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자드에 등록된 총 1013개의 포스트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한데요... 평소에 밝은 조감독의 목소리가 아니다. 갑자기 촬영일정이 변경이 됐다며 죄송하다고 열 번 정도 말하는 조감독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다행이 난 도서관에서 소일을 하고 있었고 현장은 그리 멀지 않아 시간에 맞춰 도착할 수 있었다. 얼마 남지 않은 태양이 옅어진 빛으로 나무들을 길게 비춘다. 그 사이로 빨리 찍어야 한다며 이리 저리 뛰어다니는 조감독,의상팀,조명팀 그들의 발걸음에서 절박함이 느껴졌다.... 나는 뛰어다니는 스텝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현장 한쪽 툇마루에 앉아 코 밑에 붙인 가짜 수염에서 올라오는 송진 냄새를 맡으며 진짜 선비가 된 양 여유럽게 이곳저곳을 훓어 보고 있었다. 마당 한쪽의 백년은 된 듯한 버드나무를 스치고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게 내 몸을 휘 감싸고 지난다. 다행이 긴 씬 임에도 열심히 뛰어다닌 스텝들 덕인지 해지기 전에 별 탈 없이 촬영을 마쳤다. 촬영후의 알이 꽉 찬 공허함과 알 수 없는 헛헛함은 항상 내가 풀어야 할 숙제이자
졸리다. 어제 설산 등산을 다녀와 그런지 몸이 무겁다 아니 새벽엔 늘 졸렸다 맞다 난 규칙적인 놈이니까 내 신체행동 사이클도 규칙적이다 하여간 새벽기상은 힘들다 특히 과하게 일찍 일어나야 하는 날에는! 역시나 담배를 피우기 위해 의무적으로 대충 끼니를 때우고 내방에서 담배를 피우며 잠시 명상을 한다. 아니 그냥 담배를 피며 앉아 있다. 내복을 입고 나가라는 신 여사의 엄명, 안 그래도 입으려고 아랫목에 꾹 박아놨다 눈처럼 하얀 따끈한 내복을 주섬주섬 주워 입고 집을 나선다. 이것 참 너무 하얗다 꽃소금 같은 눈들이 지붕에, 집 앞에, 거리에 도로에……. 발자국 없는 거리를 뽀송뽀송 밟으며 내리치는 눈을 피해 죄진 놈 마냥 고개를 푹 숙이고 차바퀴자국을 따라 걸어간다. 이 상황에 차를 끌고 가는 놈이 있다니 대단하다. 부지런한 동네 아저씨 눈을 치우고 있다 내가. 걸어가는 사이에 다시 쌓인다. 세상 사람들이 한꺼번에 나와서 쓸어도 다시 쌓이겠다! 그래도 쓸어야지 촬영장으로 실어다 주는
천호동은 나의 고향이라서가 아니라 참 다이나믹 하고 재미난 곳이다.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동네 이름에 “천”자가 들어가는 동네가 재미있다 천호동, 봉천동, 천량리 흐흐... 우리 동네는 정신없이 변화 하고 있으며 그 와중에 변화를 반대하는 세력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 아쉽게도 저항세력들의 힘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낡은 여인숙, 꼬불꼬불 비좁은 골목길, 어두컴컴한 시장 길, 녹슨 평행봉 ……. 하나 둘씩 내 곁을 떠나간다. 이 동네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로 지금은 지난날의 화려함을 뒤로 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는 416 텍사스 그 곳은 서울 각처에서 온 남정네들로 인해 어려운 시절 강동구의 지역경제를 살렸다 또한 천호동의 이미지와 분위기를 멜랑꼬리하게 이끌었다는 것은 이곳에 20년 이상 거주한 사람이라면 인정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중학교 시절 난 걸어서 학교를 갔으며 나의 등교 동선 한가운데에 그곳이 있었다. 난 시장 구경을 좋아한다. 지금도
-시동 꺼 주세요! 시야에 하얀 장갑을 긴 손이 쑥 들어왔다. 도망갈 틈이 없었다. -인도주행, 횡단보도 주행, 안전모 미착용 세~건! 위반 하셨습니다. 깔끔하게 정복을 차려입은 교통경찰 나리 두 분께서 나의 붕붕이앞을 가로막아 세웠다. 붕붕이는 푸드덕 힘없이 시동이 꺼졌고, 세~건! 이 귓가에 울려 퍼졌다. 이런 개 같은 경우가 있나. 나의 승차 행태로 보아 한번쯤은 이런 일이 올 것이란 걸 감지 하고 있었지만 지금 일 줄이야. 그리고 이렇게 종합선물 셋트로 걸릴 줄이야. 바로 수업을하러 갔어야 했다. 방황하지 말았어야 했다. -신분증 제시해 주시죠. 옆구리 하얀 가방에서 경찰청 단말기를 꺼내며 담담하고 재수 없게 말을 건넸다. 정신을 차리자. -........., 붕붕이에서 내려 서있는 난 아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한건도 아니고 세 건이나 걸리다니... 하지만 머리는 빠르게 회전하며 이 위기를 어떻게 최소화할 수 있을까를 짧고 강렬하게 고민했다. -아 횡단보도로 가면 안 되는
이른 아침, 밀려오는 졸음에 정신이 온전히 자리를 잡기도 전에 누군가 쥐어준 야자수를 들고 본능적으로 빨대를 빨아대며 잡아논 택시에 올라 카오산을 출발했다. 택시기사와 완의 구수한 태국어를 들으며 다시 스르륵... 한시간 가량 달려 도착한 이 곳은 방센. 문을 열고 내리자 졸린 나를 맞는 늘어선 가로수와 상쾌한 바다바람. 과일을 파는 인상좋은 아주머니와 눈을 맞추며 남아서 몸부림 치는 잠을 털어 버린다. 이곳은 완의 추천으로 온 태국인들이 많이 찾는다는 해수욕장. 헌팅하러 간 사이 난 라떼 한잔... 그리고 폐암으로 죽어가며 헐떡이는 아저씨를 보며 담배를 꺼내 피운다~ 시원한 바람에 털어냈던 놈이 나를 다시 덮는다 스르륵... 졸리다!ㅎㅎ
아침부터 다량의 태국어 대사로 인해 정신이 달나라로 간 듯 하다. 종로의 어느 외국어 학원 몇몇이 앉아 있는 교실에 서서.. “사왓디 캅. 폼츠 성훈캅. 쯔렌츠 잭 캅. 뻰콘 타이캅. 마이차이~콘 까올리 캅 레우꺼...팔라야 컹 폼 콘 까올리 캅. 팔라야 컹 폼 첩 씨촘푸~ 폼 롹 팔라야 컹 폼 막막~~!“ 불라불라~ 태국어를 잘 모르는 나에겐 딱 외계어다. 어찌됐건 사랑하는 아내를 생각하며 겨우겨우 촬영을 마쳤다. 부랴 부랴 다시 일산으로 향한다. 자유로를 달리며 창밖을 보았다 차가운 겨울 멍하다 역시 다량의 태국어 대사 때문일것이다. 이동거리가 멀어서 인지 날이 추워서 인지 스케줄이 좀 꼬인 듯 하다. 선배 배우님도 한참을 기다리고... 어찌됐건 마지막이던 룸싸롱 씬을 먼저 후다각 쳐낸다. 아침에 다량의 태국어 불량으로 인해 정신적 대미지인지 박감독에게 옮은 것인지 몸에 한기가 온다. 이러면 안되는데... 체감온도 20도에 한기까지 겹쳐 난감하다. 저녁을 먹고 옷을 너무 껴 입어
집으로 외출 가고 싶다는 오선생을 겨우 달래놓고 오선생이 좋아하는 헝겊때기 의자에 겨우겨우 주렁주렁 약병과 비닐팩들을 걸어 그를 앉히고 11병동 8자 복도를 천천히 돌고 또 돈다. 오선생은 기분이 좋은지 정신이 없는 것인지 눈을 길게 감았다 떴다. 어딘지 모를 곳을 바라보고 있다. 마음이 무거워……. 복도 끝 작은 햇살이 들어오는 곳에 멈춰 서서 둘이 한참을 말없이 11층 밖 풍경들을 구경한다. 오선생 쮸니어 1세가 다녔던 동서울 상고가 새로 단장을 하는지 공사가 한창이다. 벌써 가을인가보다 덥지 않고 햇살이 맑은 것이 노랗다. =창경아 아무래도 힘들겠다. 맑은 모습으로 창밖을 보시며 말씀 하신다. 다시 정신이 돌아 오신 모양이다 아부지의 멀쩡한 목소리를 들으니 가슴이 먹먹해 지며 치밀어 오르는 뜨거운 것에 적잖이 당황했다. 할말을 찾지 못했다 =어.......,으..아부지 날이 죽인다! 언넝일어나서 까치발만 좀 들면 집도 보이겠는걸! 일어나봐~ 다시 오선생은 말없이 어딘가를 퀭한
-아부지 갑시다 개구리 잡으러! 아버지는 이 말에 정신이 번쩍 드셨는지 크고 노란 눈을 부릅뜨며 한마디 하신다“그래 가자!” 복도에 있는 휠체어를 가지고 와 아버지를 태운 후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카트를 밀고 가는 배간호사가 어디 가냐고 묻는다. 우리는 동시에 -개구리 잡으러!!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아부지는 싱글싱글 웃으며 같이 탄 사람들에게 개구리 잡으러 간다고 자랑을 늘어놓으시며 연신 싱글 벙글 하신다. 밖은 생각보다 선선했고 분위기 있게 짙은 안개가 자욱하게 내려 앉아 있었다. 막 여름이 시작될 무렵에 들어 왔는데 벌써 몇 달이 지난 것이다. 11병동은 딱 선선한 한 계절뿐인데 시원한 바람에 더욱 신이 난 아버지는 코를 벌름 거리며 휠체어에서 벌떡 일어나 심호흡을 해대신다. 허긴 정말 오랜만에 나왔으니……. 또 얼마나 밖을 보고 싶어 했던가……. 워낙 갑갑한걸 못 참는 성격 인데 많이 힘드셨을 거야……. 1층 마당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11병동 9호실 폐암말기 철학관 아저씨
가을이 더욱 무르익어 가는 오후 이제는 한낮도 약간은 서늘한 기운이 든다. 파란 하늘 따스한 햇살 적당한 바람 동사무소가 있는 건물 앞에 서서 자전거를 질끈 동여매고 빌딩을 찡그린 얼굴로 올려다본다. 동사무소 앞은 평일 오후답게 한가했고 담배를 피워 물만한 여유를 주었다. 요즘 엄마와 난 무엇을 먹어도 무엇을 보아도 아버지 말을 한다.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 의외의 모습이기도 한 것은 사실이다. “아버지가 참 좋아했던 콩인데, 아버지가 배추를 심는다고 했는데, 아버지가 사오래서 사온 것인데...” 쉽지가 않다. 심정적으로 보내는 것이 쉽지가 않다 그렇다고 우리 가정이 아버지를 중심으로 화목했거나 가족 간 침목이 좋았던 것은 결코 아니다. 심지어 명절을 빼고는 온가족이 같이 둘러 앉아 밥을 먹는 일이 없으니 말이다. 온가족이 같이 밥 먹는 시간을 계산하면 1년8760시간 중에 설날과 추석 합쳐1시간 남짓쯤 된다고 보면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하루에 1시간 이상씩 오 선생을 생각한다.
프랑스 보르도의 메독, 그 옆에 오메독 그 안에 뽀이악 그 중의 5대샤또중 하나 ‘샤또무통로칠드’ 와인이라는 것이 참 피곤하게 한다.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지만 좋은 기회가 있어 같잖은 허영심과 오기로 와인 공부를 시작 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거 원 뭔 소린지 뭔 맛인지 알 수가 없다. 게다가 오랜만의 학습이 예민한 나에게 예상보다 더 큰 상실감과 피곤함을 안겨 준다! 하지만 나름 오랜만에 전혀 다른 일을 하는 새로운 사람들과 책상에 마주 앉아 함께 공부도하고 굳어가는 머리에 기름칠을 한다는 생각에 참고 버틴다. “오빠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어~! 너무 어려워 부르고뉴가…….” 쉬는 시간에 같은 조원인 꼬마가 날 보고 질문을 하려는 듯 하다. 이건 아니지 싶어 오버랩으로 주절거리는 대사를 과감하게 자르고 들어간다. “꼬맹아 오빨 잘봐봐...응?. ....죽겠다 흐흐흐” 꼬맹이는 알았다는 듯이 어색한 미소를 보내준다. 너무 열심히 공부를 한 탓인지 수업 끝자락 대미를 장식하는
서울서 멀리, 장거리로 촬영을 갈때나 개인적으로 여행을 갈때면 내곁엔 항상 "무진기행" 소설속의 윤희중과 같이 피곤한 현실을 떠나 안개 자욱한 무진과 같은, 몽환적인 곳에서 지난 나의 모습을 만나길 바라는 것일까... 아님 어여쁜 여인을... 서울, 좋아하지 않지만 나역시 돌아 올 것이다. 사실 뭐... 아무래도 문고판이라 얇고 가벼워서 항상 "무진기행"일것이다~ㅎㅎㅎ
요즘 커피사업이 번창해서 인지 1 인당 1년에 300잔 정도의 코피를 먹는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 참 많이도 먹는다. 나도 지금은 거의 하루에 한잔 정도 커피를 먹지만 나의 커피 역사는 아주 오래 되었고 지금도 맹렬히 진행 하고있다. 나에게 커피는 아메리카노,자판커피,믹스커피 이렇게 크게 세 분류로 나눌 수 있다. 그중 가장 역사가 오래되고 즐겨 먹는것이 자판기 커피이다 한때 자판기 커피 맛에 심하게 빠져 아메리카노를 배척하고 맛나는 자판기 커피를 찾아 헤매인 적이 있다. 그 결과 주관적 영예의 1등은 저 멀리 경기도 양수리 셋트장을 지나 샛터삼거리께 허름한 구멍가게 앞 자판기커피에게 돌아갔다. 그것은 사람들이 별로 찾지 않는지 동전을 투입하면 동전 떨어지는 소리가 굉장히 크다. 아무튼 그것을 뽑아들어 코 끝에 가져데고 지긋이 향을 맡으면 특유의 저렴하면서도 흉내낼 수 없는 고소한 향이 코끝을 따라 깊게 퍼져나가고 급한마음에 홀짝 맛을 보면 볼옆 양끝에서부터 은근하게 느껴지는 짭짤
뜨거운 오후 감독 시드니 루멧 출연 알 파치노 개봉 1975 미국 평점 리뷰보기 촬영이 끝나고 남는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배우의 작품들을 찾아 보면 어떨까 하였다. 단연 그 첫번째 주인공은 생각할 것 없이 알 파치노! 그의 목소리도 좋고 무엇보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깊어지는 그의 주름과 눈빛이 좋다. 여튼 그의 초기작들을 보기로 했다. 뜨거운 오후 Dog Day Afternoon (1975) 시드니 루멧 감독의 1975년 작으로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한다. 무더운 한 여름 대낮에 은행을 털러 들어간 초보 강도들과 인질들,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경찰들과의 이야기를 긴장감 넘치게 담은 수작이다. 처음에는 3인조였는데 어리버리한 한명이 도저히 못하겠다며 나가는 것에서 이들이 프로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은행원중 한 여인이 눈에 띄었다 껌을 질겅질겅 씹으며 금고문을 열어주고 울먹이던 여인 이것참. 긴 런닝타임에도 전혀 지루함이 없었다. 역시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허수아비 감독 제리 샤츠버그 출연 진 핵크만, 알 파치노 개봉 1973 미국 리뷰보기 뭐 말이 필요 없지 않은가 알파치노와 진해크만의 연기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쁨이요 흥분이다. 첫씬부터의 분위기가 범상치 않음이 황금종료상감임을 확인 시켜주었다. 나의 이야기일수도 있다는 생각에 영화를 보는 내내 먹먹한 마음과 한편으로 뜨끈하게 올라오는... 사람아...사람아... 예전 명작을 찾아보는 이유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흔히 볼 수 없는 알파치노의 귀여운 모습을 볼 수 있는 기쁨 나는 다시 한번 반성한다. 구두 뒤축을 두드려 대는 마지막 장면이 아직도 쓸쓸하게 남아 있다.
형사 서피코 감독 시드니 루멧 출연 알 파치노 개봉 1973 미국 리뷰보기 시드니 루멧감독 연출. 거대 조직의 내부 고발자가 된 순수하고 정직한 한 인간의 삶을 사실 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병원에 실려가는 오프닝 시퀀스는 20년 후 칼리토에 쓰였다고 한다. 물론 여기선 형사, 칼리토에선 뒷골목 사나이었지만... 그래도 치열한 삶을 살았다는 것은 공통점일 것이다. 대부1편 바로 다음 작품이라 한다. 슬슬 그의 연기가 꽃을 피워가는 길목쯤이랄까~ 패셔니스타 알 파치노 개인적으로 뜨거운 오후가 더 좋았다.
-형 이번주엔 어느산으로 가요? -어. 너 올 수 있어? -네 이번주엔 가보려구요~ㅎㅎㅎ -좋지!!! 이번 주엔 촬영이니, 뭐니 여차저차 해서 몇 개월 동안 가지 못했던 산행을 가보려 했다. 역시 우리 신산 회장님은 나를 기쁘게 반겨 주신다. 내가 신나는산악회에 들어가서 산을 정기적으로 다니기 시작한 것은 3-4년 정도 되었다. 벌써 꽤 됐구나! 산행을 가고는 싶지만 혼자 가기 적적하던 차에 성호의 권유로 신산에 처음 가게 되었다. 같은 영화 일을 하는 형님들이라 편하게 나를 반겨주었다. 성호는 잘 나오지 않아 고스란히 내가 이 나이에 막내가 되었다. 주말마다 산에서 정치, 문화, 정치……. 아무튼 형들과 주말 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공기 좋은 산속에서 즐겁고 건강한 시간을 보낸다. 일찍 일어나 부지런히 도시락을 싸고 형들과 나눠 먹을 오미자 엑기스도 잊지 않고 가방에 넣었다. 오랜만의 나서는 길이라 그런지 나의 싸구려 등산화가 더 무겁게 느껴졌다. 그래도 자타가 공인하는 신
지난 여름이었습니다 가세가 기울어 갈 곳이 없어진 어머니를 고향 이모님 댁에 모셔다 드릴 때의 일입니다 어머니는 차시간도 있고 하니까 요기를 하고 가자시며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한평생 중이염을 앓아 고기만 드시면 귀에서 고름이 나오곤 했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나를 위해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시는 마음을 읽자 어머니 이마의 주름살이 더 깊게 보였습니다 설렁탕집에 들어가 물수건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습니다 "더울 때일수록 고기를 먹어야 더위를 안 먹는다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 고깃국물이라도 되게 먹어둬라" 설렁탕에 다대기를 풀어 한 댓 숟가락 국물을 떠먹었을 때였습니다 어머니가 주인 아저씨를 불렀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뭐 잘못된 게 있나 싶었던지 고개를 앞으로 빼고 의아해하며 다가왔습니다 어머니는 설렁탕에 소금을 너무 많이 풀어 짜서 그런다며 국물을 더 달라고 했습니다 주인아저씨는 흔괘히 국물을 더 갖다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주인 아저씨가 안 보고 있다
여수 영화 얼마나 잤을까? 넋을 놓고 초점 없이, 멍하니 검은 하늘을 바라보다 고개를 들어 위를 보았다. 며칠 전 바싹 마른 마당 시멘트 바닥을 너덜너덜 한 몸뚱이로 헤매고 다니던 지렁이가 온몸이 부르트고 터져 두 배는 두꺼워진 몸을 이끌고 어기적어기적 기어가고 있다. 어디를 찾아 가는 것인지 목적지가 분명히 있는 양 온 힘을, 온 몸을 다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한참을 지렁이의 유형을 심각하게 바라본다. 나는 어디 쯤 가고 있는 것일까? 여기는 어디 일까? 창밖을 다시 보니 심해의 그것처럼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덜컥 겁이 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일어 날 수가 없었다. 내 온몸의 모든 감각이 번뜩이듯이 살아 빛나고 있지만 정작 내 몸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꿈쩍을 할 수가 없다. 무서운 것이 아니라 갑자기 슬픔이 밀려 왔다 움직일 수 없는 이 순간 그냥 스러진다. 치마를 두른 승무원이 나에게 걱정이 가득한 눈빛을 보내며 말을 건넨다. 전혀 들리지를 않는다. 같이 사이
신산형들과 도봉산 산행 푸짐한 점심과 함께한 흑마늘막걸리 과다 음용으로 살짝 다리가 풀려 모두들 페이스가 흔들린다. 흑마늘의 명현 현상인지 얼굴은 벌겆게 달아 오르고 다리는 점점 풀려온다. 커다란 바위를 오르자 모두들 별다른 싸인 없이 커다란 바위위에 눕는다 새색시 같은 봄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며 두 팔 벌리고 대자로 누어 있으려니 무념무상 옆에서 들려오는 형님의 코고는 소리, 스르륵... 바위뒤 수줍게 숨어있는 손가락 만한 노란 꽃들과 산행로를 호위하듯 피어오른 진달래 난 봄의 9부 등선에 서 있다. -형~ 법을 어기고 언제 화전 한번 해먹읍시다~ㅎㅎ 더 없이 행복하고 즐거운시간!! -Stevie wonder, For Your love
나의 달콤한 시간을 내놓으라는, 손바닥 두장만한 하얀 종이. 천일 중학교 7시집합, 6시50분에 일어나 눈비비고 냉수 마시는데 5분 화장실 1분 주섬주섬 옷입는데1분 털래털래 내려가 붕붕이 시동을 걸며 시계를 들여다 보니 6시58분이다. 참석 확인 도장 받고 빤짝반짝 운동장으로 들어가니 천호2동의 용사들이 졸린 눈 비비며 삐뚤빼뚤 한 가득 도열해 있다. 멋지기도 하여라. 하품두번하고 나니 늠름한 천호2동 동대장님, 오늘 수고 했단다. 무실결에 시계를 들여다 봤다. 7시9분, 음..... 벌써 끝인가. 졸린 나의 귀를 번뜩 때리는 한마디 9년차, 이번으로 소집 점검 마지막이란다. 음..... 완전 끝이군. 예비군 마지막 일때는 아직 더 싸울 수 있는데... 했었다. 소집점검이 끝나는 마당에는 뭘 더 할 수 있다고 해야하나 암튼 난 뭐든 잘할 수 있는데... 기분 묘하다! 맥없이 한꺼번에 교문을 빠져나오는 용사들에게서 피곤한 오늘 하루가 그려진다. 뺑이 까라 용사여! -Blur, No
내 그대에게서 떠나 있던 때가 봄이었노라, 찬란하게 아롱진 4월이 성장을 할 대로 하고, 만물에다 청춘의 봄을 불어 넣고 침울한 농신(農神)이 소리 높여 웃고 뛰놀던 때이어라. 그러나 새들의 노래도 가지각색 화초 달콤한 향기도 내가 여름의 이야기를 말하게 못 했고, 그들 자라고 있는 자랑스런 언덕에서 그들을 따게 하잖았도다. 나는 백합의 설백(雪白)을 감탄하지도 않았고, 장미의 심홍(深紅)을 찬양하지도 않았노라. 그들은 어름다우나 그대를 닮았을 때만 기쁨을 주도다. 그대는 꽃의 아름다움의 근원이라. 그러나 그대 없는 곳 언제나 겨울 같아라, 그대의 그림자라고 꽃들과 놀았노라. - Verdie, Guseppe 3.santus Messa da Requiem
봄비와커피 그리고 대사 암기, 분분히 날리는 봄비를 맞고 과도하게 깨끗한 모습으로 서 있는 평화의 문. 저 문 밑의 성화라는 불은 88년 이후에 쭉 켜져 있는건가? 저 밑의 서너명은 저 불을 지키기 위해 365일 서 있는 듯 하다. 저 불은 기름이나 가스로 버티는 것이겠지... 작은 불이긴 하지만 지금껏 연료값이 얼마나 들었을까? 공연이 코앞으로 슬금슬금 다가 오는데 대사는 봄비와 함께 허공을 떠돌고, 평화의문 성화의 상징성과 경제성에 대한 감가상각이 쓸데 없이 궁금해 진다 . 모두 봄비 때문이려나... - Corinne Bailey Rae , like a star
종로3가역, 현재시각 5시30분 멀고 먼 연신네 연습실을 가기 위해 꾸역꾸역 이곳에서 환승을 한다. 3호선 승강장, 어디선가 구수한 담배 냄새 스물스물 떠돈다. 요의를 능가하는 흡연욕이 솟구친다. 일산방향 승강장 5-3 번 계단 바로 옆, 가벼운 옷차림의 사람들과 달리 한겨울에 입을 법한 두툼한 미제 야상과 꼬질한 후드티, 거기에 까슬해 보이는 아이보리색 목도리 까지 걸친 어르신이 서있다. 오른손엔 삶의 때가 묻어 반질반질 윤기가 도는 나무 지팡이를 위태롭게 짚고 서 있다 왼손에는 중반이상 타들어간 쪼그라든 담배를 수줍게 들려 있다 저 어르신이 나의 후각을 설레게 했던 주인공 이다. 빨아 들이는 것이 힘이 드는지 얼굴을 잔뜩 찌푸린다. 한모금 빨때마다 주름살이 많아지고 깊어진다. 무표정하게 어두운 선로만 바라보며 세상의 깊은 쓸쓸함을 들이키고 다시 뱉어 낸다. 어르신은 겨울이다! 어르신도 봄이 있었겠지. 아니 지금이 그간의 소란한 마음 털어내는 봄 이려나! 어르신 얼굴에 벚꽃이 날린
뒤 뜰 이라 해야 할까 아무튼 조금 애매한... 며칠 전부터 화분에 겨우내 꽁꽁 숨어 있던 녀석들의 푸릇한 새싹이 마른 흙을 밀어내고 돋아 올랐다. 평소 한순간도 쉬지 않는 오선생이 몇 해 전에 3층임에도 불구하고 작은 공간을 만들었다. 벽돌을 쌓아 올려 틀을 잡고 아침마다 자전거에 삽과 마대자루를 들고 흙을 구하러 나갔다. 이렇게, 투박하고 귀여운 화단은 친환경 오선생의 며칠간의 노고로 만들어 졋다. 그 후로 난 겨울 동안 잠자고 있던 화단의 흙들을 삽으로 엎으며 봄이구나 했다. 천호동 선량한 농부인 이모부가 보내 준 거름을 넉넉히 뿌리고 삽질을 시작했다. 워낙 작아 채 20번도 삽질 하기전에 촉촉한 속살을 들어냈다. 그 위에 신여사가 사온 토마토, 고추, 오이, 가지 호박 ,상추, 그리고 내가 졸라서 사온 예쁜 딸기 정신 못차리고 있는 어린 녀석들을 작은 땅에 빽빽 하게 옮겨 심었다. 신여사는 즐거운 모습으로 작은 잎이라도 다칠새라 호미로 땅을 파고 조심조심 자리를 잡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