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은 인간을 남다르게 만든 핵심 원동력으로, 때때로 자유자재로 바꿔 가며 이루어지는 신뢰의 약속들이 모여 작동한다는 점이 강조된다. 수십만 년 전 사피엔스가 다른 종보다 머리가 좋고 도구를 잘 다루었을지언정, 그때 인류의 상태는 아직 보잘것없었다. 반대로 침팬지는 한정된 관계 속에서만 움직이고, 정해진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오직 사피엔스만이 얼굴도 모르는 낯선 이들과도 협력의 손을 맞잡아 왔다. 이 협력은 돈 신 나라 같은 객관도 주관도 아닌 셋째 자리에서 형성된 약속들 위에 서 있다. 달러가 아무리 씹히지 않고 걸치지 못해도, 수십억이 그 값을 믿는 한 가치가 된다.
1991년 러시아 연방의 붕괴를 예로 들며, 하나의 이야기가 국제 질서를 흔들 수 있음을 보여 준다. 하라리는 우리가 남의 신, 남의 제국, 남의 가치가 지어낸 이야기임은 인정하면서도, 우리 신, 우리 나라, 우리 가치만은 다르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그러나 대다수의 삶은 서로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서 의미를 가진다. 결혼식이 뜻있어 보이는 것도 바로 주변 사람들의 믿음이 그 의미를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이 겹겹의 되돌이가 점점 더 강하게 엮이며, 모두가 믿는 것을 믿지 않을 도리가 없어지도록 만든다.
역사를 읽는 일은 그물이 짜이고 풀리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라는 하라리의 시각이 다시 떠오른다. 자격의 세 번째 기둥인 의미 역시 함께 엮어낸 창조물이며, 영혼과 마음은 거두어졌고 의미 역시 공동의 이야기였음이 드러난다. 작년 여름 그 마당으로 되돌아보면 신발 밑에 눌려 있던 것들, 이 초가 멈칫한 순간에 부여되었던 자격들이 처음만큼의 힘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끝은 허무가 아니라 역설이다. 21세기에는 지어낸 이야기가 자연선택과 소행성마저 넘어서는 가장 강한 힘이 될 것이라고 예언되며, 이념이 DNA를 다시 쓰고 정치와 경제의 계산이 기후를 새로 짜는 시대가 온다. 따라서 앞으로의 세계를 이해하려면 게놈을 풀고 숫자를 두드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므로, 뜻을 입히는 이야기들을 읽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문장이 2부로 넘어가는 문턱이며, 사람은 세계를 다스릴 뿐 아니라 뜻을 입히게 되고, 인본주의는 모든 믿음 가운데 가장 큰 믿음으로 남아 있다. 이 가이드를 덮고 본문을 펼칠 때 하나만 챙겨 가길, 하라리가 하나씩 빼는 것들—영혼, 마음, 의미—은 우리가 가장 아끼는 것들이라 그 자리는 늘 아리다. 그래도 그 아림의 진짜임은 의심할 수 없고, 작년 여름처럼 그 멈칫한 순간이 남겨 둔 진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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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데우스
원문 링크 : 『호모 데우스』 3장 「인간의 불꽃」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