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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와 성우의 분리

이번 원신 업데이트는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시틀라리 때문이었다. 시틀라리만큼 마음에 든 캐릭터는 원신 전체를 통틀어 몇 없었다. 아마 마지막으로 좋아했던 캐릭터는 야에미코가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한 때 야에 미코에 빠졌던 기억을 떠올리면 이내 원신 유튜브에서 성우들의 축하 영상을 본 기억이 뒤따른다. 덕질을 오래 한 사람으로서 성우가 덕질계에서 어느 정도의 위상을 가지는지 모를 수 없다. 나 또한 덕질을 하다보면 성우 정보를 접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나는 원신 성우들의 축하 영상이 업로드 된 것을 보면서도 별 생각 없이 눌러봤다. 야에 미코 야에 미코를 좋아하던 이유는 그 목소리 때문이었다. 이나즈마 PV에서 목소리로만 등장했던, "자, 눈 떠 봐. 하나, 둘 셋." 하는 그 짤막하면서도 매혹적인 목소리에 나는 단 번에 사로잡혔다. 그래서 영상을 틀면서 혹시 야에 미코 성우님도 나오시나, 하는 호기심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성우님이 야에 미코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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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함

광안대교는 작년에 봤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노을이 질 때 유독 예쁘더군요, 작년에도 해가 질 때 쯤에는 숙소로 돌아갔던 것 같습니다 사실 밤바다라는 게 뭐, 다 거기서 거기잖아요 눈을 돌리고 싶었던 거죠 무의식적으로 올해도 밤이 되면 광안대교는 새파란 조명을 켭니다 조명이 바다에 반사되면 바다는 시퍼렇게 물들어요 밤바다가 시퍼런 광경은 몹시 부자연스럽습니다 말하자면 음, 싼티 난달까요 밤바다를 본 적 없는 사람이 그린 색칠공부 그림같아요 촌스럽다는 표현이 가장 적절할 듯 합니다 이상한 일이죠, 작년에 여자친구와 이자카야 창 밖으로 바라보던 광안대교는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거든요 검은 창 밖으로 빛나던 푸른 대교는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같았습니다 예쁘다는 말을 함부로 남발해도 문제될 것이 없었어요 저는 원래부터 파란색을 좋아했습니다 (원래라는 단어의 시간적 정의를 좀 더 느슨하게 풀어야만 하겠지만 그럼에도) 그 이유가 재미있어요, 그토록 싫어하던 고등학교 영어 공부,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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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통제

1. 오늘은 이상하게 일어나자마자부터 기분이 좋았다. 딱히 평소와 다를 것이 없는 시작이었음에도 그랬다. 묘하게 들뜬 기분은 점심 때를 지나 오후까지도 이어졌다. 결국 오늘은 밤까지 하루종일 기분이 좋았는데, 문득 의문이 들었다. 이렇게 이유 없이 내내 기분이 좋은 날은 드물지만 처음은 아니다. 그런데 반대의 경우는 딱히 경험해본 적이 없다. 이유 없이 기분 좋은 날은 있는데 왜 이유 없이 우울한 날은 없었을까. 아마 있었을 것이다. 정확히는 아침에 이유 없이 우울한 날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시작은 우울했으나 그걸 자각한 순간부터는 다시 회복되었으리라. 나는 우울할 때 머릿속에서 우울함을 지운다. 그러면 우울하지 않다. 그래서 기억에 안 남았던 게 아닐까. 첫 연애, 그러니까 지난 번 연애에서 나는 전 여자친구한테 물어본 적이 있었다. 왜 그렇게 매 순간마다 짜증과 분노로 가득 차 있냐고, 그럼 피곤하지 않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글로 써놓고 보니까 좀 웃기긴 한데 일부러 긁으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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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마쓰 여행 (1일 차)

안녕하세요, 은하아빠입니다. 그간 잘 지내셨는지요. 며칠 새에 기온이 급락해 날이 춥습니다. 최근 날씨는 마치 미국 대선을 앞두고 나날이 서늘해져가는 주식 시장을 보는 듯 합니다... 요즘은 지구 온난화 때문에 가을이 없어지고 있는 것 같군요. 아무래도 전기도 좀 아끼고 물도 좀 아껴써야 할 텐데... 요즘 젊은이들은 아낄 줄은 모르고 쓰는 행복만을 즐기니... 이러다 참 지구가 어떻게 되어버릴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어른된 입장에서 올바르게 이끌어주려 조언을 하려들면 꼰대라는 말을 듣지 않습니까. 저는 꼰대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나이 많은 사람이 뭔가를 바로 잡아 주려고 하거나 규칙이나 규법 , 예절 등에 대해 이야기 해주려고 하면 그걸 듣기 싫으니 입 바른 소리라고 꼰대라는 말 한마디로 끝내버리려고 하는 느낌입니다. 이제 중학생이 된 조카가 그걸 재미있다고 카톡 메시지로 해놓았더라고요. 친구들끼리 많이 쓰는 단어인 것 같습니다. 아무튼 그건 별로 좋지 않은 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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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거인 후기

1. 재미 근 몇 년 간 본 애니가 거의 없지만, 어쨌든 그 중에서 진격거 수준의 수작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애니라는 장르가 유독 유명세와 작품의 질이 별개이다보니 명성에도 불구하고 전혀 기대가 없는 상태로 보기 시작했다. 그래서 솔직히 많이 놀랐다. 이렇게까지 재미있을 줄은 몰랐다. 나는 영화든 애니든 끝까지 본 작품이 얼마 없다. 매트릭스도, 도깨비도, 브레이킹 배드도, 종이의 집도 전부 보다 말았다. 한 자리에 같은 자세로 앉아 화면을 들여다보는 게 너무 힘들다. 스무살 이후로 15분 이상 집중하는 것이 불가능해진 것 같다. 끝까지 본 몇 안 되는 작품들마저 한 번 시작했으니 빨리 보고 끝내자는, 의무감에 의한 정주행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진격거를 보며 느낀 몰입감은 꽤나 신선했다. 중고등학생 때 애니를 보며 느끼던 행복과 다음편에 대한 기대를 참 오랜만에 느낄 수 있었다. 뭐 재미야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니 얼마나 재밌었는지 설명하는 것은 여기서 그만두고, 감상이나 좀 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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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빼로데이

From, 블로그씨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몰라볼 때가 있어요. 소소하지만 내가 매일 누리는 행복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어제는 빼빼로데이였다. 모르고 있던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딱히 의식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여자친구가 빼빼로 세트를 선물했을 때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나는 준비한 게 없었다. 왜 뭔가를 준비할 생각을 못했을까. 우리는 배달음식으로 점심을 때우고 피시방에 갔다가 근처 고기집에서 고기를 구워먹었다. 고기를 다 먹고 피시방으로 가던 길에 문득 떠올라 편의점에 들렀다. 그리고 누드빼빼로 5개를 샀다. 늘 그랬듯 별 다른 문제는 없었다. 여자친구는 적당히 고마워했고, 나도 장난처럼 생색을 낸 뒤 피시방에서 봇듀를 돌리고 병실에 들러 짐을 챙겨서 집에 왔다. 빼빼로 선물 세트를 손에 들고 버스에서 멍을 때리다보니, 그제서야 문득 누드 빼빼로 다섯 개가 너무나도 성의 없게 느껴졌다. 누드 빼빼로 다섯 개. 딱히 포장은 없었으니 그냥 들고 있던 올리브영 봉투에 담아서, 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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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마쓰 여행 (2일차)

아, 너무 힘들어서 컨셉은 유기했다. 은하엄마는 생각보다 할 만했는데 은하아빠는 너무 쓰기 힘들어서 글을 안 쓰게 되더라. 계속 미루고 안 쓸 바에는 컨셉 버리고 걍 빨리 쓰기로 했다. 다카마쓰 도착 첫날에는 아무것도 안했다면 이틀차에는 본격적으로 근처 관광지를 돌아다녔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날씨가 끔찍하게 더웠다. 그냥 덥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니었다. 힘들어서 몸상태가 작살날 정도로 더웠다. 나중에 자세히 쓰겠지만 이번 여행은 정말 정말 힘들었다. 사실 다른 여행기를 보면 알지 모르지만 나는 여행에서 몸 상태를 신경쓰지 않고 엄청 구르며 돌아다니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 여행을 겪고 처음으로 몸 상태를 신경 안쓰고 다니다가 여행이 다 망가질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아마 이번 겨울에 갈 스페인 여행은 잠도 푹 자고 건강도 좀 챙기면서 다닐 예정이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비행기를 탈 때부터 그닥 상태가 좋지 않았다. 비행기 얘기는 다음 글에서 자세히 다룰 예정이니 넘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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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도시마, 고치 여행 (3,4,5일 차) (+술집에서 친해진 사람들)

아침 8시에 일어났다. 뭘 할까? 해야할 일은 쇼도시마행 페리를 타는 것이었다. 하고 싶은 일은 자는 것. 대신 다시 자면 가장 기대했던 나오시마는 갈 수 없게 된다. 조금 고민하고 다시 누웠다. 솔직히 졸려서 그랬던 것도 맞는데, 내가 이번 다카마쓰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것이 나오시마였다. 나오시마는 예술섬이라고 해서 '집 프로젝트'가 진행된 섬이다. 나오시마 내부에는 예술작품으로 승화된 다양한 건축물들이 집으로서 모인 마을이 존재한다. 나는 그게 꼭 보고 싶었다. 사실 쇼도시마는 들러리에 불과했고, 나오시마가 이번 5박 6일 여행 중 가장 가고 싶은 여행지였다. 근데 막상 일어나니 창 밖은 어둡고 비가 주륵 주륵 내리고 있었다. 이 비를 맞으며 섬에서 건축물들을 보면 기분이 별로 좋을 것 같지 않았다. 그리고 전날 술먹고 늦게 잔 탓에 컨디션도 좋지 않았는데, 평소같았으면 신경 안 썼겠지만 이틀 내내 너무 저조한 몸 상태를 유지했다보니 여기서 더 혹사시키면 뭔가 큰일날 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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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에서 쓰러진 썰 푼다

여행이란 말하자면 돈 몇 백 들여서 플레이하는 롤같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여행에서 뭔가 큰 인생의 깨달음을 얻고, 방랑에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고, 뭐 그런 적은 딱히 없다. 오히려 가진 자들의 유흥이라고 생각한다. 방구석에 처박혀서 하루종일 랭겜 돌리나 몇 백 씩 써서 타지의 호스텔을 구르나 즐거운 것은 매한가지 아닌가. 분명 내게 여행은 즐거운 유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무 살 때부터 4년 간 무수한 여행을 다니다 보니 하나둘씩 여행에 대한 믿음 비스무레한 것들이 생겼다. 이를테면 돈은 어떻게든 아껴야한다, 잠은 줄이지 않는 것이 좋다, 좀 고생해도 어차피 안 죽는다, 뭐 그런 것들. 물론 내 성격 상 그런 걸 철칙처럼 지키는 것은 아니고, 돈은 아끼되 진짜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아끼지 않고 잠은 충분히 자되 아침 버스가 반값이다 하면 4시간 자고도 잘 일어나며, 어차피 안 죽겠지만 그래도 너무 힘들면 다 때려치고 쉰다. 그래서 나는 내가 여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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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도 선을 버리지 못했는가

며칠 전 윤석열의 계엄령이 있었다. 우습게도 나는 계엄령 선포를 나무위키로 원신 캐릭터를 찾아보다 알게 되었다. 나무위키 검색어가 계엄령으로 도배되어 있길래 뭔가 싶어서 뉴스를 보니 계엄령을 선포했단다. 그럴 수 있는 일이었다. 나는 정치 쪽은 잘 모르기 때문에, 계엄령이라는 단어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있을 수 있는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막상 뉴스를 읽어보니 내가 아는 그 계엄령이 맞았다. 의대생 커뮤니티는 48시간 내 의료인 미복귀 시 처단 조항 때문에 난리가 났었는데, 사실 나는 그 조항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게 뭔가 싶었다. 하룻밤 사이에 많은 일들이 벌어졌고, 다시 며칠에 걸쳐 더 많은 일들이 터졌다. 예상대로 사람들의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계엄령 직후부터 며칠 간 수많은 글들이 쏟아져나왔다. 나는 어차피 할 것도 없었기 때문에 하루종일 그것들을 읽었다. 그들 가운데 거의 대부분은 윤석열을 향한 비난과 소시민적인 자신에 대한 성찰, 두 부류로 나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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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비례

전화가 울렸을 때 나는 감자튀김을 비닐 봉투에 담고 있었다. H로부터의 전화였다. 근무 중 전화를 받아서는 안된다고 교육 받은 적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나는 전화 벨을 들으며 며칠 전의 일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날은 내가 일하는 모습을 구경하겠다며 고등학교 동창 K가 가게에 들른 날이었다. K는 내게, 네가 웬일로 돈 벌 생각을 다 했냐고 물었는데, 나는 딱히 무언가를 생각하고 일자리를 구한 것은 아니라고 대답했다. 대학 공부가 나와 맞지 않는다는 생각에 휴학계를 내고 보니 막상 할 일이 아무것도 없었던 것이다. 굳이 술집에 일자리를 구한 것도 집 근처라는 것 이외에 별 다른 이유는 없었다. K는 맥주 두 잔을 주문하더니 자신이 주문한 맥주 한 잔을 내게 건넸다. 마침 갈증이 느껴지던 참이기도 했고, 또 거절해야 할 이유도 없었기 때문에 나는 만족스럽게 들이켰다. 매니저는 그것이 상식 없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그녀는 화가 났다기보다는 어이가 없어보이는 표정이었다. 나는 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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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마이 블로그 리포트] 데이터로 찾아보는 내 블로그 마을

언제적 장발후기냐... 글도 좀 읽어줘라 요즘 열심히 쓰잖아 2024 마이 블로그 리포트 블로그 마을로 초대합니다: 지금 내 블로그 마을을 확인해 보세요! event.blo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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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숙소에 바퀴벌레가 기어다닌다 숙소에 기어다니는 바퀴벌레는 처음 봤지만 별 다른 감흥이 느껴지지 않았다 죽이기도 마땅치 않아 그냥 냅뒀다 바퀴벌레가 벽을 기어오르는 것을 보자마자 죽였다 기어오르는 것만큼은 용서할 수가 없다 기어오르는 것만큼은 사람이 품어서는 안되는 감정이 하나 있다면, 그건 기대라고 생각한다 모든 악감정은 기대로부터 말미암는다 기대가 없다면 그 어떤 불운도 없다 그야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전부 그럴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기대만 없다면 전부 그럴 수 있게 된다 기대에 기대지마라 고민해봤다 나는 왜 돈이 많은데 쓰질 못하나 쓸 줄을 몰라서 바퀴벌레와 자고 술집에 가는 대신 그 돈이 아까워 숙소에서 혼자 술을 마신다 이유는 몰라도 침대 밑에 원인 모를 웅덩이가 생겼다 이스탄불은 물가가 비싸서 (정신나간 수준으로 비싸다) 밥 한 끼를 때우려 싼 것만 먹는다 숙소는 대전 모텔 때처럼 불이 들어오지 않아 어둡다 나는 왜 이렇게 의미 없는 절약에 목을 매나 그 몇 푼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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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샬라 마샬라 마살라마 (İnşallah maşallah Ma'a Assalama)

헤이 웨어 아 유 프롬 대답하기도 채 전에 옆에 있던 남자가 곤니치와, 하고 외쳤다 그랬더니 또 그 옆 사람이 아니, 그건 말레이시아잖아 하고 츳코미를 걸었다 나는 잠시 고민하고는 니하오 하고 대답해주었다 왜 주문한 적도 없는 잡지가 자꾸 우편함에 꽂히나 했다 귀찮게시리, 계속 갖다 버리던 와중 문득 떠올랐다 한참 옛날에, 그러니까 몇 달 전 쯤에 무슨 공모전인지 뭔지에 제출한 글이 꼴찌상을 받은 것 같다 십몇등까지만 상금을 주고 그 이하는 잡지 구독권을 준다고 써있었던 기억이 났다 우스웠다 장려상, 나는 어릴 적부터 장려상이라는 단어가 그렇게 수치스러울 수가 없었다 장려보다는 장례가 낫다 장례보다는 장래가 장래보다는 장내가 나아야 좋은 인생 어중간하기 짝이 없는 것들을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어중간한 사람이다 튀르키예에서는 해가 뜨면 얼마 지나지 않아 알라에게 올리는 기도 방송이 온 도시에 울린다 나는 아침마다 그 방송을 듣고 잠에서 깬다 침대 밑에 사는 바귀벌레(귀엽게 생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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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모스카텔 11종류 시음

이번 여행에서 포트와인 다음으로 많이 마신 와인이 모스카텔이다. 사실 포트와인은 포르투갈을 벗어나자마자 파는 곳이 없어져 마시고 싶어도 마실 수가 없었다. 스페인에 있는 동안에는 셰리와 모스카텔 와인을 주로 마셨는데, 여자친구가 모스카텔을 더 좋아해서 모스카텔을 더 자주 마셨다. 나는 모스카텔이 그냥 포도 품종 머스캣의 스페인어 발음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셰리의 종류 중 하나로도 존재하고 포르투갈 와인으로도 존재하는 것을 보고 이해를 포기해버렸다. 그래서 그냥 와인 카테고리로 뭉뚱그려서 올린다. 혹시 모스카텔에 대해 정확한 지식을 알고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길 바란다. 1. Mr mountain wine 2023 첫맛은 다른 화이트와인과 비슷한 상큼하면서도 약간의 산미가 느껴지지만, 산미를 인식할 때 쯤이면 이미 단맛으로 넘어가있다. 바디감은 꽤나 무겁다. 단맛이 과한 수준은 아닌데 다른 향과 조화가 잘 안되는 느낌. 맛은 있는데 과실맛이나 산미 등 이것저것 다양한 맛이 이어지는 단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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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그린와인, 예니라크, 아니스 델 모노 둘세, EFES

1. 무로스 안티고스 루레이로 (Muros Antigos Loureiro) 포르투갈에 왔으니 그린와인은 한 번 먹어봐야지 싶어서 주문해봤다. 라임과 같은 산미, 청량해서 가볍게 넘어간다. 당도가 낮아서 내 취향은 아니었다. 보통 화이트는 당도가 높거나 쓰거나 둘 중 하나였던 것 같은데 얘는 당도도 낮은데 쓴맛도 없다. 달리 말해 살짝 밍밍하다. 2. 예니라크 (Yeni Rakı) 터키 전통 술이다. 강렬한 아니스 향. 당도는 꽤 높다. 아니스가 들어간 술은 4년 전에 친구 집에서 마셔본 압생트밖에 없는데, 예니라크를 입에 대자마자 압생트의 기억이 확 되살아났다. 그만큼 아니스의 향은 강렬하다. 나는 아니스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물을 타서 먹다 보니 꽤 먹을 만했다. 투명한 술에 투명한 물을 부으면 뿌옇게 변한다는 측면에서도 나름 인상적인 술. 솔직히 끔찍한 맛을 예상하고 마셨는데 나쁘지는 않았다. 3. 아니스 델 모노 둘세 (Anise del Mono Dulce) 의도치않게 예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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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세계

그토록 바라마지않던 물 밖은 춥고 또 바람이 매서웠다 죽음을 체감한 것은 처음이었다 그것은 차갑고 어두운 무저갱이 아니었다 그런 것은 오히려 물 속에서나 느낄 법한 감각이기에 물 밖을 알지 못하는 자만이 그리는 어설픈 죽음이다 죽음의 진의는 그 너머로 사고의 외연을 확장하는 데에 있다 모든 것은 인지되는 순간 존재한다 그 정도로 실재란 하찮은 것이기에 죽음이란 그저 여집합일 뿐이다 그 너머를 상상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슬픈 일이다 예수 천 마리가 네 발로 뛰어노는 동산이 기다리고 있더라도 나는 조금도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 죽음이란 인지의 대상이지 감각의 대상이 아니다 별처럼 별빛처럼 그러하다 닿을 수 없는 것들은 어떤 때에는 한 없이 아름다워 보일지 모르나, 대체로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것들이다 작고 하찮은 별빛따위, 심지어 인지되지 않는 동안에는 존재하지조차 못하는, 실시간으로 가치를 평가받길 기다리는 수동적인, 것이어야한다 반드시 그래야만한다그렇지않으면... 사후세계에서 나는 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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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지는 글

0. 오랜만에 전에 쓴 소설들을 쭉 읽어봤다. 끔찍해서 도저히 읽을 수가 없었다. 끔찍하다기보다는 오글거려서. 수치스러웠다. 당장이라도 비공개 글로 돌리고 싶었지만, 동시에 고민도 되었다. 왠지 모르게 그것들을 건드려서는 안될 것 같은 의무감이 들었다. 의무감. 헛웃음이 나왔다. 내 인생과 가장 거리가 먼 단어가 아닌가. 그런 스스로를 이해할 수 없어, 그 같잖은 의무감이 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생각해봤다. 가장 큰 이유는 보존이었다. 글 하나를 고치는 것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모든 글들을 고쳐나가다보면, 결국 그 당시 내가 가지고 있던 사상, 자주 사용하던 표현, 더 나아가 미숙함과 얄팍한 허영심까지도, 그 모든 것을 타자 몇 번 두드리는 것만으로 전부 지워버리게 된다. '마모'를 쓰면서 언급한 적이 있다. 그 누구도 기억하지 못한다면 기억과 꿈은 무엇이 다르냐고. 기록이 사라지고 기억이 지워지면 모든 것은 없던 일이나 마찬가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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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푸른 바다를 좋아한다 푸르디 푸른 먼바다와 눈보라처럼 밀려오는 하얀 파도를 좋아한다 아주, 아주 먼 곳에서 물결이 친다 주기와 형태를 공유하는 무수한 파도들이 저마다의 청색을 해변에 싣고 온다 바다는 사람을 지운다 푸르기 때문이다 사람을 연상하기 가장 힘든 빛깔이 푸른색이다 나는 푸른 하늘과 푸른 바다 사이에 홀로 서 있다 새파란 세상 속에 나 홀로 한 없이 푸르른 세상 속으로 나는 뛰어든다 부드럽게 밀려오는 파도처럼, 그저 가볍게 미끄러지듯이 쓰러지듯이 바다에 뛰어든다는 것은 정말로, 정말로 푸르른... 더 깊은 곳으로 더 어두운 곳으로 더 푸른 곳으로 나는 바라본다 시퍼렇게 물든 바닷바람을 거스르며 나는 가만히 앉아 바다를 푸른 바다를 바라본다 온통 시퍼런 세상 속으로 가라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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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림

구름 한 점 헤엄치는 푸른 하늘과 끊임 없이 반짝이는 투명한 바다 발치에서 부서지는 하이얀 파도 발가락을 스치면서 흐르는 모래 오직 흔들리는 것들만이 아름다울 수 있음을 이따금씩 나는 망망대해 한가운데에 오도커니 서있는 상상을 하곤 한다 지평선 끝까지 오직 푸른 해수면만이 펼쳐진, 그곳에 나는 파도를 밟고 홀로 서있다 나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그저 위아래로 움직인다 원하든 원치 않든 파도는 친다 나는 원하는 모든 곳을 향할 수 있지만 원하는 파도를 움직일 수는 없다 푸르고 검은 것들이 그러하다 무겁고 투명하며 광활한, 흘러가는 나는 그 한가운데에 서 있다 나는 그저 기다린다 밤이 오기를 별이 뜨기를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기다린다 기다림은 그 자체로 능동적인 행위임을 알기에 파도를 박차고 뛰어오르지 않는다 그저 부드럽게 흔들리고 가끔은 격렬하게 요동치며 푸른 파도 위를 흘러간다 간다 참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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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첫 요리 기록 (재앙)

0. 요리에 앞서 - 알부페이라는 바다밖에 없는 휴양지라서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 글이나 쓰며 노닥거리는 것을 목표로 잡고 왔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오늘 날이 흐려서 뭘 둘러볼 수가 없었다. (스페인에서는 흐린 날은 커녕 문자 그대로 구름 찾기도 힘들다.) 평소 같았으면 관광을 포기하고 카페에서 커피나 한 잔 할 텐데, 이 동네 카페 구조는 밥을 먹고 빨리 나가지 않으면 눈치 보이는 구조라서 한국에서처럼 아이패드 세워두고 죽치고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할 것도 없고 심심한 마당에 밥도 계속 비싼 돈 내고 똑같은 거 먹기 질려서 요리를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 사실 좋아하는 블로거가 생겼다. 어떻게 사람이 이런 생각을 하지, 싶을 만큼 날카로운 글을 쓰는 사람인데, 여행을 시작한 이후로 내내 시간이 날 때마다 이 사람이 쓴 글을 읽었다. 그라나다에서 2025년 카운트다운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이 사람이 쓴 모비딕 감상을 읽고 있었다. 감상 내용 중에 모비딕에 나오는 차우더를 직접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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룩백 감상

0. 9월 개봉이었던 룩백을 12월이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 포스터 그림체를 보자마자 체인쏘맨과 파이어펀치 작가임을 알아차리고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언젠가 봐야지, 하고 미뤄두다가 며칠 전에 감상했다. 그라나다는 밤에 할 게 별로 없다. 해봤자 술을 먹는 것 뿐인데, 저녁 6시부터 자정까지 술을 마실 수는 없다. 금전적인 문제로도 시간적인 문제로도. 그래서 따뜻한 숙소에서 캔맥주와 바스크 치즈 케이크를 먹으며 영화를 보기로 했다. 1. 줄거리 영화의 줄거리는 몹시 깔끔하다. 단편만화 원작이라서 그런 듯 싶다. 이 이상 쳐낼 부분이 없다고 느낄 정도로 군더더기 없는 간단한 내용이었다. 덕분에 상영시간도 1시간이 채 되지 않는다. 후지모토는 학급 신문에 만화를 연재하는 초등학생인데, 어느날 쿄모토라는 등교거부학생이 그린 만화를 보고 벽을 느낀다. 충격을 받은 후지모토는 그림 연습에 죽어라 힘을 쏟지만 떨어지는 성적과 주변 사람들의 좋지 않은 시선, 그리고 결정적으로 줄어들 기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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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와인] 사전지식

0. 포르투갈은 전혀 기대하지 않고 방문한 곳이었다. 어찌나 기대가 없었는지 여행 계획조차 짜지 않았다. 사실 기대 이전에 포르투갈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스페인 여행 오는 김에 그냥 덤으로 붙여서 온 것이 포르투갈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와 본 포르투갈은 그야말로 천국이었다. 비싼 포트와인을 미친 가성비에 살 수 있는 나라. 슈퍼마켓을 뒤지다보면 가끔씩 믿을 수 없는 가격의 와인이 먼지 쌓인 채 처박혀 있는 나라. 나는 이곳에서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포트와인을 취할 때까지 들이켰다. 나는 포르투갈에 와서 말도 안되는 가격에 질 좋은 포트와인들을 구매했는데, 너무 신나서 자랑하고 싶다. 그러나 내가 빈티지 포트 1997을 40유로에 샀다고 자랑하면 못 알아들을 이들이 대다수 아닌가. 그리하여 자랑하고 싶다는 일념 하나만으로 포트와인에 대한 정보를 정리해두려 한다. 제발 끝까지 읽고 부러워해주길 바란다. 1. 포트와인이란? 나는 스무살 때부터 포트와인을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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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와인] 루비포트

솔직히 토니포트만 주구장창 마셔대서 루비포트는 시음 후기가 별로 없다. 토니포트는 이것저것 계속 마셔나갈 예정이라 일단 루비포트부터 올리기로 했다. 취향에 안 맞아서 루비포트는 더 안 마실 것 같다. 1. 포르토 크루즈 루비 (porto cruz ruby) 맛이 없었다. 불쾌하게 올라오는 알코올향, 라즈베리나 딸기와 같은 첫맛. 아주 가벼운 바디감. 영화 보느라 기록을 거의 안해둬서 얘는 할 말이 별로 없다. 굳이 기록해두고 싶지도 않았다. 많이 나쁜 건 아니고, 한 병에 8000원이었는데 딱 그 정도에 맞는 적당한 품질이었다. 다시 돈주고 사먹기는 싫다. 2. 그라함 식스그레이프 (graham's six grapes) (사진이 너무 대충이라 미안하다. 별로 관심 없어서 열심히 안 찍었다. 2번인가 3번인가 마셨다.) 비교적 달달하고 맑은 과실맛, 약간의 산미. 신기하게도 포도보다는 체리나 딸기와 같은 첫맛을 느꼈다. 루비포트 특유의 프루티함이 잘 느껴진다. 밑에 LBV가 포도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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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와인] 토니 포트 10년

이번 여행에서 토니포트를 참 많이 마셨다. 20년, 30년, 40년은 따로 분리해서 올리겠다. 일단은 10년부터 올려보겠다. 1. 그라함 10년 (graham's 10 years old tawny port) 왼쪽부터 메시아스 30년, 그라함 10년, 다우 10년 포르투갈에 도착한 이후로 하루도 안 거르고 매일 마시고 있다. 나는 브랜드고 나발이고 가성비만 따지는 사람인데, 그런 내게도 그라함은 특별했다. 특이하게도 건포도 맛으로 시작해서 혀를 굴리다보면 신선한 포도의 맑은 단맛이 느껴진다. 끝맛에서는 약간의 우디함과 잘 구워진 견과류도 느껴진다. (첫 시도에서는 루비포트랑 비교시음해야만 느낄 수 있었지만, 이제는 비교시음 없이도 잘 느껴진다.) 고숙성 토니포트를 여럿 마셔보면서 느낀 점이, 10년은 고숙성에 비해 풍성한 과실향도 살아있으면서 동시에 토니 특유의 견과류향도 섞여있기 때문에 나름대로의 특징적인 장점을 갖추고 있다. 그라함 10년은 과일향이 확실히 느껴진다. 토니포트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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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와인] 토니포트 20년~40년

고숙성 토니포트는 꽤나 내 취향이었는데, 가격이 워낙 비싼지라 가성비만 취하다가 질을 놓친 것 같다. 특히 메시아스가 그러했는데, 다소 안타깝긴 하나 병 당 10만원 이상 씩 주고 먹을 바에는 차라리 질이 좀 낮아도 가성비 있게 마시는 편이 더 좋았다. 1. 메시아스 토니포트 30년 (messias porto 30 años) 33유로 (대략 5만원)에 구매했다. 참고로 그라함 토니포트 30년은 와인21에서 한 병에 40만원에 팔리고 있다. (혹시라도 반론을 제기하고 싶다면 하지마라. 그 누구도 내게 가격 가지고 태클을 걸지 말라. 내 정신적 만족감을 깎아내리려는 자는 그 누구라도 용서하지 않겠다.) 메시아스 30년은 포르투갈에 처음 도착해서 산 술이고, 동시에 마지막에 또 구매한 술이기 때문에 감상 기록이 좀 길다. 후술하겠지만 첫병은 잘못 구매한 것 같기 때문에 고려바란다. 메시아스 30의 맛이 아닌 그저 변질된 술에 대한 기록으로 봐주면 좋겠다. 첫 번째 병) 첫날 - 절망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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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와인] 빈티지 포트

1. Calem 1997 vintage porto 지난번에 1997 빈티지를 40유로에 샀다고 자랑했는데, 얘는 36유로에 샀다. 안 살 수가 없었다. 1997 빈티지가 2병이니 한 병은 마셔도 되겠다 싶어서 뜯었다. 빈티지포트는 처음 마셔보는 거라 맛이 상상이 안 갔다. 기본은 루비포트이니 토니포트와는 맛이 다를 텐데, 또 병숙성이 30년 가까이 되었으니 토니포트와 비슷한 부분이 있을 것 같기도 하고, 근데 또 병숙성과 통숙성은 맛이 어떻게 다른지 모르겠고... 그렇게 마셔본 빈티지포트는 꽤 독특하면서도 아주 마음에 들었다. 우선 특기할 만한 점으로, 꿀 냄새가 강하게 난다. 아예 잔이 강렬한 꿀냄새로 가득 차, 다른 어떤 과일도 느낄 수 없다. 심지어 2시간 정도 디캔팅을 한 후인데도! 나는 지금까지 와인 시음기를 쓰며 향은 기록하지 않았는데, 향을 구별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 빈티지 포트는 너무나도 명확한 꿀 냄새가 나서 인상적이었다. 얼마 전 내가 위염에 걸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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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와인] 그라함 파인 화이트 포트 (graham's fine white port)

왼쪽이 fine white 화이트 포트와인은 처음이라 궁금했다. 도대체 어떤 느낌일까. 루비나 토니포트와 구별은 잘 될까. 그래서 비교시음을 시도해봤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참으로 충격적인 맛이었다. 독특하다. 텁텁하고 느끼하다. 떫은 맛도 난다. 떫은 맛이 덜 익은 포도의 떫은 맛이 아니라 나뭇잎이나 풀을 으깬듯한 먹을 수 없는 떫은 맛의 느낌. 정확하게는 나뭇잎이 아니라 나뭇가지를 씹는 느낌에 가깝다. 이상하지만, 살짝 오일리한 맛도 느껴진다. 와인에 오일 맛은 이상하다 생각해서 여러 번 시음해봤는데 나는 이 텁텁한 맛을 기름진 맛이라고밖에 표현을 못하겠다. 포트 주제에 단 맛은 전혀 없다. 화이트와인 맛도 아니고, 그렇다고 포트와인 느낌도 아니다. 신기하긴 하고, 솔직히 맛보면서 재미도 있었지만 맛은 정말 더럽게 없었다. 평생 다시는 입에 대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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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가족

“아니, 그러니까 그 사람들이 빼돌린 돈이 지금 5000만원이 넘어가고 있다는 소리 아녜요, 아버지.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예요?“ ”빼돌린 게 아니라 못 주고 있는 거라니까.“ ”아니, 도박으로 날려먹어서 못 주는 걸 빼돌렸다고 하지 뭐라고 해요. 그냥 신고해버리는 게 낫지 않겠어요?” 아버지는 끝내 이렇다할 대답을 내놓지 못하셨다.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를 할 수가 없었는데, 우리 건물에 붙어 사는 주제에 돈도 빼돌린 사람들을 처벌하지는 못할 망정 왜 오히려 옹호하고 계시는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럴 이유가 없었던 것이었다. “그럴 수가 없다니까 그러네. 우리도 최저시급보다 한참 낮은 돈으로 그 사람들 쓰고 있는거니까, 대충 이것저것 계산해보면 결국 이득이야.” “아버지, 오천이면 앞으로 월급을 아예 안 준다 치더라도 몇 년을 일해야 갚을 돈인데요. 그냥 손해가 너무 크니까 자기합리화 열심히 하시는 거 아녜요. 아니, 어떻게든 받아내야지 왜 그걸 그 사람들 편을 들어주고 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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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달키비르 강가에 앉아

과달키비르 강 위로 노란 불빛이 어른거린다 사람들은 벤치에 앉아 저마다의 사랑을 나누고 잔디에 누운 이들은 저마다의 웃음을 터뜨리고 먼 곳에서는 다 같이 얼싸안고 노래를 하는데 그 가운데 나는 홀로 앉아 시를 쓴다 navidad navidad una solo navidad 과달키비르의 불빛은 몹시 차다 세비야는 크리스마스에 낙엽이 지는데 그에 반해 홋카이도는 영하 15도 대체 누가 내게 사랑을 가르쳤는가 navidad navidad dulce navidad 오른손 오른발 왼손 왼발 하늘거리는 곡선에 다시 목높여 navidad 불이라도 난 듯 온 도시의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navidad 나는 길이 막혀 오도가도 못한 채 기다려야만 했다 navidad navidad, navidad fria 여유와 공허는 같은 공백임에도 그 온도가 다르다 결핍, 대체 누가 내게 사랑을 가르치고 떠났는가 튀르키예에서는 모두가 대놓고 날 구경했는데, 스페인에서는 구경하다 눈이 마주치면 시선을 피한다 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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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쳐버린 크리스마스, 행복한 크리스마스

겨울 유럽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가장 기대하는 것이 크리스마스 마켓이라고 한다. 나는 크리스마스 마켓이라는 단어를 스페인에 와서 처음 들었지만, 그럼에도 나 또한 그런 기대를 품고 이곳까지 왔음을 부정할 수 없다. 다만 그 기대의 방향성이 조금 달랐다. 원래 여자친구와 오기로 했던 스페인 여행이었지만 사정이 생겨 1월 초까지 혼자 다니게 되었다. 사실 나는 1월 초까지 한국에 있을까도 고민을 했었는데, 유럽에서 보내는 크리스마스에 대한 기대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기대, 기대라는 표현이 적절한지는 모르겠다. 내가 상상한 크리스마스는 이러했다. 거리마다 화려한 조명과 트리가 빛나고, 사람들은 춤추며 노래하며 저마다의 사랑을 나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나는 홀로 서 있다. 거리가 화려할수록, 바람이 매서울수록 좋다. 사람들이 행복할수록, 웃음이 가득할수록 좋다. 나는 최대한 비참하고 외로운 크리스마스를 경험해보고 싶었다. 살면서 다시는 경험해보지 못할, 고독한 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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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카뮈, <이방인> 감상

0.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읽었다. 솔직히 재미있는 작품은 아니었다. 200쪽이 조금 넘는 책을 두 달에 걸쳐서 읽었다. 이렇게까지 미루고 미룬 책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밖에 없었는데, 이방인에서는 베르테르와 전혀 다른 방향성의 지루함을 느꼈다. 극단적으로 건조한 카뮈의 문체는 담백하기보다는 차라리 삭막함에 가까웠다. 충격적이었다. 단순히 무미건조한 서술이 아니라 문장 단위로 이야기가 종결되는 듯한, 모든 문장이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듯한 글을 보며 나는 상식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덕분에 읽는 내내 지루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상으로 많은 충격과 영향을 받았다. 지루함과 인상적임이 공존할 수 있다니, 그 자체만으로도 참 흥미롭지 않은가. 나는 이방인이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방인은 1부와 2부가 크게 대조되는 독특한 구조의 작품이다. 1부에서 뫼르소는 세상에서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 무기질적인 시선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기만 한다. 그는 모든 것에 무관심하며,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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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체주의와 현대미술에 대하여

예술의 전당에서 피카소 전시회를 보고 왔다. 평소에 미술관이나 전시회를 둘러보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피카소 전시회 또한 그림의 의미를 파헤치며 즐겁게 관람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전시회를 둘러보며 생각은 차츰 바뀌어갔다. 전혀 의미를 알 수 없는 난해한 작품들이 많았고, 작품들을 보면서 피카소가 정말로 의미를 담아 만든 작품인지 의심이 드는 것들도 다수 있었다. 해설을 통해 어느 정도 의미를 파악할 수 있던 작품도 마찬가지였다. 해설은 작품의 국소적인 부분이 무엇을 상징하는지에 대하여 설명해주었지만 왜 그런 괴상한 형상을 하고있는지, 색상 선택은 왜 그런지에 대해서는 전혀 설명해주지 않았다. 물론 작품의 모든 요소를 전부 분해하여 하나하나 다 설명해주길 바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해설가들 또한 작품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진 못한 채 추측만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표현들이 많았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나는 피카소가 괴랄한 형체나 색상을 사용한 것에 큰 의미가 담겨있다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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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을 넘어 기억의 매체로서의 사진

여행 사진들을 올리기에 앞서 먼저 내가 사진에 부여하고 있는 의미에 대해 글을 쓰고 싶었다. 여행을 갔을 때 사진을 찍는 것에 대해 나는 2가지 상반된 생각을 가졌었다. 첫째는 '나중을 위해 사진을 남기기보다는 현재의 여행을 즐기는 것이 당연히 우선이 아닌가?'라는 생각이었다. 추억을 남기기 위해 고생하느라 현재를 즐기지 못한다면 그건 당연히 본말전도일 것이다. 기술상의 문제도, 내 사진 실력의 문제도 있겠지만 확실한 것은 사진은 찍는 당시 그 공간을 완벽히 저장하지 못한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대체로 사진과 현실 풍경의 차이는 광활한 공간감을 줄 수 있느냐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사진을 통해 느낄 수 없는 3차원적인 공간감은 그 공간에 대한 생동감 넘치는 감상을 불러일으킨다. 사진을 통해 이러한 생동감을 부분적으로나마 재연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 시간의 그 공간의 느낌은 어떤 매체로든 절대 완전히 담아낼 수 없다. 둘째는 '남는 건 사진이다.'라는 생각이었다. 첫 여행에서는 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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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패션 성장일기

앞으로의 패션은 이제부터 정리해나갈 테고 이 글에는 21년 9월 7일 오늘을 기준으로 지금까지 옷 입은 것들을 정리해보려 한다. 우선 나는 고3때까지 전혀 외모를 꾸미는 데에 관심이 없었기에 옷을 사 본 적이 없었다. 뭘 사야할지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옷을 사나갔기 때문에 이 글은 패션 정리라기보다는 성장일기에 가깝다. 우선 수능이 끝난 직후 옷을 사봤던 친구와 친구어머니와 함께 처음으로 옷을 사러 가봤다. 이건 그때 내가 마음에 들어 찍어두었던 옷들이다. 첫번째 사진은 단정해서 우리 어머니가 마음에 들어하셨지만 나머지 3개는 꽤 싫어하셨다. 어머니 취향은 튀지않고 단정한 옷차림이었다... 저 분홍색 청자켓은 아예 색이 분홍색이 아니라 청자켓에 분홍색 이끼가 낀 듯한 디자인이었는데, 너무 마음에 들어서 갖고 싶었다. 그러나 카드소유자는 어머니셨고, 결국 사지 못했다... 나머지도 마찬가지.. 이건 위에서 봤던 사진들 가운데 결국 아무것도 못 산 대신 구입한 코트와 니트목폴라, 청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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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의 기준에 대해

오늘은 미학에 대해 생각을 해보았다. 어렸을 때부터 꽤 많이 고심해보았던 주제이고, 최근에 머리를 꾸미면서 다시 자주 생각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공교롭게도 바로 전 글이 피카소와 현대미술에 대한 글이었기에 내용 상 조금 이어지는 부분도 있을 듯하다. 우선 19년 1개월반을 살며 자기객관화를 해온 결과 나는 남들보다 '미'를 선호하는 듯하다. 외모지상주의와 헷갈릴 수 있으나 여기서 말하는 아름다움은 인간의 외모에 국한되는 국소적인 개념이 아닌 훨씬 장대한 개념이다. 어렸을 때부터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을 좋아했다. 그리고 그것은 커서도 변하지 않아,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한 가지가 되었다. 시작한지 얼마 안됐지만 잠시 주제에서 벗어나 딴 길로 새겠다. 이 글은 내 생각을 정리한 글이 아니라 내 생각을 저장하는 글이기에 순간순간 떠오르는 생각들을 놓치면서까지 통일성을 지키면서 서술할 필요는 없다.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크게 2가지이다. 첫째는 내가 새롭고 신기하며 독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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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플래닛B 첫방문 +@

이 글은 일상 카테고리의 9월 14일 홍대 나들이와 연관되는 글이다. 옷 사러간 부분만 떼어내서 이쪽에 작성했다. 내 옷 취향은 상당히 독특하고 튀는 옷이다. 빨간모자망토나 분홍색 청자켓, 모자가 달리고 무릎까지 내려오는 흰 와이셔츠 등 상상하기 힘든 그런 옷이 너무 마음에 든다. 그래서 그런 옷들을 파는 가게를 보면 바로바로 기록해두지만 다음에 가보면 망해서 없어진 경우가 대다수였다. 이번에 방문한 플래닛B는 아니길 빈다... 사실 이 날 입은 옷이 입고 벗기 꽤 불편한 옷이었기에 옷을 입어볼 생각이 없었다. 대충 눈으로만 훑어보고 즐기다가 저녁을 먹으러 갈 생각이었는데, 이 코트를 보고 확 끌려서 바로 입어봤다. 사진 상으로는 그닥 이뻐보이지 않을지 모르지만 실제로 보면 꽤나 잘 어울렸다. 동화 속에 나올 법한 이미지를 자아낸다고나 할까. 다만 이걸 평상시에 입고다닐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서 고민이 됐다. 여담으로 저 사진으로 인스타에 투표를 올린 결과 개오바라는 표가 압도적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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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투맨 처음 입어봄

맨투맨은 무난 of 무난이라 내 취향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그 동안 무려 단 한 번도 입어보지 않았지만 옷이 예뻐보여서 처음 입어보았다! 회색 청바지랑 매치하면 ㄱㅊ을거라 생각했는데 결과물은 낫배드. 검은 청바지나 와이드핏 베이지 청바지랑 입어봐도 나쁘지 않을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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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덕질 탐방 (애니메이트, 안서당, 몰트렙타일, 유포테이블)

8월 7일 홍대 덕질 탐방 오늘의 루트는 애니메이트 -> 점심 -> 안서당 -> 파충류샵-> 유포테이블 카페였다. 유포테이블 카페에서 귀멸의 칼날 콜라보를 한다길래 친구가 응모했던 게 당첨돼서 가게 되었다. 거기에 살을 덧붙이다보니 장황한 홍대 탐방이 돼버렸다! 홍대 AK몰 5층에는 애니메이트말고도 많은 피규어샵이 있었다. 아는 작품들이 보이길래 반가워서 몇 개 찍어두었다. 근데 대놓고 상당히 수위높은 bl 일러스트들을 크게 걸어두었던데 취향이 아닌 사람들을 고려해줬으면하는 생각이 든다. 줄 서서 대기하는데 내 옆에 있는 그림들이 전부 그런 그림들이어서 고개를 돌리기가 좀 그랬다.. 가서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원신 굿즈를 찾았다. 내가 2021년 한 해 동안 제일 많이 플레이하고 제일 좋아하는 게임... 아직도 오픈월드게임이라는 걸 처음 접해서 멍해졌던 그 때가 생각난다. 일러스트북들 중에 너무 이뻐보이는 것들이 있어서 찍어두었다. 사진만 찍고 구매는 하지 않았지만 이 중에 도쿄구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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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전자상가 덕질

9월 4일, 고3 때 학원쌤이 밥을 사주신다고 해서 친구 한 명과 같이 뵙기로 했다. 점심으로 '스바루'에서 등심튀김메밀을 먹었다. 무려 소바 하나에 21000원이라는 무시무시한 가격이었지만 고딩 때 학원쌤이 사주셨다...ㅎ 면을 조금씩 쯔유에 찍어먹는 방식으로, 한국에서 처음 먹어보는 방식이었다. 생각보다 만족스러워서 잘 먹었다. 소바의 식감은 호불호가 많이 갈릴 것 같지만 일단 내 기준으로는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양도 그렇게 적지않아 매우 맛있었다. 다만 이 돈으로 먹을 수 있는 다른 맛있는 것들을 생각하면 내 돈으로 먹기는 조금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선생님 차를 타고 국제전자상가로 이동했다. 걷다가 제일 먼저 눈에 띈 카라스노 교복! 우리 학교 체육복도 아닌데 너무 정겹다... 초5때부터 봤던 나루토. 내가 아직도 나루토 덕질도 조금씩 하고 있는 걸 보면 확실히 명작인 것 같다. 퀄리티가 상당히 높은 작품들이 많았다. 다만 가격도 높다는 게 문제였다... 이건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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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아이파크몰 옷 구매

우선 언제나 시작은 오늘의 패션 패션에 관심이 없어 항상 후줄근하게 다녔던 친구가 슬픈 사연으로 인해 옷과 머리에 관심이 생겨...ㅎ 같이 옷을 사러 가기로 했다. 내가 뭐 더 나은 처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쟤보다는 옷을 잘 입는 관계로 가르쳐주기로 했다. 근데 얘 성격 상 정말 지지리도 말을 안 들어서 몇 가지 가르쳐주다가 포기했다... 아니 그럴거면 왜 물어본건데.. 뭐 일단 지하의 자라부터 시작해서 올라가기로 했다. 저 친구 옷을 봐주러 온 거였지만 이건 내 블로그니까 내 옷만 올리겠다. 저건 사려고 입어본 건 아닌데 보자마자 확 독특해보이길래 재밌어보여서 입어봤다. 생각보다 나쁘진 않았지만 좋지도 않다고 느껴서 금방 벗었다. 이건 우리 어머니 원픽 이유는 귀여워서(...?) 확실히 색깔도 베스킨 슈팅스타가 떠오르는 이쁜 색이고 뒤에 모자 달린 것도 내 취향이었지만 조금 더 가을이 되면 비슷한 옷이 많을 것 같아 일단은 패스했다. 이건 내 원픽 입자마자 나는 어마어마한 간지를 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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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마이트 피규어!

친구 생일선물로 피규어를 사주겠다고 홍대 ak몰에 가서 20000원짜리 올마이트 피규어를 발견해 사버렸다...! 이게 왜 2만원인지는 잘 모르겠다. 크기도 내 손바닥보다 크다. 이거보다 작고 안 이쁜 피규어도 훨씬 비싸던데 도대체 피규어 가격의 기준은 뭘까. 전혀 이해할 수 없지만 일단 이득이라 기분이 좋았다. 생동감을 좀 더 담아내고 싶어서 다양한 각도에서 찍어보았다. 근육의 굴곡이 꽤 잘 표현돼있다. 올마이트 간지 폭풍...ㅎ 이로써 피규어는 3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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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해외여행이었던 일본 교토, 고베 여행

내 첫 해외여행의 기억은 4년 전 중3 여름방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 쓰면서 알았는데 그 애같았던 때와 지금이 4년 차이밖에 안 나는구나... 여하튼 할아버지의 병환으로 인해 국내여행은 정말 많이 가봤으나 해외여행은 한 번도 못 가봤던 나는 중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해외여행이라도 가고 싶다고 졸라서 친구 둘과 일본 패키지 여행을 가게 되었다. 참고로 이번 여행은 내가 부모님 없이 처음 가본 여행이라 사진이 별로 없다. 항상 부모님께서 사진을 찍으셨기에 나는 찍지 않았는데, 일본에 가서도 여행을 즐기느라 많이 찍지 않았다. 남는 건 사진인데 아까워라... 정말 이쁜 풍경이 많았는데 이젠 내 기억 속에만 존재한다. 그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지금 떠오르는 이 풍경들이 언젠가 흐려지고 바스라질까 두렵기도 하다... 하나투어 패키지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난 애니를 통해 일본어를 어느 정도 듣고 말할 줄 알았지만 실제로 일본에서 대화할 때 어느 정도 통할지는 모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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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편견은 옳지 못한 것인가?

무언가를 판단할 때 편견을 가지는 것은 옳지 않다고 한다. 저 친구는 공부를 못하니까 태도가 불량할 거야,와 같은 편견은 사람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확증편향을 일으킨다. 맞는 말이다. 나 또한 이를 부정하지 않는다. 당장에 스스로의 경험만 보아도 연합동아리 등으로 모르는 사람들을 처음 만날 때 학교만 밝히고 의예과임을 잘 밝히지 않는다. 의대생이라는 이미지가 결코 부정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어느 정도의 선입견과 확증편향을 보장하는 것은 사실이다. 의대생이니까 공부를 열심히 하겠지? 성실하겠지? 도덕적이겠지? 와 같은 기대감이나 와 그런 생각도 가능하구나... 의대생이라서 그런가?와 같은 편향적인 해석 등 당연히 악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라는 존재 자체에 상당히 강력한 자신감과 호감을 갖고 있는 내 입장에서는 수많은 정체성 가운데 고작 학과라는 작은 편린에 의해 내 전체가 침식당하는 것은 불쾌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견이 절대적으로 그르다고는 할 수 없다고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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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사건과 관련하여 (영화 제보자들 후기)

황우석 박사의 논문 조작 사건, 한 때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거대한 사건이다. 사실 나는 이 영화를 보며 의학계와의 연관보다는 언론의 기능에 대해서 조금 더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생뚱맞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이 사건을 보며 몇 달 전에 있었던 한강 의대생 사망 사건이 떠올랐다. 한강 의대생 사건이 터지고 나는 몇 가지 악순환의 고리를 발견했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사건을 보다 자극적으로 생각하고자 하는 사람들에 의해 음모론이 싹트게 되고, 언론에서는 이를 이슈화시키기 위해 그것을 기사로 싣는다. 그리고 그 기사를 본 무지한 사람, 혹은 진실따윈 아무래도 상관없고 믿고 싶은 것을 믿는 사람들이 그 기사를 믿는다. 그렇게 불어난 사람들에 의해 음모론은 더 커지고, 그것이 다시 후속 기사로 나오며 진실과는 멀어지는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 그러나 내가 충격을 받았던 것은 악순환의 고리가 아니다. 나는 한강 의대생 사건을 경험하며 자극적인 음모론을 조장하는 사람들과 그것을 믿으며 신봉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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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사회 속에서 인간의 이해

대학 과제로 작성한 글이지만 내 생각을 적은 글이기에 올려두기로 했다. 인간은 무엇으로 정의되는가. 아와 비아의 본질적인 구분은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이에 대해 나는 꽤 오랜 시간 고민해온 바 있다. 처음에는 단순히 당연히 나는 그냥 나고, 내가 아닌 다른 인간들은 타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조금 더 생각해보면 나라는 하나의 생물학적 개체를 나의 ‘범위’로 지정하는 것이 옳은지도 고민해봐야하며 나의 복제인간과 같은 존재를 나로 인정해야하는지 등 허점이 너무 많았다. 사실 자아를 인식하는 범위를 확장해 한민족 공동체까지 포함시킨다면 국가를 어느 정도 자기 자신의 일부라고, 혹은 자신이 국가의 일부라고 인식하게 될 수도 있을 테고 실제로 파시즘도 어느 정도 이러한 생각이 작용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또한 자아를 아예 잃어버리고 삶을 이어나가려는 욕구조차 상실한 폐인도 물론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중학생때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고찰로 어느 정도 결론을 내렸다. 나는 선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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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감

능력이란 어찌 보면 암울한 것일지 모른다. 원하던 것을 하나씩 손에 넣을 때마다 원하는 것이 하나씩 줄어드니까 이윽고 세상은 망망대해의 수면과 같이 재미없는 것으로 변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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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와 거리

너와 나 사이의 닿을락말락한, 그러나 확실히 아직 닿진 않은 이 거리가 정확하게 느껴진다. 너에게까지의 거리가 몇 미터라는 등 정확한 수치로 와닿지는 않지만 그러나 나는 나의 감에 의한 어떠한 단위로서 너에게까지의 거리를 정확하게 가늠할 수 있는 것이다. 아주 조금만 손을 움직이면 닿을만한 거리라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동시에 제논의 역설을 떠올린다. 화살이 과녁까지 절반 날아가고, 또 남은 거리의 절반을 더 날아가고, 또 다시 남은 거리의 절반을 날아가고, 이 과정을 반복하다보면 화살은 과녁에 영원히 닿을 수 없다는 그의 말이 새삼 떠오른다. 어차피 닿을 수 없다면 하다못해 어색해지지 않게, 그런 시덥잖은 생각을 하며 나는 서툴게 뻗었던 손가락을 다시 움츠린다. 얼어버린 손가락은 움츠러드는 것조차 느리다. 하아, 하고 무심코 흘린 숨결이 허공을 물들인다. 하이얀 숨결이 점점 넓게 흩어져가면서도 결국 흐릿해져 사라져버리는 광경이 어쩐지 의식을 사로잡는다. 내뱉는 숨결에 조금씩 언어를 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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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연기

하얀 숨결이 밤공기를 도화지 삼아 적셔간다. 허공에 흰색이 천천히 스며든다. 흰색으로 물들었던 밤공기는 시간이 지나 다시 주변의 검은색에 물들어간다. 매캐하다. 내뱉는 숨결은 분명 허공으로 흩어졌는데 매캐한 향은 아직 코 안 쪽에 남아 찔러댄다. 꽤나 잔인한 겨울의 향기. 나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고독을 한 개비 더 태운다. 눈동자가 삐끄덕 움직여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거리의 가로등의 빛번짐이 밤하늘을 드문드문 희끗희끗하게 갉아먹고 있다. 내가 뱉어놓은 숨결과는 다르게 사라지지 않는다. 내가 가로등이라면 나를 시기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스쳐지난다. 너는 토해낼 수 없는 차가운 숨결을 과시하듯이 토해내고 약간의 만족감을 얻는다. 그러나 눈을 찔러대는 그 빛이 조금 더 차가운 것같아 만족감은 금새 사그라든다. 텅 빈 눈동자로 다시 하늘을 바라본다. 텅 비었다기보다는 비우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담긴 눈에 가깝다. 시야에 아슬아슬하게 들어오는 가로등 불빛이 거슬려서 나지막하게 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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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가 없어서

너한테는 낯간지러워 절대 말 못하지만 너가 없어서 조금은 외로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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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태양과 같아서

너는 태양과 같아서, 가까이 있으면 체온이 올라 힘들다. 시리도록 푸른 눈이 내린다. 거리의 불빛이 눈에 녹아 흐릿하게 번져간다. 손끝에 감각이 사라진지 오래다. 옷 끝에 스치는 손가락에서 무딘 통증이 얼얼하게 전해져온다. 천천히 굳어가는 다리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게 되기 전에 나는 절박하게 네게로 다가간다. 너의 열기는 내 몸에 쌓인 눈을 단숨에 녹이고 나는 파랗게 물들어간다. 너는 태양과 같아서, 저항하지 못하고 끌려들어간다. 얼굴이 벌게지고 귀가 뜨거워진다. 피부에 스미는 눈이 어쩐지 보드랍다. 너의 열기는 너무나도 강렬해서 내 윤곽을 조금씩 녹여낸다. 나와 세계의 경계선이 바스라지고 내 내용물은 천천히 흘러나가고 뒤섞인다. 타들어가는 고통은 추위로 인한 고통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아프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문자로서 성립되기 전에 이미 통증이 가슴을 찌르고 지난지 오래다. 욱신거리는 통증은 여운인지 후유증인지 구별하기 힘들다. 너는 그 열기가 느껴지지 않는걸까. 이렇게 잿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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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오늘따라

약속 끝나고 10시쯤에 카톡으로 너한테 ㅇㄷ 두 글자 보내면 너가 집 가는 중이라고 다시 짤막하게 답장하고, 내가 술이나 먹자 하고 보내면 너가 11시에 중대에서 보자해서 만나러 나가고 싶다. 나가면 나는 중대 안에서 길 잃어서 좀 늦고 너는 먼저 술집 들어가서 안주 먹다가 오면 인사도 제대로 안 한채 그래서 썰이나 풀어봐 하고 얘기하면 내가 반쯤 멘탈 털린 표정으로 하 시발.. 하면서 차인 썰을 풀기 시작하다가 점점 술 먹고 웃기 시작하면 좋겠다. 오늘은 소주가 필요하다고 소주를 시켜놓고 얘기하다가 정작 조금 먹다보니까 맛 없어서 맥주 한 병 더 시켜서 소맥을 말고, 너는 마른 안주가 먹고 싶다면서 메뉴판을 보다가 하나 고르지만 내가 그건 싫다해서 결국 다른 거 주문하고. 내가 썰을 풀고 너는 들으면서 그것도 뭐 좋은 경험이지 하고 얘기하고 나는 맞지ㅋㅋ 하면서 듣다가 에휴 하고 한숨 쉬고, 화제를 돌려서 내일 뭐하는지 그리고 다른 여자애들 얘기도 하다보면 슬슬 안주도 바닥나고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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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쉽게 믿는거 아니라고

사람 쉽게 믿는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이상한 사람은 어차피 세상에 넘쳐나는데 그걸 골라서 사귀는건 개인의 능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이상한 사람들은 그들 입장에서 스스로 정상적인 사람들이고, 바뀌지 않는다. 그들은 처음부터 그곳에 있었고 앞으로도 그곳에 있을 것이다. 괜히 친해지고 얽히게 된 건 나다. 그래서 이번 사건 최대 잘못은 내가 사람을 잘 파악하지 못하고 가려사귀지 못한 탓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조금 더 사람 사귀는데에 신중을 기하게 될 것 같다. 대면수업 개강하기 직전에 상당히 귀중한 경험을 하고 가게 되는 것 같다. 사람 사귈 때 좀 더 신중히 골라사귀고, 말조심하고, 덜 믿고 최대한 단기간 내에 어떤 사람인지 파악해야겠다. 어쩌면 지금 단기적으로는 기분잡치는 일이어도 장기적으로 볼때 하루이틀 기분 잡치고 길게 가는 교훈을 하나 얻은 셈이니까 결과적으로 나쁘지 않은 소득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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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입 안에서 혀로 살포시 눌러보면 으깨져 녹아들어 한 없이 달달한 향을 한가득 퍼뜨리는 초콜릿 나는 그 달달한 향에 취해 정신을 못 차린다. 정신을 차려보면 입 안에서 초콜릿은 이미 녹아내린지 오래다. 부족해, 더 필요해, 싶은 마음에 나는 다음 초콜릿에 손을 뻗지만 초콜릿은 달달해서 먹는거지, 열량과 영양분이 필요해서 먹는 건 아니다. 필요 없으니까 자꾸 칼로리를 주려하지마. 알고싶지 않은 것에서 눈을 돌리고 있는 한 우린 계속 달콤한 향 속에서 취해있을 수 있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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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쾌한 생각이 들 때

불쾌한 생각이 더 이상 떠오르지 않도록 생각을 돌리거나 막아버리고 다른 생각을 하기. 불쾌한 생각에 대해 나름대로 자기합리화를 하기. 둘 중 어떤 방안이 더 효과적일까? 19년 7개월 가량을 살면서 항상 후자를 사용해왔지만 요즘 들어 전자가 나을 때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예를 들어 성적이 떨어졌을 때는 떨어진 이유를 분석하고 올릴 방법을 모색하는 후자가 훨씬 유용하다. 그러나 전여친이 새 남친과 1박 2일 여행을 가서 즐겁게 노는 사진을 봤을 때 후자는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전자의 방안도 상당히 유용한 것 같아, 필요할 때마다 상황에 맞는 도구를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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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에서 유가 생길 수 있을까?

각종 신화들을 보면 세계의 기원을 무에서 유로의 창조로 표현하곤 한다. 난 언제나 신화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지만 문득 든 생각이 있어서 글을 쓰기로 했다. 정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난자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정자와 난자의 결합으로 세포분열이 일어나고 결국 그 눈에 보이지 않는 두 세포의 결합은 1m를 상회하는 길이의 유기물이 된다. 물론 외부의 영양공급을 고려해야겠지만 인간이 시각적으로 인지할 수 없는 요소인 것은 마찬가지이기에 잠시 논의 대상에서 제외하겠다. 일반적인 방법으로 수정된 수정란을 보면 직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성관계를 통하지 않고 시험관에서 자라는 수정란를 본다면 고대 사람들이 보기엔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저절로 사람이 생긴 것으로 보일 것이다. 실제로 아리스토텔레스에서 시작되어 어마어마하게 긴 기간 동안 정설로 받아들여진 자연발생설도 생물의 근원을 인지하지 못했고, 그것을 무라고 단정지었기 때문에 떠오른 가설이다. 여기서 든 생각이 "무에서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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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자극'에 집착하는 것 같다. 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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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를 이성으로 누를 수 있을까?

스카이다이빙이나 번지점프처럼 거의 절대적으로 안전한 자유낙하에서도 본능적인 공포를 느끼는 이유는 뭘까? 이성은 본능적인 공포를 억누를 수 없는 걸까..? 머리로는 안전하다는 것을 인지해도 두려움은 본능적인 것이라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하려해도 반론이 떠오른다. 동물원 유리 속의 호랑이에게는 조금의 공포도 느껴지지 않는다. 당연히 산에서 호랑이를 만났을 때는 어마어마한 공포를 느낄 테니 동물원에서 공포를 느낄 수 없는 이유는 머리로 안전하다는 것을 인지하기 때문이라고 봐도 될 것이다. 이 둘 사이에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 언제나 본능이나 욕구와 같이 논리적으로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즐거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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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신 팬픽, 바람이 불면 네게로 돌아오는 학.

"속세는 아득해졌고, 마침내 연기처럼 사라졌다." 눈을 감고 천천히 읊조리던 운 선생이 살포시 눈을 뜬다. "이게 사원을 가른 신녀의 결말이에요." 그녀가 꺼낸 말은 허공에 맴돌다, 시간이 지나 정적이 되어 내려앉는다. 태양은 지평선에 닿아 잘게 바스러지고 있다. 으깨진 태양의 조각들이 하늘에 붉게 녹아 스며들어간다. 하늘을 통째로 휘감는 불길이 굳게 얼어붙어 있던 기억을 조금씩 녹여간다. 이제는 얼어붙고 성에가 끼어 흐릿해진 기억들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그녀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아득한 의식의 너머에서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갑작스럽게, 조금은 우악스럽게 가슴 깊숙히 들어와서 헤짚는 그녀의 이야기에 약간의 통증이 느껴진다. 기억의 파편의 가장자리에 긁히고 베인 듯하다. 이상한 감각이 느껴진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심지어는 원소의 감각이나 선술의 감각까지 다 통틀어 그 어떤 것에도 해당되지 않는 이상한 감각. 한 박자 늦게 그것이 감정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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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

웃긴다.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믿고 천상천하 유아독존에 자아도취한 채로 살아가던 내가 유대의 부재로 인해 외로움을 느낀다는게 참으로 우습지 않을 수 없다. 대화가 하고 싶을 때 다른 사람과 즉시 대화할 수 없다는 게 왜 슬픈건지 스스로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보다 대화가 왜 하고 싶은건지 잘 모르겠다. 생각은 나 혼자 하면 되는거고 기록이 남기고 싶으면 글이라는 수단이 존재하는데 왜 내가 좋아하는 친구 아무나 붙잡고 해가 뜰 때까지 전화를 하고 싶은건지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내게도 존재하는구나 웃겨 참 어이 없어. 이래서 연애를 하는건가 싶은 마음에 괜스레 카톡창을 뒤져보지만 친한 남자애들은 모두 군대에 간지 조금 됐고 친한 여자애들에게 연락을 걸기엔 오해를 만들고 소문이 나고 이것저것 복잡하게 만들 바에야 그냥 누군가와 대화하고 싶다는 이 간단한 욕구를 버리는 게 훨씬 쉬울 것 같다.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나약했나보다. 외로움을 느끼고 싶지 않다. 시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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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의 내구도

어차피 안 죽어 내가 꽤나 좋아하는 말이다. 좋아한다고 표현하기에는 조금 문제가 있다. 호불호의 개념과는 살짝 다르게 평소에 자주 생각하고 또 사용하는 말이다. 사실 인간은 인류로 볼 수 있는 범위를 어디까지로 두느냐에 따라 그 기간이 달라지겠지만 어쨌든 매우 긴 시간 동안 현대의학기술 없이 잘 살아왔다. 평생 동안 다리를 꼬고 산 사람도 수없이 많을 테고 살짝 덜 익힌 고기를 먹은 사람도, 야채를 입에 대지 않는 사람도, 밥 먹고 바로 눕는 습관이 있는 사람도 무수히 많았을 것이다. 평생에 걸쳐 심한 수준으로 습관을 들이지 않는 이상 나는 인체는 쉽게 탈이 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살짝 덜 익은 고기를 먹어도 되고 다리를 꼬아도 괜찮고, 내가 피지 않아서 그렇지 사실 담배가 건강에 그렇게까지 나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럴 때마다 하는 말이다. "어차피 안 죽어" 그런데 요즘 들어 새로운 의문점이 생기기 시작했다. 피부에는 너무나도 쉽게 멍이 드는 것 같다. 잘못 건드린 여드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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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골목길을 걸으며

"여기서 오른쪽으로 꺾으면 돼." 취할 때마다 나오는 살짝 애교 섞인 목소리로, 너는 말한다. 아직도 술이 안 깼나보네, 하는 생각이 들고 이어서 그닥 내 알 바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쌀쌀해서 그래. 아직 완전히 봄은 아니라서 새벽 기온은 조금 견디기 힘들다. 가뜩이나 추위를 많이 타는 내 옆에서 너는 날씨가 많이 풀렸다며 귀여운 미소를 짓는다. 나는 허공을 보며 내 체온을 앗아간만큼 새벽 공기도 따뜻해지는건지 의심을 한다. 아닌 것 같다. 내 체온은 분명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져버릴 것이다. 열역학 법칙에 위배되긴 해도 난 그렇게 믿는다. 기억을 더듬는다. 작년에는 너가 이 쪽으로 안내하지 않았다. 처음 보는 길, 처음 느끼는 공기. 그 날은 패딩을 입고도 추워서 덜덜 떨었지. 작년의 네가 떠올라 입가가 비틀어진다. 나는 이것을 미소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유화로 그려낸 듯한 선명한 색감의 가로등이 새벽공기를 은은하게 데운다. 벽돌로 된 주위 건물들이 어쩐지 인간미 넘친다.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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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악세사리 (팔찌, 반지)

나는 악세사리를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다. 부모님이 까마귀냐고 놀리실 만큼 반짝거리는 걸 좋아한다. 처음에는 살짝 진입장벽이라고 해야할지 부담이 있긴 했다. 너무 여성스러운 느낌이 나지 않을까 고민했는데 막상 하고 다니기 시작하면서는 별 생각이 없어진 건 같다. 이게 계기였다. 지하철에서 호기심으로 친구 팔찌와 반지를 차보았다. 반지가 너무 여성스럽긴 했지만 팔찌는 꽤 마음에 들었다. 이때부터 조금씩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건 또 다른 친구 반지를 뺏었었는데 깜빡하고 못 돌려준걸 집에 와서 깨달았다. (진짜로 강탈한 건 아닙니다...ㅎㅎ) 반지 디자인이 너무 여성스러워서 저 반지 자체는 별로 마음에 안 들었지만 그래도 반지 자체에 대한 호기심이 또 생겼다. 친구 생일선물로 줄 팔찌를 사면서 내 것도 샀다. 살짝 중성적인 디자인에 개성도 있어서 보자마자 확 끌려서 바로 샀다. OST에서 샀는데 가격도 4만원이었나, 별로 비싸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아까 반지 뺏었던 친구를 다시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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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귀찌, 이어커프

사실 작년부터 귀걸이에도 호기심이 꽤 있었는데 귀를 뚫는 것이 무서워서 시도를 못하고 있었다. 목걸이 반지 팔찌 다 자주 하고 다니는 편이고 또 만족스러우니 귀걸이도 아마 내 취향일 텐데 귀를 뚫을 엄두가 안 났다. 그래서 고민하던 중 친구가 그럼 자기 귀 뚫는거 보여주겠다고 해서 보러갔다. 이 친구가 뚫는 거 보고 괜찮아보이면 나도 뚫을 생각이었는데 음... 괜찮아보이지 않았다. 굉장히 긴 침을 귀 한 쪽에서 푹 찔러넣더니 다른 쪽으로 빼는 광경을 처음 본 나로서는 경악을 금치 못할 수 밖에 없었다. 들어올 때는 친구 귀걸이를 골라주며 이쁘다는 말을 연발했던 나는 그걸 본 후 끔찍하다는 말만 중얼거리며 가게를 나왔다... 그러다가 이 날 이 친구가 하고 나온 귀찌를 뺏어서 착용해봤다. 게시물 3개 째 자꾸 뺏어서 착샷을 찍은 내용이 나오는데 글을 쓰며 자신을 돌이켜보게 되는 것 같다. 저거 어차피 거의 안 쓴다고 하길래 허락 맡고 빌려왔다. 잘 보이지는 않지만 꽤 힙한 느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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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적

정적은 새벽을 숨쉬게 만들고 의식 사이에 호흡을 끼워넣는다. 도로의 차들은 시계가 고장난 듯 형형색색의 불빛들을 흘려대고 강 위에는 시간이 멈춘 듯 흐린 알갱이들이 박혀있다. 나는 이불 대신 열량의 손실을 덮는다. 그것은 마치 새벽을 덮는 것과 같아서 머리가 검푸른 색으로 물들어간다. 충전기는 잘 꽂혀있다. 머릿속의 회로가 잘 돌아가는 것 같다. 그러나 출력값이 나오기도 전에 쌓아왔던 것들이 무너져내리고 정적은 새벽을 삼키고 이야기의 시점을 1인칭에서 3인칭으로 바꿔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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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구경

선명한 하늘색을 띄는 하늘 위에 벚꽃잎 몇 개가 내려앉는다. 잔물결은 구름을 일렁이게 하고, 뭉실뭉실한 구름에 주기적으로 맥이 뛴다. 따스한 공기가 부드럽게 요동치고 산들바람 한 줄기가 머리를 한 번 쓸고 지나간다. 한 손은 가방끈을 잡고 다른 한 손은 어디에 둘지 고민한다. 괜스레 손가락을 쥐락펴락하다가 어색하게 허리 옆에 둔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하늘을 가리지만 드리워지는 그림자는 분홍빛이 아니었다. 주위에 벚꽃잎이 어지러이 흩날린다. 어딜 보아도 파스텔 톤의 색감이 동화처럼 깃들어있지만 그늘은 시원하다. 채도가 낮아지는 듯한 감각에 속이 채워져간다. 화사한 색 대신 침묵하는 흑백을 얻는다. 손 위에 떨어진 벚꽃잎 하나를 살포시 쥐어본다. 어쩐지 놓기 싫어 주섬주섬 주머니에 넣는다. 이대로 해가 움직이지 않길 소망해본다. 그림자에 흠뻑 젖은 이곳이 마르지 않길. 조금 쌀쌀한 감각에 움츠리며 나도 모르게 주머니에 넣은 벚꽃잎을 쥐락펴락해본다. 아름다운 하늘과 그림같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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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봄,가을 코디

나도 옷을 잘 입는 사람은 아니지만 1년 간 옷을 많이 구매해 갖고 있는 관계로 작년 봄,가을에 입었던 옷과 올해 봄에 입는 옷을 정리해보고자 올린다. 일단 가장 자주 입었던 모나미룩. 개인적으로 검은코트를 좋아해서 자주 입었다. 흰 티에 검은 슬랙스, 검은 트렌치 코트에 흰 단화를 조합했다. 모나미룩 말고 올 블랙 코디도 종종 했다. 검은 셔츠, 슬랙스, 코트를 입었다. 사진은 흰 신발을 신었는데 저건 나름 올블랙 사이에 일부러 흰 신발을 신어 포인트를 주려는 의도였다. 평소에 올블랙을 한다면 이 운동화를 자주 매치했다. 검은 외투+맨투맨에 사진상으로는 잘 안 보이지만 검은 청바지를 입었다. 맨투맨도, 얇은 외투도 좀 편하게 입을 때 자주 입었다. 본과 선배님들 뵈러갈 때 등 좀 정중하게 입어야될 때 입던 자켓. 가장 깔끔하고 무난한 코디인 것 같다. 안에 셔츠말고 흰 티를 입어 너무 격식 차린 느낌도 아니어서 좋다. 후드에 검청, 흰 운동화. 위에서 신던 건 타미힐피거 슈즈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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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감각

희멀건 감정을 새벽 속에 풀어 녹이고 아득히 깊은 밤하늘은 지상을 덮었다. 깨알같은 자동차 불빛은 궤적을 남기며 일렁이지만 결국엔 창틀 밖으로 사라질 불빛을 향한 희미한 온기. 상상은 감정을 엷게 덮어씌우고 언제나 그랬듯이 천천히 새벽 속에 녹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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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 조언

친구와 전화로 연애상담을 해주면서, 내가 그토록 싫어하는 꼰대같은 자칭 "조언"을 내가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참 웃기는 일이다. 내가 얘보다 사회경험이 많은 것도 아니고 지능이 높은 것도, 아님 그 밖에 무언가가 우수한 것도 아닌데 내가 왜 마치 위에 선 것처럼 조언을 하고 있는건지. 근데 돌이켜보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몇 번 이랬던 것 같다. 왜 당하는 건 그렇게 싫어하면서 막상 직접 할 때는 자각조차 하지 못하는 걸까. 이건 자조를 살짝 곁들인 호기심이다. 내가 진심으로 싫어하는 "꼰대짓"을 내가 하고 있다는 것을 왜 스스로는 모르는지, 또 하면서 거부감을 느끼지 못하는지. 메타인지가 항상 된다면 좋을 것 같다. 사회에서는 누군가가 내 잘못된 행실을 보면 괜히 껄끄럽게 말을 꺼내 관계를 어색하게 하면서까지 고쳐주려 하기보단 그냥 거리를 벌릴 것이다. 내 주위의 사람들이 나이가 많아지고 사회성이 높아질수록 스스로의 단점을 자각하고 고치기는 점점 어려워질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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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고싶은 거

보자마자 너무 이뻐서 갖고 싶었다... 연청이랑도 잘 어울릴 것 같고 마침 계절이 봄이다보니 벚꽃 배경 사진과도 잘 어울릴 것 같다... 얜 로고가 너무 맘에 들었다. 사진 말고 실제로 보면 더 이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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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

미적지근한 공기가 숨통을 죄어온다. 정적은 목구멍을 틀어막은 채 그 막대한 질량을 과시하며 꿈쩍도 하지 않는다. 숨을 들이쉬려다 그만 정적 한 덩이를 삼켜버렸다. 너무 덩어리져서 기도에 걸리지만 켁, 하는 작은 기침만 나올 뿐 빠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천천히 가라앉는다. 심장을 거쳐 내장 사이사이로 가라앉는다. 차갑다. 얼음 한 덩이를 삼킨 듯 시리도록 아리다. 체온을 앗아가며 장기 사이사이로 녹아 스민다. 하반신만 천천히 가라앉는 감각 이대로 가다간 상반신과 분리되어 버릴 것만 같은 두려움이 천천히 척수를 타고 엄습해온다. 미적지근했던 공기가 천천히 기온을 떨어뜨린다. 아니 떨어지는 건 기온이 아닌 체온이다. 손발에 성에가 낀다. 하이얀 날개는 몸을 옭아매 나를 추락시킨다. 시계의 중심이 회전한다. 초침이 하늘을 향하 는 순간 날개는 완전히 얼 어 굳어버 릴 것이다. 그렇게 나 는 천천 히 굳 는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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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한 오후 버스

졸음은 햇살을 닮아 나른한 오후 버스 창가에 살며시 새어든다 어제 밤을 새서 그런지 천천히 감겨드는 눈꺼풀 위로 살포시 내려앉는 숨 죽인 햇살 나는 화사한 색감의 버스 창에 정겹게 머리를 갖다대본다 미세하게 열려있는 창문 사이로 미지근하고 선선한 공기가 스르르 흘러들어와 닫힌 눈꺼풀 사이를 쓰다듬는다 그 부드러운 손길에 나는 애교를 부리듯 고개를 내밀어 그 감촉을 더 느껴보기도 하고 정적 속에서 버스 엔진음만이 무겁게 울려온다 의식도 조금씩 조금씩 무거워지고 무뎌지고 따스한 햇살이 녹아든 공기는 노란 스프같아 나는 그 속에 잠겨든다, 서서히 달콤하게, 나른한 오후가 녹아든 스프를 천천히 음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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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씩 바람에 흩어지는 시간 타들어가는 심지는 화려하게 불똥을 흩뿌려대지만 튀는 잿가루는 천천히 어둠에 잠기고 먼 곳에서 날아오는 종소리는 목에 꽂힌다 수평선에는 영원히 닿을 수 없는 것을 알기에 내 손은 바닷물을 휘저어 바다를 가르고 내 눈은 소금에 절여진 달콤한 생명들을 예찬하며 내 혀는 백상아리의 치아를 탐닉하고 내 귀는 잔잔한 파도소리를 집어삼키는 장대한 뱃고동 소리를 즐긴다 머리 위에서 붉은 화살을 내리꽂는 저 불덩이가 물에 녹아 풀어질 때까지 내 손 위에서 치어들이 뛰놀리라 노른자가 녹아 흩어지고 흰자만이 수면 위에 풀어질 때 나는 이윽고 바다를 닫고 그 사이로 장엄하게 걸어들어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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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열

드르륵, 소리와 함께 문 틈 새로 쏟아지는 20여개의 시선. 첫 눈처럼 머리와 어깨에 소복소복 쌓이는 그 시선들의 무게를 느끼며 나는 고개를 꾸벅였다. "안녕하세요, 이 쪽에 앉으시면 됩니다." 애매한 손 끝을 따라 눈알을 반의 반 바퀴 회전시키니 애매한 자리 배치 가운데의 빈 자리가 보였다. "ㄴ" 고개를 끄덕인건지 네,라고 한건지 알 수 없는 언어와 행위 그 사이의 무언가를 보이듯 들려주며 나는 빈 자리를 향해 걷는다. 걸을수록 눈처럼 쌓인 시선들이 반쯤 얼어간다. 자리에 앉으려 허리를 숙이자 얼어버린 눈덩어리가 후두둑 쏟아져내린다. 눈보라는 치지 않는다. 그저 기온이 낮을 뿐. 우리는 전쟁의 아픔을 잊기 위해 술을 들이키는 러시아의 노병처럼 알코올을 찾는다.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온과 강수를 바꿀 엘릭서를 갈구한다.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쓴 법, 우리는 조금도 초록색을 띠지 않는 투명한 액체로 목구멍을 적신다. 무의식적으로 연이어 입에 넣은 그릇 위의 무언가가 씁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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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수업

비단같은 잠결을 살포시 덮은 채 그림자가 끈적하게 엉겨붙은 환히 빛나는 사각형의 화면을 향해 베게에 반쯤 잠긴 얼굴을 향했다 미적지근하게 반쯤 감긴 어두운 눈동자 위에 거울처럼 비치는 교수님 당신의 겹눈 속에도 우리가 환하게 빛나고 있을까 향긋하게 우러나오는 무욕과 나태의 향 내 방에 티백을 하나 담궈놓은 듯하다 어둡고 무거운 공기 속에 당신의 말씀이 가라앉아 바닥부터 녹아들고 있다 전자기기의 빛이 방 안을 채우며 일렁일렁 퍼져간다 다시 주워담고는 싶지만 물질이 담기지 않은 내 머릿속에 엔트로피의 법칙이 스쳐지난다 벽지가 범고래의 무늬를 띠고 수면 그림자가 거미줄처럼 떠다닌다 유유히 유영하는 검은 물짐승의 몸집이 숨 막히는 방 안에 다 들어가지 못해 그는 거미줄에 걸린 파리처럼 바둥거린다 날개 없이 꺼림찍한 흰색과 완벽하게 균일한 잿빛과 달콤하고 짙은 검은색이 건더기처럼 유유히 떠다니고 한 모금의 무관심 다시 한 모금의 감긴 눈 다시 한 모금의 공백 끈적이며 졸아드는 덩어리가 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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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 않는 것을 태울 수 있는 기름이 되어주기를 세포 하나하나가 정열적으로 달궈져 바스라져갈 수 있도록 같이 타들어가는 지푸라기가 아니라 순수하게 나를 지지는 기름이 되어주기를 그리하여 내가 스스로를 분쇄하며 거룩한 빛을 내뿜을 수 있기를 그 압도적인 열량으로 잿더미마저 녹여버릴 수 있기를 염열에 휩싸여 그림자로서 무너져내리고자 빌딩의 숲을 향해 고요한 울음소리를 내어본다 오늘도 어김없이 달이 묻힌 도시는 차갑게 식어가고 나는 별똥별을 찾아 서늘한 발걸음을 옮긴다 찬란히 빛나는 자멸에 대한 호기심이 밤하늘에 뿌려지고 짙은 구름 사이를 긁으며 지나는 하나의 곡선을 찾기 위해 속세에 추락한 천사의 날개를 꺾어 목에 걸기 위해 나는 무지개의 끝을 찾아 하염없이 걸었다 그리고 걷는다 그리고 마침내 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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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사

"뭐? 여자들 있는 술자리를 가서 놀겠다고...?" 선선하게 흐르던 바람의 방향이 갑자기 확 바뀌어 얼굴을 때린다. 너의 시선도 아프게 얼굴을 때려댄다. 시체처럼, 맞은 곳이 차갑게 식어간다. 너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내 눈을 바라본다. "동아리 사람들이랑 다 같이 여행 간다고 했잖아. 너도 알겠다고 했고." "여자가 있다는 말은 안 했잖아." "동아리에 어떻게 여자가 한 명도 없을 수가 있겠어..." 스프레이로 고정시켜놓았던 머리가 바람을 맞아 요상한 모양으로 꺾인다. 자를 때가 한참 지난 긴 앞머리가 눈 앞을 덮는다. 나는 단비와 같은 차단막을 치우고 싶지 않아 다시 바람에 휩쓸려갈 때까지 냅둔다. 그러나 금새 불어오는 바람에 우리의 시선은 다시 얽힌다. 그저 무기력하다. 갯벌에 묶여 밀물이 들어올 때마다 바닷물을 퍼마시는 기분이다. 너가 언제나 하는 말마따나, 나는 그저 이 상황을 넘기고 싶을 뿐이다. 손발이 쭈글쭈글해져도 나는 이 갯벌 밑바닥에서 헤어나올 수 없나보다. 참 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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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뢰딩거의 고양이

내 고양이가 너무 보고 싶어서 슈뢰딩거의 상자를 열었다 그러나 환한 빛과 함께 내 망막에 투영되는 것은 싸늘하게 식은 너의 주검뿐 네 삶과 죽음이 중첩되어 있도록 놔두는 게 나은 선택이었으려나 시체같은 후회가 스쳐지난다 사실 너는 그 안에 들어있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내 고양이는 이미 10년 뒤에 죽어버렸으니 소름끼치게 화창한 날 하늘은 울적한 색으로 선명히 물들고 지금보다 성숙해진 내 뺨을 타고 찬란한 햇빛이 녹아흘러내리겠지 내가 부순 상자의 파편들이 손에 묘비처럼 박혀있다 상처를 따라 송글송글 머리를 내미는 핏방울들을 보며 나는 환공포증을 느끼며 동시에 동양의학을 떠올린다 도저히 호감을 가질 수 없는 비논리의 극치, 라고 혐오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체했을 때 손을 따오던 나로서는 아예 배척하기엔 꺼림찍한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상자 속의 내용물이 꾸역꾸역 넘쳐흐른다 바닥에 질척하게 늘어붙는 선망과 공허함이 물과 기름처럼 분리되어 복잡한 기하적 구조를 그려낸다 치밀어오르는 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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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장발 후기 2 - 발레아쥬 염색 이후

이제부터는 조금 독특하고 튀는 방향으로 머리를 기른다. 발레아쥬로 탈색을 해서 포인트를 준 것이 가장 큰 터닝 포인트였던 것 같다. 그리고 이제 귀 뒤로 머리를 넘기기에는 너무 숱이 많아져서 무거운 느낌이 본격적으로 나기 시작한다. 우선은 미용실에 가서 발레아쥬 염색을 하기로 했다. 내가 하고 싶었던 게 태민이 했던 것과 비슷한 발레아쥬 염색이었다. 지난 펌들의 결과로 사진을 보여줘도 태민처럼 되진 않는다는 것을 잘 숙지한 채 갔다. 일단은 이게 염색한 결과물이다. 솔직히 염색 직후에 읭? 이게 발레아쥬인가...?하는 생각은 들었지만 색 자체가 너무 예뻐서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사방팔방에 자랑하고 다녔던 것 같다ㅋㅋㅋㅋ 자연광 아래에서는 저렇게 밝게 보이는데 실제로는 그렇게 밝지 않았다. 블루, 바이올렛, 그레이 3개를 섞어서 낸 색이라고 하셨는데 지금까지 했던 색 중에 제일 예뻤던 것 같다. 빛 아래에서는 회색 느낌이 많이 나고 평소에는 이런 영롱한 색이 감돈다. 왼쪽 떡진거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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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장발 후기 3 - 앞머리 자른 후

3부의 시작을 연 건 앞머리다. 잊었을지 모르지만 첫 번째 글에서 목표하는 장발이 앞머리와 옆머리가 있는 묶음머리라고 언급했었다. 이제 슬슬 그 동안의 스타일이 질려 앞머리를 자르기로 한다. 앞머리만 자르러 미용실을 가는 게 돈이 아깝기도 했고, 다른 곳 건드리지 말라고 했는데 다듬기만 한다고 또 잘랐다간 짧아질 테고 해서 혼자 해 보기로 마음 먹었다. 머리를 기르는 분들은 미용실 보기를 돌같이 하세요... 아무리 자르지말라고 애원해도 그럼요~ 알죠~ 숱만 칠게요~라면서 뭉텅뭉텅 잘라냅니다... 쨌든 친구들한테 앞머리 자르는 거 많이 물어보고 유튜브로 열심히 공부해서 요점은 암기한 뒤 미용가위로 화장실에서 혼자 잘랐다. 수능 이후로 요점 정리는 처음 해본 것 같다. 이 때 마인드는 '실패하면 어떡하지...ㅠㅠ' 보다는 '망하면 이제 머리 자르고 짧은 머리 해야지?'였다. 그래도 매우 집중해서 공들여서 잘라내고... 머리가 잘 완성됐다. (얼빡샷 죄송합니다.. 그치만 사진이 없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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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장발 후기 4 - 완전탈색 후 염색

원래부터 발레아쥬 염색을 조금 즐긴 후 완전탈색을 해서 선명한 색으로 물들일 생각이었다. 그 동안 귀찮아서 방치해두긴 했으나 슬슬 청록에 질려가서 탈색&염색을 예약했다. 이때 내 계획은 백발까지 밝게 탈색한 후 (머리 상하면 잘라내면 되니까 횟수 상관 없이 백발 될 때까지) 핑크색 염색 -> 물빠짐 -> 백발 -> 세로로 반 나눠서 왼쪽 절반만 흑발로 염색 -> 전부 다 흑발로 덮기 -> 머리 짧게 자르기 였다. 근데 탈색하러가자마자 미용사 분이 혹시 그 머리색 컬러트리트먼트 아니냐고 여쭤보셨다. 이때까지만 해도 어떻게 아셨냐고 신기해서 해맑게 여쭤봤는데 컬러트리트먼트는 탈색을 해도 색이 안 빠진다고 하셨다... P답지 않게 꽤 장황하게 짜놨던 계획이 전부 다 날아가버렸다... 일단은 모르겠고ㅋ 멘탈 부여잡고 대책 없이 탈색부터 하기로 했다. 이게 한 번 탈색했을 때 머리다. 지난 번에 탈색할 때 다른 미용사분도 그러셨는데 내 머리가 색이 정말 안 빠진다고 한다. 사실 나도 탈색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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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장발 후기 5 - 머리 잘라낸 이후

머리를 자르니 이런 느낌이 되었다. 솔직히 내가봐도 좀 괜찮...ㅋ 야행성이라 하도 밤에 돌아다녀서 사진이 좀 어두울 수 있는데 세세한 부분에 집중하기보다는 분위기의 변화를 느끼는 방향으로 봐줬으면 한다. 머리를 자른 후기는 굳이 말로 안해도 보면 알리라 생각한다. 그동안은 나 혼자서 내 머리에 만족하며 자기애에 젖어 살았다면, 이제는 주변인들도 내 머리에 만족하고 있다. 그냥 대충 봐도 객관적으로 상당히 단정하고 예뻐졌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객관적이란 이게 절대적으로 더 아름답다는 의미가 아니라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미적 기준에 더 잘 부합한다는 의미이다. 아까도 말했듯이 나는 특별히 장발을 더 좋아하는 게 아니라 해보고 싶었던 것이기 때문에 짧은 머리도 똑같이 매우 마음에 든다. 다만 개성이 약해진 것이 조금 아쉬울 따름이다. 머리를 자르면 사진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진다. 대충 찍어도 그냥 예쁘다. 올리고나서 보니까 옷이 다 똑같은 느낌이 드는데 사실 맞다... 검은 뉴욕 후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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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발일 때 패션 마저 정리

꾸미기 카테고리를 안 쓴지 너무 오래되어 다시 써보려 한다. 원래 꾸준히 올리려 했는데 밀린 게 너무 많아 그냥 한꺼번에 때려넣겠다ㅎㅎ 근데 이 전까지 거의 다 정리해놔서 사실 올릴 게 몇 개 안되긴 한다. 여름에 새벽산책 나갈 때 이 차림으로 나갔다. 반팔 반바지에 새벽은 쌀쌀하니까 얇은 후드 하나. 검은 반팔후드에 검은 반바지도 나름 괜찮았다. 어두워서 옷이 잘 보이지 않지만 대략적인 분위기는 감이 잡힐거라 생각한다. 참고로 나는 흡연자는 아니고 친구 꺼 소품을 빌려서 사진만 연출해봤다. 조금 쌀쌀해졌을 때부턴 긴 바지를 애용했다. 이것도 자주 입진 않았지만 내가 꽤 좋아했던 옷이다. 개성이 넘치는 옷! 사진은 없지만 검은 망토같은 옷도 있는데 저 위에 입고 다니곤 했다. 쪽팔린다고 떨어져서 걷자던 친구들은 덤. 여담으로 저 사진의 배경은 홍대 빈티지샵이다. 냄새가 너무 퀴퀴해서 내 취향은 아니었다. 빨리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리보 곰젤리 목걸이를 발견했다. 사진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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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하늘

화려하게 피어오르는 불꽃 그 수많은 붓자국 새로 검게 비치는 밤하늘이 차다 희뿌연 구름에 덮이어 빛을 잃은 둥근 돌덩이들, 그저 텅 비었다 장작이 바닥나기 전에 구름이 개이길 인공위성 하나가 저 멀리를 스친다 날이 밝아오려면 앞으로 몇 개의 별이 더 묻혀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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셤공부

된장국 속 펭귄 복작복작 뽀시래기국 멍뭉멍뭉 댕댕돌말이 김밥 화려하게 빛나는 방향제...! 치즈를 좋아해 세구기가 세국세국 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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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걸음

수면 위로 선명히 비치는 네 모습을 바라본다 네가 바라보는 것은 수면 밖 비치는 네 모습은 이리도 투명한데 이쪽에서는 아무리 바라보아도 내 모습을 알 수가 없다 어기적어기적 걸어가는 저마다의 발걸음들을 뒤에서 바라본다 물자국이 지면에 남아 반사하는 햇살에 눈가에 주름이 잡한다 물 속에서 열심히 헤엄치는 너를 아무리 바라보아도 내 위치는 알 수가 없다. 멈춰있는게 아니라 움직이는 방향이 다른 거겠지 아마도 그리 믿는 것이 나을지, 발걸음에 힘을 더 실으려 노력하는 게 나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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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220138

내가 없는 곳을 향해 열심히 바람을 쐬어주고 있는 선풍기와 잠시 일시정지해둔 넷플릭스 화면, 살짝 벌어진 커튼 새로 보이는 한강 건너편의 빌딩 불빛들과 조금 열린 창문 새를 비집고 들어오는 버스 엔진소리.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과 그리고 구겨진 이불들 속에 파묻힌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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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그림

당신이 새벽녘 지면에 서늘하게 깔리어 눈 앞을 가릴 때 고이 입김을 불어 하늘로 밀어드리겠습니다 당신이 방울져 떨어지며 그 표면에 세상을 담을 때 그 둥근 세상을 깨고 두 손 모아 고이 받아내겠습니다 당신이 세상을 녹여내어 유려한 몸짓으로 구름을 향해 흘러갈 때 제 손발도 함께 녹여내어 그게 잘 되지 않는다면 돛단배라도 녹여내어 그것도 되지 않는다면 이 서울을 녹여내어 그것조차 되지 않는다면 이 사고와 의식을 녹여내어서라도 당신의 색을 변화시키겠습니다 그대여 부디 흘러흘러 화폭의 바깥에 존재해주오 조금씩 조금씩 이것저것 녹여내어 당신을 닮은 붓으로 구름같은 수채화 한 폭을 그려내어 비 웅덩이 위에 살짝 띄우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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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흐린 장마철 날씨 위에서부터 비, 아래에서부터 올려긋는 자상 산산조각나는 나 그리고 터널 속으로 굽이쳐들어가는 지하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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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

겉에서 보기엔 정말 견고해보였어. 정말이야. 그래서 건물 내부에 사는 사람들조차 전혀 눈치채지 못했거든. 어느 정도였냐면 이 건물의 캐치프레이즈가 이랬어. "절대적으로 안전한 주거공간" 실제로 외피는 상당히 단단했어. 무슨 세상에서 제일 단단한 어쩌구성분이 들어갔다나? 그러더라고. 요즘 그런거 유행하잖아. sns영상 챌린지. 위험해서 금지해봤자 요즘 애들이 말을 어지간히 안 들어야지. 근데 이게 참 용한게, 아무리 대단한 방법으로 두드려도 건물 외피에 금도 가질 않더라고. 당연히 요즘같이 하루가 멀다하고 횟수를 세지 못할 만큼 천재지변이 몰아치는 시대에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지. 어제 어느날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어. 운석이 떨어진거야. 어이가 없지? 그래, 그 운석 맞아. 하필 그 말도 안되는 확률로 운석이 이 건물에 정확하게 냅다 꽂힌거지. 사실 건물을 설계한 사람들은 운석이 떨어져도 버틸거라 예상했대. 매일같이 밀려드는 말도 안되는 수준의 재해들을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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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

무신론자로서 생각하기에, 노력과 성과가 비례해야할 당위성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반드시 큰 노력을 해야만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를 담은 흔해빠진 명언들에는 논리성이 결여되어있다. 당연히 적은 노력으로도 큰 성과를 얻어낼 수 있다. 경계해야할 것은 적은 노력으로도 얻어낼 수 있을지 모르는 성과를 얻기 위해 항상 최소한의 노력만을 한다면 한 가지를 성공해도 나머지 모든 것들을 실패하게 될 거라는 점이다. 다만 반드시 성과가 노력에 비례한다며 우직하게, 나쁘게 표현하면 어리석게도 방향성이 어긋난 노력을 반복하기보단 더 쉽고 효율적으로 성과를 얻어낼 수 있도록 머리를 굴리는 게 더 나은 삶의 방법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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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우리는 감상

요즘 넷플릭스 드라마 '그해 우리는'에 빠져 살고 있다. 지금은 조금 시들해졌지만 지난주 정도쯤에는 정말 먹고 자고 그해우리는 보고 과외갔다오는 일상을 살 정도로 이 드라마를 좋아했다. 초5때 별에서 온 그대, 중1때 힐러를 보고 성인된 후 처음으로 보는 드라마였다. 나는 원래 영상매체보다 텍스트 상으로 전달되는 감정의 유동을 좋아했다. 영상으로 드러나는 감정은 피상적이고 표현의 수단이 한정적이며 인지하기 힘든 반면에 글에 묻어있는 감정은 명확한 동시에 해석의 다양성이 존재하고 다양한 서술적기교를 통해 표현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드라마를 통해서도 매우 섬세하고 아름다운 감정표현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희한하게도 주인공 커플의 설레는 행각보다는 계속해서 상처받고 눈물흘리는 조연에게 감정이입하는 것이 너무 좋았다. 표현하자면 "기분 좋은 우울감"을 선사해준다고 해야할까. 짝사랑을 표현하지 못한 채 계속해서 상처받고 흔들리고 무너지기 직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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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헤는밤

별 하나에 흐려지는 초점과 별 하나에 움직이는 기억들 별 하나에 휘어지는 시간과 별 하나에 밝아오는 끝 시야엔 밤하늘이 들어차있지만 별은 그 밖을 비추고 있으니 빛에 닿고자 그 캄캄한 하늘을 열어봅니다 육신이 잠들어가는 깊은 시간 희뿌연 눈알 위를 몇 개의 빛줄기가 찔러대고 나는 무심코 얼굴을 찡그립니다 별을 쉽사리 놓아주지 못하는 밤, 나만이 없는 도시는 어느새 저 멀리 멀어지고 붉어지는 새벽하늘에 별들은 지워져갑니다. 마침내 다가올 칠흑같은 일출이여 당신을 마주할 때 쯤 내가 집어삼킨 별은 세상의 끝보다 더 깊은 저 아래에 찬란히 아로새겨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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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우리는 분석

그해우리는을 다 봤다. 사실 오늘 다 본 건 아닌데 글을 좀 미루다가 늦었다. 아무튼, 다른 드라마를 거의 안 봐서 원래 어떤지는 잘 모르겠으나 다 보고 느낀 바로는 그해우리는은 꽤 완성도 높은 드라마인 것 같다. 배우, 연출, ost도 물론 좋았지만 여기서 말한 완성도는 이야기의 완결성을 의미한다. 사실 그해우리는은 초반부터 계속해서 각 캐릭터 별로 하나의 '결핍'에 대한 암시를 던진다. 그리고 마지막화에서 그 결핍을 등장인물의 말 또는 상황을 통해 명확히 드러냄으로서 어렴풋이 느끼고 있던 인물의 내적갈등을 가시화하는 동시에 부분적으로나마 해소한다. 다만 그 해소 과정이 마지막 화 한 화 내에 급하게 전개되는 것 같아 그 부분은 다소 아쉬웠다. 우선 내가 가장 좋아했던 김지웅부터 살펴보면 안타깝게도 다른 캐릭터에 비해 비교적 단편적이고 1차원적인 캐릭터성을 지닌다. 흔한 클리셰적 설정인 부모의 애정의 결핍, 짝사랑의 좌절, 주인공에 대한 열등감을 지니며 그 깊은 심적 자상으로 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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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과 감성의 직관적 분리

어느 시대를 살펴보더라도 사상가들은 용어만 달리 할 뿐 이성과 감성을 분리하여 사상을 전개한다. 실제로 이성과 감성은 비물질적이며 개념적인 뇌내 전자 전달 기전을 언어화시켜놓은 것이지만 적어도 모든 시대, 모든 지역에서 이성과 감성이라는 개념에 대해 이분법적인 통념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인간이라면 대다수가 인지할 수 있는 논리적 사고와 비논리적이고 감정적인 사고가 존재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 통념이 사실인지는 알 수 없다. 실제로는 연속적인 시간에 대해 낮과 밤으로 나누어 언어로 고정시켜 놓았듯이, 특정한 사고활동을 이성과 감성으로 분리해 개념화해놓은 것이기 때문에 '분리됨으로써 생성된 개념'이 실제로 하나인지는 알 수 없을 것이다. 이성과 감성은 둘 다 선천적인 면과 후천적인 면을 가진다. 거의 모든 인간이 선천적으로 감정을 지닌 채 태어나며 후천적으로 학습된 경험들을 통해 호와 불호가 쌓이고, 언어의 학습을 통해 다양한 감정들을 명확히 인지하고 느낄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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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 덩크 로우 레트로 레이서 블루 앤 화이트 후기, 코디

사실 가격대도 다른 신발에 비해서 저렴(?)하기도 하고 색감이 너무 이뻐서 계속 북마크해두고 시세변동을 보고 있었다. 127000원에서 꽤나 저점인 것 같아 구매했는데 다행히 아직까지 가격이 급락하진 않아서 배 아프지 않아 좋다ㅎㅎ 언제나 두근거리는 상자 개봉 시간... 열자마자 너무 이뻐서 기분이 좋아졌다! 실제로 보면 파란색 채도가 더 높고 선명해서 흰색과 대비가 뚜렷하다. 사이즈같은 경우 나는 기본적으로 나이키 에어포스 기준 275를 신는데, 인터넷에 찾아보니 덩크 로우는 반업에서 1업 정도 하라고 써있길래 280 정도로 주문하려고 기억해뒀었다. 그리고 막상 구매할 땐 아무 생각 없이 275로... 주문했다... 다만 걱정과 다르게 예상 외로 사이즈가 맞아 편하게 신고 있다. 기본적으로 색 자체가 블루 앤 화이트 조합이다보니 마찬가지로 블루 앤 화이트 조합의 코디가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위와 같은 하늘색 계열말고 짙은 파란색과도 잘 어울린다. 이 사진은 좀 대충 입고 나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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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 덩크 하이 레트로 챔피언쉽 블루 후기

사실 이 신발은 크림에서 처음으로 구매한 기념비적인 신발이기도 하다. 신발에 관심이 없었어서 1년 간 거의 신발 2개로 살아왔던 것 같은데 이 신발을 보고 관심을 갖게 되었다. 색감이 말도 안되게 예뻐서 보자마자 바로 구매해버렸다. 여담으로 끝까지 안하려고 했던 과외를 받게 된 계기도 이 신발 살 돈을 모으기 위해서였다. 신발의 색감은 꽤나 선명한 편이다. 나는 이것보단 조금 연한 하늘색을 기대하고 사긴 했지만 선명하고 짙은 하늘색이 하얀색과 대비를 이루면서 이쁜 색감을 띤다. 발목까지 올라오기 때문에 신발끈을 너무 꽉 조이면 피가 살짝 안 통할 수도 있고 계단을 내려가는 등 발목을 구부려야할 때 불편할 수 있다. 신고 벗을 때마다 매번 신발끈을 묶고 풀어야한다는 점만 빼면 다 마음에 드는 신발이다. 포카리와도, 구름 낀 하늘과도 색이 잘 어울린다. 색이 좀 쨍한 편이라 밖을 걸을 때 눈에 띄는 편이다. 특히 흙길이나 풀숲 근처를 걸을 때 눈에 확 들어온다. (?) 이 신발을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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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밤

조금씩 짙어지는 어둠 속에 손가락이 하나둘 잠기어 나는 당신의 사랑을 느낍니다 조금씩 젖어들어가는 살결 위로 타고 흘러내리는 물방울에서 나는 당신의 고독을 느낍니다 새벽이 오다말아 어두운 밤 미처 다 오지 못한 밤 대신 그대가 하늘을 덮었나봅니다 발 끝에 채이는 우산을 뚫지 못하고 튀는 그 수많은 눈물들이 뱉어내는 경쾌한 소리 당신의 하염없이 행복한 고독 속에서 가로등은 서서히 잠기고 실수로 밟아버린 당신을 바라봅니다 미안한 마음에 안쓰럽게 내려다보면 당신이 누군지 잘 알 수 없게 됩니다 당신은 아무 생각 없어보이는 그 텅 빈 눈으로 내려다봅니다 우산을 타고 당신이 흘러내리고 나는 당신과 같은 얼굴로 우산을 접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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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하루

오늘 하루도 코 끝에 감도는 비누 향 속에 녹아 사라졌어. 빗 속에서 따스한 그리움이 느껴졌어. 거긴 비가 오지 않잖아. 미안해. 이젠 더 줄 게 남지 않았어. 젖어버린 머리카락 끝을 타고 물방울이 떨어져. 피부에 빗물이 스미는 아늑함을 느껴. 빗물이 방울져 한 줄기 흘러내렸어. 오늘을 지냈는데도 기억에 남는 건 어제뿐이네. 네가 찍힌 필름에만 색이 깃들어있어. 비는 새벽을 우려내며 빠르게 쏟아져. 이유없이 흐르는 이 빗물이 싫어. 그래도 이미 어쩔 수 없어. 조금 차가워서, 나는 이 비가 좋은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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