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을 걸었다. 내 앞의 이 조그마한 흑인은 지치지도 않는지 끊임없이 걷고 오르고 구르고 앉는다.
성경에서 신마저도 일곱번째 날에는 쉬었다고 하는데 방드르디는 쉬지 않고 움직인다. 방드르디의 발걸음이 어느 순간 멈추었다.
앞을 쳐다보았다. 앞에는 주변을 살피며 풀을 뜯는 사슴 한 마리가 보인다.
사슴은 풀을 한번 뜯고 나면 반드시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핀다. 풀을 뜯는 순간과 고개를 드는 순간이 교차한다.
고개를 든 사슴은 일정한 리듬으로 주변을 돌아본다. 주변을 돌아보는 이 리듬은 그것의 속도가 달라져도 변함없는 곡선을 그린다.
방드르디는 매우 느린 동작으로 활을 들어 올린다. 활을 들어 올리는 방드르디의 속도는 바람에 흔들거리는 나무의 속도와 같다.
매우 느린 방드르디의 속도에 긴장이란 없다. 방드르디의 이 세밀한 동작은 사슴이 나무들 사이에서 방드르디의 어떠한 흔적도 찾을 수 없게 만든다.
어느 날 읽었던 책이 생각났다. 거미가 이미 파리의 리듬을 포함하고 있지 않은 이상 어떻...
원문 링크 : 방드르디를 쫒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