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프라 박스의 날카로움에 팔꿈치 끝을 베이고 나서야, 장대한 골짜기의 깊이가 내 앞에 놓여있음을 자각한다. 단프라 정사각형의 내용을 알 수 없는 상자에 적힌 목록표가 마치 자신이 내용인 듯 자처하고, 머리는 지가 마치 박스 안 내용물을 투시라도 하는 듯이 모든 것을 아는 체한다.
박스 구멍에 손을 넣고 단프라 질량을 마주쳐서야 내 디지털 대가리의 cpu가 연산과 입력 사이의 막대한 오류 앞에 놓여있다는 걸 자각한다. 손가락 끝의 이진법이 마치 자신이 물리적 입력의 완성인 것처럼 고집을 피울 때 연산 결과의 실패로 인한 것임을 신체의 고통이 증명한다.
증명의 결과가 사실의 인지인 양 다시 결과가 신경망을 따라 저장될 때, 감정의 우울이 지층을 이루고 어긋난 도표를 사선으로 그린다. 에잇, 에-잇 박스를 내동댕이치고, 씨발 씨발거리면서 침을 뱉는다.
이 잡것들. 내 1평의 영토만 한 것들.
그래, 그 잡것들....
원문 링크 :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