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처음으로 '나만의 부엌'을 생각했다 컵이 하나였다 - 딸이 결혼한 봄 - 한남동, 이촌동, 서빙고동, 한강로동 결혼식 다음 날 아침, 컵이 하나였다. 손이 먼저 알았다.
커피를 끓이면서 머그컵을 두 개 꺼내려다 멈췄다. 하나를 도로 찬장에 넣었다.
그 동작에 특별한 감정은 없었다. 그냥 멈췄고, 그냥 넣었다.
그런데 찬장 문을 닫는 순간, 뭔가가 달라졌다는 걸 알았다. 이십 년의 습관이 오늘부터 필요 없어졌다는 걸, 손이 머리보다 먼저 알아챈 것이다.
아무도 "엄마 나도 줘"라고 하지 않았다. 그 문장을 쓰고 나서 잠깐 멈췄다.
당연한 말이다. 딸은 어제 결혼을 했고 오늘은 여기 없다.
그런데 이십 년 동안 아침마다 들어왔던 그 목소리가 오늘 없다는 것이, 이렇게 구체적인 빈자리를 만들 줄은 몰랐다. 커피를 혼자 마셨다.
맛을 제대로 모르고 다 마셨다. 컵을 씻으면서 창밖을 봤다. 4월이었고, 벚꽃은 이미 지고 있었다.
꽃이 지는 건 어제도 봤을 텐데, 오늘은 유독 그게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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