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을 수 없는 옷을 만드는 디자이너, 하이엔드가 기괴함을 숭배하는 이유
가레스 퓨의 2019년 봄여름 컬렉션은 하이엔드의 허세를 비꼬는 제시로 주목받았다. 검은 비닐봉지와 풍선, 가죽, PVC 같은 일상적 소재를 활용해 웅장하고 기괴한 아방가르드 의상을 탄생시키며 의도적으로 사람의 입을 열어 두고 보는 이의 충격을 극대화했다. 2018년 시즌의 거대한 마스크와 사방으로 뻗는 기하학적 실루엣은 옷이라기보단 움직이는 조각상에 가까웠다. 이러한 파격은 기존 하이패션의 공고한 허세를 유머러스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하게 풍자하는 경향으로 해석된다.<br><br>주요 재료의 선택은 패션계의 비주얼 규범을 재정의했다. 실크나 캐시미어 대신 사례로 드러난 검은 비닐봉지, 풍선, 재활용 쓰레기까지도 웅장한 예술성으로 재구성되며, 이로 인해 패션계의 어두운 미학이 확고한 정체성을 얻었다. 릭 오웬스는 가레스 퓨의 재능을 일찍이 파악하고 든든한 후원자로 떠올랐으며, 두 사람의 협력은 퓨가 단순한 컬렉션 브랜드가 아닌 예술적 디스토피아를 구현하는 디자이너로 자리매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br><br>패션계 밖에서도 영향력은 지속됐다. 다크 미학의 거장으로서의 이미지는 레이디 가가, 비욘세, 리한나 같은 글로벌 팝 아이콘들의 무대 의상 선택에 오랫동안 남아 있다. 대량생산 시스템을 거부하고 독자적 디스토피아를 추구하는 행보는 영화계로까지 확장되어, 좀비 영화 28년 후의 프로덕션 및 코스튬 디자인 총괄로 참여했다. 현재 남편이자 창의적 파트너인 카슨 맥콜과 함께 독립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런던 서머셋 하우스에서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문화 예술 페스티벌을 총기획하는 등 패션을 넘어 문화 전반의 트렌드를 이끄는 비주얼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다.<br><br>전통적 패션위크의 규칙에 구애받지 않는 그의 행보는 어두운 세계관을 영화와 무대 예술로 확장하며 여전히 새로운 비주얼 쇼크를 예고한다. 앞으로 어떤 창조물이 등장할지 긴장감이 남고, 매 시즌 새로운 영감을 파헤쳐야 하는 현장 관찰자들에게 그의 다음 행보는 여전히 큰 화두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