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이 너무 튀지 않을까, 망설이던 그 오후가 지금은 이 부엌의 가장 좋은 색이 되었다. 『장자』에 포정(庖丁)이라는 요리사가 나온다.
왕 앞에서 일하는 그의 손놀림이 음악 같았다고 장자는 쓴다. 왕이 묻는다.
기술이 어찌 이 경지에 이르렀느냐고. 포정이 대답한다.
저는 도(道)를 좋아합니다. 기술보다 앞선 것입니다.
처음에는 전체가 보였다.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무엇을 먼저 봐야 할지. 3년이 지나자 전체가 보이지 않았다.
결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어지는 방식, 만나는 지점, 이미 나 있는 길.
억지로 가르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결을 따르는 것. 포정의 칼이 19년 동안 무뎌지지 않은 것은 그 때문이었다.
장자는 이 이야기를 요리 잘하는 법에 관한 편에 넣지 않았다. 양생(養生), 삶을 기르는 것에 관한 편에 실었다.
그 배치가 나는 오래 마음에 걸렸다. 요리사 이야기가 왜 삶을 기르는 것인가.
기술의 이야기가 왜 삶의 이야기인가. 상담을 나가면 나는 부엌보다 먼저 바닥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