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을 넘어서야 깨달았다. 집도 나처럼 계절을 가진다는 것을.
아이들이 어렸을 때 우리 집은 여름이었다. 시끌벅적하고 활기차고, 늘 무언가가 끓고 있었다.
아침 도시락부터 밤늦은 야식까지, 주방은 쉴 틈 없이 돌아갔다. 그때의 나는 요리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그저 밥 해주는 사람이었다.
아파트 주방에서 보낸 30년. 좁고 어둡고 불편한 그 공간에서 나는 가족을 먹이는 일에만 집중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음식을 해보고 싶은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들이 하나둘 집을 떠나고, 이제 우리 집은 가을이 되었다.
깊이 있고, 여유롭고, 드디어 나만의 색깔을 찾아가는 계절. 그제야 나는 질문할 수 있었다.
"내가 정말 원하는 주방은 어떤 모습일까?" 늦었다고 생각한 순간이 가장 아름다운 시작 단독주택을 짓기로 결심했을 때, 남편은 농담처럼 말했다.
"이제 와서 뭘 그렇게 공들여?"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마흔 넘어 다시 꽃피우는 작약처럼, 늦었다고 생각한 순간이 사실은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