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우리 회사 근처에서 미팅이 있어서 왔다는 예전 선배와 오랜만에 저녁을 먹었다. 선배의 8살짜리 딸의 학교 준비물을 위해 깜깜한 밤에 카페 앞에 떨어져 있는 가을 낙엽을 주웠다.
왜 이렇게 예쁜 낙엽이 없이 하나같이 망가진 애들 뿐이냐며 불평했다. 바람에 찢겨 예쁘지 않은 상태가 되어야 비로소 떨어지는 걸까, 아니면 예쁘게 떨어졌는데 사람들이 밟아서 못생겨진 걸까.
금요일, 회사 선배가 더 늦기 전에 단풍을 보러 가자고 했다. 회사에서 조금만 걸어나와도 이렇게 가을이 예쁘게 와 있었는데, 몰랐네.
덕분에 2020년 가을을 눈에 담고, 기록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몇일전에 그렇게 찾기 힘들었던 모양이 멀쩡한 낙엽이 바닥에 이불처럼 깔려 있었다.
일요일, 시간 여행에 관한 소설을 읽다가 문득 책 속에 낙엽을 껴 놓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시간이 많이 지나고 나서 책을 뒤지다 발견하면 즐거울텐데.
그렇지만 나는 지난 주에 낙엽을 하나도 주워오지 않았다. 오늘 비가 왔으니 내일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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