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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골목길을 걸으며

 새벽 골목길을 걸으며

"여기서 오른쪽으로 꺾으면 돼." 취할 때마다 나오는 살짝 애교 섞인 목소리로, 너는 말한다.

아직도 술이 안 깼나보네, 하는 생각이 들고 이어서 그닥 내 알 바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쌀쌀해서 그래.

아직 완전히 봄은 아니라서 새벽 기온은 조금 견디기 힘들다. 가뜩이나 추위를 많이 타는 내 옆에서 너는 날씨가 많이 풀렸다며 귀여운 미소를 짓는다.

나는 허공을 보며 내 체온을 앗아간만큼 새벽 공기도 따뜻해지는건지 의심을 한다. 아닌 것 같다.

내 체온은 분명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져버릴 것이다. 열역학 법칙에 위배되긴 해도 난 그렇게 믿는다.

기억을 더듬는다. 작년에는 너가 이 쪽으로 안내하지 않았다.

처음 보는 길, 처음 느끼는 공기. 그 날은 패딩을 입고도 추워서 덜덜 떨었지.

작년의 네가 떠올라 입가가 비틀어진다. 나는 이것을 미소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유화로 그려낸 듯한 선명한 색감의 가로등이 새벽공기를 은은하게 데운다. 벽돌로 된 주위 건물들이 어쩐지 인간미 넘친다.

문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