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동안 당신은 다른 사람의 편의를 먼저 생각하며 주방을 구성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식을 넣을 공간, 남편이 찾기 쉬운 위치의 컵들, 명절 손님을 위한 대접 그릇들, 시어머니가 오셨을 때를 대비한 도구들.
그런데 문득 생각한다. 이 중에서 정말 내가 원해서 들인 것은 몇 개나 될까.
아침에 주방에 서면 익숙하지만 낯설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지만, 정작 내 자리는 어디에도 없는 것 같다.
이 주방은 누구의 주방인가. 많은 여성들이 이 질문 앞에서 머뭇거린다.
알고 있다. 이제 자녀들은 독립했고, 남편은 자기 컵 위치쯤은 스스로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명절 손님도 예전만큼 오지 않고, 설령 온다 해도 내가 그렇게까지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하지만 쉽게 바꾸지 못한다. 30년 동안 익숙해진 방식을, 나를 희생하며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태도를 하루아침에 내려놓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마음 한편에서는 이런 생각이 고개를 든다. 이 나이에 나를 위한 주방을 만든다는 게, 혹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