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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가 있었나

 이유가 있었나

익숙해질 때도 되었는데 백수란 낯섦은 아직 한창이다. 내 몸 위에서 도통 내려갈 생각이 없어 보이는 두 고양이는 내가 종일 집에 있는 게 당연해진 모양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냉장고에서 두부를 꺼내 먹는다. 차가운 두부를 천천히 씹다 보면 콩나물과 두부를 단 돈 천 원에 한 아름 사 올 수 있던 따끈한 시절이 떠오르고, 갤러리에서 일할 때 안국역 쪽 포차에서 파는 생두부가 참 맛있었는데 다시 가게에 가볼까 생각을 하다 관둔다.

두부를 다 먹으면 단백질 음료를 마시며 아메리카노를 주문한다. 꼴랑 담배 한 개비 챙겨 집 밖에서 출근하는 사람들을 보며 담배를 피우다 보면 어느새 커피는 준비되어 있고.

나는 그걸 가지러 가는 데 고작 10초도 안 되는 시간만을 소모하는 곳에 살고 있다. 안타깝게도.

커피를 사러 갈 때조차 걸을 구실이나 핑계를 만들어낼 수 없을 만큼 가까운 집은 결국 나로 하여금 11층을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타고 오르게 만든다. 생각보다 낮은 층고에 할만하다 느끼면 잠깐 ...

원문 링크 : 이유가 있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