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젠 시립미술관에 갔다가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전시를 보지도 못하고 그냥 나왔어요. 언젠가부터 사람이 너무 많은 공간에 들어가면 너무 숨막혀서 죽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거긴 건너뛰고 국제 갤러리로 가서 전시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어요. 국제 갤러리는 공간이 세개로 나눠져 있어서 이동을 해야 하는데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비가 와서 몇 미터 안되는 그 거리도 움직이질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멍하니 비가 그치길 기다리며 (거기 있던 모든 사람들이) 다같이 멍 때리고 있는데 너무 좋은 거예요. 투둑투둑 건물을 때리는 빗소리도 좋고, 어릴 때 봤던 우유 광고 (왕관 모양으로 우유가 튀어오르는) 처럼 바닥에 이미 고인 물 위에 다시 튀는 빗방울들도 좋고, 에어컨 바람 때문에 찹찹한 공간에서 멋진 그림들이랑 갇혀버린 상황이 너무 필연적이게 느껴졌어요.
금방 그칠 줄 알았는데 끝날 기미가 안 보여서 결국 우산을 사와서 나가긴 했지만요. 그리고 산지 얼마 안되는 가죽 구두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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