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을 미뤄온 사람은 표정이 있다. 내가 그 집 현관을 들어설 때, 그 표정이 냄새보다 먼저 왔다.
어떤 사람들이 있다. 하루에도 수십 번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
숫자를 보고, 사람을 움직이고, 전화 한 통으로 일을 처리하는 사람들. 그런데 그 사람들이 저녁에 집으로 돌아오면 — 주방 앞에서 멈춘다.
고장 난 수전을 보면서 '다음에'를 되뇐다. 벌어진 싱크대 문 앞에서 '아직 쓸 만해'를 반복한다.
무능해서가 아니다. 집보다 바깥이 늘 더 급했던 것이다.
그렇게 1년이 가고, 3년이 가고, 어느 날 문득 세어보니 10년이 되어 있다. 그게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나는 열두 해 동안 632곳의 주방을 다니며 배웠다.
체념이 일상이 되기까지 - 광장동, 자양동, 구의동 주방인테리어 한강이 보이는 60평 아파트였다. 현관에서부터 냄새가 왔다.
요리 냄새가 아니었다. 오래된 것들이 켜켜이 쌓여서 나는, 아주 조용한 체념의 냄새였다.
싱크대 문은 반쯤 비틀려 있었다. 아일랜드 위엔 ...
원문 링크 : 살면서 주방을 고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