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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실의 찰나: 내 몸이 사라졌다

두고 온 것, 잃어버린 것에 대해 생각한다. 집 앞 우동 트럭에 두고 온 텀블러, 칸이 엄청 많은 대형 쇼핑몰 화장실에서 잃어버린 지갑. 매일 가지고 있던 물건이었지만 한 순간에 내 손을 떠나버린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물건들에게 영혼이 있다면 "어어. 왜 나를 두고 가지?" 라고 생각했을 우리가 멀어졌던 그 찰나의 순간에 대해서. 나는 너를 버리려고 한 것이 아니었는데, 그냥 잠깐 소홀했을 뿐. 잃어버린 자와 잃어버림을 당한 자. 어느 한 쪽이 애타게 찾아도 그 사이에 시간은 흐른다. 그리고 관계는 과거가 된다. 나우펠의 손이 결국 주인을 찾아도 과거로 돌아갈 수 없었던 것처럼. 잃어버림을 당해도 안타깝게 애쓰지 말아야지. 어차피 그 찰나의 순간에 모든 것이 달라졌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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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주] 감기 같은 좀비 바이러스와 다다의 여왕님

장마철이라는데 비가 속시원하게 쏟아지지 않고 꾸물꾸물해요. 지난 몇 주 동안 마음의 양식을 쌓지 않고 부동산이랑 주식 책만 읽었더니 마음이 퍽퍽해졌어요. 아이좀비 시즌 5 : 드디어 끝난 아이좀비 시리즈. 리브의 수사도 이제는 좀 뻔하고, 마지막 시즌이라 그런지 내용이 좀 억지스러웠지만 결국 아무도 죽지 않고 행복하게 살고 있는 10년 후를 보니 나도 행복하더라고요? 좀비 바이러스도 결국 치료할 수 있는 감기 같은 게 되어버린 미래를 보니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도 왠지 빨리 나올 것 같은 기대가.. 0708 판데믹으로 도시가 폐쇄되고 가게들이 문을 닫고, 실업률이 증가하면서 뉴욕에는 그래피티가 증가하고 있대요. 스트릿 아트는 현대미술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중요한 장르이고, 사회적인 의미에서도 너무 중요하지만 얼마 전 기사를 보니 인종차별 시위로 가게들의 유리창이 다 깨지고, 거리에 그래피티가 가득한 것을 보니 좀 무섭더라고요. 그래피티가 증가하는 것을 경제적 위기의 신호로 보기도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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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주] 묵언수행의 일요일. 보아포와 젠틸레스키

"어떤 자살은 가해였다. 최종적인 형태의 가해였다." 라는 소설의 문구가 너무 와 닿았던 한주가 지났어요. 지난 한 주는 회사도 너무 힘들었고요. 묵혀 두었던 충치 때문에 치과 치료를 받다가 몸살이 날 뻔 했어요. 그리고 오늘은 오랜만에 일주일 중 하루를 온전히 한마디도 안하고 혼자서 보내고 있어요. 말을 많이 하지 말아야지 생각하지만 자꾸만 쓸데 없는 사람에게 쓸데 없는 말을 많이 하게 되고, 그런 날은 너무 우울해져요. 직업 때문에 짧은 시간 동안 너무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보니, 이제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조금만 말해보면 본능적으로 알겠더라고요. 소중하고 좋은 사람들 만나서 재미난 얘기 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쓸데 없는 사람들은 최대한 피하고 어쩔 수 없는 경우에는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 해야 하는데 가끔 정신을 놓아버릴 때가 있어요.반성하는 마음으로 묵언수행하는 일요일입니다. 시선으로부터 : 나는 정세랑 작가님의 단편보다는 긴 글이 좋은 것 같다. 심시선 여사의 가족이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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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4주] 내가 잠깐 머물고 있는 우주에게 - 르네상스 시대의 숨막히는 뒷태

비가 많이 내렸어요. 부산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지하차도를 지나가던 운전자가 사망하는 일이 생기기도 했고요. 홍수, 화산폭발, 그리고 전염병.. 이런 자연재해로 인간들이 죽는 것을 볼 때마다 기분이 이상해요. 우린 우리가 전부라고 생각하지만 지구는 무한한 크기의 우주에서 먼지 같은 존재겠죠. 우리가 길 가다 모르게 밟고 지나가는 개미들의 죽음을 매번 애도하지 않는 것처럼, 우주도 인간에게 그렇겠죠. 이런 생각을 하면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내가 뭐라고 이렇게 아둥바둥 사나 싶기도 하고요. 왜 이렇게 인간의 삶은 긴 걸까 생각하지만 고작 100년은 시간 여행자들에게 그다지 세상이 바뀌지도 않아서 이동하기에 조금 아까운 시간일 수도 있겠어요. 미래로 가는 사람들 : 읽지못하고 아껴두었던 김보영 작가님의 스텔라 오딧세이 틀리로지 세번째 이야기. 그 여자와 그 남자 사이에서 태어난 우주의 아이 성하. 가늠할 수 없는 시간을 여행하다가 결국 새로운 우주가 되는 성하를 보면 지금 우리가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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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주] 크림은 언젠가 녹아내리겠지

물난리가 나서 난리예요. 작년 장마는 이렇게 길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매일 비가 너무 많이 오니까 몸도 같이 축축 처지는 것 같고, 그것보다도 비 피해로 고생 중이신 분들도 걱정이고요. 저는 이 와중에 저희 집 누수 때문에 아랫집 피해가 커서 갑작스럽게 수요일부터 화장실 공사를 하고 있어요. 덕분에 화장실을 아예 못써서 동생과 몇일 째 외박 중이고요. 숙소가 너무 핫플레이스 한가운데 있어서 그런지 시끄러워서 잠도 못자고 여러가지로 힘든 한주네요. 다음 주엔 해가 조금 떠 줄까요? 아직 본격 여름을 느끼지도 못했는데 벌써 가을이 오는 것 같아 아쉬워요.. (그렇지만 장마가 끝나고 폭염이 시작된다는 소식이... 끙..) 어떤 물질의 사랑 : 천선란 작가의 글은 처음 읽어봤는데 기본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너무 공감간다. 결국 생은 고통으로 가득차 있고 반복되는 상실을 겪으며 죽음을 향해 나아간다는 것. 그렇지만 그 여정 속에 생각하지도 못한 새로운 세상과 감정이 있다. 단지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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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주] 생일 주간,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

진짜 이게 얼마 만인지! 햇볕이 쨍하고 났길래 아침부터 계속 빨래를 해서 널고 또 널었어요. 이틀을 널어놔도 마르지 않던 빨래들이 2시간만에 바싹 마르는 날씨! 너무 좋아요. 이제 장마는 끝난 걸까요. 이번주는 저의 생일 주간이었는데요, 유닛런던에서 몇달 전에 코비드 자선 경매로 영 아티스트들의 드로잉들을 좋은 가격에 팔았었는데 거기서 낙찰 받은 드로잉이 딱 제 생일날 도착했어요! 그리고 그동안 바빠서 못 찾았던 코악 드로잉이랑 박노완 작가님 작은 그림 하나도 소영 쌤네 가서 찾아왔더니 갑자기 엄청난 선물을 받은 기분이예요! 다 제가 돈 주고 산 것들이긴 하지만요....그림은 구매하고 한참 있다가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뭔가 공짜로 선물 받은 기분이 들어서 기쁨이 배가 되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그것은 그냥 나의 착각... 그래도 주말이 끝났는데 내일 또 하루 더 놀 수 있다고 생각하니 그것도 기쁘네요. 올드가드 : 한때 퓨리오사 언니가 우리 모두의 워너비 였던 적이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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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4주]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그치만 틀니라도 넣어주세요.

또다시 코로나 때문에 끝이 보이지 않는 재택근무가 시작되었어요. 저는 이 와중에 한달 전에 예약해 둔 휴가를 안 갈 수가 없어서 양양을 다녀왔는데요. 코로나 시대의 여행이란 불가능한 것이었어요. 무서우니까 계속 숙소에만 있게 되고요. 최근에 아시아나 항공 광고를 봤는데 맘이 찡하더라고요. '여행이 우리 곁을 떠났다' 라는 카피를 보는데, 늘상 몇 달 후에 떠날 비행기 표를 끊어두고 그걸 희망으로 매일매일 회사에 출근하던 때가 너무 그리워 졌어요. 여행을 맘껏 떠날 수 없다면 우리는 무슨 낙으로 살아야 할까요. 요즘은 미술 기사를 찾아보면서도 자동적으로 '어차피 가서 보지도 못할 걸' 이라고 생각하게 되니까 너무 슬퍼요. 맘껏 여행가서 먹고, 태닝하고, 그림 보고 걷던 일상들이 이제는 싸이월드 하던 시대 처럼 못 돌아갈 시간이 되어버린 것 같아요 0814 워싱턴에 위치한 세계 4대 현대미술관 중 하나인 허쉬혼 미술관 (Hirshhorn Museum) 이 조각정원을 재오픈하면서 새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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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5주] 파란 나라를 보았니 꿈과 사랑이 가득한

다들 몸 건강히 잘 지내고 계신가요. 요즘은 오랜만에 연락하는 사람도, 매일 연락하는 사람도 다들 '건강한지'를 먼저 물어보고 '건강 잘 챙겨' 라는 말로 마무리를 하게 되어요. 제가 일하는 상암동에는 여기저기 많이 이동하는 드라마, 영화 제작진들이 많아서 그런지 매일매일 확진자가 나오고 있어요. 배우들은 연기할 때 마스크를 쓸 수 없는데 배우들 중에도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하니 드라마는 촬영을 못하고 있고요. 극장은 지난 5월부터 이미 인원 감축을 시작했고, 엔터 업계 어떤 회사는 희망퇴직을 받기 시작했다고 하고요. 저는 연말에 준비하던 행사를 오프라인에서 아무래도 못할 것 같아서 대책을 고민하고 있는데요, 글래스톤베리나 버닝맨 처럼 버추얼로 전환한 축제들을 보면 머지 않아 진짜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 보던 세상이 올 것 같기도 하고 이제 더 이상 실제 세상과 버츄얼을 구분하는 게 의미가 없는 것 같긷 해요. 너무 세상이 어지럽고 힘드니까요. 도망가고 싶어지네요.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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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주] 당신의 오래된 이야기

올 여름은 너무 장마가 길었어서 9월 말까지 늦더위에 시달릴 거라고 하길래 기대하고 있었는데 허풍이었나봐요. 벌써 가을이 와버린 느낌이예요. 저는 반바지에 긴 팔 티셔츠를 입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런 옷차림을 할 수 있는 짧은 계절이 딱 지금이라 좋아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맑았던 여름날이 별로 기억이 나지 않는 올해이고, 시원한 여름 밤 공기를 맨 코로 킁킁 거리면서 거리를 돌아다니는 행복을 포기해야 했던 여름이라 마음이 아파요. 그래도 며칠 전엔 새벽 다섯 시에 갑자기 깼는데 다시 잠이 안와서 오랜만에 파란 새벽 기운을 머리 위 창문으로 보면서 아침을 맞았는데요. 너무 좋고 슬펐어요. 새벽은 설레고 슬퍼요.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너무 좋으면 슬픈 것. 나의 아저씨 : 동거인을 비롯해 수많은 측근들의 인생 드라마를 뒤늦게 이제서야 봤다. 이지은 이라는 배우는 동안이지만 늘 수만년 살아본 세월이 담겨져 있는 얼굴 같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딱맞는 캐릭터를 여기서 맡았었네. 지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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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주] 갈망, 갈증, 애타는 마음이 세상을 구한다.

너무 여행이 가고 싶었나봐요. 어젯밤, 착륙하는 비행기에서 잠을 깨는 꿈을 꿨어요. 저는 여행인지 출장인지, 여기가 어느 나라 어느 도시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비행기에서 내렸는데 별로 무섭지 않았어요. 꿈에서도 아, 코로나가 끝이 났나보네 라고 생각했거든요. 따뜻한 여름 나라에 가서 태닝하고 수영하고 싶은데 꿈에서 도착한 곳은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 도시였어요. 그래도 좋더라고요. 아트페어들이 줄줄이 취소되었고, 해외는 우리나라보다 더 일찍 내년 예정이었던 페어들도 미리미리 다 연기를 해서 아마도 해외로 여행을 가는 건 2022년이나 되어야 할 것 같아요. 2022년이면 카셀도큐멘타가 열리는 해인데, 원래 내년이었던 베니스 비엔날레가 일년 미뤄 졌으니 운이 좋으면 2017년 때 처럼 한번에 다 구경하고 올 수도 있겠네요. 2022년 여름 비행기 표를 미리 끊어 놔도 괜찮을까요? 요새 사는데 낙이 없어서 그래요. 쇼리 : 2세 출산 후, 칩거 중인 철이의 생일선물. SF계의 어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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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3주] 웃긴 바나나

나이 서른 여덟에 교정을 시작했어요. 어릴 때 치과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있어서 아프지 않으면 왠만하면 치과는 가지 않게 되어서, 거의 10년을 떼운 장치가 떨어져서 그거 붙이러 가거나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치과를 기피한 것이 화근이었나봐요. 7월에 갑자기 왼쪽 어금니가 죽도록 아파서 병원을 갔고 그 김에 전체 검진을 받아봤는데, 세상에나.....깔깔깔. 돈도 시간도 엄청 드는 긴 여정을 시작했어요. 아마도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될 것 같아요. 그래도 하나 얻은 건, 그동안 엄청난 의술의 발달이 있었는지(?) 아니면 너무 좋은 선생님을 이제서야 만난 건지, 어릴 때 만큼 아프진 않더라고요. 엄청난 마취를 하면 치료 하는 동안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요. 귀에 이어폰까지 꽂으면 내 얼굴까지 갈아버리는 건 아닐까 싶은 진동과 소리도 안 느껴질 것 같은데, 아직 해보진 못했어요. 조만간 수술할 땐 그것도 해야 할듯요. 선생님이 뭔가 얘기할 때마다 '그건 아파요?' 라고 끊임없이 물어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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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4주] 초대는 따뜻하게, 복수는 짜릿하게!

횡성의 추석은 바쁘고 고요해요. 아침 9시에 기상해서 책을 읽고, 점심을 먹고, 하루 종일 마당에 나가 이것저것 하다가 4시쯤 궁뎅이를 산책 시키고, 저녁을 먹고, 샤워를 하고 야식을 먹으며 수다를 떨거나 영화를 보는 일상. 언젠가 봄에 새 커플이 찾아와서 집을 짓고 알을 까고, 아기 새들이 어느 정도 자랐을 때쯤 떠났는데 그때 이후로 새 세계(?) 에서 소문이 났는지 매년 봄이 되면 새 커플들이 마당을 찾아와 각자 나름의 집을 짓고 아기들을 키우더라고요. 그래서 아빠가 새 집을 두어개 만들어 나무 위에 올려뒀는데 지난 봄엔 풀부킹이어서 ㅋㅋ 내년 봄 전엔 객실을 늘려야 겠다며 두 채를 더 지었어요. 제가 이번 추석에 색칠을 했고요. 페인트로 칠하고 말린 뒤 오일스텐을 칠하고 말리고를 반복한 후에 저렇게 나무 위에 고정! 첫 손님이 누굴지 너무 궁금하고 기대가 돼요! 보건교사 안은영 : 정세랑 작가를 잡아 먹은 이경미 감독님 이랄까. 원작의 느낌이 제대로 살지 않아서 아쉬웠지만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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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주] 가을 하늘은 높고요

Previous image Next image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은 10월 9일 한글날, 휴일입니다. 빨간 날이기도 하고 엄마 아빠의 결혼 기념일이기도 해요. 코로나 때문에 나가지도 못하고 집에만 있을 엄마 아빠에게 마켓컬리에서 민어스테이크와 호두파이를 주문해 드렸어요. 너무 파란 하늘을 창밖으로 쳐다보면서 열심히 공복 유산소를 하면서.. 이런 날은 카메라타에 가서 음악을 들으며 유리 천장을 통해 쏟아지는 하늘을 이불처럼 덮고 있어야 하는데 생각했는데 텔레파시가 통했는지 선배가 카메라타에 가자고 연락을 해주었어요.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오랫동안... 데이트를 할 때 놀거리를 늘 제가 정해야 했는데, 그래서인지 저는 누군가 내가 몰랐던 좋은 곳들, 콘텐츠들을 소개해주고 데려가 주는 경험에 늘 목말라 있어요. 그래서 누군가 이렇게 찰떡같이 제가 좋아할 만한 것들을 너무 마법같은 타이밍에 얘기해 주면 아 이것이 소울메이트 인가 싶기도 하고요 ㅋㅋㅋ (카메라타는 파주에 있는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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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주] 어쩌다보니 지금 이 세상에

너무 존경하는 상사가 힘들어해서 저도 같이 맘이 싱숭생숭 했던 한주. 늘 그랬듯 그 분은 하루만에 멀쩡해졌지만 저는 내가 겪은 것도 아닌 일로 마음이 힘들었어요. 하루에 수십번씩 담배나 피러 다니고, 자리에서 코 골며 자서 진짜 어이 없었던 내 과거 인생 최악의 어떤 팀장도, 능력과 상관없이 정치질만 일삼는 아재들도 싹 쓸어다가 일반 쓰레기 봉투에 넣어서 저기 어디 가져다 버리고 싶네요. 그러면 세상은 훨씬 좋아질텐데. 아, 저 요새 초코츄러스 맛 꼬북칩과 에그토스트 맛 포테토칩에 푹 빠졌어요. 한 봉지 뜯으면 순삭. 아무리 새로운 게 나와도 과자는 역시 클래식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 왜 이렇게 과자 회사 열심히 일하시죠. 이거 사려고 퇴근길에 동네 편의점 네군데를 매일 돈다니까요. 데브스 : 왓챠 추천에 너무 오랫동안 떠 있었으나 썸네일의 아저씨가 너무 맘에 안 들어서 미루다가 선배 추천으로 꾸역꾸역 시작해서 순식간에 완주. 일본계, 한국계 남녀 배우가 주인공이라는 사실도 신선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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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주] 벌써 그리운 봄, 겨울을 우아하게 나기.

갑자기 날이 추워지는 시기에 어르신들이 많이 돌아가신다고 하잖아요. 언젠가부터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11월과 겨울 중에서도 더 추운 혹한기로 넘어가는 1월 쯤이 되면 부고 소식이 너무 많이 들려와서 이 시기에 오랜만에 누군가에게서 연락이 오면 마음이 덜컹 내려 앉아요. 나이가 들고 있다는 증거겠죠. 이번 주에도 누군가의 할아버지가, 큰아버지가,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고, 저는 직접적으로는 모르는 분들이지만 남은 내 친구들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덜 쓸슬하길 바라며 그분들의 평안을 빌었어요. 그래서인지 지난 주엔 반가웠던 가을 하늘이 지금은 스산하고 춥네요. 이번 주에 보고 읽은 것들 중엔 그다지 기록하고 싶은 것이 없었어요. 여러모로 실패한 느낌의 슬픈 한 주..... 1015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서 내년 초까지 진행될 예정인 젠틸레스키 (Artemisia Gentileschi)의 전시 소식을 블로그에 올렸었는데요! 젠틸레스키를 주인공으로 한 TV 시리즈가 제작된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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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4주]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면, 이 우주는 존재하지 않을거야

수요일, 우리 회사 근처에서 미팅이 있어서 왔다는 예전 선배와 오랜만에 저녁을 먹었다. 선배의 8살짜리 딸의 학교 준비물을 위해 깜깜한 밤에 카페 앞에 떨어져 있는 가을 낙엽을 주웠다. 왜 이렇게 예쁜 낙엽이 없이 하나같이 망가진 애들 뿐이냐며 불평했다. 바람에 찢겨 예쁘지 않은 상태가 되어야 비로소 떨어지는 걸까, 아니면 예쁘게 떨어졌는데 사람들이 밟아서 못생겨진 걸까. 금요일, 회사 선배가 더 늦기 전에 단풍을 보러 가자고 했다. 회사에서 조금만 걸어나와도 이렇게 가을이 예쁘게 와 있었는데, 몰랐네. 덕분에 2020년 가을을 눈에 담고, 기록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몇일전에 그렇게 찾기 힘들었던 모양이 멀쩡한 낙엽이 바닥에 이불처럼 깔려 있었다. 일요일, 시간 여행에 관한 소설을 읽다가 문득 책 속에 낙엽을 껴 놓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시간이 많이 지나고 나서 책을 뒤지다 발견하면 즐거울텐데. 그렇지만 나는 지난 주에 낙엽을 하나도 주워오지 않았다. 오늘 비가 왔으니 내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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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 가장 로맨틱한 SF 소설 : 얼마나 닮았는가

미쳤네, 이런 책은 미래로 보내야 해.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많은 스티커를 붙여보는 게 얼마나 오랜만인지 모른다. 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뇌에 새기고 싶은 문장들이 너무 많다. 오늘이 지나기 전에 다시 한번 복습을 해야겠다. 나는 정말 김보영 작가님의 뇌를 사랑하는 것 같다. 엄마는 초능력이 있어 / 걷다, 서다, 돌아가다 / 0과 1사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를 처음 읽었을 때, "로맨스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라고 줄곧 했던이 말을 후회했다. 비이성적인 결정을 로맨틱하다고 포장하는 것을 싫어한다고 생각했지만 몇년 연애하지도 않은 약혼자를 평생 우주를 떠돌며 기다리는 것을 보고 마음이 찢어졌던, 나는 로맨스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김보영 작가님의 글은 기본적으로 로맨틱하다. 오랜 시간을 함께 한 엄마와 내가, 연인과 부부가 서로를 닮아가는 것은 같이 보낸 시간만큼 끊임없이 몸 속 원자를 교환하기 때문이다. 나는 매일 한 칸씩 앞으로 가고 엄마는 매일 한 칸씩 뒤로 간다.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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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주] 이 작은 땅에 가을 풍경이 이렇게 담아도 담아도 모자라게 아름다울 줄이야

아이고 머리야. 저는 주말동안 부산을 다녀왔고, 오늘은 건강검진을 받았어요. 수면 내시경은 할 때마다 경이로워요. 입에 기구를 물고 언제 시작하나.. 하다가 눈을 뜨면 이미 회복실. 정신을 언제 놓았는지도 모르게 끝나버려서 아쉬운 마음까지 든다니까요? 검사 할 때마다 아기 위 처럼 반짝 거린다고 칭찬받았는데 오늘은 위염 증상이 있다고 했어요. 어제 금식 직전에 와인 마신 거 들켰... @_@ 넘 배고픈데 죽을 반그릇밖에 안줘서 나오자마다 초코과자 한 봉지를 뜯어서 클리어 했어요. 예전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한해 한해 나이를 먹으면서 건강검진을 받을 때 떨려요. 뭔가 또 혹이 늘었을까봐, 핏줄에 기름이 많이 꼈다는 소리를 들을까봐서요. 건강은 중요해요. 근데 왜 자꾸 몸무게는 늘고 키는 줄어드는 걸까요. 작년보다 0.4 cm나 줄었어요. 동생이 자꾸 줄어들다가 없어질까 조심하래요 ㅋㅋㅋ 나이 들어서 점점 작아져서 앤트맨 처럼 되다가 먼지 처럼 사라지는 것, 그것도 괜찮네 라고 생각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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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주] 극과 극은 통한다

저는 먹을 복이 많은 사람이예요. 동생도 남자친구도 저에게 요리해주는 것을 좋아하고, 회사 언니들도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늘 가져다 줘요. 그리고 지난 주에 아트 부산에 다녀와서 같이 갔던 컬렉터 언니가 집에서 찰밥을 먹고 있다길래 "우와 맛있겠다" 한마디 했을 뿐인데 일주일 뒤인 지난 토요일, 언니의 어머님이 찰밥과 어마어마한 반찬들을 한가들 싸 주셔서 염치없이 받아 왔어요. 밥을 소분하는데 10인분이나 되는거 있죠. 무나물과 장조림까지, 다 너무 꿀맛이어서 저는 오늘 점심 도시락으로 싸가서 회사 선배랑 나눠 먹었어요. 먹을 때마다 옥수동 방향으로 인사를 드리고 있어요 ㅋㅋㅋ 1108 스스로 비주얼 액티비스트라 부르는 남아공 출신의 포토그래퍼 자넬 무홀리 (Zanele Muholi).자넬 무홀리는 흑인 동성애자, 트랜스젠더 등 LGBTQ 공동체의 모습을 담은 작품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어요. 마이클 아미티지 (Michael Armitage)의 작품들을 검색하면서 새롭게 알고 놀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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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3주] 어릴 때 되고 싶었던 훌륭한 사람은 유명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지금와서 보니 후회하지 않는 사람이었어

저는 과거의 일을 후회하는 편이 아니긴 한데요. 신중한 편은 아니지만 호불호가 강하고, 한번 선택하면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는 편이하라서요. 그치만 요즘은 자꾸 과거를 후회하게 되네요. 그때 이랬으면 어땠을까, 다른 선택을 했으면 어땠을까. 그치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그때로 돌아가도 몰라서 선택 못 했을 선택지 였던 것 같긴 해요. 지금은 알았으니까 제대로 선택을 하고 노력해서 몇년 뒤에 후회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겠죠. 매일 잠을 덜 자고, 책을 더 읽고, 집에 와서 눕지 말고 앉아 있는 시간을 늘리자고 생각하지만 그게 잘 안돼요. 배가 고프지도 않은데 자꾸 뭔가를 먹는 것도요. 후회하지 않을 하루하루를 살려면 얼마나 독해져야 하는 걸까요. 퀸스갬빗 : 어릴 때 위인전을 너무 좋아했는데 결국 나는 그들처럼 살지 못해서인지 어른이 된 나는 전기 영화는 전부 진부하고 재미없다고 생각했다. 평소라면 전혀 땡기지 않았을 소재와 내용이었는데 주위 사람들이 재밌다고 추천해서 보기 시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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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4주] 내 마음 속 모노리스를 찾아서

요 몇주 동안 <산후조리원> 이라는 드라마를 재밌게 봤어요. 저는 결혼을 하지 않았고 애도 없지만 주위에 수 많은 어머님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듣다보니 아기를 낳는 게 얼마나 위험하고 큰 일인지도 알게 되었고, 애를 낳는다고 모성애가 저절로 생기는 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엄마도 엄마가 처음인데 처음 겪는 걸 어떻게 다 잘하겠어요. 분명 아기에게 물어보지 않고 낳은 것은 부모이긴 해도, 그렇다고 해서 '아기를 위해서' 모든 것을 희생 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가 행복해야 아기도 행복하다'는 메세지를 주는 드라마라 좋았어요. 생각보다 사람들이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아이의 입장까지 고려해가며 아기를 낳는게 아니라는 것이 저는 늘 놀랍지만, 만약 그렇게 하면 지금 지구는 존재하지 않을 거 같긴 해서 그래도 다행인가 싶기도 해요. 어쨌든 번식은 동물의 숙명이고 인간도 동물이니 누군가에게 책임을 물기 보다는 어차피 낳았고, 어차피 태어난 거, 함께 행복하면 좋지 않을까요.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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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주] 겨울의 한 가운데에서, 여름으로 가는 문.

하아.. 조금 정신없고 산만한 한 주 였어요. 지금도 일 때문에 MAMA를 보면서 블로그를 쓰고 있는데요.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공연들도 다 언택트로 진행했는데 이런 식으로 거의 1년을 하다보니 점점 더 CG 기술이 발전하는 것 같아요. 상반기에 한 SM의 비욘드 라이브나 BTS 방방콘 볼때만 해도 그런가보다 했는데 오늘 MAMA는 무대가 정말 휘황찬란 하고 엄청나네요. 세트팀 일을 CG팀이 다 가져간다는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요. 암튼 전 오늘 요게 끝나야 퇴근할 수 있는데 이제 좀 평화로운 연말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서 너무 좋아요... 여름으로 가는 문 : SF 문학계의 거장 로버트 A.하인라인의 소설 중에서도 팬들이 최고로 꼽는 이야기. 냉동 수면과 시간 여행으로 이뤄내는 로맨스와 복수. 1957년에 쓴 소설이라고 하기엔 마치 현재의 스마트폰을 예견하기라도 한 기계도 나오고, 너무 통찰력 있는 미래가 무서울 정도. 그치만 다 떠나서 이 모든 게 고양이 피트를 구하기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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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마지막 주] Holiday Greeting

Previous image Next image 크리스마스 느낌이 나는 사진을 찾고 싶었는데 너무 없네요. 왼쪽은 몇 주 전 존경하는 언니들 연말 모임의 크리스마스 트리 사진. 그리고 오른쪽은 말하기 어려운 슬픈 감정을 웃음으로 승화시켰던 어떤 날의 사진. 스위트홈 : 매니악하게 시작해서 컨벤셔널하게 끝낸 드라마. 캐릭터가 너무 많아서 좀 산만하고, 원작에 비해 괴물 각각의 매력도가 떨어져서 조금 아쉬웠지만 충분히 재미있었다. 한국적인 크리처+고어물을 시리즈로 만나는 건 몇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했는데 넷플릭스 덕분에 눈호강 중! 2주 동안 좀 바빠서 쉬었어요. 이 전에 쓴 글을 보니 MAMA 하던 날이었는데 그날 사고(?)가 나서 수습하느라 몇일 정신이 없었고, 코 앞까지 다가온 코로나 때문에 몇 번이나 '혹시 나도?' 하는 생각을 하면서 쫄아 있었어요. 다 핑계고 사실 그냥 게으름병이 도진 것일 뿐.... 12월은 늘 송년회로 바쁜 달인데, 올해는 모임을 할 수 없어서 유독 쓸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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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주] 새해의 해피엔딩

유독 새해 같지도 않은 새해가 왔네요. 새해맞이 하자마자 몇일 전에는 정말 오랜만에 큰 눈이 와서 길이 얼어서 난리가 났었고요. 저는 2021년 1월을 저의 육체를 보수 공사 하는 달로 정했어요. (사실 자의적으로 정했다기 보단, 미루고 미루던 것을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을 지경이 되어 버렸다고 할까요..) 지난 금요일엔 무서워서 미루고만 있었던 임플란트 수술도 했고요. 1월 말에는 또 다른 작은 수술을 하기 위해 2주 정도 병가를 낼 예정이예요. 아. 임플란트 수술은 진짜 저 쫄보라서 그 전날 잠을 못 잘 정도로 쫄았거든요. 제가 너무 무서워하니까 간호사 선생님들이 시작도 하기 전에 미리미리 진통제를 입에 넣어주고, 담요랑 인형 챙겨주고 그랬는데 막상 해보니 별거 아니더라고요? 히히. 수술 도중에 계속 손들고 '여기 마취 추가요!'를 외치긴 했지만 제 입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하나도 모르겠을 정도로 아무렇지 않았어요. 집에 와서 마취 풀림과 동시에 고난이 찾아오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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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3주] 똑똑한 사람들의 뇌에는 무엇이 있나

누가 그랬는데요, 1월 1일부터 3일까지만 시간이 천천히 가고, 나머지는 후루룩 흘러가기 때문에 새해를 맞이하고 3일 후엔 이미 일년을 다 보내 버린거라고요. 벌써 1월의 반이 다 지났으니 곧 2월이 되고, 봄이 오고 나면 금방 더워지고 그러고 나면 또 춥고 저는 마흔 살이 될 것 같아요? 시간이 흘러갈 수록 같은 책을 읽어도 머리 속에 잘 안들어오고, 기억도 잘 안나는 걸 보면 이제는 읽고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뇌 자체를 트레이닝 시켜서 나만의 생각을 만드는 게 더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래도 여전히 전 남이 만든 이야기, 남의 생각이 너무 궁금한 거 보면 그냥 이렇게 보다 죽을 팔자인가 싶기도 해요. 브리저튼 : 내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1회 보고 더 이상 못 보겠다고 했다. 솔직히 별 스토리가 없다. 1800년대 영국의 왕이 사랑 때문에 흑인과 결혼했고, 그로 인해 흑인 귀족이 있었다는 설정이 조금 재밌었을 뿐. 그치만 사이먼 공작님... 너무 잘생기고 섹시해서 단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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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4주] 병원과 미술관

수술을 했어요. 복강경으로 배에 구멍을 두개 뚫고 혹을 7개 꺼냈는데요. 뱃 속에 우글우글하던 혹들이 (젤 큰건 7cm..) 다 나가면 아랫배가 홀쭉해지고 몸이 가벼워질 줄 알았는데 배는 그대로고, 배에 힘을 못 주니까 평생 아프지도 않던 허리가 아파서 한시간 앉아 있기가 힘들어요. 지난 주에 입원할 땐 병실에서 할 일 없으니까 책도 읽고 드라마도 많이 봐야지 하고 바리바리 싸 들고 갔는데 정작 노트북은 켜지도 않았고, 책은 다섯 장 읽었다니까요..부질없다, 부질없어..암튼 전 그래서 제 16년 평생 처음으로 일주일 이상을 병가란 걸 냈어요. 수술 결정하고 가입해서 거의 모든 글을 읽어본 근종힐링카페에선 다들 하루가 다르게 회복한다던데 전 왜 어제랑 오늘이 같은지 모르겠네요. 그치만 출근 안하는 것은 너무 좋아요... 0119 이탈리아 토리노에 위치한 미술관 카스텔로 디 리볼리 (Castello di Rivoli)가 코로나 백신 예방접종 센터로 변신한다는 소식이예요. 과거 이탈리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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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5주] 봄의 한가운데에 내가 있었으면

컨디션이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 담주부터 출근을 하기로 했는데 조금만 오래 걷거나 앉아 있어도 배가 땡기고, 기운이 없네요 ㅋㅋㅋ 회사 가기 싫어서 걸린 병인지도 몰라요. 저는 요즘 나이듦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해요. 늙음에 대한 슬픔 뭐 이런 것보다도 사람이 나이가 들면서 바뀌는 것들에 대해서요. 물론 외모도 있지만 내적으로 확실히 어릴 때 더 주저하고, 부끄러워하던 것을 나이가 드니 덜 부끄러워 하게 되잖아요. 예를 들어 무슨 말이 하고 싶을 때 '내가 이렇게 말하면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를 참 많이 고민하면서 한마디 한마디를 했다면 지금은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채 말을 내뱉을 때가 많아요. 그래서 가끔 아, 내가 어릴 때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 이라고 생각했던 나이 든 사람들처럼 내가 행동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깜짝 놀라요. 아직 다행스럽게도 지하철을 탈때 사람이 내리기도 전에 막무가내로 사람들을 밀치고 먼저 타서 빈 의자에 가방을 던지는 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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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주] 우리가 먼저 가볼게요

어릴 때 저는 책 읽는 걸 참 많이 좋아했어요. 현실은 엄마 아빠 허락 없이는 놀러도 마음대로 못가는 꼬맹이지만 책 속에선 토끼가 말하는 이상한 나라도 갈 수 있고, 공주님처럼 예쁜 드레스를 입을 수도 있고, 놀이공원에서 솜사탕과 핫도그를 무한반복으로 단짠단짠 계속 먹어도 배탈이 안났거든요. 뭔가 지금 내가 갇혀있는 현실이 아닌 다른 것에 대한 갈망이 있었나봐요. 그래서인지 어른이 되었어도 에세이나 자기계발서 같은 현실에 발을 딛고 서 있는 텍스트 보다는 뭔가 판타지가 있는 글들을 좋아하게 되었어요. 내가 평생을 살아도 겪지 못할 세계 같은거요.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 2021년이 아닌 과거나 미래, 지구가 아닌 우주 같은 것. 근데 어릴 때 판타지라 여겼던 것들과 지금의 판타지는 너무 당연히 전복되잖아요. 사람은 누구나 공평하게 어쩔 수 없이 현실을 사니까. 사람의 삶은 태어나는 순간 죽음을 향해 가는 고통의 길이지만 바꿔 생각하면 모든 순간들이 언젠가는 다른 어떤 때의 판타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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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주] 살다보면 살아진다

연휴에 뒤늦게 <싱어게인> 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다가 한 출연자가 부르는 '살다보면 살아진다' 라는 노래를 처음으로 들었어요. 뭐 이렇게 슬픈 가사가 다 있나 싶다가 생각해보면 뭐 그렇긴 하지, 라는 마음이 드는 걸 보면 저도 나이가 들었나봐요. 예전엔 지금이 힘들면 이걸 극복하고 더 나은 삶을 가지기 위해 노력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노력하는 것도 지친다는 것을 알게되기도 했고요. 다행히 어른의 삶이란 어린이일 때보다 시간이 빨리 지나가서 살다보면 살아진다는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해요. 그리고 내일 출근을 앞두고 서울에 오자마자 동생이랑 영화 <소울>을 봤는데요. 목적이 없는 삶도 아름답고 빛난다는 메세지가 저 노래랑도 일맥상통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물론 영화는 인생의 목적이라는 게 대단한 꿈을 이루는 것이 아니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반짝이는 하늘을 보는 것 같은 일상의 즐거움을 찾는 것이라는 훈훈한 메세지를 얘기하고 있지만요. 어릴 땐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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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3주] 인간이 이길 수 밖에 없는 이유

이 지구에 인간이 이렇게나 많은데 어쩜 이렇게 다 다를까요. 우리가 미처 다 파악하진 못하지만 강아지, 고양이, 악어, 코끼리도 다 각자 다른 성격과 외모를 가지고 있고, 다른 별에 있는 알지 못할 생명체도 만나보면 각각 다 다르겠죠? 로봇이 아무리 발달해도 이렇게 다양한 오리지널리티를 가지고 있는 생물들을 이기진 못할거예요. 아마도. 그냥 그럴거 같다고요. 0208 날씨가 좀 따뜻해지니 여행가고 싶은 병이 또 도지네요. 도쿄의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 무라카미 다카시 룸이 오픈을 했어요! 이 방에는 그랜드 하얏트와의 콜라보레이션을 위해 무라카미 다카시 (Murakami Takashi) 가 작업한 14개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데요. 롯폰기 힐스에 있는 10M 높이의 거대한 작품인 ‘Flower Parent and Child’ 를 1.95m 미니어처 버전도 있고, 러그, 플라워 볼 등 방은 물론 화장실까지 귀여운 작품들이 가득해요! 뿐만 아니라 꽃을 테마로 한 식사를 즐길 수 있고, 디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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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4주] 코끝이 살랑살랑 대자연의 힘

벌써 2021년의 1/6이 지나갔어요. 3월 말이 오면 일년이 다 간 거라고 회사 선배가 그랬는데, 진짜 그 말이 맞는거 같아서 마음이 조급해 집니다. 저는 지난 주에 스튜디오 촬영을 했어요. 사실은 올해 결혼을 하거든요. 결혼 준비에 별로 흥미도 욕심도 없었는데 드레스투어란 걸 다니면서 공주놀이에 눈을 떴고, 세상엔 참 아름다운 드레스가 많단 걸 깨달으면서 이런걸 평생에 (아마도?) 한 번 밖에 못 입는 다는게 서글퍼졌어요. 스튜디오 촬영도 너무 재미있었어요. 플래너님 헬퍼 선생님, 헤어 & 메이크업 실장님들 모두 '아이고 예쁘다 예쁘다' 계속 해주시니 진짜 예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더라고요. 드레스를 하도 뒤에서 졸라매는 통에 진짜 전 중간에 한번 갈비뼈가 나갔을거라고 생각했을 정도였지만 끝나고 나니 또 하고 싶어지는 것은 왜일까요. 결혼은 6월이고, 이제 재미난 부분은 다 끝난거 같아서 아쉽지만 이제 차분하게 집안 살림살이 살 고민이나 해야겠어요. 0216 판데믹으로 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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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주] 이렇게 오래 고립될 줄 알았다면

이번 주에 뮤지컬을 하나 봤는데요. 억울하게 죽은 지박령이 자기가 죽은 집을 떠나지 못하고 성불을 꿈꾸며 살고 있었어요. 사람들이 귀신을 몰라봐서 그렇지 그래도 귀신 스스로는 보일게 다 보이고 들릴 게 다 들리니까 그냥 구천을 떠도는 억울한 귀신 친구들이랑 나름 재미나게 잘 살고 있는데요. 이야기가 진행되는 중간에 잠깐 귀신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상태가 되어서 당황하는 장면이 나와요. 이런 것이 죽음인가? 하고요. 이미 죽은 귀신이 죽음을 얘기하는게 웃기긴 하지만 그 고립감이 갑자기 너무 와 닿아서 같이 무서워졌어요. 죽으면 영혼이 빠져나가서 내 몸이 나에게 보인다고 하잖아요. 근데 어쩌면 죽음은 그런게 아니라 내 영혼이 몸에서 튕겨져 나와서 아무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상태일지도 몰라요. 나는 분명 존재하는데 내 존재를 스스로 의심하게 만들 정도의 적막감이요. 뮤지컬은 정말 웃기고 밝은 내용이었는데 집에 돌아오는 내내 자꾸 저 생각이 들어서 좀 무서웠어요. 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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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주] Connected

스물 한살 부터 지금까지 19년째 같이 살고 있는 동거인과 이제 곧 헤어지게 되는데요. 오늘은 동생이 이사갈 집 청소를 하러 다녀왔어요. 지금까지 삶을 기준으로 따지자면 거의 반평생을 둘이서 살았는데 따로 살게 된다니 좀 서운하기도 한데요. 삼십칠살이 되어서야 진정한 싱글 라이프를 즐기게 된 동생은 신나기만 할 것 같긴해요. 그렇지만 저 이사 들어갈 집에 입주가 5월 말이나 되어서야 가능해서 앞으로 동생의 원룸에 두 달동안 얹혀 살 예정이예요. 마지막이 엄청 끈끈해지려나요. 사람 인생은 모르는 거니까 언젠가 우리가 또 둘이서 살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르죠. 0314 아티스트, 프로그래머, 애니메이터, 수학자, 건축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아트 컬렉티브 팀랩 (Team Lab)이 또 한번 놀라운 전시를 시작한다고 해요. 작년에 서울 DDP에서 'teamLab : LIFE' 전시를 봤었는데요. 단순하게 미디어 아트라고 말하기엔 너무 화려하고 인터랙티브하게 반응하는 테크니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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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2주] 언니밖에 없네

와. 시간이 얼마 안 지났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에 올린 글이 3월이었네요. 저 남편이 생겼어요! 6월에 결혼식 하고 이사하고 한달 동안 택배 박스와의 전투를 치르고 나니 벌써 7월이 1/3이나 지났네요. 일년이 벌써 반이 지나버려서 허무하기도 한데 제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전 올해는 나름 큰 KPI를 달성했으니 이제 좀 쉬엄쉬엄 해도 된대요. 멍때리는 시간이 늘 불안한 저는, 그렇다고 딱히 엄청난 것을 하지도 않으면서 매일 분주하거든요. 그런데 그런 얘길 들으니 왠지 남은 올해는 팽팽 놀아도 될 거 같고, 막 기분이 좋더라고요? 남은 올해는 이제 별일 없는 한 남은 평생을 같이 살게 될 새 동거인과 쉬엄쉬엄 친해지는 시간을 가져보려고요. 언니밖에 없네 : 난 게이는 아니지만 매일 하루에 한번은 생각한다 '언니밖에 없네' 라고. 이상하게 꼭 그런 일이 하루에 한번은 생긴다. 정세랑 작가가 집필진에 있어서 보기 시작했는데 정작 너무 좋았던 건 천희란 작가의 '숨' 이었다. 왜 나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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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주] 기묘하고 뜨거운 여름

저희 업계에도 코로나 확진자가 너무 많이 나와서 이번 주는 전원 강제 재택을 시작했어요. 집에서 일하면 좀 더 널럴할 줄 알았는데, 출퇴근 시간이 줄어드니 그만큼 일을 더 하게 되는 거 있죠. 그리고 줌 회의는 왜 이렇게 많은지. 아니 그런데 작년에 처음 줌으로 회의를 할 땐 카메라에 찍힌 제 얼굴을 보고 너무 못생겨서 제가 다 놀랄 정도 였는데요. 요즘은 좀 나아져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어머, 나 예뻐졌나봐. 했는데 줌 카메라가 업데이트 된 거래요. ㅋㅋㅋ 어쩐지. 이번주는 제가 국내 영화제 중에 제일 좋아하는 부천영화제 위크 였어요. 비록 예매 전쟁에서 실패해서 극장에선 세 편 밖에 못봤지만, 웨이브에서 온라인으로도 상영을 해줘서 집에서 편하게 영화를 보고 있답니다. 하모니: 비발디 음악이 이렇게나 드라마틱했다니. 빨려든다 빨려들어. 남들이 다 좋다는 오페라는 조느라 하나도 못봤지만 하모니만 봐도 어떤 작품을 하는 감독인지 너무 알겠는 느낌! 속거나 속이거나: 그냥 진백림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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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4주] 오래된 보물들, 결국은 좋은 사람

작년보다 장마가 일찍 끝나서 진짜 여름 같아요. 진짜 날씨가 미쳤죠. 한낮에는 에어컨을 끄면 한시간을 못 버티겠더라고요. 저는 여름을 좋아하지만 이상할 정도로 뜨거운 날들이 계속될 수록 환경오염 때문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서 마음이 아파요. 솔직히 말하면 어릴 땐 난 자식 낳을거 아니니까 이번 세대까지는 적당히 지구를 써먹을 수 있겠지 싶어서 환경 보호 같은 거 별로 신경 안 썼었는데요. 진짜 인간들이 너무 했다 싶어요. 저도 마찬가지이고요. 그래서 요즘엔 플라스틱 용기나 비닐 사용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러다 진짜 다 죽겠어. 킹덤: 아신전 : 기대했는데, 아쉽다. 그래도 조선을 좀비바다로 만들어버린 망할 놈이 전지현이었다니 미워할 수 없는 이 느낌 뭐지. 0724 와. 이번 주 제 타임라인에는 운 좋게 표를 구해 이건희 컬렉션 전시를 보고 온 지인들의 포스팅이 눈에 띄어서 부러웠는데요. 고 이건희 회장이 생전에 컬렉팅 했던 작품들이 현재 국립 중앙 박물관과 국립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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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갠더-변화율 (스페이스K): 꿀잠자는 고양이들과 조잘거리는 생쥐들

라이언 갠더 : 변화율 (Ryan Gander : The Rates of Change) 2021. 6. 24 ~ 9.17 @스페이스K 헤르난 바스 전시를 했던 마곡의 스페이스 K에서 라이언 갠더 전시를 시작했다는 소식을 듣고 가보고 싶었어요. 땡볕이 내리 쬐는 일요일 아침, 세수만 겨우 하고 보미와 함께 집을 나섰는데요. 오랜만에 제가 운전하겠다고 나섰는데 사이드 브레이크 안 풀고 운전하다가 딱 걸려서 핀잔을 받으면서 ㅠ_ㅠ 등에 땀을 흘리며 겨우 도착한 스페이스 K! 여긴 두번째 왔는데 공간이 참 좋아요. 전시를 오래 보기 힘들어 하는 친구와 와도 한두시간 정도 여유롭게 돌아볼 수 있는 적당한 크기에 아직은 관람객이 많지 않아 조용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어요! 라이언 갠더 (Ryan Gander)는 영국의 개념 미술 작가 인데요. 맨체스터와 암스테르담에서 인터랙티브 아트와 순수 미술을 전공했으며 2011년 베니스 비엔날레와 2012년 카셀 도큐멘타에서 주목을 받으며 이름을 알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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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5주] 머리를 마주대고

원래도 공포 영화를 좋아하지만 여름이 되니 더 호러가 땡겨요. 진짜 물리적으로 오싹 하는 느낌이 들어서인지, 아니면 너무 숨이 턱턱 막히니까 스트레스 받아서인지는 모르겠어요. 그래서 최근에 트위터에서 어떤 분이 추천해 주신 호러 영화 추천 리스트를 저장해두고 당 떨어질 때 하나씩 사탕 꺼내 먹듯이 야금야금 한 편씩 보고 있는데요. (*제가 몰랐던 작품도 많이 있어서 너무 반갑더라고요!) 블러드 레드 스카이 : 조금 다른 좀비물을 보고 싶다면 추천! 좀비 바이러스가 일종의 질병 같은 거여서 계속 고치려고 하는 엄마와 그런 엄마를 너무 사랑하는 아들의 이야기. 근데 액션씬들 너무 잼나고, 엔딩도 너무 장엄하다. 더 스트레인지 띵 어바웃 존슨스 : 아리 애스터 감독의 초기 단편. 상쾌한 호러는 아니어서 나에게도 늘 조금의 마음의 준비는 필요하지만 확실히 아무 공포영화와는 결이 다르다. 이 단편은 유튜브에 검색하면 심지어 통째로 올라와 있는데 요즘 뉴스에서 많이 보여서 우리를 분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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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주] 여름은 오래 그 곳에 남아

8월은 일년 중 제가 제일 좋아하는 달이예요. 여름이기도 하고, 제 생일이 있기도 하고, 그리고 제 베프들의 생일이 가장 많이 있는 달이기도 하거든요. 8월에 태어난 사자자리 여자들은 솔직하고 용기있고 단단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저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제 친구들은 그렇더라고요. 그 친구들은 저에게 영감과 위로를 동시에 줘요. 그 친구들을 축하할 수 있는 날들이 많아서 8월이 좋아요. 남은 여름을 소중하게 보내야겠어요.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 좋아하지 않는 스타일의 소설이었지만 제목과 분위기에 끌려서 읽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읽는 담백하고 흡인력 있는 글들. 읽는 내내 내가 사카니시가 되어 무라이 사무소의 여름 별장에 머무르고 있는 것 같아서 함께 기쁘고 슬펐다. 여름 새벽 푸른 숲에서 풍기는 촉촉한 아침 냄새와 일찍 일어난 새들의 쥐저귐이 그리워졌다. 0730 조각가 애니쉬 카푸어 (Anish Kapoor) 가 16세기에 지어진 베니스의 프리울리 만프린 궁전을 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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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나게 찬란한 여름 : 여름은 오래 그 곳에 남아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火山のふもとで 마쓰이에 마사시 (Matsuie Masashi) 여름은 로맨틱하다. 그래서 마음에 속기 쉽다. 대낮의 뜨거운 열기가 살짝 식고, 하늘이 핑크색으로 물들기 시작할때, 그리고 습한 바람이 머리 카락을 날리면 마음이 이유없이 두근거린다. 급하게 찾아오는 푸른 새벽은 늘 반갑고, 금방 끝날 것이라는 걸 알기에 아쉽다. 난 매해 여름이 시작될 때 첫사랑을 시작하는 어린애 처럼 설레고, 여름이 끝날 때 차인 후 미련 남은 애인처럼 여러 번 추억하고, 뒤돌아본다. 어쩌면 처음엔 제목과 표지에 속아서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여름이니까. 여름이 오래 남아 있기를 바라는 내 마음 같아서. 그런데 이 이야기를 만나고 나니 여름이 끝나도 이걸로 여름을 추억할 수 있어서 조금은 덜 아쉬울 것 같다. "여기 있는 동안 많이 공부하고, 좋은 일도 많이 해주세요" 대학을 막 졸업한 사카니시는 존경하는 건축가 무라이 슌스케 사무소에 자신의 졸업작품의 설계도와 함께 무라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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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주] 디스토피아에도 사람들은 살아가고.

이번주부터 저도 백신 예약을 하는데, 확진자 수는 2천명을 넘어 버렸어요. 작년 여름엔 "내년 여름엔 코로나 끝났겠지." 생각했는데 이 지경이라 내년 여름엔 어쩌면 확진자 수가 1만명이 넘어 있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코로나 걸릴 까봐 무서워서 마스크 꼭꼭 쓰고 다니고, 지구 온난화로 화재가 난 그리스를 걱정하면서 이렇게 죽고 싶지는 않다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미친듯이 오르는 아파트값과 꿈쩍않는 월급, 뭘 집어 넣어도 기억 못하는 스스로의 뇌를 보면서 너무 오래 살까봐 걱정이 되기도 해요. 그렇지만 역시 여전히 너무 재미있는 글과 그림과 이야기가 많아서 아직 저 세상 가긴 너무 아쉽죠.. 해가 지는 곳으로 : 한 편의 한국식 디스토피아 영화를 보는 것처럼 장면 장면이 디테일하고 생생했다. 오직 살아남나야 한다는 마음 뿐인 도리와 아직은 어른들의 보호막 속에서 소녀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지나, 그리고 그런 지나덕분에 살아 남은 건지, 자식을 하나 잃어보니 남은 자식은 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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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주] #saveafghanwomen #EffYourBeautyStandards

가을입니다, 가을이예요!! 미쳤죠. 벌써 가을이라니. 이상 기후로 지구 전체가 불타는 것 같더니 갑자기 긴팔 챙겨 입어야 할 정도로 쌀쌀해 졌어요. 어제 밤에는 자다가 너무 추워서 두꺼운 이불을 꺼내 왔어요. 추운 날씨를 싫어하는 저로선,, 벌써 마음이 너무 쓸쓸하네요. 여름을 제대로 즐기지도 못했는데 말이예요. 환승연애 : 로맨스 드라마, 데이트 예능 요런거 진짜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 프로그램은 진짜... 미쳤다. 이건 예능도 데이트물도 아니고 그냥 스릴러야. 내가 매 주 금요일 4시만 되면 티빙에 접속하고 싶어서 들썩거릴 줄이야. 더 체어 : 산드라오가 너무 좋아서 기다렸다가 봤는데.. 좀 아쉽다. 풍자는 촌스럽고, 이 드라마의 여성들은 그닥 새롭지 않았다. 그치만 4화부터는 재밌음. 보다보면 설레기도 하고 눈물 찔끔 나는 장면들도 있다. 0818 매일매일 들려오는 비현실적인 카불 소식과 사진들, 영상들을 보면서 무섭고 슬펐어요. 후원금을 보낸다고 저기 있는 사람들에게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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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4주] 타자에 대한 상상

원래도 그랬지만 요즘 특히 내면의 싸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태어났음의 불편함과 세월의 지혜를 나누는 따스함 사이에서 매일 갈등하는데 그래도 나름 밸런스를 잘 조정해 보려고 하고 있어요. 누군가에게는 삶이 끝없는 고난 속에서 드문드문 행복한 사건들을 찾아내는 과정일 테고, 누군가에게는 매일매일이 반짝 거리는 소중한 순간들의 모음이겠지요. 저는 대부분 전자의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그래도 제 주위에는 좋은 사람들이 많이 있어서 그 과정이 외롭진 않더라고요.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작은 이야기를 계속 하겠습니다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다. 어떤 영화는 좋아했고, 어떤 영화는 별로였다고 하는 게 맞겠다. 영상이 아닌 텍스트로 그의 생각을 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그는 참 이성적이면서 또 굉장히 따뜻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성적이면서 따뜻한 사람, 되고 싶은 게 또 생겼다. 모가디슈 : 얼마만에 한국 영화를 극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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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마지막 주] Love Doubt Space

사람은 보통 자신의 안 좋은 면을 가진 사람을 미워한다고 하죠. 저는 위선적인 사람을 진짜 싫어하는데 요샌 그래서 저 스스로도 위선적인 면이 있지 않나 하고 자꾸만 셀프 점검을 하게 되어요. 요즘 진짜 회사 생활이나 하는 일이 너무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나마 동거인이 있어서 마음이 든든해요. 제가 이럴 줄 몰랐는데 이래서 결혼하는 건가 ㅋㅋ 싶다니까요. 종이의집 5: 강도는 나쁜 건데 왜 이렇게 멋있냐구. DP : 군인들이 왜 탈영을 할까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DP를 보면 대부분의 탈영의 이유는 군대 내 폭력 때문인 것 같다. 나이도 고만고만한 것들끼리 말도 안되는 이유로 트집잡고 괴롭히는 저 마음은 대체 뭘까. 진짜 모르겠네. 자존감 낮은 사람들은 군대든 회사든 어딜가나 좀 문제가 많다. 0824 요하네스 베르메르 (Johannes Vermeer)의 1657년 작품 <열린 창에서 편지를 읽는 소녀> (Girl Reading a Letter at an 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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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첫주] 삶의 끝에서 꿈꾸는 다음 챕터의 내용은?

'죽음학' 이라는 학문에 대해서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우연히 읽은 신문 칼럼에서 14년 동안 죽음에 대해서 연구해 오고 있는 내과 의사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를 읽었어요. 죽음 이후의 세계는 요즘 가장 핫한 드라마와 영화의 소재이기도 하고, 사람이면 누구나 겪는 일이지만 그 누구도 정확하게 설명해 줄 수 없는 미스테리한 일이기도 하죠. 전 이 칼럼을 읽으면서 정현채 교수님이나 이언 스티븐스의 책을 좀 더 찾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요. 제일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이거였어요. (중략) " 어떤 철학자는 사람이 그냥 세상에 던져졌다고 하지만 죽음 공부를 하면 우리가 부모의 유전자 조합으로 그냥 태어난 게 아니고, 그 전에 어떤 부모 밑에서 자랄지 자기가 결정했다는 걸 알게 돼요. 힘든 삶을 기획하는 건 성장을 가속화시키기 위해서라는 거죠.” 저는 늘 아이는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게 아니고, 그렇기 때문에 부모는 아이를 낳기 전에 잘 생각해야 한다고, (그게 어떤 건지 규정할 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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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3주] 아름답게 포장해서 당신에게 바쳐요

길고 긴 연휴가 끝났어요. 결혼 후 첫 명절이었는데요. 설에는 보미네, 추석에는 저희 집에 가기로 해서 이번 연휴는 횡성에서 길게 보냈어요. 연휴 전 주에 여수도 다녀왔지만요. 40살이 다 되어서 한 결혼이지만 이상하게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그렇지만 양쪽 어르신들이 다 너무 배려해 주신 덕에 나름 평화롭게 다녀왔습니다. 보미네는 평소에 국을 즐겨 먹는 식문화가 아니라고 들었는데, 국물 없이는 밥을 못 먹는 저 때문인지 어머니가 매 끼니 새로운 국을 끓여 주셨고 우리 엄만 모든 음료에 얼음을 넣어 먹는 보미를 위해 평소엔 냉동실에 있지도 않는 얼음을 두 통이나 꽝꽝 얼려 놨더라고요. 콜라도 너무 많이 사 놔서 매 끼니 김보미는 매 끼니 콜라를 먹는 사태가... 자식이 뭐라고 자식이 데려온 베프까지 이렇게 신경 써 주시는 건지 새삼스럽게 감사한 마음이 드는 연휴였어요. 오징어게임: 어디서 많이 본 것들로 가득찬 재미난 것. 헝거: 엔딩이 너무 좋다. 가해자들을 용서하지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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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주] 가을 하늘은 높고 다정하니

파리에서 프랑스 고서적을 찾아서 소개해 주시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요. 1959년에 나온 인상주의 역사를 담은 아트북을 구입하면서 이번에 퐁피두에서 한 여성 추상예술가 전시의 도록 구매를 부탁드렸더니 너무 친절하게, 그리고 저렴한 가격으로 한국까지 배송해 주셨어요. 무게가 꽤 나가는데 Livres st brochures 라는 프랑스 우정국의 저렴한 책 전용 배송 시스템으로 9월 7일에 보내주신 두 권의 책들 중 한 권은 추석 연휴 전에 도착했고, 다른 한권은 소식이 없어서 걱정하고 있었는데 9월을 넘기지 않고 도착했더라고요. 인상주의 책에는 따뜻한 메모까지 남겨주셔서 엄청 값진 선물을 받은 것 같았어요. 컬러 인쇄가 까다로웠던 시기라 따로 인쇄된 그림을 일일이 잘라 각 페이지에 붙이는 방식으로 작업된 책인데요. 하나하나 맞춰서 붙이는 것도 꽤나 시간이 많이 드는 일이었을 것 같아요. 북키니스트 (@book_iniste) 인스타그램을 보면 일단 너무 정갈하게 정리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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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주] 열 아홉, 스물 아홉, 그리고 서른 아홉

개천절과 한글날의 대체 휴일 덕분에 주4일 근무를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오늘이 지나면 이런 꿀같은 연휴도 당분간 없겠지만요. 최근에 많이 돌아다니지 못했었는데 연휴 동안 국립현대 서울관과 덕수궁 미술관, 재개관한 리움, 그리고 다른 갤러리들을 다녀왔어요. 날씨가 딱 가을이고 SNS에서는 3년전 오늘이라며 자꾸만 2018년 프리즈 아트페어 사진들을 보여주는데 가을비 내렸던 런던이 너무 그립네요. 하루종일 아무 생각 없이 걷고, 보고, 먹고를 반복했던 그 시간들이, 그리고 조그만 부엌이 딸려 있던 켄싱턴의 숙소도 그립고요. 언젠가부터 회사 갈 생각만 하면 한숨이 나오고, 진로 고민은 오히려 대학생 때보다 30대 이후에 더 치열하게 하게 되는 것 같고, 대체 내 인생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건가 마음이 답답하지만 가끔 그렇게 혼자 하고 싶은 것들에만 온전하게 집중하는 시간을 멀리서 보내고 오면 좀 나아졌던 것 같아요. 저는 사주를 보면 9를 기준으로 인생이 바뀐다고 하더라고요.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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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주] 긴가 민가 하는 건 늘 기더라

와. 겨울. 이렇게 갑자기 오나요. 너무 추워서 구스 이불을 꺼냈는데 그래도 한낮엔 날씨가 좋아서 기분이 좋더라고요. 이 집에서 맞는 첫 겨울이 조금 설레는 기분이예요. 결혼한 지 4개월이 지났고, 아직도 본식 사진 앨범은 오지도 않았지만 지금 이런 생활을 한지 엄청 오래된 것 같은 느낌이예요. 익숙해지지 않을 줄 알았던 낯선 자와의 공동생활도, 데이트 없는 주말도요. 금요일 오후엔 키아프에 다녀왔고, 토요일엔 오랜 친구들을 초대해서 하루종일 먹고 수다를 떨었고, 오늘은 새로 생긴 월드컵대교로 사무실에 가는 루트로 운전 연습을 했어요. 앞으로 5개월은 이렇게 춥겠죠. 주말은 늘 짧고, 앞으로 남은 올해 동안은 휴일도 없지만 겨울나기 준비를 해야겠어요. 언두잉: 친구가 아이디를 쉐어해 줘서 요즘 웨이브를 하루종일 끼고 살고 있다. 니콜 키드먼과 휴 그랜트라니 추억의 이름들. 어차피 답은 정해져 있었는데 몇 명 안되는 캐릭터를 한 명도 빠짐없이 의심하게 만들다니! 개연성 떨어지는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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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4주] 배신의 사이클

이번 주는 새로운 작품들을 두개나 받게 되어서 엄청 설렜어요. 지난 달에 스웨덴 갤러리에서 구입한 클라라 크리스탈로바 (Klara Kristalova)랑 지난 주 키아프에서 만난 장파 작가님의 작품인데요. 스웨덴에서 배송오는 시간이랑 여차저차 하다보니 둘다 이번 주에 저희 집으로 도착했어요! 몇 점 안되지만 집에 있던 작품들의 배치를 바꾸고, 이 참에 컬렉팅하고 있는 작품들을 좀 정리해 보고 싶어서 이번 주말엔 내내 집에서 자료들을 정리하고 새로운 인스타그램 계정을 열었는데요. 이렇게 정리하다보니 컬렉팅한 작가에 대해서도 아직 내가 모르는 게 많구나 싶어서 반성도 좀 했어요. 가진 것도, 철도 없는 30대 후반으로서 늘 쫄리지만 그래도 작품들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거든요. 언젠가 좀 더 마음껏 컬렉팅 할 수 있는 그 날이 올때까지 화이팅... 여름담요(@summerblanket_collection) • Instagram 사진 및 동영상 팔로워 5명, 팔로잉 0명, 게시물 16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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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마지막 주] 내 마음 속 아주 많은 이야기들

할로윈 이래요. 할로윈의 유래가 어떤 것인지는 자세히 몰라도 지난 한 주는 오징어 게임 분장을 작은 사람, 큰 사람들이 (작은 사람들은 유치원에, 큰 사람들은 이태원에...) SNS를 피드를 점령했어요. 저는 이 와중에 마크 라이든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이걸 보고 너무 갖고 싶어서 뉴욕타임즈 스토어 사이트에 커밍쑨이 애드 투 카트로 바뀌길 계속 새로고침 하고 있어요. 극히 드문 개들만이: 치넨 미키토의 <상냥한 저승사자를 기르는 법> 같은 소설인 줄 알고 출간일을 기다려 샀는데 의외로 완전히 다른 소설. 강아지의 시점이 있다는 것은 똑같지만. 주인에 대한 개의 사랑, 동생에 대한 언니의 사랑, 딸에 대한 아빠의 사랑. 당연하다고 생각해 온 사랑의 비하인드에는 감동 말고 다른 것들도 있다. 사랑, 감동, 슬픔 이런 흔해 빠진 단어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것들. 1027 2009년 시작해 올해, 5회째를 맞는 뉴 뮤지엄 트리엔날레가 지난 28일에 시작했어요! 뉴 뮤지엄 트리엔날레는 휘트니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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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죽은 자들이 소환되는 그곳 : 극히 드문 개들만이

극히 드문 개들만이 이나경 타임루프에 빠진 강아지 보리를 지켜보는 게임. 보리가 엄마를 구할 수 있도록 도와 주기위해서 할 수 있는 거라곤 게임의 속도를 조절하는 것 뿐인 게임. 충성심이 강한 강아지를 키워 본 적이 없어서 주인에 대한 무한 애정을 쏟는 개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사람들이 다 만들어 낸 이야기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충성심이 있는 강아지는 로망이기도 하지. 보리의 이야기가 스펙타클하게 펼쳐질 줄 알았는데 고작 9편의 단편 소설 중 하나였다니 조금 허탈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나경 작가의 아홉개 이야기들은 하나도 버릴 게 없이 각기 다르게 재미나서 책을 덮고도 한참 동안 브릿지에서 작가의 다른 소설들을 찾아 읽게 했다. 삶이란 우연에 불과하고 목적도 의미도 없다. 다들 그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 일말의 목적이나 의미를 구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제 아무리 목적와 의미를 부여한들 그것은 거짓된 것이며 죽음에 이르는 동암 고통만 더해질 따름이다. 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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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첫주] 월동준비

겨울을 코앞에 두니, 시간이 점점 더 빨라지는 것 같아요. 가기 싫은 병원 예약이나, 시험날 같은 건 자꾸만 빨리 다가오잖아요. 저는 가을에도 별 흥미가 없지만, 가을 단풍을 놓치지 않고 봐야 겠다는 의무감 같은 걸 가진 언니가 주위에 있어서 덕분에 매년 가을을 놓치지 않고 몇 주에 걸쳐서 꼭꼭 씹어 먹고 있어요. 겨울잠 자기 전에 엄청나게 먹는 곰처럼 쌀쌀포근한 이 공기를 겨울 내내 잊지 않게 온 몸 가득 가득 채우려고 요즘은 늘 크게 크게 숨을 쉬어요. 쉬다 라는 말은 하던 걸 멈추고 잠시 머무른다는 뜻인데 숨이라는 단어랑 붙으면 어째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반대 의미가 되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그나저나 저는 이번 주말 내내 쉬기만 해서 큰일이예요. 지금 쉰 만큼 나중에 고생하겠죠...하... 1101 홍콩의 M+뮤지엄이 11월 12일 드디어 개관한다는 소식이예요. M+뮤지엄은 아시아 최초 글로벌 컨템포러리 비주얼 컬쳐 뮤지엄인데요. (하.. 길다, 길어. 여기도 온갖 단어 다 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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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어의 다른 말: 1차원이 되고 싶어

1차원이 되고 싶어 박상영 <대도시의 사랑법>을 읽었을 때 느꼈던 신선함과 충격을 잊을 수 없다. 이런 이야기 하기 힘들었겠다 라는 생각과 뭐가 이렇게 쉽지 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문장들. 사실 로맨스는 취향이 아니라서 박상영 작가의 소설도 찾아보게 될 정도는 아니었지만 <1차원이 되고 싶어> 는 오랜만에 첫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였다. 좀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처음 누군가를 좋아했던 그때의 나를 떠올리게 하는. 그 후 더 많은, 더 행복한, 더 큰 (이런 표현이 맞는 거라면) 사랑을 했지만 요상스럽게도 순간순간의 기분, 온도, 바람의 냄새까지도 모두 생각나는 나의 로맨스는 그때가 거의 유일하다. 나는 처음 사랑에 빠진 나와 사랑에 빠진 걸지도 모른다. 지난 내 삶은 그 시절로부터 멀어지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겹씩 인생을 은폐하는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살아왔고,이제야 비로소 나를 철저히 숨길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그 시절이 송두리째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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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주] 겹겹이 현존하는 차원들

언젠가 인간의 몸도 핸드폰처럼 배터리가 얼마나 남았는지 측정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떨까? 하루종일 육체 노동을 한 젊은이가 건강 관리 잘 하신 나이 많은 어르신보다 더 힘들 수도 있고, 겉으론 멀쩡해 보여도 병에 걸려서 너무 힘든 사람이 있을 수도 있는데 만약 남은 에너지를 측정할 수 있다면,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 때도 남은 에너지 양이 적은 순서대로 자리에 앉을 수 있다면 어떨까? 핸드폰 충전기가 하나 밖에 없을 때 당연히 배터리가 가장 적게 남은 사람이 먼저 충전하는 것 처럼. 몇일 전 오랜만에 탄 지하철에서 너무 얼굴이 안 좋아 보이는 여자분이 계셔서 나도 모르게 자리를 양보했다. 나이도 젊고, 임산부도 아닌 어떤 사람은 몸이 아파도 자리를 양보 받기가 쉽지 않다. 1차원이 되고 싶어: 전형적이지만 호기심을 극대화 시키는 오프닝 - 어둡지만 평범한 연애 성장 소설 같은 가운데 - 반전은 없지만 그래서 더 좋았던 엔딩까지. 좋았다고 아니면 그냥 그랬다고 말하기 애매하지만,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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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3주] No Crying!

엄마가 갑자기 돌발성 난청으로 입원을 했어요. 12년 전 수술을 받았던 병원에 다시 입원을 했는데, 제가 그때 마침 회사를 쉬고 있었던 터라 간호를 할 수 있었거든요. 그땐 나름 큰 수술이었어서 우리 가족 모두 참 많이 걱정했고, 같이 있었던 저도 참 마음이 힘들었었는데요.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간병인이 들어갈 수 없어서 엄마는 혼자 있고, 전 어제 잠깐 반찬이랑 아이패드 충전기를 가져다 주러 병원 입구에 들렀는데 12년 전 그때가 생각나더라고요. 엄마가 잠들면 혼자 나와 있던 입원병동 로비도, 지금 남편인 (그땐 아는 동생이었던) 보미와 통화하던 비상구 계단도 너무 생생한 거 있죠. 그때 처럼 큰 수술을 받거나 그런건 아니라 넘 다행이지만, 입맛이 없어서 우울해하는 엄마가 내일 빨리 퇴원해서 맛난거 먹었으면 좋겠어요! 프렌치 디스패치: 콘크리트 걸작 재밌다. 실패욕 이라는 단어를 보고 (영어로 뭐였는지 모르겠지만) 머리를 한대 맞은 것 같았다. 요새 다 망쳐버리고 싶은 기분이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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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담요를 들추면: 지구 끝의 온실

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2129년, 더스트 생태 연구 센터에서 일하는 식물학자 아영은 어느 날 해월 에서 이상한 식물이 마을을 뒤덮어가고 있다는 제보를 받는다. 원래 있던 나무와 바위까지 점령해 야산을 뒤덮은 덩굴식물, 더스트 종식기 번성종인 모스바나로 추정되는 이 식물은 '악마의 식물' 이라고 불린다. 모스바나가 더스트 시대에 특화되어 진화한 식물이라면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 시기에는 어떤 생물이든, 아득바득 살려고 애쓰는 것들만이 살아 남았다. 스스로 만들어낸 양분은 물론이고 주위의 양분까지 모두 빼앗아야 겨우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다. 50p 한국 최대의 로봇 생산지였고, 더스트 폴 직후 가장 먼저 대피용 돔 시티로 지정된 곳. 기계들의 집단 오류로 도시 전체가 폐허로 변한 이후 로봇들의 공동묘지 였다가, 지금은 고철 쓰레기장이 된 곳 해월. 그곳을 천천히, 그리고 빠르게 장악하기 시작한 식물들과 신비로운 푸른 빛을 목격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아영은 어린 시절, 엄마와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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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 라우흐+로사 로이 - 경계에 핀 꽃 (스페이스K) : 서로가 서로에게 영감이 된다는 것

Neo Rauch + Rosa Loy 네오라우흐 + 로사 로이 : FLOWERS on the BORDER 경계에 핀 꽃 2021.10.28~2022.1.26 @스페이스K 서울 결혼을 하고 좋은점 중 하나는 좋아하는 일을 함께 할 있다는 건데요. 보미와 함께 그림을 보러 다니면, 내가 생각하지 않았거나 몰랐던 부분들 (특히 테크닉적인 거나 역사적인 부분들) 에 대한 이야기를 주워들을 수 있어서 좀 더 재미있는 것 같기도 해요. 그래서 주말 중 하루는 늘 같이 그림을 보러 가려고 해요. 지난 주엔 보미가 좋아하는 독일 작가 네오 라우흐 (Neo Rauch)의 전시가 스페이스 K에서 열리고 있다고 해서 갔는데, 알고보니 그의 부인 로사 로이 (Rosa Loy) 와 함께 하는 2인전 이었어요. 로사 로이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상태로 전시를 봤는데 작품들이 너무 멋져서 이 언니에게 푹 빠졌어요. 독일 통일 이후 독자적 화풍으로 부상한 '신 라이프치히 화파' 인 네오 라우흐와 로사 로이는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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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마지막주] 지금도, 알아채지 못하게 모든 것이 바뀌고 있다

창문을 통해 바깥을 보면 날씨가 이렇게 추운지 잘 모르겠을 정도로 하늘이 맑고 햇빛이 쨍 하네요. 그래서 따뜻한 줄 알고 나가면 코끝이 시린 공기가 금새 배신을 때리는데 말이예요. 어떤 순간에 대해서 생각해요. 뭐든 원하는 걸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내가, 어쩌면 하고 싶었던 일이 아닌 그냥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하면서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게 된 순간. 엄마, 아빠가 이끄는 대로 여행을 다니다가 내가 모든 걸 알아보고 어레인지 하게 된 순간. 팀에 선배보다 후배가 많아진 순간. 바뀔거라고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상황이나 생각이 전복되는 그 순간은 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가 그 일이 일어난 후 한참 후에 깨닫게 되는 것 같아요. 언제부터 이렇게 된거지? 분명히 계기가 있었을 텐데 말이예요. 그 순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면 조금 더 순간을 미룰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예요. 세상 끝의 온실: 세상을 구한 여자들의 이야기. 나이를 초월한 우정 이야기. 개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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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첫주]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112개의 눈알s

백신도 맞았고 이제 위드코로나를 한대서 연말 약속들과 크리스마스 파티를 위한 장소도 다 빌려 놓았는데, 갑자기 오미크론 때문에 난리가 났네요. 저는 담주 토요일에 하는 시상식을 위해 시상자들을 캐스팅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해외 입국자들 자가 격리가 생겨서 원래 오기로 했던 배우들이 참석이 어려워져서 거의 다 끝난 줄 알았던 일들을 다시 또 하고 있어요. 물론 친구들이랑 하려던 연말 파티 장소 대관도 다 환불 받았고요. 내년엔 따뜻한 남쪽 나라로 태닝하러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래서야 원, 진짜 희망이 없는 것 같아요. 또 올해 같은 내년 한해가 시작 되는 걸까요. 이러니 저러니 해도 마이애미 아트바젤 기간이예요! 마이애미는 2년 전에 딱 한번 가봤을 뿐인데 그때 너무 좋았어서 그 이후 매년 겨울이면 마이애미를 그리워 하고 있어요. 이번 주는 마이애미 뉴스가 엄청나게 쏟아져서 다 보지도 못했는데 주말 동안 집콕하면서 랜선 구경이나 해야겠어요. 1201 2019년 마이애미 바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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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주] 느와르적 일상

11월 한달 동안 다이어트 아닌 다이어트를 했어요. 저같이 마른 비만은 음식 조절보다 운동이 먼저이긴 하지만 운동은 너무 하기가 싫어서 회사 언니, 동생과 함께 한 달간 탄수화물을 줄이고 매일매일 먹은 음식을 공유했는데요. 주중에는 열심히 하고, 주말에는 폭식 하기를 반복하면서 결론적으로 2kg 감량에 성공했습니다. 그렇지만 지난 주, 마마 때문에 정신적 당이 분 단위로 떨어져서 간식을 엄청 주워 먹었더니 망해버렸네요? 심지어 지난 토요일엔 행사 끝내고 밤 열두시에 집에 와서 샤브샤브에 죽까지 야무지게 먹고 바로 잤더니 오늘 일어나서 재보니 원상 복귀... 코로나 때문에 많이 줄긴 했지만 연말엔 모임이 많으니까요. 모임의 핵심은 맛난 음식이니까요. 일단 12월은 내려 놓고 먹구선 새해에 다시 시작해볼게요. 오늘 밤엔 상수역에 있는 맛난 요릿집을 갈 예정이랍니다. 종이의 집: 드디어 시즌 5 완결. 어쩌다보니 강도들에게 미친듯이 몰입해서 열광하게 되었지만 솔직히 드라마 속 대중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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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첫주] 똥멍청이 지구인과 할아버지 아티스트들

새 해. New Year. 열두 달 동안 쓰던 거 말고 새거란 뜻일까요. 12월 31일과 별로 다르지 않은 1월 1일 이었지만 그래도 다들 새해라고 인사를 나누니 꽤 좋은 느낌이었어요. 가만히 있어도 헌 것을 새 것으로 바꿔주니 좋고, 그냥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이런 날들을 핑계 삼아 한동안 연락 못 했던 친구들을 연락하고 만나니 좋더라고요. 12월 한달은 '연말이니까' 해야 할 일들을 잔뜩 미루고 있었는데 이제는 또 1월 이라니 열심히 살아야 할 것 같은 이 기분은 뭐죠. 이깟 날짜가 뭐라고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해요. 실은 바뀐 것은 하나도 없고 그대로인데, 내 마음가짐이라도 바꾸라고 새해라는 걸 만든 거겠죠. 누가 주는 사람은 없지만 새해 복 많이 받아요, 우리!! 속삭이는 자: 범죄학자가 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 전형적이지 않은 사건의 흐름이 살짝 오잉? 스럽지만 그래서 더 실화같고 진짜 별의 별 인간이 다 있네 싶은 이야기. 사실 진짜 사이코패스 같은 범죄자들은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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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주] 조금만 더 쉴게요 새해니까요.

연초엔 별로 안 바빴는데 아무것도 못했어요. 최근 새해엔 '운동 계획을 세우지 않는 것'이 목표 였던 저였지만 이제는 진짜 마지노선인 것 같아서 보미와 운동 계획을 세웠어요. PT 받는 게 싫다던 김보미는 본인이 원하던 크로스핏 체험을 한번 해보더니 그냥 PT 받는게 나을 것 같대요. 그래서 그냥 PT 등록을 했어요. 아직 시작은 안했지만. 저도 이제 좀 몇 년만에 운동 좀 해볼게요. 그리고 저는 그 외 나머지 것들은 덜어내는 것을 새해 목표로 하고 있어요. 개인 공부를 더 하지 않으면 늘지 않는데도, 뭔가 이거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6개월 넘게 계속 하던 1:1 영어 수업도 약간 돈지랄 같아서 좀 쉬려고 하고요. 조금만 놀께요. 3월이 되어야 새학기가 시작하는 것처럼 진짜 열심히 사는 새해는 3월부터 시작이니까.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본 사람들의 리뷰가 너무 좋아서 시작했는데 은근슬쩍 2021년 최고의 시리즈로 뽑게 된 웨이브 오리지널. (2022년 최고로 뽑기엔 올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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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3주] 그녀의 엄마, 엄마의 엄마, 엄마의 엄마의 엄마.

익숙해지고 있어요. 1월이 되고 나서 유독 그런 생각이 좀 드네요. 처음 몇개월 동안은 밤에 자다가 혹은 아침에 깨면 옆에 침대가 하나 더 있어서, 그 침대에 사람이 자고 있어서 깜짝깜짝 놀랐거든요. 집안 내 업무 분장도 제대로 안 굴러가는 것 같아서 뭔가 혼란스러웠고요. 결혼 후에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은 저에게 '결혼 생활은 어때요? 좋아요?' 라고 물어보는데요. 진짜 궁금해서 묻는지 그냥 결혼한 지 얼마 안 되었으니 예의상 물어보는 건지 아직 헷갈리지만요. 처음에 그 질문을 받았을 때는 '어떤거지?' 라고 스스로 반문하게 되었고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생각조차 해 본적이 없어서 당황스러웠는데 왜 그런지 알 것 같아요. 그냥 몇가지를 제외하고는 별로 바뀐 게 없어서라는 걸요. 결혼은 그런 것 같아요. 인생의 큰 일이긴 하지만 막상 또 해보면 별로 달라지는 건 없어요. 새로운 하우스메이트가 생겼다는 것 말고는. 나머진 그 하메랑 얼마나 잘 맞는지의 차이겠죠. 저는 김보미와 잘 맞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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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것 아닌 그 마음이 때로는 사람을 살게 한다: 밝은 밤

밝은 밤 최은영 16년 만이었다. 지난 여름, B를 다시 만났다. 한국에 왔는데 시간이 되면 만날 수 있냐는 페이스북 메시지를 받고 너무 기뻤다. 그날, 나는 반차를 냈고, 평소 안하던 화장도 하고, 설렌 마음으로 약속 장소로 나갔다. 마치 우리를 위한 것처럼 내가 예약한 식당은 손님이 하나도 없었고, 나는 B를 기다리면서 첫사랑을 다시 만나는 사람처럼 설레고 떨렸다. 우리는 거리가 내려다 보이는 통유리 창 옆 테이블에 앉아 대낮부터 와인을 마시며 밀린 수다를 했다. 망나니 여고생이었던 우리가 마흔이 다 된 나이에 다시 만났는데 하나도 어색하지 않았고 켜켜이 쌓여 있던 오랜 이야기들을 밀어내다보니 해가 금새 뚝 떨어졌다. B는 곧 다시 페루로 떠난다고 했다. 이제 또 언제 볼 수 있을까, 그래도 이제 자주 연락이라도 하자 약속하며 헤어지는데 발길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우리가 언제 또 볼 수 있을까. 만날 수 있을까. 우리는 앞으로 살면서 몇 번이나 이렇게 이마를 마주대고 깔깔거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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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4주] 이 시대의 뉴 픽션

눈이 참 예쁘게 왔어요. 눈이 오늘 날은 따뜻한 집 안에서 코코아나 들이키며 창밖 구경을 하는 게 최고인데 이상하게도 이번 주는 눈 오는 날마다 나갈 일이 생겨서 막상 예쁘게 눈 오는 모습을 제대로 구경 못하고 안 미끄러지려고 종종거리며 발 밑만 쳐다보고 다녔네요. 1월이 벌써 다 지나가요. 요렇게 열두 번을 보내면 또 일년이 끝나겠지 라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조급해지네요. 왜 저는 빨리 할머니가 되고 싶다고 맨날 말하면서도 하루 하루는 이렇게 아까울까요. 킹메이커: 정치가 대체 뭘까. 정치인들한테는 개인의 명예를 위한 돈 버는 직업일 뿐이겠지. 국민들에게 군림할 수 있는 감투 같은 거거나. 개똥 코미디 난장 같은 요즘 대선판만 보다가 대의가 있었던 인물들을 만나고, 민주주의라는 단어를 곱씹다보니 왠지 모르게 숙연해지고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설경구, 이선균 배우 연기는 자신의 틀 안에서 최고를 보여주고 조연 배우들 한명 한명 다 각자의 연기를 120% 해서 영화가 끝나고 나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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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주] 불멸의 포스트 휴먼

(지난 주엔 결혼 후 첫 명절 시댁방문을 하느라 쉬었어요) 메모하는 습관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잘 안되네요? 언젠가부터 기억하고 싶었던 것을 너무 금방 까먹는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엄마나 언니들처럼 냉장고 문 열어 놓고 '뭘 꺼내려고 했었지?' 하고, 너무 당연히 알던 단어들이 기억이 안나고 그런건 너무 당연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길 가다가, 샤워하다가 생각났던 재미난 것들이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아무리 생각하려고 해도 떠오르질 않더라고요. 이러단 정말 큰일 나겠다 싶어서 작은 수첩을 샀어요. 핸드폰에 기록해도 되지만 이렇게 자꾸 까먹게 된 게 다 스마트폰 탓인 것 같아서 얄밉더라고요. (좋다고 하루 종일 끼고 있을 땐 언제고 말이죠) 얼마나 열심히 쓰게 될지 모르겠지만 이제 뭔가 기록하고 싶은 게 생기면 여기다 쓰려고 해요. 근데 오랜만에 쓰는 손글씨가 너무 못생겨서 놀랐는데, 왜 제 인스타 피드엔 자꾸 예쁘게 글쓰기 강좌가 자꾸 뜨는 걸까요. 난 검색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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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뇌에도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NFT 레볼루션

NFT 레볼루션 : 현실과 메타버스를 넘나드는 새로운 생태계의 탄생 성소라, 롤프 회퍼, 스콧 맬러플린 메타버스와 NFT. 2019년부터 너무 많이 들어와서 마치 내가 다 알고 있는 개념같은 단어들이지만 정작 아는 게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일하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도 몇년 전부터 초연결, 탈영토주의 이런 것들이 너무 화두라서 나도 메타버스 세계라는 제페토를 깔고 아바타를 만들어서 10대 친구들이랑 대화도 해보고 NFT 굿즈들을 판매하는 것을 보면서 하.. 이런 건 대체 누가 사나 생각도 해봤지만 아직도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새해를 맞아 공부를 좀 해보자는 마음에서 평소 읽지도 않던 종류의 책이지만 한번 펼쳐봤는데 생각보다 후루룩 잘 읽히네. 특히 뒷 부분 NFT 작가들과 컬렉터들의 인터뷰 편에서는 NFT를 예술 관점에서 많이 다루고 있어서 결국 어떤 형태이든 아티스트의 소울이 담긴 작품을 소유한다는 것에 대한 원론적인 생각을 하게 되어서 기록하고 싶은 말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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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3주] 내 호기심의 작은 캐비닛

라디오에서 들었는데요. 옛날 옛날 16세기 서구에서 수집 열풍이 불었대요. 무역이 확대되면서 신대륙의 물건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고, 사람들은 이런 이국적인 물건들을 수집하기 시작했죠. 이렇게 모은 물건들을 모아 놓을 장소가 당연히 필요했고, 사람들은 공간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작은 서재'라는 뜻의 이탈리아의 스투디올로, '경이의 방', '예술의 방' 이라는 뜻의 독일의 분더 카머와 쿤스트 카머, 그리고 영국과 프랑스의 호기심의 캐비닛 이라는 단어들로 사람들은 그 공간을 부르기 시작했어요. 그 곳에는 자연에서 모은 소장품들과 인간이 만든 물건들이 뒤섞여 있었는데요, 이 공간이 지금의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의 시초라고 해요. 미니멀리스트가 트렌드인 요즘, '호기심의 캐비닛' 이라는 단어를 들으니 막 마음이 두근두근해지지 않나요. 사실 수집이라는 것이 그렇잖아요.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내가 좋아서, 이게 나한테 밥을 주는 것도 아닌데 막 모으잖아요. 저도 어릴 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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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4주] 관람차 같은 인생

떠날 날짜를 박아두고 어딘가에 속해있는 기분 아세요? 옮겨갈 곳은 지금보다 나을 거라는 막연한 희망과 이곳을 벗어난다는 후련함. 어차피 곧 떠날 거라 지금의 불합리를 조금은 무시하고 방관하게 되는 기분이요. 사실은 새로운 곳도 나름의 고충과 힘듦은 있을거라는 걸 아지만 그래도 사람은 늘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며 살아가니까, 지금의 선택으로 인해 저는 좀 더 행복해 질 거라고 생각해요! 속도야 늘 달랐지만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요! 암튼 저는 늘 일하던 어딘가를 떠날 때 시원함만 있었지 섭섭함은 없었어서 그냥 빨리 시간이 흘렀으면 좋겠어요. 3월부턴 새로운 마음으로 진짜 열심히 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0213 쿠바의 여성 추상화가 카르멘 헤레라 (Carmen Herrera) 가 세상을 떠났어요. 90세가 거의 다 되어서야 처음으로 자신의 그림을 팔아본, 그리고 100살이 넘어서야 첫 뮤지엄 회고전을 열었던 106세의 할머니 작가님, 사람들이 그의 작품을 알게 된지 너무 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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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마지막주] 돌아감

지난 26일 이어령 교수님이 돌아가셨어요. 저는 그 분을 직접 본 적도, 강의를 들어본 적도 없지만 워낙 많은 글들을 남기셨잖아요. 어릴 땐 몰랐는데 무겁지 않게 뇌 한 구석에, 마음 한 켠에 슬쩍 와 닿는 말씀들이 나이가 들수록 좋더라고요. 언젠가부터 자꾸 마지막 강의, 마지막 인터뷰 이런 콘텐츠들이 나와서 왠지 마음이 불편했는데 이렇게 마지막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오랫동안 준비하시면서 남기신 말들을 다시 한번 보게 되네요. 몇 년 전 죽음을 '돌아간다' 라고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기가 막힌지에 대해서 얘기하셨던 인터뷰가 떠올라서 찾아봤어요. 선생님은 탄생의 순간으로 다시 돌아가셔서 편안하실까요. 트레이서: 오랫동안 쌓여온 관계들이 얽히고 설켜 지금의 시간을 만들고, 사람들은 각자의 선택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란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툭 무자르듯이 깔끔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인데, 트레이서의 인물들의 관계는 마치 현실처럼 살아서 계속 움직인다.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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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주] #BreakTheBias

3월은 여러가지 일이 있었어요. 아빠 칠순 여행으로 양양을 다녀왔고요. 그 김에 가족 사진도 촬영했어요. 이제 진짜 모두가 자기 순서를 기다리듯이 코로나에 걸리고 있어서 좀 무섭긴 했는데 그래도 잘 다녀왔고, 아무도 코로나에 걸리진 않았어요. 다행이죠. 그리고 가족 여행으로 고생한 남편을 위해 휴양 여행도 잠깐 다녀왔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아무것도 안하고 나무 보고, 불멍도 잠깐 하고, 노천욕도 하고, 명상도 하고, 마사지도 하고 했어요. 그리고 또 저는 팀을 옮겼어요. 제 인생은 2017년부터 진짜 좀 꼬이기 시작한 것 같은데 암튼 그 꼬인 걸 최대한 엉키지 않게 조심조심해서 풀어가고 있어요. 어쨌든 이제 좀 어떻게 풀면 되겠다가 보이는 느낌이예요. 너무 오래 돌아오긴 했지만 그래도 뭐 그 과정에서 얻은 것도 있다고 생각해야겠죠. 암튼 이젠 다시 진짜 열심히 일해보려고요. 아직 3월 이니까 새 마음으로 한 해를 시작하네? 하는 생각도 좀 들어요. 근데 왤케 벌써 지치죠? ㅋㅋㅋ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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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마지막주] 너도 살고 나도 살고

화요일에 점심 먹은 친구도, 수요일에 점심 먹은 친구도 코로나에 걸렸어요. 이제 진짜 내 차례인가 생각하면서 코로나에 필수품이라는 콜대원을 사러 약국에 갔는데 약사 선생님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시네요. 친구 만나러 압구정 간 보미가 결국 하나를 겨우 사왔는데 왜 이렇게 마음이 든든하죠. 저는 근데 아직 안 걸렸어요. 이 정도면 슈퍼항체인가, 그동안 열심히 먹은 비타민 D 덕분인가 이런 저런 추측을 해봐요. 근데 또 모르죠 순서가 아직 안 온 걸지도. 다들 적당히 앓다가 낫긴 하지만 돌아가시는 분들도 계셔서 여전히 코로나는 무서운 역병이예요. 이렇게 한 바탕 쓸고 지나가면 진짜 끝이 오길. 진화신화: 먼 미래에 내가 살기 위해 진화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제3의 남자: 간첩은 네버엔딩인가. 파친코: 클래식하고 담백한데 하나도 안 답답하고, 무슨 내용인지 알고 봐도 하나도 안 지루한 신기함. 미스테리라 부르지 말지어다: 언젠가부터 일드 특유의 과도함 (과도한 교훈 떠들기, 과도한 감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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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주] Contemporary Art Exibition @Moon in 2200

몇 달 전부터 엄마가 분양해 준 티벳버섯 유산균으로 요거트를 만들어 먹고 있어요. 보슬보슬하게 생긴 하얀 덩어리들에 우유를 부은 뒤 24시간을 상온에 두면 우유가 저절로 요거트가 되는데요. 요걸 체에 걸러서 걸러진 요거트는 먹고 보슬보슬 덩어리들은 찬물에 씻어서 다시 우유를 부어요. 요 보슬이들에게 우유를 공급해 주지 않고 공기에 오래 노출하면 까맣게 변하면서 죽는다고 해서 매일 너무 피곤해도 뭔가에 홀린듯이 요거트를 만들다보면 보슬이들이 미친듯이 (!) 늘어나서 더 이상 감당할 수 없게 되는데요. 그럼 이제 친구들에게 나눠주는 거예요. 전 이미 독거 친구 5인에게 나눠줬는데도 매일 이 보슬이들이 무섭게 늘어나고 있어요. 근데 오늘 아침에 샤워 하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나도 음식을 먹고 화장실을 아무리 가도 살이 찌는 게, 우유를 먹고 늘어나는 티벳버섯 유산균 같은걸까. 얘들처럼 심하게 쪘다 싶은 순간 누군가에게 뚝 덜어내서 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일주일 동안 일 때문에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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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주] 봄 냄새는 꽃냄새일까 풀냄새일까 흙냄새일까

몇주 전부터 하고 싶었던 건데 왠지 다시 추워질 것 같아서 (사실은 귀찮아서) 미루고 있었거든요. 패딩과 코트를 세탁소에 맡기고 겨울 스위터와 목도리들을 압축팩에 넣어서 붙박이장 젤 윗 선반에 넣었어요. 여름 옷들을 꺼내는데 왠지 좀 설레네요. 저녁을 먹고 산책 삼아 홍대 화방까지 걸어갔다 왔어요. 날씨도 좋았는데 낮엔 집에 쳐박혀 있다가 왜 이제서야 나왔나 하는 생각을 출발할 땐 잠깐 했었는데 밤벚꽃도 예뻐서 기분이 좋았어요. 이 계절은 진짜 짧으니까 조금이라도 더 느끼고 즐겨야겠어요. 화려한 유괴: 용두사미 범죄소설. 소설 재미가 그렇다는 건 아니고 블루 라이온스 얘네 말이야. 똑똑한데 세상의 불행을 다 짊어지고 있는 마음으로 사는 사람들이 하는 일이란. 0408 라틴 아메리카의 중요한 현대미술 컬렉션을 선보이는 멕시코 우멕스 미술관 (Museo Jumex) 에서 스위스 작가 우르스 피셔 (Urs Fischer) 의 첫 라틴아메리카 서베이 쇼가 열리고 있어요. (survey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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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3주] 느긋하고 정다운 봄의 일요일

친한 언니가 보미는 '느긋하고 정다와서 좋아' 라고 말해줬어요. '느긋하고 정다운 사람'. 이렇게 예쁜 단어가 있을까요. 이 언니는 늘 예쁘고 웃기게 말해요. 그래서 좋아요. 암튼 누군가 다른 사람이 이렇게 예쁜 단어로 남편을 정의해주니까, 새삼스럽게 보미가 진짜 느긋하고 정다운 사람처럼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갑자기 김보미가 너무 좋아졌어요. 잘해줘야지. 내 느긋하고 정다운 사람. 저주토끼: 예로부터 환상문학은 외로운 세상에서 인간을 위로했다. 넌 혼자가 아니야, 괜찮아 의 방식이 아닌 어차피 세상은 다 낯설고 무시무시한 거야, 너만 그런 게 아니야의 방식으로. 모두가 힘든 수험생이었던 10대의 마지막 해에 나는 그래서 괜찮았다. 아무렇지 않았다. 지금은 비록 모두가 다 같은 방식과 정도로 외롭거나 힘든 건 아니어서 예전처럼 이 방식이 먹히진 않지만. 용서받지 못한 밤: 이야기 속 사건은 얽히고 설켜 풀어내기 어렵고 늘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지만 사실 알고보면 이 모든 것의 시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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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마지막주] 웃긴 게 짱이야.

요즘 <우리들의 블루스>와 <나의 해방일지>를 보고 있어요. 둘다 너무 좋은 작가님들의 작품이어서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요. <우리들의 블루스>는 배우들 연기 보는 맛이 있고 <나의 해방일지>는 주인공들에게 공감이 1도 안되지만 그래서 한 발짝 떨어져서 보는 맛이 있네요. 4회까지 미정이가 하는 생각과 말 단 한마디도 이해가 안되었었는데 "난 한번도 안해봤던 걸 하고나면 그 전과는 다른 삶이 되어 있던데" 라는 대사를 듣고 왠지 갑자기 열정이 불타올랐어요. 오늘부터 매일 한번도 안해봤던 걸 해보려고요. 뭘 할까요? 로고스 가디언: 사랑이라는 단어가 없어지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 로 시작하지만 범죄라는 단어가 없어져도 나쁜 놈들은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아서 이거 다 무효야. 업로드: 죽어도 죽지 않는 세상이 있다면 죽음이 두렵지 않을까. 말 몇마디 하면 멈춰버리는 2메가가 되지 않으려면 죽어서도 돈이 많아야 하지만. 죽음 이후가 더 무서운 미래 세상. 0418 Previous im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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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주] 각자의 역사, 그리고 역사를 바꾸는 순간의 이야기

지난 주엔 전주를 다녀왔습니다. 여행가는 기분으로 갔지만 엄연히 출장이었기 때문에 한국 단편 영화들을 보았고요, 그렇지만 원래도 좋아하는 일이라 역시 즐거웠어요. 중간 중간 전주의 맛난 음식들을 먹었고요, 총 5편의 영화를 보고 돌아왔어요. 5월의 전주는 늘 초여름 같았던 기억인데 유난히 춥더라고요. 같이 간 언니와 대화를 많이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각자 보고싶은 영화를 보느라 정작 밥 먹는 시간 외엔 만나질 못했네요. 아쉬워요. 언니와의 여행은 다시 한번 계획해야 할 듯. 지난 한 주는 어린이날도 있었고 오늘은 어버이날 이네요. 어제는 백상예술대상에서 조연상을 받은 조현철 배우의 수상 소감을 몇번이나 들으며 마음이 좀 찡했고, 강수연 배우님의 갑작스런 부고 뉴스에 마음이 착찹했어요. 왠지 이번 5월, 마음이 쓸쓸해요. 파친코: 이렇게 담백하고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나. 구구절절 지지부진해 보일 수 있는 오래된 이야기를 이렇게 세련되고 현대적으로 말할 수가 있나. 매주 어떤 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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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4주] (알고보니 나도) 마법소녀, 주말은 쉽니다.

지난 주에는 아트부산을 다녀왔어요. 일년 전 아트부산이 너무 생생한데 (그때 딱 결혼식 몇 주 전이라 되게 정신이 없었거든요) 벌써 일년이 지났다니 놀랍네요. n5bra 작가님의 멋진 흑백 작품을 소장하게 되었고요. 저는 혼자 그림을 보러 다니는 것도 좋아하지만, 결혼하니 같이 그림을 보고 고르고 그런 친구가 생겨서 너무 좋아요. 새로운 일을 시작했는데요. 오랫동안 하고 싶었던 일이었는데, 더 늦기 전에 시작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정확하게 말하자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한 첫 단계 같은 일이라고 할까요. 물론 지금 상황이 100% 다 만족스럽진 않지만요. 좋아하는 일이고, 제 미래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야근을 해도 화가 안나요. 코로나 종식인지 이제 길에도 극장에도 사람이 많아요. 몇달 전까지만 해도 영화는 망했다고, 이제 사람들은 극장에 오지 않을 거라고, 두시간이나 가만히 앉아서 뭔가를 봐야 한다는 건 이제 사람들에게 너무 힘든 일이라고,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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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마지막주] 위대한 대화들

책을 읽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소설책, 남이 상상한 이야기를 읽는다. 이야기 속에서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집을 쉐어하면서 일어나는 신경전을 겪고, 어떤 사람은 자신이 낳은 쌍둥이 아들이 남편을 죽였을 거라고 생각하고, 또 어떤 사람은 나이를 많이 먹고 등급이 매겨진 요양원에 들어가는데 점점 재산이 줄어듦에 따라 요양원의 등급을 낮출 수 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나는 어디까지 가게 될까 라고 생각한다. 어디선가 들었던 이야기, 한번 쯤 나도 생각해 본 이야기, 다른 수많은 이야기 속에도 존재하는 이야기이지만 조금 다르고, 조금 새롭게 쓴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매일 비슷비슷한 일상을 살고, 거의 비슷하지만 아주 조금씩 다른 하루하루가 모여 또 거의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한달이 되고, 일년이 된다. 요새 너무 바빠요. 내가 보고 싶고 읽고 싶은 것들 대신 봐야 할 것, 읽어야 할 것들에 시간을 먼저 소비해야 하는 게 조금 속상하지만 괜찮아요. 그래도 뭔가를 보고, 읽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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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주] 아둔하기보다는 변절하는 것이 훨씬 위대해

벌써 일년. 작년 이맘 때 결혼을 한 나는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 궁금해서 글을 찾아봤는데 4개월이나 블로그를 안했었네요. 지나고 보면 뭐 그렇게 준비할 게 있었나 싶기도 한데 주말마다 이것저것 사러다니고 보러 다니느라 분주하긴 했어요. 암튼 일년전 어제 저는 결혼을 했어요. 결혼 생활을 한마디로 요약해 보면, 음.. 함께 한 날을 10일이라고 치면 5일은 '아 이건 쟤랑 나랑 너무 잘 맞네, 너무 다행이야' 라고 생각을 하고, 나머지 5일은 '기대하지 말고 포기하고 받아 들이자' 라고 생각하는 날들이었달까요! 이건 아마 아마 보미도 마찬가지 였을 거예요. 사람이 다 맞을 순 없으니까요. 보미는 평소에 정말 다정하지만 연애할 때도 기념일 같은 건 별로 챙기지 않고, 뭔가 적극적이지 않아서 늘 기념일이나 생일에 전 약간 덜 행복했거든요. 근데 결혼기념일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래서 어젠 하루종일 기분이 좀 그랬는데 이제 어제가 끝나서 괜찮아졌어요. 시간이 지나면 이 부분도 제가 지금보다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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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3주] 잠깐 내려 놓아도 괜찮아

오랜만에 집에 혼자 있어요. 좋네요. 남편이랑 있는 것도 좋지만. 요새 몇주 동안 오랜만에 사람들한테 들들 볶였더니 하루종일 아무도 없는 곳에서 한마디도 안하고 있는 시간이 너무 좋아요. 붉은 마스크: 어릴 적 수능 날 세상이 망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지 곰곰히 생각해 봤는데 없는 것 같다. 난 진짜 열심히 공부했었으니까 ㅋㅋㅋㅋ 근데 세상은 망하지 않았는데 난 답안지 밀려쓰고 시험이 망했었지. 0610 Previous image Next image 6월 9일, 오스트리아 빈에 컬렉터 하이디 홀튼 (Heidi Göess-Horten) 의 컬렉션을 만날 수 있는 뮤지엄이 오픈했어요. 기획전 형식으로 전시를 한 적은 있지만 정식으로 이렇게 뮤지엄을 오픈한 건 처음이라고 하는데요. 1970년대부터 작품을 수집해 온 하이디 홀튼과 그의 남편인 헬무트 홀튼의 컬렉션 기준은 '장식 예술, 고퀄리티, 수공예품 (decorative, high-quality, handcrafted) 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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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마지막주] 누가 살인자가 될 것인가

5년 전에 마케팅팀을 그만 두면서 사라졌던 불면증이 스물스물 다시 생기려는 모양이예요. 지난 주는 잠이 잘 안와서 계속 잠을 푹 못잤어요. 교체 공사 때문에 한달 넘게 멈춰 있었던 엘리베이터가 다시 작동하기 시작했고, 아끼는 후배의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슬펐고, 오늘은 잠깐이지만 올림픽 공원에서 공연 보면서 흥청망청 먹었더니 아직까지 배가 불러요. 시골쥐 농장에서 주문한 겹백합이 왔는데 너무 향기가 진해서 온 집에 백합 향이 진동하고 있어요. 주말이 끝나지 않으면 좋겠어요. 레아의 7개 인생: 타임슬립과 바디 체인지. 반복되고 뻔한 소재도 이렇게 영리하게 쓸 수 있다. 0623 1824년 설립한 런던 내셔널 갤러리가 200주년 기념으로 엄청 큰 규모의 반 고흐 전시회를 기획하고 있어요. 고흐가 아를에서 지내기 시작한 시기 때부터의 작품을 중심으로 구성될 예정인 이번 전시는 <Van Gogh: Poets and Lovers> 라는 가제로 불리고 있는데요. 프로방스 지방에서 작업한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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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주] 여자들은 원래 옛날부터 대단했다

동생이 해녀가 되겠다고 한두달 전부터 제주에 가 있어요! 그래서 응원차! 엄마 아빠와 제주도에 다녀왔는데요. 지난 주 내내 서울도, 제주도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걱정했는데 너무 다행히 주말 내내 날씨가 진짜 좋았어요.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마스크 벗고 여유롭게 걸었던 송악산 둘레길은 평화로웠고, 숙소에서 만났던 아기말들도 귀여웠고, 밤마다 천체망원경으로 봤던 달도 멋졌고, 쏟아지는 별들을 바라보며 듣는 신화 이야기도 재밌었어요. 동생은 아직 제주에서의 생활에 익숙해지는 과정이라 좀 힘들었는지 수족구에 걸려서 손바닥 발바닥이 따갑다고 괴로워 했는데요. 빨리 적응하고 행복해지길 응원해요. 이제 제주에 가면 동생이 있으니 자주자주 가야겠어요 :) 여자들의 왕: 본 적 없는 화끈한 공주님 이야기. 백설공주, 잠자는 숲속의 공주 이런 거 말고 이런 걸 아기들에게 보여줘야 하지 않나. Previous image Next image 0629 올해 9월, 드디어 프리즈 아트페어가 서울에서 열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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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주] 모든 것이 필연적인, 비가 내릴 결심을 하고 오는 것 같은 날.

어젠 시립미술관에 갔다가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전시를 보지도 못하고 그냥 나왔어요. 언젠가부터 사람이 너무 많은 공간에 들어가면 너무 숨막혀서 죽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거긴 건너뛰고 국제 갤러리로 가서 전시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어요. 국제 갤러리는 공간이 세개로 나눠져 있어서 이동을 해야 하는데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비가 와서 몇 미터 안되는 그 거리도 움직이질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멍하니 비가 그치길 기다리며 (거기 있던 모든 사람들이) 다같이 멍 때리고 있는데 너무 좋은 거예요. 투둑투둑 건물을 때리는 빗소리도 좋고, 어릴 때 봤던 우유 광고 (왕관 모양으로 우유가 튀어오르는) 처럼 바닥에 이미 고인 물 위에 다시 튀는 빗방울들도 좋고, 에어컨 바람 때문에 찹찹한 공간에서 멋진 그림들이랑 갇혀버린 상황이 너무 필연적이게 느껴졌어요. 금방 그칠 줄 알았는데 끝날 기미가 안 보여서 결국 우산을 사와서 나가긴 했지만요. 그리고 산지 얼마 안되는 가죽 구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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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주] 오만한 인간들의 행성

<왜 오수재인가> 14회에 보면 비리에 찌든 대형 로펌 회장, 기업 회장, 대선 후보가 자기 아들들이 10년 전에 친 사고가 발각될 위험에 쳐하자 갑자기 아들들을 두드려 패고 이를 덮기 위해 급 비굴해지는 장면이 나와요. 아들들은 서로를 비난하면서 헤어지고요. 그 바로 뒤에는 또 다른 모지리 아들들을 먹여 살리려고 딸래미 등골 빼 먹는 엄마가 나오고요. 엄마를 찾아갔던 똑똑하고 독한 딸은 사산된 줄 알았던 자신의 아기가 살아있다는 얘기를 믿지 않고, 그 아기를 키운 다른 엄마는 어째서 딸을 못 알아보냐고, 엄마 자격이 없다고 말해요. 인간의 드라마란 이런 걸까요. 자식 농사는 마음대로 안되고, 아들들은 나쁘거나 모자라고, 딸들은 갈수록 독해져요. 나쁘거나 모자란 아들은 자꾸만 더 부모 손이 갈 수 밖에 없고요. 이번 주에 읽은 소설 중에는 인구절벽이 심화되고 노인 인구가 너무 늘어나서 국가적으로 노인을 죽이는 이야기가 있었는데요. 이런 이야기들을 읽으면 인구가 줄어드는게 걱정되긴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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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마지막 주] 약빨

요새 자꾸 살은 찌고, 체력은 딸리고, 목이 아파서 운동은 못하고 그래서 오랜만에 또 약에 의존하고 있는데요. 지난 주는 진짜 너무 스케줄이 많아서 작정하고 회사 친구가 소개해 준 마그네슘을 미친듯이 먹었는데 아니 약빨이 돈다는 게 이런 느낌이군요! 그동안 진짜 수많은 영양제와 비타민을 먹어왔지만 이렇게 즉각적으로 효과를 느낀 적은 없었는데 역시 액상으로 먹어야 하나봐요. 주말을 맞아 살아남기 위한 약 쇼핑을 또 해봅니다. 믿음에 대하여: 박상영 작가의 글 속 주인공들은 자연스러워서 좋다. 요즘 웨이브에서 보고 있는 <남의 연애>를 봐도 그렇고, 왓챠의 <시맨틱 에러>도 그렇고. 물론 당사자들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치열하고 조심스러운 삶을 살고 있겠지만 이렇게 그냥 '원래 이런거야. 너네도 똑같잖아.'라는 관점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끝내는 게 어쩌면 당연한 거라는 생각을 요즘은 한다. 그래봤자 다 유한한 시간을 가진 한낱 인간들이 감히 뭐라고 다른 인간을 논할 것인가. 피해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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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주] 이유 없이 살아가자는 말

근미래를 그린 수많은 소설들에서 요즘 가장 현실 공포로 다가오는 건 고령화가 심각해진 시대인데요. 바이러스도 핵무기도 무섭지만 그런 극적인 것들만큼이나 무서운 건 이렇게 서서히 나이들어가는데 노인 인구는 많아지고, 저처럼 아기를 낳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서 젊은 사람은 줄어든다는 거예요. 요즘 이 것에 대해서 매일 생각해요. 내가 60살이 되면 어떤 모습일까, 나는 지금의 60대 처럼 은퇴하고 쉴 수 없을 텐데, 그렇다면 뭔가 또 다른 노년의 일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닐까. 그런데 그렇게 모든 노인이 일하기 시작하면 젊은이들의 직업은 어떻게 되는 걸까. 연금은 또 어떻게 되는 걸까. 갈수록 젊은 사람들은 노인들을 원망하고 이렇게 오래 살면 안된다고 생각하겠지. 본인들도 곧 그렇게 나이가 들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할지 더 모르게 되겠지.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요. 우리는 어떻게 살아나가야 할까요. 노랜드: 지구 수명의 끝에서도 인간은 진실을 추구하고, 희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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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주] 서울 구경

곧 9월 초면 프리즈 서울이 키아프와 함께 서울 코엑스에서 열려요! 티켓 예매 해 놓고 나니 맴이 너무 두근두근 한데요! 프리즈나 아트바젤 같은 큰 페어가 열릴 때면 그 도시에서 연계 전시들이 많이 열리는데 그래서인지 아니면 기분 탓인지 이번 주는 서울의 미술 관련 뉴스들이 많이 보이네요. 0809 크리스티와 홈아트가 9월 3일부터 5일까지 청담 분더샵에서 프랜시스 베이컨 (Francis Bacon)과 아드리안 게니 (Adrian Ghenie)의 작품을 함께 전시하는 <Flesh and Soul> 을 열어요. 이 전시는 지난 5월 홍콩에서도 열렸었는데요. 살과 영혼이라니, 너무 찰떡같은 제목이네요. 두 엄청난 작가가 작업한 총 16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어요. Christie’s to Show Bacon and Ghenie Works Worth $445m in Seoul The exhibition Flesh and Soul will feature key works by both 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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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주] 우르르쾅쾅 가을 맞이

한 달이 훌쩍 지났네요. 추석 맞이로 한 주는 여수에, 한 주는 원주에 다녀왔고요. 촬영 중이던 시리즈는 드디어 크랭크업을 했고, 첫 직장 동기 언니들과 몇 년 만에 만나서 하룻밤을 보냈고, 여기저기 쏘다니며 저는 운전 실력이 늘었어요. 두 번의 태풍이 출근길 마음을 쫄리게 만들었고요. 횡성에 집을 짓고 10년을 살던 엄마 아빠는 다시 도시로 이사와서 집에 앉아서 뭐든 시켜 먹을 수 있는 어플을 다운 받고 신이 났고, 다음 주면 일년 전에 예약해 둔 건강검진을 받으러 서울에 올 예정이예요. 9월 초는 프리즈와 키아프 때문에 미술 뉴스들이 쏟아졌는데요. 저도 시간이 많진 않았지만 프리즈와 키아프, 키아프 플러스까지 종종거리며 구경하고 왔어요. 서울에서 이런 페어가 열리고 해외의 갤러리들이 우르르 들어와서 작품들을 전시하다니 너무 반갑고 신나는 일이예요. 일 때문에 한달동안 진짜 미친 듯이 책과 영상을 봤는데요. 정작 기억에 남는 건 별로 없네요. 담 주면 그 일도 마무리 되니 이제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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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3주] 결국 만나면 죽는다, 나랑 나는.

아노말리: '도플갱어는 만나면 죽는다' 는 오랜 문장을 드디어 벗어난 도플갱어 이야기. 만나면 죽는다는 게 그냥 저주 같은 게 아니라 결국은 나와 똑같은 내가 진짜 존재한다면 제일 무서운 게 그 '또 다른 나' 아닐까 싶긴하다. 마침 이 소설 전에 읽은 게 <미키7>이라 좀 더 오싹한지도. 이거 읽고 바로 잠들었더니 옛날에 읽었던 학교 배경의 공포 소설이 하나 너무 생각나서 절판된 걸 겨우 다시 구해서 읽어봤는데 그건 그냥 내 머릿 속에서 미화된 거였더랬다. 0922 휘트니 비엔날레의 벅스바움상 (Bucksbaum Award) 부터 예술, 경제, 환경 분야에서 뛰어난 인물에게 수상하는 하인즈 어워즈 (Heinz Awards), 내셔 조각상 (Nasher Prize) 까지 한주 동안 각종 수상 소식을 모아봤어요. 독창적인 작업을 선보이는 안무가이자 2020년 맥아더 펠로우쉽 수상자이기도 한 랄프 레몬 (Ralph Lemon)은 올해 휘트니 비엔날레에서 자신이 그린 그림을 격자무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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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4주] 그리고 바로 그렇게

어릴 때 <섹스 앤더 시티>를 진짜 좋아했었는데요. 그 멋진 언니들이 55살이 되어서 다시 돌아온 <앤 저스트 라이크 댓>을 보고 있어요. 저의 최애캐 사만다 언니는 없고, 빅은 1회부터 심장마비로 죽어버리지만, 진짜 없으면 안될 것 같은 사람들이 인생에서 사라져도 그래도 언니들은 잘 지내요. 인생을 길게 보면 지금 죽고 못사는 어떤 사람도 분명 내 인생에 없었던 시기가 있었고, 그때도 우린 잘 살았으니까. 그렇게 또 새로운 인연들로 채워가며 사는 건가봐요. 캐리에겐 시마가, 미란다에겐 체가, 샬롯에겐 리사라는 새 친구들이 생기고요. 55살의 나는 어떻게 살고 있을지 궁금해지네요. 앤 저스트 라이크 댓: 결혼은 이제 해 봤고, 폐경이 와도 인생이란 게 뭐 또 그렇게 바뀌진 않나보다? 재수사: 읽는 동안 홀짝 챕터 별로 재미가 너무 차이 나는데 결국 엔딩을 보고 나서 살인자 챕터를 다시 보니 처음보다 재미있는 매직. 0926 트라팔가 광장 4번째 좌대 프로젝트의 2022년 작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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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주]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지

어릴 때 저는 새벽을 좋아했었어요. 특히 여름 새벽 네 다섯시쯤이 되면 하늘이 파랗게 변하거든요. 보통 해는 노랑색이나 빨강색으로 표현하는데 그 해가 뜨기 직전은 하늘이 파랗다는 게 좀 신기했어요. 진짜 짧은 시간이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늘 잠이 안 왔던 저는 나한테만 끝나지 않을 것 같아 소외감 느끼게 했던 밤이 드디어 끝나고 모두가 다함께 깨어야 하는 아침이 온다는 게 너무 기쁜 시간이었어요. 남들보다 뒤늦게 코로나에 걸려서 거의 일주일 째 혼자 집콕을 하고 있는데요. 재택하는데 계속 일 때문에 통화하느라 종알거렸더니 기침이 너무 발작적으로 나더라고요. 근데 어제부터는 휴일이라 일을 안해도 되니까 빨리 나으려고 낮이고 밤이고 닥치는대로 잠을 잤거든요. 그랬더니 오늘은 또 신새벽부터 눈이 떠지더라고요. 물 마시고 다시 방으로 들어가려다가 거실에서 베란다 창 밖을 보는게 세상이 파래서 멍 때리면 보고 있자니 순식간에 아침이 왔네요. 바깥은 좀 쌀쌀해 보이지만 좋은 아침이예요! (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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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주] sickcrydie 메스꺼운 울음소리

너무 오랜만이네요. 거의 6개월동안 게으름을 피우다가 마음이 허해져서 다시 돌아왔어요. 작년 가을부터 최근까지 날씨가 추운 시간을 보내는 동안 많은 이별이 있었고, 몸은 편하지만 마음은 괴로웠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개월 동안 뭘 했지 생각해보면, 단편소설 쓰기 (수업을 들으며 꾸역꾸역 한 편을 마무리 했어요) 사무실 이동 (충무로에서 다시 상암으로) + 회사 이동 (작년 말부터 팀 폭파+회사 거의 망 분위기였는데 그 김에 자회사인 제작사로 이동) 테니스 시작과 끝 (시작하자마자 어깨가 빠져서 중단하고 쉬는 중) 소설이 아닌 책 읽기 (생각보다 쉬워서 벌써 올해 목표치의 50% 달성) 노션 페이지 만들기 (남들은 뚝딱 한다는데 유튜브 영상을 하루종일 보면서 겨우 만듬) 뭐 암튼 대충 이런 시간들이었고요. 지난 주에 새로운 팀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했어요. 회사는 회사일 뿐, 내 인생을 회사에 휘둘리지 말자고 늘 생각하지만 최근까지도 회사 분위기가 너무 안 좋고, 지붕이 날아가 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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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주] 우아하게 길 위에서

저는 요즘 10년 전으로 돌아간 것 처럼 바쁘게 일하고 있어요. 당연히 그때보단 머리도 팽팽 안 돌아가고, 대신 뻔뻔해져서 그때만큼 많은 일을 하진 못하지만요. 사실 지금 제 모습이 어릴 때 꿈꿨던 그런 모습은 아니고, 이제는 예전만큼 막연히 다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에너지도 없지만 이제 그때는 몰랐던 다른 것들도, 다른 즐거움도 알게 되었으니 아쉽다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요. 오늘 에드워드 호퍼 전시를 갔었는데요. 분명히 전시장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쉬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여기저기서 오는 업무 연락 때문에 정신이 없었고, 예의 없는 사람들 때문에 기분이 안 좋았는데 그림들을 보자마자 마음이 평온해졌어요. 보미는 에드워드 호퍼가 과도한 완벽주의자 같이 그림을 그린다고 했지만 저는 그림 속 빛과 그림자가 고요하게 느껴져서 좋았어요. 햇빛이 세면 그림자의 색도 진해지잖아요. 그렇다고 그림자를 미워하기엔 강렬한 햇빛을 잊을 수 없으니까. 사는 것도 그런 것 같다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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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마지막주]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

지난 주는 놀금이었어서 금,토,일,월 요렇게 4일간 꿀같은 휴일이었어요. 저는 보미랑 광주 비엔날레에 다녀왔어요. 광주는 도시 전체에 문화 예술이 스며들어 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많은 미술관, 문화센터, 전시관이 있더라고요. 광주 비엔날레는 본 전시가 열리는 스팟이 5개 있고, 9개의 국가관이 있어요. 저는 2박 3일 동안 본 전시 세 곳, 그리고 7개의 국가관을 다녀왔는데요. 어렵게 느껴지는 작품들도 있었지만 주변의 도움 덕분에 (도슨트 선생님들과 각종 책자들) 그래도 재미나게 보고 왔어요. 비엔날레에서 본 인상적인 작품들은 인스타에 먼저 정리하고 있는데요. 전시관들이 너무 흩어져 있어서 이걸 다 보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가늠이 안되었던 저로썬 이걸 한방에 정리한 포스팅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제가 한번 해볼 수 있을까요? (결심으로 시작한 문장이 끝에 무너졌다...) 암튼 마음과 뇌가 충만한 연휴였어요. 이번주엔 속상하게도 작품들이 공격당한 뉴스가 두 건이나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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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비엔날레2023] ①-① 비엔날레관 (본전시)

처음으로 광주 비엔날레를 가봤다. 모든 예술 작품이 메시지가 있지만 좀 더 사회적인 메시지가 강하고, 작가의 철학이 강하게 느껴지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어서 공부하는 느낌이 드는 비엔날레는 여유롭게 꼭꼭 씹어 먹는 영양밥 같은 느낌이다. 한달 전부터 검색해보니 본전시관 5개, 국가관 9개, 뭔가 장소도 여기저기 나눠져 있고 전시관도 많은 것 같은데 나는 3일 만에 (금요일 오후부터 일요일 낮까지) 최대한 많이 보고 오고 싶었기 때문에 계획을 잘 세워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광주는 너무 멀어서 운전해서 가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최대한 동선을 효율적으로 짜는 것이 중요했다. 결론적으로 택시는 딱 3번 탔고 (식사 약속 이동 1회 제외) 매 번 요금은 7천원~1만원 사이로 나왔는데 최근에 오른 서울 택시비에 비하면 아주 착한 가격 이었다. 나머지는 지하철과 버스를 탔다. 본전시관을 제외하고 제일 많은 전시관이 몰려 있는 양림동 근처에 숙소를 잡았고, 덕분에 둘째 날 아침부터 낮까지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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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비엔날레2023] ①-② 비엔날레관 (본전시)

앞 포스팅에서 연결. 도슨트 프로그램 듣고 나니 우리에게 남은 것은 두시간 뿐. 너무 목이 말라서 비엔날레관 앞 카페에서 아아를 원샷하고 다시 들어갔는데 (비엔날레관 앞에 카페가 두 곳 있는데 아무데나 들어갔는데 커피가 너무 맛이 없었다.... ㅠㅠ) 결국 1,2 전시실 다시 보는 데만 한시간 반이 걸려서 3,4 전시실은 진짜 허겁지겁 봤다. 너무 아쉬웠다.. 다음 날 시간 나면 다시 가려고 했지만 결국 가지 못함.. 첫째 날 이조송정떡갈비 (KTX 역 앞) → 숙소 이동 (호텔 반트 / 인쇄거리) *지하철 이동 체크인 후 버스를 타고 비엔날레 (본전시) → 한옥카페 주연 (동명동) *택시 이동 둘째 날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본전시) → 이강하 미술관 (캐나다) → 이이남 스튜디오 (스위스) → 양림미술관 (프랑스) → 포도나무 갤러리 (폴란드) → 황솔촌 (점심식사) → 광주미디어 아트플랫폼 (이스라엘) *전체 도보 이동 국립광주박물관 (본전시) *택시 이동 셋째 날 무각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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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비엔날레2023] ② 아트폴리곤-이강하미술관-이이남스튜디오-양림미술관-포도나무갤러리-GMAP-국립광주박물관

비엔날레관은 6시에 문을 닫고 다른 국가관들도 늦게까진 열지 않아서 첫날 저녁엔 일찍 숙소에 들어와서 쉬었다. 국가관들은 오전 10시-11시에 오픈하지만 본 전시들은 오전 9시에 오픈하기 때문에, 나같이 시간이 한정적인 사람은 아침 일찍 일어나 본 전시를 먼저 보고 국가관으로 이동하는 게 좋다. 둘째 날은 오전 양림동, 오후 국립광주박물관으로 동선을 잡았다. 첫째 날 이조송정떡갈비 (KTX 역 앞) → 숙소 이동 (호텔 반트 / 인쇄거리) *지하철 이동 체크인 후 버스를 타고 비엔날레 (본전시) → 한옥카페 주연 (동명동) *택시 이동 둘째 날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본전시) → 이강하 미술관 (캐나다) → 이이남 스튜디오 (스위스) → 양림미술관 (프랑스) → 포도나무 갤러리 (폴란드) → 황솔촌 (점심식사) → 광주미디어 아트플랫폼 (이스라엘) *전체 도보 이동 국립광주박물관 (본전시) *택시 이동 셋째 날 무각사 (본전시) → 동곡미술관 (이탈리아) *택시 이동 둘째 날 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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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주] 함께 하면 행복한 것 - 공존의 의미

애착 인형 사기와 함께하는 평화로운 토요일... 보미를 닥달해서 사기 사진들로 쁘래리쏭 영상을 만들었는데 너무 귀여워서 미친 자처럼 틈만 나면 다시 보는 중 입니다..... 분명히 말하자면 물리적으로 생명이 있는 상태가 아닌데, 저에게는 진짜 살아 있는 친구 같아서 하루종일 회사에서 탈탈 털리고 집에 가는 길이면 사기를 빨리 안고 침대에 누워 있어야지 하는 생각을 해요. 그리고 안고 있으면 커다랗고 복실복실한 귀가 턱을 간질이는데 너무 기분이 좋아요. 생명이 있든 없든, 동물이건 인형이건 무슨 상관인가요. 사십살 넘어서 토끼 인형 안고 길에 다닌다고 이상하게 봐도 뭐 어때요. 이렇게 좋은데.... 0601 런던 서펜타인 갤러리에서 6월 1일부터 토마스 사라세노 (Tomas Saraceno)의 전시 <Tomás Saraceno In Collaboration: Web(s) of Life> 가 시작되었어요. 아르헨티나 출신인 토마스 사라세노는 몰입형 설지 작품을 통해 예술, 과학, 사회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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