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오랜만에 만난 남훈에게 "난 요즘 무척이나 건강하다"는 뉘앙스로 근황을 전했던 것 같은데 고작 하루 지난 오늘, 뱉었던 긍정의 말들을 모조리 부정하고 싶다는 생각이 우글우글 몰려드는 건 어째서일까. 고작 맥주 두세 잔에 취해 웃고 떠들고 유치하게 굴면서 아, 난 정말 나잇값을 하지 못하는구나!
생각했던 어제의 내가, 밤 사이 대체 어떤 어마무시한 전쟁통을 겪은 것인지 그만 혼자서 폭삭 늙어버리고 만 것이다. 청년 치매는 죽어도 겪지 않겠다며 매일 세 시간씩 즐겨하던 틀린 그림 찾기도, 완벽하게 짝짝이인 운동화 앞에서는 무력해지던 출근길 아침이었다.
업무 시간엔 돌연 눈앞이 흐릿해져 손등으로 눈두덩이를 꾹꾹 누르며 버티는데, 눈 안쪽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나는 바람에 잔뜩 겁을 먹고 말았다. 기증할래야 기증받을 사람 하나 없을 저기능의 내 통통한 안구가 툭, 하고 튀어나와 바닥을 구를 것 같은 기분에 공포심이 잽싸게 달려오던 그때.
사망 보험 가입 문의에 대한 답변이 도착했다...
원문 링크 : 오늘 내가 느낀 엄청난 배신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