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춘 마을, 우치코에서 하루를 보내다
마쓰야마에서 JR 예산선을 타고 약 35~40분이면 도착하는 우치코 마을은 에도~메이지 시대의 상인 거리를 고스란히 보존한 곳이다. 일본의 중요 전통 건조물군 보존지구로 지정되어 있어 골목 하나하나가 마치 살아 있는 박물관 같다. 관광지로 불리기에 너무 조용하고, 시골이라고 하기엔 품위가 남아 있어 마음이 차분해진다. 도보로 상인 거리인 야카마치·고코쿠 지구까지 가는 길은 느긋하게 걷기 좋고, 자전거를 빌려도 여유가 생긴다. 우치코 마을의 중심을 지나면 와불상(臥佛像)이 새하얀 화강암으로 누워 있는데 앞에는 금빛 연꽃 장식이 놓여 있고 오색 깃발이 바람에 살랑인다. 이곳은 관광지의 화려함이라기보다 신앙의 공간에 더 가깝게 다가와 마음이 경건해진다. 에도시대 상인들이 다녔던 거리의 목조 건물들이 줄지어 있고, 내부로 들어가면 수백 년 된 대들보가 웅장하게 서 있다. 다다미 위를 신발 없이 걷는 느낌과 나무 냄새가 공기 속에 조용히 깔려 있다. 엔가와(縁側)라 불리는 경계 공간은 내부와 바깥이 만나는 곳으로, 문을 열면 정원이 펼쳐져 철쭉이 흩어져 피고 소나무가 가지를 뻗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주는 여유가 일본다운 매력임을 우치코에서 처음 깨달았다. 야카마치·護国 지구의 흰 회벽 담장과 오래된 목조 건물들은 카메라를 들면 저절로 구도가 잡히고, 골목 안의 갤러리와 카페, 기념품 가게도 여유 있는 분위기를 더한다. 상점 처마 아래 걸린 와시 장식은 흰색과 금색, 분홍색 종이 조각들이 둥글게 배치되어 바람에 도지듯 흔들린다. 우치코는 메이지 시대의 목랍 생산으로 번성했고, 와시 공예 문화도 함께 전해 내려왔다. 사진 한 장을 찍으려다 배경의 오래된 거리가 마음에 들어 한참을 머물렀다. 우치코 여행의 꿀팁으로는 가미하가 저택의 내부까지 꼼꼼히 보존되어 있어 꼭 들러볼 것, 우치코좌의 전통 극장을 구경하고 내부 구조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것, 점심은 마을 내 작은 카페나 소바 가게에서 간단히 해결하는 것이 좋을 것, 당일치기도 가능하지만 아침 안개 낀 거리와 저녁의 고요함까지 음미하려면 숙박하며 여유 있게 보내는 편이 좋다는 점이다. 우치코는 “아무것도 없는” 마을인데 그래서 오히려 모든 것이 있다고 느껴진다. 화려한 관광지에 지쳤다면 줄 선 맛집이 지겨워졌다 느낀다면, 골목을 걷고 오래된 나무 냄새를 맡으며 엔가와에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가져보자. 그게 바로 가장 일본다운 여행임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