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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한데 안 예민함

나는 스스로를 꽤나 예민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눈치보고, 눈치가 빨라서 상황 판단이 빠르고… 스트레스 받으면 잠도 잘 못 자고, 소화도 잘 안 된다. 천식 진단을 위해 진행했던 혈액검사 결과가 나왔다. 검사결과지를 보고 의사랑 함께 헛웃음친 사람 나야 나. 알러지 없다. 이 정도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제껏 먹는 걸로 예민하게 군 적도 없고, 환절기에 코가 막힌 적은 있어도 꽃가루 같은 거에 재채기해 본 적도 없다. 그래서 그냥 그러려니~ 하고 살아왔는데 진짜 없다. 세상에 끽해봐야 기니피그란다. 심지어 무조건 알러지반응을 일으키는 것도 아니고 아주 어쩌면, 만에하나라도 알러지 반응이 있을 수 있다~ 정도의 수준. 평생 이 동물을 만날 일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황당하면서도 웃겼다. 검사결과지를 설명해주던 의사도 머쓱해하며 '얘는 만날 일이 없을 거예요~' 하고 웃었다. 그런데 정작 레드와인은 딱 마시면 재채기가 나오던데. 이것도 알러지 반응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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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 9일차_2024.09.30.

가을은 가을인가보다. 긴팔, 긴바지의 옷을 입고 다녀도 덜 덥다. 이런 날씨가 9월 말이 되어서야 오다니... 이상기후를 실감하는 요즘이다. 아니, 사실 기후가 이상하든 말든 요 며칠 내 머릿속은 온통 주사뿐이었다. 정해진 시간에 맞춰 주사를 놔야하고, 심지어 대부분 냉장보관이 필수다보니 어디 움직이려는 마음을 먹기도 쉽지 않았다. 때가 되면 울리는 알람과 하나씩 늘어가는 주사바늘 자국에 약간 기운 빠졌다. 병원에 방문하는 날은 30분 정도 일찍 도착하곤 하는데,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초음파를 통해 상태 확인도 해야하고, 시간 맞춰 도착해봐야 내 진료시간은 훨씬 뒤로 밀리니 차라리 일찍 도착하는 게 낫다는 것이 나의 생각. 오늘도 한 10분쯤 기다리니 내가 초음파찍을 차례가 왔다. 마치 공장과 같은 시스템이라고 어떤 이들은 말하는데, 익숙해졌다. 한편으로는 편하다. 체계가 잡혀있다는 느낌이 주는 안도감이 있다. 이런 체계 속에서 움직인다 해도 초음파나 진료 볼 때의 긴장감마저 사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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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 10일차_2024.10.01.

지금껏 맞은 주사를 모아봤다.... 가니레버 한 개가 부족하다. 병원에서 맞았기 때문에.. 다른 때는 그냥 가만히 있어도 시간이 잘 가서 금방 새벽 1시가 되었는데 오늘은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한동안 기침을 계속하고, 가래도 좀 있는 몸상태였다. 그래서 집을 나온김에 병원 한 번 더 가자는 마음으로 집 앞 내과에도 들렀었다. 이런 저런 일 때문에 피곤했는지 안 그래도 졸려죽겠는데 시간까지 안 가니 죽을 맛이었다. 요즘 흥행하고 있는 흑백요리사와 관련한 유튜브를 이것저것 보는 것으로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짝꿍이 옆에서 지키고 있는 게 부담스럽고 민망해서 방에 들어가 자라고 했지만 짝꿍은 기어이 내 옆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아니 그렇다고 주사를 놔줄 것도 아니면서... 01시 28분 쯤 되어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냉장고에 넣어둔 주사를 꺼냈다. 알콜솜으로 쓱싹쓱싹. 무심코 배를 내려다봤는데 어째서인지 병원에서 주사맞은 곳들은 죄다 멍이 들어있었다. 주사맞은 부위를 알콜솜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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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자채취_2024.10.02.

10월 1일 새벽 1시 30분, 데카펩틸 네 개 맞은 이후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2일을 기다렸다. 짝꿍한테는 아닌 척 했지만 쫄리는 걸 어째. 저녁식사를 한 후에 처방되었던 항생제를 먹었고, 물을 와장창 마신 후에 밤 12시 이후로는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난포가 터지기 직전이기 때문인지 아랫배는 묵직하고, 묵직했다. 쫄리는 마음에도 잠은 잘 잤다. 긴장한 편이긴 했어도, 잘 되겠거니 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물론, 저 주사(데카펩틸)를 맞으면 36시간 이내에 터진다고 하지만 그보다 일찍 터지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짝꿍에게 털어놓긴 했었다. 얼토당토않게도 병원에 가서 난자채취를 시작했는데 난포들이 모두 다 터져버려서 막상 채취할 난자가 없는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면서 말이다. 우리가 하는 모든 걱정의 70%는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고 했던가. 쓸데없는 걱정을 머릿속에서 털어내니 나와 짝꿍은 병원 내 수술상담실에 도착해 있었다. 채취 직전까지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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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쉽게 깍두기 만들기

짝꿍과 같이 산 지 어언 5년차.. 여러 음식을 시도해 봤지만, 그중에서도 시도해놓고 성공 한 번 해보지 못한 음식이 있어요. 바로 김치…… 겉절이는 이제 좀 우리 어머니들 하듯이 쓱싹쓱싹하면 얼추 비슷한 맛이 나더라고요. 그런데 제대로 된 김치는 정말이지 … 시도할 엄두조차 못 내겠는 거 있죠. 제 나름대로 시도하고 시도하다 성공하기 시작한 깍두기 레시피 공유합니다. 만들기 어렵다고 생각했지만, 걍 다 때려 넣고 버무리기만 하면 되는 깍두기입니다. 【준비 재료】 주재료: 무 2개 부재료: 대파 2개, 양파 1/2개 양념재료: 소금, 설탕, 고춧가루 8T, 생강가루 1/2T, 다진마늘 1T(또는 마늘 1줌), 멸치액젓, 새우젓, 사과 1/3개, 밀가루 2T, 물(200ml), 매실청 대체재도 잔뜩입니다. 생강가루 → 편생강 있으면 3개 정도 사과 → 갈아만든 과일음료 (100ml) 밀가루 → 부침가루 가능합니다! 찬밥 1술만 있어도 됩니다. 사실.. 대파도 없어도 돼요.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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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아 배양 결과상담_2024.10.11.

아침부터 집 앞이 시끌시끌했다. 국기에 대한 경례와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걸 보니 운동회인 모양이었다. 어느 날엔가 초등학교 대문에 걸린 운동회 현수막이 기억났다. 날짜가 적히지 않은 현수막이었다. 두 가지가 떠올랐다. 외부인의 초등학교 출입을 막기 위함인가, 현수막 인쇄비용을 아끼기 위함일까. 어느 쪽이든 실무자 입장에서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사실 아침부터 운동회가 대수랴. 차라리 운동회 소음으로 머릿속이 꽉 찬 게 다행이었다. 오늘은 난자 채취 후 배양한 배아 상태를 들으러 가는 날이다. 예약된 시간보다 20분 쯤 일찍 도착한 것 같은데, 내 앞으로 8명쯤 대기가 있었다. 식은땀이 줄줄 흐르는 지경까진 아니었지만 내내 최악의 상황만 생각하고 있었다. 최악의 경우 그 모든 번잡스러운 과정을 다시 시작해야 하니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으니까. 인생은 과유불급이라고 스물아홉개나 나오는 바람에 그 많은 놈들이 다 무쓸모이면 어떡하나. 정말 담당의의 얼굴을 보기 직전까지도 조마조마했다. 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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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억까당한 천식환자

평소 환절기가 다가오면 비염때문에 난리였다. 코가 막혀서 입으로 숨쉬기 일쑤였고, 어느 순간 콧물이 줄줄 흐르기도 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일주일 쯤 고생하면 사라져벼리곤 했으니까 병원에 잘 출입하지 않았다. 병원 싫어, 약 싫어.. 그런데 이번 10월은 좀 달랐다. 약 3주 정도 고생했던 것 같다. 목이 아프지도 않은데 가래가 생겼다. 숨을 쉬는데 간혹 속에서 그릉그릉 끓는 소리가 났다. 어느 날부턴가 밤에 잠자기도 불편하길래 집 근처 내과에 갔다. 의사가 청진기를 갖다댔다. 숨을 내쉴 때 약간 걸리는 소리가 잡혔다. 약한 단계인 것 같으니 약한 수준의 약을 처방해보자며 기관지 확장제와 진해거담제 정도의 약만 처방받아왔다. 대략 일주일간. 그런데 일주일이 지나도 영 낫지 않아서 한 번 더 처방받았다. 비염약을 함께. 그 약들도 다 먹은 상태에서 어제 내 컨디션은 최악이었다. 보통 낮 시간 동안의 호흡은 나쁘지 않았는데 아무리 해도 호흡이 쉬워지지 않는 것이다. 사실 잠도 거의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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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고 간단하게 수육 삶는 법

수육 삶아봤습니다. 둘이서 먹으려고 500g 앞다리 샀는데.. 모자라요. 아쉬워요 아쉽습니다. 속상~ 따라와보세요! 쉽고 간단히 먹는 게 ㅋIㅋI의 추구미입니다. 【준비 재료(2인분)】 주재료: 수육용 고기 앞다리살 500g 양 늘리십시오. 늘리세요. 잘 드시는 분들께서는 한 근(600g)도 모자랄 거 같긴 해요. 핳 앞다리살, 목살, 삽겹살 원하는대로 선택하세요. 부재료: 대파 1뿌리, 양파 1개, 된장 2스푼, 마늘 한 줌, 소주, 월계수잎 2장, 커피가루 약간 【가자!】 ① 냄비에 물(1L 가량)을 넣고, 파와 양파, 마늘 다 때려넣고 끓입니다. 양파는 뿌리와 껍질이 있는 상태로 넣으셔도 됩니다. 저는 양파를 사오면 다 벗겨서 랩핑하여 냉장보관 하기 때문에 껍질이 없어요. ② 고기는 잘 익으라고, 칼집을 넣어줬어요. 물이 끓은 냄비에 넣어줍니다. 물을 먼저 팔팔 끓인 이유는 고기 육즙이 빠져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예요. ③ 월계수 2장, 커피가루 약간, 된장 2스푼, 소주 주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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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경_2024.10.18.

지난 13일, 고대하던 생리가 시작되었다. 평소같으면 반갑지도 않고, 마냥 싫은 놈인데 이번엔 어찌나 반가운지 모르겠다. 결국은 생리가 끝날 무렵인 17일 다음날인 18일로 자궁경 일정을 잡았다. 짝꿍은 부득이하게 근무를 뺄 수 없는 상황이었고(사실 자궁경 일정도 급히 잡힌 것이라 모든 일이 어쩔 수 없었다), 다행히 동생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난자 채취 때와 마찬가지로 수면마취가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반드시 보호자가 동행해야 했으므로 동생에게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건 큰 다행이었다. 병원이든 은행이든 다닐 때마다 느끼는 건 월요일, 금요일엔 어쩜 그리도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냐는 거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30분 쯤 일찍 도착해서 수납 먼저 하려는데 이미 내 앞으로 10팀이나 대기중이었다. 심지어 이렇게 비가 오는 날에 말이다. 날씨예보도 '폭우'를 가리키고 있었다. 10월 18일인데 무슨 비가 이리 쏟아지는지... 겨우겨우 수납을 마치고서 수술상담실 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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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날에는 따뜻한 감자스프

날이 갑자기 싸늘해졌어요. 갈수록 더 추워진다죠? 이런 쌀쌀한 날에 잘 어울리는 포테이토 어니언 스프, 감자양파스프 준비했습니다. 보통은 감자를 삶아서 사용하실텐데, ㅋIㅋI는 감자를 삶지 않을 거예요. 번거로와요... 한 냄비에 다 할게요. 따라와 주세요:) 【준비 재료(2인분)】 주재료: 작은 감자 7개(크기에 따라 개수 조절), 적당히 큰 양파 1개 부재료: 버터 약 20g, 치킨스톡 또는 코인육수, 우유 300ml, 물 적당량 그 외: 핸드블렌더 (또는 믹서기) 감자와 양파 조절이 힘드시면, 대략 1:1 정도의 비율로 준비해 주시면 됩니다. 저는 치킨스톡을 쓰지 않아서 코인육수로 대체했어요. 【가자!】 ① 껍질을 벗겨낸 감자와 양파를 깨끗이 씻고, 감자는 작게 토막내 주시고 양파는 잘게 채썰듯 썰어주세요. ② 냄비를 올리고, 준비한 버터 20g을 약불에 녹여줍니다. ③ 채썬 양파를 볶아줍니다. 버터는 센 불로 하면 타니까 중약불로 조절해주세요. 시간이 좀 들더라도 양파가 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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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고비 넘김_2024.10.29.

알러지 검사 겸 상태 확인 차 병원에 들러 의사 면담. 알러지 반응을 일으킬 만한 놈은 기니피그말곤 없음. 심지어 weak 수준... (이상한 데서 건강함;;) 고비 넘겼다며, 숨소리는 정상 수준으로 돌아와서 경구투여약 바로 끊자 함. 대신 흡입기는 지속적으로 사용 필요. 현재 흡입기 용량이 대용량이어서 추후에 다 써갈 때쯤 병원에 들러 용량 수위를 줄여나가자고 함. 그러면 기존에 먹던 약은? 비상용으로 들고 있으라고 함. 다만 기침 가래가 좀 잦아서 기침 가래 약을 새로 들고 옴^^ 아이 좋아라.. 이제 운동도 다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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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고 순살 고등어구이로 무조림 만들기

짝꿍과 함께 하는 삶이란, 대용량의 음식을 해 놓을 수 없는 강제 소식의 삶. 집에서 밥 해먹는 삶이란, 냄새나는 생선구이는 큰 맘 먹지 않고서야 해먹을 수 없는 삶. 그래서 ㅋIㅋI는 비비고 순살 생선구이 제품들을 사다가 냉동실에 쟁여놨어요. 근데 이걸 매일같이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기는.. 너무 안 땡기는 거죠. 마침 홈쇼핑에서도 이걸로 걍 찜을 하더라구요?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하고, 고등어무조림을 만들었습니다. 【준비 재료(2인분)】 주재료: 순살고등어구이 팩 3개 (1마리 반 해당), 무 1/2개 양념재료: 물(쌀뜨물) 300ml, 간장 4T, 고추장 2T, 고춧가루 1T, 매실청 2T, 올리고당 1T, 다진마늘 1t, 생강가루와 후추 조금 / 선택사항: 청양고추, 대파 전 정말 편리하고, 효율적인 걸 좋아해요. 생물고등어가 있다면, 양념 그대로 쓰셔도 된답니다:) 생물고등어무조림과 동일한 양념이예요 【가자!】 ① 무 썰어서 후라이팬에 올려줍니다. 조리는 과정에서 무에 양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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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을 앞두고...

난임에 관한 글을 찾아보지 않는 건... 많은 경우 임신에 또 실패했다, 임신 너무 어렵다, 시험관 몇 차수다… 이런 이야기들이 잔뜩이기 때문이다. 너무도 쉽게 나까지 잠겨버릴, 그럴 수밖에 없는 카테고리인걸. 난임이라는 건. 성공하지 못한 사례들의 모음이라는 것은 무겁게 사람을 짓누른다. 불안감과 괴로움, 공포감으로 점철된 글들이 대다수라 볼 때마다 양가감정이 불쑥 고개를 든다. 아직 겪어보지 않은 일이라는 것에 대한 안도감과 혹여나 나도 저 길을 따라 걷게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과 공포감. 이에 뒤따르는 영문모를 우월감과 미안함이 번갈아가며 나를 그림자처럼 짓이긴다. 11월에는 처음 배아를 이식하게 될 텐데. 아무리 해도 빨간 두 줄이 떠오른 임신테스트기가 상상이 안 되고 아무리 생각하고 상상해도 배가 볼록한 임산부가 된 나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첫 배아이식이자 첫 시험관 시도가 너무나 당연하게도 실패하는 건 아닐까 하는 공포감만 남았다. 게다가 천식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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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대로 안 돼도 그게 여행이지(feat. 청와대)

원래 계획은 국립현대미술관 근처 갤러리 구경 갔다가 북한산자락길을 걷는 거였다. 경복궁역에서 마을버스 타고 쓱 들어가면 나오는, 무장애길로 소문난 길! 이제 막 천식에서 회복되고 있는 나에게는 꼭 한 번 걷고 싶은 코스였다. 마침 짝꿍도 쉬는 날이라, 가을 바람을 쐬러 나섰다. 근데 예상치 못한 난관… 나들이 하는 날이 나한테만 특별한 건 아니었다. 길거리엔 사람이 바글바글, 거의 바다 수준. 삼청동에 이렇게 인파가 많은 건 오랜만에 보는 광경이라 괜히 벅차더라니! 갤러리 가는 길도 빽빽하게 꽉 차서 횡단보도 한 번 건너는 데 투지가 필요할 정도였다. 그리고 여기서 무언가 미묘하게 잘못되었다. 원래 가려던 방향에서 사람들이 없는 쪽으로 슬쩍 돌아가며, "어차피 이 동네는 다 연결되어 있으니 조금만 걷다 옆 골목으로 들어가지 뭐." 라고 한 게 실수였다. 보정 없이 올려도 쨍한 그런 날 여기저기 삥삥 돌다 결국엔 내가 짝꿍에게 진실의 질문을 던졌다. "이 길 맞겠지?" 결론부터 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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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경 결과 확인_2024.11.01.

날이 흐리다. 그래서 그런지 몸도 함께 찌뿌둥하다. 최근에는 억지로 바깥을 나서지 않으면, 병원에 가는 일이 유일한 외출이 되었다. 담당의를 만나는 시간은 고작 3분 남짓한 시간인데 그 짧은 시간을 위해 멀리서 오는 사람들의 마음을 짐짓 유추해 본다. 역시나 예약된 시간보다 30분 쯤 일찍 도착했다. 오늘은 어찌된 일인지 대기인원수가 매우 적었다. 덕분에 내 차례가 금방 되었다. "선생님, 천식환자가 되어버렸어요." 내 근황과 흡입기를 쓰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공유했다. '성인이 되면 천식 잘 안 걸린다는데 아이고..' 하는 담당의의 말에 '그러게요' 하는 표정으로밖에 대답할 수 없는 나. 환절기가 되면 매번 고생하겠지 하는 생각만 들었다. 담당의는 자궁경 결과를 보여주었다. 나팔관으로 향하는 구멍은 깔끔했다. 뿔처럼 툭 튀어나온 용종 하나가 있었고, 내막 벽에 불긋한 상처같은 것들이 조금씩 보였다. 그 앞으로 부은 듯 튀어나온 부위가 넓게 펼쳐져 있었는데 표면이 딸기처럼 하얀좁쌀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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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뉴턴 Newton 부록 중 <당신의 뇌>

학창시절 국어시간, 특히 시를 공부할 때에는 ‘공감각(共感覺)적 심상’이라는 것이 발목을 잡았다. ‘분수처럼 흩어지는 푸른 종소리’ - 김광균, <외인촌>, ‘부서지는 얼음소래가 / 날카로운 호적(呼笛)같이 옷소매에 스며든다’ – 김광균, <성호부근(星湖附近)>,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 한용운 시 <님의 침묵> 등 많은 시인들이 여러 감각을 시에 녹여냈다. 그렇지만 나는 느껴본 적 없는 감정을 공부하려니 ‘아 이런 문구에 공감각적 심상이 쓰였구나’ 하고 외우는 것 말고는 답이 없었다. 그래서 공감각을 소유한 사람으로 유명한 고흐나 칸딘스키, 리스트 등을 한 때 동경했던 적도 있었다. 프란츠 리스트는 독일 바이마르 악장에 취임해 “푸르게 연주해 달라”고 주문해 단원들을 당황하게 만든 적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실제로 공감각 능력을 가진 사람이 23명 중 한 사람은 된다(책 p. 67)고 한다. 대략 4%에 이르는 수치라니 신기한 노릇이다. 대략 10년 전에 유권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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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삭바삭향긋한 미나리전

미나리전 【준비 재료(4인분)】 주재료: 미나리 1봉(또는 2줌), 부침가루 2컵(400ml), 물 1컵(200ml) 부재료: 새우 6마리 (또는 베이컨 2줄), 양파 1/2개, 당근 1/4개 미나리 향을 잔뜩 느끼고 싶어 만드는 만큼, 다른 부재료는 줄이고 줄였습니다. 그러니 다른 부재료는 가지고 있는 것이 없다면 넣지 않아도 무방합니다. 미나리만으로 충분하다구요~ 물론 더 많이 넣으셔도 괜찮습니다. 다다익선이라고 많으면 많을수록 좋죠! 【만들기 (재료 준비하기)】 ① 미나리는 잠길만큼 물을 부어주시고, 식초 30ml(2큰술) 정도 넣어 5분간 침지시켜 줍니다. 식초가 없다면 흐르는 찬물로 샥샥샥 씻어낸 후 물기를 털어줍니다. ② (냉동)새우는 찬물에 해동한 후, 잘게 썰어줍니다. 저는 꼬리를 잡아당겨 제거하고, 새우살을 3등분하여 썰었습니다. 물론 썰지 않고 그대로 쓰셔도 됩니다. ③ 세척한 미나리는 한입에 들어가도 무리없도록 잘게 썰어줍니다. 이 때 굵은 줄기 머릿부분은 제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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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여름 한 철을 힘겹게 버텨내다 짝꿍과 나, 모두 스러졌다. 체력과 정신력의 한계에 둘 다 무릎을 꿇었다. 힘겹게 얻어낸 짧은 휴가는 사실 휴가라기 보다는 요양에 가까웠다. 그저 며칠 간의 호캉스, 며칠 간의 여유였을 뿐. 그런데 그 며칠이 구국의 결단이 내려지는 기간이 될 줄이야.. 나와 짝꿍은 당장의 즐거움이나 쾌락보다 안정을 중시하고, 둘이 벌어들이는 수입에 맞추어 소비패턴을 형성하는 편이다. 그래서 나름대로 흥청망청 살지 않았다고 자부한다. 덕분에 우리는 곧 수도권 어느 한 곳으로 이사를 가야만 한다. 서울을 벗어나야 한다는 사실이 어쩌면 이 선택의 계기가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서울에 있을 때, 시도해보자. 그동안 마냥 전전긍긍하기만 했던 자연임신 욕심을 내려놓고, 의술의 힘을 빌리기로 짝꿍과 결의했다. 이제껏 예닐곱 번의 시도가 있었고, 단 한 번도 임신의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던 터라 어느 정도는 마음먹고 있었다. '우리는 자연적으로 임신되기는 힘들겠구나.' 하고. 다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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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부부 시술비 지원 신청 및 통지서 출력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신청은 인터넷으로 하자. 직접 가는 것보다 챙길 서류도 훨씬 간소해서 편하고, 금방 끝난다. 필요서류: 난임 진단서 (피검사/나팔관조영술/정자검사 결과 모두 완료 후 발급된) ① 아래 정부24 홈페이지 -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 신청" 페이지에 접속한다. https://www.gov.kr/mw/AA020InfoCappView.do?HighCtgCD=A05004&CappBizCD=14600000394&tp_seq=01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 신청 | 민원안내 및 신청 | 정부24 서비스 개요 신청방법 인터넷 , 방문 , 우편 신청자격 본인 또는 대리인(온라인은 대리인 신청 불가) 처리기간 즉시(근무시간 내 3시간) 처리기간 계산 방법 신청서 신청서 없음 신청작성예시 구비서류 있음 ( 하단 참조 ) 수수료 수수료 없음 기본정보 제공 내용 이 민원은 일정 소득 이하의 난임부부가 기초지방자치단체장(보건소장)에게 난임시술비(체외수정 및 인공수정) 지원을 신청하는 민원사무입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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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검사, 난임휴직

여차저차하여 난임휴직을 쓰기로 했다. 스케줄에 맞춰 근무해야 하는 환경이다보니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봐야하는 것, 특히 상사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만 하는 일들이 생기는 게 끔찍했다. 만약 그런 환경이 아니었다면 다른 선택을 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차라리 업무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완전히 제외시켜버리자는 것이 짝꿍과 내 결정이었다(덕분에 요즘은 돈 걱정이 늘었다^^). 나는 꽤나 예민한 성격이어서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정도가 높다. 짝꿍도 그걸 잘 알기에 숙고 끝에 내려 준 결정이다. 그래서 고맙지... 한편으로 사실 '난임'이라는 것을 인정하기까지, 입 밖에 내기까지의 순간이 굉장히 어려웠다. 나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고 그렇게 살고 싶었지만.. 마치 내가 내 스스로의 부족함을 드러내는 꼴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눈이 더 무서웠던 걸까. 그런데 막상 털어내고 나니 그 다음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아주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처음 무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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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관 시작_2024.09.21.

시험관은 휴직 후 진행하기로 하여 페마라를 처방받고 자연임신을 시도하고 있었다. 지난 번 병원에 방문했을 때는 난포 크기를 보고 배란주사(IVF)를 맞기로 했었는데, 막상 초음파 결과 상으로 난포 성장이 더딘 바람에 배란주사를 맞지 못했었다. 다낭성난소의 몸이란... 결국 '자연적으로 배란되게 지켜보자, 추석 직전 쯤 생리 시작할 것 같다' 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그게 9월 20일이 된 것이다. 이놈의 몸은 엄마 말마따나 생기다 말아서(ㅋㅋ) 생리전증후군도 일정치 않다. 보통은 가슴이 붓고 아팠는데, 이번 주기에는 몸의 단 한 구석도 아프거나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혹시나 생리가 밀려 10월에나 하는 거 아닌가, 생리터지는 주사라도 맞으러 가야 하나 하는 생각까지 하고 있었으니까. 다행히 피가 비치기 시작했다. 예약도 힘든 난임병원의 주말 아침은 .. 그야말로 피가 튄다. 대기실에 소파가 그득그득 들어차있는데도 앉을 자리 하나 없다. 초음파도 찍고 와야 하고, 앉아서 대기해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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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낭성난소에 관한 짧은 글

내 나이대에 AMH가 11쯤 된다는 건, 쉽게 말하면 그동안 난소밖으로 배출되었어야 할 놈들이 제대로 나온 적이 없다는 걸 뜻한다. 배란유도제를 처방받기 직전에 초음파를 찍어본 적이 있었다. 그 때의 결과를 떠올려 보자면, 몽글몽글한 난자들 여러 개가 마치 포도송이처럼 매달려 있었다. 그 때 확신했다. 아, 다낭성난소가 확실하구나. 아마도 그 난자들은 다 성숙되지 못한 채 나온놈들이겠지. 난자없는 난포들일 가능성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니 AMH수치가 높다, 즉 내 몸에 아직도 배출될 난자들이 부지기수로 많이 남아있다는 뜻 아니겠는가. 정황상 다낭성난소인 건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일차적으로 생리주기가 불규칙적이다. 비록 그 주기가 얼추 30일에 맞춰져 있긴 하지만, 간혹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생기면 길게는 80일 넘게 생리를 넘긴 적이 있다. 뒤늦게 엄마와 대화를 나누다 알게 된 사실은, 이모가 굉장히 불규칙하게 생리를 했었다는 점이다. 유전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둘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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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 1일차_2024. 09. 22.

나는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주사가 무섭다는 짝꿍에게 주사를 놔달라고 해도 그는 분명 "아이고 어떡해" 라며 안절부절할 게 뻔했다. 반면에 나는 내가 생각해도 무덤덤하게 주사를 놓는 그림이 머릿속에 그려졌으니까, 정말로 나는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13시 58분이 되어 다시 한번 유튜브를 보며 주사 놓는 방법을 복습했다. 아무리 어제 교육을 받았다지만 이놈의 머리는 나이가 들어 그런지 내 스스로 내 기억력을 믿지 못할만큼 덤벙대기 때문이다. 14시가 되어 떨리는 손으로 알콜솜으로 슥- 슥- 주사바늘을 펜에 꽂아넣고, 주사액 안에 공기가 있는지도 확인했다. 처방받은 용량만큼 조정한 뒤 목표한 위치에 주사를 놓았다. 상상? 걱정?했던 것보다 모든 것이 순식간에 끝나버렸다. 그런데 한 시간쯤 지나니 머리, 정수리 부근이 은근히 아파왔다. 오늘 내내 한 것도 없었는데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무기력감이었다. 바닥에 누워있자니 머리는 계속 아팠다. TV도 끄고, 휴대폰도 내려놨다. 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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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 5일차_20204.09.26.

나흘정도 시간맞춰 주사를 놓으니 그럭저럭 익숙해진 것 같았다. 오늘은 병원에 방문해야 하는 날이라 예약된 시간 30분 전 쯤 병원에 도착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 속에서 초음파를 찍기 위해 대기했다. 20분쯤 흘렀을까. 나는 어느 순간 검사실 의자에 올라가 앉아있었다. 두근두근했다. 머리위로 보이는 TV속에서 자글자글하게 난포들이 보였다. 순식간에 지나가버려 나는 그 숫자를 세지도 못하고 있는데 옆에서 담당선생님이 조용히 읊조리며 빠른 속도로 숫자를 세고 있었다. 하나 둘 셋 넷 ... 열 몇개 쯤 자라난 난자의 개수를 듣고, 검사실에서 나왔다. 함께 와 준 짝꿍에게 검사결과를 덤덤하게 알려주고 나니 괜히 쫄렸다. 굉장히 다행스러운 결과였는데, 굉장히 다행스러워서 걱정이 되었달까. 20분 쯤 더 기다린 후 만난 담당의는 내 컨디션을 물었다. 처방받은 약이 잘 들어 난자들이 잘 자라고 있다고 말해주었다. 그러면서 나흘만 더 맞자고 했다. 근데 이제 주사 하나를 더 곁들인.. 가니레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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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낭성난소증후군 환자가 이노시톨을 먹어야 하는 이유에 관하여

몇 가지 이노시톨을 거쳤다. 네이버에서 이노시톨을 검색하면 가장 우선적으로 뜨는 브랜드 제품도 몇 개월 먹었고, 약사들이 만들었다는 브랜드의 제품도 몇 개월 먹었다. 현재는 한 제품을 6개월 이상 먹고 있는데 일단 하루에 한 번만 먹어도 된다는 점이 제일 좋았다. 보통 이노시톨 판매처에서는 하루에 2포, 아침 저녁에 1포씩 나누어 먹기를 권장하는데 그게 그렇게 번거로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차라리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제품을 골랐다. 이노시톨에 대해 이노시톨 구조식 (화학시간에 졸지 말걸..) 이노시톨은 인체 내에서 생성, 합성이 되는 수용성 물질이다. 예전에는 비타민 B8로도 불렸다가 인체 내에서 생성된다는 사실이 확인된 후로는 비타민으로 분류하지 않는다고 한다. 과일, 콩, 옥수수, 견과류 등에 많이 함유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인슐린 저항성에 관여하고, 호르몬의 신호전달 과정에서 촉매역할을 하는 보조 인자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참고로, 우리가 주로 이야기하는 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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