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허리가 기억하는 것들 주방에 서면 허리가 먼저 안다.
오늘 저녁 무엇을 할지, 몸이 먼저 기억한다. 설거지를 마치고 나면 허리를 한 번 펴게 되고, 그때 우리는 문득 깨닫는다.
이 자세로 몇 년을 살아왔는지를. 아침 출근 전 도시락을 싸고, 저녁 늦게 돌아와 간단히 저녁을 차리고, 주말이면 일주일치 반찬을 준비하면서.
주방 싱크대 앞에서 보낸 시간을 합치면 우리 인생의 몇 년이 될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는 그 공간을 위해 가장 적게 고민한다.
냉장고는 꼼꼼히 고르고, 인덕션은 여러 브랜드를 비교하면서도, 정작 가장 오래 서 있을 그곳의 높이와 깊이에 대해서는 무심하다. 20년 전 입주할 때 시공사가 만들어준 그대로, 10년 전 한 번 리모델링할 때도 "그냥 무난하게"로 선택한 그대로. 우리는 주방을 바꾸지 않았다.
아니, 바꿀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재은 씨(가명)가 카톡으로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
"이런 싱크도 진행해보셨을까요?" 화면 속 하얀 도기 싱크는 앞으로 살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