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것이 고려아연 사외이사들만의 문제냐? 그건 결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이사회 의사결정에 대한 전수조사는 없는데 이사회 의사결정에 대한 전수조사를 해본다면 고려아연 사외이사들의 의사결정 방식은 중간 이상일 수 있다. 경험적으로 알게 된 바로는 다른 회사들도 보통 이렇게 신속히 의사결정한다. 그러니까 고려아연의 이사회가 이상한 게 아니라는 거다. 개인적으로는 이사회 안건들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바라볼 것을 요구하는 입장인데 보통 이런 의견을 표하면 반응들이 우리 회사는 경영진들이 경영을 잘 해서 문제가 없어요. 그것은 경영권 분쟁 있는 회사들이나 그런 거고 거의 대부분이 이런 반응이었다. 이사회 의사결정이 토의 하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결코 고려아연만의 문제가 아니다. 코스피나 코스닥 상장사 대부분이 아주 소수의 일부를 제외하고는 고려아연의 이사회와 마찬가지로 결정하고 있을 것이다.
현재 사외이사를 하시는 분들 중 상당수가 고려아연 사태를 보시면서 저 회사 사외이사들 진짜 운 없네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내 생각은 다르다. 이제 대충 사외이사 하는 시기는 지나갔다. 그리고 자기가 사외이사로 속한 회사는 경영권 분쟁과는 전혀 무관하기 때문에 안전할 거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경영권 분쟁이 지금 당장 A안건을 처리하는 2024. 11. 15에는 예상되지 않을 수는 있겠다. 그런데 2027. 11. 12에는 모른다. 그 때 사모펀드나 행동주의 주주들이 나타나서 3년 전에 사외이사들이 했던 결정들이 잘못되었다는 점을 일일이 밝히고 그 당시 사외이사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자기 회사는 안전하니 경영진이 들이미는 안건들 그냥 무사 OK로 통과시켜줘도 된다는 생각은 한참 잘못되었다는 거다. 언제 문제가 될지 알 수 없다. 이렇게 보면 사외이사는 참 막중한 임무고 세심한 의사결정을 요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다수의 상장사의 사외이사들이 그렇게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확인이 안 되고.
개인적으로 대화를 나눠본 바로는 그렇게 세심하게 처리하는 분들을 아주 극소수의 분들을 빼고는 거의 못 봤다. 물론 사외이사들이 세심하게 업무처리를 하면 그에 상응하는 보수를 줘야 한다. 보수도 제대로 안 주면서 제대로 된 업무를 수행할 사외이사를 기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일정 수준 이상의 보수는 필요하다는 거다. 아무튼 세심하게 의사결정을 할 여력이 없다면 다른 전문기관에 용역을 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사실 고려아연은 이런 절차를 다 거친 듯 하다. 우리나라 최고의 로펌에서 법률자문을 받았다고 하니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안심할 수는 없는 일이다. 법률자문기관이 괜찮다고 하니 그 보고서 받고 보고서에 대한 의심을 전혀 하지 않고 찬성해준다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왜냐하면 법률자문기관도 서비스 업종이기 때문에 애매모호한 영역에서는 회사가 원하는 방향의 해석이 가능하다면 그런 해석을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로펌도 알았겠는가 소액주주들이 뿔이 나서 엄청난 비판을 해댈지 알았겠냐는 말이다. 사실 이 영역은 법률자문기관도 알기 어렵다.
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 라고 사외이사 하시는 분들이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데 소액주주 일반주주들의 의견을 듣는 업무를 사외이사들이 분기별로 나눠서 듣던지 해당 업무 전담 사외이사를 두든지 해서 회사의 결정에 다른 주주들이 어떤 반응들을 보이는지 수시로 듣고 있어야 한다. 지금껏 전혀 그런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고려아연 이사회가 시장의 반응을 예측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 까닭에 이번에 최윤범 회장이 IR전담 사외이사를 두겠다고 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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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링크 : 사외이사... 쉽게 보았다가 잘못하면 책임 크게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