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무엇을 숨겨두었나 부엌의 구석, 그곳에는 언제나 손이 닿지 않는 어둠이 있었다.
L자로 꺾이는 모서리, 깊숙이 들어간 찬장의 안쪽. 무언가를 넣기는 하지만 다시 꺼내지는 않는,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공간.
우리는 그것을 '데드 스페이스'라 부르며 체념했다. 아침마다 그 앞을 지나쳤다.
출근 준비로 바쁜 손이 문을 열고, 앞쪽에 놓인 것만 꺼내고, 안쪽 깊은 곳은 보지 않았다. 아니, 보지 않은 게 아니라 볼 수 없었다.
허리를 숙이고 팔을 한껏 뻗어도 손끝이 닿지 않는 그곳. 언젠가 밀어 넣은 것들이 거기 있을 터였다.
명절에 쓰려고 산 큰 접시, 누군가 선물한 냄비, 한때 열심히 쓰다가 잊은 조리도구들. 십여 년을 그렇게 살았다.
공간은 거기 있었지만, 나를 위한 것은 아니었다. 2. 서재는 남편 것, 부엌 구석은 내 것 문득 생각했다.
왜 내가 공간에 맞춰야 하는가. 아이들 방은 넓게 내주었다.
책상도, 옷장도, 놀 공간도. 남편에게는 서재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