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규모만큼 사랑하기
무료해. 지나치게 무료해서 무료하다는 생각까지 무료해지는 초여름. 그래도 무료할 수 있는 건 내가 먹고살고 있기 때문이고 그 모든 것들은 유료니 감사히 여겨야지...... 암막 커튼으로 들어오는 빛을 가리고 겨우 이런 생각이나 했다. 6월에는 대림을 떠나 새로운 동네로 간다. 연고도 친구도 없는 강서구로. 왜 하필 그곳으로 가는 걸까 의문이 들었지만 금방 납득하게 되는 지난날이 있었지. 광명과 왕십리, 부산, 마포, 대림으로 열심히 떠돌아다닌 내 젊은 날의 영혼아 너 근데 진짜 역마살이든 지살이든 징그럽게 끼긴 했구나...... 왜 내가 매일 정착지를 찾고 싶어 하는지 알 것 같은 대목이고 나는 어딜 가든 쉽고 빠르게 환경에 적응하는 사람. 이 사실은 참 좋은 것이면서도 참 슬프다. 그만큼 정이 많이 드니까. 사랑하는 사람이 늘어나니까. 친구나 애인이라는 말로 표현할 순 없지만 내 세계를 구성하는 사람들이 이사 한 번으로 사라지는 기분이 억울하고 분하다. 슬픔은 곧 다른 슬픔으로 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