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없는 집 - 경희궁, 광화문, 평창동, 종로구 주방 인테리어
현관문을 열 때마다 잠깐 멈칫하게 된다. 이유를 오래 몰랐다. 피곤해서, 아니면 오늘 하루가 너무 길어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저녁, 출장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문득 그 이유를 알았다. 집에 들어서도 내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 십오 년을 살았는데, 그 공간 어디에도 내가 없다는 것.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 아파트를 고를 때 나는 학군을 따졌고, 층수를 따졌고, 관리비를 따졌다. 주방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사진 한 장으로 확인하고 끝냈다. 싱크대가 있고, 가스레인지가 있고, 수납장이 있으면 됐다. 그게 주방의 조건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 조건을 갖춘 곳은 어디든 같았고, 어디든 상관없었다. 그렇게 나는 집에 맞추어 살기 시작했다. 냄비는 수납장 깊이에 맞는 것으로 샀고, 찻잔은 선반 높이에 들어가는 것으로 골랐다. 어느 시점부터는 취향이 아니라 치수로 물건을 고르고 있었다. 공간이 나를 규정하고 있었는데 나는 그것을 합리적인 생활이라고 불렀다. I 순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