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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라면 - 에노시마 섬에서 한국 라면 한 그릇

일본 여행기를 다 올리고 헛헛한 마음에 TV를 틀었다가 우연히 보게 된 <형제라면> 인스턴트 라면의 원조인 일본에서 한국식 라면을 선보이겠다는 발상은 좀 억지스럽지만, <신서유기> 이후 강호동 스타일 예능에 꽂혀 <강식당>과 <라끼남>까지 죄다 챙겨 보고, 거기다 신서유기 멤버 중 그나마 정상(?)인 이승기도 나오고, 무엇보다 <슈룹>의 완소 세자 배인혁까지 나와서 이 무슨 눈호강인가 싶은데, 촬영지는 무려 <바닷마을 다이어리>와 <슬램덩크>의 배경인 에노시마 섬이다. 비록 가 보지는 않았지만, 애정하는 영화의 배경이고, 마침맞게도 최근에 다녀온 여행지가 일본이라 새삼 반가운데, 현지 식당을 임시로 빌렸다는 저 라면 가게가 어딘지 모르게 낯이 익다. 심지어 원래 이름은 '분사식당'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여긴... <바닷마을 다이어리>에서 전갱이 튀김을 팔던 우미네코 식당(海猫食堂)이 아닌가! 영화 속 이름은 '우미네코'지만, 저 식당의 실제 이름은 '분사식당'으로 현재도 영업 중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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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 동안의 고독,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1967

읽고 나서 이토록 성취감에 젖은 책이 있었던가. 근친상간이 난무하는 5대에 걸친 콩가루 집안 이야기에다 결말도 완전 우울한데. 심지어 등장인물들의 이름도 단순하면서 헷갈린다. 남자는 아르까디오 아니면 아우렐리아노, 여자는 아마란따와 레메디오스 뿐인데, 이 아르까디오가 할아버지인지 손자인지 증손자인지, 그래서 그놈이 고모 아마란따와 썸을 타는지, 증조 할머니와 썸을 타는지 당최 감을 잡을 수가 있어야지. 한번 헷갈리기 시작하면 앞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기에 저렇게 적으면서 읽었더니 콩가루 가계도가 완성되었다. 무엇보다 기가 막힌 건 집안 대대로 우려했던 가설이 5대에 이르러 증명됐고, 그것이 너무도 허무하게 끝났다는 것. 그래서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한없이 고독하게 한다는 것. 이 책은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백 년 동안의 고독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세월이란 흐르게 마련이잖니. 하지만 그리 빨리 흐르진 않죠. 불운은 빈틈도 없다니까. 개좆같이 태어나서 개좆같이 죽는군. 가문 최초의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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뭇 산들의 꼭대기, Chi Zi jian, 2015 - 중국판 백 년 동안의 고독

왜 <백 년 동안의 고독>이 생각났는지 모르겠으나, 백 년 고독의 몇 배나 어지러운 마을 가계도와 사건들 좀 보라지. 가히 중국판 백 년 고독이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후에 들었던 빨책의 DJDJ님도 똑같은 발언을 해서 깜놀) 하지만 백 년 고독에선 같은 이름과 유사한 삶이 대물림된다면, 뭇 산에서는 저마다 사연이 담긴 이름을 가지고 각자의 아름다운 에피소드로 무장한 삶을 충실히 살다 간 사람들의 이야기. 그것도 뭇 산들, 그중에서도 꼭대기란 고립되고도 신비로운 그곳에서. 공간적 배경 때문에 영화 <함산>이 떠오르기도 했다. 잔인하고도 아름다운 사연 만큼 소설의 문체도 그에 못지 않게 아름답다고 느꼈는데, 가령 안핑은 신신라이를 잡지는 못했지만, 독수리가 토끼를 낚아채는 것을, 뱀이 두더지를 집어삼키는 것을, 작은 새가 벌레를 포위해서 섬멸하는 것을, 개미가 소나무 껍질을 갉아먹는 것을, 벌이 들꽃의 심방에 침입해 탐욕스럽게 꽃가루를 빨아먹는 것을 목격했다. 만물 사이에도 학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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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루몽, 조설근(1715~1764) - 중국판 백 년 동안의 고독 2

假作眞時眞亦假 가짜가 진짜가 될 때는 진짜 또한 가짜요, 無爲有處有還無 없음이 있음이 되는 곳엔 있음 또한 없음이로다. 작품 하나에서 '홍학'이라는 학문을 탄생될 정도로 문학적 가치가 대단하다지만, 가계도를 보면 늘 그렇듯 근친상간과 질투와 음모와 방관자들이 고루 배합되어 진부한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그럼에도 그 옛날 한시의 깊이와 우주의 진리를 깨친 수준 높은 등장인물들의 대화는 늘 연구의 과제를 던져준다. 이렇게 하나 배우고, 한 권 넘어가고 또 하나 배우고... 하지만 12권은 좀 힘들었다. 그리고 역시나 결론은 지지부진해서 다 끝내고 나니 허무함 대박... 예술 작품이 그냥 탄생하는 게 아니듯 작품을 대하는 사람의 수준도 그냥 나오는 게 아닌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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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는 진화한다

어쩌다 스벅 팔공점의 서비스에 대박 감동한 일이 있었다. 리저브 메뉴의 첫 이용이기도 했고. 그제서야 스벅의 볼매를 발견하기 시작한 듯. 그동안 단순 커피 프랜차이즈 1위라는 인식만 있었는데, 스벅은 문화 그 자체란 생각이 든다. 미국 시애틀의 어촌 한구석에 원두 가게로 시작해서 전 세계 굴지의 커피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 리저브 매장 도입으로 그야말로 다양한 면모를 선보이는 진화에 놀라울 따름. 그동안 차별화를 추구하겠다며 예쁘게 단장만 해놓은 촌구석 카페만 줄창 돌아다녀서 남는 게 있었던가. 오히려 방구석에 들어앉아 세계 최대 리저브 매장이라는 상하이점과 올해 그 아성을 깬 도쿄점을 찾아보며 뒤통수 제대로 맞았다는. 상하이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https://blog.naver.com/kwoncharm_e/221531638177 도쿄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http://shootar.net/221529547533 커피계의 애플이라는 블루보틀 1호점 https://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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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캣 인 뉴욕 - 카페 의존형 인간

<스노우캣 인 뉴욕>을 보다가 극 공감한 장면이 있어 올려본다. 2007년도에 나온 책인데, 10년 뒤에도 20년 뒤에도 같은 모습이지 않을까. 뉴욕이든 어디든. 코로나 중에도 카페에는 꾸준히 모여드니. 것도 마스크 없이.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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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윤 - 드물게 솔직한 작가

시작은 <제가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의 섬뜩한 일러에서였다. 왠지 이 작가가 좋아질 것 같은 예감이 든 건. 아니나 다를까, 사실적인 묘사가 아주 그냥 온몸의 세포를 뭉클하게 하네. 그리고 저자가 작가가 되기까지의 몸고생 마음고생이 아주 원색적이고도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는 책 <팔리는 작가가 되겠어>는 세상 가장 서글픈 '아리랑'보다 더 구슬프게 읽었다. 정말 드물게 솔직한 작가. 이분 잘됐으면 좋겠다. 나는 생각한다. 리듬을 염두에 두고 글을 쓰다 보면 술술 읽히면서도 재미있는 것은 물론이요, 자신만의 문체까지 덤으로 생겨난다고. 언제까지 무뚝뚝한 단문만 쓰며 살 텐가! 난 그런 글은 영 게을러 보여서 싫더라. 블로그에 일기를 씨불인 것 외에는 별다른 습작을 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 알게 되었다. 소설이나 시를 쓰겠다는 굳은 마음가짐으로 써내려간 글만이 글이 아니라는 사실을. 내 일기를 소설처럼 쓴다면 그게 소설이 되고, 내 일기를 시처럼 쓴다면 그게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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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2021, 김용섭 - Fight or Flight

기대 이상이다. 올 4월에 나온 <언컨택트>에서 조금 더 업그레이드된 버전쯤으로 생각했는데, 포스트 코로나의 2막을 여는 지금 가장 시의적절하면서도 이만큼 날카로운 분석서는 없는 듯. 매년 습관처럼 보는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가 화려한 용어 대비 내용이 아쉬웠던 것에 비하면, 이 책은 진짜 꿰뚫어봐야 할 게 뭔지 구체적으로 나와서 좋다. 참고로 내가 이분한테 입덕하게 된 건 2018년도에 나온 <실력보다 안목이다>라는 책인데, 이 한 권만 보더라도 전에 없던 인사이트가 마구 열리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커리어를 여러 번 바꾸면서 힘든 시간도 있었(고 지금도 겪고 있)지만, 대신 그만큼 관심사의 폭이 넓어져서 좋다. 그중 기억에 남는 구절 몇 가지 적어보자면... 인문학이 아니라 사회과학의 담론이 더 필요해진 시대다. 사회과학 범주에 있는 학문 이야기가 아니라, 이런 관점과 전문성으로 풀어야 할 우리 사회의 문제와 담론이 많다는 의미다. 인문학 열풍도 엄밀히 인간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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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미리의 만화 에세이들

갑자기 붕 뜬 휴일, 오랜만에 도서관으로 향했다. 크리스마스 연휴와 겹친 주말이라 한산할 거라 생각했는데 웬걸, 사람 대박이다. 이런 걸 보면 우리나라는 분명 희망적인 게 틀림없어. 이렇게나 열심히 자기계발을 하고 있는데. 더군다나 크리스마스 선물로 윤 총장님도 복귀하셨으니 그야말로 메리 크리스마스지 뭔가. 원래 찾아보려던 책은 생각보다 건질 게 없었고, 오히려 어느 이웃님의 블로그에 소개된 마스다 미리의 책에 푹 빠졌다. 예전에 친구가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라는 동작가의 책을 추천했을 땐 귓등으로도 안 들리더니, 책 좀 읽는다는 분이 추천해 주니까 바로 점검 들어가는 나도 참 이중적이란 생각.ㅋ 다행히 동네의 작은 도서관은 마스다 미리의 거의 모든 책을 소장하고 있었다. 그중 특히 <차의 시간>은 카페 문화를 사랑하는 나에게 거의 대발견이나 마찬가지. 담백한 스토리텔링을 보며 글쓰기의 방향성도 찾은 것 같기도. 참고로 일본책 번역본이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어야 하는 불편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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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섭 Vs. 김난도 - 2022년 트렌드를 예측한 두 분석서

올해는 너무 바빠서 책도 뉴스도 필요한 것만 골라서 읽었더니 이런 트렌드 서적이 좀 낯설다. 그래도 한 해를 정리하고 다가올 해를 준비하기 위해 점검할 건 해야지. 뭔가 큰 인사이트는 없지만, 그래도 잡지처럼 부담 없이 볼 수 있기에 - 라이프 트렌드는 정말 잡지처럼 나왔다는 - 바쁜 와중에도 짬을 내어 읽어 본다. 트렌드 코리아 2022, 김난도, 이준영, 이향은, 미래의창 우리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든다. - 니체 미증유의 전염병과 현명하게 공생하는 ‘위드 코로나’를 준비하면서 사람들은 더 강해지고 있다. 팬데믹 위기 상황에 얼마나 잘 대처하느냐, 기업보다 더 빠른 소비자들의 니즈 속도를 어떻게 맞출 것인가, 유권자들의 마음을 어떻게 얻을 것인가, 거침없이 포효하는 호랑이가 될 것인가, 고양이가 될 것인가? TIGER OR CAT Transition into a Nano Society - 나노 사회 극도로 파편화된 사회에서 공동체는 흩어지고 개인은 더 미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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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고 싶어서 떠난 핀란드 여행, 마스다 미리, 2021 (feat. 카모메 식당)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나라 같다. 카페에서는 혼자 시간을 보내는 사람을 곧잘 볼 수 있다. 따뜻한 커피와 시나몬 롤을 먹으며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을 멍하니 바라본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시간이라든가 인생이라든가 나 자신을. - 마스다 미리의 <생각하고 싶어서 떠난 핀란드 여행> 서문 중 목적의식에 짓눌려 도장 깨기식 과제 수행이 아니라 여행이 일상이 되고 일상이 여행이 되는 하나하나의 행위들이 생각으로 이끄는 마스다 미리의 라이프스타일이 좋다. '그나저나 핀란드는 시나몬 롤이다'란 부제와 함께 앞부분을 가득 메우는 시나몬 롤과 커피 샷도 좋았고. 마치 영화 <카모메 식당>의 에세이 버전을 보는 느낌이랄까. 바로 이 정서다. 내가 원하던 게. 목적은 여행인데, 그 물리적 행위가 에세이 같고, 때론 영화 같고, 그러면서도 외국어가 서툴고 대면 관계에 낯설어하는 소시민적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는 솔직함. 이것이 그림체가 예쁘지 않음에도 이 작가가 롱런하는 이유이리라. 오늘은 일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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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2023 & 트렌드 코리아 2023

두 작가의 차이는 극명하다. 미시적 디테일함과 거시적 관점의 차이. 그래서 김용섭 분석가는 읽는 재미가 있고, 김난도 교수는 멀리 보는 시야를 제공한다. 라이프 트렌드 2023, 김용섭 1 과시적 비소비 욜로, 플렉스, 오픈 런, 호캉스 등 지금까지 대중은 영끌하듯 소비(플렉스)하며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가장 기본적인 욕망을 표출해왔는데, 2022년부터 무지출 챌린지, 투자 감소와 저축 증가, 중고 시장 확대, 소식 먹방 등 ‘과시적 비소비’가 트렌드로 부각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욕망이 되던 행동이 아니었기에 이런 비주류 소비는 새로운 숙제를 안겨 준다. 욕망의 본질은 과시에 있다. 소비가 과시의 가장 좋은 도구였다면, 이제 비소비가 새로운 도구가 되고 있다. 소비를 하든 멈추든 그 형태를 바꾸는 모든 것에 과시 욕망이 작용한다. 그 어느 시대보다 자아가 강해졌기에 영리한 소비자는 더 이상 베블런 효과에 끌려 다니지 않는다. - 과시적 소비(Conspicuous Consum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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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 Wars - SF를 안 좋아하는 나도 빠져들게 만든 별들의 전쟁

조지 루카스 감독은 천재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에피소드 4~6편을 만들어놓고, 그로부터 20년 후 프리퀄 시리즈로 1~3편을 내놓았다. 이는 한 시리즈로 거의 30년을 우려먹겠다는 그의 곰국 같은 빅픽쳐 스타워즈의 배경은 그냥 터키다. 여긴 이스탄불에 있는 에미노뉴 항구의 모습을 빼다박았다. 이스탄불의 톱카프 궁전, 터키 목욕탕 하맘 기암괴석으로 유명한 카파도키아, 동부의 아나톨리아 고원 고즈넉한 호수마을 우준괼 물론 건물 양식은 좀 다르지만 터키가 아닌 것 같은 유일한 배경 여긴 이과수 폭포에 잔디만 CG 처리한 듯 이렇게 이국적인 배경과 SF적인 배경이 번갈아 나오며 사람 혼을 쏙 빼놓는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1~3은 관능의 대명사 나탈리 포트만이 우아하면서 아름다운 여인으로 나온 유일한 영화가 아닐까 싶다. 에피소드 4~6에서 캐리 피셔가 뭍 남성들의 성적 환타지를 심어주기에 충분할 만큼의 관능미가 강조된 것과는 대조적으로. 엄마와 딸, 아버지와 아들의 대조적인 구도가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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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 2007 - 카모메 식당의 기적 다시 한번

(포스터 출처: 일본 홈페이지에서 캡처했는데 지금은 폐쇄됨) <카모메 식당>에 매료되어 고바야시 멤버들이 나온다는 이유로 가볍게 봤다가 묵직하게 감동받은 영화 <안경>. 다음 여행지는 일본이라며 열심히 준비하다가 (이래 놓고 결국 못 가게 됐지만) 먹방까지 흘러 들어왔는데, 구관이 명관이라고 90~2000년대 작품만 한 게 없고, 그중에서도 일본 먹방은 역시 고바야시 멤버들이 나온 것만 한 작품이 없다. 여기서 고바야시 멤버란 <카모메 식당>(제일 처음 본 작품이어서 늘 이게 기준이 된다)에 나오는 고바야시 사토미, 모타이 마사코, 카타기리 하이리, 그 외 카세 료와 이치카와 미카코 등인데, 이중 고바야시와 마사코와 카세 료 3인방은 늘 세트로 고정 출연하는 듯하다. 딱 하나 예외인 게 <카모메 식당>에서 카세 료가 빠진 건데, 일본 남자 캐릭터 자체가 없으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고. 다시 영화로 돌아가서, 제목이 <안경>이다. 처음엔 출연진들이 죄다 안경을 쓰고 나오는 매우 단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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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걷는 소녀(東京少女), 2008 - 시간은 떨어져 있어도 너의 마음은 느낄 수 있어

촌스런 포스터에 깜빡 속아서 금쪽같은 영화를 놓칠 뻔했다. 감히 포스터를 이 따위로 만들다니ㅡㅡ; 웜홀을 통과 중인 미호의 핸펀 이런 식상한 장면을 보고 영화 끌까? 했는데, 핸펀이 메이지 시대의 토키지로에게 떨어지고, 핸펀을 찾고자 전화를 건 미호와 기적처럼 연결된다. 여기까지 보고 <기묘한 이야기>가 생각나서 끌까? 했는데.. 저 보름달을 중심으로 구성한 촌스러운 화면이라니ㅡㅡ; 그러나 달은 중요한 매개체였다. 달이 떠야만 전화가 연결될 수 있었던 것. 타이타닉 침몰 사건을 맞춘 계기로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시대에 살고 있음을 알게 되고, 밤마다 통화하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다 달이 있는 곳이면 언제든 통화가 가능하다는 걸 알고 둘은 달이 뜬 대낮의 데이트를 약속하는데, 100년을 넘나들며 같은 곳을 돌아다니고, 같은 가게에서 카레를 먹고, 그러다 100년 동안 변함없이 남아있는 가게 '에리젠'에서 토키지로는 거울을 사서 미호에게 메시지를 남기고, 100년 후 다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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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타루의 빛, 2007 - 부쪼에 의한, 부쪼를 위한 드라마

순정 만화 같은 오프닝 그러나 반전 대박 밖에서는 상큼한 OL 호타루(아야세 하루카) 집에서는 추리닝 패션에 머리는 고무줄로 질끈 묶고, 필요한 물건은 반경 1m 내로 세팅해주는 센스 미팅보다는 집에서 맥주 마시고 자는 게 더 좋은 건어물녀 근데 다들 집에서 저러고 있지 않나? 회사에서도 저런 스타일을 허용한다면 지금보다 능률이 200%는 오를 텐데. 아무튼, 바짝 말라버려서 더 이상 물기라곤 없는 건어물녀에게도 사랑은 오는가. 까칠한 부쪼의 저 눈빛을 사랑한다. 완전 일본판 강마에ㅋㅋ 호타루와 동거하면서 까칠함이 점점 해빙되어가는 그 건어물녀와 까칠부장의 알콩달콩 동거 이야기 그러던 중 건어물녀를 짝사랑하는 남자가 나타났다. 잘생기고 키 크고 유학파에 능력 있는 사내 킹카 마코토꿍 부쪼랑 동거하는 걸 들킬까 봐 전전긍긍하다 술로 보내버리는 두 사람. 얘를 어째쓰까이... 부쪼는 나름 신경 써준다고 둘을 회의실에 가둬버리지만, 이에 대한 호타루의 응징은 욕실에 3시간 동안 부쪼님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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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포즈(The Proposal), 2009 - 산드라 블록은 늘 옳다

간만에 산드라 블록의 로코물로 기분 전환 제대로 했다. 폭력 남발할 때 은근 섹시한 그녀 이번엔 프로페셔널한 역인데, <당신이 잠 든 사이에>의 루시가 자꾸 겹친다. 그래서 더 좋다. 그 영화를 너무나 애정하기에. 또 한 명의 훈남 발견 보스를 무릎 꿇리다니 요거요거 선수 아냐?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알래스카에 가고 싶어진다. 헐리웃 영화는 늘 강렬한 조연이 등장한다. 여기선 이 할매가 그 역할인 듯. 라이언 레이놀즈랑 이 할매 중에 선택하라면 난 이분을 선택할 거다. 인생은 즐거움이야.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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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타루의 빛 2, 2010 - 부쪼와의 재회

드디어 호타루의 빛 2탄이 나왔다! 2년 만인가. 심상찮은 오프닝 웬 리우 카니발 복장ㅡㅡ? 심각한 분위기조차 코믹 버전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이 드라마의 매력 나오, 당신은 어떤 복장을 해도 멋지구려. 시즌 2의 주제는 '결혼'이다. 3년이나 해외 출장을 다녀온 호타루를 기다리며 결혼을 결심한 부쪼 덩달아 열심히 노력하는 호타루 그러나 천성이 건어물녀라 하는 일마다 실수 투성이에 설상가상 젊고 탱탱한 경쟁자까지 붙었다. 불혹에 접어든 부쪼, 늘어지기 시작한 피부로 힘겨운 싸움을 시작하는데, 그 마루에 제가 들어가면 안 될까요ㅋㅋ 기획부 선배의 결혼식 부케는 누가 받았을까? 이번엔 부쪼가 해외 출장을 가게 되고, 건어물녀가 기다리게 되는 반전 저 얼굴에 저 멘트라니 그러니까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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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맺어준 커플(Rab Ne Bana Di Jodi), 2008 - 아므릿사의 로맨스

시작은 고요한 암리차르(Amritsar) 현지 발음으로는 '아므릿사' 간만에 보는 인도의 권오중 샤룩칸(1965) 그를 처음 본 건 2002년 인도 여행 당시 개봉했던 <Devdas> 인도 여신 애쉬와 화려한 춤의 향연에 어안이 벙벙했던 기억...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멜로물을 하고 있다니 역시 인도의 국민배우답군. 지도교수의 딸 결혼식에 갔다가 곧 유부녀가 될 그녀를 보고 사랑에 빠졌다...며 펩시를 빨고 있는 샤룩 갑자기 신랑이 죽는 바람에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샤룩이랑 결혼하게 되는 타니 손등의 맨디가 마르기도 전에 다른 남자에게 맡겨지는 그녀의 인생도 참 기구하구나. 거듭된 충격으로 먹지도 자지도 않는 타니 그런 그녀를 어찌할 바 모르며 지켜보다 혼자서 아침 먹고 출근하는데, 그의 하루는 이 한마디로 시작된다. 회사에 결혼했단 소문이 퍼지자 집들이 하라며 볶아대는 동료들 급기야 집까지 쳐들어오는데, 갑자기 아리따운 모습으로 나타나 그의 자존심을 세워주는 타니 손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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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2003 - 셰어하우스라면 해피니스 산챠처럼

요즘 전에 없이 드라마에 관심이 생겨 여러 작품을 찾아보다가 역시 1990~2000년대 감성만 한 게 없다는 생각을 했다. 요즘 드라마는 스토리는 쫀쫀해도 너무 자극적이어서 없는 사악함도 생길 지경이니. 그래서인지 힐링 슬로 라이프를 추구하는 고바야시 사단의 작품이 새삼 그리워진 건지도 모르겠지만. 때는 바야흐로 1983년, 시원한 수박이 당기는 한여름 동네 개울가에서 28점짜리 시험지를 몰래 태우던 하야카와는 1999년이 되면 *하루마게돈으로 지구가 멸망할 테니 시험지를 태우지 않아도 된다고 알려주는 쌍둥이 자매를 만나는데, *하르마게돈(아마게돈): 신약성서 요한 묵시록 16장 16절에 최후의 날 세상의 선과 악이 맞붙는 전쟁터가 될 것이라 예언된 지명으로, 재앙, 종말 등을 의미 그로부터 20년 후인 2003년, 노스트라다무스의 대예언이 무색하게도 지구는 여전히 잘 돌아가고 있었고, 소녀 시절 28점을 받은 하야카와(고바야시 사토미)는 커서 신용금고 직원이 되었다. 당시 기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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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다악바르(Jodhaa Akbar), 2008 - 리틱 앓이

우다이푸르까지 포스팅을 마친 시점에서 라자스탄 주를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는 영화를 보게 되었다. 바로 인도의 광개토 + 세종대왕이라 할 수 있는 악바르 대제와 그의 황후 조다의 러브 스토리 포스터만 보면 지루한 발리우드식 시대극 같지만, 그림 동화를 읽는 듯 편안한 오프닝으로 시작되고, 덤으로 자이푸르의 암베르성과 아그라의 레드포트를 투어하는 것보다 자세하게 볼 수 있는 점, 특히 여인들만 거주하는 금남의 공간이자 오직 왕만이 출입할 수 있었던 하렘(harem)이 그대로 노출돼서 신기하기도 했다. 또한 무굴 제국과 라지푸트(라자스탄)족의 의상과 음식, 종교와 결혼 풍습이 화려하게 어우러져 지루한 발리우드 춤판이 아닌 화려한 궁중 무예가 펼쳐지고, 노래는 거의 찬팅에 가깝도록 성스러웠다. 정중앙에 있는 저분은 발리우드의 엔니오 모리꼬네라는 A.R. Rahman <슬럼독 밀리네어>의 엔딩곡으로도 유명한 뮤지션이다. 그의 청아한 목소리가 한껏 두드러지는 'Khwaja Mere Kh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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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lish Vinglish, 2012 - 자존감을 잃어버린 엄마라면 스리데비처럼

이름처럼 우아한 그녀 맛난 라두 짜이보단 커피 충분히 비범한데, 여자, 엄마, 아내, 며느리라는 틀에 가둬두려는 답답한 사회 정말 말 그대로 사슴 같은 눈망울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혼자 외국으로 떠나게 된 그녀 두려움에 눈물도 흘리지만, 강렬한 카메오로 등장한 아미탑 바찬 할배 Every first experience is special. So enjoy surely, definitely, confidently. All the best. 어눌한 영어로 커피를 주문하다 당황해서 도망친 그녀에게 다가와준 프렌치 훈남 그도 영어가 서툴다. 그러나 따뜻하다. 커피처럼. 지나가던 버스의 영어학원 광고를 보고 즉흥적으로 등록한 샤시 거기서 다시 만나게 된 프렌치 훈남 로랑 처음엔 어리바리하던 그녀가 영어 좀 배우더니 바로 뉴요커로 변신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이민자들의 독특한 우정도 볼 만하다. 어느 날 선글라스를 쓰고 출근한 강사 게이 애인과 헤어지고 울어서 눈이 퉁퉁 부었다는. 이에 늘 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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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2012 - 태국의 금싸라기 감성 영화

부천영화제의 2번째는 쑤가 추천한 태국 영화 <홈> 그녀의 영화, 드라마 지식은 접할 때마다 깜짝깜짝 놀랄 정도로 경이롭다. 내 문화생활에 크나큰 영감을 준 그녀 폴란드에서 쑤를 만난 건 아무래도 운명이었나 보다. 두 소년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첫 번째 이야기 이 동생, 처음엔 교정기 끼고서 바보같이 웃더니 점점 귀여워지려고 한다. 내가 왜 너를 찍고 있는 것일까. 두 번째 에피소드는 사별한 남편의 추억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여자 이야기 아프지만 지나간 사람은 보내주어야 한다. 뒤돌아보지 말 것. 그러면 미련이 자꾸 발목을 잡는다. 실컷 울어요. 그를 보내줄 수만 있다면. 세 번째는 결혼식 전날 심란한 신부 이야기 신부보단 저 친구와 이모님의 표정이 압권이다. 귀요미 남동생도ㅋ 보톡스 때문에 인상을 쓸 수 없는 이모님의 놀란 표정 이 친구 표정도 이모님 못지않다. 완전 맘에 드는 캐릭터들ㅋㅋ 그리고 귀요미 남동생 피치(Pchy)라는 태국의 가수 겸 배우라고 한다. 아, 이모님 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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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주단기, 2005 - 철도원 아저씨와 장예모 감독의 케미

리장(麗江)이 나온다고 해서 봤는데, 첫 화면부터 일본 배우들과 일본어가 난무하는 일본 영화 헷갈리기 전에 확인해본 바, 감독은 중국 영화의 거장 장예모 주연 다카쿠라 켄은 <철도원>의 푸근한 그분 여기서도 묵뚝뚝하지만 부성애 쩌는 아버지로 나온다. 간암 말기인 아들이 미처 촬영하지 못한 '천리주단기'를 대신 촬영하러 말도 안 통하는 중국으로 날아가는데, 천리주단기(千里走单骑)는 '단기로 천리를 달리다'라는 뜻으로, <삼국지>에 나오는 관우의 의리를 노래한 가면극이다. 리장 고성의 골목은 거대한 미로라더니 몇 장면 채 나오지 않아서 장소는 리지아춘(李家村)으로 옮겨간다. 난 리장에 더 머물고 싶은데. 영화의 간접 체험은 그래서 늘 목마르다. 실컷 리지아춘으로 갔더니 천리주단기의 거장 리지아민은 그동안 감옥에 갔다는 황당한 설정 2~3년 후에나 출소한다는데, 오늘내일하는 아들을 위해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 이 장면에서 기시감을 느꼈다. 후에 리지아민의 아들이 사는 깡시골로 배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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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워터(Mother water), 2010 - 고바야시 멤버 어게인

고바야시 사단이 또 총출동했다. 고바야시 사토미, 이치카와 미카코, 카세 료, 모타이 마사코, 미츠이시 켄, 거기다 <수박>의 코이즈미 쿄코까지. 그래서 기대했는데 이건 잔잔해도 너~~무 잔잔해서 지루해 죽을 뻔... 그래도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과 같은 마츠모토 카나 감독 작품이라 의리 포스팅 중 참고로 마더 워터(Mother water)는 위스키의 원재료로 사용되는 물, 특히 지하수를 의미하며, 극 중 사람들이 단골로 주문하는 미즈와리(水割り)는 '물을 섞음'이란 명사형으로 위스키에 물을 부어 묽게 만든 버전이라는데, 이때 마더 워터를 사용해야 가장 맛이 좋다고 한다. 시작은 아기와 엄마... 근데 엄마가 카나다. 카나가 이 영화에 출연했다더니 첫 장면에 잠깐 나왔었구나. 신비로운 비주얼에 걸맞게 신비주의로 나왔다 사라지는 그녀. 영화에서도 현실에서도... 바를 운영하는 세츠코(고바야시 사토미). 술집이라 당연히 영업은 저녁에만 하고, 파는 것도 위스키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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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치박스(Dabba), 2013 - 잘못 탄 기차가 목적지에 데려다준다

남편을 위해 매일 정성을 다해 도시락을 싸는 일라(Nimrat Kaur) 하지만 남편의 입맛이 까다로운지 그녀의 요리 솜씨가 신통찮은지 늘 도시락을 남겨온다. 그래서 도시락 쌀 때마다 신경 쓰고 상처받고... 인도의 가부장들은 굶어봐야 정신을 차리지ㅡㅡ+ 어느 날 남편이 아닌 엉뚱한 사람에게 도시락이 배달되고... 도시락 배달부라는 게 진짜 있었구나. 조금이라도 따뜻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점심 시간에 맞춰서 집집마다 도시락을 수거 후 각 회사로 배달하는 인도에만 있는 독특한 문화를 영화에서 보다니 신기하네. 참고로 잘못 배달받은 저분은 <파이 이야기>의 엔딩을 강렬하게 마무리해준 연기파 배우 이르판 칸(Irrfan Khan) 이번엔 상처(喪妻)하고 정년을 앞둔 노신사 사잔 역으로 나왔다. 집밥 먹은 지 오래된 사잔은 일라의 도시락을 맛있게 싹싹 긁어먹고, 도시락이 텅텅 비워진 채로 돌아온 걸 보고 기뻐하지만, 곧 도시락이 바뀌었음을 알고, 다 먹어준 이름 모를 그 사람에게 보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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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vdas, 2002 - 마살라 무비의 끝판왕

시작부터 두르가 여신이 나오는 심하게 힌두스러운 영화 삐까뻔쩍한 귀족 데브다스의 집으로 오프닝이 펼쳐진다. - 나의 아들 데브다스가 돌아온대. - 두르가 여신이여, 감사합니다. - 데브는 어딨지? - 오는 도중에 빠로를 보고 오겠다고 말씀하셨어요. 데브보다 계급은 낮지만 나름 부자인 대지주 빠로의 집 소름 끼치도록 예쁜 애쉬를 처음 본 순간 홍콩 영화 <백발마녀전> 같은 으스스함을 느꼈다. 확실히 옛날 거라 화질도 별로고, 춤사위는 더욱 화려하고, 음악은 제대로 인도 정통이다. 역시 샤룩은 느끼한 역에 제일 잘 어울려. 반살리 감독 특유의 과장된 디테일 귀족 집안의 아들과 대지주의 딸은 맺어질 수 없다며 결국 두 집안은 원수가 되고, 졸지에 인도판 로미오와 줄리엣이 되어버린 두 사람 홧김에 데브다스는 빠로에게 이별의 편지를 쓰고, 빠로도 홧김에 부유한 남자에게 시집을 가버린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이면 빠로가 시집가는 날 찾아온 데브다스 부잣집으로 시집갔지만, 남자는 죽은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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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릴라(Ram-Leela), 2013 - 최고의 영상미, 그러나 남주는 미스 캐스팅

람릴라, 람과 릴라 조다악바르, 조다와 악바르 중간에 조사가 없으면 제목이 한층 고급진 느낌 산제이 릴라 반살리 감독의 꽤 최신작 이분의 작품에서 스토리는 영상미에 양보해야 한다. 프리앙카 초프라가 중간에 나온 것 같은데, 디피카 파두콘이랑 얼굴이 잠시 헷갈렸다. 그러고 보니 둘의 이미지가 꽤 비슷한 듯. 아름답게 육감적인 것까지 닮았어. 물동이와 매캐한 땡초와 라자스탄 스타일의 수공예 퀼트 하지만 이곳의 배경은 마노즈 아빠와 빠룰 엄마가 살고 있는 구자라트 주 하누만은 람 신의 보좌관이었다. 시바가 아니라. by 라마야나 깜짝이야... 처음 보는 란비르 싱 시크교도답게 완전 펀자비하게 생겼다. 총기가 난무하는 마을의 족장 아들 한마디로 있는 집 자식 뭔가 결단력 있어 보이지만 시종일관 한량으로 나온다. 홀리의 춤판이 벌어지고 있는 릴라의 집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만난 두 사람 뭐야? 휴대폰을 쓸 수 있는 시대였어?? 갑자기 반전ㅡㅡ; 암튼 이렇게 원수 가문의 두 자식은 연애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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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케이(PK), 2014 - 인도판 별에서 온 그대

김수현 만큼이나 외계인 같은 아미르 칸 PK(Peekay)는 힌디어로 '취했냐, 사기친다' 뭐 이런 뜻으로, '구라쟁이' 정도의 애칭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 참고로 저 목걸이 리모콘은 <라원>에서 샤룩의 심장과 비슷해 보인다. 역시 발리우드는 우려먹기의 달인이야. 그 넓은 지구 중 하필 인도의 라자스탄에 내릴 건 또 뭔가. 사기가 판을 치는 이곳에서 내리자마자 리모콘을 도둑맞는 피케이. 저렇게 알몸에다가 보석 같은 걸 보란 듯이 달고 있었으니, 쯧쯧... 여기는 벨기에 브뤼헤 팔자주름이 늘 한결 같은 Anushka Sharma 여자 이름이 '자구'가 뭐람ㅡㅡ; 운명처럼 만난 히두스타니 자구와 파키스타니 사르파라즈(Sushant Singh Rajput) 하지만 잘못 전달된 편지(wrong number)가 두 사람을 갈라놓는다. 상처 받은 채 델리로 돌아온 자구 그런데 델리의 상징인 꾸뜹미나르나 찬드니촉이 아닌 하누만 신상을 제일 먼저 보여준다. 이 영화는 신과 종교의 메카인 인도의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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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울다(喊山), 2015 - 나도 울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풍경에 빠져들었다. 저긴 도대체 어디일까. 아름다운 풍경만큼 영화의 사연이 더 슬프게 다가온다. 여운이 참으로 길다... 뭔가 사연이 많아 보이는 어르신 늘 말을 아끼지만 중요한 타이밍에 결정적 역할을 해준다. 구구절절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상대를 헤아려주는 그의 삶의 내공에 놀라고, 아버지와는 대조적으로 한없이 즉흥적인 아들의 등장에 두 번 놀란다. 이 고립된 마을에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홍시아 나이 많은 남편과 두 아이가 있는 벙어리 이것이 그녀의 첫인상이다. 남편이 산에 갔다가 사고사를 당했는데도 아무런 표정의 변화가 없는 그녀 남편의 무덤을 천천히 돌아보다 밝혀지는 그녀의 무서운 과거 그녀의 표정 연기에 소름 돋았다. 차라리 말을 할 수 없었기에 오히려 미치지 않은 건지도 모르겠다. 표정으로 모든 걸 말해주는 홍시아 이 배우 참으로 매력적이야. 아마 목소리가 나왔다면 표정이 이렇게 도드라지진 못했을 것이다. 후에 나온 영화 <상애상친>에서 그걸 느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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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뉴 클래스메이트(Nil Battey Sannata), 2015 - 엄마도 꿈이란 게 있답니다

이렇게 소녀 같은 엄마가 어딨나요. 비록 학교도 못 나오고 가정부로 근근이 살아가지만, 그래도 성실한 덕분인지 좋은 주인을 만났다. 고령에도 요가 수련을 게을리 하지 않는 주인 할매가 말씀하셨지. 나이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러니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배움이 늘 아쉬웠던 엄마는 학교에 가기로 결심한다. 그런데 딸이랑 같은 학교, 같은 반. 공부는 재미있는데, 자꾸 의식하는 딸이 신경 쓰인다. 엄마의 이런 고민과 심리 묘사와 잘 어울리는 OST 인도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은 깨알 같은 먹거리와 볼거리를 선사한다는 것이다. 저 강이 있는 풍경은 도대체 어디일까 궁금했는데, 야무나 강이었다. 엄마와 딸은 과연 화해할 수 있을까? 세상의 모든 엄마들을 응원하며 OST 한 곡 더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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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의 톰씨, 2015 - 고바야시 멤버들의 리틀 포레스트

아주 오래전에 봤다고 생각했는데, 고바야시 멤버가 나온 작품 중 그나마 최근에 본 거였다. 그래서인지 특유의 인생철학이나 슬로 라이프 느낌은 여전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한물간 듯한 느낌도 드는데, 아마도 비슷한 콘셉트의 <리틀 포레스트>가 2014년에 나온 까닭이리라. 심지어 원작 만화가 이가라시 다이스케가 직접 전원생활을 한 경험을 토대로 <리틀 포레스트>를 썼다는 것까지 그대로 가져와서 <산의 톰씨> 주인공 하나(고바야시)가 되었으니 영락없이 베낀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그럼에도 끝까지 본 건 극작가가 바로 소설 <카모메 식당>과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을 집필한 무레 요코이기 떄문에... 조카와 함께 시골집으로 가는 하나(고바야시 사토미)에게 버스가 방금 지나갔다고 알려주는 동네 슈퍼 주인은 다름 아닌 마사코 할매. 늘 고바야시 작품에 함께 등장하는 단골 배우로, 이번에도 역시 몇 장면 안 나왔지만, 마지막쯤 크게 한 건 하신다.ㅋㅋ 아무렇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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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카이거의 요묘전, 2017

<패왕별희>의 천카이거 작품 오랜만이군. 포스터만 보고 지나치려 했으나, 요즘 대륙의 작품에 푹 빠져 있는 중이기에, 그리고 <홍길동전>처럼 그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한없이 모호한 얘기가 아니라 당나라의 유명한 두 시인을 등장시켜 30년이란 시간을 넘나드는 시대극이란 최애 장르이기에 유치빤스 포스터를 생까고 감상하기로 한다. 백거이, 당신 사관이었군요. 배우가 이제훈을 좀 닮았다. 황제의 병을 치료하러 온 퇴마사 쿠가이와 궁의 비밀을 공유하면서 친구가 되는 두 사람 이것이 장안의 모습이었던가. 뭔가 1건 할 것 같은 마술사 아저씨 - 단역 치고 잘생겼다고 생각했는데, <함산>의 그 아저씨였다. 사실 영화는 이 검은 고양이로 시작하지만, 백거이에 꽂혀서 요묘는 이제서야 등장ㅡㅡ; 진운초와 아리따운 부인 춘금은 영화 시작을 위한 희생양인데, 희생양치고 춘금이 너무 예쁘게 나왔다. 춘금이 읊은 시가 이백의 시임을 안 백거이 그 시의 주인공은 바로 귀비 양옥환 잘생긴 수박 아저씨 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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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밀밀 3 - 소살리토, 2000

예전엔 스토리가 완전 지지부진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장소에 가서 다시 보니 제대로 센치해져서 말잇못... 솔직히 스토리는 말도 안 된다. IT 천재이자 잘나가는 기업 대표가 애 딸린 이혼녀 택시 기사랑 사랑에 빠지다니. 이 영화감독이 <무간도> 시리즈도 찍었었는데, 여명이 페르소나인가? 3탄에서 냉동인간 그가 등장해서 심쿵했더랬지. 늙지도 않아요, 저 올바른 오양은. 오프닝에서 장만옥이 바라보는 곳이 샌프란이고, 그녀가 앉아 있는 여기가 바로 소살리토. 예술가지만 생업으로 택시를 운전하는 장만옥이 동경하는 곳이기도 하다. 택시 기사라는 직업을 빌미로 금문교를 뻔질나게 들락거리는데... 여명은 정말 오양이 반듯해. 영화 제목인 소살리토보다 훨씬 더 예쁘게 나온 카스트로 지역. 저 건물 주의 깊게 봐뒀었는데, 카스트로 입구에 떡하니 서 있을 줄이야. 장만옥도 참 오묘한 매력을 지녔어. 영화 속 여명의 집 대박이군. 이집 옥상이 영화 포스터에 나온 거기이고, 여기가 바로 소살리토다.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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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모메 식당, 2006 - 지금 잘 살고 있나요?

시작부터 뚱뚱하고 못생긴 갈매기가 나오는 이 영화의 배경은 놀랍게도 핀란드. 안 가봤다. 그래서 궁금했는데 영화로나마 잠시 둘러보니 유럽의 여느 광장과 골목의 모습에 항구도시의 면모까지 겸비한 수도 헬싱키가 참으로 매력적이다. 그래서 가보고 싶어졌다. 특히 이 식당. 작지만 행복이 깃든 곳, 그 이름 카모메. 카모메는 일본어로 '갈매기'란 뜻이다. 핀란드어로는 lokki. 그 앞에 있는 ruokala는 당연히 식당이란 뜻이겠고. 핀란드 배경에 일본 식당이라... 단아함이 매력인 고바야시 사토미. <카모메 식당>을 보고 나서 이분한테 매료되어 출연한 작품을 싹 다 찾아보니 이분만의 콘셉트와 분위기가 있더라.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도 거의 정해져 있고. 여기서도 그 조합이 나오는데, 나는 그들을 '고바야시 사단'이라 부른다. 출연하는 작품의 제목이나 내용은 달라도 늘 한결같이 등장하는 배우들의 조합이 절대 지루하지 않으면서 이번엔 어떤 명대사와 철학을 던져줄까 기대하게 만드니 그야말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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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감, 2000 - 다른 시간 속 같은 사랑을 꿈꾸는 사람들의 이야기

20년이 지나서 다시 봐도 여전히 명작이다. 이런 스토리, 영상미, 그리고 그때 그 시절 감성까지... 이런 명작은 절대 두 번 나올 수 없어.ㅠㅠ 극 중 신라대학으로 나오는 이곳은 대구의 계명대학교 대명캠퍼스. 고등학생 때 서클 모임 때문에 몇 번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참 예쁘다 싶었던 교정을 영화로 보니 그 아름다움이 배가된 느낌이다. 그리고 공사 중인 저 시계탑은 실제로 보면 그닥 인상적이진 않은데, 영화 속 두 주인공의 서로 다른 시간대를 깨닫게 하는 매개체로 꽤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풋풋한 김하늘, 참 늙지 않는 배우다. 그녀가 짝사랑하는 선배 역의 박용우 또한 한결같은 꽃미남이군. 선배 보러 왔다고 왜 말을 못 하고... 애꿎은 무전기만 챙겨 들고 나오는 그녀ㅡㅡ; 그렇게 우연히 득템한 무전기가 전혀 다른 인연을 몰고 왔으니 - CALLING CQ CQ CQ. 여기는 DS1AVO. 텔타 시에러 원 알파 빅토르 오스카... 갑자기 시간이 훌쩍 건너뛴 것 같은 미래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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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지친 그대, 커피 한잔 할까요

커피 한 잔이 무지하게 당기던 날, 우연히 제목에 이끌려 보게 된 카카오tv 웹드라마 <커피 한잔 할까요>. 포스터만 보고 예전에 다음 웹툰에서 봤던 <커피와 하루>가 드라마화된 건가 했는데, 이건 허영만 작가의 2016년도판 만화책이 원작이었다. 아마도 동네 귀퉁이에 카페가 붙어 있는 것과 손님들의 사연을 소소하게 엮어가는 설정이 비슷해서 착각한 듯. 알고 보면 카페 사장과 종업원 캐릭터부터 정반대인데 말이지. 공시에 떨어지고 잔뜩 낙심해서 집에 돌아가던 주인공 눈에 띈 이 카페, 조용한 동네 안에 잘도 녹아들어 있어 평소엔 있는 줄도 몰랐는데, 알고 보니 출근 시간, 점심시간엔 웨이팅이 어마무시할 정도로 소문난 맛집이었다는. 게다가 깜빡 잠이 든 주인공을 위해 따뜻한 커피를 새로 한 잔 더 내려주는 센스와 'God shot'을 부르는 극강의 맛에 반한 주인공은 여기서 커피를 배우기로 결심한다. 물론 처음부터 덜컥 직원으로 고용된 건 아니지만. 선생님 커피를 마시고 제 인생 계획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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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커피향 가득한 영화 <가비>

대구 근대골목 하니까 생각나는 근대 배경의 커피 영화 <가비>. 하고많은 근대 영화 중 하필 이 영화가 생각난 이유는 암울하면서도 화려하고 낭만적인 '모던 타임즈'를 한 폭의 그림처럼 화면 속에 가장 아름답게 담아냈기 때문이다. 사실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두 남녀 주인공의 이야기는 그닥 흥미롭지가 않다. 오히려 박진감 넘치는 시대상과 조선 왕실을 둘러싼 갈등 요소를 방해하는 느낌도 드는데, 넌 기와집 속에 갇혀 살지 말거라. 러시아 말을 배우거라. 세계를 누리며 살거라. 라는 선친의 유언을 받들어 러시아어를 배우고 세계를 누리며 하는 짓이 하필 열차 강도라는ㅡㅡ; 증기기관차 시절의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나와서 <놈놈놈> 같은 분위기인가 싶다가도 갑자기 커피를 따르고 연애질을 하며 앞으로 진중하게 흘러갈 영화를 한없이 가볍게 만드는 두 주인공의 러브 라인은 아무래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더군다나 혼자서 N:1로 적을 무찌르는 설정은 남녀 불문하고 현실성이 떨어져도 너무 떨어진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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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개항장으로 다시 보는 <미스터 션샤인>

인천 개항장을 다녀오니 개항기 제물포항(인천항의 옛 이름)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이 생각나서 연이어 포스팅해 본다. 엄밀히 말하면 촬영은 논산 세트장(선샤인랜드)에서 진행됐지만, 각 장소에 영감을 준 곳이 바로 인천 개항장이기에 여기를 돌아다니다 보면 이 드라마를 아니 떠올릴 수가 없더라. 한동안 '션샤인' 대신 '선샤인'으로 알고 있었을 정도로 제목이 요상한 이 드라마는 1871년 신미양요를 기점으로 막 개화기가 시작되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그러니까 일본과의 강화도조약(1876) 이후 미국(1882), 영국/독일(1883), 이탈리아/러시아(1884), 프랑스(1886),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1892)에 이르기까지 열강들의 파워게임 속에서 흔들리는 조선에 존재했던 각양각색의 인물을 그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의병, 뜨겁고도 의로운 그 이름, 역사에는 기록되지 않았으나 우리는 기억해야 할 무명의 용사들을 다루고 있는데, 그중에는 양반도 있고, 중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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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폭망했다(WeCrashed) - 애덤 뉴먼보다 레베카 뉴먼

세계적인 공유 오피스 업체 위워크(WeWork)의 흥망성쇠를 그린 드라마 <우린폭망했다(WeCrashed)> 이 드라마를 보면서 스타트업과 자영업의 차이를 어렴풋이 알게 되었고, 세계적으로 유니콘 기업이라 소문난 곳 중에는 허울뿐인 기업이 꽤 많다는 걸 알게 됐으며, '상장 뒤 주가 부진한 유니콘…벤처투자붐이 만든 거품 탓' 상장 후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글로벌 유니콘(unicorn) 기업들과 관련해 그 원인이 벤처투자 붐이 만든 버블(거품)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혁신기업 육성을 천명한 한국 정부가 유니콘 수와 같은 양적 지표.. www.sedaily.com 세계 최고의 자유와 인권이 보장되는 미국이라도 기업 내 성평등까지 보장되는 건 아니라는 것 또한 알게 되었다. 이는 위워크뿐만 아니라 비슷한 시기에 퇴출당한 우버의 전 CEO 트래비스 캘러닉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드라마 말미에 관련 뉴스를 보여줌으로써 위워크 CEO인 애덤 뉴먼의 행보와 묘하게 일치되어 텐션이 장난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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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해방일지 - 각자의 삶에서 해방되어가는 우리 주변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

처음엔 제목만 보고 그닥 당기지가 않았었다. 나오는 출연진도 딱히 선호하는 배우가 없었고, 아웃-서울 한 지도 한참 된 마당에 서울도 아닌 경기도 끄트머리에 사는 삼남매 이야기라니. 그런데... - 밝을 때 퇴근했는데 밤이야. 저녁이 없어. - 팔자가 뭐냐. 심보래. 그럼 심보가 뭐냐. 내가 심보가 아주 잠깐 좋을 때가 있어. 월급 들어왔을 때 딱 하루. 돈 있으면 심보는 좋아져. 돈이든 남자든 뭐라도 있으면 심보는 자동으로 좋아져. 근데 내가 돈이 있니 남자가 있니. 아무것도 없는데 내가 어디서 힘이 솟니. - 왜 나만 건너뛰어? 다 사귀면서 왜 나만 건너뛰어? 나보다 이쁜 여자는 있어도 나보다 매력적인 여자는 없어. 나는 매력자본이 어마어마한 여자야. 라며 금쪽같은 명대사를 매우 찰지게 구사하는 이엘 배우에 이어 - 뉴욕까진 아니어도 적어도 서울에서 태어났으면... 하필 계란 흰자에 태어나갖고... - 솔직히 전 깃발 꽂고 싶은 데가 없어요. 돈, 여자, 명예 어디에도. 깃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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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블루스 - 명대사 말고 명연기

개인적으로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는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고 묻는다면 그냥 <그들이 사는 세상>,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디어 마이 프렌즈>가 재미없어서... 그런데 이번엔 제목도 식상하고, 거기다 익숙지 않은 제주도 배경에 제주도 사투리까지 나오는데, 출연진은 <디어 마이 프렌즈>에 버금갈 정도로 화려하다. (하지만 놀라기엔 아직 이르다. 옴니버스식이라 초호화 출연진이 매회 추가된다는.) 유명 연예인들이 제주도 시장에서 저러고 있으니 <삼시세끼>나 <윤식당> 같은 버라이어티 예능을 보는 것도 같은데, 그중에서도 난 이분한테 꽂혔다.ㅋㅋ 보통 잘생긴 배우들이 저런 역을 하면 아무리 없어 보이게 꾸며도 화보인데, 이병헌은 정말 너무 리얼하단 말이지. 저래서 연기의 신이라 불리는 건가. <오징어 게임>의 이정재 이후로 최근에 본 지지리궁상 캐릭터 중 최고였다. 이병헌에 이어 지지리궁상 레전드 2탄은 차승원. 순간 <삼시세끼 어촌편> 보는 줄.ㅋㅋㅋ 오랜만에 보는 신민아 배우의 오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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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즈맨 칸타로의 달콤한 비밀 - 가보지는 않았지만 도쿄 맛집 탐방

원작 만화 표지(출처: 아마존)와 드라마 포스터(출처: 나무위키) 하기와라 텐세이의 만화 <사보리만 아메타니 칸타로>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 <세일즈맨 칸타로의 달콤한 비밀>은 <고독한 미식가>의 디저트 버전쯤 될 것 같다. 둘 다 만화가 원작이라 과장되고 유치한 연출, 거기다 일본 특유의 독백과 오바 리액션이 꽤 많이 나오는데, <고독한 미식가>가 매회마다 밥집 한 군데를 소개한다면 이 드라마는 도쿄의 디저트 가게를 아주 맛깔스럽게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주인공 칸타로(오노에 마츠야)의 병맛 리액션을 보고 있자면 아무리 맛있는 디저트가 나와도 식욕이 뚝 떨어지는 반전... 그럼에도 "굳이" 끝까지 챙겨보게 된 건 프로그래머에서 출판사 영업직으로 전업한 그의 상황이 비슷한 직군으로의 교차를 겪은 나의 상황과 묘하게 오버랩됐기 때문이다. 주말 없이 사무실에 처박혀 있어야 하는 S/W Engineer로서의 고충을 나 역시 겪었고, 차라리 답답한 사무실을 벗어나면 좀 낫지 않을까 싶어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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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살>의 미쓰코시백화점을 보며 이상의 <날개>를 생각했다

1932년 윤봉길 의거 이후 일제의 감시망을 피해 항저우로 옮겨간 대한민국임시정부와 암살단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암살>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한없이 암울한 시대였지만, 한편으로는 세계 각국의 근대 문물이 유입되면서 화려한 문화를 꽃피웠기에 단순히 독립역사뿐만 아니라 근대식 라이프스타일을 함께 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깊었던 건 지금의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해당하는 미쓰코시백화점이었다. 1904년 도쿄 니혼바시에 1호점이 세워진 이래 일본의 근대 소비문화를 주도했던 미쓰코시백화점은 1930년 경성에 진출하면서 일본인뿐만 아니라 조선의 부유층까지 사로잡으며 억압과 좌절 속에서도 당대 최고의 핫플로 급부상하게 되는데, 나는 어디로 어디로 들입다 쏘다녔는지 하나도 모른다. 다만 몇 시간 후에 내가 미쓰꼬시 옥상에 있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거의 대낮이었다. 그 화려함의 극치였던 미쓰코시백화점이 바로 천재 시인이자 소설가 이상이 쓴 <날개>의 배경이며, 일본에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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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파리에 가다 - 여행하는 기분 제대로

포스터 출처: 넷플릭스 포스터만 보고 chick들이나 보는 거라며 제꼈는데, 가리늦게 꽂힌 이유는 바로 드라마를 보는 내내 여행하는 기분이 제대로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에서 만든 만큼 국뽕의 성향이 다분하여 프랑스인을 비하하고, 프랑스에 사는 이민자를 비하하는 내용도 적잖지만, 그런 걸 차치하고라도 에밀리의 여행 패션 같은 출퇴근 복장이나 SNS가 늘 함께하는 일상, 길거리 빵집에서 고른 빵 한 조각에도 감동하는 소확행 같은 에피소드가 모두 여행에서 흔히 겪는 일상이라 맥주 한잔하며 힐링하기 딱 좋은 콘텐츠라는. 무엇보다 파리의 구석구석을 실제 여행하는 것보다 자세하게, 전지적 시점으로 바라볼 수 있으며, 밤거리를 마구 쏘다닐 수 있는 것도 영화라서, 드라마라서 가능한 일. 에펠탑이 정면으로 바라보이는 곳에서 파티를 즐겨 본 적이 있는가. (물론 일 때문에 간 거긴 하지만.) 그러니 숙소에 엘리베이터가 없어도, 올라가는 계단이 한없이 길어도 괜찮고, 실연을 당해도 괜찮다. 왜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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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 <그 땅에는 신이 없다> - 단순한 배경에 복잡한 서사, 그러나 떡밥 회수는...

오랜만에 서부개척시대 영화를 보니 폴란드 언니가 살고 있는 오클라호마가 생각나서 매핑해 봤는데, 예상대로 로턴과 라스베이거스 사이가 배경이다. 사건의 시작은 콜로라도주의 광산 마을 크리드, 전개는 뉴멕시코주의 폐광촌이자 여초 도시 라벨, 그리고 각 인물의 서사가 주변 지역으로 확산되며 이야기가 중구난방으로 흘러가서 도대체 어디가 어디인지 알 수가 있어야지.ㅡㅡ; 콜로라도주와 뉴멕시코주라는 행정 구역은 다르지만, 어차피 저 동네는 황량한 들판이 대부분이고, 시기상 서부 개척과 골드 러시, 원주민 말살 정책이 맞물려 있는 데다 아직 법과 제도가 정착되지 않은 시절이라 극 전개도 총잡이 무법자들과 함께 산으로 가 버린 느낌이다. 출처: 나무위키 그럼에도 정주행할 수밖에 없었던 건 이 강렬한 포스터 한 장 때문에, 심지어 저기 나온 여인이 <다운튼 애비>의 고고하기 이를 데 없는 매리 크로울리 역의 미셸 도커리이기 때문이었다. 영국 유서 깊은 가문의 애기씨가 이런 억센 서부극에 나올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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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사키 서점의 하루하루 - 도쿄 헌책방 거리 진보초 여행

뒤늦게 책방 문화에 꽂혀서 찾아본 <모리사키 서점의 하루하루> 영화 제목은 저렇지만, 원작은 <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들>이라는 소설이다. 뭐 '하루하루'나 '나날들'이나 그게 그거지만, 그래도 '나날들'이 뭔가 더 있어 보이는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2010년도 작품이라 화질은 별로지만, 저 햇볕 따사로운 골목 씬이 너무 좋아서 장면장면 모두 소장하고 싶었던 영화. 참고로 저 장면은 오프닝이 아니라 엔딩이고, 오프닝은 이렇게 남친한테 차이는 장면으로 뜬금없이 시작된다. 정말 뜬금없는 것이, 저 인간이랑은 1년 반이나 사귀어왔고, 회사 동료에 심지어 결혼 상대도 같은 회사 여직원이라는. 그런 이유로 요런 삼자대면 상황이 심심찮게 벌어지자 멘털 약한 여주는 충동적으로 회사를 그만두는데, 때마침 헌책방을 운영하는 삼촌이 허리를 다쳐서 오전에 병원 다녀올 동안 책방 봐줄 사람이 필요하다며 백수 조카한테 콜한 것. 심지어 책방 2층엔 부엌과 욕실 딸린 방도 있단다. 여주 완전 개부럽... 세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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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스프,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 2013

요즘 영상 관련 일을 하다 보니 전에 없이 드라마나 영화에 관심이 생겨 작품을 찾아보다가 역시 1990~2000년대 감성만 한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드라마는 스토리는 쫀쫀해도 너무 자극적이어서 없는 사악함도 생길 지경이니. 그래서인지 힐링 슬로 라이프를 추구하는 고바야시 사단의 작품이 새삼 그리워진 건지도 모르겠지만. <카모메 식당>에 이어 무레 요코의 소설을 또 한 번 원작으로 한 <빵과 스프,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은 영화라기보다 편당 50분 길이의 4부작으로 이루어진 초초초 미니 시리즈로, 영화 2편에 해당하는 길이 안에 주인공이 업을 바꾸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가는 과정을 소소한 동네 풍경과 멋스러운 상점, 맛있는 먹거리, 그리고 이웃과 직원과 손님을 넘어 가족 같은 인류애를 적절히 버무려 잔잔하지만 울컥하게, 보는 내내 스스로 착해지고 싶게 만드는 최첨단 힐링 휴먼 먹방 드라마라 할 수 있겠다. 무엇보다 고바야시 사단이 나오니 믿고 볼 수 있으며, 무레 요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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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의 극한직업 <남극의 쉐프>

이 휑한 설원은 남극의 낮과 밤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백야와 극야였다. 예전에 남미 여행할 때 파타고니아까지 가면서 남극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는데, 이 영화를 보니 극지방 근처에도 못 갔다는 생각이 드네. 왜냐면 거기엔 완벽한 백야도 극야도 없었으니까. 백야 비슷한 현상은 여름철 러시아에서 경험한 적이 있다. 새벽 2가 되어서야 겨우 해가 뉘엿뉘엿하던 장난 같던 그 밤. 시베리아 횡단열차 타러 밤 11시에 나서면서도 전혀 무섭지 않았던 그 밤. 월드컵 경기 본다고 자정 무렵 나섰다가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을 보며 깜놀했던 바로 그 백야에 가까웠던 곳. 그리고 겨울에 여행갔던 동생이 보내준 오후 4시의 풍경 속엔 가로등이 불 밝히던 극야에 가까웠던 그 거리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그래도 거긴 아주 극지방은 아니었기에 해가 점령하는 지분이 어느 정도 있었는데, 북극에서는 겨울, 남극에서는 여름이 되면 아예 해가 뜨지 않는다고 한다. 그것도 반년씩이나. 그러니 미치지 않고서야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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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레터, 1995 - 인생 영화 때문에 오타루가 궁금해졌다

5번은 넘게 본 것 같은 <러브레터> 저 한없는 설산과 고즈넉한 시골 마을과 예쁜 듯 개성 어린 배우 나카야마 미호와 또한 아리따운 아역들의 풋사랑 연기가 유키 구라모토의 OST와 함께 어우러지던 그날의 감성을 기억한다면 마음이 허할 때나 힐링하고 싶을 때 언제든 꺼내 보기 좋은 영화다. 시작은 장례식... 인 줄 알았는데, 후지이 이츠키의 3주년 추도식, 그러니까 제삿날이었다. 눈이 많이 와서 당연히 홋카이도인 줄 알았는데, 실제 촬영 장소는 긴키(간사이) 지방의 효고현 고베시. 일본 열도 정중앙의 도쿄보다 남쪽에 있는 오사카, 그보다 더 남쪽이니 겨울이 훈훈할 만도 한데, 이렇게 눈이 퍼붓는다면 아마도 여긴 고베 중에서도 꽤 산간지방인 듯. (참고로 고베의 겨울 평균 낮 기온은 10도를 웃도는 포근한 날씨라고 한다.) 그나저나 소년 이츠키는 언제 봐도 잘생겼군.ㅋ 하지만 배우 카시와바라 타카시로는 그리 대성하지 못한 것 같다. 2004년 상해에서 일반인과 시비가 붙어 합의까지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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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정원, 2013 - 도쿄의 비 내리는 공원에서 맥주 한잔

언젠가부터 비 내리는 날이 좋아졌다. 그게 등굣길이 아니고 출근길이 아니게 된 언젠가부터. 그리고 일본, 특히 도쿄 여행을 마음에 두고 있는 이 시점에서 비 내리는 동경의 대도시 풍경은 삭막하기보다 오히려 로망으로 다가왔고, 그래서 출근시간대의 이 지옥철 씬도 넘나 좋더라. 물론 한국의 1.5배나 비싼 요금을 생각하면 난 아마도 대부분의 공간을 걸어 다니겠지만. 미국도 해냈는데 일본이라고 못할까ㅡㅡ; - 2달 전 고등학교에 입학해서야 알게 됐다. 교복을 적시는 누군가의 우산, 누군가의 셔츠에 밴 나프탈렌 냄새, 등 뒤로 느껴지는 타인의 체온, 얼굴에 닿는 불쾌한 에어컨 바람... 이 냄새가 싫어서 남자 주인공 타카오는 비가 오는 날이면 학교를 땡땡이치고 패션의 메카 하라주쿠역과 도쿄 도청이 있는 신주쿠역 사이에 걸친 거대한 공원 신주쿠 교엔으로 향한다. 에도 시대(1603~1867) 번주 나이토 가문의 저택이었던 곳이 메이지 시대(1872) 황실 소유를 거쳐 1949년에 공원으로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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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몽, 2019 - 이태준 피살부터 윤봉길 의거까지 독립운동 이야기

3월이라 어딜 가든 독립 이야기가 만발한다. 위 사진은 6.25의 기록이 전시된 부산 40계단문화관에 있는 특별 전시실. 이상화 시인의 시제를 보니 작년 '모던 타임즈'를 테마로 여행하던 게 생각나서 문득 이 드라마가 다시 보고 싶어졌다. 인천 개항장으로 다시 보는 <미스터 션샤인> 인천 개항장을 다녀오니 개항기 제물포항(인천항의 옛 이름)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blog.naver.com 1898년 미서전쟁과 1905년 러일전쟁 사이 1902년의 조선을 다룬 <미스터 션샤인>과 그 이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드라마 <이몽> 공교롭게도 두 작품이 경술국치 전과 후를 각각 다루고 있어 그 분위기가 마치 근대와 현대를 가르듯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데, 두 여주인공 모두 금수저로 나오는 까닭에 밑바닥 인생보다는 모던하고도 낭만적인 경성과 상하이의 면면을 볼 수 있어 시각적으로도 꽤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아쉬운 점은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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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현대미술관 <거의 정보가 없는 전시> 후기

부산 무료 전시 - 부산현대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아세안문화원 6월 1일 지방선거, 이틀만 지나면 주말, 그리고 바로 연달아 현충일까지 은근 황금연휴 같은 6월 첫 주를 ... blog.naver.com 지난달에 다녀온 부산현대미술관 전시 중 <거의 정보가 없는 전시>의 작품 정보가 7월 1일부터 공개된대서 부산까지 다녀올까 하다가 거의 정보가 없는 전시 거의 정보가 없는 전시 little-information.xyz 친절하게도 홈페이지에 사진과 함께 하나하나 공개해줘서 방구석에서 편하게 확인했다. 참고로 여기서는 작가명과 제목만 나오는데, 세부 설명은 인스타에 자세히 나와 있으니 참고하면 좋을 듯. 제일 강렬했고 제일 궁금했던 이 정물화와도 같은 그림은 이우성의 <그날 어디에 계셨나요> 왠지 제목을 듣는 순간 '아~' 하고 탄성이 나오지 않나. 저기에는 아직 안주가 안 나왔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왜냐하면 테이블이 너무 깨끗하고, 기본 안주도 아직 몇 개 안 먹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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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개항장과 피란수도의 역사 ② 중앙역~토성역

부산 차이나타운에서 남쪽 중앙역 방향으로 내려오면 철길이 끝나는 지점에 부산항 연안여객터미널과 부산세관이 나오는데, 여기가 바로 부산이라는 항구 도시의 pier(부두)가 시작되는 곳이다. 긴가민가한데 아마도 예전에 거제도에서 서울 본사로 가기 위해 쾌속선을 타고 도착했던 곳이 바로 여기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2010년에 거가대교가 개통되면서 거제선은 없어지고 지금은 제주도만 취항하고 있는 상황. 참고로 일본으로 취항하는 국제여객터미널은 부산역 바로 직전에 있어 기차역을 사이에 두고 국내외터미널이 서로 마주 보는 형국이다. 개항기에 세워진 부산세관과 현재 남아있는 탑 부분(출처: 연합뉴스) 부산세관 얘기하려다 국제터미널까지 나와버렸는데, 아무튼 부산세관은 1876년 강화도조약으로 개항되면서 '두모포 해관'이란 이름으로 설치된 관세행정기구였다. 개항과 더불어 수출입 창구로서의 기능을 담당했기에 부산, 인천, 원산에 차례로 설치됐으며, 뒤늦게 개항된 목포와 군산 역시 '해관'이란 이름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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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개항장과 피란수도의 역사 ① 좌천역~부산역

부산은 우리나라 대도시 중에서 서울 다음으로 인구나 산업 규모가 큰 데 비해, 아이러니하게도 지금까지 다녀온 개항장 중에서는 가장 근대 모습이 적게 남은 곳이자 관리가 덜 된 곳이었다. 인천이야 수도 서울과 가까우니 온갖 정치적, 문화적 혜택을 누렸다 치더라도 목포와 군산보다는 나아야 하지 않나. 근데 오히려 저 두 도시는 일본과 한국의 근현대 모습이 오밀조밀하게 융합되어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발돋움하고 있는 반면, 부산은 그런 면에서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 느낌. 물론 예전에 왔을 때보다는 근대거리 조성이 늘어나긴 했지만, 같은 항구를 끼고 있는 광역시로서 인천보다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니 대체 무슨 연유일까? 1863년 고종이 12세의 나이로 즉위함과 동시에 흥선대원군의 섭정과 쇄국정치가 시작되면서 거짓말 같이 들이닥친 외세의 침탈(1866년 제너럴셔먼호 사건과 병인양요, 1871년 신미양요, 1875년 운요호 사건)로 1876년 강화도조약이 체결되었고, 그 결과 가장 먼저 개항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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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무료 전시 - 부산현대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아세안문화원

6월 1일 지방선거, 이틀만 지나면 주말, 그리고 바로 연달아 현충일까지 은근 황금연휴 같은 6월 첫 주를 그냥 보낼 수 없어 가까운 부산으로 날았다. 원래는 초량이바구길과 감천문화마을을 중심으로 오래된 원도심을 구석구석 돌아보고 싶었으나, 날이 너무 더워서ㅡㅡ; 차선책으로 선택한 곳이 바로 무료 전시회가 열리는 부산현대미술관과 시립미술관, 그리고 아세안문화원. 이중 시립미술관과 아세안문화원은 같은 해운대 쪽에 있어 지하철로 쉽게 이동할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걸어 다닐 수도 있는 구간인데, 문제는 부산현대미술관이다. 지하철 하단역에서도 한참 떨어진 을숙도 한중간에 콕 박혀 있어 어떻게든 버스로 환승해야 된다는 게 귀차니즘을 불러일으키지만, 수직녹화 전문가 패트릭 블랑이 구현했다는 건물 외벽의 생태계가 너무 궁금해서, 무엇보다 무료 전시라는 말에 마음은 이미 90% 동하고 있어서 불편한 교통편을 감내하고 찾아가 보았다. 부산현대미술관 부산역에서 하단역까지 지하철, 하단역에서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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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 개항장과 탁류의 추억

군산은 항구다. 라고 군산 출신 소설가 채만식은 소설 <탁류>에서 말한다. 군산에 도착한 나의 첫인상도 그러했다. 운전이 익숙지 않음에도 굳이 차를 끌고 3시간이나 걸려 도착한 곳이 바닷가에 있는 이마트 주차장이어서일까. 대형마트 앞으로 탁 트인 바다가 너무나도 인상적이었던 군산. 그러고 보니 일제강점기 호남평야의 질 좋은 쌀을 일본으로 운송하기 위한 주요 항구이기도 했었지. 그 때문에 이마트가 있는 해변에서 진포해양테마공원에 이르는 구도심에는 일제강점기 관공서나 적산가옥의 흔적이 꽤 많이 남아 있다. 경암동철길마을 우선 이마트에서 길 건너 경암동철길마을부터 들어가 본다. 이곳은 해방 직전인 1944년에 개설된 철도로, 골목길과도 같은 좁은 공간에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사이를 기차가 용케도 지나다녔다고 한다. 원래는 신문 원료인 제지를 운송하기 위한 용도였으나, 해방 후 공장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면서 폐선이 된 것을 도시재생 차원에서 관광테마거리로 새롭게 조성해 놓은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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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 100년의 시간을 거슬러 너에게 왔다

목포는 3년 전, 일 때문에 잠깐 갔다가 남는 시간에 구도심 한번 쓱 훑고 온 게 다였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갈 일이 생겨 정보를 찾아보니 부산(1876), 원산(1879), 인천(1883)에 이어 1897년에 4번째로 개항이 이루어진 목포에는 근대의 자취가 허벌나게 많이 남아 있었다. 좀 과장하면 인천의 개항장만큼이나 풍부하다고나 할까. 개항장 중에서도 특히 인천이 겹치는 이유는 바로 지난달에 다녀왔기 때문에ㅡㅡ; 같은 이치로 이다음에 갈 군산에서는 목포가 자꾸 겹치겠지. 참고로 목포 다음으로 개항된 곳이 군산(1899)이어서 의도치 않게 개항 순서대로 다녀온 셈이 됐다는. 그 시작을 목포역에서 해 본다. 1899년 우리나라 최초로 철도가 개통된 인천역보다 15년이나 늦은 1914년 호남선 발착지로 개통됐지만, 역 앞 광장은 그 못지않게 진득한 역사를 품고 있다. 1925년 동춘 박동수가 창설한 한국 최초의 서커스단인 동춘서커스단이 시작된 곳이자 1980년 5.18 민주화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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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모던 타임즈 - 양림역사문화마을

광주는 5.18 민주화 항쟁의 흔적도 있지만, 근대 기독교가 자리 잡은 전라도 최초의 기독교 성지이기도 하다. 그 모던 타임즈의 역사가 집적된 곳이 바로 양림동에 있는 역사문화마을이다. 광주를 비롯한 전라도 지역에 미국 선교사들이 파송된 것은 대한제국 시대인 1904년의 일. 조미수호통상조약이 1882년에 체결됐으니 그로부터 꼬박 20여 년 만이다. 그 사이 조선은 부산을 시작으로 인천, 목포, 군산 등의 항구가 차례로 개항되면서 일본으로부터 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는데, 그에 비하면 내륙 하고도 무등산 자락에 위치한 광주는 미국 선교사들이 정착한 후에야 근대화가 이루어진 케이스라 일본식 건물보다는 종교 건축물과 한옥, 그리고 현대식 건물이 공존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양림역사문화마을이 시작되는 양림오거리에는 투명한 교회 조형물이 겹겹이 쌓여있어 여기가 광주 기독교의 본거지임을 여실히 보여주는데, 그 너머로 아기자기한 조형물 가운데 익숙한 동상 하나가 눈에 띈다. 바로 일본군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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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광주 -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전일빌딩245,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충장로

광주의 전시문화공간이 몰려 있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충장로 일대는 5~6 블록에 달하는 방대한 구간이지만, 안에 들어있는 콘텐츠는 생각보다 단출하다. 지역이 지역이니만큼 이곳의 5월 테마는 민주화 항쟁 하나로 족하기 때문이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주에서 가장 다양한 전시가 열리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옛 전남도청이 있던 자리였다. 중간에 태극기가 꽂힌 건물이 본관이고, 그 옆으로 별관과 회의실, 뒤에는 경찰청이 하나의 건물군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전남도청이 무안군으로 이전하면서 청사 보존 여부를 두고 열띤 논의 끝에 5.18 민주화 운동의 최후 항쟁지였던 그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훼손이 심한 별관에는 철골을 덧씌워 이렇게 모던한 형태로 새롭게 태어났다. 전남과 광주의 역사를 모두 품고 있으며, 특히 5.18 민주화 운동과 6월 항쟁은 해방 이후 한민족 전체의 민주화 운동으로 상징되기에 내부 공간을 섣불리 공개할 순 없었는지 전시공간은 옛 청사 뒤로 밀려났는데, 주위 경관을 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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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서울284 기획전시 <사물을 대하는 태도>

수원과 인천 출장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잠시 짬을 내어 문화역서울284에 들렀다. 늘 기차 타기에 바빠서 눈팅만 하던 구역사에 한 번쯤 와보고도 싶었고, 마침 '사물을 대하는 태도'라는 주제로 기획전시도 열리고 있어서 기차 시각보다 1시간쯤 일찍 도착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빠듯했다. 일제강점기 경인선의 개통과 함께 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어진 이곳은 당시 동양에서는 도쿄역 다음으로 큰 역사였기에 전시물 외에도 공간 자체가 또 하나의 볼거리였으니. 커다란 채광창과 열주 사이로 은은한 조명이 어우러지는 중앙홀. 그 암울한 시절에 이렇게나 화려한 역이 적국의 자본과 기술로 만들어졌다니, 그 덕에 철도 인프라의 혜택을 누리고 광복 후에는 산업 발전까지 가져왔으니 이런 아이러니가 또 어디 있겠나. 1, 2등석 대합실과 부인 대합실. 근대 문물이 들어오고 개화가 이루어졌음에도 남녀칠세부동석의 가치관은 여전했나 보다. 하지만 이것도 2등석이나 돼야 가능한 얘기이고, 3등석은 남녀고 칠세고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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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차이나타운, 그리고 개항장

인천역과 동인천역 사이는 꽤 흥미롭다. 자유공원과 제물포고등학교를 중심으로 원도심이 형성되어 있어 구불구불 골목을 산책하는 재미가 있고, 언덕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뷰 또한 인천이라는 도시만의 독특한 매력. 거기다 청일 조계지와 한국전쟁의 역사까지 한데 어우러지니 그야말로 복합문화공간 같은 느낌이랄까. 서울에 10년 넘게 살았는데도 이제서야 인천의 매력을 발견한다. 인천 차이나타운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인천역에 내려 1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맞은편에 차이나타운의 상징 드래곤 게이트가 보인다. 이미 몇 번이나 다녀온 중국이지만, 청결함과는 거리가 먼 그곳과 달리 인천의 차이나타운은 꽤 정비가 잘 되어 있다. 딱 봐도 시에도 관광 인프라에 돈 좀 쓴 느낌. 서울에서 불과 1시간 이동했을 뿐인데, 여긴 완전히 딴 세상 같다. 이렇게 유유자적 거닐고 있으니 정말 영락없는 중국의 노가(老街) 같지 뭔가. 차이나타운 중심가에서 선린문으로 이어지는 황제의 계단. 예전에는 이렇게 화려하지 않았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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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신작로

수원역 7번 출구에서 향교까지 이어지는 향교로.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 그러니까 조선 말에서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신문물의 유입이 활발해서 신작로라 불리는 이곳은 현대 문물이 더해져 차가 다니지 않는 걷고 싶은 거리를 조성하고 싶었을 것이다. 서울의 명동처럼, 대구의 동성로처럼. 그런데 대구보다 서울에 훨씬 더 가까운 이곳의 콘텐츠가 왜 이리도 빈약한가요ㅡㅡ; 여기서 좀만 더 가면 유서 깊은 향교도 있고, 근대의 모습을 간직한 부국원과 조선중앙무진회사(현 가족여성회관)도 있고, 거기서 화성까지는 소위 'O리단길'이라 불릴 법한 공방길과 성벽길이 장안문까지 이어지는데, 왜 그 맥을 활용 못하고 있나. 참고로 여기는 1918년, 일본인이 설립한 수원인쇄주식회사를 시작으로 인쇄소가 들어서면서 7080년대를 주름잡을 정도로 번성했던 곳이라는데, 그 흔적이 하나도 안 보인다. 과거는 지나가고 없는 것이 아니라 잘만 살리면 현재 모습에 부가가치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수원 향교로에서 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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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근대골목 모던 타임즈

'근대사'를 뜻하는 모던 타임즈(modern times). 여기서 'modern'이란 말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유럽에서 일어난 모더니즘(modernism) 운동에서 나왔다. 넓은 의미로는 교회의 권위와 봉건성을 비판하고 냉철한 이성과 과학적 합리성을 추구하는 것을 뜻하며, 좁은 의미로는 기계문명과 도회적인 감각을 중시하는 경향을 말하는데, 이런 풍조가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이 바로 찰리 채플린 주연의 1937년도 영화 <모던 타임즈>가 아닐까 싶다. 자본주의와 대공황에 잠식되어 가는 암울한 시대상이 영화 속 장면 장면마다 나와서 보는 이로 하여금 한없이 허무하게 만드는데, 한편으로는 그토록 암울했기에 가장 화려하고도 로맨틱한 문화가 꽃 피어날 수 있지 않았는지. 개인적으로는 그 무렵 조선의 개화기가 꽤나 흥미로웠기에 <경성스캔들>, <제중원>, <미스터 션사인>, <이몽> 같은 한국 드라마가 그 어느 작품보다 감명 깊었고, 바다 건너 세계를 한 바퀴 돌 때에도 같은 역사가 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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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 가든 아키타이프 전시회 VR로 보았다

서울 DDP에서 3월 한 달간 열린다는 '구찌 가든 아키타이프' 전시를 방구석에서 VR로 보았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서울로 달려가고 싶지만, 몸이 귀찮아해서ㅡㅡ; 이런 전시회 소식을 주말 아침에 뉴스레터 한쪽 귀퉁이에서 발견하고 바로 VR 접속한 것도 나로선 엄청난 추진력이었다. 구찌 가든 아키타이프 절대적 전형 전시회 | 구찌 코리아 창의적 비전을 기념하여 선보이는 멀티미디어 전시회 구찌 가든 아키타이프 절대적 전형에 대해 알아보시고 네이버 예약 후 DDP에서 만나보세요. www.gucci.com 패션엔 관심도 없는 내가 굳이 '구찌'라는 명품 전시회를 찾아본 건 단지 '전시회'라는 단어 하나 때문이었다. 일상에서 벗어나 창조적인 공간으로 이동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전시문화 예술을 감상하는 것이라 굳게 믿기에. 눈에 보이는 미를 추구하는 건 인간의 본능이지 않나.ㅋㅋ 이번 전시회의 제목은 아키타이프(archetype). 부제 그대로 '절대적 전형'이란 뜻이다. 아마도 구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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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엔딩 @ 김광석다시그리기길

대구의 중심 동성로와 신천이 맞물리는 곳에 있는 김광석다시그리기길 돈가스와 커피 맛집 때문에 몇 번 오긴 했지만, 작정하고 끝까지 걸어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때마침 겨울이 끝나갈 무렵의 날씨도 딱 좋아서. 김광석 거리 초입에 있는 방천시장은 1945년 해방 이후 고향으로 돌아온 피난민들이 하나둘씩 모여들면서 형성된 상권 마을로, 1960년대에는 점포가 무려 천여 개에 달할 만큼 문전성시를 이루었다고 한다. 그러다 백화점이 들어서고 대형마트가 인기를 끌면서 시장의 점포는 하나둘씩 폐점하기에 이르렀는데, 존폐의 위기에 놓인 이곳을 대구시와 지역 예술가들이 협업하여 2009년 '별의별 별시장'이라는 예술 프로젝트를 추진한 결과 지금의 문화 예술 거리로 재탄생될 수 있었다는. 그래서인지 신천대로를 따라 형성된 김광석다시그리기길은 지금까지 중 가장 다채롭고 화려한 골목길의 모범을 보여주었는데,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여자사람인 까닭에 '이등병의 편지'보다는 '사랑이라는 이유로'가 더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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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싱킹 하고 싶을 땐 대구 수창청춘맨숀

코시국에 재택근무가 답답하던 어느 날, 디자이너와도 같은 생각의 전환이 필요해서 찾아간 수창청춘맨숀.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나 오는 줄 알았던 달성공원 근처에 이런 신박한 문화공간이 있을 줄이야. (참고로 입장료는 무료임) 수창청춘맨숀은 담배인삼공사가 전매청보다 훨씬 이전인 일제강점기의 전매국 시절, 대구연초제조창 사택이었던 곳을 전시 및 청년 예술가 지원 공간으로 개조해놓은 곳이다. 연식으로 치자면 1921년부터 시작되었으니 100년에 가까운 세월을 품고 있은 셈. 물론 중간에 대구출장소가 폐쇄되면서 20년 가까이 방치되긴 했지만, 그래서 더욱 도시 재생의 가치가 빛나는 곳이기도 하다. 안으로 들어가면 KT&G가 전매국이던 시절부터 한국담배인삼공사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으며, 당시 제조했던 담뱃갑 디자인도 함께 전시되어 있어 근대로 순간 이동한 느낌인데, 이곳의 백미는 날것 그대로의 공간에 저마다의 색채로 전시해놓은 동시대 청년작가들의 작품을 "보러 다니는 맛"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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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편집숍 & 달맞이고개 한 바퀴

올해 첫 스타트도 역시 부산행. 언제부턴가 돌아다니는 여행보다 한 곳에 머무는 여행이 좋아져서 줄곧 해운대만 기웃거렸는데, 이번에는 좀 컬러풀하게 보내보고 싶어서 편집숍 위주로 돌아다녔다. 덕분에 루트는 좀 꼬였지만, 대신 삼박한 공간을 여럿 알게 되어 한편으론 뿌듯하네. 어느새 공간이 아닌 라이프스타일을 여행하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내 취향에 맞는 뭔가가 있다면 그게 어디든 찾아가게 되는, 물건이 아니라 스타일을 사게 되는 그런 시대. 라이프스타일 큐레이션숍 시시호시(SISIHOSI) 서면역 7번 출구 지하에서 바로 연결되는 롯데백화점, 그 지하 1층에 '매일매일 좋은 날'이라는 뜻의 시시호시(SISIHOSI)가 있다. 백화점 입점 매장은 자체 분위기 때문에 개성이 없을 거란 나의 예상을 뒤엎고 이번 부산행에서 가장 인상 깊은 아이템과 DP를 선보인 곳. '어떤 날이든 그날을 마음껏 즐기라'라는 콘셉트에 걸맞게 각양각색의 라이프스타일을 뽐내는 아이템이 매장 구석구석 촘촘히 박혀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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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

포스트 코로나 시대, 나의 최애 여행지는 부산이 될 것 같다. 한 해 동안 무려 5번이나 갔으니 거의 분기마다 다녀온 셈. 물론 내가 사는 지역사회에서 가까운 것도 있지만, 부산, 그중에서도 해운대가 그토록 강렬하게 나를 끌어당긴 이유는 뭐였을까. 해운대 부산의 꽤 여러 곳에서 묵어봤지만 여기만큼 멋진 숙소를 본 적이 없다. 방구석에서 이런 뷰를 즐길 수 있다니 대박이지 뭔가. 해운대의 꽃은 뭐니뭐니해도 동백섬이 아닐까. 바다와 산과 대도시의 앙상블. 여기만 오면 주어진 시간에 충실하고 싶어진다. 부산, 그중에서도 해운대, 그중에서도 동백섬, 그중에서도 더베이101은 온갖 추억이 교차하는 장소다. 여기서 먹는 피시 앤 칩스는 마치 영국의 부둣가에서 먹는 것 같은 맛. 하지만 지금은 코로나 위기단계 격상으로 배달만 되는 안타까운 현실ㅠㅠ 사실 해운대는 즐길 거리가 그리 많지 않다. 기껏해야 옛 해운대역 뒤에 있는 조그만 상점거리 해리단길과 겨울밤에 펼쳐지는 빛축제 정도. 하지만 이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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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단길과 해운대 빛축제

해운대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걸어오면 폐역된 해운대역이 보이는데, 그 뒤로 난 정갈한 시골길을 지나면 구도심의 좁은 골목 사이로 댄디한 가게들이 들어서 있다. 서울의 경리단길과 망리단길을 벤치마킹한 경주의 황리단길, 그 계보를 이어 부산에도 해리단길이 생겼다. 눈요기 점수로 치자면 아무래도 스케일 면에서 서울의 이태원을 따라갈 수 없으니 경리단길이 1위. 2위는 천 년의 고도라는 타이틀과 한옥을 테마로 했다는 점에서 경주의 황리단길. 밀집성이나 쾌적성 면에서는 좀 떨어지지만 거대한 망원시장과 착한 가격 때문에 망리단길이 3위. 이에 비해 해리단길은... (지도 출처: https://blog.naver.com/salon_chaconne/221409830479) 2~3블록 정도의 작은 규모에 상점도 몇 군데 없고, 중소도시 골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게가 대부분이라 꼴찌로 밀려났지만, 그래도 해운대에서 바다 말고 별미를 찾는다면 아쉬운 대로 가볼 만하다. 이 정도면 시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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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일주일 살아보기

갑자기 열흘의 시간이 생겨서 해운대에 내려왔다. 사실 부산으로 정한 건 다른 지역보다 숙소가 저렴하다는 단순한 이유였는데, 와서 보니 없던 명분도 마구마구 생겨난다. 그래서 설렌다. 여기서의 일주일 살이가. 정확히 말하면 5박 6일. 비싼 주말을 피해 하루 3만 원도 안 되는 가격에 겟. 위치는 동백역과 해운대역 사이. 요즘 드라마 <동백이>에 빠져 있는데, 동백역을 오게 되다니ㅋ 바다와 대형마트, 해운대 시외버스터미널 등 해운대 일대에서는 접근성이 가히 최고다. 이 숙소의 최대 장점은 저렴한 가격도 가격이지만, 전망이 예술이라는 데 있다. 예전에 동백섬 바로 앞에 있는 숙소에도 묵어봤는데, 주위에 마천루가 밀집해 있어 시야가 별로인 것에 비해 여기는 바로 앞에 저 푸른 빌딩 말고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기에 빌딩 숲과 바다의 콜라보가 적절했다. 그리고 좀 어둡게 나온 저 침대에 대해 덧붙이자면, 뉴욕에서 한 달 살이 하던 숙소의 침대와 침구랑 똑같은 거여서 깜놀! 그때도 침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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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즈의 Central Perk 같은 목포 카페 커피창고로

일 마치고 목포의 평화광장을 산책하는데, 이 근처가 카페거리인지 거의 한 집 건너 카페가 들어서 있다. 좀 안쓰러운 건 산책로마다 빼곡히 심어놓은 가로수에 가려서 간판이 잘 안 보인다는 거. 요즘에야 SNS 시대이니 알음알음 찾아오기야 하겠지만, 가끔은 이렇게 갑자기 방문해서 우연히 발견하는 즐거움도 있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간판과 목의 역할도 무시할 순 없는 일. 그런 가로수의 횡포(?) 속에서 뙈 특이한 카페를 발견했다. 녹색 기둥에 이름까지 특이한 커피창고로. 저 한없는 녹색이 거부감이 들면서도 내부가 궁금해서 살짝 문 열고 들어갔다가 깜놀! 여긴 나의 최애 미드 <프렌즈>에 나오는 Central Perk잖아~~ 한마디로 딱 요런 분위기ㅋㅋㅋ 한쪽에선 로스팅 기계가 돌아가고, 또 한쪽에선 서재 분위기도 나는 게다가 구석구석 현대미술관 같은 아트도 눈에 띈다. 비엔나 4.8, 더치 4.3 외부가 심하게 오묘하지만 분위기도 가격도 너무 좋다. 커피창고로 전라남도 목포시 상동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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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티앗 - 밀크티의 정수

밀크티를 사랑한다. 시작은 인도의 짜이였는데 중국을 오가면서 더욱 애정하게 된 것 같다. 버블 없는 나이차를 매끼니 마실 정도였으니. 한번은 동생이 대만에 다녀오면서 선물로 3점1각과 Mr.Brown을 사 왔는데, 밍밍한 3점1각은 미스테이크였지만, 미스터 브라운은 정말 진국 같은, 한마디로 인생 밀크티였다. 그 맛과 비슷한 곳을 광주에서 발견할 줄이야. 광주 중앙도서관 근처에 있는 티앗 '티앗'은 '사이좋은 자매'라는 뜻을 가진 순 우리말 '띠앗'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한다. 겉모습은 한옥인데 내부는 약간 일본스럽기도 한 것이 2층으로 올라가면 천장이 낮은 다락방 같은 좌석이 나온다. 키가 크거나 평소에 조심성이 없다면 2층은 비추 주문을 하고 음료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MD를 구경해 본다. 밀크티를 좋아하는 지인이 있다면 선물용으로 좋을 것 같은데, 안타깝게도 내 주위엔 죄다 커피 성애자뿐. 정원의 자리가 탐났지만 지금은 한참 더워지려고 하는 5월이라 정원이 바라보이는 창가 자리 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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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평사리의 아침

하동은 녹차의 고장이지만, 이제 대세는 커피인지라 오랜만에 쌍계명차에 들렀더니 손님도 없고 을씨년스럽다. 예전에는 찻집계의 스벅 같은 곳이었는데. 1층 숍에서 2층으로 이어지는 박물관을 구경하고 나오니 차들이 계속 지리산 쪽으로 줄지어 올라간다. 궁금해서 따라가 봤더니 이런 대형 백화점 같은 카페가... 커피계의 테마파크 같은 더로드101 다양한 화초와 수목이 어우러진 운동장만한 야외 좌석과 온실처럼 통유리로 뒤덮인 내부 한마디로 고급리조트 같은 럭셔리함이 느껴진다. 듣기로는 정원사만 10명 넘게 고용됐다는데, 유지비 뽑아내려면 메뉴는 꽤 비쌀 듯. 음료를 안 사 먹은 건 오늘의 목적지가 여기가 아니라 화개장터에서 박경리문학관을 지나 한참 더 올라가야 하는, 심지어 내비에서도 길이 끊겨 한참을 헤매야 하는, 그야말로 오지 중의 오지에 있는 평사리의 아침이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조기 은퇴한 부부가 고향인 하동에 내려와 남편은 빵을 굽고, 아내는 바느질 공예를 하며 살던 어느 날,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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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에티오피아 특선 - 한국전참전기념관과 이디오피아벳

울산바위가 점점 가까워진다. 설악산을 타게 될 줄은 몰랐는데, 이대로 미시령을 지나 춘천으로 넘어갔다. <알쓸신잡>에서 인상 깊게 봤던 에티오피아 한국전 참전기념관 6.25 전쟁 당시 전 세계의 젊은이들이 이 땅에 와서 고귀한 희생을 치렀는데, 그중에서도 유독 에티오피아를 기념하는 이유는 가장 먼저 파병을 해 준 국가였기 때문이다. 일찍이 에티오피아는 외세의 침략을 무찌르기 위해 국제연맹에 지원을 요청했으나, 무위로 끝난 쓰라린 역사를 갖고 있었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으로 에티오피아는 강력한 집단행동이 세계평화를 유지하는 데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기에 부유한 국가는 아니지만 에티오피아의 황제 하일레 셀라시에는 UN의 대의에 따라 파병을 결정한 것이다. - 출처: 위키백과 이 공덕으로 1968년 춘천시에 에티오피아 참전기념관이 설립되었고, 이를 계기로 에티오피의 수도 아디스아바바는 춘천시와 자매결연을 맺게 된다. 첫 번째 사진을 보면 건물 외관이 꽤 독특한 걸 알 수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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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바위가 바라보이는 속초 설악산책

강릉에서 3대 커피를 둘러보고 속초로 넘어가는 길. 바다가 보일 줄 알았는데 느닷없이 거대한 바위산이 나타났다. 설마 벌써 설악산인가? 한적한 대로를 한참 달리고 있는데, 이런 댄디한 건물 하나가 눈에 띄어서 들어가 봤다. 2019년에 방문할 당시엔 '설악문화센터'였는데, 2022년 현재 다시 찾아보니 '설악산책'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여기가 왜 그리도 인상 깊었냐면 들어가자마자 서점 같은 콘셉트의 방대한 도서관이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서책들이 중고 같지 않고 새책처럼 반들반들하게 놓여 있었다는 얘기. 게다가 전면 유리창 앞에 놓인 푹신한 소파와 저 멀리 보이는 울산바위 전망은 정말이지 대박이지 않나. 건물 한쪽에는 울산바위를 바라보며 커피 한잔할 수 있는 카페소리도 있지만, 단언컨대 여기거는 테이크아웃을 해서 복도의 통유리창 앞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 마셔야 한다. 설악산과 울산바위의 위용이 카페보다 복도에서 훨씬 더 잘 보이기 때문이다. 나오면서 잠깐 들른 화장실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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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3대 커피 - 테라로사, 커피커퍼, 보헤미안박이추커피

커피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커피를 즐기는 1인으로서 자주 카페 탐방을 나간다. 쌉싸름하면서도 구수한 커피의 향과 맛은 언제 어디서나 어울리는 듯. 이른 아침에는 각성의 역할을 하고, 식후에는 텁텁한 입안을 정화시켜주며, 나른한 오후에는 집 나간 정신줄도 돌아오게 만드는 그야말로 마성의 음료. 가끔 늦은 저녁에도 좋은 사람과 좋은 대화를 나누며 마시는 커피는 카페인이 어디로 가버렸는지 모를 정도로 기분 좋게 잠들 수 있게 해 주기도 한다. 정말 맛있게 먹는 음식은 0 칼로리인지 맛있게 마시는 커피도 0 카페인인 모양. 그런 내게 있어 대한민국 커피 1세대라는 강원도로의 카페 탐방은 오랜 염원 같은 것이었다. 왜냐하면 내가 사는 지역사회에서는 진정, 너무나 멀기 때문이다. 강원도는 의외로 철도 시스템이 잘 안 되어 있어서 자차가 없으면 이동이 불편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 생각만 하고 있을 건가, 가고 싶은 곳도 마음껏 못 가는 인생이 무슨 의미가 있나, 그러기엔 내 인생이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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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3대 카페

양산은 어딘가 애매한 도시다. 공장은 있는데 번화한 도시의 면모는 없는, 통도사 말고는 딱히 가 볼 데도 마땅찮은, 그런 곳에 추천받은 카페가 있었으니 그 이름도 난해한 토곡요(土谷窯) 토곡산 자락에 있는 것도 아닌데 저렇게 지어놨으니 단어 그대로 해석해야 하나? 흙(土)과 골짜기(谷)가 있는 곳에 도자기(窯)를 굽는 곳이란 뜻인가. 고리타분한(?) 이름과 달리 벽면의 대부분은 유리로 덮여 있어 한없이 모던해 보이고, 곳곳에 전시된 예술 작품은 현대미술관을 방불케 한다. 하지만 진짜 갤러리는 따로 있었으니 정원을 가로질러 연결되는 별관에는 도자기를 비롯한 각종 인테리어 소품이 전시되어 있다. 여긴 한마디로 정원과 갤러리를 모두 품은 카페 커피 한 잔 값으로 몇 가지 문화생활을 누리는 거냐... 토곡요 경상남도 양산시 하북면 삼수리 115-1 전화 토곡요 다음으로 경치에 반했던 카페해바라기 믿기지 않겠지만 저 알프스 같은 뷰 아래로는 공장지대다. 경치도 경치지만 건물 내부도 상당히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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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가 있는 호텔 지지향

독서의 계절, 문화 감각 쩌는 동생이 출판의 도시 파주로 초대했다. 간만의 상경에 들떠 합정역에서 탄 광역버스에서 내릴 때 깜빡하고 교통카드를 못 찍었는데, 알고 보니 광역버스는 하차 태그를 안 해도 된다는. 촌년티 제대로 내며 파주에 내렸더니 벌써 단풍이 절정에 달했다. 여긴 선진국의 어느 조용한 마을 같다. 같은 디자인이 하나도 없는 출판사 건물을 구경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아웃렛. 둘 다 샤핑엔 관심이 없어서 아웃렛은 스킵하고 얼른 체크인하러 궈궈~ 파주북시티에서 운영하는 서가를 품은 호텔 지지향 멋져~ 영드에서나 봤던 천장이 높은 고품격 서재를 오늘 하루 전세낼 수 있다니. '종이의 고향'이라는 이름도 참 잘 지은 것 같다. 방으로 향하는 복도에도 저렇게 운치있는 책장이 군데군데 나타나 심쿵하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함석헌 작가의 방에 당첨되길 바랐는데, 오늘 우리에게 배정된 방은 <마당 깊은 집>의 김원일 작가의 방 읽은 게 달랑 저 한 권뿐이라 실망하려던 찰나, 방문을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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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과 여름 사이 합천 소리길

합천 대장경테마파크에서 해인사까지 장장 7km에 달하는 소리길 말이 7킬로지, 평탄한 도로도 아니고 산길을 오르는 거라 자연의 소리를 들을 만한 여유를 찾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날이 너무 좋아서 햇볕이 적당해서 이 계절엔 한 번쯤 도전해 뵈도 좋을 듯. 한참을 걷다 해인사 입구가 보이면 왠지 모를 성취감에 뿌듯해지곤 한다. 절은 작지만 팔만대장경의 위엄 때문인지 입장료는 3000원 하지만 대한민국의 국보이자 세계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이 보관된 장경판전은 정작 입장이 불가능하다. 맨 마지막 사진이 바로 장경판전인데, 건물 외벽의 창살 너머로 유심히 들여다 봐도 잘 안 보인다는 게 함정ㅡㅡ; 아마 오늘처럼 날씨가 좋지 않았다면, 석가탄신일이 다가오는 시즌에 맞춰 색색이 연등을 달아놓지 않았다면 입장료가 좀 아까울 뻔했다. 하지만 나는 모든 일엔 보이지 않는 이유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오늘 여기에 온 건 소리길이 왜 그리도 유명한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오랜만에 나들이 겸 산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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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살면서 경복궁은 그리도 많이 가봤는데, 어찌 창덕궁에 가 볼 생각은 못했을까. 이게 전체 안내도인가 했는데 돈화문 일원에 대한 거였고, 인정전, 선정전 등 각 구획마다 안내도가 따로 붙어 있었다. 정궁인 경복궁의 제2궁이었고, 아관파천 이후에는 제1궁이었던 곳인데, 저리 소소한 규모일리가 없지. 돈화문, 진선문, 숙장문, 인정문을 지나 드디어 인정전에 다다른다. 왕의 즉위식 같은 나라의 큰 행사가 거행된 곳 그래서인지 궁 정면으로 펼쳐진 바닥에는 흙이 아닌 박석(薄石)을 깔아 그 권위를 드높였고, (유사시 바닥이 미끄럽지 않게 하여 이동이 용이하도록 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한다.) 서열을 중시하는 신분사회인 만큼 품계석도 질서정연하게 세워져 있다. 그 시절에도 과거에 급제해서 맨 끝에 있는 정9품에라도 드는 것이 로망이었겠지. 어째 세월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는지. 인정전은 겉에서 보면 2층 건물 같지만, 안에서 보면 천장이 높게 솟은 1층 구조다. 또 몇개의 문을 지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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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기행 ④ 한라산 백록담에는 물이 없다

드디어 제주도의 중심 한라산으로 향한다. 높이는 무려 1947m. 우리나라에서는 굴지의 최고봉이며, 여전히 화산 활동의 위험이 있는 활화산이다. 분명 나는 고등학교 때까지 우리나라에는 활화산이 없다고 배웠는데, 2014년에 그 기준이 바뀌었다고 한다. 지질 연대 구분인 홀로세(Holocene)에 분출한 이력이 있느냐에 따라 활화산으로 구분한다는데, 한라산의 경우 지금으로부터 천 년 전인 고려 목종 7년에 화산이 분출한 기록이 있다고 한다. (관련 기사 https://www.news1.kr/articles/?3843105 ) 아무튼 그런 최고봉의 활화산을 오늘 등반할 예정이다. 그것도 등산은 허무한 스포츠라며 등한시했던 내가.ㅡㅡ; 아마 부모님이 안 오셨더라면 꿈도 못 꿨겠지. (지도 출처: 한라산 국립공원 http://www.jeju.go.kr/hallasan ) 한라산을 올라가는 루트는 총 7가지. 이중 서귀포에서 가장 가까운 루트는 돈내코탐방로지만, 대중교통이 없어서 (주말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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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기행 ③ 가족 여행 코스

아메리카 대륙 한 번 다녀왔더니 마일리지가 제주도 왕복으로 3인분만큼이나 쌓여서 통 크게 부모님을 모시고 가족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물론 숙소와 대부분의 식사는 제주에 파견 나와 있는 언니가 부담했지만. 금날 저녁에 내려와서 일요일 오후에 떠나야 하는 동생 때문에 1박 2일 코스로 쫀쫀하게 짰는데, 확실히 차를 렌트하니 선택지가 넓어지더라. 물론 혼자 올레길 걸을 때의 여유는 포기해야 했지만. 숙소가 이중섭거리 앞에 있으니 당연히 시작은 이중섭거리이고, 거리 끝에 있는 올레시장에 들러 점심으로 먹을 오메기떡과 보리빵을 사서 첫날은 동쪽으로 (올레길 6코스에서 그나마 인상 깊게 보았던) 보목포구와 쇠소깍을 지나 섭지코지, 성산일출봉, 성읍민속마을, 산굼부리, 그리고 시간이 되면 우도에도 들러보려 했었다. 그 첫 번째 목적지인 섭지코지는 멋들어진 산책로와 외돌개를 연상시키는 각종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전망이 가히 예술이었는데, 제주라는 섬 자체가 그렇듯 여기도 화산이 폭발하면서 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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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기행 ② 올레길 6코스와 7코스 사이

세계는 한 바퀴 돌았어도 그 유명한 히말라야 등정 한 번 못 해봤고, 스페인은 갔어도 산티아고 순례길은 못 걸어본 나. 굳이 말하자면 그런 데를 갈 필요성을 못 느껴서 "안" 간 거였다. 걷는 행위야 여행에서 당연히 일어나는 과정이고, 그러면서 사유도 자연스레 하게 되는 것이니 걷는 것에만 오롯이 집중하는 것보다는 세상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에 더 집중했던 거다. 그러므로 내 여행은 지금까지 걷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보는 것과 사유하는 것으로 이루어진 셈. 그런 이유로 제주에서 잠깐 머물게 되었을 때에도 대부분의 시간을 문화예술적 감성이 살아 숨 쉬는 이중섭거리에서 보냈고, 그래도 제주에 왔는데 안 걷고 가면 섭섭할 것 같아서 남은 시간을 숙소 일대를 지나가는 올레길 6코스와 7코스를 걷는 데 겨우 할애했다. 그러면서 느낀 건 역시 걷는 행위가 주가 되는 건 내 취향이 아니라는 거다. 목표 지점에서 시간을 두고 머물며 사유하며 그 장소를 소화시켜야 다음 장소로 이동할 맛이 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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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기행 ① 이중섭거리에서 낭만 산책

어디서나 한라산이 보이는 매력적인 제주특별자치도. 그중에서도 서귀포시에 머무른 건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제주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현무암 담벼락을 따라 걷다 보면 올레시장까지 길게 이어지는 이중섭거리가 조성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화가 이중섭에 대해서는 학창 시절 미술책에서 본 '황소' 그림 때문에 상당히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있는데, 나는 태어나서 소를 그토록 괴이하게 그린 사람은 처음 보았다. 소는 무릇 세상에서 가장 순하고도 둔한 동물이 아니었던가. 친가나 외가 모두 시골인 까닭에 어려서부터 소를 꽤 자주 보며 자라왔는데, 그 큰 덩치에도 있는 듯 없는 듯 마당 한구석에서 묵묵히 여물을 씹고 뱉고를 반복하던 모습이 기억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일 나갔는지 그 자리는 텅 비어 있고, 또 그러다 보면 어느새 하루 일을 마치고 돌아와 제 자리를 듬직하게 채워주던 한결같은 모습을. 그런 순둥하고도 한편으로는 개성 없는 모습에 소는 그저 황토색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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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여행 에필로그

한 나라를 이렇게 오랫동안 (그래봤자 3달이지만) 여행한 건 처음이라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니 중국도 있었고, 인도도 있었더라. 그러니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건만, 미국은 뭔가 아주 오래 아주 많이 경험 수집을 하고 온 느낌이다. 심지어 중국과 인도는 인류 문명의 발상지이며, 몇 배나 깊은 유구한 역사를 품고 있음에도 그에 전혀 뒤지지 않는 농도와 밀도로 대적하고 있으니, 이것이 중국 대륙과 인도 아대륙과 다른 미대륙의 클라스인가. 그래서인지 몰라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포스팅에 심혈을 기울이고 싶었다. 때마침 네이버 편집기 새 버전이 나와서 비주얼적으로 업그레이드되기도 했고. 그래서 도시별 포스팅과는 별도로 마무리 차원에서 에필로그도 멋들어지게 한번 작성해 보려고 했는데, 막상 페이지를 열고 보니 뭔가 술술 써지지는 않는 아이러니ㅡㅡ; 그래도 이 말은 하고 싶었다. 고마웠다고. 미국 카테고리의 서문에서 쓴 것처럼 당시의 내 영혼은 몹시 상처받았지만, 그 덕분에 한 템포 쉬어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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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ttle -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시애틀 시내에서 태평양까지 연결되는 Lake Union.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에 나왔던 톰 행크스의 집도 저기 어디쯤이지 않을까. 톰 행크스의 집에 몰래 찾아간 4차원녀 멕 라이언. 이렇게나 아리따운 그녀가 덕질을 하는 반전 때문에 더욱 기억에 남는 영화. 그런 그녀 덕에 나의 소녀시대는 입시지옥 속에서도 풍요로웠고, 시애틀 또한 로맨틱한 기억으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이젠 어른이 된 내가 그녀가 서 있던 저기서 그녀가 바라보던 곳을 똑같이 바라본다. 한없이 아름답게 빛나는 이 '에메랄드의 도시'를. 오늘은 유니언 호 너머 시애틀 북쪽에 있는 프리몬트(Fremont) 지역으로 건너가 본다. 힙스터들이 모여 '우주의 중심'이라는 콘셉트 아래 조성해놓은 예술 공동체가 있다는데, 프리몬트 다리를 건너자마자 시선 강탈해온 구글 캠퍼스. 시애틀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도시로 알고 있었는데, 정작 본사는 레드몬드(Redmond)라는 외곽에 있고, 오히려 샌프란시스코를 본거지로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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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ttle - 올림픽 조각 공원 보러 갔다가 케리 파크까지 걸은 날

SAM 본관에서 올림픽 조각 공원 가는 길. 이 도시는 거리 자체가 살아있는 예술 단지 같다. '공공'이 따로 있나? 굳이 입장료를 내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이런 게 진정한 '공공예술'이지. 한참 걷다 보니 왼쪽으로 바다가 펼쳐지고, 뭔가 예술적인 느낌이 다분한 구조물이 보이기 시작한다. 여기가 바로 SAM(Seattle Art Museum)의 일부인 Olympic Sculpture Park. 시내에 있는 본관과 달리 탁 트인 바닷가에서 멋진 조형물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무료인데다 부대시설까지 훌륭하다. 입구에 이런 쾌적한 휴게실도 있고, 화장실도 완전 깨끗하고, 심지어 와이파이도 잘 터진다. 이런 공간을 무료로 내놓은 이 도시의 시민을 생각하는 마인드가 참으로 부럽다. 워싱턴 주의 거대한 만 Puget Sound가 인접해 있어 경치도 예술이다. 사진 속의 날씨가 뒤죽박죽인데, 여긴 너무 좋아서 해가 쨍쨍한 날에도 오고, 비가 오는 날에도 왔다. 올림픽 조각 공원에서 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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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ttle - SAM & FAM

시애틀 미술관의 양대산맥 샘(SAM)과 팸(FAM). 그중 샘은 하루 종일 망치를 두드리는 해머링 맨으로 유명한 시애틀 아트 뮤지엄이다. 시애틀을 검색하면 공공도서관 다음으로 뜨는 독특한 건물이기에 이 도시를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 하지만 팸은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나도 몰랐고, 정보를 찾아볼 때조차 검색 결과에서 밀리는 걸 보면 인지도 면에서 한참 떨어지는 듯. 그러다 에어비앤비를 예약하며 호스트에게 인사차 메시지를 보냈다가 시애틀을 소개하는 장문의 답장을 받고 알게 됐는데, Very cool, very small but fun, and it's free. 이토록 멋진 소개글이 세상천지 또 어디 있단 말인가.ㅋㅋ 그리하여 가보았다. 그 이름도 독특한 팸(FAM), Frye Art Museum에. 각시탈 느낌의 포스터가 붙어 있는 심상찮은 포스의 이곳은 시애틀에서 육류 포장업을 했던 Charles Frye 부부의 소장품을 전시해놓은 곳이다. 육류 포장업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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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ttle - 모두를 위한 도서관

도심 한가운데에서 유리와 철골로 온통 뒤덮인 이 난해하면서도 눈부시게 빛나는 건물, 여기가 바로 시애틀 공공도서관(Seattle Public Library Central)이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도서관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건물 외벽이 사방으로 삐져나와 사뭇 불안한데, 어찌 보면 연결선이 분명해서 안정된 것 같기도 하고. 도대체 이 심하게 자유분방한 건물은 누가 지었을까? 책이라는 매체를 효율적으로 배치하면서 공공영역으로서의 복지 공간도 갖춘 도서관 시애틀 공공도서관은 1891년, 강철왕 카네기의 기부로 처음 문을 열었다. 그러다 곧 캐나다 클론다이크 지역에서 금광이 발견됐고, 소문이 삽시간에 번지면서 국경 마을인 시애틀은 급속도로 발전하게 되는데, 금을 캐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이 시애틀에 정착하면서 인구가 점점 늘어나 도서관의 규모 또한 확장이 불가피해졌다. 그리하여 새로운 부지로의 이전을 고민하던 중 '효율적인 서재 배치와 공공의 기능을 모두 고려한 도서관(Librar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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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ttle - 커피 성지 순례

드디어 시애틀 존재의 이유, 스타벅스를 만나러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으로 향한다. 한국에선 그리 즐겨 찾지도 않았는데, 기프티콘 때문에 거저 갔던 스벅이었는데, 오늘은 왜 이리도 떨리냐... 가는 길에 숙소 근처에 있는 시애틀 대학가에 커피 맛집이 있다고 하여 잠시 들렀다. 이름하여 스텀프타운 커피 로스터스(Stumptown Coffee Roasters). 시애틀에서 가까운 포틀랜드가 원조이며, 스벅보다 20년쯤 늦게 시작됐지만, 그만큼 최신 트렌드와 고급 원두에 중점을 둔 전략으로 순식간에 커피 마니아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는 전설의 커피. 대로변에 강렬한 붉은색 돌출 간판이라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카운터의 모습은 그냥 일반 카페와 다를 바 없는데, 대학가라 그런지 어딘가 모르게 활기차다. (비록 역광 때문에 사진은 우울하게 나왔지만ㅡㅡ;) 뭘 시킬지 고민하는 사이 내 앞으로 세 명이나 다녀갔고, 다들 약속이나 한 듯 라테를 시키길래 시그니처 메뉴 같아 나도 똑같이 주문했다. 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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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ttle - 시애틀 추장님의 도시

숙소가 있는 차이나타운에서 파이어니어 광장(Pioneer Square)으로 가는 길. 여지없이 중국을 대표하는 용이 난무하는 가운데, 자세히 보니 장거리 버스가 발착하는 Union Station과 미국 여객 철도 Amtrek이 지나가는 King Street Station과 도시 외곽을 연결하는 Link Light Rail이 교차하는 제대로 역세권 지대다. 숙소 위치 한 번 기똥차네. 그중에서도 유니언 스테이션이 특히 애틋한 이유는 영화 <만추>에서 탕웨이와 현빈의 우연과 인연이 교차한 곳이기 때문이리라. 아마도 그레이하운드를 탔다면 여기서 내렸겠지. 영화 속 탕웨이가 그랬던 것처럼. 하지만 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지저분함과 불편함을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아서, 무엇보다 난 탕웨이가 아니니까ㅡㅡ; 그냥 편하게 비행기로 한 번에 쐈다. 이제 미국에서 더 이상의 버스는 바이, 짜이찌엔... 유니언 스퀘어와 킹 스트리트 스테이션 사이에서 말 그대로 '만추'를 만끽하는데, 건너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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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ttle - 알래스카 항공과 에어비앤비

드디어 비와 커피와 마이크로소프트의 도시 시애틀(Seattle)에 도착했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 도시이기도 하고, 그래서 뭔가 울컥한 것도 있고 하여 유종의 미를 거두고자 이동도 쿨하게 비행기로 쐈다. 때마침 알래스카 항공 특가가 떠서 샌프란에서 시애틀까지 $50도 안 되는 $48에 겟. 버스보다 저렴한 가격이라 기대도 안 했는데, 정시 출도착에 기내는 메이저 항공사인 아메리칸 에어라인보다 훨씬 깨끗하며, 시애틀로 취항하는 구간이어라 그런지 몰라도 스타벅스 커피가 나왔다. 게다가 승무원들의 서비스 마인드는 거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에 버금가는 수준. 내 다음에도 미국에 온다면 반드시 너를 이용하리~ 시애틀 공항에서 시내로 나오는 건 지금까지 중 가장 쉬웠다. 공항에 도착해서 에어 트레인을 타고 종점에 내려 'Link Light Rail' 표지를 따라가기만 하면 됐으니. 심지어 여긴 미국의 다른 도시들처럼 교통카드를 따로 구매하지 않아도 돼서 단돈 $3에 저렴하고도 신속하게 공항을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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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 Fransisco - 걷고 싶은 도시 feat. 물길

샌프란의 시내는 킬힐로 가득하지만, 대신 시내 웬만한 곳에서 바다 뷰를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시내에서 바닷가로 내려오면 평지가 끝없이 이어지는 워터프런트가 나온다. 이것이 바로 샌프란시스코가 걷고 싶은 도시인 이유. 대도시에 이런 물길이 있다는 건 얼마나 큰 축복인가. 지난 포스트에서 언급했던 페리 빌딩은 워터프런트가 시작되는 Pier 1에 있다. 안으로 들어가면 뉴욕의 첼시 마켓을 연상시키는 아케이드 형태의 재래시장이 나오는데, 앉아서 먹을 자리가 마땅찮기에 커피만 테이크아웃해서 해안가를 따라 천천히 산책해 보기로 한다. 페리 빌딩에서 Pier 넘버를 세며 천천히 걷다 보면 어느새 가장 번화한 Pier 39에 이른다. 예전의 목조 구조물이 그대로 보존된 상점 거리를 보니 골드러시의 호황기에도 이런 모습이었을 것 같은 느낌. 단 걸 좋아하진 않지만 분위기에 이끌려 초콜릿도 시식해 보고, 'I left my heart in SF' 조형물 앞에서 사진도 찍어 본다. 페리 빌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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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 Fransisco - 재팬타운과 차이나타운, 그리고 페리빌딩의 역사

미국 와서 습관처럼 둘러보게 된 곳이 있다. 바로 코리아타운, 재팬타운, 차이나타운이다. 각 도시마다 이민 사회의 특징이 있지만, 이 세 커뮤니티는 아무래도 가장 가까운 지리적 위치와 밀접한 역사 때문에 은근 의식하며 비교하게 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중에서도 본국인 코리아타운이 제일 관심이 가는 건 당연지사. 그리하여 미국 최대의 코리아타운이 있는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코리아타운에만 포스트 하나를 할애했고, 차이나타운의 경우 뉴욕에서 우연히 그 인근에 숙소를 얻으면서 또 포스트 전체를 할애했었는데, 그에 비하면 재팬타운은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없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샌프란의 재팬타운도 별 기대 없이 왔는데, 지금까지 중 가장 일본스러운 모습에 갑자기 up되는 이 기분은 뭔가. 광장 중심에 우뚝 서있는 저 일본스러운 탑은 Peace Pagoda로, 일본이 샌프란 시에 우정의 선물로 헌정한 것이며, 메인 거리 Post Street에서는 매년 4월 벚꽃축제가 열리기도 한다. 또한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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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 Fransisco - 킬힐과 꽃길

파이낸셜 디스트릭트에서도 포스팅했지만, 샌프란시스코의 언덕은 거의 킬힐(kill hill) 수준이다. 시내 자체는 그리 넓진 않으나, (오히려 다른 도시에 비하면 아담한 사이즈라는) 중간중간 예상치 못하게 튀어나오는 언덕 때문에 가끔 걷기 힘들어질 때가 있다. 그럼에도 여기가 뉴욕 다음으로 애정하는 도시가 된 건 바로 아름다운 조경 때문이었다. 샌프란시스코는 집집마다 꽃이 피어있는 것도 모자라 길가에도 화단이 조성되어 있는데, 그 꽃길 너머로 펼쳐지는 바다 뷰가 가히 예술이다.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사랑했던 곳은 세계에서 가장 구불구불한 도로 롬바르드 꽃길(Lombard Street)이다. 단 한 블록에 해당하는 짧은 구간이 27도로 경사가 진 것도 모자라서 무려 8구간의 커브길이 나 있는데, 화단에는 색색의 수국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고, 집집마다 이름 모를 꽃까지 합세해서 그야말로 장관을 이루는데, 킬힐의 고통을 견디며 오른 길 끝에서 바라본 바다 뷰는 지금까지 중 최고였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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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 Fransisco - 골드러시와 Financial District

신대륙의 발견이 한창이던 15~16세기,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황금의 땅 엘도라도(El Dorado)에 대한 전설이 퍼지기 시작한다. 지금의 콜롬비아에 있는 구아타비타 호수 인근에 Chibcha라는 부족이 살았는데, 그 추장은 중요한 의식마다 온몸에 금가루를 바르고 호수에 들어가서 씻어냈다는 얘기. 뿐만 아니라 어마어마한 보물을 호수 깊숙한 곳에 숨겨두었다는데,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이 전설은 유럽에서 온 정복자들의 귀를 솔깃하게 만들었고, 그리하여 시작된 골드러시는 남미 대륙을 초토화시켰지만 정작 금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 후 대항해 시대가 끝나고 콜롬비아가 독립하면서 칩차족의 유물이 대거 발견됐는데, 이것이 바로 골드러시의 원조가 되는 사건이다. 그 후 다시 시간이 흘러 19세기 중반, 미국의 캘리포니아에서 다시 한번 금이 발견됐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때는 1848년, 캘리포니아의 새크라멘토 강 유역에 있는 한 제재소에서 일하던 목수가 금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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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 Fransisco - 다운타운의 빛과 그림자

여기는 샌프란시스코의 중심 Union Square 뉴욕에도 워싱턴에도 같은 이름의 광장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샌프란의 여기가 특별한 이유는 여행의 모든 것이 시작되고 마무리되는 곳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눈에 봐도 알겠지만, 유명 백화점부터 온갖 명품샵으로 둘러싸인 이 광장은 주위로 나있는 골목마다 중저가에서 5성급에 이르는 다양한 숙소가 몰려 있으며, 버스, 지하철, 공항철도 등 거의 모든 교통수단이 집결된 핫플 중의 핫플이어서 보통 다운타운이라고 하면 시청이 있는 시빅 센터보다 유니언 스퀘어를 언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 이유로 이전 포스트에서는 "사기"라며 숙소에 대한 악담을 잔뜩 늘어놓았는데, 그래도 유니언 스퀘어 근처에 있어서 역세권과 맛집, 멋집의 혜택을, 그것도 안전하게 누릴 수 있었으니 이 점은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유니언 스퀘어가 마음에 드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광장 주위에 로맨틱하게 세워진 하트 조형물 때문이었다. 이 하트는 T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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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 Fransisco - 스타트업의 도시

로스앤젤레스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는 메가버스를 탔다. 어쩌다 보니 동부는 그레이하운드, 서부는 메가버스를 이용하게 됐는데, 이유는 그때그때 가격이 싸서.ㅡㅡ; Las Vegas - Los Angeles: 07:15~12:40 $14.99 Los Angeles - San Fransisco: 23:00~07:05(+1) $14.99 여기다 예약비 $2.5까지 합하면 총 $32.48. 이 정도면 한국의 고속버스보다 훨 저렴하지 않은지. 물론 시설은 그보다 몇 배나 열악하지만ㅡㅡ; 그래도 라스베이거스와 로스앤젤레스 구간은 꽤 탈 만했다. 이티켓 맨 아래에 보면 같은 메가버스라도 운행하는 버스 이름이 각각 다른데, 사진 출처: 메가버스 라스베이거스와 로스앤젤레스를 운행하는 버스는 Windstar Lines라는 버스 렌털 업체를 통해 대여한 버스여서 정통(?) 메가버스보다 훨씬 깨끗하고 시설도 좋았다. 사진 출처: 메가버스 반면 로스앤젤레스-샌프란시스코 구간은 2층짜리 정통 메가버스가 와서 그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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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s Angeles - 드디어 할리우드

드디어 할리우드로 가는 길, 저 멀리 하얀색의 'Hollywood' 사인이 보이자 심장이 두근반 세근반 하는데, 중간에 파라마운트 픽처스를 발견하고 또 한 번 심쿵한다. 정녕 내가 할리우드에 온 것인가... 나의 소녀시대는 바로 이 파라마운트와 유니버설픽처스 로 대표되는 할리우드의 영화사들과 함께했기에 그 어느 때보다도 여기가 애틋하게 느껴진다. 정확히는 톰 크루즈로 시작해서 멕 라이언에 이르러 정점을 찍었는데, 그래서 또 이 도시를 배경으로 한 그녀의 영화가 떠오른다. 세상 가장 감미로룽 OST와 함께. 영화는 어이없게도 새드 엔딩으로 끝나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가 인생 영화로 등극할 수 있었던 건 두 배우의 애절한 연기와 아름다운 영상미, 그리고 감미로운 배경 음악이라는 3 요소가 잘 버무려졌기 때문이리라. 나는 이것을 '할리우드의 마법'이라 부르고 싶다. 그리고 이것이 로스앤젤레스가 설레는 가장 큰 이유다. 바로 여기에 영화 산업의 성지, 할리우드가 있기 때문에. 워싱턴 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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