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사회의 실제 운영에서 1주 전 소집 통지에 더해 안건 통지까지 필요하다는 법적 취지가 어떻게 왜곡되는지 오랜 기간 곱씹어 왔다. 이사회가 2시간 동안 안건 설명과 토론까지 수반됐다면 우리나라 정서상 꽤 긴 논의로 보지만, 실제로는 이사회가 당일 안건을 구두로 던져주고, 사외이사들은 즉시 이해와 판단을 요구받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이사회 소집 통지만 있으면 적법하다고 보는 관행은 상법 제390조의 본래 취지와 다르게 작동한다.
법 조문을 보면 1주일 전에 소집 통지를 발송해야 하고, 안건 통지까지 의무화되어 있지는 않다는 점이 분명하다. 그러나 실무에선 소집통지만으로 충분하다고 보는 해석이 만연해 있다. 상장회사협의회나 코스닥협회 역시 동일한 방향으로 안내하고 있어, 법의 의도가 실제 운영에 반영되기 어렵다. 이로 인해 안건을 미리 받지 못한 이사는 당일에야 비로소 안건을 접하고, 보통은 1시간가량의 설명을 듣고 찬성하는 방식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진다. 이는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현저히 약화시키는 구조로 이어진다.
나는 이 제도가 사외이사를 쉽게 매수하거나 연임을 용이하게 만드는 수단으로 작용한다고 본다. 당일 안건이 전달되면 사외이사는 충분히 사전 검토할 여유가 없고, 구두 설명에 의존해 판단해야 한다. 의사록에 반대의견은 남아 있어도 찬성의견은 게시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는 의사결정의 투명성과 책임성도 저하된다. 결국 이사회 운영의 본질이 흔들리고, 사외이사의 독립된 판단력은 마비될 위험이 크다.
따라서 현재의 제도는 근본적으로 재고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사회가 외부 감독과 전문성 있는 평가를 제대로 수행하려면, 안건을 미리 공유하는 상식적 절차가 반드시 법적 요건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법의 취지와 실무가 일치하도록 제도를 보완하지 않는 한, 이사회 운영의 신뢰성과 기업의 건전한 지배구조는 계속 흔들릴 것이다. 결국 이 제도가 기능을 못한다면 기업 입장에서도 비용 낭비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제도 자체의 개선과 폐기 논의가 더 적극적으로 필요하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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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링크 : 눈 뜬 장님, 사외이사 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