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서울숲 야외무대에서 나는 서울스테이지 in 정원의 흐름을 기록한다. 이날 공연의 테마는 ‘추억의 봄’였고, 14시 공연인 ‘엄마의 비밀친구들’은 어른이 된 소년 소녀에게 건네는 위로를 국악과 재즈, 마칭밴드의 사운드로 다시 불러일으켰다. 어릴 적 텔레비전 앞에서 만화 주제에 따라 몸을 흔들던 소녀가 어느새 한때의 기억을 품은 엄마가 되었고, 그 음악은 오랜 시간을 거쳐 다시 무대 위로 돌아왔다. ‘아기공룡 둘리’, ‘캔디’, ‘세일러문’ 같은 익숙한 멜로디가 흐르자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의 기억도 함께 깨어나는 공간이 되었다. 관객의 표정은 따뜻했고, 아이들은 처음 듣는 곡에도 리듬에 맞춰 움직였고 부모님은 가사를 조용히 따라 불렀다. 같은 음악을 듣고도 서로 다른 시간 속에 잠겨 있는 두 시간대가 한 공간에서 겹쳐지는 느낌이었다.
가야금과 재즈가 만난 새로운 만화 음악은 단순한 추억 소환을 넘어 지금 이 순간 살아 있는 음악으로 다가왔다. 서정민 트리오는 25현 가야금의 맑은 울림에 베이스와 퍼커션을 더해 만화 주제에 전혀 다른 질감을 입혔고, 애니메이션 피노키오의 When You Wish Upon a Star는 낯설다가도 곧 매혹으로 전환되었다. 가야금의 여백과 서양의 멜로디가 만나 오래 마음에 머무르는 이야기가 되었다. 익숙한 노래를 새롭게 듣는 일은 내가 간직한 기억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하는 여정이었다.
비가 와도 관객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우산을 쓴 채 무대를 바라보고 아이의 옷깃을 여며 주는 부모의 모습은 공연의 일부가 되었고, 관악과 타악이 만들어낸 웅장한 사운드는 빗속에서도 공간감을 확장했다. Handclap의 울림이 퍼지자 관객은 서로의 손을 맞잡고 박수를 따라치며 공연과 하나가 되었고, 끝나갈 무렵 연주자들이 아이들에게 북을 건네주자 경계는 완전히 무너졌다. 이 밴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연주자 16명이 함께하는 하나의 나무라는 이름처럼 편견을 넘어 하나의 감각으로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관객에게 전해지는 소리의 힘은 음악 그 자체였고, 시민 문화예술의 방향과도 맞닿아 있었다.
서울스테이지의 매력은 무대가 일상의 공간으로 직접 찾아온다는 점이다. 예약 없이 지나가다 멈춰 설 수 있고, 가족과 함께 앉아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이 즐거움은 서울 그 자체를 한 편의 무대로 만든다. 오늘의 추억은 서울숲의 공간과 자연스레 어우러졌고, 어른들에게도 어린 시절의 기억을 다시 꺼내 주었다. 5월 28일까지 매주 목요일 오후 2시와 4시, 서울숲 야외무대에서 계속되는 이 공연은 매주 다른 아티스트와 테마로 개최된다. 한 번 다녀간 이도 또 다른 이유로 발걸음을 옮길 만큼 음악은 여전히 가까운 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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