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6일 두산 벤치에는 비상이 걸렸다. 개막 이후 중심타선의 기둥으로 자리 잡던 박준순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었다. 입단 2년차에 불과한 선수는 39경기에서 타율 0.316, 6홈런, 27타점, OPS 0.881로 팀 타선을 이끌던 상황이었다. 빈자리는 작지 않았다. 보통 이런 상황이면 기존 중심타선을 재배치해 3번을 채우는 것이 일반적 선택이다. 그러나 두산은 그 길을 택하지 않았다. 김원형 감독은 3번 타순에 고정 타자를 세우는 대신 그날그날 타격감이 좋은 선수를 올리는 방식으로 운영을 선택했다.
한화에서 트레이드로 영입한 손아섭이 49타석으로 가장 많이 3번을 소화했고, 박지훈이 18타석, 오명진이 8타석에 들어섰다. 감독은 “타자들 타격 사이클에 오르내림이 있는데 사이클과 그때마다의 타격감을 보면서 3번타자를 결정하고 있다”고 직접 설명했다. 단순히 궁여지책이 아니라 의도된 운영이었다. 이 전략을 이해하려면 카메론을 봐야 한다. 두산 외인타자 카메론은 입단 전부터 주로 1·2번타자로 뛴 선수다. 올시즌 2번 타순에서 타율 0.382(55타수 21안타), OPS 0.998을 기록하고 있다. 카메론을 3번으로 올리면 숫자는 더 좋아 보일 수 있지만 본인이 가장 좋은 경기력을 내는 자리는 2번이다. 두산은 카메론의 최적 타순을 건드리지 않는 대신 3번을 유동적으로 운영하는 구조를 선택한 것이다.
결과가 나쁘지 않다. 박준순이 빠진 5월 16일 이후 두산의 3번 타순 타율은 0.301을 기록했다. 홈런 등 장타 생산이 줄어 OPS가 0.773으로 살짝 아쉬움이 남지만 전체 타순을 흔들지 않고 유지한 성과로는 기대값 이하라고 보기 어렵다. 실제로 손아섭이 3번 타순에서 2안타 2타점을 뽑아내며 팀이 한 경기에서만 10점을 터뜨린 날도 있었다. 파격이 먹히고 있다는 신호다. 오히려 진짜 고민은 박준순이 돌아온 이후다. 손아섭·박지훈·오명진 세 명이 3번 타순에 적응하며 자기 몫을 해내고 있는 상황에서 복귀 시점의 박준순을 어디에 넣을지가 새로운 퍼즐이 된다. 지금 두산의 유동적 3번 전략은 위기 대응이 아니라 타선 경쟁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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