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오랜만에 전에 쓴 소설들을 쭉 읽어봤다.
끔찍해서 도저히 읽을 수가 없었다. 끔찍하다기보다는 오글거려서.
수치스러웠다. 당장이라도 비공개 글로 돌리고 싶었지만, 동시에 고민도 되었다.
왠지 모르게 그것들을 건드려서는 안될 것 같은 의무감이 들었다. 의무감.
헛웃음이 나왔다. 내 인생과 가장 거리가 먼 단어가 아닌가.
그런 스스로를 이해할 수 없어, 그 같잖은 의무감이 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생각해봤다. 가장 큰 이유는 보존이었다.
글 하나를 고치는 것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모든 글들을 고쳐나가다보면, 결국 그 당시 내가 가지고 있던 사상, 자주 사용하던 표현, 더 나아가 미숙함과 얄팍한 허영심까지도, 그 모든 것을 타자 몇 번 두드리는 것만으로 전부 지워버리게 된다.
'마모'를 쓰면서 언급한 적이 있다. 그 누구도 기억하지 못한다면 기억과 꿈은 무엇이 다르냐고.
기록이 사라지고 기억이 지워지면 모든 것은 없던 일이나 마찬가지가 ...
원문 링크 : 보여지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