫혔다 하면서 나트륨이나 칼륨 같은 이온들이 드나들고, 그 흐름이 전기를 만든다고 추측했습니다. 하지만 1970년대 중반까지도 이 '이온 채널'의 존재는 어디까지나 '수학적인 가설' 이거나 '통계적인 추정' 일뿐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이온 채널 하나를 통과하는 전류의 양은 불과 '1피코암페어(pA)' 수준이었기 때문입니다. 1피코암페어는 1조 분의 1암페어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건전지 전류의 10억 분의 1도 안 되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미세한 양입니다. 당시 기술로는 세포 전체에서 수만 개의 채널이 동시에 와글와글 떠드는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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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노벨문학상] 헤르타 뮐러 : '독재의 언어'로 '독재'를 고발한 루마니아의 망명자

2009년. 2008년 '문명 비판가'(르 클레지오)에게 상이 돌아간 지 1년 만에, 노벨 문학상의 영광은 20세기 유럽 최악의 '전체주의 독재'를 겪어낸 한 여성 작가에게 돌아갔습니다. 수상자는 루마니아 태생의 독일 작가, **헤르타 뮐러(Herta Müller)**였습니다. 그녀는 2004년 엘프리데 옐리네크에 이은 12번째 여성 수상자이자, 1999년 귄터 그라스에 이은 10년 만의 독일어권 수상자였습니다. (그녀는 1987년 독일로 망명했습니다.) 그녀의 수상은, 1984년 체코의 사이페르트, 1980년 폴란드의 미워시의 계보를 잇는, '철의 장막' 뒤에서 억압받았던 영혼에 대한 또 한 번의 헌사였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이념을 '고발'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언어' 그 자체를 해부했습니다. 그녀의 문학은, 20세기 유럽 최악의 비밀경찰 **'세쿠리타테(Securitate)'**의 감시 하에서, '언어'가 어떻게 인간을 배신하고, '침묵'이 어떻게 공포가 되며, '사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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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5 노벨물리학상] 제임스 프랑크 & 구스타프 헤르츠 : 원자가 '특정한' 에너지만 먹는다는 것을 증명하다

Previous image Next image 들어가며: 보어의 '원자 모형', 증거는 충분한가? 1920년대 초, 물리학은 1913년 닐스 보어 [1922년 수상]가 제안한 '양자 원자 모형'의 열기와 혼돈 속에 있었습니다. 보어는 원자가 '붕괴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전자가 '허용된' 궤도 [에너지 준위]에만 존재할 수 있으며 이 궤도 사이를 '점프' [양자 도약]할 때만 빛을 방출한다는 대담한 가설을 내놓았습니다. 이 이론은 수십 년간 미스터리였던 '수소 스펙트럼'의 비밀을 완벽하게 설명해냈습니다. 하지만 당시 많은 보수적인 과학자에게, 보어의 이론은 여전히 '교묘한 계산 트릭'처럼 보였습니다. 그들의 유일한 증거는 원자가 '방출하는' 빛의 스펙트럼뿐이었습니다. "원자가 빛을 방출할 때뿐만 아니라, 에너지를 '흡수할' 때도 정말 '양자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을 직접 증명할 방법은 없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분광학 [빛 연구]이 아닌, 전혀 다른 분야에서 나왔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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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1 노벨물리학상] 공백의 해 : 대공황, 그리고 혁명의 숨 고르기

들어가며: 너무나 빨랐던 혁명, 멈춰선 시상대 1920년대는 물리학 역사상 가장 경이로운 10년이었습니다. 1921년 아인슈타인, 1922년 닐스 보어, 1923년 밀리컨, 1927년 콤프턴과 윌슨, 1929년 드 브로이, 1930년 라만... 불과 10년 만에 인류는 '양자'의 존재를 받아들였고, 빛과 물질의 이중성을 증명했으며, 원자의 구조를 밝혀냈습니다. 1925년에서 1928년 사이에는 하이젠베르크, 슈뢰딩거, 디랙이 이 모든 것을 '양자역학'이라는 거대한 이론 체계로 완성시켰습니다. 과학은 문자 그대로 폭주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1931년, 스웨덴 왕립 과학 아카데미는 침묵을 선언했습니다. 1916년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물리적 재앙이 시상식을 멈춰 세웠다면, 1931년은 또 다른 이유로 노벨 물리학상의 시계를 멈췄습니다. 그것은 바로 1929년 시작된 대공황 [The Great Depression]이라는 전 지구적 경제 재앙과, 과학 혁명이 너무나 빠르고 심오해서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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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 노벨물리학상] 공백의 해 : 절정의 전쟁, 비밀이 된 과학

들어가며: 암흑의 절정에서 1940년, 1941년. 노벨 물리학상의 시계는 2년 연속 멈춰 섰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인류의 거대한 광기 앞에서 '인류를 위한 공헌'을 축하하는 일은 불가능했습니다. 1942년, 그 광기는 절정에 달했습니다. 태평양에서는 미드웨이 해전이, 북아프리카에서는 엘 알라메인 전투가, 그리고 동부 전선에서는 스탈린그라드 전투가 벌어지며, 인류는 말 그대로 '세계'의 운명을 건 총력전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나치 독일은 유럽 전역을 장악했고, 홀로코스트라는 끔찍한 만행을 자행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중립국 스웨덴의 노벨 위원회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습니다. 과학자들의 교류는 완전히 단절되었고, 모든 국가는 자국의 최고 두뇌들을 '승리'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위해 비밀 연구소로 소집했습니다. 1942년은 노벨 물리학상 역사상 3년 연속 이어진 최장기 '공백의 해'이자, 과학의 순수성이 전쟁의 불길 속에서 완전히 타버린 '비밀의 해'로 기록되었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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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 노벨물리학상] 헐스 & 테일러 : 아인슈타인의 '중력파'를 발견한 우주 등대

Previous image Next image 들어가며: 아인슈타인의 마지막 예언, '중력파'라는 유령 1915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1921년 수상]은 '일반 상대성 이론'이라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이론을 발표했습니다. 이 이론은 중력이 '힘'이 아니라, 거대한 질량이 시공간을 '휘게' 만드는 '현상'이라고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이 이론은 하나의 기묘하고도 엄청난 '예언'을 품고 있었습니다. 만약 거대한 질량을 가진 두 개의 별이 서로를 미친 듯이 공전한다면, 그들은 이 시공간이라는 그물망에 '파문'을 일으키며 에너지를 방출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시공간의 파문'이 바로 '중력파' [Gravitational Waves]였습니다. 아인슈타인 자신조차 이 파동은 너무나 미약해서 "인류가 영원히 검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70년 가까이, 이 '중력파'는 오직 칠판 위에서만 존재하는 이론 속 '유령'이었습니다. 하지만 1974년 여름, 한 명의 대학원생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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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 노벨물리학상] 브록하우스 & 셜 : '중성자'로 물질의 '위치'와 '움직임'을 보다

Previous image Next image 들어가며: X선이 보지 못했던 세계 20세기 초, 물리학은 막스 폰 라우에 [1914년 수상]와 브래그 부자 [1915년 수상]가 선물한 'X선 회절'이라는 강력한 '눈'을 갖게 되었습니다. 인류는 X선을 이용해 결정 속 '원자들의 배열' [구조]을 보게 되었고, 이 기술은 1953년 DNA 이중 나선 구조의 발견에서 정점을 찍었습니다. 하지만 이 강력한 'X선의 눈'에게도 치명적인 '맹점'이 있었습니다. '가벼운' 원소를 보지 못한다: X선은 원자의 '전자 구름'에 부딪혀 산란됩니다. '수소' [H]처럼 전자가 1개뿐인 원자는 X선에게는 '투명'하게 보일 뿐이었습니다. 물, 플라스틱, 그리고 생명체의 핵심인 수소의 위치를 알 길이 없었습니다. '자성'을 보지 못한다: X선은 원자의 '스핀' [자석의 성질]에는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루이 네엘 [1970년 수상]이 예언했던 '반강자성'처럼, 원자 자석들이 내부적으로 어떻게 정렬되어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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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노벨물리학상] 글라우버, 홀, 핸시 : '빛'의 양자론과 정밀 측정의 시대를 열다

Previous image Next image 들어가며: '빛'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측정'하다 20세기 물리학은 '빛' [Light] 그 자체와의 씨름이었습니다. 1905년 아인슈타인은 '광전 효과' [1921년 수상]로 빛이 '입자' [광자]임을 증명했습니다. 1964년 타운스, 바소프, 프로호로프는 '레이저' [1964년 수상]의 원리를 발명하여, 마침내 '무질서한 빛'을 '질서정연한 빛'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습니다. 1965년 파인만, 슈윙거, 도모나가는 빛과 전자의 상호작용[QED]을 완성하여 [1965년 수상] 물리학 역사상 가장 '정확한' 이론을 만들었습니다. 모든 것이 완성된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두 개의 근본적인 질문이 남아있었습니다. 첫째, "그래서 '빛'이란 양자역학적으로 정확히 무엇인가?" 아인슈타인은 '광자'라는 개념을 제안했지만, '백열전구'의 빛과 '레이저'의 빛은 어떻게 다를까요? '하나의 광자'와 '수천억 개의 광자 묶음'을 수학적으로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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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노벨물리학상] 알베르 페르 & 페터 그륀베르크 : '거대 자기저항', 하드 디스크 혁명을 일으키다

Previous image Next image 들어가며: '메가바이트'의 한계에 갇힌 정보화 시대 1980년대 후반, 세상은 '정보화 시대'의 여명기에 서 있었습니다. 1956년 노벨상의 주역인 '트랜지스터'와 1958년 발명된 '집적회로' [IC, 2000년 노벨상 수상] 덕분에, 컴퓨터는 방 크기에서 '책상 위' 크기로 놀랍게 작아졌습니다. 하지만 이 혁명에는 거대한 '병목 현상'이 있었습니다. 바로 **'데이터 저장'**이었습니다. 당시의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 [HDD]는 크고, 비쌌으며, 고작 수십 메가바이트 [Megabytes]를 저장하는 것이 한계였습니다. 오늘날 스마트폰 사진 한 장의 용량도 채 담기 어려운 수준이었습니다. 문제는 '읽기' 기술에 있었습니다. 하드 디스크는 '자기장' [N극/S극]의 형태로 0과 1을 기록합니다. 이 미세한 자기 신호를 '읽어내는' 센서[Read Head]가 너무 둔감했습니다.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하기 위해 자기 비트의 크기를 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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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노벨물리학상] 가오, 보일 & 스미스 : 빛으로 '정보의 고속도로'와 '디지털 눈'을 발명하다

Previous image Next image 들어가며: 20세기가 꾼 '정보'라는 꿈 20세기 후반, 인류는 '정보 혁명'이라는 거대한 파도 위에 올라탔습니다. 1956년 노벨상의 주역인 '트랜지스터'와 2000년 노벨상의 주역인 '집적회로' [IC]는 컴퓨터라는 강력한 '뇌'를 만들어냈습니다. 하지만 이 '뇌'는 고립된 섬이었습니다. '뇌'가 처리해야 할 방대한 정보는 여전히 '구리선'이라는 낡은 길을 통해 느리게 기어가고 있었고, 현실 세계의 '이미지'를 이 '뇌'로 전송할 방법은 '아날로그 필름'이라는 번거로운 번역 과정에 갇혀 있었습니다. 인류는 두 개의 거대한 '병목 현상'에 부딪혔습니다. 1. 속도의 한계: 어떻게 하면 '구리선'의 한계를 넘어, 어마어마한 양의 정보를 '빛의 속도'로 전송할 수 있을까? 2. 입력의 한계: 어떻게 하면 '아날로그 필름'을 대체하여, '빛'을 '디지털 숫자'로 즉시 변환하는 '디지털 눈'을 만들 수 있을까? 2009년 노벨 물리학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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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노벨물리학상] 펄머터, 슈밋, 리스 : 우주가 '가속 팽창'한다는 충격적인 발견

Previous image Next image 들어가며: "우주는 감속하고 있다", 20세기의 상식 1990년대 후반, 우주론은 하나의 거대한 '정답'을 향해 수렴하는 듯 보였습니다. 1929년 에드윈 허블은 우주가 '팽창'하고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그 이후 70년간, 물리학자들의 질문은 "우주가 팽창하는가?"가 아니라, "그 팽창이 '얼마나' 느려지고 있는가?"였습니다. 이것은 상식이었습니다. 우주를 지배하는 힘은 '중력'입니다. 우주 안의 모든 은하와 물질은 서로를 끌어당기고 있습니다. 빅뱅이라는 거대한 폭발로 밖으로 팽창하려는 힘과, 중력이라는 안으로 끌어당기는 힘이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팽창 속도는 '중력' 때문에 '느려져야' 했습니다. [감속 팽창] 당시 우주론의 가장 큰 질문은 "우주에 물질이 얼마나 많아서, 이 팽창이 '언젠가 멈추고' 다시 수축할 것인가 [빅 크런치], 아니면 '영원히' 팽창할 것인가"였습니다. 이 '감속도'를 측정하기 위해, 전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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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노벨물리학상] 프랑수아 앙글레르 & 피터 힉스 : '신의 입자', 질량의 기원을 밝히다

Previous image Next image 들어가며: '표준 모형'의 마지막 퍼즐 조각 1990년대 말, 물리학은 표준 모형 [Standard Model]이라는 위대한 이론의 성전[聖殿]을 거의 완성했습니다. 1969년 겔만의 '쿼크'와 1999년 엇호프트/펠트만의 '전약 이론' 증명까지, 물질을 구성하는 12개의 입자와 그들 사이의 3가지 힘[강한 핵력, 약한 핵력, 전자기력]이 완벽한 수학으로 기술되었습니다. 이 성전은 경이로웠지만, 가장 중요한 '주춧돌' 하나가 빠져 있었습니다. 이론에 따르면, '약한 힘'을 매개하는 W와 Z 보손 입자들은 '반드시' 질량이 0이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1983년 CERN에서 발견된 [1984년 노벨상 수상] 이 입자들은 양성자보다 80배 이상 '무거웠습니다'. 또한, '전자'는 왜 '약간의' 질량을 갖고, '쿼크'는 왜 '더 무거운' 질량을 갖는지, 그리고 '광자' [빛]는 왜 '질량이 0'인지, **"질량은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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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노벨물리학상] 사울레스, 홀데인, 코스털리츠 : '도넛'과 '베이글'로 물질의 새 시대를 열다

Previous image Next image 들어가며: "고체, 액체, 기체"… 그것이 전부일까? 20세기 물리학은 물질의 '상태' [Phase]를 이해하는 학문이었습니다. 우리는 얼음이 녹아 물이 되고, 물이 끓어 수증기가 되는 '상전이' [Phase Transition]를 압니다. 레프 란다우 [1962년 수상]는 이 모든 현상이 물질 내부의 대칭성 [Symmetry]이 '깨지는' 과정이라고 완벽하게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1970년대, 물리학자들은 2차원[2D]처럼 '얇은' 평면 세계에서 기묘한 현상과 마주쳤습니다. 그곳에서는 란다우의 '대칭성' 이론이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이론상 2차원 세계에서는 '초전도'나 '초유체' 같은 완벽한 질서가 존재할 수 '없어야' 했습니다. [머민-바그너 정리] 그런데도 실험에서는 그런 현상들이 '관측'되었습니다. 물리학은 1차원이나 2차원 같은 '특이한' 차원에서 물질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설명할 '새로운 언어'가 필요했습니다. 그 해답은 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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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노벨물리학상] 애슈킨, 무루, 스트릭런드 : 빛으로 물체를 잡고, 궁극의 펄스를 만들다

Previous image Next image 들어가며: 레이저, '도구'로 진화하다 20세기 후반, '레이저' [1964년 노벨상 원리]의 발명은 물리학의 풍경을 바꾸었습니다. 하지만 레이저가 발명되었을 때, 그것은 그저 '아주 깨끗한 빛'일 뿐, 그 자체로 강력한 '도구'는 아니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 새로운 빛을 어떻게 '활용'할지 탐구해야 했습니다. 1997년 노벨상의 주역들[추, 코앵타누지, 필립스]은 레이저로 원자를 '얼리는' 법을 알아냈습니다. 하지만 '얼리는' 것과 '붙잡는' 것은 달랐습니다. "빛으로 물체를 밀 수는 있지만[방사압], 어떻게 빛으로 물체를 붙잡을 [Trapping] 수 있을까?" 만약 '빛 손'으로 살아있는 세포나 박테리아를 집을 수 있다면, 생명 과학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것이었습니다. 동시에, 과학자들은 '가장 강력한' 레이저를 꿈꿨습니다. "아주 짧은 찰나[펨토초]에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응축시킨 궁극의 망치를 만들 수는 없을까?" 하지만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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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노벨물리학상] 펜로즈, 겐첼, 게즈 : 우주에서 가장 어두운 비밀, '블랙홀'을 증명하다

Previous image Next image 들어가며: 아인슈타인도 부정했던 '우주의 괴물' 20세기 초,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1921년 수상]의 '일반 상대성 이론'은 우주를 보는 우리의 관점을 송두리째 뒤집었습니다. 질량이 시공간을 휘게 한다는 이 위대한 이론은, 하나의 끔찍한 '괴물'을 수학 방정식 속에 숨겨두고 있었습니다. 만약 별이 극도로 무겁다면, 그 별은 자신의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무한히 붕괴하여, 빛조차 탈출할 수 없는 시공간의 '구멍'을 만들 것이라는 예측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 자신조차 이 '괴물'을 믿지 않았습니다. 그는 "자연은 그런 터무니없는 특이점[Singularity]이 생기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것이 단지 '수학적 허구'일 뿐이라고 일축했습니다. 수십 년간, 블랙홀 [Black Hole]은 물리학의 골칫덩어리이자 SF 소설의 단골 소재일 뿐, '실재'하는 천체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2020년 노벨 물리학상은, 이 100년 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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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노벨물리학상] 아스페, 클라우저, 차일링거 : '양자 얽힘', 아인슈타인의 유령을 증명하다

Previous image Next image 들어가며: 아인슈타인의 마지막 저주, '유령 같은 원격 작용' 1930년대, 닐스 보어 [1922년 수상]가 이끄는 '코펜하겐 해석'은 양자역학의 기묘한 세계를 '확률'과 '중첩'으로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1921년 수상]은 이 불확실한 세계를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는 그의 유명한 말은, 양자역학이 '불완전한' 이론이라는 강력한 믿음에서 나왔습니다. 1935년, 아인슈타인은 동료 포돌스키, 로젠과 함께 양자역학의 '가장 기묘한' 역설을 제시합니다. [EPR 역설] "만약 두 개의 입자[예: 전자]를 '얽힌' [Entangled] 상태로 만들고, 이들을 우주 양 끝[수 광년 거리]으로 보낸다고 상상해 보라." "양자역학에 따르면, 내가 이쪽 입자[A]의 스핀을 '관측'하는 순간 [예: '위'로 결정], 저쪽 입자[B]의 스핀은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즉시 '아래'로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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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 노벨생리의학상] 게르하르트 도마크 : 히틀러가 거부한, 최초의 항생제를 발견한 영웅

1939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인류가 세균과의 기나긴 전쟁에서 처음으로 '마법의 탄환'을 손에 쥐게 한 위대한 발견에 수여되었습니다. 그 주인공은 독일의 병리학자이자 세균학자인 게르하르트 도마크 [Gerhard Domagk]입니다. 그의 발견 이전, '감염'은 곧 '죽음'의 동의어였습니다. 폐렴, 패혈증, 산욕열... 인류는 이 보이지 않는 적들 앞에서 속수무책이었습니다. 도마크는 수천 번의 실패 끝에, 단순한 '붉은 염료'에서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할 기적의 약을 찾아냈습니다. 하지만 이 영광스러운 발견 뒤에는, 자신의 딸을 구해야 했던 아버지의 절박함, 그리고 나치 정권의 광기 어린 탄압이라는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오늘 '노벨상 수상자 시리즈'에서는 최초의 항생제 '프론토실'을 발견한 게르하르트 도마크의 극적인 삶을 조명합니다. 들어가는 글: '감염'이라는 사형 선고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상상하기 어렵지만, 193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세상은 세균 감염의 공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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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 노벨생리의학상] 코르네유 하이만스 : 호흡과 혈압을 지배하는 '감시자'를 밝히다

우리는 숨을 쉬는 행위를 의식하지 않습니다. 격렬하게 달릴 때면 저절로 호흡이 가빠지고, 잠이 들면 다시 고요하고 깊게 숨을 쉽니다. 이 모든 과정이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우리는 '어떻게' 우리 몸이 이 모든 것을 알고 조절하는지 묻지 않습니다. 20세기 초반까지, 과학자들 역시 이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을 알지 못했습니다. 막연히 뇌의 특정 부분, 즉 '호흡 중추'가 모든 것을 관장하리라 짐작할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거대한 오케스트라가 뇌라는 지휘자만 바라보고 연주하는 것이 아니었다면 어떨까요? 만약 우리 몸속 혈관 곳곳에 숨어, 혈액의 상태를 24시간 감시하고 뇌로 끊임없이 보고를 올리는 '작은 감시자'가 있다면 어떨까요? 1938년, 벨기에의 한 집요한 생리학자가 바로 그 '감시자'의 실체를 세상에 드러냈습니다. 그의 이름은 코르네유 하이만스 [Corneille Heymans]입니다. 그는 우리 목숨을 지탱하는 가장 근본적인 두 가지, 호흡과 혈압이 어떻게 자동으로 조절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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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7 노벨생리의학상] 얼베르트 센트죄르지 : 비타민 C와 생명 에너지의 연결고리를 발견하다

안녕하세요! '노벨상 수상자 시리즈'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오늘 이야기는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숙한 '비타민 C'에 대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 비타민 C를 발견한 공로로 노벨상을 받은 한 위대한 과학자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의 업적은 단순히 비타민 C를 발견한 것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그의 연구는 수백 년간 인류를 괴롭힌 '괴혈병'의 공포를 끝낸 열쇠였을 뿐만 아니라, 우리 몸이 섭취한 음식물을 어떻게 '생명 에너지'로 바꾸는지, 즉 '생명의 불꽃'이 타오르는 핵심 원리를 밝혀낸 위대한 여정이었습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헝가리의 위대한 생화학자, 얼베르트 센트죄르지 [Albert Szent-Györgyi]입니다. 오늘 우리는 그가 어떻게 저녁 식탁에 오른 '파프리카'에서 노벨상의 영감을 얻었는지, 그 극적인 발견의 순간으로 함께 떠나보겠습니다. 수백 년의 공포, '괴혈병'의 정체를 쫓다 '비타민'이라는 개념조차 희미했던 시절, 바다를 항해하는 뱃사람들에게는 상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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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 노벨생리의학상] 로절린 옐로, 로제 기유맹, 앤드루 섈리 : 뇌 속의 호르몬 전쟁과 '마법의 저울' 발명

Previous image Next image 뇌는 전기로만 말하지 않는다 오랫동안 과학자들은 우리 몸의 조절 시스템이 두 개의 독립된 왕국으로 나뉘어 있다고 믿었습니다. 하나는 '신경계(뇌)' 라는 왕국입니다. 이곳은 전선을 타고 흐르는 짜릿한 전기 신호로 순식간에 명령을 내립니다. 다른 하나는 '내분비계(호르몬)' 라는 왕국입니다. 이곳은 혈관을 타고 흐르는 화학 물질을 통해 천천히, 하지만 묵직하게 몸을 변화시킵니다. 두 왕국은 서로 불가침 영역처럼 보였습니다. 뇌는 생각하고, 호르몬은 몸을 조절한다고 여겼죠. 하지만 생물학자들에게는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었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뇌의 작용), 왜 생리가 멈추거나 갑상선에 문제가 생길까(호르몬의 작용)?" "뇌와 호르몬 사이에, 우리가 모르는 은밀한 직통 전화가 있는 것은 아닐까?" 오늘 소개할 1977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들은 이 두 왕국을 연결하는 '비밀 통로' 를 찾아낸 사람들입니다. 수백만 마리의 돼지와 양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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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 노벨생리의학상] 베르너 아버, 대니얼 네이선스, 해밀턴 스미스 : 신의 가위, '제한 효소'로 유전공학의 시대를 열다

Previous image Next image ️ DNA를 자르고 붙이는 '편집'의 시작 1970년대 이전까지, 생물학자들에게 DNA는 마치 '읽을 수는 있지만, 편집할 수는 없는 거대한 고문서' 와 같았습니다. 왓슨과 크릭이 DNA 구조를 밝혔고, 니런버그가 유전 암호를 해독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관찰의 영역이었습니다. 30억 글자가 넘는 인간의 DNA 중에서 우리가 원하는 특정 유전자—예를 들어 인슐린 유전자—만을 쏙 뽑아내거나, 고장 난 부위를 수리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DNA 사슬은 너무나 길고 가늘어서, 우리가 원하는 부위만 정확하게 자를 수 있는 도구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1970년대, 생물학계에 그야말로 마법 같은 도구가 등장합니다. 유전자의 특정 염기 서열을 인식해서 정확하게 싹둑 잘라버리는 '분자 가위', 즉 '제한 효소(Restriction Enzyme)' 가 발견된 것입니다. 이 발견은 인류가 단순히 생명을 관찰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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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 노벨생리의학상] 앨런 코맥 & 고드프리 하운스필드 : 몸을 자르지 않고 내부를 보는 마법, 'CT'의 탄생

Previous image Next image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말의 종말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의사들은 환자의 몸속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기 위해 위험한 도박을 해야 했습니다. 뢴트겐이 엑스선(X-ray)을 발견한 지 반세기가 지났지만, 엑스선 사진에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3차원의 입체적인 우리 몸을 납작한 2차원 평면에 투영한 '그림자' 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앞에 있는 뼈와 뒤에 있는 장기가 겹쳐 보였고, 부드러운 뇌 조직이나 종양은 뼈에 가려져 희미한 안개처럼 보일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의사들은 환자의 머릿속에 종양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두개골을 뚫고 공기를 주입하는 고통스러운 검사를 하거나, "일단 배를 열어봅시다(개복 수술)"라는 무시무시한 말을 해야만 했습니다. "환자의 몸에 칼을 대지 않고, 마치 햄을 얇게 썰어 보듯이 몸의 단면을 들여다볼 수는 없을까?" 이것은 수천 년 의학의 꿈이었습니다. 그리고 1970년대, 이 꿈은 의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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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 노벨생리의학상] 바루 베나세라프, 장 도세, 조지 스넬 : 세포의 신분증 'MHC'를 발견하다

Previous image Next image 내 몸의 세포에는 '바코드'가 찍혀 있다 우리는 주민등록증이나 여권을 통해 내가 누구인지 증명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우리 몸을 구성하는 60조 개의 세포 하나하나에도 이와 똑같은 '신분증' 이 붙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20세기 중반, 의사들은 장기 이식 수술을 시도하면서 거대한 벽에 부딪혔습니다. 혈액형(ABO)을 맞춰서 수혈하면 괜찮은데, 왜 신장이나 피부를 이식하면 혈액형이 맞아도 거부 반응이 일어나 썩어버리는 걸까요? 단순히 피가 다른 게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은 세포 표면에 붙어 있는 미세한 단백질 신호를 읽어서 "이것은 내 것(Self)" 인지, "이것은 남의 것(Non-self)" 인지를 귀신같이 구별해 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세포의 신분증, 즉 '주조직 적합성 복합체(MHC)' 의 존재는 하루아침에 밝혀진 것이 아닙니다. 미국의 숲속 연구소에서 수십 년간 쥐만 키운 '쥐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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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 노벨생리의학상] 로저 스페리, 데이비드 허블, 토르스텐 비셀 : 두 개의 뇌와 시각의 비밀, 뇌과학의 지도를 다시 그리다

Previous image Next image "우리의 머릿속에는 두 개의 인격이 살고 있는가?" 인간의 뇌는 우주에서 가장 복잡한 구조물이라고 불립니다. 1.4kg의 쭈글쭈글한 덩어리 안에서 어떻게 생각과 감정, 그리고 감각이 피어나는지는 오랫동안 철학의 영역이었습니다. 20세기 후반, 뇌과학은 두 가지 거대한 질문에 봉착해 있었습니다. 첫째, "좌뇌와 우뇌는 똑같은가, 아니면 다른가?" 겉보기에는 데칼코마니처럼 똑같이 생긴 두 반구가, 혹시 서로 다른 역할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요? 둘째, "우리는 눈으로 보는가, 뇌로 보는가?" 망막에 맺힌 상(Image)이 뇌로 들어가면, 뇌세포들은 도대체 어떻게 그 복잡한 선과 면, 움직임을 분석해서 "이것은 고양이다"라고 인식하는 걸까요? 오늘 소개할 1981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들은 이 두 가지 거대한 미스터리를 푼 뇌과학의 영웅들입니다. 뇌의 좌우 연결을 끊어버린 환자들을 통해 '좌뇌의 이성'과 '우뇌의 감성'을 밝혀낸 미국의 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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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 노벨생리의학상] 수네 베리기스트룀, 벵트 사무엘손, 존 베인 : 아스피린의 비밀을 풀고 '프로스타글란딘'의 시대를 열다

Previous image Next image "약은 먹는데, 왜 낫는지는 며느리도 모른다?"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약, 해열 진통제의 대명사, 바로 '아스피린(Aspirin)' 입니다. 기원전 히포크라테스 시절부터 버드나무 껍질을 씹으며 통증을 달랬고, 1899년 바이엘 사가 아스피린을 출시한 이래 전 세계인은 머리가 아플 때, 열이 날 때, 관절이 쑤실 때 습관처럼 이 하얀 알약을 삼켰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1970년대 초반까지 의사들은 아스피린이 '도대체 왜' 효과가 있는지 정확히 몰랐다는 것입니다. "그냥 먹으니까 열이 내리고 안 아프더라"라는 경험적 지식만 있었을 뿐, 이 작은 분자가 몸속에 들어가서 정확히 어떤 스위치를 끄는지는 70년 넘게 미스터리였습니다. 오늘 소개할 1982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들은 이 100년 묵은 의학계의 수수께끼를 푼 탐정들입니다. 스웨덴의 화학자 콤비 수네 베리기스트룀(Sune K. Bergström) 과 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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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 노벨생리의학상] 라그나 그라니트, 핼던 하트라인, 조지 월드 : 빛이 신경 신호로 바뀌는 '눈'의 마법을 풀다

Previous image Next image ️ 보는 것이란 무엇인가? 빛의 연금술 지금 여러분의 눈앞에 펼쳐진 세상을 보십시오. 스마트폰의 밝은 화면, 책상 위의 알록달록한 물건들, 창밖의 푸른 하늘. 우리는 눈을 뜨는 순간 너무나 당연하게 빛과 색, 그리고 형태를 인식합니다. 하지만 물리학과 생물학의 관점에서 '본다'는 행위는 기적에 가까운 복잡한 과정입니다. 태양에서 날아온 광자(Photon)라는 물리적 에너지가 우리 눈의 망막에 부딪히는 순간, 어떻게 1,000분의 1초 만에 의미를 가진 '전기 신호(Neural Signal)' 로 바뀌어 뇌로 전달되는 것일까요? 20세기 초반까지, 눈은 그저 '살아있는 카메라' 정도로 여겨졌습니다. 수정체는 렌즈고 망막은 필름이라는 식이었죠. 하지만 필름에 빛이 닿았을 때 일어나는 '화학 반응' 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정보가 신경을 타고 흐를 때 일어나는 '전기적 처리' 가 무엇인지는 아무도 몰랐습니다. 오늘 소개할 1967년 노벨 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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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 노벨생리의학상] 마셜 니런버그, 하 고빈드 코라나, 로버트 홀리 : 생명의 암호를 해독한 '로제타석'의 발견

Previous image Next image DNA는 읽을 수 있는데, 무슨 뜻인지는 모른다? 1953년 왓슨과 크릭이 DNA 이중나선 구조를 밝혀내면서 인류는 생물학의 신기원을 열었습니다. 우리는 생명의 설계도가 A(아데닌), T(티민), G(구아닌), C(시토신) 라는 네 가지 화학 문자로 기록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하지만 축배를 들기에는 너무 일렀습니다. 1950년대 말, 과학자들은 거대한 '난독증' 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래, DNA가 A, T, G, C로 되어 있다는 건 알겠어. 그런데 이 네 글자가 도대체 어떻게 근육이 되고, 피가 되고, 효소가 되는 거지?" 생명체를 구성하는 실질적인 일꾼은 '단백질(Protein)' 입니다. 단백질은 20가지 종류의 '아미노산(Amino Acid)' 이라는 벽돌이 수백 개, 수천 개 연결되어 만들어집니다. 즉, DNA에 적힌 4가지 문자(A, T, G, C) 의 배열이, 어떻게 20가지 아미노산 의 배열로 번역(Tr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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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 노벨생리의학상] 맥스 델브뤼크, 알프레드 허시, 살바도르 루리아 : 분자생물학의 탄생, 바이러스 사냥꾼들

Previous image Next image 생물학을 물리학처럼, '파지 그룹'의 혁명 1940년대, 생물학은 아직 '박물학'의 그림자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많은 연구가 관찰과 분류에 의존하고 있었고, 생명의 근본적인 원리는 안개 속에 싸여 있었습니다. 이때, 물리학계의 엄밀함과 수학적 논리를 무기로 생물학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이단아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코끼리나 침팬지 같은 복잡한 동물 대신, 눈에 보이지도 않는 가장 단순한 생명체(?)인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 에 주목했습니다. 박테리오파지, 줄여서 '파지(Phage)'. 이것은 세균(박테리아)을 잡아먹는 바이러스입니다. 구조가 너무나 단순해서 단백질 껍질과 그 안에 든 유전자(DNA)가 전부인 녀석들이죠. 이들은 생각했습니다. "수소 원자를 통해 양자역학을 이해했듯이, 가장 단순한 파지를 연구하면 생명의 비밀인 '유전자'의 본질을 풀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소개할 1969년 노벨 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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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 노벨생리의학상] 버나드 카츠, 울프 폰 오일러, 줄리어스 액셀로드 : 뇌의 화학적 언어, 신경전달물질의 시대를 열다

Previous image Next image 전기가 아니라 '화학'이었다! 뇌의 진짜 대화법 지난 시간에 우리는 신경 세포를 타고 흐르는 짜릿한 전기 신호(활동 전위)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아주 거대한 미스터리가 하나 남아 있었습니다. 신경 세포와 신경 세포 사이, 혹은 신경과 근육 사이에는 '시냅스(Synapse)' 라는 미세한 틈이 존재합니다. 이 틈은 너무 넓어서(비록 나노미터 단위지만), 전기 신호가 직접 건너뛸 수 없습니다. 전선이 끊어져 있는 셈이죠. 그렇다면 도대체 뇌의 명령은 어떻게 이 끊어진 계곡을 건너 다음 세포로 전달되는 걸까요? 20세기 중반까지 과학계는 "강력한 전기가 점프한다(Spark)" 파와 "화학 물질이 헤엄쳐 건너간다(Soup)" 파로 나뉘어 치열하게 싸웠습니다. 1963년 노벨상 수상자인 존 에클스조차 처음에는 '전기파'였을 정도로 논쟁은 뜨거웠습니다. 오늘 소개할 1970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들은 이 오랜 논쟁에 종지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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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 노벨생리의학상] 얼 서덜랜드 : 세포 속의 우편배달부, '제2 전령'을 찾다

호르몬은 세포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우리가 공포 영화를 보거나 롤러코스터를 탈 때, 심장이 쿵쿵 뛰고 식은땀이 흐르며 온몸의 근육이 긴장하는 것을 느낍니다. 이는 콩팥 위에 있는 부신에서 '아드레날린(Adrenaline)' 이라는 호르몬이 뿜어져 나와 혈관을 타고 전신으로 퍼지기 때문입니다. 20세기 중반까지 과학자들은 호르몬의 존재와 그 효과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인슐린은 혈당을 낮추고, 아드레날린은 혈당을 높인다는 식이었죠. 하지만 결정적인 '과정(Process)' 은 블랙박스 속에 있었습니다. "호르몬이 혈관을 타고 세포 앞까지 가는 건 알겠어. 그런데 세포막에 도착한 뒤에 도대체 무슨 짓을 하길래 세포가 즉각 반응하는 거지?" 당시 많은 과학자는 호르몬이 유령처럼 세포막을 통과해 세포 안으로 쑥 들어간 뒤, 직접 효소들을 지휘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세포 안에서 호르몬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호르몬은 문밖에 있는데, 집 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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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 노벨생리의학상] 제럴드 에델만 & 로드니 포터 : 우리 몸의 유도탄, '항체'의 Y자 비밀을 풀다

Previous image Next image ️ 수백만 가지의 열쇠를 가진 방어군 우리 몸은 매일 수천, 수만 가지의 외부 침입자와 전쟁을 벌입니다. 감기 바이러스, 식중독균, 꽃가루, 심지어 암세포까지. 이 적들의 모양과 특성은 제각각 다릅니다. 놀라운 것은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이 이 모든 적을 정확하게 구별하고, 각각에 딱 맞는 맞춤형 무기인 '항체(Antibody)' 를 만들어낸다는 점입니다. 홍역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홍역 항체를, 독감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독감 항체를 쏘아 보냅니다. 여기서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거대한 미스터리에 빠져 있었습니다. "도대체 항체는 어떻게 생겨 먹었길래, 세상의 모든 적을 다 알아보고 결합할 수 있는가?" "우리 몸은 어떻게 미리 보지도 못한 적에 대한 무기를 설계할 수 있는가?"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항체는 그저 혈액 속에 둥둥 떠다니는 거대하고 뭉툭한 단백질 덩어리(감마 글로불린)로만 여겨졌습니다. 그 구조가 너무 복잡하고 커서, 당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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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 노벨생리의학상] 카를 폰 프리슈, 콘라트 로렌츠, 니콜라스 틴버헌 : 동물 행동학의 탄생, 본능의 코드를 읽다

Previous image Next image 동물은 기계가 아니다, 그들의 언어를 듣다 20세기 중반까지 생물학자들은 동물을 주로 실험실 안에서 연구했습니다. 그들에게 동물은 파블로프의 개처럼 종을 치면 침을 흘리는 '반사 기계' 이거나, 해부학적 구조를 연구하기 위한 '표본' 에 불과했습니다. 심리학자들은 "동물의 행동은 모두 학습된 것이다"라고 주장했고, 생리학자들은 "신경 세포의 전기 신호일 뿐이다"라고 축소했습니다. 아무도 동물이 '왜(Why)' 그런 행동을 하는지, 자연 상태에서 그 행동이 '어떤 의미' 를 갖는지 묻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여기, 실험실을 박차고 나가 숲속과 호숫가, 벌판에서 동물들과 뒹굴며 그들의 삶을 관찰한 세 명의 괴짜 과학자들이 있었습니다. 꿀벌과 대화하며 춤의 언어를 알아낸 오스트리아의 카를 폰 프리슈(Karl von Frisch). 오리, 거위와 함께 헤엄치며 '엄마'가 되어버린 오스트리아의 콘라트 로렌츠(Konrad Lorenz). 그리고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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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 노벨생리의학상] 알베르 클로드, 조지 팔라드, 크리스티앙 드 뒤브 : 세포라는 미지의 소우주를 발견한 현대의 탐험가들

Previous image Next image "세포는 젤리 주머니가 아니다!" 1930년대까지만 해도 생물학자들에게 '세포(Cell)' 는 그저 미스터리한 블랙박스였습니다. 광학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세포는 둥근 핵 하나가 둥둥 떠다니는 흐릿한 액체(원형질) 주머니에 불과했습니다. 생화학자들은 세포를 갈아서 그 안에서 일어나는 화학 반응을 연구했지만, 정작 그 반응이 세포 '어디에서' 일어나는지는 몰랐습니다. 반대로 해부학자들은 세포의 모양만 봤지 그 '기능' 은 몰랐습니다. 구조와 기능이 완전히 따로 놀고 있었던 것이죠. "세포 안에는 분명히 눈에 보이지 않는 정교한 기계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본단 말인가?" 오늘 소개할 1974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들은 이 보이지 않는 벽을 깨부순 세 명의 개척자들입니다. 그들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도구였던 '전자 현미경' 과 '원심분리기' 를 생물학에 도입했습니다. 그리고 세포가 단순한 물주머니가 아니라, 발전소(미토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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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 노벨생리의학상] 데이비드 볼티모어, 레나토 듈베코, 하워드 테민 : 생물학의 헌법을 고친 '역전사 효소'의 혁명

Previous image Next image 물이 거꾸로 흐를 수 있는가? 1958년, DNA 구조의 발견자인 프랜시스 크릭은 생물학계의 헌법과도 같은 원칙을 선포했습니다. 이름하여 '센트럴 도그마(Central Dogma, 중심 원리)'. "유전 정보는 오직 [ DNA → RNA → 단백질 ]의 순서로만 흐른다." 이것은 마치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는 자연의 법칙처럼 여겨졌습니다. DNA(설계도)가 복사되어 RNA(작업지시서)가 되고, 그것이 단백질(제품)을 만든다는 이 일방통행 규칙은 절대 거스를 수 없는 진리였습니다. 정보가 단백질에서 DNA로 가거나, RNA에서 DNA로 거슬러 올라가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1960년대, 이 절대적인 믿음에 도전장을 내민 무모한 과학자들이 나타났습니다. "만약 정보가 거꾸로 흐른다면 어떨까? RNA가 DNA를 만들어낼 수도 있지 않을까?" 당시 학계는 이 주장을 비웃었습니다. "미친 소리! 그건 물이 거꾸로 솟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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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 노벨생리의학상] 바루크 블럼버그 & 칼턴 가이두섹 : 간염 백신의 기적과 식인 부족의 저주, 전염병의 새로운 패러다임

Previous image Next image 피 속에 숨은 두 가지 미스터리 현대 의학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을 꼽으라면, 아마도 1976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들의 이야기가 빠질 수 없을 것입니다. 이 해의 수상자는 두 명의 미국 의사였습니다. 그들은 서로 지구 반대편에서, 전혀 다른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했지만, 인류를 위협하는 '새로운 형태의 감염병' 을 찾아냈다는 공통점으로 스톡홀름에 나란히 섰습니다. 한 사람은 최첨단 실험실에서 수천 명의 혈액 샘플을 분석하다가 우연히 'B형 간염 바이러스' 를 발견하고, 인류 최초의 '암 예방 백신'을 만들어낸 바루크 블럼버그(Baruch S. Blumberg) 입니다. 다른 한 사람은 문명과 단절된 파푸아뉴기니의 밀림 속으로 들어가, 원시 부족을 멸망시키고 있던 '식인 풍습(Cannibalism)' 의 저주를 풀고, '슬로 바이러스(Slow Virus)' 라는 소름 끼치는 병원체를 찾아낸 칼턴 가이두섹(D. Carleton Gajd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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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 노벨생리의학상] 조지 비들, 에드워드 테이텀, 조슈아 레더버그 : 유전학의 황금열쇠, '1유전자 1효소'와 박테리아의 성생활

Previous image Next image 유전자는 도대체 '무엇'을 하는가? 20세기 초반, 멘델의 유전 법칙과 모건의 초파리 연구 덕분에 과학자들은 '유전자' (Gene)라는 것이 존재하며, 이것이 부모의 형질을 자식에게 물려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질문은 여전히 미해결 상태였습니다. "그래, 눈 색깔을 결정하는 유전자가 있다는 건 알겠어. 그런데 그 유전자가 도대체 물리적, 화학적으로 무슨 작용을 해서 눈을 파랗게 만드는 거지?" 당시 유전학은 수학적인 통계나 현미경 관찰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유전자가 실제로 몸속에서 어떤 화학 반응을 일으키는지, 그 '기능' (Function)에 대해서는 아무도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마치 자동차 핸들을 돌리면 차가 휜다는 건 알지만, 핸들과 바퀴 사이의 조향 장치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는 모르는 것과 같았습니다. 1958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이 블랙박스를 열어젖힌 세 명의 미국 과학자에게 돌아갔습니다. 두 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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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 노벨생리의학상] 세베로 오초아 & 아서 콘버그 : 시험관에서 생명의 설계도를 찍어내다

Previous image Next image 신의 영역을 침범했다는 오해와 진실 1950년대 후반, 왓슨과 크릭이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밝혀내면서 인류는 생명의 비밀에 한 발짝 다가섰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거대한 미스터리가 남아 있었습니다. "구조는 알겠다. 그런데 도대체 이 복잡한 DNA와 RNA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당시 과학자들은 유전 물질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생명체 안에서만 일어나는 아주 신성하고 복잡한 '생명 현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감히 인간이 실험실 비커 안에서 흉내 낼 수 있는 화학 반응이 아니라고 믿었던 것이죠. 하지만 1959년, 이 믿음을 산산조각 내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두 명의 생화학자가 세포 밖, 즉 차가운 유리 시험관 안에서 효소와 재료만으로 생명의 설계도인 RNA와 DNA를 합성해 낸 것입니다. 언론은 "인간이 시험관에서 생명을 창조했다!", "인조 생명체의 서막!"이라며 대서특필했고, 전 세계는 경악과 환호에 휩싸였습니다.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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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 노벨생리의학상] 프랭크 맥팔레인 버넷 & 피터 메더워 : '나'와 '남'을 구분하는 면역의 비밀을 풀고, 장기 이식의 문을 열다

Previous image Next image 현대 의학의 기적과 면역이라는 장벽 우리는 흔히 의학 드라마나 뉴스에서 장기 이식 수술을 받고 새 생명을 얻은 사람들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접하곤 합니다. 누군가의 신장, 간, 심장이 다른 사람의 몸속으로 들어가 다시 힘차게 뛰는 기적. 현대 의학에서 장기 이식은 더 이상 불가능한 영역이 아닌, 수많은 말기 질환 환자들을 구하는 표준적이고 필수적인 치료법 중 하나로 확고히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시계를 불과 70~80년 전, 20세기 중반으로만 돌려봐도 이러한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신의 영역'이자 '금기의 땅'이었습니다. 당시 의사들을 가장 절망하게 만들었던 것은 수술할 수 있는 칼솜씨가 부족해서도, 기증할 장기가 없어서도 아니었습니다. 바로 우리 몸이 가진 가장 강력하고도 정교한 방어 시스템, '면역(Immunity)' 때문이었습니다. 외부의 침입자로부터 우리를 철통같이 지키는 이 고마운 면역 시스템이, 역설적으로 다른 사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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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 노벨생리의학상] 게오르크 폰 베케시 : 소리의 파동을 해독한 귀 속의 고독한 탐험가

침묵 속에 갇힌 소리의 비밀, 우리는 어떻게 모차르트와 소음을 구분하는가? 지금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눈을 감은 채 주변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십시오. 창밖을 지나가는 자동차의 묵직한 엔진 소리, 타닥타닥 떨어지는 빗소리의 경쾌한 리듬, 옆 사람의 두런거리는 말소리, 혹은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가수의 애절한 고음까지. 우리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 수만 가지 소리들을 듣고, 구별하고, 느낍니다. 공기의 진동, 즉 '파동(Wave)' 에 불과한 이 물리적 에너지가 귓속으로 들어오는 순간, 어떻게 바흐의 선율이 되고,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되며, 위험을 알리는 경고음으로 바뀌는 것일까요? 특히 인간의 귀는 20Hz의 초저음부터 20,000Hz의 초고음까지, 그 미세한 주파수의 차이를 어떻게 피아노 건반 누르듯 정확하게 구별해내는 것일까요? 이 질문은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수천 년간 인류의 호기심을 자극해 온 난제였습니다. 갈릴레오부터 다빈치까지 수많은 천재들이 이 문제에 도전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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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 노벨생리의학상] 제임스 왓슨, 프랜시스 크릭, 모리스 윌킨스 : 생명의 설계도, DNA 이중나선의 비밀을 밝히다

Previous image Next image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900단어의 혁명 1953년 4월 25일, 영국의 권위 있는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 171호에는 불과 한 페이지 남짓한 분량의 아주 짧은 논문이 실렸습니다. 복잡한 수식이나 화려한 데이터 그래프도 없었습니다. 그저 손으로 그린 투박한 나선형 그림 하나와 약 900개의 단어가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이 논문의 말미에 적힌 건조하고도 오만한 한 문장은, 훗날 과학 역사상 가장 위대한 '언더스테이트먼트(절제된 표현)'로 기록됩니다. "우리가 제안한 특정한 쌍 형성(Specific Pairing)이 유전 물질의 복제 메커니즘을 즉각적으로 암시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결코 놓치지 않았다." 이 짧은 문장은 지난 수천 년간 인류가 품어왔던 거대한 생명의 수수께끼, 즉 "부모의 눈동자 색깔이, 성격이, 질병이 어떻게 자식에게 고스란히 전달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명쾌한 해답이었습니다. 생명의 설계도, DN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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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 노벨생리의학상] 앨런 호지킨, 앤드루 헉슬리, 존 에클스 : 뇌의 언어, '전기 신호'의 암호를 해독하다

Previous image Next image ️ 생각의 속도는 어떻게 측정되는가? 지금 당신이 이 글을 읽고 "아, 그렇구나"라고 생각하는 찰나의 순간. 당신의 눈은 글자를 스캔하고, 시신경은 정보를 뇌로 보내며, 뇌세포들은 번개처럼 신호를 주고받아 의미를 해석합니다. 이 모든 과정은 '전기(Electricity)' 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우리는 흔히 뇌를 컴퓨터에 비유합니다. 전선(신경)을 타고 전기 신호가 흐르며 정보를 처리한다는 점이 놀랍도록 닮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이 '생체 전기'의 정체는 미스터리 그 자체였습니다. "도대체 축축한 물(체액)로 가득 찬 우리 몸속에서 어떻게 전기가 흐르는가?" "구리 전선도 없는데, 발가락 끝의 감각이 어떻게 순식간에 뇌까지 전달되는가?" 이 질문은 갈라니가 개구리 뒷다리에 전기를 흘려보낸 이후 수백 년간 생물학자들을 괴롭혀온 난제였습니다. 오늘 소개할 1963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들은 바로 이 '신경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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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 노벨생리의학상] 콘라트 블로흐 & 페오도르 리넨 : 생명의 양날의 검, 콜레스테롤의 지도를 그리다

Previous image Next image 현대인의 공공의 적? 혹은 생명의 필수품? "콜레스테롤 수치가 너무 높으시네요. 식단 관리 좀 하셔야겠습니다." 병원에서 건강 검진 결과를 받아 들었을 때, 현대인들이 가장 흔하게, 그리고 가장 두렵게 듣는 경고 중 하나입니다. 우리는 흔히 '콜레스테롤(Cholesterol)' 이라고 하면 혈관을 꽉 막아버리는 끈적끈적한 기름 덩어리, 심장마비와 뇌졸중을 일으키는 침묵의 살인자, 가능하면 우리 몸에서 완전히 없애버려야 할 '절대 악' 처럼 생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생물학적 관점에서 콜레스테롤은 너무나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습니다. 사실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을 구성하는 60조 개 세포 하나하나의 '세포막' 을 튼튼하게 유지하는 핵심 건축 자재이자, 남성을 남성답게 만드는 테스토스테론과 여성을 여성답게 만드는 에스트로겐 같은 성호르몬의 원료이며, 우리가 먹은 지방을 소화시키는 담즙산의 재료이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뇌 신경 세포의 신호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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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 노벨생리의학상] 프랑수아 자코브, 앙드레 르보프, 자크 모노 : 유전자의 스위치를 켜고 끄는 '오페론'의 지휘자들

Previous image Next image 1962년 왓슨과 크릭이 DNA 이중나선 구조를 밝혀내면서 인류는 '생명의 설계도'를 손에 넣었습니다. 우리는 유전 정보가 A, T, G, C라는 네 가지 문자로 기록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하지만 여기서 더 거대하고 근본적인 질문이 생겨났습니다. 우리 몸의 모든 세포는 똑같은 DNA 설계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눈(Eye)에 있는 세포나 위장(Stomach)에 있는 세포나 그 안에 담긴 DNA 정보는 100% 동일합니다. 그런데 도대체 왜 눈 세포는 '수정체 단백질'만 만들고, 위장 세포는 '소화 효소'만 만들어낼까요? 만약 위장 세포가 실수로 눈을 만드는 단백질을 생산한다면 우리 몸은 엉망진창이 되지 않을까요? 설계도가 있다고 해서 건물이 저절로 지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는 "지금은 창문을 달 시간이야", "이제 지붕을 덮어" 라고 명령을 내려야 합니다. 즉, DNA라는 방대한 도서관에서 '필요한 책을, 필요한 순간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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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 노벨생리의학상] 페이턴 라우스 & 찰스 허긴스 : 암 정복을 향한 두 개의 열쇠, 바이러스와 호르몬

Previous image Next image ️ "암은 잘라내면 그만이다?" 그 오만을 부수다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의사들에게 '암(Cancer)' 은 미지의 공포이자 단순한 물리적 덩어리였습니다. 당시 암에 대한 유일한 대처법은 '수술' 뿐이었습니다. 칼로 도려낼 수 있으면 살고, 전이되어 도려낼 수 없으면 죽는 것이었죠. 의사들은 암이 왜 생기는지, 그 내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알지 못했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세포가 미쳐 날뛰는 병" 정도로 치부했습니다. 하지만 여기, 모두가 "암은 전염되지 않는다"고 믿을 때 "암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있다" 고 주장하다가 미치광이 취급을 받은 한 남자가 있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암세포는 통제가 불가능한 괴물이다"라고 믿을 때, "암세포도 신호에 복종한다" 며 약물로 암을 치료하는 길을 연 또 다른 남자가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1966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들은 현대 종양학(Oncology)의 문을 연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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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 노벨생리의학상] 파울 헤르만 뮐러 : 인류를 구원하고 논란을 부른 기적의 살충제, DDT

1948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스위스의 한 산업 화학자에게 수여되었습니다. 그는 학계의 교수가 아니라, 염료 회사의 연구실에서 묵묵히 일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파울 헤르만 뮐러 [Paul Hermann Müller]. 그가 발견한 것은 화려한 신약이나 복잡한 생명 현상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벌레 잡는 약', 바로 DDT라는 이름의 흰색 가루였습니다. 오늘날 우리에게 DDT는 '환경오염'과 '독극물'의 상징처럼 여겨지지만, 1948년 당시 이 물질은 인류를 질병과 기아에서 구원할 '기적의 탄환'으로 추앙받았습니다. 노벨위원회가 살충제 개발자에게 의학상을 수여한 전무후무한 사건. 오늘 '노벨상 수상자 시리즈'에서는 20세기 가장 극적인 영광과 가장 치명적인 오명을 동시에 지닌 물질, DDT와 그 발견자 파울 뮐러의 이야기를 깊이 파고 들어가 봅니다. 들어가는 글: 벌레가 지배하던 세상 DDT 이전의 세상을 상상해 보십시오. 20세기 초반까지도 인류의 가장 큰 적은 전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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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9 노벨생리의학상] 발터 헤스 & 에가스 모니스 : 뇌의 지도를 그린 자와 영혼을 잘라낸 자의 명암

Previous image Next image 인류 역사상 가장 신비롭고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는 소우주, 바로 뇌[Brain]입니다. 1949년, 스톡홀름의 노벨 위원회는 이 깊고 어두운 뇌의 비밀을 파헤친 두 명의 과학자에게 과학계 최고의 영예를 수여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수상은 훗날 과학사에서 극명하게 엇갈린 평가[Extreme Contrast]를 받게 됩니다. 한 명은 살아있는 생명체의 뇌 깊숙한 곳을 아주 정밀하게 탐험하여 현대 뇌신경과학의 기초를 닦은 정밀한 지도 제작자였고, 다른 한 명은 정신질환이라는 인간의 비극을 끝내기 위해 뇌의 일부를 물리적으로 끊어내는 과감하고도 위험한 수술을 고안한 의사였습니다. 오늘 우리는 뇌과학의 가장 빛나는 순간과 가장 어두운 그림자가 공존했던 1949년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보려 합니다. 현대 의학의 위대한 성취로 남은 연구와, 노벨상 역사상 가장 논쟁적인 수상[Most Controversial Award]으로 기록된 사건을 동시에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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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 노벨생리의학상] 에드워드 켄달, 타데우슈 라이히슈타인, 필립 헨치 : 관절염의 고통을 씻어낸 기적의 호르몬, '코르티손'의 발견

Previous image Next image 고통 속에 갇힌 인류, 희망의 빛을 찾다 우리가 흔히 병원에서 처방받는 약, 혹은 피부가 가려울 때 바르는 연고 중에 '스테로이드' (Steroid) 제제가 포함된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날에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조심스럽게 사용되지만, 염증을 가라앉히는 그 탁월한 효과만큼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시간을 거슬러 1940년대 말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당시 류머티즘 관절염 (Rheumatoid Arthritis)은 불치병에 가까웠습니다. 단순히 관절이 아픈 수준을 넘어, 극심한 통증으로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평생을 휠체어에 의지해야 하는 형벌과도 같은 병이었습니다. 의사들이 해줄 수 있는 것은 아스피린으로 약간의 통증을 줄여주거나, 뜨거운 찜질을 해주는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환자들은 뼈가 비틀리고 굳어가는 고통 속에서 절망적인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그런데 1948년 가을, 미국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에서 말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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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1 노벨생리의학상] 맥스 타일러 : '검은 토사물'의 공포, 황열병을 정복한 백신 17D

죽음의 그림자, '검은 토사물'의 공포 19세기와 20세기 초, 아프리카와 남미 대륙, 그리고 카리브해 연안은 '여행 금지 구역' 이나 다름없었습니다. 무서운 식인종이나 맹수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악마, '황열' (Yellow Fever) 때문이었습니다. 이 병에 걸리면 고열과 함께 온몸이 노랗게 변하는 황달이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끔찍한 증상은 위장관 출혈로 인해 검게 변한 피를 토해내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이를 "검은 토사물" (Black Vomit)이라 부르며 공포에 떨었습니다. 치사율은 20%에서 높게는 50%에 달했습니다. 나폴레옹은 아이티를 정복하러 보낸 군대의 80%를 이 병으로 잃고 아메리카 대륙에 대한 야망을 접어야 했습니다. 파나마 운하 건설 초기, 수천 명의 노동자가 이 병으로 목숨을 잃어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월터 리드(Walter Reed) 박사가 이 병이 '모기' (이집트숲모기)에 의해 전파된다는 사실을 밝혀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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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 노벨생리의학상] 셀먼 왁스먼 : 흙 속의 진주를 찾아서, 인류를 결핵에서 구원한 '스트렙토마이신'

'백색의 페스트', 죽음의 낭만과 공포 사이 20세기 초중반까지, 인류에게 가장 두려운 존재는 전쟁도 기아도 아닌, 바로 '결핵' (Tuberculosis)이었습니다. 창백하게 질린 얼굴, 홍조 띤 뺨, 그리고 손수건을 붉게 적시는 각혈. 쇼팽, 카프카, 키츠, 그리고 한국의 김유정과 이상까지. 수많은 천재 예술가가 이 병으로 요절하면서 한때는 '낭만적인 병' 혹은 '천재들의 병'으로 미화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참혹했습니다. 결핵균은 폐를 서서히 파먹어 들어가며 환자의 호흡을 조여왔습니다. 뼈와 관절, 뇌까지 침투하여 끔찍한 고통 속에 환자를 말려 죽이는 '백색의 페스트' 였습니다. 19세기 유럽 인구의 1/4이 이 병으로 사망했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였습니다. 1928년, 알렉산더 플레밍이 기적의 약 '페니실린' 을 발견하며 인류는 세균과의 전쟁에서 승기를 잡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페니실린은 만능이 아니었습니다. 페니실린은 포도상구균 같은 '그람 양성균'에는 강력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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