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과 1월 사이에 저는 꽃밭의 월동 대책을 세우며 울타리의 테두리를 돌려 놓았습니다. 노루를 봤다고 말하며 고라니가 아닐까 생각했지요. 방금 전 눈앞을 지나간 고라니를 바라보며 겨울 산은 먹을 것이 없을 때 마을로 내려오는 동물들이 있다는 사실을 다시 느꼈습니다. 멧돼지가 나타나면 겁이 나겠지만 고라니는 사람을 싫어해 도망치는 쪽을 택합니다. 영하로 내려가는 기온 속에서도 유칼립투스는 여전히 빛나고 겨울의 차가운 공기와 짧은 햇볕 속에서 오히려 아름다움이 더 돋보입니다. 그래서 이젠 꽃이 없어도 텃밭을 꽃밭이라 부를 수 있을 만큼의 마음의 공간이 생겼지요. 산책 길에서 하나 둘 주워온 돌멩이로 테두리를 만들고 비가 와도 흙이 흘러내리는 일을 막을 수 있길 바라며, 봄에는 상토를 조금 섞어 흙의 숨통을 트려 주려 합니다. 비가 내리지 않을 때 흙이 쉽게 갈라지는 점을 보완해 주고 배수도 더 잘 되도록 마사도 조금 섞으려 생각합니다. 꽃밭 곳곳에는 월동 대비로 스티로폼 박스를 덮어 두었습니다. 처음엔 노지월동이 되면 맨몸으로 버티는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보살핌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노지에서 견딘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의 차이가 컸고, 덮은 아이는 생생했고 덮지 않은 아이는 힘이 빠졌습니다. 삽목한 어린 식물일수록 보온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도 느꼈습니다. 스티로폼 박스가 부족해 덮을 수 있는 물건을 최대한 동원했고, 감귤 껍질은 거름으로 모아 밭에 뿌려 주었습니다. 낙엽을 모아 이불처럼 덮고, 영하의 밤이 계속되는 겨울에도 이곳에는 어떻게든 살아내려는 생명들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루피너스의 잎을 살피며 괜찮은지 스스로를 다독이고, 이렇게 겨울의 텃밭을 지키는 과정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을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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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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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마삭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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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피너스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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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루피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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