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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곤란할 수도 있는 메일 송부의 건

 다소 곤란할 수도 있는 메일 송부의 건

나는 종종, 나를 거푸집에서 꺼내어 건조대에 널어 말리는 누군가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구겨진 마음과 뻣뻣하게 말라붙은 생을 쓸어내며.

그런 상상을 하던 작년 겨울, 나는 꽤 전에 사두었던 최지인 시인의 시를 꺼내 읽었다. ㅡ왜 최지인 시인이었는지는 아직도 영문을 모르겠지만, 당시의 나는 며칠 뒤인 본인의 생일날에 죽을 계획을 철두철미하게 몇 개월 전부터 세워왔던 참이었는데.

하필 시인의 시집을 꺼내 읽었다는 사실은 지금 생각해 보면 꼭 누군가가 거푸집을 두들겨 부순 뒤 내 멱살을 잡고 바깥으로 끌어낸 운명처럼 느껴지기도.ㅡ 그런데 이상하지. 시인의 시를 읽는 내내, 내가 살아온 시간들이 눈앞에서 또렷하게 펼쳐지기 시작했다.

아마도 그가 쓴 시들의 배경이 내가 자란 동네와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언급하는 사람들, 장소, 말투, 성격, 떠오르는 장면 하나하나가 전혀 낯설지 않았다.

그날 처음으로 나는 지금 이 시대에 살아 있는 한 사람이라는 감각을 떠올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