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르륵, 소리와 함께 문 틈 새로 쏟아지는 20여개의 시선. 첫 눈처럼 머리와 어깨에 소복소복 쌓이는 그 시선들의 무게를 느끼며 나는 고개를 꾸벅였다.
"안녕하세요, 이 쪽에 앉으시면 됩니다." 애매한 손 끝을 따라 눈알을 반의 반 바퀴 회전시키니 애매한 자리 배치 가운데의 빈 자리가 보였다.
"ㄴ" 고개를 끄덕인건지 네,라고 한건지 알 수 없는 언어와 행위 그 사이의 무언가를 보이듯 들려주며 나는 빈 자리를 향해 걷는다. 걸을수록 눈처럼 쌓인 시선들이 반쯤 얼어간다.
자리에 앉으려 허리를 숙이자 얼어버린 눈덩어리가 후두둑 쏟아져내린다. 눈보라는 치지 않는다.
그저 기온이 낮을 뿐. 우리는 전쟁의 아픔을 잊기 위해 술을 들이키는 러시아의 노병처럼 알코올을 찾는다.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온과 강수를 바꿀 엘릭서를 갈구한다.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쓴 법, 우리는 조금도 초록색을 띠지 않는 투명한 액체로 목구멍을 적신다.
무의식적으로 연이어 입에 넣은 그릇 위의 무언가가 씁쓸...
원문 링크 : 균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