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 공주를 만나고 왔다. 이봉련의 햄릿은 셰익스피어의 햄릿에 왜 오늘날에도 그가 태어난 곳에서 머나먼 이곳 한국에서도 무대에 오르는지 알려준 작품이었다.
미사여구가 장착된 대사를 내뱉으며 홀로 어깨에 힘이 들어간 고뇌를 하던 왕자가 아니라 '착한 공주는 할 수 있는 게 없지만, 악한 공주는 뭐든지 할 수 있지'라며 담백하고 현실적인 복수를 꿈꾸고 생존을 염려하는 인간 공주였다. 이 연극의 화제성은 단연코 젠더 프리이다.
햄릿이 공주가 되어서 오필리어와 호레이쇼가 남자가 되었고 많은 부분이 각색되었다. 종교적인 색채와 여성에 대한 시각이 사뭇 달라져 있었지만, 굳이 성별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했어도 무방할 만큼 이질감이 적었다.
그저 선왕이었던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자기 자리라고 믿었던 왕위를 뺏긴 것에 대한 복수를 해가며 고뇌하는 젊은이 그 자체였다. 400년이 넘게 왕자 햄릿을 보아온 우리에게 더 이상 그의 대사는 그리 매력적이지도 않고 공감도 되지 않았다. 그동안 사라지거나 ...
원문 링크 : 국립극단 〈햄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