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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리뷰]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소장품 특별전 《APMA, CHAPTER FIVE - FROM THE APMA COLLECTION》

 [전시 리뷰]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소장품 특별전 《APMA, CHAPTER FIVE - FROM THE APMA COLLECTION》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의 소장품 전시가 다섯 번째 시즌으로 돌아왔다. 별도의 상설 전시장이 없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특별전은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직접 만날 수 있는 귀한 기회로 다가온다. 하나의 공통 주제가 아닌 만큼 국내외 작가의 다양한 면모를 두루 감상할 수 있는 기획으로 평가된다.

제1전시장은 회화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1983년생 알바로 배링턴의 작업은 콘크리트 같은 거친 재료에 맑은 하늘색이 대비를 이뤄 독특하게 눈길을 끈다. 동서양의 문화가 어우러진 구성과 전통 문양을 연상시키는 액자는 회화에 다양한 물성을 흥미롭게 결합한 점이 흥미롭다. 배링턴의 하늘은 한계가 없다는 제목의 작품은 건설 현장에서 수집한 사포를 모아 색이 번지는 과정을 드러내되, 마찰로 소멸하는 시간성보다는 부딪치며 만들어낸 조정과 균형에 초점을 둔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카리브해의 티타임은 전시장 중앙에 위치해 강렬한 색채와 독특한 형태로 주목을 받는다. 병풍에 사진과 판화를 접목한 포토 콜라주 방식이 흥미롭고, 앞뒤를 모두 관찰하면 호크니만의 거대한 오마주를 떠올리게 한다. 키키 스미스의 하늘도 두 번째로 제작된 태피스트리로, 신비로운 하늘색 배경 위에 여성성과 신화, 자연의 관계가 몽환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월등한 화면 구성과 애니메이션 같은 위트가 주제를 가볍게 만들며 여운을 남긴다. 또 가나 출신 작가의 가벼우면서도 계획된 이미지는 과거와 현재의 중첩을 보여준다.

제2전시실은 미니멀리즘의 거장 도널드 저드와 프랑스 미니멀리즘의 선구자 프랑수아 모를레의 작품으로 채워진다. 두 거장의 장소 특정적 예술은 절제된 건축 공간과 빛의 조율 속에서 완벽한 시각적 아름다움을 구현한다. 이어지는 공간에는 캐롤 보브의 침엽수림 프리즘이 자리한다. 금속의 단단함을 선명한 주황으로 칠하고 구불구불하게 변형한 이 작업은 물질성의 치환을 통해 사회적 시각을 확장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받침대의 구멍 뚫기 역시 조각을 공간의 주인공으로 끌어들인 구성으로 이해된다.

전시의 가장 매력적인 기획으로 꼽히는 부분은 백남준과 이불의 작품으로 채워진 두 번째 큰 전시실이다. 콘티키를 비롯해 생화를 재현한 꽃동산까지 다수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 백남준의 콘티키, 절정의 꽃동산은 1995년과 2000년의 연작을 통해 영상의 흐름과 공간적 몰입을 보여준다. 이불 작가의 9점은 공간 자체의 압도적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며 거닐며 여러 각도에서 주제를 심도 있게 탐구하도록 이끈다. 반짝이는 크리스탈과 날카로운 유리 파편이 만들어내는 화려함 너머의 시공간도 생각에 잠기게 한다. 옆 공간에는 시오타 치하루의 낯선 집과 프레드 샌드백의 조각적 연구가 자리한다. 붉은 거미줄로 덮인 낯선 집은 강렬한 시선을 주고, 다섯 파트로 구성된 샌드백의 작품은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형태가 달라지는 변주를 보여 준다.

마지막 전시실은 1960년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한국 현대미술 작품으로 마무리된다. 갈라포러스 김의 세월이 남긴 고색의 무게는 문화유산으로 분류된 상태를 비평적으로 재해석한다. 또한 전통적 사진의 흐름 속에서 육명심의 예술가의 초상 연작이 깊은 인상을 남긴다. 구본창의 백자 시리즈는 달 항아리를 촬영한 작품으로, 익숙한 피사체가 전하는 편안함과 함께 사진적 대화의 깊이를 보여 준다. 전시 공간은 또한 양혜규의 겹쳐진 모서리, 로렌스 위너의 태양 아래, 엘름그린 앤 드라그셋의 남성성, 노상균의 경배자를 위한 등 다양한 작품으로 구성되며, 각각의 독립적인 아우라가 뚜렷하게 느껴진다. 전시를 관통하는 명확한 서사보다 각 작품이 발하는 고유의 분위기에 집중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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