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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리아-마리아 칼라스의 마지막 일주일

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자신의 인생이 영화 필름처럼 눈앞에 지나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영화 마리아는 자기 삶이 마감될 것을 알았을 것 같은 디바 마리아의 마지막 일주일을 다루면서 화려했던 무대에서의 생활과 전쟁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겪던 어린 시절도 환각으로 함께 보여주며 단편적으로 그녀의 삶을 반추한다. 마리아 칼라스의 삶에 대해 단편적이나마 정보가 있었기에 따라갈 수 있었지만 전기 영화라고 보기에는 불친절한 편이다. 1977년 파리를 배경으로 철저히 고증하고 촬영된 마리아의 아파트와 소품들이 매우 아름다웠다. 앵글도 독특해서 화면 가득히 가구나 벽을 넣고 영화 내내 등장하는 안젤리나 졸리를 가두는 듯이 보였는데 스스로를 가두고 허물어져 갔던 마리아 칼라스의 심리를 보여주려고 의도된 듯했다. 제97회 아카데미상 촬영상 후보로 노미네이트된 것이 납득이 갔다. 안젤리나 졸리는 이 기묘하게 슬픈 영화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마리아 칼라스에 빙의하여 드러냈다. 가냘픈 그녀의 체구는 약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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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리아 속의 오페라 1

1. Otello: Act IV: “Ave Maria” — Giuseppe Verdi 영화 인트로 장면과 영화 전반 2. Norma: Act I: “Casta Diva” — Vincenzo Bellini 마리아가 부엌에서 가정부 부르나에게 들려주는 노래 3. Il Trovatore: Act II: “Vedi! Le Fosche Notturne Spoglie” — Giuseppe Verdi 파리 트로카데로 광장의 합창단 4. Gianni Schicchi: “O Mio Babbino Caro” — Giacomo Puccini 마리아가 극장에서 처음 부르는 노래 5. La Traviata: Act III: “Intermezzo” — Giuseppe Verdi 마리아가 길거리에서 오나시스를 보고 그를 런던 도체스터 호텔에서 만났던 기억을 떠올림 6. La Wally: Act I: “Ebben? Ne Andrò Lontana” — Alfredo Catalani 카페 웨이터가 마리아의 녹음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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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리아 속의 오페라 2

9. Madama Butterfly: Act II: “Coro a Bocca Chiusa” — Giacomo Puccini 마리아가 맨드랙스에게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 때의 상상 10. I Puritani: Act II: “Qui la Voce Sua Soave” — Vincenzo Bellini 마리아가 1949년 베니스에서 이 노래를 불러서 유명해지게 된 것 추억 11. Parsifal: Act I: “Prelude” — Richard Wagner 오나시스와 칼라스의 요트에서의 추억 12. La Traviata: Act I: “Sempre Libera” — Giuseppe Verdi 마리아가 큰 소리로 그녀의 녹음을 듣고 페루치오가 이웃들이 항의할 거라고 말하는 장면 13. La Traviata: Act III: “Addio del Passato” — Giuseppe Verdi 뉴욕에서 케네디와 만남 14. Anna Bolena: Act II: “Piangete V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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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길트버그-금호아트홀 아름다운 목요일

언제나 멋진 연주를 들려주었던 보리스 길트버그가 쇼팽과 라흐마니노프를 들고 리사이틀을 열었다. 올해 첫 금호 나들이였는데 자주 오는 편인 연주자고 익숙한 레퍼토리들이라 그런지 봄날이 좋아서인지 빈자리가 꽤나 많이 보였다. 1부는 쇼팽이었는데 사실 타건이 너무 강해서 연주에 그리 집중하지 못했다. 독자적인 해석을 많이 가미했는지 박자와 강약도 전체적으로 조화롭게 유려한 연주를 주로 듣던 내 귀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 거기다가 중간중간 비는 음까지 들리고 양손의 유니즌이 깨지니 불안감마저 엄습했다. 저력 있는 연주자라 라흐마니노프에서는 제 페이스가 돌아왔고 박력 넘치는 연주가 곡과 잘 어울렸다. 소나타보다는 6개의 프렐류드가 참 좋았는데 곡마다 분위기에 맞게 해석도 달리하고 길트버그의 연주 스타일과 잘 맞았다. 라흐마니노프로만 프로그래밍된 연주회를 한 번 들어보고 싶다. 이어진 앙코르도 라흐마니노프가 편곡한 크라이슬러의 사랑의 슬픔이었는데 역시나 독특하고 리듬감 있게 연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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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발레 시어터 1 〈상징적이고 획기적인 작품들〉

GS아트센터 개관작으로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의 작품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반갑다. 지금은 마곡으로 이전한 LG아트센터가 이곳에 둥지를 틀었을 때부터 중소 발레단이나 무용단의 작품들을 들여와 공연해 정말 고마운 곳이었는데 주인이 바뀌고 하는 첫 작품이 발레이고 그것도 아주 오랜만에 내한하는 대형 발레단이라 기대가 크다. 레퍼터리의 보고인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의 내한 프로그램은 그야말로 미국 스타일이며 본인들의 정체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프로그램들로 구성되었다. 1940년대 이 발레단의 초창기 작품부터 2024년 동시대의 작품까지 완전히 다른 스타일들로 구성되었는데 극장의 협소함을 원인으로 삼은 것은 넘어서 ABT의 자신감 있는 행보가 엿보인다. 금요일 공연의 첫 순서는 조지 발란신의 1947년 작품인 주제와 변주였다. 뉴욕시티발레단의 창립 안무가인 조지 발란신의 대표작이나 발레단의 요청으로 발란신이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를 위해 만든 작품이다. 이 작품을 통해 정체기였던 아메리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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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발레 시어터 2 〈다양성과 기교〉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 1 〈상징적이고 획기적인 작품들〉 GS아트센터 개관작으로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의 작품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반갑다. 지금은 마곡으... blog.naver.com 라 부티크는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에서 오랫동안 무용수로 활동했던 제마 본드가 20세기 초에 만들어진 레 뤼스의 라 부티크 판타지를 차용해 만든 작품이다. 장난감 인형들이 살아나는 이야기를 의식해서인지 줄거리는 없지만 시종일관 과장된 고전 발레의 동작을 가볍게 풀어냈다. 왁자지껄했을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서 다소 산만해 보이는 동선과 장난기 넘치는 구성이라 무대 전체를 보기도 힘들었고 무용수에게 집중하기도 어려웠다. 이것이 안무가의 의도였다면 대성공이다. 라 부티크의 의상은 수평과 수직으로 만든 직선과 사각형으로 이상향을 표현한 몬드리안 풍이었다. 몬드리안이 패션에 영감을 준 것은 이미 1965년 이브 생로랑부터였으니 그리 새로울 것도 없다. 흰색을 배경으로 노랑, 빨강, 검정, 파랑을 써서 깔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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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에네스 바이올린 리사이틀 '베토벤'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가 이렇게 가슴에 새겨질 줄은 몰랐다. 이번에 처음 공연장에서 만났는데 이런 소리를 가진 연주자였다니 현재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 맞다. 바이올린 소나타 1번은 사실 에네스의 명성을 익히 듣고 간 터라 바이올린만 주목하고 있었는데 처음 들어보는 연주자인 오리온 와이스의 피아노 소리에 저절로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들이 피아노의 비중이 큰 곡들이기는 하지만 이번 반주자는 청명한 소리가 따뜻한 푸르른 에네스의 바이올린 소리와 너무나 잘 어울리면서 짜임새 있게 잘 연주했다. 간혹 피아노 소리가 바이올린에 비해 크게 들리기는 했는데 악장이 넘어갈수록 합이 잘 맞으면서 서로의 음량을 조절해 갔다. 두 악기가 처음 만나 밀당을 하다가 안정적으로 서로의 음악을 뒷받침하는 여정을 보는 듯했다. 5번은 첫 음부 터 감탄이 나왔다. 최고의 음향 기기로 나 홀로 헤드폰을 끼고 음악의 세계로 빠져들어가는 기분이었다. 굉장히 깔끔한 음색인데 따뜻한 느낌까지 곁들여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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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야블론스키의 ‘Polish Night’

예술의 전당 피아노 스페셜 공연들을 시리즈로 예매하면서 생소한 작곡가와 익숙하지 않은 곡들, 이제는 전성기가 좀 지나지 않았을까 싶은 연주자 등등 여러 가지 생각이 들어서 고민했던 공연이다. 쇼팽에서 멈췄던 폴란드의 피아노 음악들을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예습 없이 가서 첫 만남을 즐기기로 했다. 객석이 꽉 차지는 않았지만, 유명한 피아니스트도 보이고 이런 공연에 가면 자주 보아 얼굴만 익숙한 분들도 계셨다. 입장을 기다리면 든 생각은 아쉽지 않겠다는 생각이었다. 시마노프스키의 세레나데는 확실히 달콤한 세레나데와는 거리가 멀었다. 힘 있는 타건으로 명징한 음을 들려주는 데 고전적인 구애가 아닌 재즈 바의 에로틱한 눈빛 교환으로 한눈에 반하는 연인들이 생각났다. 너무 빠른 순간에 곡이 끝나버려 이미 연인들은 자리를 뜨고 바라보던 관객만 공허해진 기분이었다. 이 기분은 어쩐지 공허한 소리가 나는 듯한 다음 곡까지 이어졌다. 만루 모음곡까지는 암보로 연주하더니 바체비치부터는 악보를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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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서부의 아가씨

서부의 아가씨는 푸치니의 오페라 중에서 배경도 독특하고 음악적으로도 이전과는 사뭇 다른 작품이다. 호기심에 보러 갔는데 왜 이 작품이 배경이 되는 미국을 제외하고는 그리 인기가 없는지 알게 되었다. 극 전체가 어수선하고 오페라를 보는 주된 이유 중의 하나인 마음에 와닿는 아리아도 없어서 줄거리에 치중하며 아름다웠던 무대 미술 감상에만 집중했다. 푸치니가 서부영화가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훨씬 이전에 캘리포니아를 배경으로 카리스마 넘치는 여주인공을 내세워 이 작품을 만들었다는 것은 대단하기는 하다. 그가 쓴 나비부인의 초초상이나 투란도트의 투란도트도 이국적이기는 했지만, 서부의 아가씨 미니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들이고 음악적으로도 좀 더 고전에 가깝다. 미니는 여러 면에서 이렇듯 파격적이기는 하지만 오페라 여주인공들의 말도 안 되는 캐릭터를 음악적 감성으로 포장해서 감동을 주는 장면이 적어서인지 그리 와닿지는 않았다. 1막은 18세의 미니가 운영하는 광부들의 은행이자 휴식처인 폴카라는 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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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라 휴이트 피아노 리사이틀

안젤라 휴이트가 반짝이는 드레스와 구두를 착장하고 머리 장식까지 맞춤으로 하고는 환하게 웃으며 등장했다. 피아니스트가 무대로 걸어 나올 때 이렇게 밝은 에너지를 주는 적이 별로 없어서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기억 속의 연주자보다 좀 더 몸집은 무근해졌고 키가 줄은 느낌인데 존재감은 더 커진 느낌이다. 처음 두 곡은 둘 다 c단조로 함께 자주 연주되는 곡들이었다. 모차르트는 장조의 작곡가라는 굳은 믿음 덕분인지 찬란하게 빛나는 밝은 장조 곡들이 좋은데 커리어로 명성이 자자했던 시기에 이런 음울하게 열정적인 곡들을 왜 작곡했는지 모르겠다. 조바꿈과 불협화음으로 모차르트의 문법은 덜 보이지만 작곡가로서 자신감의 표현이었을까? 투명하면서도 내공이 빛나는 안젤라 휴이트의 터치가 아름다웠지만 역시 곡 자체는 취향이 아니었다. 바흐의 여제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안젤라 휴이트의 반음계적 환상곡과 푸가는 오랜 시간 연습으로 단련된 장인의 느낌이 물씬 났다. 별다른 기교를 부리지도 않는데 음 하나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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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 얍 판 츠베덴의 브루크너 교향곡 7번

신동이라는 콘래드 타오라는 연주자가 음악계의 대표적인 신동인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3번을 연주했다. 발레 음악으로도 쓰여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중 가장 많이 들은 작품인데 모차르트 특유의 맑고 밝음이 적당히 살아 있으면서도 현대 신동의 해석이 재미나게 들어간 신선한 연주였다. 힘찬 발걸음으로 들어와 시향의 연주에 온몸을 맡기며 퍼포먼스 하듯이 연주를 하기 시작했는데 전반적으로 리드미컬했다. 1,3악장은 즐겁게 들었는데 2악장은 아련함보다는 속내를 감추고 애써 밝게 웃는 느낌이라 기대했던 아다지오는 아니었다. 콘래드 타오의 반주에 춤을 추면 굉장히 도발적인 느낌이 날 것 같기도 하고 발레보다는 현대 무용에 가깝게 가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잠깐 했다. 사실 메인이었던 모차르트보다 본인이 편곡했다던 오버 더 레인보가 더 좋았는데 작곡, 피아노, 바이올린까지 하는 천재인데 음악의 연대기 스펙트럼도 꽤나 넓다. 재즈 공연 몇 번 갔다가 도저히 적응이 안 되어 기회가 있어도 외면하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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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타인의 삶'

연극 타인의 삶은 2007년 개봉했던 동명의 영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아카데미상을 비롯 수많은 영화제에서 수상해 꽤 화제가 되었던 영화인데 그때도 못 봤고 올해 재개봉을 했을 때도 극장가에서 인기를 끌었는데도 보지 못했다. 간단히 시놉시스만 알고 작품을 보러 갔는데 그 서사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이야기는 동서독으로 갈라져 있던 베를린을 배경으로 한다. 동독의 국가 안보를 수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슈타지인 게르트 비즐러가 브루노 햄프라는 권력자의 연적 추출을 위해 극작가 게오르그 드라이만과 그의 연인이자 배우인 크리스타 마리아 질란트를 감시하면서 그들에 의해 변화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예술가의 삶과 철학, 고뇌 속의 인류애가 냉철하고 무표정한 기계 인간 같은 비밀경찰을 변화시키는 모습이 과장되지 않게 담겨 비즐러의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스토리가 저절로 마음에 들어왔다. 국가가 아닌 개인을 위한 도청을 시작으로 이미 균열이 가있었을지 모르는 비즐러가 드라이만을 감싸며 표정이 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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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이자벨 파우스트 & 일 자르디노 아르모니코

그의 음악을 들으며 늘 하는 생각이지만 모차르트가 남긴 음악들은 고단한 삶에 따스한 위로를 건넨다. 이런 감미로운 음악을 이자벨 파우스트라는 바이올리니스트가 들려주니 평화롭게 음악에만 집중하며 일요일 밤의 안식이 되었다. 공연 내내 악단은 안 보이고 이자벨 파우스트만 보고 그녀가 들려주는 다채로운 음색만을 들었다. 참 대단한 연주자다. 이자벨 파우스트가 트리오 공연으로 내한한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이렇게 협주곡으로 만나는 것은 처음이다. 2017년 발매했던 음반과 같은 악단, 지휘로 같은 곡을 연주한다니 정말 좋은 기회였다. 악단과 한 몸이었던 것처럼 서로 교감하며 연주하는 것이 눈에 보였고 서로를 배려하며 격려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이자벨이 선 위치도 솔리스트들이 서는 곳이 아니라 악단 속으로 깊이 들어가 있었다. 그래서인지 앙코르도 솔리스트 앙코르가 아니라 악단과 함께 모차르트 디베르디멘토와 하이든 교향곡을 했다. 짧게나마 그녀의 독주를 듣고 싶었는데 앙상블에 녹아든 그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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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세종 시즌 구독 플러스 웰컴 기프트

작년에 서울시 발레단 공연을 예매하면서 세종문화회관에 구독 서비스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생활 반경 안에 있는 공연장이기도 하고 오페라, 연극, 발레 공연을 꽤 가게 될 것 같아 구독 플러스를 구매했다. 웰컴 기프트가 순차적으로 배송될 예정이니 주소 확인하라는 안내가 왔고 좀 잊고 있었더니 주말 선물처럼 소포가 도착했다. 묵직하며 단단한 박스를 오픈해 보니 알록달록한 선물들이 가지런히 들어 있다. 구독 플러스 판매 오픈하는 날 급하게 구매하고 꼭 보고 싶은 공연들 선예매만 해둬서 사실 기프트가 뭐가 있었는지 잊고 있어서 하나씩 구경해 봤다. 세종 시즌 에디션 파우치와 세종 시즌 공연 안내 리플릿이 먼저 보였다. 하나는 자세한 공연 안내 책자가 다른 하나는 간단히 요약해 놔서 월별로 무슨 공연이 있는지 보기 좋았다. 파우치는 기프트 받은 것들을 넣어 두는 용도로 사용해야겠다. 롱 블랙 3개 구독권이라는데 이건 시험 삼아 한 번 해볼 것 같다. 매일 뭔가를 읽는 습관이 요즘 많이 퇴색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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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발레단의 오하드 나하린 <데카당스>

지난해 창단되어 모던발레단으로서 성장하고 있는 서울시 발레단의 올 시즌 첫 공연을 다녀왔다. 조금 더 관객에게 다가가려는 시도인지 유니버설발레단의 관객 참여로 호평을 받았던 마이너스 7의 안무가 오하드 나하린의 작품들을 발췌한 데카당스로 포문을 열었다. 오하드 나하린의 특색 있는 움직임과 바체바 발레단의 에너지를 기억하는 사람으로서 그의 베스트 작품들을 모아 놓은 데카당스에 대한 기대가 참 컸다. 오하드 나하린이 큐레이션 한 이 작품은 무용수들 저마다의 고유한 신체적 리듬과 배경을 존중하고 있었다. 공연 시작 20분 전에 홀로 등장한 남윤승은 케이팝으로 시작해 전공인 발레 레퍼터리를 성별을 넘나들며 선보이고 무대가 아닌 연습실에서의 모습까지 그대로 노출했다. 그의 땀방울이 공기 중으로 골고루 분사될 때쯤 동료들이 하나둘씩 등장해 본능적이면서도 이질적인 동작들을 선보였다. 나의 언어로는 표현하지 못하겠지만 장난스럽고 밝은 에너지 덕분에 이미 무용수들만의 공간이었던 곳이 객석으로 내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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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욱 & 유럽 체임버 오케스트라

롯데콘서트홀 전곡 연주를 갈 것이냐 콤팩트하게 엘지아트센터 패키지로 만족할 것이냐 고민했는데 연주를 듣기 전까지는 후자를 선택한 것이 괜찮았는데 오케스트라의 음색과 오래간만에 들은 김선욱의 베토벤이 좋아서 전자를 선택한 팬들이 옳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관록이 쌓여 웅장하며 박력 있는 특유의 타건을 오케스트라와 조화롭게 조절하는 여유도 좋았고, 무엇보다도 지휘도 겸한 영도 있겠지만 유럽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아름다운 음색에 최대한 맞추며 곡의 묘미를 살리면서도 본인 스스로 음악과 무대를 즐기는 느낌이 객석에 전해져 뭉클했다. 연주한 세 곡 모두 템포가 조금은 느린 편이었는데 섬세하게 그려내는 피아노의 음들이 섬세하며 정교했고 다이내믹한 음량 조절로 리듬감을 살려냈다. 진중하면서도 맑고 다채로우면서도 조화로운 연주였다. 지휘를 함께 하느라 쉽지 않았을 텐데 현란한 아르페지오와 트릴을 하면서도 오케스트라에게 시원시원하고 정확한 사인을 주며 화음을 맞추는 것이 능수능란하여 보고 들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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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 오페라 하우스 라이브 인 시네마 백조의 호수 @ 메가박스

메가박스 클래식 소사이어티에서 요즘 상여하는 작품이 뜸한데 작년에 못 본 로열발레단의 백조의 호수를 재상영하고 있다. 이 발레단의 이전 버전보다는 개정 버전이 더 취향이고 전준혁 발레리노의 베노가 궁금했는데 여러 가지 일정상 보지 못한 사람으로서는 반갑기 그지없었다. 관객이 얼마 되지 않으니 상영관도 횟수도 적어서 시간 맞추기가 정말 어렵다. 이번에도 나 포함 관객이 셋이었는데 재개봉이라 그랬을 거라고 생각한다. 리암 스칼릿이 개정한 로열 버전은 무엇보다 현실성을 기반으로 한 것이 눈에 띈다. 오데트가 로트바르트에 의해 백조로 변신하는 프롤로그로 시작해 4막 마지막에 생명 없는 몸으로 다시 등장해 기승전결이 확실한 스토리텔링에 주안점을 두었다. 시놉시스의 숙지 여부와 상관없이 저절로 무슨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는지 알 수 있고 발레의 언어인 마임 역시 같은 것이 반복되어 어떤 뜻을 나타내는 동작인지를 누구나 알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 버전의 특징적인 캐릭터가 왕자의 친구인 베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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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오페라단의 파우스트

얼마 만에 보는 파우스트인지 모르겠다. 다른 오페라들도 마찬가지지만 이 아름다운 구노의 선율은 좀 더 자주 듣고 싶다. 익숙한 곡들도 많고 리드미컬한 변화가 극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아주 멋진 작품인데 이날 이든 지휘자가 이끄는 프라임 필하모니의 섬세하고 다채로운 연주 덕분에 그동안의 그리움을 꽤나 해소할 수 있었다. 지휘자 이든은 단원들과 잘 소통하고 가수들과도 교감도 좋아서 음악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이 워낙 큰 공연장이라 여기서 하는 공연은 어딘가 비어 있다거나 출연들이 공간을 채우며 쓰느라 애를 쓴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번 연출은 대극장이 주는 웅장함을 잘 살리면서 극의 메시지도 확실하게 전달해 인상적이었다. 무대 중앙에 거대하게 자리한 글자 피라미드는 파우스트의 업적과 욕망을 상징하면서고 세련된 모습으로 위용을 뽐냈고 회전 무대를 사용해 적절하게 들고나며 뒷면까지 활용하며 다양한 변화를 보여줬다. 오페라에서 주인공들의 아리아보다 더 좋아하는 분이 합창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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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티에 카퓌송 & 장이브 티보데 콘서트

10월 첫날에 정말 가고 싶은 공연들이 시내 곳곳에서 열렸다. 유자 왕도 보고 싶고 에마르도 보고 싶었으나 연초에 일찌감치 패키지로 예매해 둔 고티에 카퓌송에게 의리를 지켰는데 보지 못한 공연들에 대한 아쉬움은 좀 남는다. 괜찮은 연주이기는 했지만, 기대만큼 마음에 남지 않아서이기도 하다. 화려한 장이브 티보데와 그보다는 좀 더 모던한 고티에 카퓌송은 서로에게 자신의 위치를 잘 지켰다. 주거니 받거니 멜로디를 적절히 핑퐁하고, 본인의 악기가 돋보여야 할 시기에는 숨죽였던 음색을 확실하게 표현하며 피아노와 첼로 고유의 모습을 드러냈다. 독특한 개성이 적절히 어우러진 제대로 된 협업이었다. 곡 구성은 슈만, 브람스, 드뷔시, 쇼스타코비치 순이었는데 개인적으로는 고티에 연주 스타일로는 슈만과 쇼스타코비치가 좋았다. 이날 프로그램 중 브람스 첼로 소나타 1번을 가장 좋아하는데 고음이 거의 없고 중후하게 내리깔리는 것을 기대했는데 좀 더 가벼운 초가을 바람의 냄새가 났다. 최근에 연주된 소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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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그뤼오 : 르 엘레강스

패션 일러스트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르네 그뤼오의 전시가 서울의 핫 플레스인 홍대에서 열리고 있다. 프랑스 오뜨 쿠튀르의 전성기를 함께 한 작가라서 프랑스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이탈리아 사람이다. 전문적인 미술 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타고난 천재라는 것을 한 번에 알 수 있었는데 굉장히 간결한 선으로 인물의 특징과 감정을 나타내고 단순한 색 하나로 화려함의 극치를 세련되게 선보이는 재능이 있었다. 1. intro 르네 그뤼오가 본격적인 활동을 한 시기에 붓, 펜, 콩테를 재료로 단순하고 우아하게 그린 일러스트들이 전시되어 있다. 별거 아닌 작은 터치와 선이 만들어낸 패션과 모델들의 동세가 아름다웠다. 선을 최소화했는데도 의상의 특징과 인물의 개성이 드러나는 것을 대가는 대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2. 로맨스와 엘레강스 사랑에 빠진 연인들을 일러스트로 품어 냈는데 등장하는 남녀들이 모두 패셔니스타이면서 우아하기 그지없다. 사랑의 한순간에서 만나는 실루엣과 들뜬 감정을 표현한 노랑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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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상드르 캉토로프 피아노 리사이틀

뉴스에서 보던 피아니스트가 내한해 리스트, 라흐마니노프 대 브람스와 슈베르트라는 상반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전국을 다니며 공연했는데 신세계 트리니티에서 하는 비공식 마지막 공연을 다녀왔다. 첫 곡인 브람스 랩소디는 사실 집중을 못 했다. 음이 명징하게 들리지 않아 처음 방문한 트리니티 홀탓 인가하며 들었는데 캉토로프의 연주를 조금 더 듣고 나니 페달링이 많고 곡의 분위기 전달에 치중하는 연주자라는 사실을 깨닫고 조금 이해가 되기는 했다. 리스트의 두 곡은 그가 왜 리스트의 환생인지를 확실하게 알려줬다. 눈보라를 치는 동안 피아노 음만으로 겨울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음악을 들은 것이 아니라 사운드 좋은 영화관에서 낭만적인 풍경이 넘실대는 빼어난 영상미의 작품을 본 듯했다. 커다랗고 마디가 긴 손으로 그려내는 피아노 위의 궤적들도 눈을 떼기 힘들었다. 오베르망의 골짜기도 특유의 서정성이 빛을 발해 헤매기 쉬운 이 곡에서 이정표를 잘 제시했다. 피아노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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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발레단 더블 빌 <한스 판 마넨 x 차진엽>

차진엽의 백조의 잠수 잔잔한 물가에 백조 한 마리가 등장했다. 한 쪽 팔은 발레 특유의 백조 자세였고 다른 팔은 뒷짐을 진 채 손가락을 펴서 흔들며 날갯짓을 표현했다. 연이어 등장하는 백조들도 같은 포즈를 취하며 뒤나 옆모습을 보여주며 문워크로 등장했는데 실제 백조의 모습을 볼 때 앞보다는 측면에서 보는 것이 특징을 잘 파악할 수 있고 뒤로 돌아간 팔의 움직임까지 파악되어 더 새 같았다. 서울시발레단은 발레 베이스와 현대 베이스 단원들이 모두 있고 안무가도 현대 베이스지만 발레와 현대 무용의 동작들을 적절하게 잘 혼용했다. 백조들이 등장했을 때 쁠리에 자세를 하고 몸을 웅크린 모습과 굴곡이 유려한 의상은 유명 보석 업체의 로고를 보는 듯했고, 팔을 꼬아 나타낸 날개는 어린 백조의 귀여움이 느껴졌다. 백조의 모습을 사람의 몸으로 나타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고 누구나 알아볼 수 있게 만들었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표현한 무용수들이 멋있었다. 특히 무대 중앙에 모여 파닥이는 군무가 인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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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예권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세 곡을 한 번에 들을 좋은 기회였다. 노부스 콰르텟 연주에서만 본 이승원 지휘자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을 거라 기대도 컸다. 두 천재가 지휘자와 협연자로 만나 라흐마니노프의 곡을 연주하다니 정말 근사한 일이다.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2번은 기대에 많이 못 미쳤다. 일단 오케스트라와 피아노가 협연이라는 단어가 무색하게 서로 제 갈 길을 갔고 이번 무대에 오른 피아노 파지올리는 옹골차고 힘찬 음색을 내며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특유의 시리고 쓸쓸한 느낌이 적었다. 이 곡은 너무나 잘 알려진 곡이기에 아주 잘하지 않으면 감동을 주기는커녕 평타도 어렵다. 이날 전 악장이 좋았던 곡은 지나가는 곡으로만 생각했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이었다. 수원시향의 현란한 음도 돋보였고 무엇보다도 선우예권의 템포 조절과 다양한 타건이 빛이 났다. 이 곡이 오케스트라와 합이 가장 좋았는지 앙코르에서 18번 변주를 다시 해줬다. 선우예권은 2017년 반 클라이번 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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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너 호넥의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과 슈트라우스 영웅의 생애

경기필하모닉과 함께한 라이너 호넥의 리사이틀을 다녀왔다.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과 슈트라우스의 영웅의 세계 두 곡을 연주했는데 기억에 남는 것은 빈필의 콘서트마스터를 30년 넘게 지켜온 라이너 호넥의 찬란한 바이올린 소리와 트릴 할 때 보았던 경이로운 손 움직임이다.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은 실연을 거의 들은 적이 없고, 음반도 전 악장을 듣지 않았던 것 같다. 이 곡이 이렇게나 아름답고 섬세하다는 것을 이번 공연을 통해 알았다. 라이너 호넥이 바이올린 소리는 여리면서도 치밀하고 섬세했는데 음표 사이를 넘나들 때 날개가 달린 자유롭고 부드러웠다. 기억하고 있는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중 템포가 가장 느렸고 협연자인 호넥은 본인의 기교를 뽐내며 오케스트라를 좌지우지하는 성격은 아닌 듯했다. 오케스트라와의 조화를 중시하면서 카덴차에서 본인의 해석과 실력을 드러냈다. 1악장의 카덴차는 처음 듣는 것이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베토벤이 피아노협주곡으로 편곡한 것을 다시 바이올린으로 편곡한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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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 얍 판 츠베덴의 베토벤 교향곡 5번

이탈리아 기상곡을 오랜만에 들었다. 교향악단 공연의 첫 곡은 애피타이저 같은 곡이라 그저 공연장의 분위기를 돋우는 정도로 여겼는데 이날은 이 곡이 메인같이 느껴져 들으면서 아주 신바람이 났다. 트럼펫의 활기찬 팡파르부터 시작해 2, 3부로 이어지는 타란텔라에서 리듬이 더욱 신명을 돋웠다. 트럼펫과 탬버린의 활약도 좋았고 템포가 빨라지는 부분에서는 츠베덴의 열정이 잘 드러났고 고양된 분위기가 클라이맥스까지 전달되었다. 나중에 공연이 끝나고 나서 생각해 보니 이렇게 달릴 거라는 예고편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주미 강의 새 악기 튜니스는 지난번 리사이틀에서 보니 전성기에 이른 듯한 그녀의 실력에 날개를 달아준 것 같다고 느꼈는데 이번 협연을 보니 확실했다. 일단 악기의 소리가 크고 강하게 연주하는 연주자의 스타일과 맞아서인지 묵직하면서도 강한 소리가 콘서트홀에 인상적으로 울려 퍼졌다. 협연자의 악기 소리가 선명하지 못한 경우가 많은 곳인데 이 정도라니 정말 대단했다. 특히 브루흐 바이올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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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의 라 바야데르

국립발레단의 라 바야데르 오프닝 공연을 봤다. 자잘한 실수도 없고 다들 기술적으로 동작들을 잘 수행하는 데 심심했다. 처음에는 너무 오래 발레라는 공연 장르를 봤나 싶기도 했는데 무대 위에서 이유를 찾았다. 비교적 정해진 춤을 추는 발레가 왜 예술인지를 오롯이 깨달은 날이었다. 라 바야데르의 묘미는 백색 발레로 꼽힐 만큼 3막 군무 장이 유명하지만 사실은 그 외에도 재미지는 부분이 많다. 1막에서 브라만의 느끼한 구애를 무희라고 거절하면서 전사 솔로르와 금지된 사랑을 하는 복잡한 니키아의 캐릭터 표현이 참 어려운데 동선만으로도 이것을 객석에 이해시키는 무용수가 있는 반면 스토리조차 전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조연재의 니키아는 그 중간쯤이었던 것 같다. 충분히 시선을 끄는 매력이 있는데 그 마음은 이해가 되는 듯 마는 듯했다. 감자티의 안수연은 국립발레단의 새로운 테크니션이듯 멋진 기교를 선보였다. 시간이 조금 더 흐르면 캣파이트에서도 불꽃이 튀길 거라 생각한다. 이 장면만큼은 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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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더 나잇 인 뉴욕 〈E'production Fall Gala〉 1부

참 오랜만에 ABT 무용수들을 만났다. 무대를 자신들의 매력으로 휘어잡는 활기찬 매력들이 세대가 바뀌었는데도 여전했다. 새로운 레퍼터리는 거의 없었지만 갈라의 역할 중 하나인 무용수 각자의 기량과 개성을 마음껏 뽐내는 것에 충실했던 공연이었다. 그랑파 클래식 첫 순서가 성조기 파드되로 알고 있었는데 박선미가 무대로 나와서 누군가 혹시 부상인지 걱정도 되고 반갑기도 하고 그랬다. 발레 축제에서 처음 보고 한눈에 반했던 박선미였는데 미국 무대에서 프로로 활약하면서 라인도 더 예뻐지고 정교한 춤에 맛깔스러움까지 얹으니 고전적인 그랑파 클래식이 모던처럼 보이기도 했다. 매력이 철철 넘치는 파드되였는데 파트너는 4번 자세부터 기본기의 부족함이 보여 박선미가 더 돋보이기는 했지만, 함께 시너지를 냈었으면 기억에 오래 남을 뻔했는데 덜커덕거리는 춤사위가 매우 아쉬웠다. 지젤 파드되 한성우 발레리노를 아주 어린 학생일 때 보고 ABT 무대는 일본에서 마농으로 만났고 그 후에는 처음 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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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더 나잇 인 뉴욕 〈E'production Fall Gala〉 2부

다이애나와 악테온 파드되 무용수들도 사람이니 크고 작은 실수를 한다. 특히 갈라 공연은 시즌 중의 전막이 아니니 몸 상태가 최상인 경우가 아닌 경우도 제법 있어 더 실수가 은데 크게 넘어지는 것을 보면 일단 부상부터 걱정이 된다. 해외 무용수 갈라에서 남자 무용수가 무대에서 다쳐서 한 가지 포즈만 취하며 여성 무용수를 바라만 본 경우도 봤고 훼떼를 돌아가 엉덩방아를 찧어서 같이 당황한 경우도 있었다. 이런 경우는 대처가 중요한데 엘리자베스 베이어도 부상이 염려될 정도로 넘어졌는데도 마지막까지 웃으며 모든 기량을 발휘하는 것을 보고 춤뿐만 아니라 그녀의 무대에 대한 진심이 느껴져 좋았다. 파트너의 대처는 춤만큼이나 본 중에 가장 아쉬웠고 당황스러웠다. 나이트 폴 제목만 보고 최근 안무 된 가상 현실 발레인가 했더니 브래디 파라 안무의 같은 발레단 스튜디오 컴퍼니의 작품이다. 마단조의 음울한 분위기와 함께 흘러나오는 남녀의 움직임이 세련된 작품이었다. 출연한 두 무용수의 분위기는 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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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엘 폼므라 '이야기와 전설'

조엘 폼므라가 하는 이야기는 인공지능과 로봇이라는 나에게는 조금 거창하고 어려운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앞으로의 세계는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지 않을까?'라며 담담하게 의견만을 내놓았다. 등장인물들처럼 당혹스럽기도 하고 거부 반응도 일어나고 의존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다가 결국에는 그가 만든 허구의 세계에 묘하게 설득당했다. 무대 위의 시간이 흘러가는 동안 특별한 것을 말하지 않는데도 조엘 폼므라가 던진 물음에 이렇게 저렇게 답할 궁리를 하고 앞으로의 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로봇과 함께 생활하게 된 청소년들의 이야기 11개가 묶여 있었는데 첫 번째 에피소드는 자신이 관심을 가게 된 소녀가 로봇이라는 것을 알고 당황하게 된 소년의 욕설이었다. 꽤 수위가 높은 욕설이라 차음엔 불편했는데 모든 이야기가 끝나고서는 내 주변 사람을 대신한 로봇에 대한 보편적인 첫 감정인 당혹스러움을 객석에 고스란히 전달하기 위한 의도였나 싶었다. 30대 배우들이 10대의 모습으로 나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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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국의 자연: 내면의 시선으로

2002년에 세상을 등져 21세기에 들어와서 조명되고 있는 유영국 작가의 유족 소장품이 21점이나 포함된 전시가 열리고 있다. 1950년대부터 80년대까지의 유화 34점 중 작가가 팔지 않고 보관해 왔던 작품들을 유족들이 세상에 공개하지 않고 이번 전시에 처음으로 내보낸 것이다. 그동안 봐왔던 작품들과는 달리 소품 같은 작품들이 제법 많았는데 큰 작품들 속에서도 존재감이 뚜렷했고 유영국 작가의 색채가 오밀조밀하게 들어가 있어서 눈길을 끌었다. 동선상 카페와 가까운 별관인 PKM+부터 관람했는데 이곳에는 1971년부터 1983년 작품들이 7점이 전시되어 있다. 엄격했던 추상을 지나 곡선을 도입해 자연을 그렸던 시기이라 아름답고 재미있는 작품들이라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었다. 작품마다 색감이나 개성은 달랐지만 유영국 특유의 존재감은 여전했다. PKM+ 전시 작품 유영국을 처음 알게 해준 산 그림들은 여전히 경쾌하면서도 역동적이다. 이런 다채로운 색감들이 존재하는 가운데도 색 하나만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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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도호: 스페큘레이션스

<서도호: 스페큘레이션스>는 완성된 작품들의 전시가 아니라 20년간 작가가 생각해 온 아이디어에 초점이 맞추어 있었다. 서도호가 생각해 낸 것을 스케치한 작품부터 기술적인 문제로 실현되지 못했다가 세월의 도움으로 실현이 가능해진 작품까지 다각적으로 전시되어 있었는데 이 천재의 독특함과 상상력이 놀랍기도 하고 자신의 생각을 구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는 점이 참 대단하게 느껴졌다. 아트선재센터의 전관을 이용해 서도호의 작품과 창작 과정들을 선보인다. 1층은 그가 오랫동안 다루었던 집에 관한 프로젝트다. 널리 알려진 천으로 만든 집은 없었지만 가장 작은 형태로 몸을 의탁할 수 있는 우주복이 전시되어 있다. 제목은 퍼펙트 홈인데 과연 이 옷이 첨단 기능을 갖추었을지라도 완벽한 집인지는 모르겠다. 같은 사람이 많았는지 1층에서는 완벽한 집에 대해 가설, 다이어그램, 드로잉, 모형, 영상 등등 다양한 방법으로 소개하고 있다. 작가가 살았던 서울과 뉴욕, 런던 연결해 완벽한 집을 만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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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게이 바바얀 피아노 리사이틀

이번 세르게이 바바얀의 피아노 리사이틀은 어떤 연주회일지 참 궁금했다. 호기심은 넘쳤고 나름대 학구열도 있었으나 현실적인 핑계와 방대한 작곡가와 곡 수의 한계에 부딪혀 음악회에 처음 가는 심정을 갔다. 프로그램에 들어 있는 곡 중 아는 것은 1/3도 채 되지 않았고 익숙하지 않은 작곡가가 더 많아서 고민은 되었지만, 길이가 짧은 곡들이라 이 중에 뭐 하나는 꽂히는 것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이번 리사이틀의 주제가 <SONGS>였는데 1부는 리스트와 볼로도스가 편곡한 슈베르트, 슈만, 라흐마니노프 곡들과 리스트, 폰세, 크라이슬러 곡들이었고 2부는 정말 대부분 모르는 작곡가들의 다양한 방식의 노래들로 채워져 있었는데 그중엔 바바얀 본인이 편곡한 것들도 있었다. 프로그램 북을 펼쳐 놓고 생소한 곡을 들으면 무엇인지 확인해 보고 그러다가 놓치면 아는 곡 덕분에 순서를 다시 잡아갔다. 어찌 보면 이 과정은 공부하는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편안함과 강렬함을 넘나드는 곡의 배치와 취향 다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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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 프라임 클래식 : 클라라 주미 강 바이올린 리사이틀

바이올린 리사이틀을 들으며 전율도 느끼고 눈물을 흘린 적이 있었나 싶다. 프로그램 선정이 참 좋았는데 클라라 주미 강에게 잘 어울렸고 기교와 함께 감정적인 연주가 들어가니 연주한 곡들이 하나하나 다 빛이 났다. 악마의 트릴이라는 별칭답게 전 악장에서 트릴이 쓰인 타르티니의 바이올린 소나타 G단조는 연주자의 왼손에 저절로 눈이 갔다. 강약의 변화도 심하고 트릴이 꽤 긴 시간 이어지는데 악마와 접신한 듯 기교를 뽐내 첫 곡을 듣자마자 다음 곡들이 기대가 갈 수밖에 없었다. 프로코피예프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은 음반을 듣기보다 공연장에 가야 하는 이유를 잘 설명해 주는 연주였다. 거칠고 무거운 연주로 시작하고 멜로디보다는 화성이 강조되어 이 곡이 좋은 줄 몰랐는데 일리야 라쉬코프스키의 빼어난 반주와 함께 들으니 낯선 형식이 정말 두 악기의 대화처럼 들렸다. 첫 악장과 마지막 악장에서 바이올린이 음계를 연주하는 부분은 악기가 아닌 사람의 목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2부의 곡들은 주미 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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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서울시향 크리스티안 테츨라프의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핀란드 출신의 한투 린누가 오랜만에 내한해 서울 시향과 핀란드 작곡가 카이야 사리아호의 겨울 하늘을 지휘했다. 표제 때문인지 북구에 위치한 동화 같은 나라의 겨울 하늘을 그린 음악은 어떨지 참 궁금했다. 날카로운 피콜로가 여명을 알리듯 첫소리를 내고 낮은 하프 악기의 음이 잔잔하게 구름처럼 깔린 가운데 바이올린, 클라리넷과 오보에, 트럼펫 솔로들이 이어졌다. 전반적으로 굉장히 고요한 곡이었는데 푸르스름한 기운이 깔린 새벽하늘에 독주 악기들이 아직은 빛이 살아있는 별과 유성, 곧 떠오를 태양을 소리화하는 느낌이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차가운 밤공기와 함께 깊은 어둠을 막 몰아내려는 첫새벽의 하늘 같았다. 2010년 내한에서 만난 후 기회가 닿을 때마다 국내외에서 만났던 크리스티안 테츨라프의 브람스를 오랜만에 들었다. 날카롭고 정교한 기교에 놀랐고 이전 시향과의 협연에서는 오케스트라가 테츨라프에 끌려가는 느낌이었는데 이번에는 좀 더 여유롭고 자유로워진 바이올린이 실컷 놀라고 멍석을 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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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서울시향 실내악 시리즈 V: 크리스티안 테츨라프

크리스티안 테츨라프가 서울시향 단원들과 함께 실내악 콘서트를 했다. 5년 전에도 같은 날 같은 자리에서 했는데 이번에는 날씨가 더웠고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에 이어 현악 육중주를 연주했다. 햇살은 아직 따갑지만 어울리는 선곡이었다. 서울시향과는 여러 번 호흡도 맞췄고, 테츨라프도 실내악 연주를 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전체적인 악기들의 조화가 좋았다. 게스트이자 주선율을 이끄는 바이올린에 대한 배려인지 시향 단원들이 크리스티안 테츨라프에게 최대한 맞추는 모습이 보였고, 브람스 바협에서 자기주장이 강했던 그도 연주도 평범하게 돌아와 있었다. 1부 곡인 모차르트의 현악 오중주는 시크하게 악보 따라가는 느낌이라 그냥 무난하게 흘러간다는 느낌밖에 없었다. 곡을 갖고 놀려 날카로울 때는 번득이는 기교도 보여주고 감정을 푹 넣은 보잉이 없으니 다소 심심했다. 실내악은 서로의 호흡을 더 중시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의 매력이 살짝 반감되기는 했다. 2부 브람스 육중주 2번은 그래도 곡 속에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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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소개] 이정은 피아노 독주회

피아니스트 이정은이 2023년 시작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시리즈의 세 번째 연주회가 열린다. 베토벤은 1795년과 1822년 사이에 32개의 피아노 소나타를 썼는데 단일 공연 주기에 전곡을 연주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고 전 곡을 연주한다는 자체가 피아니스트에게는 꽤 큰 도전이다. 이정은이 가장 존경하는 작곡가가 베토벤이고 독일에서 수학 당시 베토벤 음악을 깊이 탐구하였다고 한이 그녀가 들려줄 악성의 선율이 기대된다. 이번 독주회는 프로그램도 돋보인다. 베토벤의 초기작인 피아노 소나타 6번과 11번을 각 부 서두에 연주하고 표제가 붙여 널리 알려진 중기 소나타 17번 템페스트와 후기 소나타 26번 고별을 후반부에 배치했다. 작곡 시기도 다르고 명랑한 6번, 대소나타로 불리며 4악장까지 있는 11번, 잘 알려진 템페스트, 피아노 소나타 장르 중 베토벤이 유일하게 제목을 붙인 고별 소나타까지 다채로운 프로그램이다. 이정은 피아노 독주회 장르 클래식 장소 금호아트홀 연세 기간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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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서울시향 리처드 이가의 모차르트와 하이든

추석 연휴를 앞두고 리처드 이가, 김유빈, 서울 시향과 함께 18세기 여행을 다녀왔다. 모차르트와 하이든의 곡으로 구성된 친근하고 편안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되기도 했고 거기다가 관객 친화적인 지휘자 리처드 이가 지휘자가 입장하자마자 헬로를 위치며 흥을 돋웠다. 박수도 치고 소리고 지르고 BTS 콘서트에 온 것처럼 즐기라는데 절로 웃음이 났다. 이미 이때부터 무대 위와 관객석이 라포를 형성하여 분위기가 무척 밝았고 마음속에서도 기대감이 뭉실뭉실 고개를 내밀었다. 나는 롯데콘서트홀 객석이 앉은 피곤에 쩔은 현대인이 아니라 18세기 유럽 궁정 어딘가에 있는 귀족이라는 모드를 바로 장착했다. 모차르트 교향곡 39번은 정말 향 밸런스가 예술이었다. 장대한 1악장의 주제들과 반주들의 균형이 깔끔해서 풍성한 반주 속에 옹골차게 들리는 멜로디가 탄탄하게 들려왔다. 가장 유명한 3악장의 플루트에서 클라리넷 이중주로 훌륭했고 편안하면서도 리듬을 칼같이 맞춰 미뉴에트이지만 교향곡적인 역동성이 살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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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서울시향 실내악 시리즈 VI: 리처드 이가

유쾌한 지휘자 리처드 이가는 전날에 이어 이번에도 관객들에게 말을 걸었다. 소규모의 실내악이라 그런지 다섯 곡 모두 연주 전에 음악 칼럼니스트를 해설자로 대동해 곡에 대한 설명을 해줬다. 헨델과 함께 음악 커리어를 시작하고 평생 연구해 온 그의 설명은 재미지면서도 자신이 사랑하는 곡들을 청중들과 나누려는 마음이 가득해 연주회가 끝나고 어젯밤에는 헨델을 곡들만 찾아들었다. 헨델을 좋아하냐는 질문에 의례적으로 답했는데 당분간은 정말 헨델에게 빠져 있을 것 같다. 이번 연주될 헨델의 트리오 소나타 다섯 곡을 오페라라고 생각하고 들으라고 권했다. 그래서 사단조에서 시작해 사단조로 끝맺음했는지도 모르겠다. 트리오 소나타는 세 사람이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독립적인 3개의 성부를 가진 소나타라고 설명했는데 두 대의 바이올린이 각각의 캐릭터를 연주하고 같은 악보를 보는 첼로와 하프시코드가 한 캐릭터를 연주하는데 하프시코드는 지휘 겸 즉흥연주를 하기도 한다. 세 캐릭터가 등장하는 오페라라는 설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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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바르 뭉크 : 비욘드 더 스크림

<절규>로 유명한 에드바르 뭉크의 대규모 회고전이 열렸다. 전시 초반에는 사람이 너무 많을 것 같아 늦추고 더운 여름날엔 좀 시원해지면 가자고 뭉갰더니 끝날 무렵에야 가보게 되었다. 나 같은 사람이 많았는지 티켓 수령하는 줄도 길고,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로 전시장 안이 가득했다. 교과서에 실린 강렬한 화가 뭉크의 영향력은 크고도 크다. 전시 제목인 비욘드 더 스크림처럼 우리 머릿속에 박힌 하나의 그림 말고도 작가가 추구해 오고 변화해 온 과정을 담아내려고 애썼다. 원화보다는 판화 위주지만 뭉크의 인생을 관통한 주제와 동시대의 작가들에게 끼친 영향을 가늠하기 어렵지는 않았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감정들을 아름다우면서도 그만의 아이코닉 한 색채로 담겨 있어 공감하기도 쉬웠다. 이번 전시에서는 석판화 위 컬러 드로잉을 한 절규가 전시되었다. 뭉크가 직접 채색했다고 하는데 검푸른 피요르드나 불기둥 같은 노을은 없지만 절망적인 표정이 잘 드러나고 그 자신이 들었다는 자연을 관통하는 비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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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스 베자르 발레단 일본 투어 2024

오랜만에 모리스 베자르 발레단 공연을 보러 도쿄에 다녀왔다. 우리나라엔 꽤 오래 안 왔는데 역시 일본은 자주 가고 공연도 도쿄에서만 프로그램 A가 4회, 프로그램 B가 4회인 데다가 지방 공연까지 하면 10회나 된다. 요즘 국내 발레단도 표 구하기 어렵던데 공연 횟수도 늘리고 베자르 발레단 같은 해외 단체의 내한도 많아졌으면 좋겠다. 내가 본 B 프로그램은 짧은 발레 작품 4개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첫 번째는 베자르 안무가 아닌 질 로먼(Gil Roman)의 작품인 알로 온 단스(alors on danse)였다. 질 로먼은 베자르 사후인 2007년부터 모리스 베자르 발레단의 예술감독이었다가 올해 초에 물러난 댄서이자 안무가이다. 이 작품은 2022년에 안무된 최신작인데 춤을 춘다는 제목처럼 솔로부터 듀엣, 파드되, 파드 트루와, 파드 카트르, 파드 식스, 군무까지 댄서들의 수로 구성할 수 있는 다양한 조합의 춤이 연이어 나온다. 클래식 테크닉을 기본으로 했지만 움직임은 왁킹, 스트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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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티나 뮤지엄 컬렉션: 알렉스 카츠 @ 뮤지엄엘

인천 월미도 상상플랫폼의 복합문화공간에 뮤지엄엘이 개관하고 알렉스 카츠전을 개관 기념 전시로 한다고 해서 다녀왔다. 오픈 특가가 7월 31일 수요일까지고 거리가 멀어서 휴가 하루의 오전을 여기에 할애했다. 평일이고 오픈런을 했더니 상상플랫폼 안에도 사람이 거의 없고 층고 높은 전시장 안 인구 밀도도 매우 낮아 쾌적하고 여유롭게 관람했다. 아직 주변은 좀 어수선하지만, 건물 앞 주차도 바로 무료로 가능하고 전시장 크기가 그리 크지 않아서 부담 없이 관람할 수 있는 곳이다. 전시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이번 작품들은 대부분 작년 봄 비엔나의 알베르티나 미술관에서 알렉스 카츠의 95번쩨 생일을 기리기 위해 기획했던 전시 그대로이다. 작년에 알베르티나에 가기 전에 이 전시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일정이 바로 그 다이라 보지 못했고 홈페이지에서 보도 자료를 내려받서 봤는데 중요 전시품들이 이번에 온 작품들과 같고 검은 모자 2를 포스터로 내세운 것마저 똑같다. 비엔나의 야경 명소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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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로젠퀴스트 : 유니버스

국내에서는 좀처럼 만나보기 어려웠던 제임스 로젠퀴스트의 대규모 회고전이 서울 한복판에서 열리고 있다. 흥국생명 빌딩의 세화 미술관은 건물 안에 재미난 작품들이 많고 생활 반경에서 그리 멀지 않아 가끔 들어가 보는 감사한 미술관이다. 제임스 로젠퀴스트전 준비 중이라고 하여 참 설렜는데 전시된 작품 하나하나가 모두 그의 명성을 이해하게 만드는 것들이라 예상보다 훨씬 좋았다. 제임스 로젠퀴스트는 1933년 미국 노스다코타에서 태어났다. 비행기 정비사였던 아버지와 아마추어 비행사였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8살 때부터 비행기 모형항공기를 만들면서 놀았다는데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에는 우주를 연상케 하는 것이 많다. 2전시실 한쪽 벽면을 가득 메운 시간-먼지 블랙홀은 규모 면에서도 압도적이고 컬러리스트 같은 그의 작품들 속에서 드문 흑백 작품이라 가장 눈길이 갔다. 그의 어린 시절 경험을 토대로 우주로 향하는 인류의 욕심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것 같기도 했다. 작품 중심의 블랙홀을 주변으로 미국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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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젠 쿠퍼 피아노 리사이틀

무대 위에 혜성처럼 나타나서 날카로운 기교에 놀라게 되는 젊은 연주자도 무척 감동적이만 무르익은 관록의 피아니스트가 주는 여운도 그에 못지않게 특별하다. 호방한 음색을 자랑하던 70대의 이모젠 쿠퍼에게 까다로운 테크닉이나 결렬함은 이제 많이 줄었지만, 서정성을 나타내는 악장이나 다채로운 변주에서는 오랫동안 피아노를 쳐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관록과 여유가 넘쳤다. 공연장을 나와 귀가하면서 귓가를 맴돌게 만드는 여운을 준 것만으로도 감사한 연주였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0번은 최근에 젊은 남자 연주자의 연주를 주로 들어서인지 1악장부터 쿠퍼의 연주가 다소 느리게 느껴졌다. 좀 더 탱글탱글하고 밝게 빛나는 음색이 취향인 것 같은데 젊은 날의 이모젠 쿠파와는 상당히 달라서 이젠 이분도 나이가 들었나 보다며 마음을 내려놨다. 고음부에서의 소리는 좀 날카롭고 저음은 뭉툭해서 30번은 연주에 다소 집중을 못 했다. 3악장에 들어가서 느린 변주들이 나오니 이제 좀 손이 풀렸나 싶었고 박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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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뷔페 : 천재의 빛: 광대의 그림자

20세기의 화가 베르나르 뷔페의 회고전에 다녀왔다. 1928년에 태어나 살아서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았고 무의 시절이 없었으며 20세기의 마지막인 1999년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으니 말 그대로 지난 세기를 대표하는 화가다. 한 작가를 조명하는 전시라 그의 일대기에 맞게 시대순으로 전시장이 배열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주제별 섹션이었다. 그래도 그림만 보면 어느 시기에 그의 화풍이 변했는지 확연히 표가 났고 베르나르 뷔페라는 사람의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하게 했던 것들이 더 부각되어 전시장 곳곳에 쓰인 그의 말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전시장에 입장하면 전쟁 직후 어려웠던 시기에 그린 정물화와 인물화가 전시되어 있다. 2차 세계대전 직후라 물감을 구하기도 어려웠던 시기라 캔버스가 그대로 보이게 물감을 얇게 칠했고 그의 불안한 정신을 나타내듯 스크래치가 많았다. 평생을 살아내기 위해 그림을 그린 작가지만 이때는 더 간절했을 것 같다. 가오리와 물병(Raie Et Broc,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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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미술 800년展

서양 미술의 대표작들은 아니지만 시대와 그림의 변화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14세기 고딕부터 21세기까지 시대별로 차례차례 전시해 놓고 작품 수도 70여 점쯤으로 많지 않아 미술사의 흐름을 정리하기 좋았다. 다른 전시들과 달리 로빌란트 보에나라는 사설 갤러리에서 가져온 작품들이라 전시장의 그림들을 구매할 수도 있단다. 구매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았다. 중세 시대의 신학자들은 교회의 아름다움이 신자들에게 믿음과 명상의 정신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믿었고 교회는 단지 모여서 예배를 보는 곳이 아니라 구원의 길을 설교하고 있는 수많은 화려한 장식물들로 치장된 성서였다. 14세기의 작품으로 걸린 것들은 교회를 치장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 회화 작품처럼 네모가 아니라 건축물의 외양을 본뜬 모양이다. 구처럼 입체적인 것도 있고 다양한 모양이지만 그들이 가진 자금력을 총동원해 금박을 입힌 화려한 그림들이다. 성모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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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간송미술관 개관 전시 프리뷰(8.31) 초청 이벤트

올해 9월 2일 개관식을 하고 다음 날인 3일부터 하는 간송미술관 개관전을 기다리고 있다. 개관 기념으로 여는 국보 보물전에 신윤복의 미인도, 훈민정음, 청자상감운학문매병 등이 나온다고 해서 기대가 크다. 정식 개관을 앞두고 열리는 8월 31일 열리는 프리뷰 초청 인스타그램 이벤트가 있어서 참여해 보려고 한다. 당분간 외출하면 지하철이나 택시를 타고 보물찾기를 하는 마음으로 대구 간송을 찾아봐야겠다. 이벤트 기간 2024. 08. 07. ~ 2024. 08. 14. 참여방법 1. 대구간송미술관 개관 홍보물을 찾은 후 인증샷을 찍는다. 2. 인스타그램 스토리 또는 게시글에 인증샷을 올린 후, 대구간송미술관 계정(@kansongart.daegu)을 태그한다. (대구간송미술관 인스타그램 팔로우 필수‼️) 3. 해당 이벤트 게시글에 프리뷰에 같이 가고 싶은 지인을 태그하고 댓글을 남긴다. ex) @친구 계정 프리뷰 같이 가자! 이벤트 참여 완료 당첨자 추첨 - 추첨 일시: 24.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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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경자 탄생 100주년 기념 《격변의 시대, 여성 삶 예술》

천경자가 탄생한 지 100주년이 되었다. 1998년 천경자가 서울시립미술관에 자신이 소장해 오던 작품 93점을 기증해 서울시립미술관에 가면 항상 그녀의 작품을 볼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작가와 동시대를 살았던 동료이자 제자들까지 여성 작가 23인들의 작품을 함께 전시했다. 남성 작가들도 쉽지 않았던 시대에 여성 작가로 활동한 우리 미술계의 선구자들을 참으로 꼼꼼하게 연도별로 잘 정리해 놓아 놀라웠고 작가 개인의 작품 변화와 함께 다양한 지금보다 이전 시대의 우리 미술의 양상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번 전시는 격변의 시대, 일제강점기의 미술교육과 조선미술전람회, 광복 이후의 미술교육과 대한민국미술전람회, 동양화 단체, 여성 삶 예술, 이렇게 5개의 섹터로 구분되어 있는데 섹터별로 읽을거리와 생각할 거리가 꼼꼼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3층 전시실에 들어서면 천경자를 천경자이게 만든 1951년 작 <생태>가 가장 먼저 걸려 있다. 한국전쟁 시기에 남편 이형식은 소식이 끊겼고 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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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디의 마지막 비극 &lt;오텔로&gt;

70대의 베르디가 젊은 보이토를 만나 자신의 작곡 스타일을 바꾸어버린 오텔로, 명성만 들어봤던 스핀토 테너 이용훈, 볼 때마다 만족하게 되는 로열 오페라하우스의 오페라 프로덕션, 2022년 이 버전의 리바이벌 프로덕션에서 데스데모나를 밭아 호평을 받았던 아르메니의 소프라노 흐라추히 바센츠 등등 이 작품을 봐야만 할 이유가 너무도 많았다. 보이토가 셰익스피어의 5막 희곡 중 1막을 생략해서 오케스트레이션도 무대도 웅장한 1막이 어떨지 정말 기대가 되었다. 키프로스 섬의 주민들이 기다리는 가운데 오텔로의 배가 도착하고 오스만과의 전투에서 승리했음을 알리는 장면부터 그야말로 짜릿했다. 무대를 가득 채운 합창단의 노래와 세련된 장치로 연출된 항구의 모습, 빵빵 터지는 금관의 울림까지 온갖 역경을 딛고 일어선 오텔로의 기쁨에 부합하는 듯했다. 로열오페라의 프로덕션은 간결한 무대 미장센과 동선의 배치가 좋았다. 아르누보식의 철판이 회전하면서 오텔로와 데스데모나의 실도 표현하고 저택의 정원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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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발레단 창단 공연 &lt;한여름 밤의 꿈&gt;

서울시발레단이 컨템퍼러리 발레단이라는 정체성을 명확히 하며 공공 발레단으로 출범했다. 다양한 홍보 과정을 통해 접한 소식들이 꽤나흥미로웠고 발레단을 구성하는 과정과 운영 방향에도 호감이 갔다. 와이즈발레단을 통해 본 안무가 주재만의 상상력과 움직임에 대한 고찰도 기대가 컸다. 이번 공연은 셰익스피어 원작 <한여름 밤의 꿈>을 모티브로 하고 있지만 줄거리를 따라가지도 않고 우리가 알고 있는 희곡도 아니다. 막이 올라가자마자 무대를 가득 채운 남녀의 1번 발이 설로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닿는 장면에서 남녀의 인연은 새끼발가락의 보이지 않는 실로 연결된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이 영상 밑으로 의자에 등장한 남 무용수들이 춤을 추다가 사라지는 장면에서 퍽의 캐릭터를 살려 각각의 무용수에게 유약을 바르듯 다가간다. 물론 장난기는 모두 걷어낸 채 사랑에 대해 진지하게 사색하고 선택했으며 거기에서 오는 모든 감정을 받아들이라고 즐기라는 조언자의 느낌이다. 2막 모두 50분씩인데 쉴 새 없이 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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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 오페라] 안드레아 세니에 @ 메가박스

파리 올림픽 개막식을 보며 즉흥적으로 예매했다. 머리가 잘린 앙투아네트도 나오고 프랑스 국기의 색깔이 넘실대는 개막식 자체가 혁명적이라 미뤄두었던 안드레아 세니를 머릿속에서 불러왔다. 안드레아 세니에는 프랑스 혁명 전후를 배경으로 하여 실존했던 인물인 안드레아 세니에를 모티브로 한 베리스모 오페라인 데다가 오케스트레이션이 정말 풍부해서 좋아하는데 지난봄 대구오페라하우스 실황은 거리 상으로 가보질 못하고 메가박스 영상으로 대신했다. 안토니오 파파노가 런던 심포니의 상임지휘자로 가면서 로열 오페라하우스 음악감독으로서는 마지막으로 지휘를 맡았다. 그래서인지 그에 대한 페어웰 인터뷰가 많았다. 20년이 넘게 오페라하우스에서 자리를 지킨 사람에 대한 예우였지만 작품에 대한 내용보다 음악 감독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은 것 같아 아리송하기는 했다. 안드레아 세니에를 맡은 요나스 카우프만과 마달레나 역의 손드라 라드바노프스키의 케미스트리가 돋보였던 공연이었다. 69년 동갑내기로 실존했던 안드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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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오페라 발레 에투알 갈라 2024(프로그램 B)

파리 오페라 발레 갈라 프로그램 A는 신선한 축제의 서막이었다면 파리 오페라 발레 갈라 프로그램 B는 축제 그 자체였다. 균형이 잘 잡혀 있었을 뿐만 아니라 객석의 분위기마저 고려한 매우 영리한 프로그래밍이었다. Pas de deux from Don Quixote ‘돈키호테’ 파드되 대부분의 갈라에서 통상적으로 마지막 하이라이트로 등장하는 돈키호테 3막 결혼식 파드되가 첫 순서라니 작정하고 축제의 분위기를 띄우려는 의도 같았다. 누레예프 버전이 밸런스가 많고 템포도 다른 돈키호테들에 비해 느리지만 흥을 돋우기 위해서는 최적의 작품이었다. 이렇게 같이 즐깁시다 하며 대놓고 권유하는 갈라라니 시작부터 흥미롭고 재밌으며 이어질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가득 찰 수밖에 없었다. 그걸 알고 이렇게 순서를 배치했다니 프로그램 구성에 대한 자신감이 대단하다. 이 버전 키트리로 에투알로 지명된 발랑틴 콜라상트는 여유가 넘쳤다. 이미 몸에 각인된 춤이 나오듯 자연스러웠는데 아직 에투알에 적응이 덜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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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야

빵야는 1945년 인천 조병창 제3공장에서 제조된 장총이다. 일제의 총동원령으로 인한 금속 공출로 집집 있었던 금속을 강제로 뺏어다 몸통인 백두산 졸참나무에 붙여 만들어 그 당시 조선인의 자연들을 몸에 간직한 물건이다. 누군가의 집에 대문이었고 솥뚜껑이었고 교회의 성물이었을 지도 모르는 쇠붙이들이 우리 민족의 영산이라 칭하는 백두산 출신 나무와 함께 근현대사를 살아내게 되는 설정이 재미있다. 방아쇠가 고장 나자, 호른의 밸브를 붙이고는 악기가 되고싶 소원을 갖게 되는데 그것은 아마도 자신의 몸체 구석구석에 담긴 사연들을 따뜻하게 위로하고 싶었나 보다. 빵야의 첫 주인은 일본 관동군 장교 기무라이다. 조선 하층민 출신이기에 그 약점을 걷어내고 군림하고 싶었던 비겁한 겁쟁이다. 기무라는 빵야의 생애 처음과 끝을 같이 하는 인물인데 질긴 생명력과 함께 한 우리 역사의 과거가 떠올라 쓴웃음을 지었다. 살아남는 것이 옳음이었던 시대의 인물이었지만 역사를 들추어보는 후대에는 부끄러움의 표본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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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오페라 발레 에투알 갈라 2024(프로그램 A)

올해 가장 기대했던 발레 공연에 다녀왔다. 가장 좋아하는 발레단이고 팬이었던 무용수도 가득하고 일본에 공연하러 오면 보러 간 횟수도 가장 많고 2022년 롯데콘서트홀 에투알 갈라 공연과 작년 발레단 내한 지젤도 만족스러웠다. 여러 가지 이유를 차치하고도 이번 프로그램은 에투알 박세은의 공들임이 확연하게 느껴져 정말 반갑고 고마웠다. Delibe Suite Pas de deux ‘들리브 모음곡’ 파드되 에투알 갈라 공연의 오프닝을 현재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예술감독인 호세 마르티네즈의 안무로 시작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 기존 들리브 음악을 템포를 조금 빨리 해서 클래식 발레에서 볼 수 있는 남녀 무용수의 기교를 쫀쫀하게 집어넣고 고전 발레 파드되의 형식을 그대로 지키면서도 발랄하고 활기찬 작품이라 갈라의 첫 작품으로는 아주 제격이다. 아직은 모던보다는 클래식 레퍼터리가 많은 신예 에투알 기욤 디오프가 프리미에르 당쇠즈인 록산느 스토야노프와 함께 한다고 해서 테크닉의 향연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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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Mi Favorita)

내가 좋아하는(Mi Favorita)은 호세 마르티네즈가 클래식 발레 무용수의 경험을 토대로 가에타노 도니체티의 오페라 라 파보리타의 음악을 차용해 만든 그의 최초 안무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이탈리아 작곡가에 의해 프랑스어로 만들어진 최초의 오페라인데 배경이 14세기의 스페인이다. 오페라 2막에 알폰소가 사랑하는 여인 레오노라를 위해 연회를 베푸는데 이때 20여 분 넘게 발레 공연이 진행된다. 마르티네즈의 미 페보리타의 음악은 대부분 여기에서 발췌했다. 이 발레 작품은 호세 마르티네즈의 스승인 스페인 바르셀로나 출신 호세 페란(José Ferran)에게 헌정되었다. 호세 페란은 호세 마르티네즈가 고향을 떠나 발레를 본격적으로 배우던 시기에 입학했던 로젤라 하이타워 센터에서 그를 가르쳤던 롤랑 프티 발레단 출신의 댄서다. 그를 통해 호세 마르티네즈는 클래식 발레의 기본기를 배웠고 파리오페라 발레단의 입단을 고려했다고 한다. 미 파보리타에는 클래식 발레 작품에서 만날 수 있는 대부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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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목요일 인터내셔널 마스터스] 스티븐 허프 경 Piano

프로그램이 너무나 재미있다. 세실 샤미나드의 피아노 소품을 두 곡씩 연주한 후 리스트와 쇼팽의 나단조 소나타를 한자리에서 들을 수 있고 게다가 스티븐 허프이다. 지난 목요일 서울 시향과의 협연에서 앙코를 곡인 루빈스타인 멜로디 F 장조를 듣고 독주회를 꽤나 기대했는데, 가길 정말 잘했다. 세실 샤미나드를 연주회에서 들은 것은 처음이다. 가장 잘 알려진 가을을 온라인 커뮤니티의 어떤 분이 올려주셔서 들은 적이 있는데 특유의 서정성 덕분에 이름만 기억하고 있었다. 박학다식한 스티븐 허프의 탐구심인가 했더니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작곡가라고 한다. 이 작곡가의 음악을 왜 안 들었나 싶을 정도로 푹 빠져들었는데 잘 알려진 가을보다는 '피아노를 위한 숲의 요정'과 '피아노를 위한 이전에' 가 좋았다. 섬세한 타건으로 음의 높낮이를 통해 감정을 전달하는 허프의 목소리가 맑은 숲의 공기를 타고 들려오는 듯했다. 리스트의 소나타는 한 피아노 곡에 관해서 가장 많은 문헌을 보유하고 있는 곡이라는 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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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그노시엔느(trois gnossiennes)

한스 판 마넨의 세 개의 그노시엔느를 처음 접했을 때 '나는 너무 늙은 세상에 너무 젊게 태어났다'라고 에릭 사티가 한 말이 생각났다. 사티보다는 훨씬 먼저 인정받았지만, 그의 음악과 안무에 대한 감각이나 생각을 보면 지금보다 훨씬 더 대접을 맡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세 개의 그노시엔느는 벨 에포크 시대의 프랑스 작곡가 에릭 사티가 쓴 세 개의 피아노 소곡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악보에 마디 구분이나 박자 표시도 없이 매우 실험적인 리듬과 화성으로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노시엔느 라는 명칭 자체도 그리스 신화에 대한 미노타우스에 대한 테세우스의 승리를 기리는 크레타섬의 춤에서 영감을 받아 사티가 자체적으로 만들어낸 단어다. 각 곡에는 사티가 매우 주관적인 지시어 들을 적어두었는데 흔히들 사용하는 이탈리아어가 아니라 다소 엉뚱한 프랑스어다. 1곡과 3곡은 느리게(lent) 이고, 2곡에는 놀라움을 가지고(Avec etonnement)라는 독특한 지시어가 적혀 있다. 그래서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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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서울시향 김은선과 스티븐 허프

스티븐 허프가 16년 만에 내한해서 독주회를 한다고 해서 의아했다. 간간이 한국으로 와서 협연을 해서 그리 오래된 줄 몰랐는데 기억을 들춰 보니 리사이틀은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하고는 실로 오랜만이다. 구도자적인 모습으로 피아노의 음이 정말 명징했던 것으로 기억나는데 리뷰는 안 남겼지만 다녀온 기록이라도 있으니 다행이다. 6월의 음악회 20080601 스티븐 허프 변주와 왈츠 엘지아트 PM 6 &nbs... blog.naver.com 일본 연주를 마치고 현해탄을 건넌 다음 날 가정 음악 초대석에 나왔다. 거기서 이번에 연주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에 대한 본인의 견해를 말했다. 곡에 대한 생각은 늘 바뀌고 새롭게 생각하지 않으면 해석이 재미 없어지므로 매 공연마다 다르다고 했는데 그의 의견에 매우 동의한다. 그것이 음악회에 가는 이유 중의 하나이니 말이다. 시카고 심포니와 연주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도 상당히 빠른 템포였고 허프도 인정했다. 이번에 좀 더 몰아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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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 〈햄릿〉

햄릿 공주를 만나고 왔다. 이봉련의 햄릿은 셰익스피어의 햄릿에 왜 오늘날에도 그가 태어난 곳에서 머나먼 이곳 한국에서도 무대에 오르는지 알려준 작품이었다. 미사여구가 장착된 대사를 내뱉으며 홀로 어깨에 힘이 들어간 고뇌를 하던 왕자가 아니라 '착한 공주는 할 수 있는 게 없지만, 악한 공주는 뭐든지 할 수 있지'라며 담백하고 현실적인 복수를 꿈꾸고 생존을 염려하는 인간 공주였다. 이 연극의 화제성은 단연코 젠더 프리이다. 햄릿이 공주가 되어서 오필리어와 호레이쇼가 남자가 되었고 많은 부분이 각색되었다. 종교적인 색채와 여성에 대한 시각이 사뭇 달라져 있었지만, 굳이 성별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했어도 무방할 만큼 이질감이 적었다. 그저 선왕이었던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자기 자리라고 믿었던 왕위를 뺏긴 것에 대한 복수를 해가며 고뇌하는 젊은이 그 자체였다. 400년이 넘게 왕자 햄릿을 보아온 우리에게 더 이상 그의 대사는 그리 매력적이지도 않고 공감도 되지 않았다. 그동안 사라지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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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 스톤 연출 '벚꽃동산'

공연을 보러 다니는 사람치고 안톤 체홉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그리고 그의 작품을 다회 관람하지 않은 사람도 그 수가 적지 않을까? 공연명에 사이먼 스톤 연출이라고 붙어 있을 때부터 심상치가 않더니 체홉의 벚꽃 동산은 제목만 빌었을 뿐 완전히 새로운 창작품을 만들어 놨다. 19세기에 그것도 러시아에서 몰락해가는 여성 지주와 그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현대로 단순히 치환한 것이 아니라 캐릭터도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그것을 말하는 방식마저 원작을 여러 본 사람으로서 이 작품이 벚꽃 동산이 맞나 싶어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사이먼 스톤의 벚꽃동산은 2024년 현재 서울을 배경으로 경영 능력 부족으로 인해 파산의 위기를 맞은 한국 재벌가의 이야기로 다루고 있다. 연출가나 관객인 나나 재벌가의 이야기는 신문이나 각종 영화나 드라마에서 다루고 있는 지식이 많을 테고 재벌가 사람들도 욕망에 충실한 인간이라는 점에서 평범한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을 테니 체홉이 말하는 사실주의를 표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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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 도슨트] 파블로 피카소 VS 앙리 마티스 : 그들이 만들어낸 현대

피카소는 “모든 것을 고려하면 마티스밖에 없다"라고 말했고, 이에 마티스는 “나를 비판할 권리는 오직 한 사람뿐이다. 피카소예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서로의 천재성과 비범함을 인정하면서도 티격태격하며 새로운 시대를 연 피카소와 마티스는 그림에서는 대가일지는 모르겠으나 심리학적으로는 덜 자란 어른이들이다. 시네 도슨트의 라이벌 전에서 제일 그럴듯하다고 생각했는데 예상한 대로 두 사람의 귀여운 공방전이 무척이나 재미있었다. 이 두 사람은 달라도 너무 다른 사람이었다. 마티스는 몸이 좋지 않아 요양하다가 취미로 시작한 미술이 업이 되었고 피카소는 미술 교사였던 아버지 밑에서 어려서부터 정식으로 화가 수업을 밟았다. 이번 수업에서는 그리 거론되지 않았지만 피카소에게 늘 따라다니는 여성 편력이 마티스에게는 없었다. 전반적인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마티스는 규칙을 준수하는 내향형의 사람이었고 피카소는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자유로운 영혼 느낌이다. 12살에 이미 라파엘로처럼 그림을 그렸다며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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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리스트 주연선의 베토벤 전곡 시리즈 2

서울시향을 떠난 후로 첼리스트 주연선의 공연을 자주 보지 못했다. 시향에 가면 바이올린 수석들과 함께 그녀가 연주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낙인 적도 있었는데 코로나로 공연장으로 향하는 발길이 적어지면서 더욱 그랬던 것 같다. 베토벤이 작곡한 첼로를 위한 곡들로 오롯하게 만나니 반갑고 오래간만에 음악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 주제에 의한 변주곡들은 첼리스트들이 연주회를 할 때마다 자주 선택하는 곡이다. 익숙한 멜로디를 베토벤이 어떻게 다양하게 변화시켰는지 느껴보는 재미도 있고 연주자들마다 관객에게 대화를 거는 방식이 섬세하게 다른데 주연선은 따뜻하고 맑게 말을 거는 듯했다. 과장된 보잉이나 현시적 제스처 없이 온화하지만 꽉 찬 음색이 유려했다. 다만 피아노와의 밀당에서는 양보를 많이 한 듯 소리가 묻히는 경우가 있었다. 이 음악회에 가기 전에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3번과 5번을 미리 좀 들었다. 종교적이고 다소 딱딱한 분위기의 5번은 듣다가 말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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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가 첨벙! 어문魚文 분청사기

포스터가 마음에 들어 작년 가을부터 별렀던 전시인데 마지막 날에서야 다녀왔다. 국립중앙박물관 주말 오픈런을 처음 해봤는데 일요일이라 그런지 인문학을 공부하는 분위기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형성된 것인지 개장 20분 전에 도착했는데도 줄이 어마어마했다. 새로 시작한 특별 전시 줄이겠거니했는데 모두 나와 같은 곳을 향하길래 다시 한번 놀랐다. 어문 분청사기 전시는 분청사기실 안쪽 구석에 있어 오랜만에 들린 분청사기 백자실에서 미로 찾기 놀이를 좀 했다. 덕분에 진열장 한 개에 모여 있는 분청사기들을 보니 반갑고 반가웠다. 대부분 이건희 회장이 기증한 것으로 소장품 번호가 건희로 시작한다. 예로부터 물고기는 알을 낳고 떼 지어 다니는 습성이 있어 풍요와 번영을 의미했고 조선 시대에는 과거 급제와 출세의 상징으로서 분청사기뿐만 아니라 청화백자의 문의로도 많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비슷해 보여도 각자의 개성을 담은 물고기 무늬들을 비교해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화려해서 눈에 띄었던 작품은 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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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화전 &lt;옛 그림 속 꽃과 나비&gt;

간송미술관에서 남계우와 고진승의 나비 그림을 보고 왔더니 국립중앙박물관의 봄맞이 계절 전시인 <옛 그림 속 꽃과 나비>전이 떠올랐다. 꽃이 피고 나비가 피는 계절은 지나 나뭇잎 색들이 짙어지고 햇살이 따가운 계절이지만 발걸음을 옮겨봤다. 보화각 1938:간송미술관 재개관전 오랜만에 간송미술관에 다녀왔다. 이번 전시는 11년 만에 기획된 정기 전시인데 간송이 가진 빛나는 유물들... blog.naver.com 전시는 꽃과 나비에 대한 소장 작품만 나열해 놓은 것이 아니라 옛사람들이 나비와 꽃에 관심을 갖게 되는 과정부터 시작해 화원들이 어떻게 이것들을 그리는 방법을 배웠는지까지 소상하게 알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한국화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쉽게 배경지식을 익힐 수 있을 뿐 아니라 남나비라 불리는 나비 그림의 대가 남계우의 마음과 열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고 그의 위대함에 감탄할 수 있는 계기도 되었다. 옛사람들은 나비가 장수를 상징하고 나비를 뜻하는 접蝶과 늙은이를 뜻하는 질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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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 도슨트] 마르크 샤갈 VS 살바도르 달리 : 그들의 꿈이 말하는 세계

초현실주의를 검색해 보면 다음과 같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의 영향을 받아, 무의식의 세계 내지는 꿈의 세계의 표현을 지향하는 20세기의 문학·예술 사조 -두피디아- 마르크 샤갈과 살바도르 달리는 둘 다 꿈의 세계를 표현했으니 초현실주의 화가가 맞다. 이 둘은 다 공상가 같은데 달리의 주장에 따르면 달리는 정말 자신이 꾼 꿈들을 그렸고, 샤갈은 본인도 이상적이라고 생각했고 사람들도 원하는 꿈을 그렸다는 점에서 달랐다. 둘 다 경제 활동에 집착했고 부를 이루어가는 과정도 달랐지만 현실을 넘어선 세계에 대한 관심을 작품으로 표현해 함께 이 강연의 주제로 등장한 듯했다. 달리는 스페인 카탈루냐의 피게 레이스에서 태어났다. 바르셀로나에서 프랑스로 넘어가는 쪽인데 이곳에서 달리는 금쪽이처럼 어린 시절을 보냈다. 달리는 그가 태어나기 전 죽은 형의 이름을 물려받았는데 반 고흐와 달리 자신을 형의 대체품이라고 여기며 괴로워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평생에 걸친 그의 기행과 입 양쪽 위로 기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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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세 마르티네즈 (José Martínez)

호세 마르티네즈는 발레 관객으로 가장 열정적일 때 좋아했던 남자 무용수 중의 하나이다. 영상물을 수집하던 시기에 무용수로서 전성기를 구가했는데 사실 실제 전막 무대는 한 번도 못 보고 일본에서 갈라로만 몇 번 접했다. 작년 봄에는 최애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예술 감독이 되어 내한해 신예 기욤 디옵을 눈앞에서 에투알을 승급시켜주더니 올해는 안무가의 모습으로 나타날 모양이다. 이번 여름 예술의 전당에 올려지는 파리 오페라 발레 에투알 갈라 2024의 첫 작품과 마지막 작품이 모두 그의 작품이다. 1987 로잔 콩쿠르 우승 호세 카를로스 마르티네즈는 1969년 4월 29일 스페인 카르타헤나에서 태어났다. 호세의 여동생이 발레 레슨을 하는 학원에 연말 파티에 동행하여 깊은 인상을 받고 부모에게 요청하여 주 3회 댄스 수업을 들었다. 그는 미국 발레단에 입단하려는 꿈을 갖고 프랑스 칸느의 로젤라 하이타워 센터로 옮겨갔고, 여기에서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첫 여성 예술감독이었던 비올레 버디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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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브 모음곡' 파드되(Delibe Suite Pas de deux)

들리브 모음곡 파드되는 호세 마르티네즈가 프랑스 작곡가인 레오 들리브의 라 수스와 코펠리아 음악 중 일부를 발췌해서 클래식 발레의 파 드 되 형식에 맞게 안무한 작품이다. 2003년 3월 16일 프랑스 파리오페라 발레단 댄서들이 극장 밖에서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설립된 대안 공간 인시던스 코레그래피크(incidence-choregraphique)에서 초연되었다. 파리오페라 발레단 무용수들이 가르니에나 바스티유에서 공연을 하지 않을 때 자신들의 창작물을 공개하고 그 가운데 몇몇 작품은 갈라에서 자주 공연되고 메이저 발레단 레퍼터리의 일부가 되었는데 들리브 모음곡 파드되도 그중 하나다. 아름다운 남녀 무용수가 뒷모습의 실루엣을 보여 주며 등장해 시작하는 아다지오는 들리브가 작곡한 라수스의 2막 아다지오 음악인 파닥시옹을 배경으로 활동적인 동작으로 구성되었다. 음반이나 발레 작품으로 라수스를 봐도 호세 마르티네즈는 템포를 조금 빠르게 하고 아다지오 안에서 코다의 동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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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 도슨트] 반 고흐 VS 에드바르 뭉크 : 그들의 별이 빛나는 밤

올해 시네 도슨트 시즌 2의 첫 시간은 10년이라는 시차를 갖고 서로 다른 나라에서 태어난 두 화가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통해 미술의 변화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이었다. 워낙 익숙한 화가이기에 둘 다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상태였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고흐와 뭉크는 각각 다른 시간에 좀 더 자세하게 개별 작가에 집중하여 살펴본 시간들도 있어서 정리 강의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했는데 꽤나 많은 생각이 들었다. 고흐와 뭉크는 객관적인 현실이나 대상이 아니라 사람이나 사건이 인간의 내면에서 불러일으키는 감정과 반응을 묘사하는 표현주의 화가라는 점에서 서로 닮았다. 그것도 고도로 개인화된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했고 실제 본인들의 우울 불안 증세로 삶이 둘 다 순탄하지 않았다. 내적 번민의 결과를 수많은 자화상으로 나타냈기도 했는데 우리가 조금씩은 앓고 있는 부분이고 이제는 겉으로 드러내어 말할 수 있는 사회라 후대에 더욱 사랑을 받게 된 것도 같다. 고흐와 뭉크의 화풍 변화에는 프랑스 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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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의 돈키호테

라떼는 발레 공연 표 구하기가 이렇게 어렵지 않았는데 요즘은 티켓 오픈하자마자 들어가지 않으면 시야가 좋은 자리를 구하기 어렵고 그나마도 깜빡 잊으면 매진이 되기도 한다. 송정빈의 개정 안무를 보지 못해서 한번은 보고 싶었는데 정말 공연 임박해서 2층 뒤 열 자리를 간신히 구했다. 예전만큼 표구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발레 보는 분들이 많이 늘어난 것은 좋은 일이니 공연 수도 많아지고 레퍼터리도 좀 더 다양해지면 좋겠다. 송정빈의 돈키호테는 세르반테스의 원작 소설 돈키호테에 충실하면서 클래식 발레가 가진 발레적 약속을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어떤 버전도 발레 작품의 이름이지만 키트리와 바질에게 밀려 조연의 역할을 하는 돈키호테에게 초점을 두지는 않는데 송정빈은 1막의 프롤로그라고 볼 수 있는 서재에서 밤낮으로 기사도 책을 탐독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돈키호테를 공들여 표현했다. 광기와 망상의 상징이지만 이 버전에서만큼은 스토리텔러이고 키호티즘의 상징이라고 미리 언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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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띠에, 시간의 결정

보석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 소장한 것도 없고 까르띠에는 비싼 브랜드 정도로만 알고 있지만 이 전시회에 대한 소식을 듣고 크라운 주얼리가 아닌 일반인들의 주얼리로 사랑받는 까르띠에에 대한 호기심이 컸다. 왕가가 있었던 나라를 여행하다 보면 보게 되는 신분과 권력의 상징이라 규모로 승부하던 보석들이 자본을 소유한 대중들에게 넘어가면서 좀 더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정교해지고 탐미적으로 바뀌었으니 예술적인 가치는 더 상승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보석이 지닌 빛을 제대로 감상하게 해주려고 했는지 전시실 벽은 온통 검은색이고 조도가 굉장히 낮았다. 시간대 별로 예약한 관람객을 받고 있기도 하고 덜 혼잡할 것 같은 시간대에 갔더니 조명을 받아 영롱하게 빛나는 까르띠에의 작품들을 오롯이 마주 대할 수 있었다. 주얼리가 걸린 쇼케이스는 일봄 삼나무 가스가 스기가 사용되었다고 하는데 나무 고유의 결이 살아 있으면서도 부드러운 곡선이 일품이라 그 자체로도 아름다웠는데 까르띠에의 주얼리들이 곁들어지니 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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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화각 1938:간송미술관 재개관전

오랜만에 간송미술관에 다녀왔다. 이번 전시는 11년 만에 기획된 정기 전시인데 간송이 가진 빛나는 유물들보다는 대대적인 수리 후 개장하는 보화각에 초점이 맞추어져 내용 자체는 살짝 아쉬운 감이 있었다. 그나마 있는 작품도 사진 촬영이 안되는데 작품들 특성상 빛에 약해서 창문도 다 가리고 전시에 한 번 나오면 몇 년을 수장고 신세를 져야 하는 우리나라 작품의 특성상 어쩔 수 없다니 눈과 마음으로 담는 수밖에 없었다. 보화각 1층 전시의 주인공은 빛나는 보물을 모아둔 집이라는 보화각 청사진들이다. 보화각은 한국 최초의 군대 건축가인 박길룡이 설계한 건물이다. 박길룡은 화신 백화점의 설계자로 유명한데 그의 작품 중에 보화각 이외에 가본 곳은 박노수 미술관과 예술가의 집이다. 지금도 반원형의 돌출 구조로 집을 짓는 것이 꽤나 어렵다고 들었는데 보화각 계단실의 둥근 모양이 그의 건축의 특징이라니 최초라는 단어만큼 최고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좋을 것 같다. 청사진들의 보존 상태가 시대의 흔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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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팝아트 거장전 @ 인사센트럴뮤지엄 넘어서기

아메리칸 팝아트 거장전은 팝아트라는 미술 사조로 분류되는 8명 작가의 작품들을 모아 놓은 전시이다. 큰 카테고리 안에 많은 수의 작가들을 모아 놓아서 팝아트의 개념을 가늠해 보거나 이런 작가도 있었지라며 상기해 보는 시간으로는 괜찮은 것 같다. 미국 팝아트의 전성기를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로버트 라우센버그, 재스퍼 존스, 로버트 인디애나, 제임스 로젠퀴스트, 톰 웨셀만, 짐 다인 8인의 작가와 함께 정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미술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국내에서도 친숙하게 만나던 작품들이라 그리 새로울 것은 없었지만 서울 곳곳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만날 기회가 있는 작가들이다. 이 전시를 봤으니 다른 곳으로 가서 발견의 기쁨을 느껴봐야겠다. 타데우스 로팍 서울은 앤디 워홀의 개인전을 지난달 29일에 개막했다. 독일 현대 미술의 거장 요제프 보이스의 초상화 연작 시리즈인데 이 전시회를 보고 가서 비교해 봐도 좋을 것 같다. 타데우스 로팍은 재작년에 로버트 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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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 도슨트] 에드가 드가 VS 뚤루즈 로트렉 : 그들의 손에 빚어진 파리

이번 시네 도슨트의 주제는 위대한 미술사의 라이벌 전이다. 에드가 드가와 뚤루즈 로트렉의 이름을 보고 이 두 사람이 라이벌이었는지 몰라서 갸우뚱했다. 내가 모르는 무엇이 있겠지 싶었는데 사실 강의를 다녀와서도 잘 모르겠다. 프랑스 알비시에 있는 로트렉 미술관이 1922년 7월에 프랑스 정부가 거절하는 바람에 최대 규모의 로트렉 미술품들을 화가의 어머니로부터 기증받았고 100주년이 되는 해인 2022년에 드가와 로트렉을 비교하는 전시를 열었다는데 한 도시의 관관 상품 개발을 위한 마케팅이었나 싶기도 하다. 드가와 로트렉은 30년의 나이차가 난다. 같은 동네에 살았고 로트렉은 드가를 존경해 그림에도 표현했다. 마리 디오라는 프랑스의 가수이며 피아니스트를 그린 드가의 그림을 따라 로트렉도 같은 인물을 그리면서 드가의 작품을 본인의 그림 속에 넣었다. 까칠한 드가는 로트렉을 그리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다는데 본인의 외모 때문에 어디서나 그런 대접을 받았기에 로트렉이 그리 신경을 안 썼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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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 @ The Met

출처 : 메가박스 홈페이지 지난 3월 메트 오페라에서 공연된 로미오와 줄리엣 중 3월 23일 낮 공연이 상영되었다. 바틀렛 셰어의 연출이라는데 연출자가 장황하게 그의 변을 늘어놔도 별로 이해가 안 될 것 같은 프로덕션이다. 2016년에는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올해 다시 돌아왔다는 것은 무언가 이유가 있을 텐데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캐퓰릿가의 집으로 보이는 칙칙한 중세의 성 같은 집이 무대를 가득 메웠다. 별다른 변화 없이 단조롭게 무대 앞쪽이 베로나의 광장도 되고 사랑을 속삭이는 발코니도 되고 합창단들이 흰 천을 펼치면 두 사람의 침실이 되었다가 돌침대가 나오면 무덤으로도 변한다. 화려한고 정교한 의상과 대비되는 허술함과 칙칙함만 있을 뿐이었다. 무대 세트와 마찬가지로 침실의 흰 천이 줄리엣에게 둘러지면서 웨딩드레스로 변하고 로렌스 신부가 준 물약을 먹고 쓰러진 줄리엣이 제 발로 걸어 무덤 위에 눕는 등 의아한 연출이 많았다. 정적인 프렘임을 짜놓고 그저 출연자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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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의 활화산

지금 왜 활화산인지 몰랐다. 고전도 아닌 근현대 희곡 그것도 1974년 새마을운동을 선전하려는 정치적인 목적에 의해서 만들어진 극인데 왜 각색이나 윤색도 없이 현재로 소환했는지 의문이었다. 궁금함이 마케팅의 포인트였다면 내게는 꽤나 잘 먹힌 영리한 선택이었다. 이 희곡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는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그 당시에는 드물었을 고등여학교 졸업생인 정숙이 참판 댁으로 대변되는 가부장적이고 구시대적인 집으로 시집을 왔다. 어려운 홀어머니 밑에서 여자가 고등학교를 마쳤고 성격도 활발하고 진취적인데 15살이 넘게 차이가 나는 재혼 남성에게 속아서 결혼한다는 상황 자체가 참 봉건적이면서 폭력적이다. 허황된 욕심과 체면치레에 젖은 가족들을 보며 새댁이 1년 만에 본인이 아닌 가족을 위해 더 나아가 마을에 헌신하는 투사가 된다는 실제 있었던 인물의 실화라고 해도 참 작위적이다. 낡디낡았으면서도 모습만 다르지 현시대의 우리도 사회나 가정에서 폭력을 겪으며 살고 있고 실제 인생이 더 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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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튜 본의 로미오와 줄리엣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시적인 대사를 제외하고는 문학적으로 높이 평가되지 않는 작품이고 그의 4대 비극에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희극적인 요소가 많은 작품이다. 어린 청춘 남녀의 비극적인 사랑이라는 통속성과 보편성 덕분에 시대를 넘나들며 다양한 예술 장르에서 사랑을 받고 있다. 자연스럽게 동시대의 거장이라고 일컬어지는 매튜 본에게도 선택을 받았으나 문맹의 관객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직관적이라는 점 외에 무엇이 신선한지 모르겠다. 원작과 마찬가지로 두 주인공은 10대다. 사춘기의 불안함과 기성세대로 대표되는 억압과 폭력은 늘 화두에 있는 것이고 비행 청소년 갱생 시설로 보이는 베로나 인스티튜트의 창살과 엄격함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것이었다. 젊은이들의 순수를 표현하는 듯한 상하 모두 흰 의상과 때묻는 성인들의 유색 복장들은 성년과 미성년자를 나누는 듯이 이분법적이다. 세대뿐만 아니라 성별로 나누어진 군무조차 단순하고 직설적이라 셰익스피어처럼 고대 이탈리아 이야기집의 통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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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시네도슨트 시즌 2 in 코엑스] 미술사의 위대한 라이벌들

2022년부터 재미 붙여서 꾸준히 들어오고 있는 안현배 선생님의 시네도슨트 2024 시즌 2가 돌아왔다. 사실 이 프로그램은 작년에 하려던 것인데 사정상 못하고 올해 시즌 2로 돌아왔다. 2022년 처음 시네도슨트를 시작했을 때만큼은 티켓팅이 치열하지 않지만 11시 오픈 때 잊지 않고 그림 잘 보이는 자리 잡고 4회 완출해야지. 라이벌 전에 등장한 화가들은 이미 본인의 강의에서 많이 다룬 화가들이지만 이 시즌에서는 역사를 전공한 미술사가의 남다른 통찰과 관점으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 주지 않을까 싶다. 지식이나 에피소드들의 나열이 아닌 그림의 사연과 그 작품만이 오롯이 가지는 영향력과 같은 힘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해주는 안현배 선생님만의 강의 방법이니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다. 3년 동안 여러 시즌을 거쳐오면서 개인적으로는 그리스 신화 시리즈 시즌과 러시아 트레치야코프와 푸쉬킨 미술관이 가장 기억에 남아서 서울에서 재강연을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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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선재센터 무료 관람

삼청동에 나들이하기 좋은 계절이다. 주로 무료 갤러리들 투어를 하거나 현대미술관만 둘러보게 되는데 아트선재센터가 5월 24일부터 6월 2일까지 《이요나: 공간 배치 서울》과 《우정수: 머리맡에 세 악마》 전시를 오픈하면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들려줬다. 동시대의 작가들을 소개하는 내 기준에서는 힙한 전시들이 많은 곳인데 이번에 만나게 될 두 작가는 이름이 낯설다. 그렇지만 이 주변은 별 정보 없이 가도 마음속에 저절로 담져지는 그림들이 많고 눈과 입이 즐거운 곳이 많은 지역인데 입장료도 없다니 기간 내에 꼭 들러봐야겠다. 현대화랑(김환기, 유영국, 이성자) 현대갤러리(김창열), 학고재(윤석남, 윤석구), 바라캇(프라차야 핀통), PMK(윤형근) 등과 엮으면 알찬 삼청동 나들이가 될 것 같다. 출처: 아트선재센터 홈페이지 현대화랑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 8 갤러리현대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 14 갤러리현대 학고재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 50 바라캇 컨템포러리 서울특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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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오페라단의 죽음의 도시

국립오페라단이 에리히 볼프강 코른골트의 죽음의 도시를 초연했다. 이 오페라는 이번에 처음 접했고 마리에타의 노래만 요요만의 첼로 연주로 들어봤다. 현대음악은 힘들고 어려울 거라는 편견을 깨준 아름다운 곡과 연주 덕분에 작곡가의 이름과 멜로디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번 공연 소식을 듣고 무척 반가웠었다. 이 오페라의 원작은 벨기에의 작가 로덴바흐의 <죽음의 브뤼주>이다. 함부르크와 쾰른에서 초연되었는데 이 소설을 읽고 대본을 만든 코른골트의 아버지이자 필명이 파울 쇼트인 율리우스 코른골트는 왜 배경을 바꾸지 않았는지 궁금해졌다. 천장 없는 박물관이라고 불리며 지금도 번성했던 중세 말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곳이 브뤼헤인데 결혼 후 아내에 대한 사랑이 지극했던 주인공 파울이 죽은 이의 물건과 머리카락 등을 보존하는 모습과 닮아서였지 않을까 싶다. 구스타프 말러를 옹호하면서도 모차르트를 사랑해 아들의 이름에 볼프강을 붙인 아버지라면 과거의 영광을 현재에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는 도시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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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떼 매거진 창간

생각나면 한 번씩 들여다 보기만 했던 아르떼에서 책자 형태의 매거진을 창간한다고 한다. 그동안은 인터넷 위주라 독자 입장에서 공연이나 전시를 집중적으로 봤던 시기에 리뷰를 검색하지 않고 몰아서 봐서 좋기는 했는데 정말 드문드문 찾았었다. 문화 예술의 인프라가 좋은 곳이라 나처럼 잡식성인 시어터 고어에게는 딱일 것 같기는 하다. 창간호 표지는 지난 5월 9~10일 손열음의 와병으로 갑자기 서울 시향 무대에 섰던 힐러리 한이다. 이 공연은 못 갔지만 주변인들이 연주자가 바뀌자마자 갑자기 예매하고 칭찬 후기가 쏟아졌었다. 인천공항에서 섭외 받고 짧은 시간 동안 공연을 준비하고 무대에 선 비하인드 스토리가 담겨 있다고 해서 기대가 크다. 아르떼(arte) 매거진 (2024년 6월: 창간호) 저자 arte취재편집부 출판 한국경제신문 발매 2024.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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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열 ‘영롱함을 넘어서’ @ 갤러리현대

반세기 동안 물방울만 그려온 작가 김창열의 작고 3주기 회고전이 갤러리 현대에서 열리고 있다. 물방울을 그리기 시작한 197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38점이 소개되고 있으니 화백의 작품을 한눈에 훑어보기 좋은 전시였다. 그동안 다른 전시에서 보지 못한 작품들도 보이고 방탄 소년단 RM의 소장품까지 꽤 새로웠다. 작품 수가 너무 많을 때는 자기 복제를 하는 듯한 느낌도 들었었는데 수가 그리 많지 않은데 색감과 작가가 선택한 표면이 다양하니 한 작품 한 작품이 모두 의미 있게 다가왔다. 1층은 김창열이 파리에서 캔버스에 맺혀 영롱하게 빛났던 물방울들을 보고 기적으로 느꼈던 시대의 작품들이 있었다. 리넨에 매달린 물방울 자체로 오묘하고 아름다운 그림들이라 그가 얼마나 금방 사라질 물방울들에 집착했는지가 느껴졌다. 김창열은 어릴 적 할아버지로부터 한자와 붓글씨를 배웠다고 한다. 지하 전시장에는 천자문을 빼곡하게 적은 한지 위에 물방울을 그린 회귀의 대형 작품들이 모여 있다. 글자만을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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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추상미술의 선구자 @ 현대화랑

얼마 전 뉴스에서 한국 추상 미술을 이끈 김환기, 유영국, 이성자 3인전이고 각 작가의 예술적 기량이 집대성된 주요 작품 26점이 한자리에 한자리에 모인다는 기사를 봤다. 조금 일찍 퇴근할 수 있었던 어제 오후에 현대 화랑에 들렸다. 접근성이 좋은 삼청로 초입이고 언제 가든 좋은 작품을 볼 수 있어 혼자 애정 하는 곳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이성자 작가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1918년생이시고 탄생 100주년 기념전 이후로 오랜만이다. 다작을 했던 화가라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동양의 음양 사상을 원의 형태로 분리했다는 추상 작품인 도시 시리즈와 남프랑스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대지 시리즈가 주이다. 스킵 플로어에는 김환기의 작품들이 계단에서부터 보인다. 1960~1970년대의 뉴욕 시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전면 점화로 들어가기 시작할 때의 작품과 그만의 색감을 즐기기에 충분했다. 말이 필요 없이 보는 그림 앞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그저 좋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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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

유니버설발레단이 창단 40주년 기념으로 케네스 맥밀런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공연했다. 60여 년 전에 만들어진 작품인데 가부장적인 권위에 덧댄 것은 낡은 티가 나지만 지금 봐도 이야기의 서사가 촘촘하고 존 크랭코 버전에서 느꼈던 부족한 양념들이 무용수들의 움직임 곳곳에서 살아있다. 특히 파드되 부분은 무용수와 함께 치열하게 고민하며 만든 안무의 결과라 더욱 좋았다. 항상 이 스토리는 사랑에 관한 것이라고 생각했고 아름다운 두 남녀의 만남과 설렘, 죽음으로 이룬 사랑에 초점을 맞추어 감상했는데 이번에 보니 죽음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기도 했다. 음악과 동작은 활기차지만 들여다보면 사람의 생명을 놓고 만나기만 하면 목숨을 걸고 싸우는 두 집안이 있고 막이 오른지 얼마 안 되어 시체 더미가 무대에 쌓인다. 자식들이 모두 자살했음에도 두 집안의 화해는 요원해서 무덤에서 널브러진 시신들로 끝을 맺는다. 이렇듯 잔인한 인생을 인간이 만든 가장 인공적인 아름다움으로 보여주니 참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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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비오 비온디 & 잔자코모 피나르디

역삼 시절부터 한 해도 빠지지 않고 다녔던 엘지 패키지의 첫 공연을 다녀왔다. 기획 공연이 수가 적기도 하고 개인 사정으로 예매한 공연 수도 많지는 않았는데 제임스 띠에리의 룸이 취소되면서 올해 엘지 나들이는 꽤나 늦어졌다. 파비오 비온디의 내한 공연은 거의 빠짐없이 갔지만 펑소에는 바이올린 곡을 즐겨 듣는 편이 아니라 이번 공연을 앞두고는 여러 날을 두 아티스트가 발매한 음반을 들으며 출퇴근을 했다. 오랜만에 음악회를 앞두고 진지하게 예습했는데 장단점이 명확해서 잘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1, 2부 모두 파가니니의 소나타 세 곡을 연주하고 마지막에 1부는 로만의 아사지오를 2부는 비버의 파사칼리아를 붙여 각기 네 곡으로 구성되었다. 1부의 유려한 장조 소나타들을 들으면서는 역시 음악은 실연이지라고 생각했고 잔잔한 기타 반주 위에 강약을 조절하는 프레이징 낫을 제대로 즐겼다. 특히 소나타 7번은 별미 같은 곡이라 흥겹고 리드믹 해서 몸을 움직이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참았다. 로만의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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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 오페라의 나비부인 @ 메가박스

노이마이어의 인어공주에 여파로 루살카를 듣고 있다. 국내 초연을 봤을 때는 서선영의 목소리에 반했는데 최근 몇 년 동안은 아스믹 그리고리안의 요정 같은 부드러운 소리에 매료되었다. 그러다가 결국은 아스믹의 노래와 연기가 보고파서 요즘 메가박스에서 상영 중인 나비 부인도 보러 가게 되었다. 상영 중에 나오는 그녀의 인터뷰에 초초상의 연기에 대한 자신감을 내보이는 장면이 있는데 공연을 다 보고 나니 그럴만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젠 나이가 좀 차서 외모는 15살의 여린 초초상은 아니지만 자신을 완전히 버리고 핑커톤에 집착하는 연기와 자식을 떠나보내며 내보이는 절제된 광기는 일품이었다. 굉장히 다채로운 음색을 지닌 아스믹의 목소리와 발군의 무대 장악력이 푸치니의 음악을 더 돋보이게 했다. 많은 고전이 다양한 형태로 공연되고 있지만 아름다운 푸치니의 음악에도 불구하고 나비부인의 무대는 여러 논란거리를 지니고 있고 나도 답을 못 찾겠다. 이 작품뿐만 아니라 많은 예술 작품들이 구시대의 헤게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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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티첼리. 피렌체와 메디치

지난 달부터 미술 다큐 9편이 매달 한편씩 영화관에서 상영된다. 4월 개봉작은 보티첼리 피렌체와 메디치다. 개봉하자마자 보러 갔는데 시간대가 영 안 맞아 평소 안 가던 상영관으로 가봤는데 스크린도 작고 쾌적하지 않았다. 꽤나 흥미로워서 쌓여있는 메가박스 포인트 소진 겸 대형 스크린으로 다시 한번 보고 싶기는 하다. 보티첼리의 그림의 변화 과정을 피렌체의 역사와 함께 잘 보여준다. 그의 대표작인 프리마베라와 비너스의 탄생, 비너스와 마르스 등등 대표작도 다루고 그 이전과 이후에 그의 그림들도 상세하게 소개된다. 작품의 나열한 것이 아니라 그 당시 시대 상황이나 역사적 사건 등을 간략하게 재연하여 그림의 역할에 대한 고찰도 함께 하는데 이것은 미술사의 변화를 꿰고 있지 않더라도 당시 그려진 그림들의 소재나 화풍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스크린에서 도록이나 실제 미술관에 가서는 볼 수 없는 부분을 확대하여 보여주니 익히 알고 있는 그림일지라도 새로운 관점에서 감상하게 된다. 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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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발레단 &lt;스페셜 갈라&gt; 설립자 탄생 100주년 기념

내가 다녔던 학교에는 무용실이 있었고 발레를 전공하신 젊고 아리따운 무용선생님도 계셨다. 심지어 남자 체육 선생님도 스포츠댄스를 하셨었는데 학교 정년퇴직 후 그길로 나가셨으니 무용 인덕에는 최고인 환경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발레 선생님 덕분에 봤던 창단 공연부터 봐왔던 나는 공연 전에 흘러나오는 영상들을 보며 옛 추억을 더듬으며 아직도 이렇게 발레 공연에 다니는 것에 스스로 놀라웠다. 객석에서 무대를 보고 손뼉을 치고 한창 블로그를 할 때 개인적인 감상평이나 끄적댄 관객이지만 묵묵히 그 자리에서 여러 작품을 접할 수 있게 해준 발레단의 어려움을 어느 정도는 알기에 고마운 마음도 컸다. 캐스팅된 무용수들의 면모를 보면 우리나라 발레 공연의 역사를 보는 것 같기도 했다. 오래 봤던 스타들부터 언젠가는 군무가 아닌 자신만의 춤으로 이름을 기억하게 만들 아카데미 단원들까지 뭔가를 가슴에 감동을 졸졸졸 붓는 느낌이라 보는 내내 뭉클했다. 문단 장님의 심청이나 아니면 지금은 어디선가 후학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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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주의 드로잉 @ 성곡미술관

서울살이가 연차가 제법 쌓인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수식어 중에 내세울 만한 것이 있다면 '복잡한 도심에서 나만 아는'도 해당되지 않을까 싶다. 잘 알려지지 않은 벚꽃 명소고 권계홍 작가의 전시도 있었는데 뭐 하느라 이리 늦게 방문했는지 모르겠다. 언젠가부터 미술계에 있어온 파격적이 시도와 어려운 용어들을 추종하는 그래서 내가 이해하기 어렵고 작가의 의도를 공부해야만 하는 전시가 그리 끌리지 않았다. 완성해 놓고 주절대는 작가의 변들이 모순적이고 작위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랬던 것 같다. 오랜만에 만난 김홍주의 작품들은 이런 흐름을 벗어나 그리기 본연에 심취한 것들이라 반가웠다. 전시된 모든 작품에 제목이 붙어 있지 않았다. 멀리서 본 이미지와 가까이에서 본 작품의 느낌이 매우 달라서 마음속으로 정해 놓고 제목을 들여다보았으면 고개를 갸우뚱거렸을 것 같다. 자세히 보아야 어렴풋이 알 수 있는 화가의 마음과 작품이라는 덩어리로 보는 나의 시각이 완전히 다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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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마이어의 인어공주

짝사랑이란 모두가 경험하지만 그 과정이 아프지 않을 수는 없다더니 무대 위에서 예술이라는 장르로 만들어져 바라만 봤을 뿐인데도 마음이 참 아렸다. 인어라는 태생적 한계쯤은 극복할 수 있다며 사랑이라는 섶을 거머쥐고 운명의 유람선에 겁 없이 올라탄 아가씨는 삶의 어느 순간에선가 누구나 그랬을 테니까. 벙어리가 된 인어가 사랑을 숨길 수 없어 몸으로 표현하듯 몸의 언어 발레가 전하는 감정에 오랜만에 취한 작품이었다. 그리 짧지 않은 러닝 타임 동안 안데르센처럼 인어에게 나를 투영하면서 가장 놀랐던 것은 이 작품의 모든 것을 혼자 생각해 내고 완성해 무대 위에 올린 노장 노이마이어의 천재성이었다. 음악, 조명, 무대 예술 장치 등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뤄 안무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선명했지만 적당히 노골적이라 불편하지 않았다. 무심히 그려낸 듯한 파란 굽은 선이 일렁이며 안데르센 자신인듯한 시인의 회상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프롤로그가 아니더라도 이 작품은 실제 안데르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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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스키의 돈키호테

움직임 마린스키의 돈키호테 꽃내음 2018. 11. 16. 14:26 이웃추가 본문 기타 기능 늘 들고 오던 레퍼터리에서 벗어났고 이름만 들어도 객석에서의 감흥이 예상되는 주역 무용수들의 캐스팅이, 발레단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치, 짝꿍 오케스트라의 동반 등으로 이번 마린스키 발레단의 내한은 기다림조차 즐거움이었다. 등장부터 시원하게 쭉 뻗은 도약으로 무대를 장악한 김기민의 바질은 볼거리가 많은 돈키호테에서도 시선을 계속적으로 잡아두었다. 가까이서 보면 최대한의 에너지를 뽑아 저 멀리 관객의 시선도 몽땅 잡아챌 것 같은 활달한 움직임과 무대를 즐기는 밝은 표정은 그가 가진 엄청난 테크닉만큼이나 사람의 마음을 끌었다. 이젠 정말 무대가 자신의 몸에 붙었는지 작은 흔들림 정도는 숨 쉬는 것처럼 척척 알아서 컨트롤하고, 그랑 점프 정도는 온 힘을 짜내서 하는 것이 아닌 발레 작품의 지나가는 링크 스텝처럼 쉽사리 했다. 여자 무용수의 유연함 못지않은 상체로 하는 랑베르세도 우아하면서도 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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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

지인이 추석 맞이 인사차 보낸 안부에 요즘도 발레를 좋아하느냐고 한다. 국내 유명 발레단 정기 공연도 캐스팅별은 아니었지만 시간 나는 대로 다 챙겨 보고 내한한 단체들 공연도 호기심 반 덕후 기질 반으로 다 보고 지난 8월에는 볼쇼이 런던 시즌도 다녀왔는데... 지금은 사정상 클래스는 못 나간 지 2달이 다 되어 오지만 상반기에는 정말 열심히 나갔는데... SNS만 안 했을 뿐인데... 일단 새 발레 가방 메고 레슨 출석부터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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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바야데르 2

움직임 라 바야데르 2 꽃내음 2018. 11. 7. 14:31 이웃추가 본문 기타 기능 김유진의 전막 주역을 처음 보았는데 2010년에 박세은이 유니버설발레단에서 니키아 데뷔를 하던 때가 생각이 났다. 혹시나 해서 그때의 감상을 찾아보니 '어린 친구들이기에 세월의 무게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처연함은 없었다. 없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연기로는 가릴 수 없는 빛나는 젊음으로 눈이 부시는 나이인데...'라고 적혀 있었다. 더 어린 나이인 김유진의 니키아도 마찬가지로 아름답고 예쁘고 반짝거렸다. 라 바야데르-무희의 데뷔와 은퇴 라 바야데르의 앙코르 공연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금요일 막공을 한 번 더 보고 후기를 쓰려고 했는데 못가... flywithanne.blog.me 아직은 선배들에 비해 무대 경험이 적고 파트너링이 익숙하지 않아 혼자 하는 동작들이 대체로 좋았다. 단단한 기본기와 비율 좋은 신체를 통해 그려내는 곡선들은 연기력과 별개로 충분히 보기 좋았다. 다만 솔로르와 함께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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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바야데르 3

움직임 라 바야데르 3 꽃내음 2018. 11. 11. 12:45 이웃추가 본문 기타 기능 강미선은 언제 봐도 자신의 몫을 잘 해내며 볼 때마다 좋은 쪽으로 변화와 발전이 있는 무용수다. 그녀를 알아보기 시작한 것은 20여 년전쯤 심청 군무에서 보고 테크니션인 어린 무용수라고 느꼈는데 이젠 꽤나 길다고 할 수 있는 무대 경력과 함께 여러 배역을 거치면서 기교는 물론 감정까지 무르익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번 라 바야데르에서 감자티로 먼저 그녀의 무대를 봤는데 솔로 베리에이션과 작품 전체에 생명을 불어 넣는 연기를 보며 감탄했었다. 니키아와의 합이나 솔로르와의 파트너링은 좀 아쉬웠는데 강미선이 니키아를 맡은 날은 그녀의 장점이 더욱 부각되며 극적인 재미가 배가 되었다. 두 번이나 같은 작품을 보고 난 뒤였는데도 온몸에서 감정을 뿜어내며 발레 동작으로 이야기를 걸어오니 저절로 그냥 빠져들게 되었다. 늘 잘하지만 새 무대에서 보면 더 발전해 있는 정말 멋진 무용수다. 솔로르의 콘스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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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바야데르 1(자하로바, 로드킨, 강미선)

움직임 라 바야데르 1(자하로바, 로드킨, 강미선) 꽃내음 2018. 11. 6. 15:14 이웃추가 본문 기타 기능 자하로바의 니키아는 개인적으로 세 번째고 10년 만이다. 마지막으로 본 것은 일본 신국립발레단 객원으로 데니스 마트비엥코와 함께였었다. 영상물로 접하다 지젤로 실물 보고 화해하고 그 이후 정말 멋지다고 생각한 역이 니키아였기에 연륜과 함께 더 깊어졌을 거라 기대했는데 예상보다 더 좋았다. 라바야데르-동경신국립극장발레단 @ 신국립극장 2008년 5월 24일 PM 2:00 니키아 : 스베틀라나 자하로바 솔로르 : 데니스 마트비엥코 감자티: 유카와 마... flywithanne.blog.me 자하로바에 대해 말하자면 정말 조물주가 발레 하라고 정성을 다듬어 빚어보낸 듯한 신체 조건을 빼놓을 수가 없다. 타고난 몸에 성실히 공을 들여 빚어낸 동작들은 바야데르라는 작품과 별개로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몇몇 장면 들은 머릿속에서 플래시를 터뜨리듯이 각인되어 그 동작이나 니키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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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오슬로 - 과정을 읊어댄 숨은 주인공들

드라마티크 연극 오슬로 - 과정을 읊어댄 숨은 주인공들 꽃내음 2018. 11. 5. 20:05 이웃추가 본문 기타 기능 눈 호강 귀 호강 장르를 편애하다 보니 연극을 보고 나서 바로 재관람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연극의 경우 서사적인 측면이 강해 이야기의 흐름을 다 파악하고 기억에 남는 장면 저장하고 나면 그걸로 만족했었는데 이번 오슬로만큼은 다시 보고 싶었다. 언젠가부터 무대 미술, 등장하는 배우, 가끔씩 곁들여지는 음악이나 몸짓 등 연극이 나에게 주는 서사가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뒤로 한 채 뭐 하나가 좋으면 그런대로 볼만했다고 여겼었던 것 같다. 그런 것들은 정말 중요하지만 전부는 아니었는데... 연극 오슬로는 1993년 9월 13일 이스라엘의 라빈 총리와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아라파트 의장이 협의 한 합의인 오슬로 협정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노르웨이 오슬로 외곽, 숲속 고성에서 비밀스럽게 진행된 사전 협상의 이름을 따 ‘오슬로 협정’으로 이름 붙인 이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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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댄스시어터의 트리플 빌

움직임 네덜란드 댄스시어터의 트리플 빌 꽃내음 2018. 10. 21. 18:58 이웃추가 본문 기타 기능 굳이 거창하게 해석이나 의미를 갖다 붙일 필요 없이 무대에서 펼쳐지는 움직임만으로도 황홀하고 아름다웠다. 이번 내한에 들고 온 작품들이 모두 짧은 편이 아닌데도 두 시간이 훌쩍 넘어가는 동안에도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이리 킬리안은 물러났지만 이 단체에 듬뿍 배인 명민한 움직임과 탁월한 표현력은 오히려 더 성숙해져있었다. 솔 레옹과 폴 라이트풋의 2001년 작품이라는 세이프 에즈 하우지즈는 무대 미술과 무용수 움직임의 조화가 잘 되어 있었고 유교 경전이 역경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하는데 그것은 단순히 겸손하게 갖다 붙인 말일뿐 안무자가 생각하는 우주와 세상의 변화에 적응하는 인간의 모습을 더 잘 살렸다는 생각이 든다. 막이 걷히기도 전에 등장한 세 사람이 수묵 배경의 뒷배경과 함게 세상에 뛰어든다. 고정현 나침반의 흰 벽이 시간의 흐름과 함께 물리적 환경의 변화를 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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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랑코 버전 로미오와 줄리엣

움직임 크랑코 버전 로미오와 줄리엣 꽃내음 2018. 8. 24. 22:28 이웃추가 본문 기타 기능 시청 가능 기간 : 2018년 10월 9일까지 공연일 : 2017 년 4 월 29 · 30 일, 5 월 2 일 슈투트가르트 국립 오페라 극장 (독일) 출 연 : 줄리엣 : 엘리사 바드네스 로미오 : 데이비드 무어 티볼트 : 로버트 로빈슨 줄리엣의 유모 : 마르시아 하이데(80세에 무대에) 머큐쇼 : 마티 페르난데스 빠이샤 벤볼리오 : 아도나이 소아레스 다 실바(로잔 2013 1위) 크랑코 발레스쿨에 입학하여 2015년 슈투트가르타발레단에 입단해 현재 솔리스트 동영상 버튼을 누르면 현재 화면에서 재생됩니다. Adhonay Silva - 2013 Selections - Classical variation Prix de Lausanne - 2013 Selections Adhonay Silva - Brésil School: Balé Jovem do Centro Cultural Gusta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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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월드 발레 페스티벌 프로그램 B-1,2부

움직임 제15회 월드 발레 페스티벌 프로그램 B-1,2부 꽃내음 2018. 8. 16. 17:32 이웃추가 본문 기타 기능 1부 1. 잠자는 숲속의 미녀(올레샤 노비코바, 데이비드 홀버그) 역시 노비코바는 모던보다 클래식이다. 기품 있는 외모와 튜튜는 잘 어울렸고 박스의 흔들림 없이 오로라의 발랄함을 보여주는 올라간 손끝, 꼿꼿한 다리 라인과 발끝이 보여주는 미들 점프 등 깔끔한 고전 발레의 맛을 제대로 살려냈다. 홀버그의 자태 역시 우아하기는 했는데 공연 중이라 연습실만큼 정확한 자세가 안 나오는 것 아는데 전반적인 착지에서 발끝의 정교함이 떨어지고 트라그네에서 미리 바퀴를 먹고 가고가 하는 트릭들이 여실히 보였다. 2. 무네코스(비옌세 발데즈, 다니엘 카마르고) 2015년 비예센 발데즈의 키트리를 보고 활력, 영원히 지속되는 발란스, 엄청난 회전력을 보고 오시포바를 처음 봤을 때만큼 열광했었었다. 올해의 키트리들은 그 정도의 테크니션이 아이고 비예센도 B 프로그램만 출연하는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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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월드 발레 페스티벌 프로그램 B-3,4부

움직임 제15회 월드 발레 페스티벌 프로그램 B-3,4부 꽃내음 2018. 8. 20. 21:12 이웃추가 본문 기타 기능 3부 10. 로미오와 줄리엣 발코니 파드되(멜리사 해밀턴, 로베르토 볼레) 워낙 멋진 로미오 재목들이 많은 갈라였지만 볼레의 로미오는 달콤하기 그지없었다. 체격, 실력, 그 나이에도 잃지 않은 소년 같은 미소까지 무엇 하나 지적하고 싶지 않았다. 볼레의 큰 키에 맞는 높은 발코니를 향해 멋지게 망토를 걷어치우고 줄리엣에게 다가가는 흑발의 로미오는 흰색 타이즈와 슈즈마저도 빛나 보였다. 로미오와 줄리엣이라 치고도 조명이 꽤나 어두웠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 작품에서 안 해 본 역할이 없는 댄서라 다른 역할들도 보고 로미오 역시 여러 번 봤는데 매끈한 다리가 그려내는 아라베스크 라인과 흩날리는 하얀 블라우스 사이로 보이는 단단하고 크면서도 부드럽게 휠 줄 아는 상체와 머리, 승모근이 만드는 랑베르는 언제 봐도 일품이다. 멜리사 해밀턴은 전형적인 미인 스타일이라 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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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월드 발레 페스티벌 프로그램 A-3,4부

움직임 제15회 월드 발레 페스티벌 프로그램 A-3,4부 꽃내음 2018. 8. 14. 19:38 이웃추가 본문 기타 기능 3부 11. 카르멘(타마라 로호, 이작 에르난데스) 스페인 출신의 타마라와 멕시코 출신의 에르난데스가 라틴의 정열을 마구 뿜어냈다. 알론소의 안무와 두 무용수가 가진 개성이 합작을 이룬 멋진 무대였다. 체구는 작지만 여전히 근육질로 잘 단련된 타마라의 온몸에서 전달되는 요염함과 열기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빠른 동작과 고혹적인 포즈를 번갈아 가며 리듬의 완급을 조절하는 능력도 탁월했고 에르난데스를 쥐락펴락하며 무대에서 끌고 다니는 것이 눈에 보였다. 물론 에르난데스의 카리스마도 만만치 않았다. 특유의 어두운 표정에 독특한 눈빛을 쏘아대며 서두르지 않고 파트너의 테크닉 조절에 따라가며 자신이 해야 할 몫을 날카롭게 해내야 조화를 이뤄나갔다. 오렐리의 무대를 생각하면 예술감독으로서 작품을 고르고 파트너 보는 눈은 타마라 로조가 승이다. 12. 루나(엘리자베스 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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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월드 발레 페스티벌 프로그램 A-1,2부

움직임 제15회 월드 발레 페스티벌 프로그램 A-1,2부 꽃내음 2018. 8. 13. 21:22 이웃추가 본문 기타 기능 짧은 시간 안에 너무 많은 작품을 봐서 사실 이미 잊힌 것도 있고 작품과 무용수가 믹스 앤 매치가 되어버린 것도 있다. 블로그를 하지 않았던 시절에 봐서 후기는 머릿속에만 어렴풋이 남은 해도 있고 시도는 했으나 중간에 자체 종료해버리기도 하고 너무 바빠서 블로그엔 쓰지 못하기도 해서 완벽하게 모두 후기를 남긴 적이 없지만 이번에도 시도는 해본다. B 프로그램 마지막까지 갈 수 있길... 1부 1. 다이애나와 악테온(엘리사 바드네스, 다니엘 카마르고) 거의 매회 프로그램 A나 B 초반을 장식하는 작품이다. 별로 새로울 것도 없는 아그리피나 바가노바 버전을 눈이 번쩍 뜨이는 테크니션들이 안 하니 그냥 무난했다. 여러 회 이 페스티벌에서 다이애나 역을 단골로 맡아 했던 비옌세 발데즈나 14회 오시에 구네오의 믿을 수 없는 기교와 정열을 보았기에 별다른 실수 없이 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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