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재단]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용산 | 전시를 읽고, 듣고, 느껴 봄! : 문학 토크콘서트 '안녕을 나누는 사이 - 시와 만난 그림'
봄볕이 제법 따스한 4월, 용산의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를 다녀왔다. 지하철역과 멀지 않은 도심 한복판에서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문학의 향기가 가득했고, 한쪽에는 그림책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으며 또 다른 한쪽에서는 LP 플레이어가 조용히 돌아가고 있었다. 이 공간은 누구도 서두르지 않는 곳이었다. 책을 펼쳐 읽고, 그림 앞에 머물고, 음악에 귀를 기울이며 각자의 속도로 봄을 맞이했다. 서울예술교육센터 용산은 시민이 일상과 예술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꾸준히 내놓는다. 특히 1층 아트라운지는 예약이나 입장료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문학·음악·시각예술을 오감으로 접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지난 4월부터는 ‘봄’을 테마로 한 상설 체험 프로그램이 공개되었다. 숨 가쁘게 달려오던 감각을 천천히 깨우듯 다양한 장르가 한 공간 안에 차례로 자리한다. 읽고, 듣고, 보는 봄, 아트라운지의 상설 체험은 마음 가는 대로 발길 닿는 대로 경험하면 충분하다는 느낌을 준다. 처음 방문한 이도 금방 편안하게 자리를 잡게 되는 건 공간의 온화함 덕분일 것이다. <br><br>‘봄이 전하는 문장’은 그림책방 곰곰의 전미경 대표와 협력해 새로운 시작을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그림책 24권을 엄선하는 프로그램이다. 책을 단순히 전시하기보다 제시된 문장을 따라 지금 나에게 맞는 책을 골라 읽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위로가 필요할 때, 방향을 잃은 듯할 때, 아니면 조용히 앉아 무언가를 읽고 싶은 날에도 이유는 중요하지 않다. 그림책은 어른에게도 깊이 닿는 힘이 있다. 그림책 옆에는 엽서를 보내는 체험 공간도 마련되어 있어 전시를 보고 누군가에게 혹은 나에게 안부를 전하고 싶다면 한 장의 엽서에 마음을 담아보는 것도 좋다. <br><br>‘봄이 흐르는 음악’은 음악 전문 매체 월간객석의 송현민 편집장이 추천한 봄에 어울리는 클래식과 재즈 음반 8곡으로 구성돼 있다. LP 플레이어를 통해 음악을 들으며 관련 도서도 함께 비치되어 있어 읽고 들으며 입체적인 경험이 가능하다. 요즘은 스트리밍이 익숙하지만 LP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는 공간 전체에 온기를 불러일으키고, 바늘이 음반 위를 긁는 소리와 질감 있는 음색은 음악 감상에 새로운 차원을 선사한다. <br><br>‘봄과 함께한 그림’은 서수연 작가의 퇴근 드로잉과 시 그림책 ‘백 살이 되면’을 중심으로 꾸며졌다. 카페에서 퇴근 후 그날의 감정을 그림으로 기록해 온 작가의 작업은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여유로워지는 느낌을 준다. 매년 퇴근 드로잉 달력을 만들기도 하는 작가의 작업은 평범한 하루들이 모여 한 권의 달력이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렇게 생각하면 ‘쉼’은 오늘 하루를 온전히 마무리하는 행위에 가깝다. 오늘 하루를 버텨낸 나를 위해 잠시 멈춰 서는 것, 그것이 이 전시가 건네는 가장 따뜻한 위로다. <br><br>작품이 시작되고 끝나는 순간에 관해 토크콘서트 상설 프로그램과 함께 열린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문학 토크콘서트 〈안녕을 나누는 사이〉였다. 창작자들을 초청해 읽고, 쓰고, 듣고, 말하고, 그리는 이야기를 나누는 이 토크콘서트의 이번 달(4월)에는 서수연 시각예술가와 황인찬 시인이 함께했다. 두 창작자는 시 그림책의 공동 창작자로, 황인찬 시인의 시에 서수연 작가의 그림이 더해진 책은 현재 아트라운지 전시의 중심 작품이기도 하다. 진행자는 오은 시인이 맡아 시인의 감각적 언어로 분위기를 이끌고, 창작의 깊은 지점을 짚어내는 질문들을 던지며 대화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토크와 전시를 함께 보면 작품을 먼저 보고 책을 읽은 뒤 전시로 돌아가면 또 다른 장면이 눈에 들어오는 경험을 할 수 있다. <br><br>토크 후의 Q&A에서는 창작에 대한 두려움,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 외로움을 다루는 방식 등에 관한 솔직한 질문들이 이어졌다. 감각을 키우는 법에 대한 조언에서 두 창작자는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서수연 작가는 많이 보고 많이 듣고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황인찬 시인은 취향이 있어야 개성과 안목이 생긴다고 했다. “나는 이게 너무 좋아서 한 시간도 이야기할 수 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그것을 찾아보라고 권했다. 예술을 거창하게 여기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 그것이 결국 나를 구성하는 힘이라는 공통된 메시지였다. <br><br>토크가 끝난 뒤 다시 전시 공간을 걷자, 작가와 시인이 어떤 마음으로 선을 그었는지, 왜 이 단어를 골랐는지 조금은 더 선명하게 느껴졌다. 문화예술이 낯설다고 느끼는 이들에게도 아트라운지는 좋은 시작점이 된다. 어떤 문장 하나가 마음에 남고, 어떤 그림 앞에서 발걸음이 멈추고, 어떤 음악 한 소절이 귀에 걸리는 순간이 생긴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예술 경험이 된다. 그리고 결국 이 공간은 누군가와 안부를 나누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