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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lgaria - Plovdiv - 오스만이 시작되는 소리

소피아에서의 태평성대는 가고, 동유럽 일정이 남은 쑤는 산속 수도원이 있는 벨리코로, 터키로 내려가야 하는 난 오스만의 향기가 살아 숨 쉬는 플로프디프로 향했다. * Sofia - Plovdiv: 기차 30분 간격, 2:30 소요, 8.6레바(1$ = 1.6레바) 예상 시각보다 일찍 도착해서 허겁지겁 내리고 있는데, 뒤에서 누가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돌아보니 오렌지색 피켓을 들고 있는 닉. 설마 플랫폼까지 마중나와주리라곤 생각도 못 했는데, 호스텔모스텔의 무료 픽업 서비스는 자가용까지 대절해서 숙소까지 모셔주더라는. 정말 서비스 정신 대박이야~ 친절한 닉은 중간에 버스터미널에 들러 이스탄불 버스표를 사는 것도 도와주었다. * Plovdiv(Bulgaria) - Istanbul(Turkey): Yug Bus Station에서 Matpu-96 회사, 22:30~05:30(+1), 30레바 기차도 있지만, 지금 이스탄불 일대는 선로 공사 중이라 아쉽지만 오리엔트 익스프레스의 로망은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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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lgaria - Sofia - 동유럽 끝에서 한 템포 쉬어가기

불가리아. 발칸반도의 끝에서 유럽으로 들어오는 관문이자 중동으로 내려가는 관문. 여기만 지나면 유럽 어디든 갈 수 있기에 국경에서의 절차가 제법 까다롭다는데, 아니나 다를까.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탄 기차가 자정쯤 국경에 도착하자 총을 멘 경찰들이 우르르 들어오더니 한 명씩 한 명씩 심문을 하기 시작한다. 마침 나는 맨 끝자리에 앉아 있어서 한참 걸릴 줄 알고 천천히 잠을 깨고 있는데, 두 번째 사람이 채 끝나기도 전에 경찰 몇 명이 다가오더니 한 명은 여권을 요구하고, 다른 한 명은 어디로 가는지 물어본다. 그런데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도저히 생각이 안 나는 거다. 여행이 4달째로 접어드니 만만해져서 그만 정신줄을 놓았던 모양. "어... (표를 꺼내어 보고)... 소피아." 그런 내 행동이 수상했는지 무전기를 꺼내 들고 한참을 뭔가 얘기하더니 무전기에서 "Da(Yes)" 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스탬프를 찍어준다. 앞으로는 국경 넘을 때 정신 바짝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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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mania - Bucuresti - 가장 쓸쓸한 수도

루마니아의 수도 부쿠레슈티(București)의 상징은 뭐니 뭐니 해도 인민궁전(Palatul Parlamentului)일 것이다. 전체 면적 34만, 높이 14층, 내부는 무려 1100개의 방으로 구성된 이곳은 미국의 펜타곤과 중국의 지난시청에 이어 행정시설 중에서는 세계에서 3번째로 큰 건물이라고 한다. 저렇게 수치로만 봐서는 당장 그 규모를 가늠할 수 없는데, 단적인 예로, 하루 전기 사용량이 관광의 허브인 브라쇼브 시 전체와 맞먹을 정도라는. 게다가 워낙 넓어서 처음 방문하는 사람은 길을 잃기가 쉽기 때문에 가이드 투어로만 방문이 가능하며, 지하에는 자동차가 달릴 수 있는 트랙까지 있다고 한다. 이 어마어마한 건축물을 지은 인물은 바로 루마니아의 김일성이라는 니콜라에 차우셰스쿠. 그는 2차 대전 후 수립된 루마니아 인민공화국의 마지막 서기장이자 1965년에 쿠데타를 일으키고 출범한 루마니아 사회주의 공화국의 초대 대통령이다. 그 후 24년에 이르는 장기 집권(이라 쓰고 독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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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mania - Sighisoara, Brasov, Bran, Sibiu - 스토리텔링의 도시들

루마니아 여행은 드라큘라로 시작해서 드라큘라로 끝나는 것 같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여행지가 트란실바니아(Transylvania)라는 산악지대에 몰려있는데, 이 일대가 바로 브람 스토커의 소설 <드라큘라>의 배경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이 19세기에 쓰여진 소설을 읽은 적이 없고, 거기서 파생된 수많은 영화를 통해 어떤 스토리인지 대충 짐작만 할 뿐인데, 그중 개인적으로 게리 올드만이 나왔던 1992년도의 영화 <드라큐라>를 애정한다. 세상 가장 섬뜩하게 생긴 할아버지에서 훈훈한 중년의 신사까지 완벽하게 소화해낸 게리 올드만의 애절한 눈빛 연기를 나는 일찍이 <주홍글씨> 때부터 사랑했으니. 사실 원작과 비교하자면 괴기스러운 결말과는 영 딴판으로 전개되지만, 그래서 더 좋았고, 잘생긴 키아누 리브스의 연기가 사뭇 밋밋해도 <가위손>의 청순녀 위노나 라이더와 <양들의 침묵>의 거장 안소니 홉킨스가 탄탄하게 받쳐주고 있으니 어느 것 하나 빼놓을 것 없는 그야말로 완벽한 작품이었다. 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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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kraine - Kamianets-Podilskyi - 우크라이나의 끝에서 루마니아를 만난다

오데사에서 카미아네츠포딜스키(Kamianets-Podilskyi)까지는 버스를 이용했다. 마지막까지 저렴한 기차를 이용하고 싶었으나, 이 구간은 도저히 빈자리를 구할 수 없어서.ㅜㅜ 뒤로 잘 넘어가지도 않는 좌석에 두 다리 퉁퉁 부어가며 겨우 밤 버스를 견뎠는데, 결과적으로는 우크라이나에서 제일 비싸게 이동한 꼴이 됐다. 키이우-심페로폴 기차가 16시간에 만 원인데, 오데사-카미아네츠 버스가 12시간에 2만 원이니 정말 기차와 버스의 가성비 차이가 엄청나다는. 물론 저 싸디 싼 기차표는 3등석에 해당되지만, 두 다리 뻗고 편히 잘 수 있는 게 어디냐. 그러니 우크라이나에선 웬만하면 기차를 이용하시길. 나는... 여기 다시 올지 모르겠습니다만... * Odessa - Kamianets-Podilskyi: 버스 17:00~05:45(+1), 145흐리브냐 드디어 국경 지대까지 와버렸다. 고로 우크라이나 여행도 끝나간다는 얘기. 때론 힘들고 지쳤어도, 때론 그 어느 유럽보다도 찬란하고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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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kraine - Odessa feat. Bee Gees

비지스의 노래 중 'Odessa(City on the Black Sea)'란 곡이 있다. 기존의 컨트리했던 그들의 노래와 달리 장송곡처럼 장엄하기도 하고 오페라처럼 웅장하기도 해서 듣자마자 소름 끼쳤던 기억이 나는데, 그건 마치 퀸의 'Bohemian Rhapsody'와도 같았고, 해당 앨범의 마지막쯤에 실린 'First of May'로 달달하게 마무리되는 것까지 모든 것이 좋았다. 원래는 앨범 제목을 'masterpiece'에 언어유희를 가미한 'masterpeace'로 하려고 했다는데, 정말 진심 단연코 내게는 마스터피스였다. 이 노래는 비지스의 고향인 맨섬(Isle Of Man)과 영국 본토 사이의 아일랜드해에서 배가 침몰한 사건을 모티브 삼아, 흑해의 오데사에서 배를 타고 출발한 한 남자가 발트해에서 난파당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런데, 왜 하필 출발지가 흑해의 오데사일까? 왜 하필 배가 난파되는 지점이 발트해여야 했을까? 아무리 구글링을 해봐도 비지스가 오데사를 직접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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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kraine - Crim - 인류 전쟁의 격전지, 그리고 잔해

키이우에서 기차로 16시간을 달려 도착한 심페로폴(Simferopol)은 우크라이나령 내 크림자치공화국의 수도이자 크림반도 여행의 시작점이다. 사실 심페로폴 자체는 딱히 볼 게 없지만, 우크라이나 대륙에서 출발한 기차의 종착지이고, 인류 전쟁의 격전지였던 세바스토폴이나 2차 세계대전을 논의했던 얄타로 가는 버스가 발착하는 곳이라 크림반도를 여행하려면 무조건 여길 통과해야 한다. 물론 키이우에서 얄타로 가는 직행버스도 있으나, 요금은 무려 기차의 3배. 우크라이나는 왜 그런진 모르겠지만 버스가 기차보다 평균 2~3배 가까이 비싸다. 기차는 누워서라도 갈 수 있지만, 버스는 좌석도 불편한데 왜 그렇게 비싼 건지 당최 이해가 안 된다는. 키이우-얄타 구간만 하더라도 기차와 중간에 갈아타는 미니버스를 합치면 15000원 정도가 드는데, 직행버스는 3만 원이 넘으니 우크라이나에서는 기차만 한 가성비를 따라올 교통수단이 없다. 그런 이유로 얄타까지 직행 버스가 있음에도 굳이 기차를 타고 심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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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kraine - Kyiv - 드네프르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

나 죽거든 부디 그리운 우크라이나 넓은 벌판 위에 나를 묻어 주오 그 무덤에 누워 끝없이 펼쳐진 고향의 전원과 드네프르 강기슭 험한 벼랑을 바라보며 거친 파도 소리 듣고 싶네 - 타라스 셰브첸코의 '유언' 중 리비우처럼 키이우도 셰브첸코의 시로 시작해 본다. 물길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의 시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드네프르(Dnepr)강이 어디쯤 있는지 너무나 궁금했기에. (지도 출처: 위키백과) 유럽연합은 아니지만 유럽에서 가장 넓은 땅덩어리를 자랑하는 나라, 우크라이나. 그 대지를 남북으로 종단하는 거대한 강줄기가 바로 그의 시에 등장하는 드네프르강이다. 그중에서도 수도 키이우는 우크라이나의 북쪽 한가운데에서 하트 모양으로 심장처럼 박혀 있는데, 드네프르강은 이 도시의 중심을 정확히 관통한다. 그래서 시내 웬만한 곳에서는 저런 멋진 물길을 조망해 볼 수 있다. 키이우는 러시아의 뿌리라 할 수 있는 키예프 공국 시절부터 정치 문화의 중심지였다. ('키예프'는 러시아식 발음이고, 우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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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kraine - Lviv - 러시아인가 유럽인가

솅겐조약은 폴란드까지만 허용됐다. 크라쿠프에서 탄 버스가 한밤중(정확히는 새벽 3시경) 우크라이나 국경에 도착한 순간, 지리멸렬한 출입국 절차가 시작되는 걸 보고서야 깨달았다. 유럽에 있다고 해서 모든 나라가 EU 멤버가 아니며, EU 멤버라고 해서 모든 나라가 솅겐 협정국이 아니라는 걸. 것도 모르고 러시아를 탈출하던 날, 드디어 이민국 절차에서 벗어났다며 기뻐한 꼴이라니.ㅡㅡ; 심지어 뒤에 가게 될 루마니아와 불가리아도 유럽연합 멤버이긴 하나, 솅겐 가입국은 아니었다. 다만 한국과는 비자면제 협정이 체결되어 90일에 한해 무비자 체류가 가능할 뿐. 하지만 국경 절차가 아예 없는 것과 무비자 사이에는 어마어마한 간극이 있었으니, 특히나 오늘처럼 한밤중에 국경을 지나는 날엔 단 한 번도 깨지 않고 논스톱으로 지나갈 수 있는 솅겐 조약의 나라들이 어찌나 그립던지. * Krakow(Poland) - Lviv(Ukraine): 유로라인 21:50~09:00(+1), 90즐로티(28$)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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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and - Krakow - 다크 투어리즘에 대하여

캄보디아의 킬링필드, 중국의 문화혁명과 하얼빈의 731부대, 그리고 나치 독일군의 노동수용소와 절멸수용소... 끔찍하지만 알아야 할 역사가 있는 다크 투어리즘은 늘 양가적인 감정이 들게 한다. 여기까지 왔으니 보고 갈 것인가 아니면 우울해질 게 뻔하니 그냥 건너뛸 것인가... 물론 나의 선택은 늘 가는 쪽이었지만, 폴란드의 아우슈비츠는 왜 이리도 선뜻 찾아가기가 망설여지는 걸까. 그동안 관련 영화나 책을 너무 많이 본 것이 오히려 독이 된 건 아닌지. 그중에서도 가장 깊은 트라우마를 남겼던 아트 슈피겔만의 <쥐> (이미지 출처: 위키백과) 이 책의 저자는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직접 겪은 아버지의 경험담을 동물로 의인화하여 표현해놓았는데, 독일인은 고양이, 유대인은 쥐, 폴란드인은 돼지 등의 탈을 씌워 감정을 최소화함으로써 덤덤하게 대사를 이어가고 있지만, 내용은 그 어느 시각 자료보다도 충격적이었다. "일주일 동안 먹을 게 아무것도 없는 방에 갇혀 보면 친구란 게 뭔지 알게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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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and - Gdansk 2 중세로의 귀환

바르샤바와 마찬가지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도시의 대부분이 파괴됐던 그단스크(Gdansk). 하지만 그 재건 과정은 바르샤바와 달리 폴란드인들에게 상당히 난제였을 것이다. 북부 발트해 연안에 자리하고 있어 일찍이 무역의 중심지로 번영을 누려왔던 이 도시는 그 성장의 시작도 12세기 독일에서 건너온 상인에서 기원하고, 멸망 또한 독일의 침공으로 시작된 2차 대전으로 마무리되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한창 전성기를 누릴 때의 모습도 독일식 이름인 단치히(Danzig) 시절의 일이니, 그 어느 시점으로 돌아가더라도 독일의 모습을 빼놓고 생각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을 터. 그리하여 전후 처리를 논했던 얄타 회담 결과 '단치히'에서 '그단스크'라는 이름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 폴란드에서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아예 현대적인 도시로 새롭게 태어날 것인가... 결국 그들은 바르샤바와 마찬가지로 복원을 선택했다. 허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과거의 전성기로 돌아가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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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and - Gdansk 1 평양을 아는 할머니들

바르샤바 중앙역에서 그단스크로 가는 기차를 예매했는데, 애매하게 생긴 티켓을 2장이나 준다. 하나는 102즐로티(PLN; Polish zloty, 1$ = 3.22PLN) 짜리에 출발역과 도착역만 나와 있고, 나머지 하나는 12즐로티에 출도착 스케줄과 좌석 번호가 명시되어 있는데, 왜 이렇게 굳이 2장으로 나눠서 끊어준 건지, 외국인이라고 덤탱이 씌운 건 아닌지... 별의별 의문이 들 무렵, 아까 내 뒤에 줄 서 있던 아저씨가 표를 끊고 나오더니 도와줄까? 하며 다가온다. 얼른 티켓을 내밀며 이것저것 물어보니 다행히 영어가 가능하다. 날짜, 코치, 좌석번호, 플랫폼을 확인하고, 도착역도 확인차 "Glowny?" 하며 한 번 더 물었더니 아저씨가 갑자기 활짝 웃으며 "Good morning~" 하신다. ㅋㅋㅋ그렇게 들릴 수도 있겠군요. 다시 물으면 아저씨가 무안해하실까 봐 질문은 여기까지만 하는 걸로. * Warsaw Central - Gdansk Glowny: 09:18~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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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and - Warsaw - 도시 재건의 Best Practice

옛 연합국이었던 리투아니아와 폴란드. 그 경계를 넘는 지금 만감이 교차한다. 한때 사이좋게 동맹을 맺었던 이 두 나라는 독일과 러시아에 의해 양분되기를 여러 번, 그러다 2차 대전에 이르러서는 가장 끔찍한 역사의 현장이 되는데, 그 대표적인 사건이 바로 빌뉴스 편에서 언급했던 유대인 말살 정책이다. (관련 포스트 https://blog.naver.com/kcarpe_diem/50101198085 ) 예로부터 이민족에게 관대한 정책을 펼친 까닭에 유대인의 비율이 유독 많았던 두 나라는 나치즘의 민족주의와 반유대주의에 의거, 자연스레 인종 청소의 실험장이 됐는데, 그중에서도 폴란드가 가지는 역사적 의미는 각별하다. 왜냐하면 독일군과 소련군이 거의 동시에 침공함으로써 제2차 세계대전의 첫 희생양이 된 나라가 바로 이곳 폴란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피해가 컸던 곳, 그럼에도 그 상처를 가장 성공적으로 극복해낸 곳이 바로 지금 내가 가고 있는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War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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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huania - Trakai - 중세의 성에서 로빈훗 추억하기

빌뉴스에서 버스로 30분쯤 되는 거리에 리투아니아의 옛 수도 트라카이(Trakai)가 있다. 이 마을은 호수 한가운데 떠있는 중세의 성으로 유명한데, 이미 발트3국을 거치며 중세의 앤티크함을 수없이 봐왔기에 그냥 건너뛸까도 싶었지만, 물길을 사랑하는 나로선 호반의 도시를 포기하는 건 좀처럼 쉽지 않은 일. 그리하여 남은 리투아니아 돈을 탈탈 털어 트라카이성에 다녀오기로 했다. 그런데... * Vilnius - Trakai: 빌뉴스 터미널에서 버스 자주 있음, 30~40분 소요, 6리타 버스터미널 매표소에서 작은 트러블이 있었다. 북유럽의 대표 선진국이라는 스웨덴 계열 은행 Swedbank에서 환전한 10리타짜리가 위조지폐라며 빠꾸먹은 것이다. 환전 영수증을 보여주며 은행에서 받은 거라고 했지만 들려온 대답은 "그럼 은행 가서 바꿔." 오늘은 토요일이라 은행이 쉬고, 내일은 내가 떠나는 날인데, 언제 은행까지 가서 바꾼단 말인가.ㅠㅠ 갑자기 4$ 남짓 되는 돈이 날아가버리니 차비랑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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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huania - Vilnius - 어딘가 애잔했던 빌뉴스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뉴스에 오자마자 문화 충격을 느끼게 해 준 A hostel 이름에서부터 뭔가 A급스러운 스페셜함이 느껴져서 선택한 건 아니고, 도착한 날이 마침 불금이었는데, 깜빡하고 숙소 예약을 안 해서 방황하다가 기차역 내 인포메이션에서 소개받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아간 곳이다. 알파벳 'A'라는 단 한 글자로 된 심플한 이름의 이 숙소는 빌뉴스에만 3개 지점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프랜차이즈인데, 이곳의 특징은 바로 도미토리의 흔한 2층 침대가 아닌 한쪽 벽면에 빌트인된 견고한 2단 목재 침실이었다. 일본엔 안 가봤지만 아마도 캡슐 호텔이 이러하지 않을까. 가격은 하룻밤에 34리타(12.5$). 샤울레이에서 10$에 건물 하나를 통째로 썼던 거에 비하면 순식간에 다운그레이드된 느낌이지만, 이 도시만의 독특한 캡슐 호텔에 묵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오히려 저 견고한 박스 안의 아늑함이 꿀잠 들게 만들더라는. 샤울레이도 그렇고 빌뉴스도 그렇고, 리투아니아는 전반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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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huania - Siauliai - 의외의 발견

라트비아에서 리투아니아로 가기 전, 약간의 루트 고민을 했다. 나라 간의 이동을 할 땐 항상 하는 리추얼이지만, 이번에 가는 곳만큼은 후회 없이 돌아보고 싶다는 소망이 다들 있지 않나. 그동안 지나왔던 중국, 몽골, 러시아는 워낙 땅덩어리가 넓어놔서 여기저기 들르느라 바빴던 거에 비해 에스토니아부터는 갑자기 수도만 찍고 내려가는 단순한 루트가 되어버려서 뭔가 식상해진 거다. 라트비아까지 그러고 나니 이젠 좀 변화를 주고 싶어서 리투아니아의 수도로 가기 전에 어디를 들를까 고민하다 선택한 곳이 바로 샤울레이(Šiauliai). 에스토니아의 겁나 빠른 인터넷으로 스치듯 지나친 어마어마한 '십자가의 언덕' 사진도 한몫했지만, 그보다 나의 관심을 끈 건 샤울레이주립대학 기숙사에서 묵을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당시엔 호스텔닷컴에 등록된 숙소가 없기도 했지만, 다른 걸 차치하고라도 현지 대학생을 만날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아닌가. 그런 이유로 십자가의 언덕 말곤 딱히 볼 것 없는 샤울레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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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tvia - Riga - 마라가 준 백만 송이 장미

에스토니아에서 완연한 유럽의 향기와 중세의 정수를 보고 나니 굳이 라트비아는 볼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 바로 유대인의 게토가 있는 리투아니아로 갈까 하던 찰나, 운명과도 같은 노래를 들었다. 바로 심수봉이 불렀던 '백만 송이 장미.' 이 노래의 원조가 라트비아였다니! 내가 아주 어릴 적에 지치고 힘들어할 때 난 다급히 서둘러 엄마를 찾았지 난 꽉 붙잡았지 엄마의 앞치마를 그러자 엄마는 나에게 웃으며 말씀하셨지 주었지, 주었지, 마라는 주었지 소녀에게, 소녀에게, 소녀에게 생명을 잊었네, 잊었네, 한 가지를 잊었네 소녀에게, 소녀에게 행복을 주는 것을 노래 제목은 '마라가 준 인생(Davaja Marina)' 여기서 마라(Mara)는 라트비아 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인데, 마라 여신이 라트비아라는 딸을 낳아 생명을 주었으나, 정작 행복은 주지 못했다는 것을 소련 치하의 암울한 현실에 빗대어 노래한 것이다. 이 구슬픈 노래를 소련의 가수 알라 푸가초바가 '백만 송이 장미'로 번안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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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tonia - Tallinn - 선진스러움과 중세의 콜라보

푸시킨의 시처럼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유럽을 향한 창'이 맞는가 보다. 이 도시에서는 유럽의 흔한 국제버스인 유로라인과 에코라인이 모두 발착하고 있었으니. 심지어 영문 버전 홈페이지에서 예약도 가능했다. 다시 말하면 창구에서 티켓 사느라 러시아어와 씨름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얘기다. * Saint Petersburg(Russia) - Tallinn(Estonia): Euroline 22:30~05:30(+1), 890루블, 학생 10% DC 홈페이지에서 'Student'를 선택했더니 10% 할인된 금액으로 결제됐는데, 버스 탈 때 학생증을 검사하는 구간도 있고, 안 하는 구간도 있었다. (보통 아시아인은 특유의 동안 때문인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학생 요금을 끊어주더라.) 유로라인을 탈 수 있는 발티스키역 앞 버스정류장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마지막 날 친해진 울자나가 고맙게도 역까지 배웅 나와줬다. 이 밤에 (참고로 지금 시각 밤 10시) 숙소까지 혼자 걸어갈 일이 걱정이라며 어서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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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트 3국에서 불가리아까지 - 구소련과 동구권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이번 여행의 시작은 백두산이고, 주요 목적지는 아프리카이기에 그 사이에 거쳐가는 중간 루트는 두 가지 옵션을 두었었다. 첫 번째는 중국에서 몽골을 거쳐 러시아로 들어가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는 것이고, 두 번째는 중국 서안에서 실크로드를 지나 터키까지 이동하는 것이었다. 이중 실크로드는 신라 승려 혜초와 당나라의 현장 법사가 천축국으로 갈 때 지나갔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방문할 가치가 있었지만, 내 마음은 아무래도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더 끌렸던 것 같다. 뒤늦게 찾아본 영화 <러브 오브 시베리아>와 배경은 다르지만 <오리엔트 특급 살인>의 기차여행에 대한 로망, 그리고 10년 전 유럽에서 7할을 함께했던 유레일의 추억을 다시 한번 되새기고 싶었으니. 그리하여 나는 한때 미국과 함께 세계 투톱을 달렸던 거대한 나라 러시아를 선택하고야 말았던 것이다. 그 대가로 나는 또한 한자도 알파벳도 아닌 키릴 문자 베이스의 생소한 언어에 시달려야 했고, 영어에도 없는 권설음에 익숙해져야 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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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ia - Petergof - 여름 궁전에서 오해 풀었던 썰

오늘은 여름 궁전이 있는 페테르고프(Petergof)에 가는 날. 일찌감치 일어나 식당으로 갔더니 오며 가며 인사했던 베트남 아저씨가 혼자 덩그러니 앉아 있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만 한 달째 여행 중이라는 이분은 내가 일주일만 머무른다니까 미쳤다며, 여기가 얼마나 볼 게 많은데 고작 일주일이냐고, 에스토니아행 버스 취소하고 한 달쯤 더 있다 가란다. 난 비자 기한이 있잖아요. 아저씬 무비자고. 부럽... "그건 그렇고 어제 페테르고프 갔었는데..." "앗, 나도 오늘 거기 갈 건데. 버스 어떻게 타고 갔어요?" "나 기차 타고 갔어. 시간 더럽게 오래 걸리더라. 충고하는데 기차는 절대 타지 마." 그러자 뒤에서 어눌한 영어로 "나도 거기 갈 건데..." 하며 다가와 앉는 Ulzana. 그녀는 내 옆 침대의 아래층을 쓰고 있는 카자흐스탄 여성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온 첫날, 방에 있는 그녀를 보고 막 인사하려는데, 굉장히 무뚝뚝한 표정으로 휙 나가 버리는 바람에 말할 기회를 놓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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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ia - Saint Petersburg 3 걷고 싶은 도시 feat. 물길

에르미타주에서 궁전광장을 지나 참모본부의 아치문을 통과하면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걷고 싶은 거리 넵스키 대로(Nevsky Prospekt)가 나온다. 넵스키란 이 도시를 관통하는 네바(Neva)강의 형용사형인데, 강변에 인접한 것도 아니고 수직으로 뻗어 있는 이 거리에 굳이 '네바강의 거리'란 이름이 붙은 이유는 아마도 강에서 뻗어 나온 수많은 운하 줄기가 거리 곳곳을 지나가기 때문일 것이다. 표트르 대제가 발트해로 수렴되는 이 삼각주 지대에 도시를 건설할 무렵, 이 일대는 사람이 살 수 없는 늪지대였다고 한다. 하지만 유럽의 곳곳을 시찰하고 온 제정 러시아의 초대 황제에게 불가능이란 없었다. 그는 바다를 메워 도시를 세우고 운하를 만들어낸 암스테르담과 베네치아를 벤치마킹하여 늪지대를 메우고, 물길은 그대로 살려 수상 교통으로 활용했다. 종교 사원은 대부분 이탈리아의 양식을 따랐는데, 그래서 넵스키 대로변에 웅장하게 서 있는 카잔 대성당(Kazanskiy Kafedralniy Sob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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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ia - Saint Petersburg 2 러시아 방주

"눈을 뜬다. 아무 것도 없다..." 라는 무한한 가능성으로 시작하는 영화 <러시아 방주>. 에르미타주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단 한 번의 촬영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러시아인도 아닌 (심지어 그 시절의 적국이었던) 프랑스인의 생각과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는 카메라의 시선을 통해 폐쇄된 것 같으면서도 제3자로서의 중립적인 관점을 허용하는 꽤 독특한 구성의 영화다. 무엇보다 러시아든 프랑스든 아니면 유럽 전체든 잘잘못을 따지고 칭찬할 건 칭찬하는 아주 뜨끔하면서도 속 시원한 대사가 일품인데, 그중 영화 초반에 나오는 "내가 도대체 여기서 뭘 하는 건지 알아야겠어. 이 방황은 러시아어를 아는 것과 관련이 있어." 이 대사가 마치 내게 에르미타주를 찾아볼 명분을 제시해주는 것 같아서 왠지 모를 사명감마저 느껴졌다. 과연 나는 오늘 이곳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얻어 가게 될까. 겨울 궁전 앞에는 그때 그 시절의 궁중 의상을 입은 사람들과 동화 속에나 나올 법한 마차가 제정시대의 러시아라도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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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ia - Saint Petersburg 1 유럽의 창

황량한 물결 일렁이는 강기슭에 서서 그는 위대한 생각을 품고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연이 정한 이치대로 우리는 이곳에 유럽을 향한 창을 내고 굳건하게 바닷가에 서 있으리. 러시아의 대문호 푸시킨이 표트르 대제와 그의 도시를 노래한 서사시 '청동의 기사'의 한 대목이다. 여기서 '그'는 표트르 대제를, '유럽을 향한 창'은 서구의 근대 문물을 받아들인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의미한다. 그의 시구절처럼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첫인상은 영락없는 유럽이었다. 비록 간판은 키릴 문자로 그득하지만, 이곳에서는 수도 모스크바에서 느낄 수 없었던 자유로우면서도 여유로운, 마치 서구에 한 발짝 가까워진 것 같은 그런 향기가 느껴졌다. 러시아 최초로 황제가 다스리는 국가라는 뜻의 '제정 러시아'를 선포한 표트르 대제. 그가 새로이 설계하고, 유럽의 건축가들이 참여하여 장장 10년에 걸쳐 건설한 신도시가 바로 이곳 상트페테르부르크이다. 도시의 이름은 그가 유럽의 사절단으로 가 있을 때 가장 감명을 받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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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ia - Moscow 2 모스크바 강변에서 낭만 산책

도시 이름의 기원이 되는 모스크바강 여기서는 크렘린 본궁이 정면으로 보인다. 저길 들어갈 수 없다는 걸 미리 알았더라면 입장권을 안 끊고 그냥 여기서 여여하게 감상했을 텐데. 사람들로 북적이는 붉은 광장에 비하면 인적이 드문 이곳은 사색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장소다. 크렘린에서 모스크바강을 따라 걷다 보면 이런 보행자 전용 다리가 나오는데, 그 끝은 금빛 돔이 찬란한 구세주 그리스도 대성당(Khram Khristá Spasítelya)으로 이어진다. 로마노프 왕조 시대, 알렉산드르 1세 때 나폴레옹 군의 침략을 물리친 것을 기념하여 그 후대인 니콜라이 1세가 터키의 하기아 소피아 성당을 참조해서 지었다는데, 과연 참조하기나 한 걸까ㅡㅡ? 전혀 비슷한지 모르겠다는. 이 성당은 완공된 후에도 내부의 벽화 작업 때문에 무려 20년이란 시간이 더 걸렸는데, 그래서인지 입장료는 없으나, 벽화 보호 차원에서 내부 촬영을 금지하고 있었다. 그 웅장하고도 화려함의 극치를 뭐라 표현하면 좋을까.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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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ia - Moscow 1 붉은 도시

4박 4일간의 기차 여행이 끝나고, 드디어 종착지 모스크바에 도착했다. 내가 내린 곳은 야로슬라브스키(Yaroslavsky)역. 하지만 모든 TSR이 이 역에 서는 건 아니다. 이르쿠츠크에서 만난 다른 여행자들은 같은 시베리아 노선을 탔어도 카잔스키역이나 레닌그라드스키역에 내렸으니까. 참고로 이 근처에만 기차역이 세 군데나 있고, 그 외에도 대여섯 군데의 역이 더 있는 걸 보면 모스크바는 진정 방대한 유라시아를 품고 있는 대륙의 수도답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수도라고 해서 당연히 영어가 통하리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여긴 러시아니까.ㅡㅡ; 그래서 상트페테르부르크행 기차표를 살 때 또 한 번 식겁했다. 여행은 호기심과 열정에 시간과 돈만 보태지면 되는 건 줄 알았는데, 이렇게 언어장벽에 부딪힐 때마다 여행자로서 자격미달인 건 아닌가 싶어 심히 위축된다. 남미처럼 대륙 하나가 아예 통째로 스페인어를 써서 일만 시간의 법칙처럼 다니다 보면 어느새 익숙해지는 그런 곳이라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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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ia - Trans Siberian Railway - 세상에서 가장 긴 기차 여행

바이칼 호수에서 이르쿠츠크로 돌아오던 날, 드디어 "정통"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모스크바로 향했다. 몽골에서 올라올 때도 이미 타본 적이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건 횡단이 아닌 종단이므로 사진에서 보이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한 이 열차가 바로 정통 시베리아 횡단 노선인 것이다. * Irkutsk - Moskva: 21:27~11:03(+4), 4217루블 세계 최고의 면적을 자랑하는 러시아는 극동에서 극서까지 무려 10시간의 시차가 있고, 모든 시간은 수도인 모스크바를 기준으로 표기된다. 따라서 기차표에 표기된 시간도 모스크바 타임이고, 이르쿠츠크는 이보다 5시간이 빠르므로 출발 시각은 다음날 새벽 2:27. 백야 현상으로 자정 넘어까지 환한 까닭에 기차역으로 가는 길은 무섭지 않았지만, 꼭두새벽까지 대기실에서 기다리려니 무엇보다 잠이 쏟아져서 미치겠다. 자칫하다간 기차를 놓칠 수도 있는 상황이라 볼펜으로 허벅지를 찔러가며 독하게 참다가 겨우 승차해서 자리에 앉자마자 뻗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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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ia - Khuzhir - 깊고 푸른 바이칼호

이르쿠츠크에서 바이칼 호수를 보는 가장 쉽고 간단한 방법은 중앙시장에서 버스를 타고 1~2시간 거리에 있는 리스트뱐카(Listvyanka)에 다녀오는 것이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깊은 호수를 그저 가에서만 맴돌다 오기엔 뭔가 아쉬워서 호수 안에 있는 알혼(Olkhon)섬까지 직접 들어가 보기로 했다. 베이스캠프는 섬의 유일한 마을인 후지르(Khuzhir)로 정하고, 다행히도 이르쿠츠크의 호스텔에서 교통이랑 숙소까지 예약해줘서 편하게 다녀올 수 있... 을 줄 알았는데, 역시 오지(?)로 들어가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우선은 아침 7:30 예정이던 버스가 1시간이나 연착했고, 그 뒤로 호텔 몇 군데를 더 돌아 중앙시장에 한 번 더 정차해서 사람을 꽉꽉 채운 뒤에야 겨우 출발할 수 있었는데, 가는 길 또한 심하게 비포장 지대여서 장장 4시간 동안 분노의 롤러코스터를 경험하며 도착한 곳은 사휴르타(Sakhyurta) 마을의 선착장 키릴문자로 MPC, 영어로는 MRS 여기서 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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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ia - Irkutsk - 시베리아 횡단열차 타고 러시아로

몽골에서 러시아로 넘어갈 때는 기차를 이용했다. 중국처럼 육로 교통이 발달한 것도 아니고, 중국-몽골 국경에서 식겁한 일도 있어서 웬만하면 편하게 한 번에 이동할 수 있는 최적의 교통수단을 택한 것이다. * 울란바토르(몽골) - 이르쿠츠크(러시아): 기차 21:15~07:15(+2), 31시간 소요, 쿠페 79000투그릭 (지도 출처: thetranssiberiantravelcompany.com ) 몰랐는데 지금 내가 타고 가는 이 열차가 바로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한 루트인 Trans-Mongolian이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정통 시베리아 횡단철도는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톡에서 수도인 모스크바까지 가는 루트로, Trans-Siberian Railway, 줄여서 TSR이라고 부르며, 여기서 중간에 바이칼 호수가 있는 곳에서 몽골과 중국으로 내려가는 루트로 각각 나눠지는데, 그중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를 거쳐 중국의 북경까지 가는 노선이 지금 내가 타고 가는 Trans-Mongo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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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olia - Terelj - 지적이고 흥 많은 친구들과 함께하면 벌어지는 일

두둥~~ 여기가 바로 말로만 듣던 몽골의 전형적인 초원지대 테렐지 국립공원이다. 울란에서 계속 날씨가 흐리다가 러시아로 떠나기 전전날 극적으로 쨍쨍해져서 번개 같이 달려왔는데, 과연 어디를 찍어도 엽서구나. 자작나무 숲과 거북 모양의 바위산으로 유명한 이곳은 하루 동안 초원에서 말 달리고 게르에서 생활하는 게 전부인 단순한 투어라 가이드는 없다. 투어비는 1박 2일 30$, 국립공원 입장료 3000투그릭은 별도다. 이미 고비사막에서 일주일이나 넘게 게르를 체험했지만, 이렇게 광활한 초원에서 말을 탈 수 있다니 생각만 해도 테무진의 스피릿이 마구 느껴지지 않나.ㅋㅋ 오후 2시 점심, 5시 말 타기, 7시 저녁식사 외에는 자유 시간이라 다들 각자 플레이에 여념이 없다. 이번 멤버는 어떻게 된 게 나만 빼고 전부 연인끼리 친구끼리 와서 철저하게 혼자 놀아야 될 것 같다...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 밤 대박 반전이... 아랫마을 쪽으로 산책하다가 우유통 같은 걸 끌고 가는 여인과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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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olia - Gobi - 사막, 게르, 그리고 현대판 유목민들

드디어 고비사막으로 떠나는 날. 무려 7박 8일짜리로 내 생애 가장 긴 투어가 될 것 같다. 그것도 모든 게 부족한 사막으로 떠나는 것이다, 지금 이렇게 가면 일주일 동안 수도와 전기는 고사하고, 잠도 이동식 게르에서 자야 한다. 지형 특성상 일교차가 큰 까닭에 여름밤에도 솜이불을 덮고 자야 될 정도로 춥다지만, 다행히 숙소에서 오리털 침낭을 준비해줘서 개인 옷가지랑 8일 동안 씻을 물, 간식 정도만 챙겼다. 참고로 물은 생수 1.5L짜리로 4통을 준비했는데, 원래 물을 잘 안 마시는 체질이라 세수하고 손 씻고 다 해도 1통이 남았고, 걱정돼서 물티슈도 챙겨갔는데 단 한 장도 쓰지 않았으며, 삼시세끼 제공되는 식사가 의외로 맛있고 양도 많아서 비상식량으로 챙겨간 과자랑 초코바는 게르에 사는 아이들한테 전부 나눠주고 왔다. 사람은 없으면 없는 대로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는 동물이라는 걸 이번 고비사막 투어로 또 한 번 깨달았다. 참고로 투어 비용은 하루 38$씩 8일에 304$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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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olia - Ulaanbaatar - 심심한 도시에서 여행자가 살아남는 법

한때 몽골제국이라는 대역사가 있었음에도 척박하기 그지없는 환경 탓에 늘 살 만한 곳을 찾아 떠돌아다녀야 했던 유목민의 나라 몽골. 그래서 이 나라에서는 한 곳에 정착해서 문명을 꽃피웠던 흔적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전쟁하며 떠돌다 정착한 곳이 그때그때 수도가 되었고, 떠나고 나면 그 자리는 다시 아무것도 없는 불모지가 되었기에 상대적으로 도시의 역사가 짧은 울란바토르에서는 지금까지 해왔던 도시 여행의 패턴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여기서는 흔히 말하는 '걷고 싶은 도시'나 '살아보고 싶은 도시'적인 면모를 찾아볼 수 없었으니. 그런 심심하고 무미건조한 도시에서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지금까지 중 가장 다양한 국적의 가장 멋진 여행자들을 만났다. 둘도 없는 한국인인 걸 알고 매일 밤 맥주병을 기울였던 젠, 우노 게임 하나로 'asshole club'을 결성한 핀란드 또라이 야르꼬, 해리포터 친구 론을 쏙 빼닮은 스위스 젠틀맨 마티아스, 비록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가이드와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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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몽골까지 - 길에서 만난 고마운 사람들

이번 중국 여행은 아쉽지만 북경에서 마무리하려 한다. 마음 같아서는 그동안 감명 깊게 본 영화의 배경을 모두 둘러보고 싶지만, 그러기엔 중국은 너무 넓고 비자는 한정되어 있으니. 그래도 원래 뜻한 바대로 백두산과 고구려의 흔적은 밟아보지 않았나. 그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북한의 모습도 볼 수 있지 않았나. 일제의 수탈을 피해 이주한 조선족의 후예들이 살아가는 모습도 보고 가지 않았나. 무엇보다 중국어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는 게 이번 여행의 가장 큰 수확일 터. 지금 당장은 여행을 계속해야 하니 중국에 대한 관심은 일단 여기서 접어두고 이제는 몽골을 향해 조금씩 이동해 본다. * 베이징 - 얼리앤하오터(二连浩特): 육리교터미널(六里桥客运主枢紐)에서 버스 16:30~05:00(+1), 179元 * 자민우드(Zamiin-Uud) - 울란바토르(Ulaanbaatar): 기차 21:45~11:00(+1), 쿠페(2등석) 39200T(1Tugrik = 1\) 단 두 줄로 간단하게 적었지만,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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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a - 北京(Beijing) 2 천안문 광장과 금지된 도시

드디어 전문 너머에 있는 '금지된 도시' 자금성(紫禁城)으로 들어간다. 그는 또 수많은 뜰을 건너가야 한다. 그 많은 뜰을 다 지났다 해도 새로운 계단을 만나게 되고, 다시 뜰을 지나고 또다시 다른 궁전을 만나게 된다. 끝없이 몇 백 년, 몇 천 년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황제가 파견한 사절은 결코 그곳을 빠져나갈 수 없다. - 프란츠 카프카의 <황제의 전갈> 중 자금성에 간다면 꼭 읽고 가기를 추천하는 책이다. 단 두 쪽짜리 단편임에도 그 내용이 참으로 오묘해서 한없이 'kafkaesk'적인 이 소설은 숨통이 끊어져가는 황제의 전갈을 받은 아주 보잘것없는 신하가 자금성을 통과하는 여정을 마치 하나의 소우주를 헤매는 것과도 같이 표현해놔서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 몽롱함에 빠져든다. 과연 자금성은 그런 곳일까? 평일에도 북적이는 인파를 보니 역시 중국의 심장답다는 생각. 천안문과 단문을 지나 오문(정문)에 도착하니 좌우로 매표소가 기다랗게 늘어서 있다. 그만큼 방문객이 어마어마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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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a - 北京(Beijing) 1 후통의 매력

연길 - 북경 구간 2층 침대버스 이 좁은 공간에 중간 자리가 있는 것도 신기한데 심지어 2층 침대라니. 더 놀라운 건 버스 안에서는 신발을 벗고 있어야 한다는 거다. 버스 탈 때 비닐을 나눠줘서 쓰레기 넣으라고 준 건 줄 알았는데 다들 신발을 벗어 넣더라는. * 연길 - 북경: 침대버스 12:40~06:30(+1), 260元 다음날 아침, 누가 흔들어 깨우는 소리에 눈 떠보니 벌써 사람들이 내리고 있었다. "헉... 베이징?" "예~ 북경이에요." 조선족 운전기사의 시원스러운 대답에 겨우 정신 차리고, 내리면서 지하철 방향을 물어보니 한국말로 자세히 알려주신다. 덕분에 전문(前门)까지 헤매지 않고 한 번에 올 수 있었는데, 나는 전문대가(前门大街)가 이렇게 매력적인 곳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마치 영화 <마지막 황제>에 나올 법한 배경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지 않나. 그 느낌 그대로 여긴 청나라 말기 상점가를 그대로 재현해 놓은 관광테마거리여서 그때 그 시절 운행했던 전차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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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a - 延吉(Yanji) - 독립운동의 자취

백하에서 연길까지는 바로 가는 버스가 없고 안도를 거쳐야 한다. 물론 기차를 타도 되지만, 하루에 1타임밖에 없어서 그냥 30분 간격으로 출발하는 버스를 타기로 했다. * 백하 - 안도(安图): 버스 자주 있음, 3시간 소요, 24元 * 안도 - 연길: 버스 내린 곳에서 바로 연결, 1시간 소요, 13元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기차역 보이는가, 저 커다란 한글이! 여기가 바로 연변조선족자치주의 주도 연길이다. 버스터미널은 기차역 맞은편에 한글 간판이 난무한 건물 1층에 있었는데, 이름은 연길도로철도분류뻐스역이다. 건물 안에 숙소도 있고 룸살롱도 있으며, 용정이나 도문(두만강)으로 가는 버스도 여기서 탈 수 있다. 다만 북경으로 가는 버스는 연길도로철도분류뻐스역이 아닌 바로 옆 블록에 2층 침대 버스가 모인 곳에서 타야 한다. * 연길 - 북경: 침대버스 12:40~06:30*, 260元 참고로 기차는 더 오래 걸린다. 12:30~11:00(+1) 스케줄에 딱딱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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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a - 白河(Baihe) - 백두산 가는 길

* 집안 - 통화: 버스 1시간 간격 출발, 2시간 소요, 23元 너무 쫄깃해진 심장으로 본의 아니게 광개토대왕릉비를 건너뛰고 통화에 도착하니 점심때가 훌쩍 넘었다. 여기서부터 백두산이 있는 백하를 거쳐 연변조선족자치주의 용정까지는 기차가 연결되므로 중국 와서 처음으로 기차표를 예매했다. 창구에 목적지랑 날짜, 시간을 적어서 여권이랑 제시하니 좌석 등급은 물어보지도 않고 알아서 끊어준다. * 통화 - 백하: 기차 06:28~13:19, 57元 생각보다 상당히 깨끗했던 중국 기차 목욕을 안 해서 땟국물이 흐른다고 '되놈'을 '땐놈'으로 비하해서 부르는 말을 듣고 자란지라 중국에 대해선 안 좋은 선입견을 갖고 있었는데 웬걸, 청소도 말끔히 되어 있고, 시트와 베개도 새걸로 세팅되어 있고, 보온병에는 따뜻한 물까지 담겨 있었다. 어쩐지 다들 컵라면을 한 보따리씩 들고 타더라니. 자리를 못 찾고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역무원이 와서 자리를 안내해주고는 티켓을 플라스틱 카드로 바꿔주고 갔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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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a - 集安(Jian) - 고구려 2탄

* 환인 - 집안: 버스 06:30, 07:40 2대, 4시간 소요, 34元 환인에서 집안으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산 넘고 물 건너 오지 마을... 고개 하나 사이에 두고 다들 어찌 알고 지내는지 사람 하나 탈 때마다 인사를 주고받느라 난리다. 그 와중에 점점점 소외되는 1인... 4시간 동안 입 한 번 열지 않은 사람은 나뿐이었을 듯. 그런 내가 측은해 보였는지 중간에 안내양 언니가 딸기를 사 와서 나눠주기도 했다. 이런 시골 인심 오랜만이야. 험한 산길에도 버스는 예상보다 1시간이나 일찍 도착했고, 늘 그렇듯 터미널 근처 초대소(招待所)에 여장을 푸는데, 주인이 다시 노크를 하더니 공안 때문에 안 되겠다며 빙관으로 가란다. 응? 눈치껏 해석한 바로는 외국인은 저렴한 초대소 말고 좀 더 비싼 빙관으로 보내겠다는 국가적 차원의 경제정책 같은데, 한 블록 거리에 있는 빙관에서도 퇴짜를 맞으니 뭔가 불안해진다. 宾馆, 旅馆, 旅社, 招待所... 인터넷에서 긁어온 숙소 관련 단어는 다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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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a - 桓仁(Huanren) - 고구려의 태동지

단동에서 호산장성에 제대로 실망하고, 고구려의 자취를 찾아가는 행보 따위일랑 집어치우고 바로 백두산으로 뜰까 하다가 어차피 가는 길이니 딱 두 곳만 더 들르기로 했다. * 단동 - 환인: 버스 08:00, 10:10 2대, 5~6시간 소요, 56元 이번엔 환인이다. 어디서 들어본 이름 같지 않은가? 바로 단군신화에 나오는 하늘의 신 '환인'과 같은 환(桓)자다. 이름에서부터 민족적 정기가 훅 느껴지는 이곳에 바로 고구려의 태동지 '졸본성'이 있다. 물론 중국 이름은 '오녀산성'이지만. 단동에서 구불구불한 산길을 5시간 넘게 달려 도착한 환인은 지금까지 가본 대련이나 단동보다는 확실히 낙후된 시골 같은 느낌. 숙소 시설도 점점 열악해지고 있다. 물론 가격도 그만큼 저렴하지만. 욕실 포함 싱글 60元. 시내는 한산해서 을씨년스러운데, 마을 주위로 성벽이 둘러싸고 있어 꽤 고풍스러운 분위기다. 시내를 다니면서 보니 '오녀산성'이라 적힌 버스가 심심찮게 돌아다니길래 무턱대고 올라탔더니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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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a - 丹东(Dandong) - 압록강에서 북한 구경

적당히 번화하고 적당히 조용한 대련에서 중국 여행에 대한 워밍업을 하고, 드디어 압록강과 가까운 단동으로 이동했다. * 대련 - 단동: 승리광장 근처 터미널에서 버스 09:00~12:30, 91元 주말이라 자리가 없을까 봐 걱정했는데, 예매를 안 해도 자리는 텅텅 비었고, 승차권 외에도 생명보험이란 명목으로 1元을 더 거둬갔다. 생명보험이라니, 단돈 170원에 목숨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건가ㅡㅡ? 허허벌판을 지나 3시간 만에 도착한 단동은 대련보다 훨씬 번화한 곳이었다. 마오쩌둥 동상이 한 손을 치켜들고 있는 이 기차역 광장만 보면... 맞은편에 있는 버스터미널 주변은 이다지도 후진데, 그 와중에 찜질방과 한국식품 파는 슈퍼를 보고 또 반가워서 울컥한다. 감동해서 짝퉁 새우깡을 2元에 겟하고, 터미널에서 한 블록쯤 안으로 들어가니 거대한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주택가니까 당연히 숙박시설은 없을 줄 알았는데, 어이없게도 아파트 상가에서 여관을 발견했다. 더블 100, 보증금 200 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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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a - 大连(Dalian) - 중국 워밍업

두 번째 기약 없는 여행을 떠나는데 날씨가 반겨주질 않는다. 이래서야 배가 제대로 뜰까 싶은데, 그래도 매표소는 북적였고, 이코노미 침대칸은 만원이다. 리턴 티켓 없이 편도 배표만 끊었는데도 아무런 검사 없이 통과되는 걸 보면 원래 배가 비행기보다 느슨한 건지 아니면 중국은 원래 리턴 티켓이 필요 없는 건지... (나중에 알고 보니 후자였음) 인천국제여객터미널의 모습도 좀 충격이었다. 그래도 국제선인데 하며 공항에서의 친절과 청결을 기대했건만, 쓰레기가 여기저기 나뒹구는 대기실 한쪽에는 소주병이 수북이 쌓여 있고, 한국어보다 더 많이 들리는 중국어와 먼저 줄 섰는데 왜 옆줄부터 들여보내냐며 대드는 사람들과 공권력이 뭔지 당해보라며 권력을 마음껏 남용해주시는 직원 아저씨... 이미 중국은 여기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승선하자마자 놀란 것 중 또 하나는 직원들이 전부 어설픈 한국말을 쓰는 중국인이었다는 것. 그래서 안내 방송도 잘 들어야 한다. 애매한 발음으로 말해주기 때문에 까딱하다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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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ada - Vancouver - 별것 아니지만 영화처럼

"Will you marry me?" 산드라 블록과 라이언 레이놀즈가 나오는 <프로포즈>를 올해만 2번이나 봤다. 그것도 비행기에서. 반년 전 인천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로 가는 길에 한글 자막으로 1번 보고, 반년 후 멕시코시티에서 토론토로 가는 길에 에스빠뇰 자막으로 2번째 보는 중. 굳이 이걸 또 찾아본 이유는 엔터테인먼트에 볼 만한 게 없어서.ㅡㅡ; 그러고 보면 에어캐나다는 반년 동안 업데이트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덕분에 내 에스빠뇰 실력도 어느 정도인지 파악할 수 있었는데, 라틴의 땅을 그렇게 돌아다녔는데도 전혀 늘지가 않았더라. 아마도 나는 어학보다는 내가 보고자 했던 것에 집중했거나 아니면 영화가 나랑은 전혀 상관없는 결혼에 관한 내용이어서 어휘가 생소했는지도 모른다. 그나저나 이 영화는 몇 번을 봐도 질리지가 않냐. 역시 산드라 블록의 로코는 옳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때부터 알아봤지만, 썩 예쁘지 않아서 더 찰진 연기가 그녀의 매력인 듯. 그리고 이 영화로 알게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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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xico - Ciudad de Mexico 2 멕시코의 기원, 그리고 현재, 어쩌면 미래

16세기 스페인의 콩키스타도르들이 이곳에 도착했을 때 신비한 물의 도시가 있는 풍경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호수 위에 떠 있는 이 섬은 10km에 달하는 원도심 형태로, 육지까지 6개의 다리가 연결되어 있고, 거리는 정기적으로 청소가 될 정도로 깔끔했는데, 섬 안에는 방대한 시장이 형성되어 있어 2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물건을 사고팔고 있었다고 한다. 이 섬의 이름은 테노치티틀란(Tenochititlan). 바로 아스텍 제국의 수도이며, 멕시코시티의 중심 광장인 소칼로가 있던 자리이자 이 나라의 기원이 되는 곳이다. 테노치티틀란 지도와 섬의 중심에 있었던 템플로 마요르(Templo Mayor) 유적 템플로 마요르 너머로 보이는 곳이 바로 멕시코시티의 중심 소칼로 광장이며, 광장의 한쪽에 보이는 고풍스러운 건물은 스페인인들이 아스텍 신전을 무너뜨리고 세운 대성당이다. 참고로 호수는 스페인인들이 도시를 건설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메워버렸다는. 스페인 정복자들이 죄다 파괴해놔서 옛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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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xico - Ciudad de Mexico 1 테오티우아칸의 희생

마야 유적지 편에서 언급했듯이 라틴아메리카에서 제일 먼저 발생한 문명은 중미 일대에서 일어난 마야(Maya) 문명이다. 시기적으로는 기원전 20세기쯤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그 후 올멕(Olmec), 사포텍(Zapotec) 등 자잘한(?) 문명이 생겨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다가 마야 문명이 번성하기 시작한 기원후 1세기경, 멕시코시티 부근에서는 테오티우아칸(Teotihuacan)이라는 도시가 탄생했다. 이 도시국가는 4~5세기 정도의 짧은 기간 동안 존속하다 사라졌고, 그 후 멕시코시티를 중심으로 아스텍(Aztec)이라는 거대한 문명이 일어났기 때문에 테오티우아칸을 문명으로 치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으나, 피라미드 규모가 아메리카 대륙에서 최고봉이라는 점과 마야 문명보다 훨씬 치밀하게 조성된 도시 구조, 그보다 한술 더 뜬 역대급 인신 공양으로 인해 역사적으로는 충분히 한 획을 그었다고 할 만하다. 이런 이유로 멕시코시티에 도착하자마자 테오티우아칸부터 다녀왔는데, 이미 마야 문명과 잉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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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xico - Oaxaca - 맛과 멋의 도시

'Cubana Canceled' 아바나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칸쿤의 여행사에서 구매할 때만 해도 리컨펌 안 해도 된다는 사실을 몇 번이나 확인했는데, 이제 와서 캔슬이라니!! 어젯밤 꿈자리가 뒤숭숭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어.ㅠㅠ 울상을 지으며 쿠바나 항공 사무실로 갔더니 나 말고 2명이 더 있다. 승객이 우리 셋밖에 없어서 캔슬된 거라며, 칸쿤으로 가는 멕시카나 항공편을 연결해주겠다는데, 문제는 16:50 출발. 칸쿤에서 멕시코시티로 가는 17:00 비행기를 타야 해서 사정을 말하니 멕시코시티로 바로 연결해주겠단다. 응? 뭐가 이렇게 쉬워ㅡㅡ? 쿠바 여행이 이렇게 스무스해도 되는 거야?? 만국기가 걸려 있는 아바나 공항과 멕시카나 항공의 기내식 참고로 아바나에서 멕시코시티까지는 비행기로 1시간 거리다. 완전 가까운 것 같지만, 국제선이기 때문에 입출국 절차를 거쳐야 해서 멕시코시티 공항에서 짐 찾고 나오니 벌써 저녁 9시가 넘었다. 지금 시간에 위험한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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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ba - Habana - 아바나에서 모히토 한 잔

드디어 아바나로 간다. 쿠바의 수도이며, 한때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화려했던 도시. 그러나 지금은 과거의 영광이 무색하게도 초라하게 나이 들어버린 도시. 스페인어로는 Habana, 영어로는 Havana. 어쩌다 중간에 b가 v로 바뀌었는지 모르겠지만, 둘 다 좋다. 아바나든 하바나든, 내가 애정해 마지않는 콤파이 세군도의 노래를 들으며 모히토 한잔할 수 있다면. * Santa Clara - Habana: Viazul 08:20~11:40, 18CUC 3시간쯤 걸린다는 비아술 버스가 처음으로 연착을 했다. 역시 수도에서 도로 정체는 필수인가. 늦어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산타클라라의 카리 아줌마로부터 미리 연락을 받은 로사가 내 이름이 적힌 A4 종이를 들고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쿠바 민박의 자체 연계 시스템. 어쩌다 얻어걸린 산티아고의 숙소 중개인으로부터 시작된 카사 파르티쿨라르는 내가 일부러 찾아가지 않아도 예약에서 픽업까지 알아서 척척 진행해주었다. * Sra. Ro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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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ba - Santa Clara - 체 게바라의 도시

남미 여행을 처음 시작할 무렵, 아르헨티나에서 체 게바라를 만난 적이 있다. 정확하게는 혁명 전의 에르네스토 게바라가 살았던 집이지만, 거기에는 유년 시절의 그와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의 그, 그리고 혁명가로서 짧은 생을 살다 간 그의 일대기가 모두 담겨 있었다. Argentina - Alta Gracia -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길에서 지내는 동안 무슨 일인가 일어났어요." 23살의 한 의학도는 학위를 마치자마자 남미라는 거대한 대... blog.naver.com 그리고 시간이 흘러 남미 여행의 끝무렵, 쿠바에서 그를 다시 만나러 간다. 아르헨티나 출신인 그가 남미 대륙의 부조리와 맞서 싸우기 위해 혁명의 불씨를 태운 곳, 그리하여 쿠바 혁명의 첫 번째 승리를 안겨준 곳 산타클라라(Santa Clara)를 향하여. * Trinidad - Santa Clara: Viazul 15:30~18:20, 8CUC 지금까지 밤차만 타서 그런가, 처음 보는 낮 버스의 풍경이 새삼 낯설다. 쿠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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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ba - Trinidad - 설탕 계곡의 전설

쿠바의 설탕 역사는 16세기 대항해 시대부터 시작됐다. 당시 유럽의 주요 설탕 공급지였던 카나리아 제도에서 사탕수수를 가져간 콜럼버스는 아이티를 비롯한 쿠바, 자메이카 등지에 옮겨 심었고, 비옥한 토양과 풍부한 일조량, 그리고 강한 번식력이라는 삼박자가 맞아떨어지면서 아메리카 대륙은 순식간에 세계적인 설탕 기지로 거듭나게 된다. 그중에서도 카리브해의 무역 중심을 담당했던 쿠바는 대규모 사탕수수 농장과 함께 무역을 위한 철도와 항만 등 각종 인프라가 갖추어지면서 전성기를 맞게 되는데, 그 중심에 거대한 설탕 계곡을 품은 도시 트리니다드(Trinidad)가 있었다. * Santiago - Trinidad: Viazul 19:30~06:30(+1), 33CUC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고 했던가. 산티아고에서 밤 버스를 타고 트리니다드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6:30. 칠흑같이 어두운 새벼녘에 터미널 대기실까지 굳게 잠겨 있어 당황하던 찰나, 다행히 산티아고의 카사 주인으로부터 미리 연락받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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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ba - Santiago de Cuba - 혁명과 예술과 카리브해의 앙상블

쿠바는 왠지 이번 남미 여행의 외전 같은 느낌이다. 그건 마치 칠레에서 이스터섬으로 향할 때의 신비로운 설렘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동남아에 있으면서도 동남아스럽지 않은 미얀마의 유니크함을 떠올리는 아주 복잡 미묘한 감정들. 이 모든 건 혁명과 독재정권이 공존하는 아이러니, 그리고 폐쇄 경제 정책으로 겉보기엔 가난하지만 정신적으로는 가난하지 않은 나라 쿠바만이 가지는 독특한 상징성 때문이리라. 쿠바가 낳은 세기의 뮤지션 콤파이 세군도의 노래를 들으며 아바나로 향한다. 노래 제목처럼 20년 전에 멈춰버린 (어쩌면 그보다 더 오래됐을지도 모를) 이 나라의 스토리텔링을 찾아서. * Cancun(Mexico) - Habana(Cuba): Cubana Airlines 14:40~16:20 멕시코 칸쿤의 국제공항에서 지금까지 중 가장 많은 미국인을 보았다. 국가 간의 수교가 단절됐으니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루트는 멕시코의 칸쿤을 거치는 것이리라. 가족 단위로 화려한 휴가 복장을 하고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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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xico - Cancun - 쿠바 프리퀄

드디어 이번 여행의 종착지 멕시코로 가는 길. 이제 산 넘고 물 건너가는 이런 험한 길도 마지막이다. 멕시코는 중미의 선진국일 테니. 도로도 쭉쭉 뻗어있을 것이고, 버스도 아르헨티나만큼 쾌적할 것이다. 그러니 오지(?)에서의 마지막 경험을 즐기자며... 마음은 그렇게 먹었지만, 막상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는 저런 쪽배를 타려니 심히 불안하다. 설상가상 30분을 넘게 달리고 있는데도 선착장은 보이질 않고... "웰컴 투 더 랜드 오브 키드내핑ㅋㅋㅋ" 과테말라에서 함께 출발한 여행자 중 한 명이 던진 말에 순간 빵 터졌다. 말은 안 하고 있었지만 다들 심란하긴 마찬가지였는지 그제서야 멕시코 치안에 대해서 봇물 터지듯 한마디씩 쏟아져 나온다. 멕시코시티의 살인율은 세계 몇 위인지, 총기 소지는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대낮의 길거리 납치는 여전한지... 어쩌다 이 나라의 키워드가 이런 걸로 점철되어버렸을까. 하지만 그런 염려가 무색하게도 10분쯤 지나서 배는 멕시코 국경인 프론테라 코로살(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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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문명의 시조, 마야 문명 - 코판, 티칼, 팔렝케 유적을 지나며

남미 여행을 아르헨티나부터 시작하다 보니 아래에서 위로 올라오는 루트가 되어 본의 아니게 잉카 문명부터 먼저 들렀는데, 시기적으로 남아메리카에서 가장 먼저 발생한 문명은 중미에서 일어난 마야(Maya) 문명이다. 그 뒤를 이어 아스텍(Aztec) 문명이 멕시코를 중심으로 일어나고, 이와 비슷한 시기에 페루를 중심으로 잉카(Inca) 문명이 꽃 피어났으니 시간적 순서로는 마야 -> 아스텍 -> 잉카가 되겠다. 각 문명의 시기는 백과사전마다 다르게 표기되어 있으나, 발생 시점은 대체로 연대 미상인 경우가 많아서 각 백과사전의 평균치 또는 가장 많이 나온 연대를 참고했고, 멸망 시점은 일괄적으로 16세기 대항해 시대 스페인의 정복 이후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지도 출처 https://courses.lumenlearning.com/suny-ushistory1os2xmaster/chapter/the-americas/ ) 세 문명에 대한 자료를 검색하다가 전체 영역이 표시된 지도가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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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atemala - 빛과 그림자 그리고 또띠아

온두라스에서 과테말라로 넘어온 순간 무슨 선진국에라도 온 줄 알았다. 울창하던 밀림지대가 끝나고, 정갈한 논밭이 이어지더니 도로 상태도 완전 평탄대로. 심지어 이민국은 같은 건물에 있어서 체크아웃과 체크인이 동시에 이루어졌고, 남미 국경의 단골 메뉴인 짐 검사도 일절 없었다. 이렇게 빨리 국경을 넘은 건 유럽의 쇵겐 조약 이후 처음인 듯. 그래서 착각했다. 과테말라는 중미에서도 잘 사는 나라일 거라고. 멕시코에서 가까우니 경제도 엇비슷할 거라고. 이런 생각은 콜로니얼 도시의 끝판왕이라는 안티구아(Antigua)에 와서 더욱 확실해졌는데, 듣던 대로 규모나 분위기나 가격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남미의 다른 국가들이 그렇듯 원주민의 역사는 16세기 스페인의 식민 건설로 대대적인 변화를 맞게 되는데, 그중에서도 안티구아는 중미의 식민 정부가 있던 곳이어서 주요 건물이 많이 남아 있었다. 물론 수차례 발생한 지진으로 훼손되고 복구되기를 반복하면서 심하게 낡은 부분도 없지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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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sta Rica, Nicaragua, Honduras - 중미를 지나가는 중입니다

파나마부터 온두라스까지는 중미의 특급(?) 국제버스인 Tica Bus를 이용했다. 국가 간 주요 도시를 한 번에 갈 수 있고, 아르헨티나만큼 쾌적한 시설에 달러로도 계산이 가능하며, 웬만하면 정시 출도착 한다는 후기 때문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선택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커미션 명목으로 국경세를 너무 뻥튀기해서 받아먹더라. 어쩐지 중미 물가에 비해 가격이 좀 세더라니. * 파나마시티 - 코스타리카 산호세: Tica Bus, 23:00~14:00(+1), 25.1$, 파나마 출국세 1$ 면세의 나라인 파나마는 입국세가 없는 대신 출국세 1$가 있었고, 중미에서도 생활수준이 괜찮다는 코스타리카는 입출국세가 아예 없었다. 파나마 출국할 때 짐 검사를 좀 세게 한 것만 빼면 티카 부스로 이동한 구간 중 제일 양호했던 듯. * 코스타리카 산호세 - 니카라과 그라나다: Tica Bus, 12:30~20:00, 23$, 니카라과 입국세 8$ 일단 저녁 도착이라는 시간대부터가 쉣이고,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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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ama - Ciudad de Panama - 파나마 게이샤보다 파나마 운하

파나마는 어딘가 미국스러웠다. 미국을 가본 적은 없지만, 할리우드 영화에 나올 법한 거리가 곳곳에 펼쳐져 있었으니. 게다가 달러가 공식 화폐이기도 하고. 이 모든 것에는 미국이 파나마의 독립과 운하 건설에 일조했기 때문이리라. 물론 그 배후에는 파나마 운하에 대한 이권 쟁탈이 있었지만. 숙소는 여행 카페에서 추천된 곳으로 갔는데, 숙소가 있는 Via Argentina 거리 일대는 부촌 느낌이 나는 쾌적한 동네였다. 여기서 두어 블록만 걸어 나가면 Vía España 대로가 펼쳐지는데, 그 길을 따라 대형마트와 버스정류장이 밀집해 있으며, 이 두 도로 사이에는 세계 자유무역의 거점답게 각국의 은행이 몰려 있어 보안 하나는 철저했던 것 같다. 한마디로 여긴 안전지대였단 얘기. * Hostal Voyager, Via Argentina y Cangrejo Edificio, Emilsani Piso 2: 도미/조식/타월 10$ 주인아저씨가 모건 프리먼을 닮아서 영어로 말 걸었더니 역시나 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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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mbia, Panama - 눈물의 국경 넘기

오직 비행기를 타기 위해 온 메데진(Medellin). 그래서인지 딱히 뭘 보겠다는 의욕도 없고, 그냥 가는 날까지 안전하게 잘 있다가 별 탈 없이 파나마로 넘어가면 그만이라 생각했기에 거의 모든 시간을 숙소에서 보냈다. * Hostal La 33, Calle 33 No.80B-39: 도미 17000페소, 조식 포함 여기도 보고타의 태양여관처럼 한국인이 운영하는 인터내셔널 호스텔이지만, 아직 생긴 지 얼마 안 돼서 손님이 별로 없다. 숙박객 입장에서야 깨끗하고 시설 좋은 데서 조용히 쉴 수 있어 좋지만, 이런 좋은 장소에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다는 건 참으로 안타까운 일. 하긴 나도 비행기만 아니었다면 이 도시에 오지도 않았을 테니 손님이 없는 건 어쩌면 당연한 현상인지도 모르겠다. 남은 콜롬비아 페소를 달러로 환전하기 위해 딱 한 번 버스를 타고 시내에 갔는데, 콜롬비아 제2의 도시라는 곳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지저분해서 깜놀하고, 은행에서 환전하는데 필요한 서류가 한두 가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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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mbia - Manizales - 커피 투어

나는 원래 coffee person이 아니었다. 스벅을 가도 요거트스무디만 시키는 인간이었는데, 그런 내가 남미에 와서 인터내셔널 호스텔 생활 좀 했다고 융드립종이 필터가 아닌 천으로 된 필터로 내려먹는 블랙커피)에 반할 줄이야. 커피 왕국 남미에선 커피 자체 품질뿐만 아니라 도구도 남달라서 웬만한 숙소에선 융드립이 숟가락 수만큼이나 있더라. 그 생김새가 묘하게 호기심을 자극해서 몇 번 타 먹다가 그만 중독되고 말았다지.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많은 커피 산지를 지나오면서 정작 커피 투어는 단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는 사실. 그래서 남미를 떠나기 전 무슨 일이 있어도 커피 투어만큼은 꼭 하고 가리라 결심했다. 엄밀히 말하면 아직 중미가 남아 있고, 오히려 그쪽에 커피 산지가 더 많이 몰려 있지만,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엔 콜롬비아만 한 곳이 없다고 하여 온 김에 커피 산지로 유명한 친치나(Chinchina)에 가 보기로 했다. * Bogota - Manizales: Rapido 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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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mbia - Zipaquira - 세상에서 가장 깊은 성당

보고타에서 1시간 거리에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소금성당(Catedral de Sal)이 있다고 하여 들렀다. 소금성당이 있는 시파키라(Zipaquira) 마을 보고타에서 트란스 밀레니오를 타고, 종점에 내려 "시파, 시파, 시파~~" 외치는 버스를 갈아타면 1시간쯤 후에 이 아담한 마을에 도착하는데, 광장에서 오르막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올라가면 옆으로는 멋진 마을 전경이 펼쳐지고, 곧 거대한 광부 동상이 보이는데, 여기가 소금성당 입구다. 관람은 투어로만 가능하며 입장료는 15000페소. 표를 사서 암염 터널 앞으로 가면 투어팀을 배정해주는데, 대부분 현지인이라 영어 투어는 30분 정도 기다려야 했다. 입구에서 성당까지 장장 2km에 달하는 암염 터널 이곳은 원래 바다였던 곳인데 지각변동으로 육지가 되면서 소금 결정이 남아 지금의 모습처럼 되었다고 한다. 여기까지 소금을 캐러 온 광부들은 이보다 더 깊숙한 곳에 성당을 만들고 안전을 기원했는데, 크고 작은 예배당이 무려 14군데나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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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mbia - Bogota - 한 번쯤 살아보고 싶은 도시

드디어 남미 대륙의 끝 콜롬비아로 가는 날. 국경을 넘는다는 건 늘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한다. 버스는 무사히 탈 수 있을지, 국경에서 험한 사람을 만나지는 않을지, 환전은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그리고 국경 너머의 저 나라들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을지... 그런 만감이 교차하는 심정으로 메트로부스를 타고 터미널 카르셀렌(Terminal Carcelen)으로 향한다. 콜롬비아와 인접한 국경 도시 툴칸(Tulcan)으로 가기 위해. * Quito - Tulcan: 버스 자주 있음, 5시간 소요, 4.5$, 터미널 이용료 0.2$ 키토에 도착하던 날 봤던 삐까뻔쩍한 키툼베 터미널과 달리 시골 버스정류장 같은 터미널 카르셀렌에서 낡디 낡은 버스를 타고, 5시간 동안 구불구불한 산길을 올라 툴칸에 도착하니 벌써 점심시간이 훌쩍 넘었다. 밥은 국경 넘어가서 먹기로 하고, 부리나케 아요라 공원으로 움직여본다. 거기 가면 콜롬비아의 국경 이피알레스(Ipiales)로 가는 버스를 탈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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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uador - Quito - 세상의 중심

드디어 적도로 간다. 지도상에서 위도가 0도인 곳. 그래서 세상의 중심(Mitad del Mundo)이라 불리는 그곳. 나라 이름부터가 적도인 에콰도르의 수도 키토(Quito)를 향하여. 쿠엥카에서 밤 버스를 타고 도착한 곳은 또 으슥한 뒷골목이다. 탈 때는 분명 번듯한 터미널이었는데, 왜 늘 내릴 땐 이상한 곳에 세워주는가ㅡㅡ? 키토 터미널이냐고 몇 번을 물어봐도 맞단다. 그러면서 불빛이 새어 나오는 건물을 가리키는데, 도대체가 저 우중충한 건물이 한 나라의 수도에 어울리기나 하냐며 들어갔더니 완전 삐까뻔쩍한 건물!! 이 공항 같은 건물은 키토 이남 지역으로 발착하는 키툼베 터미널(Terminal Terestre Quitumbe)이다. 이름을 보아하니 키토에서 페루의 툼베스까지 운행하는 모양. 참고로 북부로 가려면 터미널 카르셀렌(Terminal Carcelen, Terminal Norte라고도 함)으로 가야 한다. 콜롬비아로 넘어가기 위해 툴칸행 버스회사를 찾다가 없어서 경찰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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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uador -Gualaceo - 인디오 시장의 끝판왕

쿠엥카에 머무는 동안 운 좋게도 일요일에만 열린다는 괄라세오(Gualaceo) 인디오 시장을 볼 수 있었다. * Cuenca - Gualaceo: 버스 자주 있음, 1시간 소요, 0.6$, 터미널 이용료 0.1$ 일요장인 만큼 버스에는 사람들이 미어터졌고, 그중 여행자처럼 보이는 사람이 나밖에 없어서 의외였고, 괄라세오 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다들 어디론가 사라져서 또한 난감해졌다. 도대체 인디오 시장은 어디 있는 거야ㅡㅡ? 마침 지나가는 사람이 있어서 메르카도 방향을 물으니 오히려 "메르까도? 꼬미다?" 하며 되묻는다. 응? 시장이 하나가 아니었나? 그냥 메르카도라고 하니까 2블록쯤 가서 좌회전하란다. 친절한 시민이 가르쳐준 대로 간 곳엔 아담한 광장이 있었는데, 여기가 바로 인디오 시장이 열린다는 과야킬 광장(Plaza de Guayaquil)이다. 괄라세오에 있는 광장에 왜 굳이 과야킬이란 이름이 붙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시내 중심답게 교회도 있고, 인포메이션도 있었다. 별 도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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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uador - Cuenca - 쉼

리마에서 국경 도시 툼베스로 가는 길 역시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이전 포스트에서도 썼지만, 리마는 터미널이 따로 없고 해당 버스회사에서 예매하고 타는 시스템이라 툼베스로 발착하는 시바 플로레스(Civa Flores) 사를 찾아가는 것부터가 난관이었는데, 시설도 완전 구려서 중간에 몇 번이나 뛰어내리고 싶었다는. (지금은 Plaza Norte란 곳에 종합터미널이 생겼다고 함) 게다가 툭하면 경찰이 들이닥쳐서 여권 검사, 짐 검사를 하는 바람에 툼베스에 도착할 즈음엔 거의 좀비 상태에 이르렀는데, 내려주는 곳도 하필 한적한 도로가의 구멍가게 앞이다. "뚬베스?" "씨." "터미널은?" "아끼." "에콰도르 버스는?" "시파." 또 욕이냐... 알고 보니 버스에서 내린 곳 바로 앞에 있는 구멍가게가 시바(Civa) 사였고, 그 옆에 에콰도르로 가는 시파(Cifa) 사가 있었다. 시바와 시파라니, 뭔가 '서태지와 아이들'처럼 입에 착착 달라붙는 이름이지 않나.ㅋㅋ * Tumbes(Pe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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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u - Lima - 콩키스타도르의 도시

나스카에서 지상화를 볼까, 이카에서 와카치나 사막을 갈까, 피스코에서 피스코 사워를 마실까...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가 그동안 다녀온 나라와 지형이 많이 겹치고, 나스카 경비행기는 멀미에 약한 사람에겐 쥐약이란 얘길 들어서 포기하고 보니 남은 건 리마밖에 없더라. * Cuzco - Lima: 버스회사 많음, 16:00~14:00(+1), 55솔, 터미널 이용료 1.1솔 밤새 첩첩산중을 넘어 다음날 오전쯤 나스카와 피스코를 지나 점심 무렵 리마에 도착했는데, 버스터미널이 따로 없는지 해당 버스회사 앞에 세워준다. 알고 보니 여긴 대부분의 버스회사가 몰려 있는 아방카이 대로(Av.Abancay). 다음 목적지인 툼베스행 버스를 예매하려고 여기저기 돌아다녔는데 하나같이 안 간다며 튕겼다. "께 에스 놈브레 데 라 꼼빠냐 아 뚬베스?" "시바." "응ㅡㅡ?" "시바 플로레스." 여기가 아니라 2블록 아래로 내려가야 된다는데, 가르쳐준 대로 가도 안 보여서 한참을 헤맸다. 찾아가는 길도 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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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u - Machu Picchu - 잃어버린 도시를 찾아서

드디어 공중도시 마추픽추로 가는 날. 설레서 잠도 안 올 줄 알았는데 여행 이래 처음으로 알람 소리를 듣고 깼다. 새벽 4시에도 불이 환하게 켜진 골목길을 보니 굳이 5시에 출발하는 버스를 기다릴 필요가 있나 싶어 채비를 하고 나섰는데, 버스정류장을 지나 구불구불한 산길로 들어서자 갑자기 불빛이 끊겨버렸다. 가로등은 마을까지만 허용된 인프라였어... 이제 와서 돌아가긴 싫고 어쩔까 망설이는데, 곧 헤드랜턴을 쓴 사람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들의 불빛에 의지하며 구불구불한 돌계단을 무려 13구간이나 올라 마추픽추 입구에 도착하니 그제서야 동이 터온다. 벌써부터 이렇게 힘든데 와이나픽추에 오를 수 있을까? 자신은 없지만, 혹시 몰라서 대기 줄을 섰다가 와이나픽추 번호표를 받아냈다. 34번. 하루에 200명으로 제한한다고 하니 아직 166명이 더 남았군. 티켓과 여권, 학생증을 꼼꼼히 검사한 후 바로 옆에 있는 건물에서 마추픽추 스탬프를 찍었다.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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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u - Aguas Calientes - 잉카 트레일을 따라

쿠스코에서 마추픽추로 가는 방법은 3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가장 간단하지만 비싼 아구아스 칼리엔테스행 기차를 타는 것이고, 두 번째는 아구아스 칼리엔테스 바로 전 역인 오얀타이탐보까지 버스로 이동했다가 나머지 구간을 기차로 가는 것이며, 세 번째는 오얀타이탐보에서 다시 버스로 산루이스-산타마리아-산타테레사-이드로까지 이동했다가 이드로에서 기찻길을 따라 걸어가는 방법이다. 참고로 걷는 데만 2시간 넘게 걸린다는. 비용적으로 따진다면야 당연히 세 번째 방법이 절대 우위지만, 일행도 없이 여자 혼자 굳이 무리수를 두고 싶진 않아서 그냥 두 번째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그런데 쿠스코에 있는 인포메이션에서 오얀타이탐보행 버스를 알아보다가 한 가지 정보를 더 입수했다. 중간에 우루밤바를 거치면 차비가 거의 반으로 줄어든다는 거다. 덕분에 우루밤바강을 따라 형성된 잉카 트레일을 현대판 차스키가 되어 추적해 본다. 참고로 차스키(chaski)는 바퀴가 없던 잉카 시절에 소식을 전하거나 물자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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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u - Cuzco - 잉카의 중심

콜카 캐년에서 아레키파로 돌아오던 날, 컨디션이 좋지 않음에도 밤차로 쿠스코(Cuzco)로 이동했다. 잉카인의 애환이 담긴 '엘 콘도 파사'를 듣다 보니 그들의 문명이 더욱 궁금해져서, 그리고 가사에 나오는 안데스의 고향인 마추픽추도 하루빨리 가보고 싶어서. 이제부터는 속도를 좀 내보기로 했다. * Arequipa - Cuzco: 19:00~06:00(+1), 25솔, 터미널 이용료 1.5솔 쿠스코도 터미널에서 시내까지 거리가 꽤 멀어서 택시를 탔는데, 싱글룸 20이라며 당연한 듯 딜을 해오는 기사 양반ㅋㅋ 이른 아침이라 비몽사몽 간에 따라갔는데, 아레키파와 비슷한 시설에 가격은 2배다. 그래, 잉카의 핵심에 왔으니 그만한 물가는 감수해야지. * Hostal Acosta's, Choquechaca 124: con bano 30, sin bano 20, 조식 포함 조식 포함이래봤자 콜카 캐년 투어 때 먹었던 공갈빵에 버터와 잼이 전부였지만, 식사를 할 수 있는 옥상의 전망이 너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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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u - Arequipa - 페루 안의 유럽 feat. 엘 콘도 파사

칠레와 맞닿아 있는 페루 측 국경 타크나(Tacna)는 생각보다 큰 도시였다. 도로도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고, 조경도 잘 되어 있고, 강렬한 햇살 때문인지 전체적으로 분위기도 밝아 보인다. 역시 잉카의 후예는 달라... 감탄하며 터미널로 들어선 순간 우르르 몰려드는 삐끼들. 어디로 가냐고 묻길래 얼떨결에 아레키파(Arequipa)라고 했더니 건너편에 있는 nacional terminal로 가란다. 칠레로 발착하는 이곳은 internacional이라며. * Tacna - Arequipa: 버스회사 많음, 09:15~16:00, 20솔, 터미널 이용료 1솔(약 400원) 공항만큼이나 넓은 타크나의 국내 버스터미널에는 없는 게 없었다. 오히려 1인당 GDP가 남미 상위권이라는 칠레보다 훨씬 고급진 느낌. 버스회사도 다양해서 시간대, 가격대별로 골라 탈 수 있었는데, 시설은 볼리비아보다 좀 더 나은 수준이었다. 정말 볼리비아만 한 곳은 두 번 다시 없을 듯. 하지만 곧 이런 산악지대로 접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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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에서 페루까지

모헤치스에서 쿠리치바로 돌아오던 날, 파라과이로 넘어가는 밤 버스를 탔다. 아르헨티나와 칠레 끝에서 가로로 놓인 볼리비아와 파라과이, 그리고 브라질을 돌아봤으니 이젠 서쪽으로 넘어갈 차례. 사실 브라질에서 비행기를 탈까도 생각했지만, 그러려면 리우나 상파울루로 가야 하는데, 위험한 곳에 굳이 다시 들르고 싶지 않아서 최단 거리로 육로 이동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중 파라과이에서 만났던 아저씨들로부터 파라과이 아순시온에서 칠레 이키케까지 직행 버스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이키케는 페루 국경과 맞닿은 곳이니 이만 한 루트도 없겠다 싶어 열심히 이동해 보기로 한다. * Curitiba(Brasil) - Ciudad del Este(Paraguay): Pluma 21:30~06:00(+1), 90헤알 새벽 5시쯤 포스 두 이과수에 있는 Pluma 사무실에 들렀는데, 국경 문 여는 시간까지 대기하려고 그런 모양이었다. 날이 밝아오자 다시 버스를 타고 파라과이 국경까지 무사히 도착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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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sil - Morretes - 가끔 기차 여행

어제 비가 퍼부어서인지 오늘은 더없이 날씨가 화창하다. 그래서 더욱 설렌다. 남미에서 처음으로 해보는 기차 여행이. 숙소에서 제공되는 조식을 든든히 챙겨먹고 기차역으로 갔더니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파라나과행 기차가 아니어서 인기가 없을 줄 알았는데 모헤치스도 꽤 인기 있는 모양이다. 기차는 생각보다 작았지만, 다행히 2 좌석에 혼자 앉을 수 있어서 나름 여유로웠고, 원래는 승무원이 포르투갈어로 설명을 해주지만, 같은 칸에 탄 패키지 그룹의 가이드가 영어로 해석을 해줘서 뷰 포인트를 찍을 수 있었는데, 솔직히 풍경은 그저 그랬다. 아래쪽에서 대박을 너무 많이 봐버려서ㅡㅡ; 풍경보다는 장난감 기차를 타고 소풍 가는 기분으로 즐겼다. 쿠리치바 편에서 기차 스케줄에 대해 잠시 포스팅했지만, 이 기차는 모헤치스로 직행하는 게 아니라 중간에 산악지대인 마룸비를 경유하기 때문에 가는 데만 3시간이 걸린다. 그러니 이걸 탈 생각이라면 그저 그런 풍경을 딱딱한 의자에서 3시간 동안 감내할 준비를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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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sil - Curitiba - 환경이라는 화두

환경에 대한 심각성은 초딩 때부터 숱하게 학습하고 연구해온 과제다. 그러면서 항상 화두에 올랐던 건 '지속 가능한 발전.' 구체적으로 뭔가 나온 건 없지만, 연구 과제의 끄트머리엔 늘 저 키워드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 지구가 지속 가능해졌는가 생각해보면 그건 또 그렇지가 않은 듯. 선진국이든 후진국이든 여전히 세계 각 지역에선 다양한 환경 문제로 고민하고 있으니. 그런데 일찌감치 환경 생태도시를 실현하여 전 세계적으로 귀감이 되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브라질 남부의 '드림 시티' 쿠리치바(Curitiba)다. 내가 이 도시에 대해서 알게 된 건 지금으로부터 약 1년 전, 모 지역의 신도시 관련 제안서를 쓰고 있을 때의 일이다. 그때만 해도 한창 핫했던 유비쿼터스 세상을 구현하기 위한 도시 인프라 구축 사례로 미국과 유럽의 몇몇 도시가 거론됐는데, 그중 생뚱맞게도 브라질의 도시가 껴있는 게 아닌가. 그 당시엔 남미는 다 대한민국보다 못 사는 줄 알았기에 무슨 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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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sil - Rio de Janeiro - 친절한 리우씨

이과수를 다녀오고 나서 이제 제대로 달려보기로 했다. 시우다드 델 에스테에서의 태평성대가 한없이 달콤했지만, 언제까지 그럴 수는 없다. 나는 갈 길이 멀고, 염치도 있고, 양심도 있어야 하는 여행자니까. 아저씨들은 또 브라질이 세상 최고로 위험하다며 상파울루에 가서 지인 찬스를 쓰라고 하셨지만, 지금까지 신세 진 것만으로도 엄청난데 더 이상 폐를 끼칠 수는 없다. 혼자서도 잘 해왔고, 늘 그래 왔던 것처럼 조심만 하면 아무리 위험하다 해도 별문제는 없을 것이다. * Foz do Iguaçu - São Paulo: Pluma 19:30~12:00(+1), 250000과라니 파라과이에서 브라질로 넘어가는 건 이과수 갈 때 한 번 해봐서 이젠 식은 죽 먹기. 시내에서 우정의 다리까지는 걸어가서 여권 체크를 하고, 그 앞에서 이과수 갈 때 탔던 Rodoviaria(터미널)행 버스를 탔는데, 국경에서 타면 공짜였다. 참고로 버스표는 시우다드 델 에스테에 있는 버스회사에서 예매 가능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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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sil - Foz do Iguacu - 드디어 이과수

아르헨티나도 아니고 브라질도 아니고, 이과수를 계획에도 없는 파라과이에서 가게 됐다. 파라과이의 Ciudad del Este와 브라질의 Foz do Iguaçu, 그리고 아르헨티나의 Puerto Iguazu 무려 세 나라에 걸쳐 흐르는 이과수강. 그중 아르헨티나만 여권 검사를 하고, 파라과이와 브라질은 여권 검사 없이 다녀올 수 있다. 어차피 이과수는 아르헨티나에서 보려고 했기 때문에, 파라과이에서 브라질로 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들르려고 했는데, 파라과이 교민분들은 하나같이 브라질 측에서 봐야 한다며, 그래야 아르헨티나의 풍부한 수량을 제대로 볼 수 있다는 거다. 굳이 비싼 브라질에서 숙소비까지 들일 게 뭐 있냐며 온 김에 다녀오라는 말에 결국 파라과이에서 브라질 측 이과수를 보러 갔다. 시우다드 델 에스테의 센트로 지구에서 'Rodoviaria(버스터미널)' 팻말이 붙은 브라질행 버스를 타고 우정의 다리(puente de la amistad)를 건너 브라질 세관에서 잠시 정차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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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guay - Asuncion, Ciudad del Este - 여기까지 올 수 있어서 다행이다

"파라과이는 왜 가는데? 거기 아무것도 없어." 라파스의 숙소에서 만난 여행자들은 파라과이로 가려는 나를 하나같이 뜯어말렸다. 나도 알고 있다. 가이드북에 나올 만한 attractiveness가 파라과이에 1도 없다는 것을. 하지만 라파스에서 우연히 들른 한국식당의 맛이 너무 강렬해서, 하필 또 그때 고산병으로 시들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고향의 맛이 사무치게 그리워진 거다. 그래서 한국인 가게가 포진해 있다는 파라과이의 아순시온에서 한 일주일쯤 요양할 생각으로 열심히 남하하던 중 국경에서 기적처럼 한국인을 만났다. 지난번 포스팅 말미에서 잠시 언급한 바 있는 이분들은 한국과 남미를 오가며 사업을 하시는 분들이고, 한때 파라과이의 상권을 주름잡기도 하셨으며, 남미는 안 가본 곳이 없는 베테랑이셔서 여행 정보도 꽤 많이 얻었는데, 특히 국경에서 엄처난 짐 검사를 할 때마다 조카라고 챙겨주시며 에스빠뇰 인터뷰를 모두 소화해내시는 모습에 제대로 반했다. 심지어 그중 한 분은 브라질에 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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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livia - Sucre, Santa Cruz - 남쪽으로 튀어

코파카바나에서 다시 라파스로 돌아와 그날 저녁 바로 출발하는 수크레행 버스를 탔다. 터미널 이용료를 요구하길래 전날 코파카바나 갈 때 냈던 영수증을 내밀었더니 그냥 통과. 날짜도 다른데 이래도 되나 싶다.ㅡㅡ; * Copacabana - La Paz: Titicaca Tour 13:30~17:00, 25볼 * La Paz - Sucre: 10 de Noviembre 18:30~07:00(+1), 50볼 예약을 안 했는데도 버스가 텅텅 빈 걸 보면 수크레는 잘 안 가는가 보다... 이라고 생각했는데 중간중간에 계속 사람을 태우더니 통로까지 꽉 들어찼다. 그럼 그렇지ㅡㅡ; 그렇게 밤새 구불구불한 산길을 달려 도착한 수크레(Sucre)는 볼리비아 최초로 독립운동이 일어난 곳이자 독립 이후에는 정식 수도가 된 곳이며, 라파스로 대통령궁이 옮겨가면서 비록 그 역할은 상실했지만 여전히 법적인 수도로 남아 있는 곳. 그래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좀 더 진보적인 볼리비아의 면모를 볼 수 있을 줄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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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livia - Copacabana - 하늘호수로 가는 길

아침 6시 알람이 울리자 하나둘씩 일어나서 짐을 챙기기 시작한다. 이것이 한 곳에 오래 머물 수 없는 여행자의 숙명. 목적지도 다들 천차만별이다. 각자 왔으니 각자 갈길로 가는 게 당연한데 괜히 또 서글퍼진다. 뒤늦게 고산병이 덮친 오스카는 오늘 쉬고 내일 코파카바나로 가겠다며 기다리라 했지만 끝내 만나지 못했다. 우유니에서 라파스까지 도움도 많이 받았는데 나는 해준 게 없구나. 어여 쾌차해서 남은 여행도 잘 마무리하기를. 아디오스 이 살루드, 무이 아마블레 오스카... * La Paz - Copacabana: Nuevo Continente 08:00~11:30, 25볼, 터미널 사용료 2볼 라파스에서 코파카바나로 가려면 중간에 티키나 선착장(Puerto Tiquina)에서 배를 갈아타야 한다. 문제는 사람과 버스를 한꺼번에 실을 만한 큰 배가 없어서 버스는 버스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따로 보트에 탔는데, 그 와중에 또 깨알 같이 1.5볼을 거둬갔다. 이렇게까지 해서 티티카카 호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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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livia - La Paz - 산소가 필요해

우유니 투어가 끝나고 마을로 돌아오니 저녁 7시. 예상보다 2시간이나 늦었지만 어차피 라파스행 버스는 저녁 8시니까 아직 여유는 있다. 게다가 스페인어가 모국어인 오스카도 함께 간다고 하니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 비록 몸은 골골거릴지라도... 여행사 소파에 계속 뻗어 있다가 버스가 도착하자 기어올라가다시피 했더니 오스카가 걱정한다. 라파스는 우유니보다 고도가 더 높은데 괜찮겠냐고. 그래 봐야 200m라며 코웃음 쳤는데, 라파스에 도착해서 죽는 줄 알았다. 잠드는 순간조차 인공호흡기가 절실하더라는ㅡㅡ; (남미에선 단 1m의 해발고도도 소중하답니다.) * Uyuni - La Paz: 20:00~06:30(+1), 80볼 중간에 새벽 4시쯤 오스카가 흔들어 깨우더니 오루로(Oruro)에서 환승해야 한단다. 얼떨결에 따라 내려서 다른 버스로 갈아탔는데 왜 그래야 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여행사에서 티켓 예매할 때만 해도 그런 얘긴 없었는데. 아무튼, 오스카 덕분에 무사히 라파스 도착~ 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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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livia - Uyuni - 소금사막에서 고산병으로 고생한 썰

포토시(Potosi), 신대륙 골드러시 1세대가 개발한 은광 도시이자 한때 남미에서 제일 부유했던 곳이며, 비록 은은 고갈됐지만, 여전히 볼리비아의 대표 광산이 있는 이곳에 왜 터미널이 없어ㅡㅡ? 황당한 건 둘째치고 얼어 죽을 것 같아서 일단 'Alojamiento(숙소)' 간판이 걸린 곳으로 들어갔는데, 무작정 체크인부터 하고 보니 방에는 떨렁 침대 하나에 화장실엔 샤워시설조차 없다. 어쩐지 싸더라. 20볼(4천 원). 귀찮아서 그냥 날 밝을 때까지만 쉬기로 했다. 그나저나 머리는 왜 이리도 지끈거리는 건가... 한숨 자고 일어나도 두통이 가시질 않는다. 칠레 공항에서 노숙하고, 거의 3일 연속으로 밤 버스를 타서 몸살이라도 났나 싶었는데, 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고산병이었다. 머리가 아파도 너무 아파서 모든 의욕을 상실하게 만드는, 우울증보다도 무서운 병... 그래서 어쩔까 고민하다가 우유니(Uyuni)만 보고 최대한 빨리 볼리비아를 벗어나기로 했다. * Potosi - U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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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아르헨티나, 그리고 볼리비아

이스터섬에서 산티아고로 돌아오던 날은 공항에서 노숙을 했다. 나오키가 일본인 민박집으로 가자고 꼬셨지만, 가면 또 눌러앉을 게 뻔하니까 아쉽지만 여기서 바이바이. 4박 5일 동안 길동무해줘서 고마워. 돌아가면 멋진 금융인이 되길. 참고로 나오키는 도쿄타워에 있는 금융회사에 취직이 확정된 상태라고 한다. 또 다른 순례 일정이 남아 있는 레오는 우리보다 하루 일찍 떠났는데, 나오키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나한테만 미니 성경책을 주고 갔다. 지저스 크라이스트가 자주 나오는 것만 빼면 오히려 어린 나오키보다 사회 물도 어느 정도 먹어서인지 통하는 구석도 많고 좋았는데, 더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해서 아쉬웠던 레오, 어딜 가든 무얼 하든 너의 그 밝은 에너지로 잘 헤쳐나가기를. 그가 준 성경책은 숙소에 잘 기증하고 왔다. 나보다 더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니. 그리고 이제부터는 속도를 좀 내보기로 했다. 그동안 적응기를 가진다는 핑계로 유럽 같은 아르헨티나와 칠레에서 삐대다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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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e - Rapa Nui 5 굿엔딩

마지막 날은 나오키와 떨어져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마을의 못다 본 곳도 둘러보고, 교회에 들어가서 예배드리는 모습도 보고, 해변에 앉아 '모아이'도 무한 반복해서 듣고, 맛있는 엠빠나다 가게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가주고... 그리고 저녁엔 나오키와 약속한 석양을 보기 위해 아후 타하이로 향했다. 하지만 석양이 질 무렵 어김없이 몰려드는 먹구름. 곧 시원한 비가 쏟아진다. 이스터섬은 늘 이런 식이었다. 낮엔 쨍쨍하다가 밤엔 비가 내리고... 누가 타하이에서 석양을 보라고 했던가.ㅠㅠ 실망하며 돌아서는 순간, 위로라도 하듯 반대편에서 내려온 무지개. 이스터섬이 준 마지막 선물인가. 그래, 이만하면 굿엔딩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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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e - Rapa Nui 4 가끔은 투어도 괜찮아

오늘은 일일 투어를 신청했다. 히치도 하루 이틀이지, 계속하자니 낯짝도 점점 얇아지고 해서ㅡㅡ; * Aku Aku Turismo: 09:30~17:00 차량/영어가이드 41$, 점심 포함 시 45$ 오늘의 루트는 동쪽 해안을 돌아 모아이 제조공장이라는 라노 라라쿠를 거쳐 북쪽의 아나케나 해변까지, 도저히 걸어갈 수 없는 거리를 에어컨이 빵빵한 차를 타고 영어 설명까지 들으며 가는 것이다. 투어는 이 맛에 하는 거지. 8구의 모아이가 코를 박고 쓰러져 있는 아후 항가테(Ahu Hanga Te'e) 요 쓰러진 아이들은 16세기 무렵, 무리한 모아이 제조로 자원이 고갈되고 부족 간의 싸움이 잦아지면서 서로의 모아이를 파괴하던, 이른바 후리 모아이 시대(huri moai period)의 잔재라고 한다. (관련 자료 https://imaginaisladepascua.com/en/easter-island-sightseeing/easter-island-archaeology/ahu-hang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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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e - Rapa Nui 3 화산, 조인, 모아이, 그리고 석양

다음날, 파도 소리를 들으며 찝찝한 텐트에서 눈을 뜨고 나오니 날씨가 대박이다. 햇살이 뜨거워지기 전에 얼른 부엌으로 피신해서 아침을 먹고, 나오키랑 사이좋게 오롱고까지 걸어갔다. (신을 찾으러 온 레오는 교회 탐방하러 일찌감치 출타 중) 항가로아 마을에서 서쪽 해안가를 끼고 열심히 걸어가는데 중간에 'trekking route'란 팻말이 보인다. 언뜻 봐도 길이 전혀 안 보이는데 보란듯이 화살표가 있으니 더 고민된다. 설마 이런 유명 관광지에 잘못된 정보를 붙여놨겠냐며 풀숲을 헤치고 들어갔다가 이내 당황했다. 길이 없어!! 난감해서 주위를 둘러보는데, 아까부터 뒤에서 졸졸 따라오던 개가 앞장을 서더니 우리 쪽을 돌아본다. 따라오란 건가? "키미가 펫?" "그럼 저 자식이 마츠준?" 그날 우린 마츠준의 덕을 톡톡히 봤다. 마츠준이 안내한 첫 번째 코스는 아나 카이 탕가타(Ana Kai Tangata) 단어 뜻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동굴(Ana), 먹다(Kai), 사람(Tangata)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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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e - Rapa Nui 1 이스터섬에서 모아이 듣기

"이스터섬에 가서 모아이는 들어줘야지!" 서태지 팬은 아니지만 애정하는 노래 몇 곡이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모아이.' 그땐 모아이가 뭔지도 몰랐는데, 시작부터 들려오는 신비한 물방울 소리와 적당한 비트감이 좋았고, 듣다 보니 가사까지 심오해서 더 좋아졌다. 네온사인 덫을 뒤로 등진 건 내가 벗어두고 온 날의 저항 같았어 떠나오는 내내 숱한 변명의 노를 저어 내 속된 마음을 해체시켜 본다 이 부분이 당시의 내 심정을 온전히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아서... 그때 나는 살면서 처음으로 슬럼프를 겪었다. 일도 일이지만 사람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엄청나서 매일매일이 다구리(?) 당하는 기분이었달까. 저 모아이들에게 나의 욕심을 말해볼까 이젠 꼭 모아이가 아니어도 상관없었지만, 그리도 남미가 당기는 덴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했고,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실물 영접은 해야 할 것 같아서 결국 와버렸다. 신비의 이스터섬에... 산티아고에서 비행기로 6시간, 시차는 -2시간. 같은 칠레 영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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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e - Rapa Nui 2 항가로아의 터줏대감, 아후 타하이

모아이를 보려면 투어나 차량 렌트를 해야 될 줄 알았는데, 숙소가 있는 항가로아에서도 쉽게 모아이를 볼 수 있는 곳이 있었다. 섬 전체를 통틀어 유일하게 눈알이 박혀 있는 아후 바이우리(Ahu Vai Uri) 아후(Ahu)는 바닥이 아닌 제단 위에 세워진 모아이를 뜻하며, 아후를 제외한 뒤에 붙은 이름은 현지인도 그 뜻을 전혀 모른다고 한다. 중간에 약간 훼손된 아후 코테리쿠(Ahu Koteriku)와 훼손도가 심한 5구의 아후 타하이(Ahu Tahai) 역시 아후를 제외한 각 이름의 뜻은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있다. 모두 바다를 등진 채 섬의 안쪽을 응시하고 있다는 것. 언뜻 제주도의 돌하르방을 연상케 하는 이 모아이들은 주술적인 의미로 세워졌다고 한다. 처음에는 마을을 수호하는 조상신의 콘셉트로 작게 만들었다가 부족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크기도 점점 커졌는데, 말년에는 거대한 석상을 옮기는 데 필요한 인적, 물적 자원의 부족으로 멸망했다는 설도 있다. 아후 타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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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e - Valparaiso - 네루다 만나러 가는 길

"하늘이 운다는 게 뭐지?" "비가 내린다는 거죠." "그게 은유야." 학창 시절 국어시간에 지겹도록 배웠던, 졸업과 함께 더 이상 써먹을 일이 없을 줄 알았던 '은유'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해준 영화 <일 포스티노> 칠레의 정치가이자 저항시인인 파블로 네루다의 망명 생활을 그린 이 영화는 시종일관 낭만적인 매력을 뽐내는 시인과 순수 청년 우편배달부의 투닥거리는 브로맨스도 일품이지만,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섬과 카페 같은 시인의 집을 마치 여행하듯 돌아볼 수 있어서 좋았다. 게다가 내 인생 최고의 영화 <시네마 천국>의 알프레도 할아버지가 나와서 더없이 반가웠던는데,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정말 네루다와 싱크로율 100%라는. 당신은 노년의 굵직한 역을 맡기 위해 태어난 사람. 약 4년 간의 망명 생활 후 칠레로 돌아온 네루다는 산티아고와 발파라이소 일대에 그만의 개성이 담긴 집을 짓고 작품 활동에 몰두했는데, 그중 이슬라 네그라에 있는 집이 영화 속의 배경과 가장 비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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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e - Santiago 2 악마의 저장고

아르헨티나의 멘도사와 같은 위도, 비슷한 고도에 위치한 산티아고 역시 포도 재배와 함께 와이너리가 발달한 곳이다. 멘도사의 어설픈 와인 투어에 실망한 적이 있어서 투어는 따로 안 하려고 했는데, 숙소에서 만난 용웅 브라더스가 적극 추천하는 바람에 마지못해 따라갔다가 그만 팬이 되어버렸다는. * 콘차이토로(Vina Concha y Toro) 가는 방법 주소: Virginia Subercasequx 210 지하철 L4선 Las Mercedes역에 하차, 요금 400페소 역에서 나오면 택시 기사들이 알아서 데려다줌. 2400페소 버스를 이용할 경우 Metrobus 73, 74, 80, 81번 450페소 입구에 매표소가 있는데, 투어는 2가지로 영어와 스페인어 팀으로 구분해서 신청받는다. - 4 wine + cheese + bread 11500페소 - 2 wine 7000페소 와인 맛을 1도 모르는 초짜가 먹어 봐야 얼마나 먹겠으며, 안주는 굳이 필요 없을 것 같아서 싼 걸 신청했는데, 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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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e - Santiago 1 의외로 할 게 많은 도시

코르도바에서 다시 멘도사를 거쳐 칠레 산티아고로 왔다. 칠레도 2번째로 들어오니 이젠 고향 같은 느낌. 아르헨티나와 칠레는 남미 대륙에서도 아래로 사이좋게(?) 뻗어 있고, 안데스 산맥을 경계로 가고자 하는 도시들이 같은 위도 상에 분포해 있어서 본의 아니게 국경을 자주 넘나들게 된다. * Cordoba - Mendoza: AndesMar 18:45~07:20(+1), 세미카마 105페소 * Mendoza - Santiago de Chile: RadioMovil 08:30~13:00, 50페소 그러고 보니 벌써 남미 온 지 한 달째. 이제 2주만 있으면 꿈의 이스터섬으로 들어간다. 서태지의 '모아이' 뮤비에도 나왔던 신비의 거석상이 있는 그곳으로. 부끄럽지만 이스터섬이 칠레 영토인 건 남미 여행을 준비하면서 겨우 알았고, 국영항공사 란칠레(이듬해인 2010년 브라질의 TAM 항공과 합병하면서 LATAM으로 개칭)가 독점으로 운항하고 있어서 칠레에 들어가면 비행기표를 알아보려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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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gentina - Alta Gracia -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길에서 지내는 동안 무슨 일인가 일어났어요." 23살의 한 의학도는 학위를 마치자마자 남미라는 거대한 대륙을 모터사이클로 여행할 결심을 한다. 초원을 지나 눈 덮인 파타고니아를 넘어 안데스의 고원과 사막을 건너는 동안 길 위에서 그는 처음에는 풍경을 보고, 그다음에는 사람을 보고, 점점 그들이 처한 사회 부조리에 눈을 뜨면서 혁명가로서의 삶을 결심하게 된다. 그의 이름은 바로 에르네스토 체 게바라. 쿠바인인 줄 알았던 그가 아르헨티나 출신이고, 심지어 유년시절을 보낸 곳은 지금 내가 있는 코르도바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하니 온 김에 들러보기로 한다. 코르도바에서 알타 그라시아로 가는 버스는 터미널에도 있지만, 시내에서 좀 더 가까운 Mercado Sud 지하에 있는 간이터미널에서도 탈 수 있다. 버스 회사 이름은 Sarmiento, 차비는 6페소. 1시간 거리에 버스도 꽤 자주 발착한다. 다만 터미널이 아닌 버스회사 앞에 내려줘서 당황했지만. 그래도 내린 곳에서 조금만 걸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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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gentina - Cordoba - 묘하게 매력적인 도시

원래는 멘도사에서 바로 칠레 산티아고로 넘어가려 했으나, 우연히 발견한 이스터섬 특가 항공권을 예매하는 바람에 갑자기 2주간의 시간이 붕 떠버렸다. 산티아고가 아무리 수도라지만 2주일 동안 거기서 뭐하지? 고민하다가 체 게바라의 어린 시절을 엿볼 수 있다는 코르도바를 거쳐가기로 했다. * Mendoza - Cordoba: San Juan Mar del Plata, 20:30~06:50(+1), 세미까마 107페소 비몽사몽간에 일어나 보니 아침 7시가 다 됐는데도 밖은 아직 어두컴컴하다. 곧 해가 뜨겠지 하며 터미널 밖으로 나가려는데 입구 직원이 말린다. 그리고 방언 터지듯 나오는 에스빠뇰.ㅠㅠ 어벙벙한 내 표정을 보더니 옆에 있는 사전을 막 들추다가 심봤다는 듯이 외친다. "Dangerous!" 순간 빵 터져서 잠이 확 깨더라는.ㅋㅋㅋ 다시 터미널 안으로 들어와서 커피와 남미식 핫도그 판초로 아침을 먹고, 터미널을 천천히 둘러보는데, 호스텔 전단지 하나가 눈에 띈다. 이름이 왜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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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gentina - Mendoza - 술 익는 마을

맥주보단 소주 가끔은 소맥 누가 사줄 땐 양주를 고르는 내 별명은 바커스 하지만 와인에 대해선 1도 모르는 와인 토들러 그런 내가 와인의 도시 멘도사(Mendoza)로 간다. 아르헨티나 최고의 와인 산지이자 박목월 시인의 '술 익는 마을'이 생각나는 그곳으로. * Bariloche - Mendoza: AndesMar 13:00~08:00(+1), semi cama 198페소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이런 앙증맞은 간식 상자가 제공되었다. 여기에 무한 제공되는 달달한 커피까지 아르헨티나의 버스는 진짜 사랑이다. 다음날 아침 8시 넘어서 도착한 멘도사 오랜만에 화창한 날씨를 보니 파타고니아에서 꽁꽁 얼었던 심신이 순식간에 녹아버리는 느낌이다. 참고로 여긴 해발 785m의 포도 재배에 적합한 건조기후 지대. 그래서 햇볕에 나가면 덥고 그늘에 들어가면 서늘한, 여행하기에 딱 좋은 날씨다. 숙소가 아직 문을 안 열어서 독립광장(Plaza de Independencia)으로 갔는데, 잠시 둘러본 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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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gentina - Bariloche - 센트로까지만 볼 걸 그랬어

겨울의 칠로에 섬에서 방황하다가 다시 아르헨티나로 넘어왔다. 중간에 안데스 산맥이 있고 아직까진 파타고니아여서 눈밭은 계속됐지만, 아르헨티나로 돌어오니 왠지 고향에 온 것 같은 느낌. * Puerto Montt(Chile) - Bariloche(Argentina): Bus Norte Internacional, 08:00~15:00, 13000칠레페소 바릴로체 버스터미널에서 시내까지는 5km 거리. 걸을까 택시를 탈까 고민하고 있는데 삐끼가 나타났다. 차를 가져왔고, 가격도 괜찮은 것 같아서 따라갔더니 이런 콘도미니엄 같은 건물에 시설도 완전 좋다. 대박~ * Penthouse 1004, San Martin 127, Bariloche Center bldg.1004: 조식 포함 6인 도미 40페소, 키 보증금 10페소 도미마다 욕실이 딸려 있고, 라디에이터 성능도 빵빵하다. 같은 위도의 푸에르토몬트가 난방이 안 된 걸 생각하면 여긴 완전 천국이라는. 조식도 나름 훌륭하다. 시리얼, 우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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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e - Puerto Montt - 칠로에섬은 여름에 가시길

푸에르토 나탈레스에서 푸에르토몬트까지는 직행이 없고 중간에 콘아이켄(Kon Aiken)을 경유해야 한다. 이것도 모르고 Bus Sur 회사에서 직행 티켓을 예매했다고 굳게 믿은 나. 콘아이켄에 도착해서도 계속 꿋꿋하게 앉아 있으니까 버스 기사가 와서 스페인어로 막 뭐라 그러는데 당최 알아들을 수가 있어야지.ㅜㅜ 그러다 리 페이스를 닮은 청년이 "푸에르토 몬트?" 하며 따라 오라고 손짓을 해서 충동적으로 따라 내렸더니 버스가 휑하니 떠나버리는 게 아닌가! 이건 지금 무슨 시츄에이숀ㅡㅡ?? 같이 내린 사람들한테 물어봤으나 슬프게도 영어가 안 되는 그들과 더욱 슬프게도 에스빠뇰이 안 되는 나.ㅜㅜ 그 와중에도 "푸에르토 몬트 ok"라며 살인미소를 날려주는 리 페이스. 나는 여행에서 가끔 이런 어린아이 같은 상황을 즐기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아무런 의사소통도 할 수 없을 때 어린아이를 보살피듯 내밀어주는 도움의 손길 같은 것 말이다. 더군다나 그 손길의 주인공이 훈남일 땐 그야말로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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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e - Puerto Natales - 스페인어 못하면 미개인

남미에서 2번째로 넓은 면적을 자랑하는 아르헨티나와 세상에서 제일 긴 나라로 유명한 칠레는 안데스 산맥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보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칼라파테가 빙하로 유명하다면, 칠레의 푸에르토 나탈레스는 빙하를 품은 거대한 화강암 바위가 세 개나 우뚝 솟은 토레스 델 파이네로 유명한데, 등산을 좋아하지 않지만, 온 김에 옆 동네까지 돌아보기로 한다. 참고로 5시간밖에 안 걸리는 매우 가까운 거리. 남미 와서 이동한 가장 짧은 국경 이동이었다. * Calafate(Argentina) - Puerto Natales(Chile): Cootra 매일 08:30~12:30, 60페소(18000원) Cootra 말고 10페소 저렴한 Zaahj 버스도 있지만, 일주일에 3번밖에 운행을 안 해서 타이밍 맞추기가 애매하다. 빙하 말곤 딱히 할 게 없는 칼라파테에서 고작 10페소 아끼겠다고 하루 더 머물 수는 없어서 그냥 쿠트라 버스를 이용했는데, 5시간밖에 안 되는 짧은 구간임에도 좌석 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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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gentina - El Calafate - 세상의 끝 대신 빙하 보러

"너의 슬픔을 땅 끝에 묻어줄게." 장국영 광팬이지만 영화 <해피 투게더>만큼은 양조위가 이겼다. 장국영이 온몸으로 연기했다면 양조위는 표정만으로 화면을 올킬했고, 그래서 제일 슬픈 사람은 양조위라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그의 옆엔 장첸이 있더라. 세상의 끝에서 그의 가장 큰 슬픔을 묻어준 단 한 사람. 그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배경은 아르헨티나지만 홍콩만큼이나 컬러풀하게 나온 이 영화 때문에 거기가 몹시도 궁금했다. 덩그러니 서 있는 등대 외엔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남미의 땅끝마을이자 세상의 최남단이라는 우수아이아(Ushuaia)가. 하지만... 하필 내가 남미에 갔을 땐 겨울이 한창인 6월 중순이었고, 안 그래도 남극과 가까운 그곳의 추위는 상상을 초월할 수준이라 투어란 투어는 죄다 막힌 상황. 그 와중에 발견한 몇몇 여행기에서는 우수아이아가 세상에서 가장 심심한 곳이라며 마구 저주하더라는. 부정적인 여행기만큼이나 내 마음도 땅끝에서 점점 멀어지고... 그런데 생각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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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gentina - Buenos Aires 4 아르헨티나여, 나를 위해 울지 말아요

산텔모에서는 딱 일요일까지만 묵고, 비용의 압박으로 다시 판초네로 옮겼다. 다행히 첫날 북적이던 인파들은 다들 어디론가 떠나버리고, 4~5명만이 오붓하게 남아서 김치찌개를 해 먹고 있더라는ㅋㅋㅋ 나 역시 부에노스에서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터라 한식을 먹으며 체력 보충도 좀 하고, 이미 남미를 돌고 온 사람들한테서 정보도 얻고, 저녁엔 조촐하게 아르헨티나산 와인도 기울이며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의 시간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마지막 날에서야 겨우 에비타를 보기 위해 레콜레타 묘지(Cementerios Recoleta)를 찾았다. 물론 걸어서. 부에노스아이레스는 도로 구획 정비가 잘 되어 있어서 길찾기도 쉽고, 무엇보다 지대가 굴곡 없는 평지여서 걷기에 더할 나위 없는 도시였다. (세상을 돌고 돌아보니 걷기 좋은 도시가 의외로 많진 않더라. 그중 투톱을 꼽으라면 맨해튼과 부에노스아이레스라 하겠다.) 거리 구경을 하며 천천히 걷다 보니 어느새 음침한 레콜레타 지구. 묘지가 있는 곳이어서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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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gentina - Buenos Aires 3 플로리다 거리에서 탱고를 feat. 산텔모 벼룩시장

우루과이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다시 돌아오던 날, 판초네로 가지 않고 산텔모로 향했다. 얼마 안 있으면 곧 일요일. 이 세상에 없는 거 빼고 다 있다는 산텔모 벼룩시장을 가까이에서 느껴 보고 싶어서였다. * Asterion House, Carlos Calvo 614: 조식 포함 4인 도미 11$ or 40페소(12000원) 예전에 산텔모 지구에 놀러 갔다가 찜해둔 숙소였는데, 생각보다 비싸고, 토스트 하나에 커피 1잔 달랑 나오는 조식도 부실하지만, 남미에서 묵었던 숙소 중 제일 깨끗하고 쾌적한 곳이었다. 일하는 아줌마가 아침저녁으로 쓸고 닦아서 방에는 먼지 하나 없고, 아늑한 소파와 최첨단 사양의 데스크톱이 구비된 거실도 쉬어기가 딱 좋은 공간. 하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으니, 영어가 가능한 직원이 단 한 명뿐이라는 거. 체크인 하는 날엔 다행히 이 직원이 있어서 안내를 잘 받았는데 그 뒤로 코빼기도 안 보이더니 체크아웃 하는 날 영어 1도 못하는 직원이 계산을 엉터리로 해서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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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uguay - Colonia del Sacramento - 누구의 식민지도 아닌 우루과이

남미에서 넓디넓은 땅덩어리를 자랑하는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사이에 끼인 죄(?)로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지배를 번갈아 받아왔던 우루과이. 심지어 포르투갈이 물러가고 난 뒤에는 브라질의 식민 통치까지 받았던 이곳에는 이름 자체가 '식민지(colonia)'인 곳이 있다. 거대한 라플라타강을 사이에 두고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와 마주하고 있는 콜로니아주의 주도 콜로니아델사크라멘토(Colonia del Sacramento, 줄여서 콜로니아)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모습이 뒤섞여 이베리아스러우면서도 독특한 식민 도시의 정취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 라는 가이드북의 설명에 혹해서 무작정 버스를 타고 이동한 콜로니아. 역시 우루과이의 버스 시설은 최고다. 몬테비데오에서 2시간 거리인데 등받이가 거의 일자로 넘어간다. * Montevideo - Colonia: COT, 2시간 간격 출발, 2시간 소요, 167페소, 터미널 이용료 10페소 당시 환율이 1페소 = 50원 정도했으니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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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uguay - Montevideo 2 에브리데이 도밍고

커다란 강 같은 바다를 끼고 있는 몬테비데오 저기 보이는 저 물은 아르헨티나와 마주하고 있는 라플라타강이면서 남미와 아프리카 대륙 사이에 있는 대서양이기도 하다. 노인과 바다 @ Punta Santa Teresa 산타테레사 해변에서 시장으로 가는 길에 미래의 축구 꿈나무들을 발견했다. 못 들어가고 구경만 하는 곱슬머리 흑인 소년을 보니 <천사들의 합창>에 나오는 초코렛 시릴로가 생각나고, 저 헤어밴드를 한 소년은 남자 마리아 호아키나 같더라. 공이 자기 쪽으로 안 오면 막 짜증내고ㅡㅡ; (BGM: 천사들의 합창 opening) 선착장 근처 Mercado del Puerto에서 사 먹은 초리소 60페소(3천 원) 크기는 작아 보이지만, 서비스 빵과 과자가 나오기 때문에 의외로 든든했다. 사실 아사도를 먹어 보고 싶었는데, 혼자 다 먹을 자신이 없어서... 이것이 혼여의 한계다.ㅜㅜ 시내에서 해안가를 돌아 선착장에서 시장 한 번 찍고 왔더니 금새 해가 지려고 한다. 이제 숙소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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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uguay - Montevideo 1 나는 우루과이가 좋다

여기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장거리 버스터미널(Terminal de Omnibus) 오자마자 이틀 만에 아르헨티나를 뜨게 된 사연은 첫날부터 바닥에서 자게 된 초절정 인기 숙소 판초네 때문이었다. 그때는 시간이 늦어서 어쩔 수 없이 바닥 신세를 졌지만, 계속 그렇게 지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당장 숙소를 옮기기도 뭔가 애매해서 가까운 우루과이부터 다녀오기로 한 것이다. 숙소 문제는 그 뒤에 천천히 생각하자. * Buenos Aires - Montevideo: Cauvi, semi cama 21:30~07:00(+1), 130페소 asiento(좌석), ventana(창가 자리), plataforma(플랫폼)... 시작부터 에스빠뇰 어택에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심지어 플랫폼 번호를 물으러 갔더니 70~75로 써줘서 두 번 당황했다. 영어도 안 통하고, 정보는 신통찮고, 출발 10분 전인데도 버스는 오지를 않고... 불안해서 다시 버스회사 창구로 가 보려는데, 옆에서 줄담배를 피던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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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gentina - Buenos Aires 2 국제학생증 만들러 갔다가 역사의 현장에서 울컥

아르헨티나에 와서 처음으로 한 일은 국제학생증 만들기. 나이로는 학생증 만들 때가 훨씬 지났지만, 돈만 내면 가라로 만들어주는 곳이 있다기에 시도는 해 보기로 했다. * Oviajes, Uruguay 385, 6 Piso of.601 판초네가 있는 라바예 거리에서 우루과이 거리는 한 블록 아래에 있고, 거기서 여행사까지는 오벨리스코 방향으로 10블록쯤 직진하면 되는 거리. 부에노스아이레스는 격자 형태로 도로 체계가 잘 정비되어 있어서 주소 찾기가 제법 쉬웠다. 간판이 없어서 불안했는데 다행히 직원은 영어가 유창했고, 대학 이름도 물어보지 않고 여권 복사본과 사진 1장, 50페소(15000원)를 받아가더니 다음날 오후 4시에 찾으러 오란다. 뭐 이렇게 간단해ㅡㅡ? 다음날 발급받은 국제학생증을 보니 생뚱맞게도 소속은 UBA(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 ㅋㅋㅋ 덕분에 아르헨티나 전역에서 국내 학생만 적용되는 10% 혜택을 모두 받을 수 있었다. 참고로 10% DC가 아니라 10% only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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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gentina - Buenos Aires 1 판초네 가는 길

"돌아오시는 거죠?" 이티켓을 한참이나 들여다보던 에어캐나다 직원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어 본다. 리턴 날짜가 내년으로 되어 있어서 헷갈린 모양이다. 머무는 여행이 아니라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여행'이니 돌아와야죠. 반드시. 인천-밴쿠버, 밴쿠버-토론토, 토론토-부에노스아이레스 남미까지 가는데 보딩패스만 3장이다. 게다가 첫 경유지 밴쿠버에서는 짐을 찾아서 입출국 수속도 따로 해야 한다. 같은 에어캐나다임에도 수하물이 한 번에 연결 안 되는 머나먼 대륙. 라틴으로 가는 길은 정녕 멀고도 험하구나. 그 험난한 여정의 신고식은 밴쿠버 입국심사대에서 톡톡히 치렀다. 난 그냥 환승만 하는 건데 캐나다엔 왜 왔냐며, 최종 목적지는 부에노스아이레스고 여행 왔다니까 경비는 어떻게 마련했냐며, 직업란에 학생이라고 적었더니 학생이 무슨 돈이 있어서 비행기표를 샀냐며, 꼬치꼬치 캐묻는 게 은근 기분 나빠서 나도 모르게 욱할 뻔했으나, 국경에선 예의 바르게 행동하라고 배운지라 침착하게 전 직장 명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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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여행 준비

작년 여름 우울증이 기승을 부리던 어느 날, 늘 그렇듯 출근해서 근무시간 전까지 스페인어를 공부하고 있는데, 지나가던 상사가 웬 스페인어냐며, 스페인 가냐며, 스페인만 스페인어 쓰는 거 아니잖아요 했더니 그럼 또 어디가 스페인어 쓰냐며, 남미요 했더니 거긴 너무 멀지 않냐며 만담을 이어갔던 기억... 그 먼 곳으로 드디어 떠난다. 진짜 생각만 하면 이루어지는구나. 뭔가를 간절히 원하면 거기에 맞게 행동이 옮겨지는 것을. 무언가를 온 마음을 다해 원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거야.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은 곧 우주의 마음으로부터 비롯된 때문이지. 그리고 그것을 실현하는 게 이 땅에서 자네가 맡은 임무라네. -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중 1. 뱅기표 고민 끝에 에어캐나다로 낙찰 밴쿠버 스탑오버 택스 4만 원 추가해서 1,744,200원 경유를 좀 많이 하는 게 단점이나, 모로 가도 남미만 가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 스케줄 표에는 복병이 하나 숨어 있었다. 보이는가? 토론토-부에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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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비욘드 랭군

삔우린에서 다시 만달레이로 돌아오던 날은 비가 내렸다. 띤잔이 끝났으니 이제 우기가 시작되는 건가. 온 김에 눈에 삼삼하던 우베인 다리를 다시 한번 더 보고, 양곤으로 가는 기차표를 알아보기 위해 기차역으로 갔는데, 완전 고급 호텔 같은 외관에 깜놀! 역시 경제의 중심지답군, 만달레이~ 하며 좋아했는데, 몇 개 없는 창구에 그마저도 텅텅 빈 을씨년스러운 이 분위기는 뭔가요... 다들 기차 안 타고 버스 타러 갔나ㅡㅡ? * Mandalay - Yangon : 21:45~12:40*, ordinary class 15$ 기차 삯은 외국인의 경우 달러로만 계산이 가능하며, 들리는 말에 의하면 현지인보다 3배인가 5배인가 더 비싸다고 한다. 게다가 보이는가? 저 살인적인 스케줄이. 만달레이에서 양곤까지 무려 15시간... 그럼에도 굳이 기차를 선택한 건 미얀마에서의 마지막 이동을 철도로 해보고 싶다는 로망 때문이었는데, 타고 나서 대박 후회했다. 내 평생 그토록 고통스러웠던 적이 또 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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