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양이가 너무 보고 싶어서 슈뢰딩거의 상자를 열었다 그러나 환한 빛과 함께 내 망막에 투영되는 것은 싸늘하게 식은 너의 주검뿐 네 삶과 죽음이 중첩되어 있도록 놔두는 게 나은 선택이었으려나 시체같은 후회가 스쳐지난다 사실 너는 그 안에 들어있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내 고양이는 이미 10년 뒤에 죽어버렸으니 소름끼치게 화창한 날 하늘은 울적한 색으로 선명히 물들고 지금보다 성숙해진 내 뺨을 타고 찬란한 햇빛이 녹아흘러내리겠지 내가 부순 상자의 파편들이 손에 묘비처럼 박혀있다 상처를 따라 송글송글 머리를 내미는 핏방울들을 보며 나는 환공포증을 느끼며 동시에 동양의학을 떠올린다 도저히 호감을 가질 수 없는 비논리의 극치, 라고 혐오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체했을 때 손을 따오던 나로서는 아예 배척하기엔 꺼림찍한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상자 속의 내용물이 꾸역꾸역 넘쳐흐른다 바닥에 질척하게 늘어붙는 선망과 공허함이 물과 기름처럼 분리되어 복잡한 기하적 구조를 그려낸다 치밀어오르는 구토...
원문 링크 : 슈뢰딩거의 고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