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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s Angeles - 미라클 마일에서 로데오 드라이브까지

숙소가 있는 윌셔 대로에서 서쪽의 산타모니카 방향으로 직진하면 박물관이 몰려 있는 Miracle Mile이 나온다. 박물관은 뉴욕과 워싱턴에서 이미 실컷 보고 왔기에 웬만한 전시 관람은 스킵하고, 여기서는 공연장 위주의 뮤직 센터(Music Center)만 보고 가려고 했는데, LACMA의 이 가로등 조형물이 너무나 매혹적이어서 어쩔 수 없이 이 먼 데까지 출타하게 되었다는. LACMA는 LA County Museum of Art의 약자로, 현대미술관을 MoMA(Museum of Modern Art) 그대로 '모마'라고 발음하듯 여기도 간편하게 '라크마' 혹은 '락마'라고 부른다. 그리고 나를 설레게 한 이 조형물로 말할 것 같으면 1920~30년대의 가로등을 한자리에 모아놓은 것으로, 작품명은 '어반 라이트(Urban Light)'이다. 언뜻 보면 같은 종류의 가로등을 모아둔 것 같지만, 안으로 들어가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크기나 모양이 모두 제각각인 것을 알 수 있는데, 모두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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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s Angeles - 시티 오브 앤젤

시청에서 홈리스 텐트촌을 건너 엘 푸에블로 역사공원으로 가는 길 공공의 도로를 불법으로 점령한 건 그들인데, 왜 난 남의 집 안마당을 침범한 듯 죄책감이 드는 걸까ㅡㅡ? 다행히 그들은 자신들의 구역만 침범하지 않으면 별다른 해코지를 하지 않았지만, 이 참을 수 없는 역한 냄새는 또 어쩔 것인가ㅡㅡ; 로스앤젤레스는 도시 자체도 낙후됐지만, 홈리스 텐트촌과 악취 때문에 다른 도시보다 상대적으로 여행하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노숙 텐트촌을 지나니 곧 예스러운 건물이 어우러진 광장이 나왔는데, 여기가 바로 로스앤젤레스의 기원이 되는 엘 푸에블로 역사 공원이다. 풀네임은 El Pueblo de Los Angeles State Historic Park로, 공원 안에는 1781년에 이곳 로스앤젤레스에서 도시를 창건하라고 명한 스페인 국왕 카를로스 3세의 동상이 있는데, 당시만 해도 도시 이름은 'El Pueblo de Nuestra Senora la Reina de los Angeles del 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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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s Angeles - 다운타운 가는 길

로스앤젤레스의 흔한 거리 풍경 이름부터 에스빠뇰이라 설마 했는데, 도착하고 보니 정말 남미 feel이 완연하다. 그래서 더 궁금해진다. 이 도시의 역사가. 도시의 역사를 찾으러 다운타운으로 가는 길 초입에서 반갑게도 중앙도서관을 발견했다. 언뜻 보면 겨우 2~3층 높이의 허름한 건물 같지만, 그 안에는 엄청난 지성과 감성의 내공이 들어 있었으니, 1층으로 들어가면 로비에서 지하로 향하는 거대한 에스컬레이터가 나오는데, 여기는 특이하게도 지하로 내려가면서 분야별 열람실이 4~5층까지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체감상 뉴욕의 공공도서관보다 훨씬 방대하게 느껴지는데, 독서 공간이나 노트북 작업 공간 하나하나마다 파티션이 되어 있는 걸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공공 장소에서 프라이버시를 이토록 존중받을 수 있다니 역시 미국답다는 생각이 든다. 1층 로비에서 2층으로 올라가면 우아한 돔형의 로툰다가 나오는데, 그 주위로 빽빽하게 그려진 종교화를 구경하며 천천히 걷다 보면 어느새 이런 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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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s Angeles - 코리아타운과 도산 안창호 루트

로스앤젤레스는 미국에서도 가장 큰 한인타운이 있는 곳이다. 그래서 그 분위기가 궁금하여 일부러 한인민박에 묵었는데, 막상 와보니 한국어 간판만 난무할 뿐, 동네 분위기는 상당히 낡아 있어 마치 한국의 7080년대를 연상시킨다. 이는 뉴욕의 마천루 한가운데 코리아타운이 있는 것과 상당히 대조적인 모습인데, 도시가 이렇게 낙후된 데에는 LA 특유의 어번 스프롤(Urban sprawl) 현상이 한몫한 듯하다. 로스앤젤레스는 뉴욕 다음가는 미국 제2의 도시이지만, 뉴욕처럼 독립 이전부터 계획된 도시가 아니라 오랫동안 스페인 식민지였다가 독립 이후 전쟁으로 점령한 곳이어서 원래부터 히스패닉계 주민이 많았고, 20세기 이후에는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과 캘리포니아 오렌지 농장 등에서 이민 노동자를 받으며 무분별한 도시 확장이 이루어진 케이스이다. 그래서 마천루가 빽빽한 뉴욕에 비하면 스카이라인이 상대적으로 빈약하며, 도시 인프라 또한 열악해서 처음에 도착하면 당황하기 십상인데, 나 역시 그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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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 Vegas - 카지노보다 호텔 투어

스나이더에서의 태평성대는 가고, 어느덧 나는 사막 위의 오아시스 같은 유흥과 환락의 도시 라스베이거스에 와 있었다. 게임 알못인 내가 로스앤젤레스로 가는 중간에 "굳이" 이곳에 들른 이유는 예전에 했던 게임 관련 프로젝트가 문득 생각나서.ㅡㅡ; 게임이라고는 하나 개발이 아닌 컨설팅이고, 사업 중간에 갑자기 법제도가 바뀌면서 멘붕에 빠지기도 했던지라 세월이 지나도 당최 잊히지를 않네. 한편으로는 몰랐던 분야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고, 덩달아 새로운 인연도 얻을 수 있었으니 이번 미국 여행에서 문득 생각난 연유이기도 하다. 그러고 보니 그때 프로젝트를 하는 내내 생각했던 화두가 하나 있었는데, 바로 게임의 건전성에 관한 것이었다. 어찌 됐든 유희라는 것은 적당히 즐기기가 힘든 부분이라. 그게 게임이든 술이든 영화든 뭐든 말이다. '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란 말도 있지만, 한번 즐기기 시작하면 중독되는 게 인간의 보편적인 심리가 아닐는지. 하지만 당시 벤치마킹 대상으로 물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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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yder - 소울메이트 만나러 가는 길

드디어 폴란드 언니가 사는 로턴(Lawton)으로 가는 날. 미국 입문 편에서도 썼지만 폴란드 언니는 폴란드에서 만난 한국 사람이다. 그땐 동유럽에서 한국인을 만나는 게 마냥 신기했던 시절이라 단 하루의 인연이 한국까지 이어졌고, 더욱이 같은 도시에 살던 우리는 여행이 끝난 후에도 꾸준히 만나며 우정을 다졌는데... 그러던 어느 날, 잘생긴 아메리칸 남친을 만난 언니는 결혼을 하고 주니어를 낳더니 훌쩍 미국으로 떠나버렸다. 그때서야 알았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언니한테 꽤 많이 의지하고 있었다는걸. 그로부터 꼬박 2년 만에 언니를 다시 만나러 가는 것이다. 미국행이 결정되고 나서 처음으로 언니에게 보이스톡을 했다. 육성을 들으니 예전의 담대했던 언니가 떠올랐고, 우린 금세 '폴란드' 시절로 돌아가서 긴긴 통화를 했다. 언니가 계신 곳은 오클라호마 주에 있는 로턴(Lawton). 지도를 보니 동부와 서부 사이에 딱 중간쯤 쉬어가기 좋은 위치다. 마침 남편이 연수 중이라 집에는 주니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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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shington, D.C. - 전쟁과 평화

숙소에서 내셔널 몰 가는 길에 발견한 상당히 앤틱해 보이는 붉은 건물, 여기가 바로 링컨 대통령이 암살당했던 포드 극장(Ford's Theatre)이다. 개척 시대에 몸으로 노동하는 집안에서 태어나 수많은 사업 실패와 낙선 끝에 16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에이브러햄 링컨. 그런 그가 동시대를 살지도 않았고 출신 배경도 다른 일명 '엄친아' 존 F. 케네디와 자주 함께 거론되는 이유는 아마도 '암살당한 대통령'이 주는 강렬함 때문일 것이다. 둘 다 100년이란 간극을 두고 하원 의원에서 시작하여 대통령에 당선된 점, 그리고 흑인 인권을 위해 애쓴 점이 그러한데, 암살 당시 총에 맞은 것과 장소 이름에 '포드'가 들어가는 것까지 똑같았다고 한다. 링컨은 바로 이 '포드' 극장에서 공연을 보던 중 총에 맞았고, 케네디는 재선을 위한 퍼레이드 중 '포드' 차에서 암살당했다는. 그래서 포드 극장이 더욱 예사롭지 않아 보이는데, 안타깝게도 박물관 일정에 쫓겨서 들어가 보지는 못하고, 매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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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shington, D.C. - 박물관 투어

인류의 지식 증진과 보급을 위한 시설을 미국 워싱턴에 짓는 데 전 재산을 기증하겠다. - 출처: Smithsonian Institution Archives 18세기 후반, 영국의 과학자 중에 제임스 스미스슨(James Smithson)이란 사람이 있었다. 부유한 귀족이면서 광물학자였던 그는 독신으로 생을 마감하면서 영국이 아닌 미국의 과학 발전을 위해 전 재산을 기증했는데, 그 액수가 무려 50만 달러였다고 한다. 지금 환율로 환산해도 6억에 가까운 돈인데, 당시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어마어마한 금액이었을 터. 미국에 가본 적도 없는 그가 죽기 전에 굳이 신대륙으로 눈을 돌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미국이 장차 세계 인류의 전시장이 되리라는 걸 예측이라도 한 것일까? 아무튼, 그런 그의 이념을 기리기 위해 미국 정부에서는 그의 이름을 따서 스미스소니언 협회(Smithsonian Institution)를 만들고 각 분야별 박물관을 설립했다. 그리고 무료 개방이란 원칙 하에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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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shington, D.C. - 국회의사당과 워싱턴의 이념

어느새 뉴욕에서의 한 달이 지나가고, 이렇게 쾌적하고 녹음이 짙은 워싱턴으로 이동했다. 미국이 독립과 함께 뉴욕을 임시 수도로 정하고, 그 후 필라델피아로 천도했다가 다시 새로운 행정수도를 개척하기 위해 장장 10년에 걸친 계획 끝에 탄생한 세 번째 수도 워싱턴 D.C. 정식 이름은 워싱턴 컬럼비아 특별구(Washington, District of Columbia)이며, 여기서 워싱턴은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 컬럼비아는 신대륙을 발견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에서 각각 따온 이름이다. (참고로 같은 뜻의 남미 국가 Colombia와는 철자 하나 차이) 하지만 미국 경제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뉴욕이고, 한때 임시 수도이기도 했던 곳에서 이미 한 달이나 있었기에 오직 수도로서의 기능만 담당하는 계획도시를 굳이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심히 고민했었다. 그동안 세계 각국의 신행정 수도가 건설된 사례는 여럿 보았지만, 기존 수도의 역할이 분산되기만 했을 뿐, 여전히 사람들은 오랜 역사가 깃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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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나이아가라 폭포 당일치기

뉴욕에 있는 동안 하루는 시간을 내서 나이아가라 폭포에 다녀왔다. 물길을 좋아하는 내게 있어 '세계 3대 폭포'라는 명성은 절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치명적인 매력이므로. 동시에 나이아가라강을 경계로 국경을 맞대고 있는 캐나다의 모습이 궁금하기도 하고. 10년 전엔 반대쪽에 있는 밴쿠버에 갔었는데, 동쪽은 또 어떤 분위기일까. 그리하여 알아본 뉴욕-나이아가라 폭포 구간은 직행이 없고, 버스든 비행기든 버펄로(Buffalo)라는 도시를 경유해야 했다. 물론 투어를 이용하면 바로 이동이 가능하겠지만, 3대 폭포 중 가장 규모가 협소한 그곳에서 굳이 1박을 하고 싶진 않아서 좀 귀찮지만 밤 버스로 다녀오기로 했다. 사진 출처: usatoday.com 그리하여 예약한 버스는 그 이름도 악명 높은 그레이하운드. 이 외에도 메가버스, 플릭스버스, 피터팬버스, 볼트버스 등 회사는 많지만, 내가 가고자 하는 일정에는 그레이하운드가 제일 저렴했다. New York - Buffalo: 12:15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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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York - 뮤지컬 로또 당첨

뉴욕에서 한 달 살이를 하던 어느 날, 우연히 '뉴욕 뮤지컬'로 검색했다가 '로터리 응모'라는 걸 발견했다. 브로드웨이 다이렉트( https://lottery.broadwaydirect.com )라는 사이트에서 'Lottery' 메뉴에 들어가면 그날 응모할 수 있는 공연 목록이 뜨는데, 그중에서도 내 시선을 강탈한 건 다름 아닌 <The Cher Show>. 뮤지컬을 본다면 <오페라의 유령>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래전 영국에서 못다 이룬 아쉬움도 있었고, 그 뒤에 접한 영화와 책도 충분히 강렬했으며, 심지어 한때 노래방 18번도 메인 테마곡인 'The Phantom Of The Opera'였으니. 하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목록에 없고, 대신 <더 셰어 쇼>의 강렬한 포스터에 꽂혀버리고 만 거다. Cher라는 가수는 영화 <맘마미아 2>의 엔딩 장면에서 처음 봤었다. 성형 중독 같은 외모에 왠지 게이일 것 같은 등발과 묵직한 보이스가 참으로 인상적이었는데, 아바의 'Ferna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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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York - 소호에서 하이라인까지 내가 사랑한 커피 로드

숙소가 있는 로어 이스트에서 뜻하지 않게 블루보틀을 발견했다. 때마침 한국에도 블루보틀이 상륙한 지 얼마 안 돼서 몇 시간을 기다려야 겨우 입장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난 이런 한가한 동네 카페 같은 데서 드립의 고급짐과 믹스의 달달함이 적당히 버무려진 뉴올리언스를 한국보다 저렴한 가격에 마시고 있으니 감읍할 따름. 가격은 택스 포함 $4.63로, 5300원 정도이니 한국보다 500원이 더 싼 셈이다. 하지만 가격과 브랜드 밸류를 차치하고라도 여길 자주 찾은 이유는 로어 맨해튼의 거리가 훤히 보이는 뷰 맛집에 좌석도 편하고 무엇보다 붐비지 않아서 좋았다. 이 동네는 워낙 빈티지스럽고 개성 강한 가게가 많아서 이런 심플한 곳은 잘 안 찾는가 본데, 개인적으론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인테리어를 선호해서 웬만하면 빈티지샵은 피하게 되더라는.ㅡㅡ; 그렇게 블루보틀에서 1잔하고 대로변으로 나오면 거대한 Houston Street가 펼쳐지는데, 여기서 서쪽의 허드슨강 방향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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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York - 드디어 브루클린

드디어 브루클린 브리지를 건너 브루클린으로 넘어가 본다. 맨해튼과 브루클린을 연결하는 이 다리는 뉴욕 시가 세워진 이래 건설된 최초의 다리로, 미국에서도 가장 오래된 만큼 고풍스러운 외관인데, 강철 케이블로 다리를 지탱하는 방식의 현수교로도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140여 년이라는 세월만큼이나 오래된 석조 타워는 한없이 견고해 보이나, 삐걱거리는 나무다리가 사뭇 불안한데, 자세히 보니 인도만 나무로 되어 있고, 좌우로 연결된 차도와 그 중간에 지나가는 지하철은 모두 현대식으로 지어졌다. 그리고 각 연결 부위는 강철 케이블로 단단하게 엮어놓아서 생각보다 견고한 느낌이었는데, 그러고 보니 이 다리는 정중앙에 사람이 있고 차들은 그 아래로 밀려난 지극히 인간 중심적인 구조. 역시 인권을 먼저 생각하는 미국다운 세상에서 가장 멋진 다리다. 옆으로는 현대적인 모습의 맨해튼 브리지가 보이고, 다리가 끝날 무렵 왼쪽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오는데, 이 계단을 통과해서 다시 왼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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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York - 월스트리트의 이민 역사

숙소가 있는 차이나타운에서 서쪽의 허드슨 강 쪽으로 걷다 보면 뉴욕 시청과 가정법원이 있는 시빅 센터가 나온다. 시청이라면 으레 시내 중심에 있을 줄 알았는데, 뉴욕은 특이하게도 맨해튼 남쪽 끝에 정부 기관이 몰린 형태. 이는 아마도 유럽인들이 처음 뉴욕에 정착할 때 남서쪽 끝에서부터 터전을 잡기 시작해서일 것이다. 시청 앞으로는 브루클린 브리지로 갈 수 있는 고가도로가 연결되어 있으나, 지금 같은 불볕더위에 그늘 한 점 없는 저기를 도저히 건널 자신이 없어서 이따 해질녘으로 미뤄두고 가던 방향으로 계속 궈궈~ 시빅 센터를 지나면 갑자기 빈약하던 로어맨해튼의 스카이라인이 화려하게 변하기 시작하는데, 여기가 바로 세계 금융의 중심인 월스트리트(Wall Street)의 시작점이다. 빌딩 사이로 난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면 다리미처럼 생긴 플랫아이언 빌딩(Flatiron Building)도 나오고, 골목 중간에는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 같은 건물도 보이는데, 여기가 바로 미국 독립의 역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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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York - 로어맨해튼의 중심 차이나타운

뉴욕에서 처음으로 집을 보러 가던 날, 타임스퀘어에서 점점 멀어져 가는 길이 사뭇 불안한 건 사실이었다. 시내에서 너무 떨어진 건 아닐까. 우범지대는 아닐까... 그러다 이내 고풍스러운 바워리 은행이 눈에 들어왔고, 건너편으로는 한자가 난무하는 차이나타운이 보이기 시작하자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아마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이상하게 이 동네가 좋아질 것 같은 예감이 든 건. 저 바워리 은행을 기점으로 로어맨해튼은 서쪽의 소호와 동쪽의 로어이스트, 남쪽의 월스트리트를 비롯한 파이낸셜 디스트릭트로 나뉘는데, 그 중심에 바로 차이나타운이 있다. 지도에서 보다시피 차이나타운은 남부 맨해튼의 정중앙에 V자로 분포하고 있어서 이 일대를 지나다 보면 어떻게든 마주치게 되어 있으며, 숙소 또한 그 경계에 있었기에 차이나타운의 일상이 곧 나의 일상이 되었다. 커다란 공자 동상도 있고, 싸디 싼 중국식당도 많은 활기찬 차이나타운. 중국 여행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런 입지가 상당히 장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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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York - 더없이 미국적인 센트럴 파크와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맨해튼의 블링블링한 5번가는 삐까뻔쩍한 황금 동상과 플라자 호텔을 마지막으로 끝이 나고, 그다음부터는 센트럴 파크(Central Park)의 푸르른 녹지가 펼쳐진다. 그것도 무려 51블록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구간에 걸쳐서. 이는 도시공원의 선구자였던 프레드릭 로 옴스테드와 칼베르 보의 'Greensward plan'에 의한 결과물이다. 지금 여기에 공원을 만들지 않는다면 100년 후에는 이만한 정신병원이 필요할 것이다. 칼베르와 옴스테드는 공원이 인종과 빈부격차에 상관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민주적인 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그들의 이념 하에 1858년 약 100만 평에 달하는 거대한 공원이 조성됐는데, 사실 뉴욕만큼 인구밀도가 높은 대도시에 이만한 규모의 그린벨트를 할당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을 터. 그럼에도 완공 이래 지금까지 160여 년의 세월 동안 뉴욕시는 이 거대한 녹지를 꿋꿋이 지켜왔고, 심지어 마음껏 활용하고 있었다. 공원 아래에는 호텔 존을 형성하여 도심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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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York - 공공도서관과 브라이언트 공원에서 할 수 있는 것들

5번가에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록펠러 센터 사이에 뉴욕 생활의 대부분을 보냈던 공공도서관(Public Library)과 브라이언트 공원(Bryant Park)이 있다. 이 '공공도서관'이란 이름에는 꽤 재미있는 사연이 들어있는데, 뉴욕의 공공도서관은 시에서 운영하는 공립기관이 아니다. 19세기 이 지역의 부자들이 개인적으로 소유하던 도서관을 시민들에게 개방하기 위해 하나로 합치면서 만들어진 일종의 사설 도서관으로, 맨해튼의 5번가에 있는 여기가 본점이며, 그 외 지점이 무려 80여 군데나 되는 도서관 계의 대기업인 셈. 그러므로 이름에 들어가는 'Public'은 공공시설이 아닌 '대중을 위해 열려 있다'라는 의미이며, 자국민이든 외국인이든 누구나 이용 가능하다. 그러니 쫄지 말고 마음껏 들어가시라. 뉴욕에 있는 동안 뽕을 뽑을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을 테니. 1911년 강철왕 카네기를 비롯한 대부호들의 기부로 지어져서 웅장한 외부만큼이나 내부도 화려한데, 이곳의 백미는 뭐니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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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York - 5번가와 마천루의 전설

타임스퀘어에서 5번가로 가는 길에 투박하면서도 거대한 빌딩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이게 그 유명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인가 했는데, 알고 보니 석유왕 록펠러의 아들이 지었다는 록펠러 센터(Rockefeller Center)의 GE(General Eletrics) Building. 19세기 중반 2차 산업혁명과 함께 미국에 석유가 발견되면서 일찍이 석유 사업에 뛰어든 존 데이비슨 록펠러는 당시 미국의 정유산업을 95%나 장악하면서 일명 '석유왕'으로 등극하게 된다. 평범한 서민 집안 출신이었던 그가 이토록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던 건 영세한 기업의 경영권을 헐값에 매입하면서 서서히 독점해가는 트러스트(trust) 형태의 경영을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 그런 이유로 연방재판소로부터 트러스트법 위반에 의한 해산명령을 받기도 하고, 사람들로부터 '더러운 돈'이란 손가락질을 받기도 했지만, 우리의 석유 재벌은 이에 굴하지 않고 그 '더러운 돈'을 사회에 아낌없이 환원했다. 그는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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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York - 브로드웨이와 타임스퀘어의 광장 문화

미국 오자마자 숙소 구하는 문제 때문에 본의 아니게 차이나타운 얘기부터 먼저 하게 됐는데, 사실 뉴욕에서 제일 처음 맞닥뜨린 풍경은 바로 타임스퀘어(Times Square)였다. 뉴욕의 중심이자 전 세계의 모든 기업들이 앞다투어 광고를 게재하는 곳이며, 스퀘어가 정방형이 아닌 세모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알려준 곳. 유럽인들이 정착하여 일군 나라이기에 미국 역시 유럽의 도로 체계처럼 가로 세로 구획이 나누어진 Street와 Avenue로 이루어져 있는데, 맨해튼에는 특이하게 대각선으로 뻗은 도로가 하나 더 있다. 바로 그 이름도 유명한 브로드웨이(Broadway)이다. 이 브로드웨이가 지나가면서 사각형의 블록이 조금씩 어그러지다가 7번 애비뉴와 만나는 순간 꼭짓점을 이루며 삼각 구도를 형성하는데, 여기서부터 아래로 42번 스트리트까지 이르는 광장이 바로 타임스퀘어다. 원래는 롱에이커 스퀘어(Longacre Square)로 불렸으나, 미국 굴지의 신문사 '뉴욕 타임스'가 들어서면서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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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한 달 살기

인아웃 도시를 어디로 할지 고민하다가 그래도 세계 최고의 멜팅팟에서 한 달을 먼저 살아보는 게 낫지 않겠나 싶어서 뉴욕으로 결정하고 보니 취항하는 항공편도 제일 많고, 숙소 매물도 넘쳐난다. 너무 옵션이 다양해서 결정 장애가 온 게 문제긴 하지만. 역시 자본주의 사회의 최고봉답다는. 항공편은 때마침 아시아나 여름 프로모션이 떠서 뉴욕 인, 시애틀 아웃 일정을 단돈 90만 원에 겟하고, 숙소는 이래저래 알아보다가 '헤이코리안'이란 사이트를 알게 되었다. HeyKorean > 미주 부동산 > 렌트, 룸메이트, 서블릿, 방쉐어, 하숙/민박, 스튜디오 등 rent.heykorean.com 여기서 부동산 메뉴에 들어가면 지역별, 유형별로 선택해서 검색할 수 있는데, 뉴욕, 그중에서도 맨해튼은 물량이나 가격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가격이 비싼 거야 어차피 각오한 일이니 단기 숙박을 받아주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라 생각했는데, 고맙게도 연락을 보낸 곳 중 2군데에서 긍정적인 답변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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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처음이라

또 슬럼프가 찾아왔다. 이대로 전진할 힘 제로. 그래서 또 늘 그렇듯 여행을 떠난다. 이번에는 무려 세계 최강 경제대국, 그 이름도 아름다운 나라, 美國이다. 지금까지 내 여행 패턴은 유럽을 제외하면 철저히 미지의 세계로 무장된 나라들이었고, 그래서 내 주변 지인들은 '그런 데'만 가냐고 만날 때마다 한 소리씩 해댔지만, 그 미지의 나라들을 돌아다니며 발견한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전 세계 각지에서 발생한 문명이 마지막으로 수렴된 곳이 미국이라는 것, 그렇게 각 나라의 자양분을 받고 자란 나라가 세계 굴지의 최강국이 되었다는 것, 고대로부터 그리도 부르짖던 자유와 민주의 개념이 최단 시간 내에 정착한 곳이 바로 미국이라는 점이다. 사실 어릴 때부터 나는, 우리는 할리우드 영화나 팝송, 맥도널드 같은 미국 문화를 쉽게 접해왔고, 어른이 되어서는 3차 산업혁명과 함께 IT를 주도하는 그들의 제품을 써왔기에 어느새 미국은 안 가봐도 아는 나라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정작 여행을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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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ia - Kolkata - 세 번째 시티 오브 조이

드디어 이번 여행의 마지막 도시 캘커타로 왔다. 인도가 영국 식민지에서 벗어난 지 반 세기가 지났고, 캘커타는 콜카타로 개명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내겐 여전히 캘커타로 남아 있는 곳. 정확히 말하면 캘커타보다는 영화 <시티 오브 조이>로 더 기억되는 곳이다. 내가 인도라는 나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바로 이 영화에서 비롯됐으니. 그때도 지금도 인력거는 여전하지만, 이젠 아저씨들도 힘든지 탈 것을 굳이 강요하지 않는다. 하지만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4차 산업혁명이 5차 산업혁명으로 넘어가도 저 인력거꾼들은 여전히 이곳에 남아 캘커타 시절을 추억하게 할 것이다. 그래야 캘커타답고, 그래야 인도다우니까. 인도는 벌써 세 번째지만, 올 때마다 들른 곳은 바라나시와 캘커타 단 두 도시뿐인데, 이번에 바라나시에서 말도 안 되는 점성술사를 만나는 바람에 순위가 역전되어 여전히 좋은 도시는 이제 캘커타 하나만 남게 됐다. 역시 캘커타는 그래서 '시티 오브 조이'. 처음 왔을 땐 인도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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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ia - Shantiniketan - 타고르 스피릿

볼푸르(Bolpur) 하고도 샨티니케탄(Shantiniketan). 바라나시에서 여기까지 오는 데 꼬박 24시간이 걸렸다. 여기보다 훨씬 멀리 떨어진 캘커타까지는 12시간밖에 안 걸렸으면서. 그만큼 깡시골이란 얘기다. 기차가 거의 30분 단위로 서는 진정한 로컬 노선을 타야만 올 수 있는 곳. 이런 오지(?) 마을까지 굳이 들어온 이유는 인도의 시성(詩聖)이자 아시아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타고르가 자연친화적인 교육 환경을 실현하고자 조성해놓는 대학 마을을 보기 위해서였다.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시기에 빛나던 등불의 하나인 코리아 그 등불 다시 한번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 - 타고르의 '동방의 등불' 타고르는 일제 치하의 조선을 격려하기 위해 지은 '동방의 등불'이라는 시로도 유명한데, 나는 그보다 만해 한용운의 작품세계를 통해 그를 먼저 접했었다.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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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ia - Varanasi - 카초리 가게에서 만난 점성술사

리시케시에서 바라나시로 가는 기차에서 사 먹은 런치 박스 이것이 시작이었다. 푸리보다 더 맛난 카초리(Kachori)의 매력을 발견한 것이. 카초리는 두 번째 사진에서 비닐에 싸여 있는 납작한 빵으로, 언뜻 보기엔 차파티처럼 생겼지만, 맛과 질감이 전혀 다르다. 차파티는 밀가루에 물을 넣어 반죽한 것을 프라이팬에 구운 것이고, 카초리는 그 반죽을 튀겨낸 것인데, 같은 튀김빵인 푸리와 달리 반죽할 때 기름을 섞기 때문에 그 풍미가 한층 더 진해진 느낌이다. 차파티를 작게 만들어 튀긴 푸리(Poori 또는 Puri)와 반죽 과정에서 기(ghee)를 넣어 더욱 쫀쫀해진 카초리(Kachori) 사실 뻥튀기처럼 부풀려진 푸리도 직접 뜯어먹어 보면 속은 쫄깃한데, 물과 밀가루로만 반죽했기 때문에 겉이 너무 바삭해서 자칫 잘못하면 입천장이 까질 우려가 있다. 이에 비해 카초리는 정제 버터로 단단히 무장된 반죽을 튀겨내기 때문에 겉과 속이 모두 쫄깃 촉촉하기 이를 데 없다는. 이런 깨알 같은 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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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ia - Rishikesh - 사두, 요기 니튼 그리고 화폐 개혁

종교와 사상과 인종 문제로 다사다난했던 스리나가르에서의 나날은 가고, 어느새 이런 한없이 힌두스러운 리시케시(Rishikesh)로 오니 시간이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느낌이다. 그땐 나도 초심과 열정으로 가득 차 있었고, 보이는 것마다 들리는 것마다 뭐든지 흡수하려고 눈이 빛나던 사람이었는데, 시간이 흘러 그 현장에 다시 와보니 나는 예전의 내가 아니더라. 이제 요가와 명상은 그저 일개 강의에 불과할 뿐, 여기에 온 명분이 되지는 못하였으니. 무엇보다 안타까웠던 건 나만의 요가 철학을 정립할 수 있게 해 준 시바난다 아슈람의 요가 강좌가 없어졌다는 거였다. 일시적으로 문을 닫은 건지 아니면 영영 운영을 안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요가 살라가 있던 곳은 자물쇠로 굳게 채워져 있었다. 수줍고도 오묘한 발음으로 잔잔하게 수업을 리드하던 일본 선생님은 대체 어디로 가신 걸까... 또한, 아엥가 요가의 매력을 알게 해 준 수리얀시 선생님은 라즈팰리스의 요가홀에서 기타 아슈람으로 옮겨갔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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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ia - Srinagar - 자유라는 빛과 그림자

파키스탄에서 인도로 넘어오던 날, 시간을 맞추려고 휴대폰을 껐다 켰더니 외교부에서 이런 문자가 와 있었다. 카슈미르 철수권고 무력분쟁 격화 테러 위험 증가 ... 아놔, 곧 카슈미르 가야 되는데... 달 레이크도 꼭 봐야 되는데... 내가 카슈미르를 꿈꾸게 된 건 수많은 인도 영화에 나왔던 알프스보다 아름다운 풍경과 인도 가이드북의 엄청난 소개글 '인류의 잃어버린 파라다이스'에 대한 철없는 로망 때문이었다. 영화 <한밤의 아이들> 오프닝에서 시카라가 유유히 가로지르던 몽환적인 달 레이크는 실제로 어떤 모습일까. <Fanaa>와 <카슈미르의 소녀>에 나왔던 스위스보다 아름다운 그곳은 대체 어디쯤일까... 영국의 식민지로부터 독립하는 과정에서 무려 세 나라로 쪼개진 인도. 그중에서도 카슈미르(Kashmir)는 특히나 그 역사가 기구한 곳이다. 인도가 종교 문제로 분리되면서 힌두교도가 많은 곳은 인도령, 이슬람교도가 많은 곳은 파키스탄령이 됐는데, (파키스탄은 다시 거리 문제로 파키스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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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ia - Amritsar - 시크교 성지에서 만난 크리스천

라호르에서 인도의 암리차르까지는 국제 버스를 이용했다. 이런 게 있는지도 몰랐는데, 라호르 백패커스에서 만난 중국인 한이 이걸 타고 넘어갈 거래서 얼떨결에 동행하기로 결심, 그를 따라 버스 사무실에 표를 사러 갔더니 생각보다 가격이 비싸다. 1500루피에 심지어 체크인 시간은 새벽 5시. 그럼 적어도 4:30까지는 와야 하는데, 그러려면 숙소에서 4시쯤엔 출발해야 한단 얘기. 저걸 과연 탈 수 있을까 걱정이 되다가도 한편으로는 꼼꼼한 성격의 그를 따라가고 싶어진다. 난 그저 블로그 몇 군데 찾아보고 릭샤나 대충 네고해서 국경까지 가려고 했는데, 준비성 철저한 그는 인터넷 정보를 싹 다 뒤져서 국경 절차부터 교통편까지 완벽하게 숙지해놓은 것이다. 게다가 알고 보니 아프가니스탄까지 다녀온 여행계의 찐만렙이라는. 아무튼, 그런 그 덕분에 버스표도 무사히 사고, (참고로 티켓 예매 시 여권과 양국의 비자 복사본이 필요하다.) 다음날 새벽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깨워줘서 늦지 않게 올 수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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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kistan - Lahore - 아직 파키스탄이라서 괜찮아

라왈핀디에서 라호르까지는 그 유명한 대우버스를 탔다. 대우가 대기업이던 시절, 파키스탄에 최초로 고속도로를 놓고, 공사 대금을 받지 못한 대가로 버스를 운행하며 이익을 챙겼다는 전설의 버스. 대우가 공중분해된 후에는 삼미건설이 인수하면서 '삼미대우버스'라는 이름으로 다시금 파키스탄 최고의 버스회사로 거듭났다는 전설의 그 버스. 그 명성에 걸맞게 전용터미널부터 버스 시설, 그리고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과연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시설은 우리나라의 우등버스 수준인데, 기내식도 나오고, 비행기처럼 승무원도 돌아다니니 이만하면 전 세계를 통틀어 손에 꼽을 할 만하지 않은지. * Rawalpindi - Lahore: Daewoo Express 00:00~04:30, 1550루피 훈자-이슬라마바드 구간의 나트코 버스가 16시간에 2천 루피 조금 넘었던 걸 생각하면 겨우 4시간에 저 가격이니 엄청나게 비싸지만, 그만큼 서비스가 커버한다. 꼭두새벽에 도착해도 경비원이 지키고 있는 안전한 터미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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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kistan - Islamabad -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훈자를 빠져나오는 길은 무던히도 힘들었다. 동화 같은 거기와 헤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울적해서 힘들었고, 카리마바드에서 길깃을 지나 이슬라마바드로 이어지는 거친 산악길 때문에 몸이 지쳐서 힘들었다. 훈자 밸리에서 그토록 경이해 마지않던 카라코람 산맥의 위용은 수도인 이슬라마바드까지 죽 뻗어 있었으므로. 특히 훈자가 있는 파키스탄령 카슈미르는 인도의 카슈미르주와 인접해 있어서 두 나라의 분리 독립 이후 끊임없이 영토 분쟁이 일어나는 지역이며, 탈레반의 근거지인 카이베르파크툰크와(Khyber Pakhtunkhwa)주와도 가까워서 사실상 여행경보 3단계인 철수권고 지역에 해당될 정도로 위험한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구간을 지나가려면 수많은 검문소를 통과해야 하는데, 그때마다 여권과 비자 사본을 제출해야 하며, 가끔은 심문을 당하기도 한다. 물론 여행자, 그중에서도 여성 여행자는 별로 심문당할 일이 없긴 하지만, 그래도 5군데나 되는 체크 포인트마다 내렸다 탔다를 반복하는 건 상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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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kistan - Karimabad - 여행자들의 블랙홀, 훈자

훈자 계곡의 라이프는 카리마바드(Karimabad)에서 시작되고, 카리마바드는 바로 이 제로 포인트(Zero Point)에서 시작된다. 이곳을 지나는 거의 모든 차가 여기서 발착하기에 카리마바드를 들어오거나 나가려면 반드시 이 제로 포인트를 거쳐야 한다. 여행자 숙소 또한 이곳을 중심으로 몰려 있는데, 그중에서도 내가 묵은 곳은 제로 포인트 바로 앞에 있는 Haider Inn이다. 여길 픽한 이유는 이전 포스트에서도 썼듯이 친절 대마왕 악바르 아저씨가 데려다주셔서.ㅋ 얼떨결에 따라왔지만 오고 나서 더 마음에 들었던 건 바로 이 창이 발달한 리셉션 때문이었다. 마침 묵는 사람이 나밖에 없어서 거의 독채처럼 사용했는데, 이 일대에서 가장 빵빵한 와이파이를 보유한 곳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여기서 머무는 시간이 별로 없었던 건 훈자에는 워낙 볼 게 많아서 도저히 집에만 틀어박혀 있을 수가 없더란 말이지. 방은 리셉션 바로 아래에 있는데, 여기가 1층이다. 어차피 지대 자체가 울퉁불퉁한 깡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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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shkurgan(China) - Sost(Pakistan) - 드디어 카라코람 하이웨이

다음날 아침, 체크아웃하고 쿤제랍 포트로 걸어가는데 서서히 미명이 밝아온다. 참고로 지금 시각은 아침 08:30. 어제 버스터미널에서 분명 10:30이랬는데, 이렇게 일찍 나온 이유는 숙소 직원이나 파키스탄 상점 직원 모두 버스 시간이 8:30이라고 정정해줘서, 하지만 쿤제랍 포트에 도착해서도 여전히 굳게 닫힌 문을 보고서야 깨달았다. 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신장 타임이란 것을. 중국도 러시아나 미국처럼 동서로 거대한 대륙을 물고 있기에 각 경도에 따른 시차가 발생하는데, 기준은 무조건 베이징 타임이고, 공식적인 스케줄도 베이징 타임으로 표기하므로 크게 헷갈릴 일은 없다. 다만 이렇게 현지인으로부터 구두로 전달받을 경우 그 지역의 시차를 모르면 지금과 같은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는 거지. 신장은 동쪽에 있는 베이징으로부터 가장 서쪽으로 멀리 떨어진 곳이어서 2시간의 시차가 있다. 그래서 기차 스케줄 같은 공식적인 표기는 베이징 타임이 적용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에 있어서는 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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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a - 塔什库尔干(Tashkurgan) - 국경의 밤

카스에는 국제버스터미널(喀什国际汽车站)이 있다. 이름에 '국제'가 들어가니 당연히 파키스탄도 여기서 가면 되는 줄 알았다. 인터넷에도 그렇게 나와 있었고, 숙소 직원들도 비슷한 정보를 알려주었으니까. (다만 확신이 없다는 게 함정ㅡㅡ; 이때 의심을 했었어야 했는데...) 그리하여 카스에서의 마지막 날, 호기롭게 남은 돈을 싹 다 긁어 쓰고, 마지막 버스비만 남겨둔 채 국제버스터미널로 갔더니 중국에서의 마지막 여정을 환영이라도 하듯 붉은 태양이 힘차게 떠오른다. 오늘은 시작부터 순조롭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Tashkurgan, Sost, 今天, no bus." 위구르어, 우르드어, 중국어, 영어가 마구 뒤섞인 절망적인 말을 내뱉는 매표소 직원.ㅠㅠ 오늘만 안 가는 건가 싶어 내일은 버스가 있냐니까 모르겠다며 어깨를 으쓱 한다. 여기까지 왔는데 다시 시내로 돌아가고 싶진 않아서 타슈쿠르간만이라도 갈 방법이 없겠냐니까 대답하기 귀찮은지 창구를 아예 닫아버린다. 헐... 황당해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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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a - 喀什(Kashi) - 위구르의 매력

드디어 신장위구르 중에서도 가장 서쪽에 있는 카스(喀什)까지 와버렸다. 위구르어로는 카슈가르(Kashgar).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주도는 우루무치지만, 한족이 대부분인 거기보다 오히려 변방의 여기가 훨씬 위구르의 본거지 같은 느낌이다. 비록 대로변에는 마오 동상과 홍등이 난무하지만, 골목 안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위구르 양식의 옛 건물이 그대로 남아 있고, 중국의 다른 도시처럼 번화하지만 번잡하지 않으며, 중국어보다 위구르어의 사용률이 훨씬 높아서 성조로 인해 목소리가 격해지지도 않으니 상대적으로 차분한 느낌. 바로 우루무치의 그랜드 바자르에서 느꼈던 그 느낌이다. 중동과 아시아 사이에서 그 어디에도 속하지는 못했지만, 그렇기에 지켜낼 수 있었던 위구르만의 품격. 골목을 돌아다니다 발견한 위구르 음식 3종 세트 튀긴 밀가루 과자에 설탕을 뿌려놓은 상사는 모두가 다 아는 그 맛이고, 묵을 가늘게 썰어서 양념을 뿌려주는 묵 국수는 예전에 티베트 망명 마을이 있는 인도의 다람살라에서 먹은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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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a - 乌鲁木齐(Wulumuqi) - 서역으로 한 걸음

중국에서도 서쪽 끝에 있다고 하여 예로부터 '서역'이라 불렸던 신장위구르자치구. 이곳은 원래 돌궐(突厥)로 알려진 튀르크계 민족이 살던 곳이었다. 그러던 것이 북방의 넘사벽 유목민인 흉노족의 침략과 이를 견제하려는 한나라의 간섭, 그리고 선비족, 유연족 등 이 일대에 분포하던 여러 유목민족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가 돌궐족의 일부는 서쪽으로 건너가 훗날 오스만 제국을 세우고, 나머지는 이곳에 남아 위구르 제국을 세웠는데, 이때가 당 현종 때인 744년의 일. 당시 중국은 양귀비에 푹 빠진 황제 때문에 조정이 혼란한 상태였고, 이에 불만을 품은 민란이 전국 곳곳에서 일어났는데, 그중 황제의 총애를 받던 안녹산과 사사명이 난을 일으키자 이 기회를 틈 타 위구르 제국이 '안사의 난'을 진압하고, 당나라의 원조국으로서 당당히 조공을 받으며 새로운 동북아시아의 강자로 우뚝 서게 된다. 이후 토번국(현재의 티베트)을 제외한 중국의 북부를 거의 점령하다시피 하며 실크로드의 요지에서 어마어마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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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a - 敦煌(Dunhuang) - 천불동의 전설

조행덕은 다시 걷기 시작했다. 걸으면서 지금의 자신이 예전의 자신과는 어딘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어디가 어떻게 변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자신이 마음속으로 소중하다고 여기던 것이 다른 것과 통째로 바뀌어버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적어도 지금 자신이 갖고 있는 지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것이었다. 아울러 조행덕이 지금까지 고수해온 사고방식이나 인생의 대처방법 등을 근본부터 흔들어대는 강렬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 이노우에 야스시의 <둔황> 중 누구나 한 번쯤 인생에서 저럴 때가 있을 것이다. 강렬함과 짜릿함, 그리고 상식이 무너지는 걸 느낄 때가. 나 역시 소설 속의 조행덕처럼 과거 급제만이 입신양명의 길이라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그 길이 그 길이 아닌 것 같은, 이 길 말고 어딘가 다른 길이 있을 것 같은 생각이 자꾸만 드는 거다. 그럴 때마다 이대로 계속 갈 것인가, 아니면 잠시 끊고 휴식기를 가질 것인가 하는 양가적인 감정에 시달렸는데, 살면서 딱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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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a - 西安(Xi'an) - 서안과 장안 그 어디쯤엔가

여기는 곤명에서 서안으로 가는 기차 안 중국에서 이틀 연속으로 기차를 타는 건 처음이라 오랜만에 여유를 갖고 기차 풍경도 한번 찍어본다. 지금 타고 가는 이 기차는 우리나라의 무궁화호에 해당하는 K등급의 일반 열차로, G등급의 고속열차보다 2배 가까이 시간이 걸리지만, 그만큼 가격이 저렴한 장점이 있다. 사실 시간을 절약하는 편이 여행에서 이득이긴 하나, 때로는 밤차를 타고 아침에 내려서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게 나을 때도 있다. 지금 가고 있는 곤명-서안 구간이 그런 케이스인데, 고속 열차의 경우 대부분 밤 도착이라 안전을 위해 그냥 하루를 더 쓰고 아침 일찍 도착하는 편을 택하기로 한다. 중국의 침대칸은 인도의 SL이나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3등석보다 훨씬 시설이 좋아서 기차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참고로 내가 예약한 좌석은 딱딱한 침대(硬臥)였는데, 쿠션감도 있고, 무엇보다 깨끗해서 좋더라. 다만 3층까지 높이가 어마무시해서 오르내리기가 좀 부담스러웠을 뿐.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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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a - 丽江(Lijiang) - 지극히 아름다웠던 리장

리장(丽江)은 앞서도 말했지만, <신서유기 시즌2>를 보며 이번 여행을 꿈꿀 만큼 가장 기대되고 가장 아껴둔 곳이었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클까 봐, 곤명을 통해 운남성으로 들어오던 날 루트를 잠시 수정하여 대리와 샹그릴라를 먼저 다녀옴으로써 평정심을 좀 찾은 후에 가려고 했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런 기대를 충분히 해도 될 만큼 리장은 운남성의 최고봉이었으니. 이곳에서는 익숙한 것과 낯선 것의 구분이 서지 않는다. 이곳을 걷는 이들은 누구나 시간의 감각과 함께 아주 자주 길을 잃게 될 것이다. - 유성용의 <여행생활자> 중 처음에는 대리의 확장판인가 싶었는데, 걸으면 걸을수록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생각난다. 아무리 걸어도 그 길이 그 길 같은데 알고 보면 다른 길이고, 전혀 다른 길 같은데 아까 왔던 그 길이고, 그렇게 몽롱한 꿈속을 헤매듯 아무런 방향 감각 없이 걷다 보면 어느덧 길을 개척해가고 있는 느낌... 곳곳에 비치된 지도와 현재 위치, 그리고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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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a - 香格裏拉(Shangri-La) - 티베트 대신 샹그릴라

대리에서 샹그릴라로 가는 길의 풍경 펄럭이는 오색기를 보니 인도의 다람살라가 떠오른다. 거기서 본 건 망명한 티베트인들의 모습이었는데, 지금 가는 샹그릴라는 원래부터 티베트 고원 일대에 살던 장족(티베트인)의 마을. 그래서 더 설렌다. 지금 가고 있는 이 길이. 그런데... 막상 샹그릴라에 도착하고 보니 티베트보다는 몽골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하긴 몽골제국과 중국의 등쌀에 한시도 바람 잘 날 없던 티베트였으니 이런 분위기가 남아 있는 것도 영 이상한 일은 아닌 듯. 엄밀히 말하면 아직 티베트 자치구는 아니지만, 샹그릴라는 적경장족자치주에 속하는 현으로, 여기서 장족(藏族)이란 티베트인을 말한다. 자치주이기에 중국어와 티베트어가 병용된 간판이 달려 있고, 거리에는 전통복장을 한 사람도 꽤 보이기에 여기부터 티베트 생활권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터미널 앞에서 탄 버스가 고성 주차장에 들어서자 타고 있던 사람들이 전부 내린다. 도로도 여기서 끝나는 걸 보면 여기가 이 마을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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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a - 大理(Dali) - 대리의 품격

운남성은 중국의 굵직한 왕조와는 조금 다른 역사를 가진 곳이다. 베트남과 라오스, 미얀마와 맞물려 동아시아보다는 동남아시아에 가깝고, 운남성 중에서도 제법 북쪽에 있는 리장과 샹그릴라는 인도의 아쌈 주와 맞물려 예로부터 차를 생산하고 운반하는 루트인 차마고도로 유명한 곳이었다. 이렇게 다양한 지역과 지형으로 둘러싸였기에 타이족, 묘족, 바이족, 나시족 등 수많은 민족들이 저마다 독특한 문화를 이루고 있는데, 위키백과에 따르면 중국의 56개 소수민족 중 무려 25개의 민족이 이 일대에 분포한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어디를 어떻게 갈 것인가 고민을 많이 했는데, 우선 <신서유기>에 나온 리장은 낭만적인 고성과 이색적인 먹거리 때문에 무조건 가야 할 곳이 되었고, 티베트 자치구까지 들어갈 여력이 없어서 그 비슷한 문화를 볼 수 있는 샹그릴라 또한 마찬가지, 그러고 나니 다음 순위는 한때 운남성을 평정했던 대리국의 도읍인 대리(大理)로 자연스레 정해졌다. 사실은 하루빨리 리장을 가보고 싶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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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a - 昆明(Kunming) - 드디어 운남성으로

여기는 계림북역 2층 미식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자마자 눈에 띄는 이소룡을 보니 역시 <소림사>의 무대답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저 음식점은 '전쿵푸(真功夫)'라는 유명 체인점이지만, 계림만큼 저 집이 어울리는 곳이 또 있을까.ㅋ 식당가를 한참 돌아다니다가 착해 보이는 부부가 열심히 만두를 빚고 있는 식당에서 훈뚠면을 시켰는데, 그 과정이 좀 웃겼다. 아직은 성조가 익숙지 않아서 웬만하면 주문할 때 메뉴판의 사진을 가리키는 게 버릇이 됐는데, 여기서도 그렇게 했더니 아까부터 서성이던 청년이 따라 들어와서는 내가 했던 거랑 똑같이 주문하고 옆에 앉는 거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랑 같은 외국인인 줄 알았는데 웬걸, 좀 이따 청년 두 명이 더 나타나더니 이 청년이랑 수화를 주고받는 것이 아닌가. - 그 국수 어떻게 주문했어? - 메뉴판 사진을 가리켰지. - 콜, 나도 그렇게 해야지. 아마도 이런 대화가 오가지 않았을까. 곧이어 다른 두 청년의 음식이 나오자 훅훅 불어가며 맛있게 먹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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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a - 桂林(Guilin) - 양삭보다 계림

두둥~ 이 <아바타>에나 나올 법한 오묘한 자태의 풍경은 '계림 산수 갑천하(桂林山水甲天下)'라고 노래했던 왕정공의 시에 대구를 이루는 절, '양삭 산수 갑계림(阳朔山水甲桂林)'에 나오는 바로 그 전설의 양삭(阳朔)이다. 전설이라고는 하나, 중국에는 장가계부터 황산, 구채구 등 워낙에 빼어난 자연경관이 많아서 순위로는 뒤로 밀릴지 모르지만, 대신 대중교통으로 쉽게 갈 수 있고, 어차피 윈난성으로 가는 길 중간에 있으니 겸사겸사 들렀는데, 소문대로 기이하고도 수려한 산세로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만하다. 양삭을 가려면 일단 계림을 거쳐야 하는데, 광서장족자치구의 주도인 계림은 중국의 웬만한 곳에서 기차가 연결되지만, 그보다 작은 현 단위의 양삭은 버스로만 이동이 가능하다. 그나마 편한 건 계림 기차역에서 버스터미널까지 이동할 필요 없이 기차역 바로 앞에서 호객하는 미니버스를 바로 탈 수 있다는 게 장점. 거리도 2시간밖에 안 걸려서 눈 깜짝할 사이에 양삭까지 왔는데, 이리도 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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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a - 绍兴(Shaoxing) - 루쉰을 찾아서

수향 마을인 줄도 모르고 오직 루쉰의 흔적을 좇기 위해 왔다가 멋들어진 옛 거리에 반하고, 한없이 서민적인 운하에 두 번 반한 소흥(绍兴). 여기가 바로 중국 근대문학의 대가라는 루쉰(魯迅)이 태어나고, 문학가와 혁명가로서의 삶을 불태우고 간 곳이다. 하지만 유명세에서는 좀 뒤처지는지 쑤저우나 항저우보다 물길이 훨씬 발달해 있음에도 관광지다운 면모가 그다지 느껴지지는 않았는데, 그래서 더 좋았다. 소흥 기차역 앞으로 나 있는 중흥중로(中兴中路)를 따라 죽죽죽 내려오면 오른쪽에 성시광장(城市广场)으로 향하는 팻말이 보이는데, 광장을 지나면 이런 운하와 다리가 발달한 옛 거리 창교직가(仓桥直街)가 나온다. 베이징의 전문대가와 대책란가, 상하이의 남경동로와 쑤저우의 평강로, 그리고 항저우의 남송어가처럼 도시마다 고풍스러운 옛 거리를 잘 간직하고 있는 중국. 그래서인지 소흥에도 어김없이 옛 거리가 등장하는데, 이 고즈넉한 거리를 따라 끝없이 이어지는 물길이 비 오는 절강성의 날씨와 어우러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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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a - 杭州(Hangzhou) - 과거의 화양연화와 현대판 서호십경

항저우는 여러모로 쑤저우가 생각나는 곳이다. 시내 중심부를 흐르는 물길이 그러하고, 가끔 보이는 하얀색 옛 건물의 센치한 벽화가 그러하며, 춘추전국시대 오나라의 수도였던 쑤저우와 함께 그 유명한 고사성어 오월동주와 와신상담의 배경인 월나라가 있던 곳이기에 같은 듯 다른 강남 문화가 곳곳에 배어있는 까닭이리라. 하지만 물길을 제외하면 서민적이었던 쑤저우의 옛 거리와는 다른 럭셔리함이 느껴지기도 한데, 아마도 황제만이 출입했던 남송어가(南宋御街)의 화려한 성벽과 한자가 수놓인 고풍스러운 석판길이 구시가지의 중심을 관통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항저우는 수, 당을 거쳐 5대 10국으로 분열된 중국을 겨우 통일한 송나라가 북방의 금나라에 쫓겨 장강(양쯔강) 이남으로 이주하여 세운 남송의 수도였다. 그전에도 당나라의 대문호 백거이가 지방관으로 있을 때 수로를 정비하면서 쑤저우와 함께 '천상천당 지하소항(天上天堂 地下苏杭)'이라 칭송받을 정도로 경관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강남을 대표하는 곳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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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a - 上海(Shanghai) - 다시 상하이, 이번엔 임시정부

1년 전에 기약했던 대로 다시 돌아왔다. 나의 최애 도시 상하이에. 이번엔 좀 더 긴 여행으로. 이 나라는 벌써 5번째지만, 이제서야 반 바퀴 돌아보네. 다시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걸렸지만, 그럼에도 오래 머물 수 없는 건 앞으로 이어질 중국이 너무나 설레기에, 상하이에서는 그저 기차표를 사고, 앞으로의 일정을 정리하며 쉬는 것에 집중했다. 한국을 떠나오는 그날까지 너무 숨 가쁘게 달려와서 막판에 몸살이 난 것도 있었고. 그래서 상하이의 하루 일과는 대부분 이런 카페에서 시작해서 카페로 마무리됐다. 특정 브랜드를 홍보하는 게 아니라 어쩌다 보니 저기가 분위기도 좋고 자리도 편해서, 그리고 중국 폰 번호에만 허용되는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잘생긴 직원이 친히 비번도 설정해줘서 한국에서 못 다해온 여행 준비를 마저 할 수 있었던 까닭이기도 하다. 물론 나도 처음부터 이렇게 여유가 있었던 건 아니다. 이미 작년에 한 번 와서 4일이나마 이 도시를 샅샅이 훑었기에, 어디에 가면 뭐가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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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카라코람 하이웨이

나에겐 3년이 고비인가 보다. 회사든 요가든 뭐든, 처음 시작할 때의 마구 설레던 그 느낌은 어디로 가고, 하루하루 일 년 일 년 겨우겨우 버티고 있는 나. 이대로 괜찮은 걸까? 이렇게 고갈된 영혼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들을 대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러기엔 그 사람들한테 너무 미안해서, 도저히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아서 하던 걸 잠시 멈추고 휴식기를 가져보기로 했다. 3년보다 1년 더 버틴 4년, 결코 긴 시간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짧은 것도 아니잖아. 그래도 나름 고생했으니 우선은 상을 주기로 한다. 그리도 고대하던 카라코람 하이웨이와 훈자를. 1. 또 남방항공 시작은 무조건 중국. 작년 상하이 여행 이후 이 도시에 푹 빠져서 관련 영화와 책을 파본 지 어언 1년. 그 시간 동안 쌓인 내공이 나를 자연스레 중국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늘 그렇듯 상하이는 인터파크 남방항공이 가장 저렴해서 인천-상해(푸동) 편도 172,500₩에 겟. 그러다 문득 편도 티켓에 대한 태클이 들어오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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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海(Shanghai) 4 프랑스 조계지에서 아쉬운 바이바이

드디어 마지막 숙소로 옮겼다. 이번 여행은 일주일 일정에 단 두 도시를 여행하면서 어떻게 된 게 숙소는 네 번이나 옮기게 됐다는. (성수기에 미리 예약 안 하면 이런 꼴 납니다.ㅡㅡ;) * Mingtown People's Square Youth Hostel, 明堂人民广场青年旅舍: Double 120*2, 디파짓 100 궁금했던 밍타운 인민광장점은 남경동로점보다 위치는 후미지지만, 그만큼 운치 있어서 좋았다. 건물은 비록 낡았으나, 휴게 공간이 남경동로점보다 훨씬 잘 되어 있고, 기대도 안 했는데 저렇게 넓은 창이 나 있어서 더없이 반가웠던 곳. 저 창 너머로 보이는 상하이의 뒷골목 풍경이 너무 좋아서 밤마다 낭만을 즐겼더랬지. 아무래도 난 전생에 상하이와 뭔 관련이 있었던 게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오자마자 좋을 수가 있냐고. 지금까지 이런 도시는 처음이야. 오늘의 루트는 신천지부터 프랑스 조계지를 지나 태강로전자방까지 다녀오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신천지는 프랑스 조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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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海(Shanghai) 3 다시 상하이, 졸정원 대신 예원

다시 돌아온 상하이 철제 빨래다이가 즐비한 대도시의 뒷골목이 새삼 반갑다. 쑤저우의 운치 있는 옛 거리도 좋지만, 그래도 이런 도회적인 분위기에 더 안정을 느끼는 걸 보면 난 어쩔 수 없는 차도녀인 듯.ㅡㅡ; 이번엔 다른 호스텔에서 묵었다. 지난번에 갔던 밍타운은 인기가 어찌나 좋은지 전 지점의 예약이 꽉 차서 오늘 하루만 여기서 묵고, 내일은 다시 밍타운 인민광장점으로 옮길 예정이다. 밍타운에 이리도 집착하는 이유는 같은 성급에 가격도 저렴하고, 무엇보다 위치가 좋다는 게 최고의 장점인데, 이번에 묵은 Phoenix Hostel(老陕客栈)도 나쁘지 않았다. 밍타운보다 공간도 넓고, 와이파이 신호도 잘 잡히고, 밤이 되면 이렇게 양꼬치 거리로 변신하는 먹자골목도 바로 앞에 있으니. 몰랐는데 여기가 바로 운남남로미식가(云南南路美食街)였다. 그동안 눈팅만 하던 양꼬치를 여기서 시도해 봤는데, 이 맛있는 걸 갈 때가 다 돼서야 알게 된 게 너무 원통할 정도로 맛있었다. 역시 양꼬치엔 칭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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苏州(Suzhou) 3 쑤저우 야경의 갑, 칠리산당

도심 곳곳에 물길이 흐르는 낭만적인 쑤저우. 그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물길은 당나라 시인 백거이가 개척했다는 칠리산당(七里山塘)일 것이다. 가난한 학자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일찍이 과거에 급제하여 황실에서 근무하다가 고위 관리의 반감을 사는 바람에 지방으로 좌천되었는데, 칠리산당은 그가 쑤저우에서 지방관으로 있을 때 뚫은 수중로이다. 내성 근처의 산당가(山塘街)에서 북서쪽의 호구(虎丘, 호랑이 언덕)까지 물길을 끌어와 당시 운하를 통해 거래하던 상인들이 이동하는 데 막힘이 없도록 설계하였는데, 그 길이가 약 7리에 달한다고 해서 거리명인 '산당'에 '칠리'가 붙었다고 한다. 쑤저우 시내에서 산당가까지는 충분히 도보로 가능하다. 북사탑에서 도화오대가(桃花塢大街)로 끝까지 걸어가면 시내를 감싸고 있는 굵은 물줄기인 외성강(外城河)이 나오는데, 거기서 강 건너 북쪽으로 나 있는 운하가 바로 산당하(山塘河)이다. 이백과 두보의 계를 잇는 당대의 대문호가 건설한 곳이어서인지 마을 입구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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苏州(Suzhou) 2 여행자와 생활자 사이 @ 평강로

쑤저우는 그 유명한 <삼국지>의 배경 중 손권이 통치했다는 오(吳) 나라가 있던 곳이다. 그 전에는 춘추전국시대의 오나라 수도가 있던 곳이었고. 한 번쯤 들어봤음직한 고사성어 오월동주와 와신상담의 배경인 바로 그 오나라가 오늘날 쑤저우가 있는 강소성 지역이었다. 그리고 오와 적대관계에 있었던 월나라는 사오싱이 있는 절강성 지역이었는데, 이 둘은 양쯔강 이남을 지칭하는 '강남' 지역의 내로라하는 문화 도시였다. 그중에서도 쑤저우는 비옥한 양쯔강 유역에서 벼농사가 발달하여 물길을 이용한 교역이 일찍부터 번성한 곳이다. 뿐만 아니라 강력한 수군을 양성하여 민생이 안정된 까닭에 도시 문화 또한 발달할 수 있었는데, 그래서 쑤저우에는 정원을 꾸미고 정갈한 건물을 짓는 이곳만의 지주 문화가 잘 나타나 있다. 모던함과 예스러움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는 쑤저우 박물관 여기는 쑤저우 스타일의 새하얀 건물이 사합원 방식으로 연결된 가운데 자연의 빛을 머금은 유리 구조가 가미되어 있어 건물 자체로도 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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苏州(Suzhou) 1 드디어 수향 마을

드디어 물의 도시 쑤저우(苏州)로 간다. 1년 전 베이징의 이화원에서 봤던 소주가(苏州街), 그 작지만 고즈넉한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한 번쯤 꼭 가 보고 싶었는데, 이리도 기회가 빨리 올 줄이야. * 남경동로 - 상해기차역: 지하철 2호선 타고 人民广场에서 1호선 환승, 3元, 10분 소요 역시 대륙의 기차역은 따그... 입구에서 기차표와 신분증, 짐 검사를 하고 들어가서 KFC에서 아침을 먹었다. 죽과 요우티아오로 구성된 중국식 모닝 메뉴 15元 커피도 필요해서 맥모닝 같은 버거+커피 세트 30元 생각보다 저렴하진 않다. KFC나 스벅은 오히려 한국보다 비싼 것 같다. 2층으로 올라가니 열차마다 대기실이 따로 있다. 마치 게이트가 여러 개인 공항처럼. 출발 10~20분 전쯤에 플랫폼으로 들어가듯 철문을 열어주는데, 여기서 표랑 신분증을 다시 한번 검사하고, 기차에 타면서 또 한 번 검사해서 총 3번의 검사가 이루어지니 잘못 타거나 무임승차할 일은 절대 없을 듯하다. * 上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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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海(Shanghai) 2 상하이의 모든 것, 와이탄

어제 너무 피곤해서 저녁 먹고 바로 뻗었더니 오늘 아침은 6시도 안 돼서 눈이 떠진다. 설레서 더 이상 잠도 안 올 것 같고 어쩔까 고민하다가 그래도 중국의 아침은 일찍 시작되니 전병이라도 팔지 않을까 싶어 채비를 하고 나섰는데, 역시 중국의 아침은 부지런해. 숙소 바로 뒷골목부터 시작되는 전병 행렬에 신나서 이것저것 구경하다가 제일 깨끗해 보이는 곳에서 기본 전병 1元, 매운 거 1元, 또우장 1.5元어치 샀다. 전병은 뭐든 맛있지만, 그래도 기본이 제일 낫다. 매운 건 맛있긴 한데 금방 질리네. 그리고 또우장(豆浆)은 이번에 처음 먹어봤는데, 콩과 우유를 좋아하지 않음에도 적당히 따뜻하고 달달해서 좋더라. 이렇게 홀짝홀짝 마시다 그만 아메리만큼이나 중독되고 말았지. 나의 몹쓸 방향 감각을 믿다가 또 길을 잘못 들어서 이리저리 헤매다 어제와는 다른 근대 골목의 면모를 발견했다. 아무도 없는 이른 아침의 이국적인 풍경이 이리도 설렐 줄이야. 상하이는 정말 보면 볼수록 매력덩어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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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海(Shanghai) 1 나는 상하이가 좋다

작년에 탔던 남방항공은 이번에도 무난했다. 가볍게 30분쯤 연착하고, 기내식도 쏘쏘. 이 정도면 저가항공도 탈 만하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귀국할 땐 무려 4시간 연착에 게이트도 4번이나 바뀌었다는. 역시 중국은 뭐든 하나는 터져줘야 제맛인가.ㅡㅡ; 아무튼, 무사히 푸동공항에 도착해서 별지비자로 무난하게 입국심사 받고, 안내 표지판을 따라 지하철을 타러 나오니 무인발급기에 영어가 지원된다. 대박~ 확실히 내륙에 있는 베이징보단 바다 쪽이 훨씬 인터내셔널한지 상하이의 푸동 공항은 어디든 영어가 잘 통한다. * 푸동공항 - 남경동로(南京东路): 지하철 2호선, 1시간 소요, 7元 푸동공항에는 지하철 말고도 Maglev라고 하는 자기부상열차가 있어서 시내까지 단 7분 만에 닿을 수 있지만, 차비가 무려 40元(항공권 미소지 시 50元)이나 하고, 어차피 종점에서 한 번 더 갈아타는 건 똑같기에 그냥 일반 지하철을 탔다. 그래봤자 10~20분 차이에 차비는 거의 6배나 저렴하니 안 탈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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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ia - Delhi 2 두 번째 인도 마무리

보드가야를 마지막으로 나의 두 번째 인도 여행도 끝이 났다. 귀국일을 딱 하루 남겨놓고 간당간당하게 도착한 델리는 여전히 카오스였지만, 그 속에서 왠지 모를 코스모스가 느껴지는 걸 보면 아마도 숙제를 마친 데서 오는 여유와 그 과정에서 만난 선물과도 같은 인연들로부터 오는 뿌듯함 때문이리라. 인도로 오는 비행기에서 만난 뮤지션과 그 일행이 이끌어준 비틀즈로의 여정, 리시케시의 요가와 명상 정보를 알려준 어느 일본 요가 강사와 몸으로 하는 요가가 아닌 마음으로 하는 요가가 무엇인지를 어렴풋이 알게 해 준 한국 아저씨, 마날리에서 우연히 만나 바도다라에서 진정한 브라만 라이프를 경험하게 해 준 마노즈 가족들, 다람살라의 아엥가 맛집을 알려주고 그 인연을 한국까지 이어준 소울 메이트 쌩큐, 바라나시에서 보드가야까지 짧지만 쉽지 않은 여정을 함께해준 착한 쑤, 그리고 길에서 헤매고 있을 때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친절한 인도인들까지, 요가하러 왔다가 예기치 않게 좋은 인연을 참 많이도 만났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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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ia - Bodh Gaya -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성지 순례

이 사진은 인도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먹은 호텔 정식이다. 맨날 노점상이나 동네 식당만 전전하던 내가 이런 데를 다 오다니 아주 마음 맞는 일행이 생겼거나 아니면 매우 긴 시간을 삐댈 공간이 필요한단 얘기다. 원래는 지금쯤 바라나시에서 가야(Gaya)로 가는 기차를 탔어야 했는데... 바라나시에 온 첫날 숙소 주인한테 분명 가야로 가는 기차가 아침 10시에 있다고 들었으나, 막상 가보니 오후 4시 한 대뿐이다. 기차는 몇 시간이고 기다릴 수 있지만, 문제는 도착 시간이 밤 10시가 넘는다는 거. 안 그래도 위험한 인도, 그중에서도 가장 험블하다는 비하르(Bihar) 주에서 한밤중에 떨어진다는 건 거의 자살 행위나 다름없기에 일단 기차역을 나와서 근처 버스정류장과 여행사를 전전하며 버스 편을 알아봤는데, 하나같이 사르나트는 가도 가야(또는 보드가야)로는 안 간단다. 아마 그때 나 혼자였다면 그냥 보드가야를 포기하고 바로 델리로 갔을 것이다. 불교 신자도 아닌데 굳이 여행 막바지에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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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ia - Varanasi - 인도의 블랙홀

델리, 캘커타에 이어 2번째로 방문한 바라나시 여긴 위치도 델리와 캘커타의 중간쯤인데, 느낌도 딱 그렇다.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닌 오묘한 기분, 느낌, 이 분위기... 원래는 다르질링에서 네팔로 넘어가려고 했었다. 그래서 비자도 더블로 받아왔는데, 이번 여행은 중간에 변수가 여러 번 생기는 바람에 일정이 빡빡해져서 결국 계획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그럼에도 바라나시는 들러줘야 할 것 같아서 네팔을 포기하고 왔는데, 역시 오길 잘했다. 춥고 물도 부족한 윗지방에서 오들오들 떨다가 후끈거리는 날씨에 물도 마음껏 쓸 수 있는 바라나시로 오니 살 것 같구나. 미로 같은 골목길은 여전하고, 그때 갔던 라씨 가게도 여전하고, 무엇보다 물가가 10년 전과 똑같아서 시간을 거슬러 온 것 같은 느낌이다. 여전히 정신없는 강가(Ganga)와 가트(Ghat) 가트는 강변을 따라 설치해놓은 계단으로, 사람들은 여기를 발판 삼아 목욕을 하고, 빨래도 하고, 배를 타고 강을 건너기도 한다. 갠지스강이 워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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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ia - Darjeeling 2 토이 트레인 타고 홍차 한 잔

떨떠름한 녹차보다는 푹 삭은 홍차가 좋고, 그냥 홍차보다는 우유 섞은 진득한 짜이를 좋아한다. 그리고 이왕이면 짜이보다 커피를 더 좋아하지만, 그래도 세계적인 홍차의 고장에 왔으니 차밭도 보고, 질 좋은 홍차도 한잔하고 가야 안 되겠나. 다르질링은 스리랑카의 우바(Uva), 중국의 기문(祁門)과 함께 세계 3대 홍차 산지로 유명한 곳이다. 인도에 홍차가 본격적으로 재배되기 시작한 것은 영국 식민지 시절인 19세기 무렵의 일. 처음에는 중국의 차 품종을 들여와 아삼 주를 비롯한 동북부 지역에서 재배했는데, 풍토가 안 맞아서인지 결과는 대실패. 그러던 어느 날, 영국의 동인도 회사 직원이 아삼 주로 파견갔다가 주민들이 찻잎 같은 걸 씹는 것을 보고 인도 자체의 묘목이 있는 것을 발견하면서 본격적인 홍차 재배가 시작된다. 그 후 영국은 빅토리아 시절의 중심지인 캘커타와 가깝다는 이유로 시원한 다르질링에 여름 본부를 두었는데, 아삼 지역보다 월등히 좋은 품종이 생산되면서 '다르질링'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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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ia - Darjeeling 1 티베트, 네팔, 유럽 그리고 히말라야

이 첩첩산중에 간이역이 있는 아기자기한 마을은 바로 홍차 중에서도 최상급이 생산된다는 다르질링(Darjeeling). 평균 해발 2천 미터가 넘는 여기까지 오려면 인도보다는 방글라데시에 더 가까운 북동부와 인도 본토를 연결하는 분기점인 뉴잘패구리에서 토이 트레인(Toy Train)을 타거나 합승 지프를 타고 꼬부랑 산길을 올라와야 한다. 캘커타에서 뉴잘패구리까지는 기차가 수시로 연결되므로 어렵지 않게 올 수 있지만, 협궤열차라고도 불리는 토이 트레인은 19세기에 영국 식민지 시절, 물자를 수송하기 위해 구축된 증기 기관차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 올드한 감성과 수려한 산세를 즐기며 이동할 수 있는 반면, 시간이 엄청나게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다. 합승 지프가 3~4시간이 걸린다면 토이 트레인은 최소 7시간에서 운 나쁘면 9시간까지도 걸린다는. 그래서 뉴잘패구리에 도착하기 전부터 살짝 고민했는데, 막상 내리고 보니 토이 트레인은 공사 중이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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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ia - Kolkata - 두 번째 시티 오브 조이

그냥 좋은 도시가 있다. 인도에도 그런 데가 있다. 캘커타, 시티 오브 조이. 10년 전에 가보고 이번이 벌써 두 번째인데, 이상하게 델리는 두려운 반면, 캘커타는 한없이 설렌다. 같은 메트로폴리탄임에도 온갖 사기로 그득했던 델리와 달리 캘커타는 확실히 인간적이었다고나 할까. 인도에서 처음 묵었던 도미토리의 친절한 주인과 룸메이트들, 그 길 모퉁이에 있던 샌드위치 가게의 푸짐한 인심, 직접 발로 뛰는 탓에 힘들어서인지 탈것을 강요하지 않았던 인력거꾼들, 영국 식민지 시절의 분위기를 그대로 머금은 인도스럽지 않았던 인프라까지 모든 게 좋았던 마이 소울 시티, 캘커타. (원래 이름은 '콜카타'지만, 학교에서 '캘커타'로 배워서 영어식 지명이 더 익숙한 건 어쩔 수 없다.) 이번에는 비록 다르질링으로 가는 길에 잠시 머물다 가는 경유지일 뿐이지만, 그래도 역시 설렌다. 거기 가면 KFC에서 육식도 할 수 있고, 극장에서 영화도 볼 수 있고, 남대문 시장 같은 거대한 마켓에서 쪼리랑 영양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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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ia - Hampi - 그들에게 힌두이즘은 뭐였을까

함피(Hampi)는 어쩌면 지금까지 중 가장 인더스 문명에 가까운 곳이었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대놓고 힌두교 건축 양식이 빽빽한 곳은 10년 전 카주라호를 제외하고는 본 적이 없었으니. 카주라호도 고작 2군데의 유적지에 종교 사원만 모여있을 뿐, 함피처럼 도시 전체를 구성하는 구조물로 가득 차 있지는 않았는데. 그러니 스케일로는 그 어떤 곳도 함피에 비할 곳은 없으리라. 그래서 함피는 마치 동남아로 치면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와도 같고, 유럽으로 치면 터키의 에페소스와 같으며, 중동으로 치면 요르단의 페트라, 남미로 치면 마야와 잉카 문명의 잃어버린 도시들과 같을 것이다. 수세기 동안 화려하게 꽃피었다가 차기 문명에 의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고 말았던, 그럼에도 그때의 모습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비밀의 도시처럼. * Vadodara - Guntakal: Train No.16501, 19:45~21:35(+1), 402루피 * Guntakal - Hospet: Train No.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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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ia - Vadodara - 인도에 가족이 생겼다

우다이푸르에 도착하자마자 눈에 들어온 바도다라(Vadodara) 행 버스 저 수많은 행선지 중에서 하필 맨 끝에 있는 저기가 눈에 띄었을까. 그래서 마날리에서 잠깐 만났던 마노즈 아저씨네 가족을 추억했다. 구자라트 주에서 3번째로 큰 도시라더니 과연 유명 관광지가 아닌데도 저렇게 직행 버스가 막 다니는구나. (관련 포스트 https://blog.naver.com/kcarpe_diem/50143456328 ) 물론 이걸 보면서도 진짜로 찾아갈 생각을 하지는 않았었다. 지나는 길에 들르라는 그런 인사성 발언을 곧이곧대로 들을 나이도 아니고, 요가 때문에 일정이 지체되기도 해서 까딱하다간 네팔을 못 갈 것 같은 조바심에 이제는 좀 달려볼까도 싶었는데... 물과 예술의 도시 우다이푸르에서 나도 모르게 정신줄을 놓은 모양이다. 실컷 노닥거리다 뒤늦게 기차표 예매하러 갔더니 뭄바이로 가는 기차는 모두 매진.ㅜㅜ 원래 목적지는 함피 근교에 있는 호스펫이지만, 어찌 됐든 거기까지 가려면 중간에 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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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ia - Jaisalmer, Jodhpur, Udaipur - 색계

핑크 시티 자이푸르, 블루 시티 조드푸르, 골든 시티 자이살메르 등 각종 컬러풀한 도시로 유명한 라자스탄(Rajasthan) 주. 이곳의 이름은 고대 인더스 문명을 일으켰던 드라비다족이 아닌 5세기에 중앙아시아에서 넘어와 이 일대에 정착한 라지푸트(Rajput)족에서 유래한다. 그들은 인도의 북서쪽 끝에서 거대한 사막과 맞물린 이곳에 그들만의 케렌시아를 만들고 독자적인 문화를 구축했는데, 그래서 라자스탄 주의 도시들을 돌아다니다 보면 몇 가지 공통된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부족의 권위를 상징하는 웅장한 성채가 있고, 마을 중심에는 그 끝을 알 수 없는 거대한 시장이 있으며, 사막의 메마른 분위기를 커버하려는 듯 화려한 색상의 자수와 염색, 가죽 공예 등 각종 수공예 문화가 발달해서 보는 이로 하여금 오감을 한껏 자극시켜준다는 점이다. 바로 직전에 포스팅한 비카네르에서도 그런 특징이 잘 드러나 있는데, 이는 아직 오프닝에 불과하다. 앞으로 가게 될 세 도시 자이살메르, 조드푸르,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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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ia - Bikaner - 라자스탄의 재발견

예전에 인도에 왔을 때 '핑크 시티'라 불리는 자이푸르(Jaipur)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땐 너무 어렸고, 정보가 없던 시절이기도 해서 고색창연한 분홍빛 도시를 그저 국밥 말아먹듯 후루룩 훑어보고 지나쳤던 기억. 그중에서도 특히 기념품 가게에 들러 커미션을 챙겨 먹으려는 릭샤왈라의 횡포가 제일 기억에 남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덕분에 자이푸르를 비롯한 라자스탄 주가 화려한 자수 공예로 유명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또한 튀김 덕후인 나조차도 넉다운시킬 정도로 매캐했던 사모사의 향도 꽤나 충격적이었는데, 그런 여러 가지 안 좋은 기억 때문에 이번 라자스탄 행이 망설여진 건 사실이었다. 릭샤야 안 탄다 치더라도 유난히도 들이댔던 각종 왈라들은 어쩔 것이며, 목이 타들어갈 것처럼 매운 음식들은 또 어찌 감당할 것인가... 하지만 시간이 지난 만큼 나도 나이를 먹었고, 여행의 노하우도 나름 축적했으며, 내 몸은 그동안 각종 msg로 더욱 단련되어 있었다. 10년 만에 다시 찾은 라자스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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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ia - Amritsar - 시크교의 성지

리시케시의 요가 라이프, 마날리의 티베탄 라이프, 이 둘을 합친 후속편이자 본편이기도 한 맥그로드 간지의 티베트 망명정부와 아엥가 요가 라이프를 무사히 마치고, 이번에는 시크교의 총본산이라는 암리차르(Amritsar)로 향한다. 시크교에 대해 알게 된 건 인도에 오기 전, 그러니까 한국에서 한창 요가 자격증을 따고 강사로 일할 무렵, 수업에 쓸 음악을 찾다가 우연히 스나탐 카우르(Snatam Kaur)라는 가수를 알게 되면서부터다. (사진 출처 https://www.snatamkaur.com ) 그녀는 미국의 시크교도 집안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미국과 인도를 오가며 시크교와 종교 음악에 대한 교육을 받았는데, 사진에서 항상 단아하게 하얀 천을 터번처럼 두르고 있는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이때만 해도 시크교가 정확히 어떤 종교인지는 몰랐고, 그저 그녀의 청아한 목소리와 멜로디가 좋아서 수업시간에 즐겨 들었는데, 자세히 들어보니 가사 안에는 상당히 자주 등장하는 이름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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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ia - Dharamkot - 히말라얀 아엥가 요가 센터

맥간에 온 첫날, 겨우 숙소를 구하고, 여장을 풀고, 이제 좀 마을을 둘러보러 나서려는데, "언니, 짐 좀 맡아주시면 안 돼요?" 하며 불쑥 말 걸어온 쌩큐. 서양인들이나 메는 어마무시한 배낭, 거기다 묵직한 가방을 2개나 더 양손에 들고 있는 그녀를 보며 생각했다. 저렇게 짐보따리를 짊어지고 다니는 사람이랑은 절대 친해질 수 없을 거라고. 미니멀리즘을 최고의 라이프스타일이라 자부하는 내겐 책가방 하나가 전부였으니. 하지만 그녀가 맥간 일대를 돌고 돌아 바로 옆 숙소에 묵게 되면서 우린 자연스레 트래블 메이트가 되었고, 말투가 예사롭지 않아 추궁해보니 동향 사람이었고, 둘 다 요가로 커리어를 전향한 시기도 비슷하다는 걸 알게 됐을 때 직감했다. 얘랑 소울메이트가 되겠구나 하고.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그 직감은 현실이 된다.) 한국에서 이미 포레스트, 아엥가 등 여러 스타일을 섭렵하고 온 그녀는 정보 면에서도 나보다 훨씬 빨랐다. 맥간에도 유명한 아엥가 요가 센터가 있다며, 자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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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ia - McLeod Ganj 2 맛집 순례기

티베트 망명정부와 달라이 라마로 좀 무겁게 시작했는데, 맥간은 인도의 그 어디보다도 먹을 게 많아서 행복한 곳이었다. 티베트 특유의 전통 음식과 인도 음식의 조화, 거기다 일본, 한국 여행자들의 발길이 점점 늘어나면서 생겨난 익숙한 맛까지 한데 어우러진 이곳만의 맛집을 소개한다. 버스 스탠드가 있는 메인 광장의 삐까뻔쩍한 호텔 1층에는 저마다 각양각색의 베이커리가 입점해 있는데, 그중 티베트인이 운영하는 티베트 호텔의 제과점이 제일 싸고 맛있어서 단골이 됐다. 이 집 최고의 빵은 뭐니 뭐니 해도 15루피짜리 초코 도넛. 하도 인기가 좋아서 일찍 가지 않으면 금방 솔드아웃 돼버린다는. 조기바라 로드와 템플 로드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모모와 묵 국수 모모는 티베트식 만두로 구운 건 3개 10루피, 삶은 건 4개 10루피다. 건강이나 위생을 생각하면 삶은 걸 먹어야 하지만, 역시 만두는 군만두가 진리라 계속 구운 것만 사 먹다 결국 탈이 났는데, 아무래도 기름 자체가 안 좋거나 오래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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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ia - McLeod Ganj 1 티베트 망명정부와 달라이 라마 이야기

드디어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다람살라(Dharamsala)로 가는 길. 이 시대의 살아있는 성인이라는 달라이 라마 14세가 있는 곳이다. 그에 대해서는 딱히 아는 바는 없지만, 현대인들이 미처 깨닫지 못하는 것들을 날카롭게 꼬집어주는 수많은 어록 정도는 들어본 적이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 말이다. 보는 순간 아, 내가 이런 단순한 진리를 잊고 있었구나 하고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어구들. 사실 인도에 오기 전에는 이분에 대한 호기심이 전혀 없었음을 실토해야겠다. 하지만 요가하러 떠난 리시케시에서 나는 요가보다 명상을 좇는 분위기에 휩쓸려 수많은 강좌를 듣게 되었고, 그러면서 뜻하지 않게 인도의 유명한 성자들도 알게 되었으며, 덩달아 인도 독립의 영웅 간디로부터 비폭력 저항 정신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는 티베트 망명정부의 수장 달라이 라마 14세와 그의 수많은 어록도 접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리시케시 이후 다람살라는 인도에서 꼭 들러야 할 필수 코스가 된 것. 그러니 히말라야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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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ia - Manali - 티베트 마을로 한 걸음씩

원래는 리시케시에서 심라(Shimla)로 가려고 했었다. 히말라야가 바라보이는 곳에 위치한 영국 식민지 시절의 휴양지라니, 이거야말로 유럽의 아기자기함과 세계 유수의 산세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닌가. 게다가 2500m 고지까지 연결되는 증기기관차 시절의 토이 트레인도 탈 수 있다는 말에 설레서 떠나기 전날은 잠도 설쳤는데... 다음날 아침, 리시케시에 있었던 기간만큼이나 정든 스리베드니케탄을 체크아웃하는데, 김흥국을 쏙 빼닮은 매니저 아저씨가 심라로 가는 교통편이 녹록지 않을 거라는 불길한 말을 건넨다. 응? 어제 분명히 터미널에 가서 확인 다 하고 왔는데 뭔 소리냐니까 산악지대는 원래 버스 스케줄이 제 멋대로라며.ㅡㅡ; 산악지대만 그런가요? 인도는 전 지역이 다 그렇잖아요.ㅋㅋㅋ 이때까지만 해도 매니저 아저씨의 조언을 농담으로 받아들였는데, 데라둔에 도착하고 나서야 알았다. 심라로 가는 버스는 있다가도 없다는 사실을. * Rishikesh - Dehra Dun: 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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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ia - Rishikesh 2 요가는 시바난다처럼

드디어 돌담길의 끝이 보인다. 여기서부터는 람 줄라가 있는 아랫마을. 가트(ghat, 물가에 형성된 계단) 문화를 중시하는 현지인들이 더 많은 곳이어서 그런지 윗마을보다 가트도 훨씬 넓게 형성되어 있고, 더위를 피해 갈 수 있는 아케이드 상가도 훨씬 방대하다. 그만큼 신과 관련된 굿즈도 많고. 이 아케이드 상가 한중간에 뮤즐리(muesli) 맛집이 있다. 가게 이름은 음식점과 전혀 안 어울리는 '오피스' 계절과일과 견과류, 요거트, 시리얼에 꿀이 어우러진 뮤즐리는 안 맛있을 수가 없는 조합이다. 가격은 80루피로 거의 하루치 방값에 버금가지만, 맛과 양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곳. 인도의 라씨는 진리지만, 그 안에 들어가는 얼음이 비위생적이라고 해서 늘 걸렸는데, 뮤즐리는 그나마 얼음이 안 들어가니 뭔가 좀 더 위생적이지 않을까 위로도 해본다.ㅋ 그리고 여기부터는 주황색 옷을 입은 사두들이 눈에 띄기 시작하는데, 사두(Sadhu)는 산스크리트어로 수행자를 뜻한다. 힌두교에서는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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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ia - Rishikesh 1 락시만 줄라에서 먹고, 요가하고, 삿상 듣고

인도에 오기 전, 후지와라 신야의 <인도 방랑>이란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원래 사진작가였던 그는 1969~1972년까지 책의 제목처럼 인도를 방랑하며 느낀 것들을 글로 옮겼는데, 그 3년 동안의 내공이 집대성된 것이 바로 '인도 여행기의 바이블'과도 같은 <인도 방랑>이다. 그래서 책을 보면 인도의 현실을 날카롭게 꼬집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시를 읽는 듯한 운율이 느껴지는데, 그런 그의 글사위에 매료되어 그가 쓴 에세이를 시리즈로 찾아서 보던 중 지금 내가 가고 있는 인도의 리시케시에 대한 흥미로운 글을 발견했다. 인도에는 참으로 불가사의한 것들이 많은데, 성지로 불리는 리시케시도 그 같은 불가사의 중 하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 명상 수행의 고장은 인도에서 가장 비속한 욕망들이 꿈틀대는 곳이다. 인도는 한마디로 종교 지상주의 국가다. 인도인이 생각하는 인간의 이상은 명상 수행, 다시 말해 영적인 삶으로의 귀의다. 바꿔 말하면 영적인 삶이야말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호화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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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ia - Delhi - 빠간, 오랜만이야

출발 당일은 언제나 정신없다. 전날 밤에 분명히 짐도 다 싸놓고, 집 정리도 대충 끝내 놨는데도 막상 떠나려니 손댈 데가 왜 그리도 많은지... 귀찮고 짜증도 나서 간만에 서울 오신 엄마께 불필요한 신경질까지 부렸다. 공항에 도착하고 나서야 뒤늦게 후회해 보지만, 이미 엄마는 상처 받으신 후라는. 이런 찝찝한 기분으로, 한편으로는 10년 만에 다시 만날 인도가 너무 설레서 나대는 심장을 부여잡고 에어인디아에 올랐는데, 역시나 "인도"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국영 항공사인 에어인디아는 메뉴의 선택권이 없더라는. 이코노미석에서도 꽤 앞줄에 앉았는데 인기 메뉴(라고 해봤자 치킨이지만)가 금방 떨어져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fish로 세팅해주고, 커피를 부탁했더니 짜이를 가져다주질 않나, 거기다 알아듣기 힘든 힌디-영어 안내 방송에 지금까지 중 가장 열악한 entertainment set... 그마저도 중간에 고장 나서 포기해야 했다. 목적지로 가는 상공의 그 오묘한 공간에서 누릴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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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tar - Doha - 에필로그

그리도 궁금했던 카타르 항공에서 제공해준 호텔 저 셔틀을 타고 도하(Doha) 시내로 나갈 수도 있지만, 너무 덥고 지쳐서 삼시세끼 뷔페만 챙겨 먹고 방에서 계속 쉬었다. 중국에서 아프리카까지 열 달 동안 그렇게 돌아다녔으니 방전될 만도 하지. 그나저나 단 12시간 경유하는 데 이런 고급진 서비스를 제공하다니 카타르는 정말 부자 나라일까? 참고로 카타르 항공은 1994년에 설립된 왕실 소유의 국영 항공사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대한항공보다 거의 10년이나 늦게 생겼는데, 기종이 최신인 건 차치하고라도 기내식이나 서비스면에서 거의 비교 불가로 카타르가 우위이니 몸 둘 바를 모르겠다. 비행기에 오르는 순간부터 나는 이코노미 승객이 아니라 그들의 고귀한 손님이었으니. 그건 마치 멀리서 온 손님을 따뜻하게 환대하는 이슬람 유목민의 전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래, 이거지. 이슬람의 교리를 제대로 해석한다면 인종과 문화가 다르더라도 상대를 존중하는 게 맞는 거지. 그렇다고 내가 지나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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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th Africa - Cape Town - 희망봉을 찾아서

빅토리아 폭포에서 '파워 오브 원'의 메시지를 받고, 이제 마지막 '자연의 답'을 얻기 위해 희망봉이 있는 남아공으로 향한다. * Victoria Falls - Bulawayo: 기차 19:30~10:30(+1), 1등석 10$, 2등석 7$, 3등석 5$ 작은 시골이라 기대도 안 했는데, 짐바브웨 기차는 탄자니아-잠비아 국경 넘을 때 탔던 타자라(TAZARA)만큼이나 시설이 양호했다. 구조도 1등석은 2단 침대, 2등석은 3단 침대, 3등석은 그냥 일반 좌석으로 동일해서 선택에 고민할 필요도 없다. 2$ 차이에 두 다리 뻗고 눕는 게 낫고, 3$ 차이에 침대 한 단 더 추가될 뿐이니 이래저래 2등석이 이득인 듯. 짐바브웨 제2의 도시 불라와요(Bulawayo)의 기차역과 시청 한 나라를 지나가면서 그 나라의 수도는 웬만하면 거치고 싶지만, 그러면 남아공으로 가는 루트가 대박 꼬이게 되므로 그냥 중간 지점에 있는 불라와요에서 버스를 갈아타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불라와요에 도착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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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stone(Zambia) - Victoria Falls(Zimbabwe) - 파워 오브 원

탄자니아에서 잠비아까지는 기차가 연결된다. 이름은 타자라(TAZARA). TAnzania ZAmbia RAilway의 약어로, 탄자니아의 다르에스살람에서 잠비아의 중부 국경지대에 있는 카피리음포시(Kapiri Mposhi)까지 약 40시간 정도 소요되는 여정이다. 이집트 이후 오랜만에 보는 철도가 마냥 신기한데, 시설도 나름 쾌적하고 괜찮다. 아프리카에서 이런 인프라가 가능하다니, 역시 탄자니아는 잘 사는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여기에는 중국의 자본이 들어가 있었다. 타자라 기차의 시작은 19세기 제국주의 시대, 아프리카의 식민지화를 리드했던 대영제국의 '광산왕' 세실 로즈(Cecil Rhodes)로부터 비롯된다. 그는 영국에서 태어나 목사인 아버지를 따라 일찍이 남아공으로 건너갔으며, 다이아몬드의 도시 킴벌리에서 보석을 캐며 막대한 부를 축적한다. 그 후 드비어스(De Beers) 광산 회사를 설립하고, 광업뿐만 아니라 철도, 전신 등 남아공의 거의 모든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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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nzania - Mafia - 마피아란 섬을 가게 된 사연

사건의 시작은 잔지바르에서 밥 말리를 표방한 떡진 레게머리의 노군을 만나면서부터다. 당연히 일본인이라 생각했던 그가 유창한 한국말을 하며 다가왔을 때 한 번 놀라고, 산전수전 다 겪은 것처럼 보이는데 여전히 대학생이라는 말에 두 번 놀란 우리는 남아공에서 탄자니아로 오기까지 무려 반년이나 걸렸다는 그의 여행담에 푹 빠져서 자연스레 일행이 되었다. 오랜만에 만난 남자 일행이 반가워서 그동안 못 갔던 야시장도 가 보고, (안전제일주의였던 하니와 나는 해가 지기 전에 꼬박꼬박 숙소로 들어가는 바른생활 아이들이었던 것) 자칭 절대 미각이라는 그가 추천한 맛집도 돌아다니며 잔지바르에서의 남은 일정을 마무리하고 다르에스살람으로 돌아오던 날, 갑자기 마피아(Mafia)라는 듣도 보도 못한 섬으로 가자며 꼬셔대는 노군. "우와~ 인도양 최대 마린 파크라네요!" 론리플래닛을 정독하던 그에 의하면, 지금(11~2월)이 고래상어를 보면서 스노클링을 할 수 있는 최적기라는데, 이미 다합에서 한 달간 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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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nzania - Zanzibar - 탄자니아의 모든 것

마을 어디서든 킬리만자로(Kilimanjaro)산이 바라보이는 탄자니아 모시(Moshi) 케냐에서 탄자니아의 경제 수도라는 다르에스살람으로 가는 길, 킬리만자로산을 볼 수 있다는 모시에 들렀다. 등산을 좋아하진 않지만 산을 바라보는 건 좋아하기에 세계 명산 중 하나라는 킬리만자로산은 꼭 육안으로 봐야 할 것 같아서. 9월의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아프리카에서도 만년설이 덮여 있다니 과연 해발 6000m의 위용이 대단하구나. 숙소부터 생수, 맥주까지 온통 킬리만자로로 도배되어 있는 모시 우리나라에서는 가수 조용필의 노래 '킬리만자로의 표범' 때문에 유명해진 이 산은 아프리카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최고봉이 거의 6천 미터에 달하며, 천 미터 단위로 다양한 생물군이 분포하고 있어 세계적인 생태계의 보고가 되고 있다. 그리고 바로 이 일대에 '커피의 신사'라 불리는 탄자니아 AA(킬리만자로 커피)가 재배된다. 탄자니아 AA는 녹색보다 회색에 가까운 원두로, 신맛이 강한 아라비카종이며,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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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nya - Nairobi - 쉼

케냐는 아프리카 중에서도 선진국이라는데, 도로나 버스 상태는 에티오피아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국경 쪽은 에티오피아보다 낙후되었다고도 할 수 있는 것이 모얄레에서 나이로비로 가는 버스는 말로만 듣던 '공포의 로리'였던 것. 로리(lorry)는 화물트럭을 개조한 버스로, 일반적인 2X2 좌석이 아니라 2X3 구조인데, 역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3좌석 중간 자리 당첨.ㅜㅜ 자리도 불편한데 거의 1시간 간격으로 세워서 여권 검사하고, 식사 시간이라며 또 세우고, 아프리카에서 대표적인 기독교 국가인데도 무슬림 기도시간이라며 2시간마다 세우고, 그러다 자정 무렵에는 시동을 아예 꺼놓고 새벽 5시까지 그대로 노숙을 시켰다. 아, 정말 이 나라를 배경으로 만든 영화 제목처럼 '아웃 오브 아프리카' 하고 싶게 만드는 여정이었어. 그리고 다음날, 한참 산길을 오르던 중 드디어 타이어가 펑크나면서 아침 10시 예상이던 도착시간은 점점 뒤로 밀려나 오후 3시가 넘어서야 나이로비에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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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yale(Ethiopia) - Moyale(Kenya) - 아프리카에 대한 고찰

오모 밸리에서 부족 마을도 보고, 커피도 원 없이 마셨으니 이제 케냐를 향해 슬슬 이동해 보기로 한다. * Jinka - Konso: 버스 매일 05:00 매표, 4시간 소요, 81비르 100비르를 냈더니 1짜리 잔돈을 요구해서 당황했는데, 다행히 옆자리에 앉은 Dagim이라는 청년이 빌려준다. NGO에서 간호사로 일한다는 그는 직업이 직업인지라 예방 접종은 다 하고 왔는지부터 물어본다. 자기도 아프리카 출신이지만 여기는 병균의 온상이라며, 언제 골로 갈지 모른다는.ㅡㅡ; 황열병은 맞고, 말라리아는 약만 가져왔다니까 오늘부터 당장 복용하란다. 케냐부터 말라리아 위험 지역이니 1~2주 전부터 미리 복용해놓는 게 좋다며. 그의 조언대로 당장 그날부터 약을 복용한 덕분인지 말라리아는 피해 갈 수 있었지만, 대신 불면증과 컨디션 저하로 한동안 고생했다. 그땐 그냥 지쳐서 그런 줄 알았는데,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말라리아 약 부작용이었던 것 같다. 1주일에 1번 딱 1알 먹는데도 그날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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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hiopia - Jinka - 부족들 마을엔 부족들이 살고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남쪽으로 꼬박 하루 동안 버스를 타고 내려가면 (아마 길이 좋다면 반나절 안에 끊을 수도 있는 곳에) 태초의 인류로 추정되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화석이 발견된 오모 밸리(Omo Valley)가 나온다. 지금으로부터 약 250만 년 전에 그들은 이미 직립 보행을 했고, 양손이 자유로워지면서 도구도 사용했고, 같은 종끼리 상생하기 위해 공동체도 이루며 살았다고 한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그때의 라이프스타일에서 그리 진화하지 않은 채 여전히 원시에 가까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오모 밸리가 유명한 이유는 바로 이 수십 종에 달하는 원시 부족 마을을 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프리카에 오기 전, 인터넷에서 본 입술에 접시 끼운 여인의 모습이 꽤나 강렬하게 남아있던 나는 아디스아바바에 오자마자 오모 밸리로 가는 교통편부터 알아봤었다. 물론 Autobus Terra(버스 터미널)에서 공공버스를 타고 아르바민치로 갔다가 베이스캠프인 진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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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hiopia - Addis Ababa - 뜻밖에 발견한 사랑

드디어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Addis Ababa)로 가는 길, 버스 창밖 풍경이 예사롭잖다. 곤다르가 이리도 고원이었던가. 그러고 보니 에티오피아를 아랍어로 '아비시니아'라고 하던데, 그렇다면 여기가 바로 그 유명한 아비시니아 고원이란 말인가. * Gondar - Addis Ababa: Selam bus, 05:00~18:00, 260비르, 과자/물 서비스 원래 스케줄은 이렇지만, 버스 티켓에는 departure time에 11시라고 적혀 있고, 날짜도 뭔가 이상하다. 이것이 바로 에티오피아에만 있는 유일무이한 날짜와 시간 체계. 에티오피아는 전 세계적으로 사용하는 그레고리력 대신 에티오피아 정교회에 기반을 둔 자체 역법을 사용한다. 참고로 그레고리력은 기원전 1세기경 로마의 율리우스 시저가 시행한 율리우스력에서 기원한다. 율리우스력은 1년을 365.25일로 계산하고, 여기서 소수점 이하를 절사하여 365일로 정한 후 남은 0.25일은 4년마다 하루가 더해지는 윤년이 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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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hiopia - Gondar - 빈대와 마끼아또, 그리고 레게머리

수단이 사람으로 기억되는 나라라면, 에티오피아는 사람 때문에 한없이 피곤했던 나라였다고나 할까. 카르툼에서 에티오피아와 인접한 국경 도시 갈라밧(Gallabat)으로 가는 버스는 와디할파에서 카르툼으로 올 때 탔던 버스와는 차원이 달랐다. 지금까지 만났던 수단의 친절 대마왕은 온데간데없고, 지정좌석제임에도 서로 먼저 타려는 몸싸움에 밀려나 멀찌감치 서 있다가 제일 나중에 탔는데, 버스에 오른 순간 경악을 금치 못했더랬지. 통로 가득히 들어찬 이민가방과 짐보따리와 이불 보따리는 이삿짐센터에서나 볼 수 있는 물건들 아닌가요ㅡㅡ; 그나마 우리 좌석이 맨 앞이었으니 망정이지, 더 안쪽에 있었으면 스트레스 게이지 제대로 오를 뻔했다. 아니, 에티오피아는 이불도 안 파나? 왜 다들 수단에서 이고 지고 가는 건가ㅡㅡ? 참고로 이불은 모두 새 상품이었으며, 'Tiger'라는 마크가 붙어 있었다. 저 이불집 완전 대박 났겠는데. * Khartoum - Gallabat: 버스 08:30~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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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dan - Khartoum - 사람으로 기억되는 수단

와디할파에서는 하루도 채 머물지 않았다. 사람들은 친절하고 생선 튀김은 맛있었지만, 아무래도 사방이 사막인 그곳에선 여전히 이집트의 잔상이 남아 있었기에 이젠 좀 수단스러우면서 도시적인 곳으로 가고 싶어서 다음날 아침 일찍 카르툼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 Wadi Halfa - Khartoum: 버스 07:00~18:30, 60파운드, 물/빵/음료 서비스 11시간 넘게 이동하는데 우리 돈으로 24000원. 매우 싸다고도 할 수 있고, 수단 물가 치고 비싸다고도 할 수 있는 가격. 하지만 확실히 가성비는 좋았다. 이 불가마 같은 더위를 피해 갈 수 있는 빵빵한 에어컨과 지저분하지만 푹신한 좌석, 거기다 생수 1병과 탄산음료 1캔, 빵 1조각으로 구성된 앙증맞은 기내식도 나왔으니. 단, 음악 소리가 너무 커서 mp3를 제대로 들을 수 없었던 것과 중간에 5번쯤 내려서 여권 검사를 받은 것만 빼면. 뭔 체크 포인트가 그리도 많은지 거의 2시간 간격으로 장총을 멘 군인들이 버스로 들이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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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wan(Egypt) - Wadi Halfa(Sudan) - 수단 가는 길

지난 포스트에서 아스완 예찬론만 잔뜩 늘어놓았는데, 사실 아스완에 오자마자 제일 먼저 한 일은 수단 비자를 신청하는 것이었다. 비자가 나와야 육로로 이동할지 비행기를 타고 에티오피아로 건너뛸지 다음 행보가 결정날 테니. 카이로에 수단대사관이 있다면 아스완에는 수단영사관이 있다. 두 군데 모두 수단 비자를 신청할 수 있지만, 카이로의 대사관은 초청장이 필요하다고 해서 사진과 돈만 있으면 된다는 아스완의 영사관에서 신청하기로 했다. 위치는 아스완 기차역에서 시장 반대 방향으로 걷다가 New Abu Simbel Hotel이 보이면 그 근처에서 수단 국기가 꽂힌 건물을 찾으면 된다. 안으로 들어가면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이 나오는데, 거기서부터는 직원이 안내해주는 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참고로 오픈 시각은 오전 10시. 우리나라의 관공서를 생각하고 9시 좀 넘어서 갔다가 업무시간까지 기다려야 했는데, 다행히 일찍 출근한 직원들이 신청서 작성하는 걸 도와주었다. 다 작성하고 나서 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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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gypt - Aswan - 꽃보다 아스완

역시 나일강을 따라 도시가 발달한 아스완(Aswan) 카이로만큼 대도시는 아니지만, 룩소르처럼 적당히 번화가에 조금만 걸어 나와도 언제든 물길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사실 카이로부터 줄곧 이어지는 나일강을 보며 한 번쯤 크루즈 여행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룩소르의 찜통 같은 더위 속에서 그만 정신줄을 놓고 기차표를 덜컥 사버렸다는. 이 싸디 싼 이집트에서 호화 유람선이래봤자 4~5만 원선인데, 바보 같이 그 좋은 기회를 놓치다니, 이 미련한 사람... 기차에 올라타서 물끄러미 창밖을 내다보다 아차 싶었을 땐 이미 때는 늦은 것.ㅜㅜ * Luxor - Aswan: 기차 09:35~13:10, 2등석 25파운드 결국 한국의 무궁화호보다 조금 못한 이집트의 2등석 기차를 타고 단돈 5천 원에 싸게싸게 이동했는데 뭔가 계속 아쉽다. 이집트의 마지막 도시를 이렇게 금방 끊는 것이. 국경을 한두 번 넘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이번엔 뭔가 많이 아쉬워. 도대체 이 감정은 뭘까... 깊게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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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gypt - Luxor - 드디어 람세스

"이집트를 여행하는 사람들은 어디에서나 람세스를 만나게 된다. 그는 자기가 휘하에 거느렸던 거장들이 지었거나 복원한 무수한 건축물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있다." - 크리스티앙 자크의 <람세스> 중 나를 한때 고대 이집트의 매력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 소설 <람세스>.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던 내가 무려 5권이나 되는 이 대하소설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건 이집트의 태양왕이라는 람세스 2세와 구약성경의 엑소더스 영웅 모세가 한데 어우러지면서 전혀 새로운 메머드급의 신화를 창조했기 때문이었다. 역사는 역사이고, 성서는 성서일 뿐이라는 꽤 단순한 사고방식을 가졌던 나는 소설 초반부터 등장하는 모세를 보며 설마설마하다가 후반부에 본격적으로 출애굽기 얘기가 나오자 경악을 금치 못했더랬지. 그럼 이 람세스가 바로 영화 <십계>에서 율 브리너가 연기한 그 못돼 쳐먹은 파라오였단 말인가 하고. 책에서는 백성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영웅호걸적인 면모도 겸비한 성군으로 나오는데... 물론 소설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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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gypt - Cairo - 입애굽기

카이로는 어딘지 모르게 인도의 델리를 닮았다. 세계 4대 문명의 발상지이자 굵직굵직한 유적지가 차고 넘치는 수도임에도 전혀 정이 가지 않을 만큼 지저분하고 정신없는 곳. 길을 걷다 마주친 남자 중 열에 아홉은 느끼한 표정으로 작업을 걸어오고, 정찰제보다는 네고의 미덕을 중시하며, 무엇보다 적도에 가까운 지역 특유의 고온 건조한 기후가 그러했으니. 불가마처럼 델 것 같은 이런 살인 더위에선 도무지 의욕이란 게 생기질 않더라. 그나마 인도를 닮아서 다행인 건 물가가 인도만큼 착하다는 것과 문명의 젖줄 나일강이 도시를 시원하게 관통하고 있다는 것. 그것도 여행자 숙소가 몰려 있는 타흐릴 광장(Mydan Tahrir) 바로 옆으로 말이지. (물론 강물은 심각하게 더럽다.) 그런 카이로에서 나는 적당한 가격대의 숙소에 여장을 풀고, 터키 이후로 오랜만에 접해보는 지하철, 인터넷, 카페 등등 대도시의 인프라를 마음껏 누리며 아프리카로 내려갈 준비를 하나씩 하나씩 해나가고 있었다. 가장 먼저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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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을 떠나며 feat. 아라비아의 로렌스

누구나 꿈을 꾼다. 그러나 그 꿈이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 밤에 꿈을 꾸는 사람은 밝은 아침이 되면 잠에서 깨어나 그 꿈이 헛된 것이라는 사실을 이내 깨닫는다. 반면 낮에 꿈을 꾸는 사람은 몹시 위험하다. 그런 사람은 눈을 활짝 뜬 채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려고 행동한다. 그렇다. 나는 낮에 꿈을 꾸었다. - T.E. 로렌스의 <지혜의 일곱 기둥> 중 이번 유라시아 여행을 하기 전에 <아라비아의 로렌스>라는 아주 오래된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아시아, 유럽, 중동, 그리고 아프리카까지 지나가는 대륙만 4군데고, 그중에서도 중동과 아프리카는 1,2차 대전 후에 생겨난 신생국가가 대부분이라 그들의 삶을 이해하려면 주변의 열강국과 부족 간의 얽히고설킨 관계를 대충은 알아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사를 바탕으로 한 사극이나 영화를 찾아보는 게 제일 이해가 빠를 것 같아서 (물론 작품으로 승화하는 과정에서 msg가 첨가되는 부분은 어쩔 수 없지만) 이래저래 검색하던 중 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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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rdan - Petra - 실크로드의 흔적

요르단의 수도 암만에서 버스로 3~4시간 거리에 와디무사(Wadi Musa)란 곳이 있다. 무사는 아랍어로 '모세'를 뜻하고, 와디는 '계곡'이란 뜻이므로 합치면 '모세의 계곡', 즉 구약성경의 <모세오경>에 나오는 '모세의 샘'이 있는 곳이다. 종교가 없는 관계로 성경을 제대로 읽어보진 않았지만, 어릴 적 동화책처럼 읽은 <어린이 성경 이야기>의 기억을 더듬어보자면, 아담-노아-아브라함으로 이어지는 이스라엘 민족의 후손인 모세가 이집트에서 핍박받는 동족을 이끌고 약속의 땅 가나안(옛 팔레스타인 지역)으로 탈출하던 중 이집트와 중동 사이에 있는 홍해를 가르는 기적을 낳고, 시나이 반도에 도착해서는 사람들이 물 부족을 호소하자 바위를 쳐서 샘이 솟아나게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능력자임에도 정작 가나안 땅은 밟아보지도 못하고, 광야에서 40년을 떠돌다가 요단강을 목전에 두고 죽었다는데, 이런 스토리 텔링 때문인지 와디무사로 가는 길에는 이런 성지 관련 굿즈를 심심찮게 볼 수 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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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rdan - Amman - 요르단 후루룩

요르단은 어딘가 애매하다. 시리아와 같은 레반트 지역에 있으면서도 시리아처럼 강대국이었던 시절은 없고, 거의 대부분의 역사를 시리아와 함께하면서도 1차 대전 이후 영국의 이중 플레이로 어쩌다 독립한 신생국가이기에 주변국에 비해 딱히 가 볼 만한 유적이나 명소가 흔치 않은 까닭이다. 물론 사막 투어나 성지 순례 같은 볼거리를 찾아보려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겠지만, 이미 터키와 시리아에서 실컷 봤기 때문에 이젠 식상해져서 이래저래 건너뛰고 나니 남은 건 수도 암만(Amman)과 바위의 도시 페트라(Petra)뿐. 그래서 시리아에서는 2주나 있었는데, 요르단은 단 3일 만에 후루룩 끊었다. 왜냐면 여기는 크고 멋진 시장도, 세월의 내공을 품은 고즈넉한 구시가도, 낯선 이방인에게 마음 좋은 미소를 지어주는 친절한 사람도 없었으니까. (정말 시리아 같은 나라는 두 번 다시 없을 듯.ㅜㅜ) * Damascus(Syria) - Aman(Jordan): Karaj Al Sumalia에서 Je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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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ria - Damascus - 천국과 지옥

만일 지상에 낙원이 있다면 의심할 바 없이 그곳은 다마스쿠스이고, 만일 천상에 낙원이 있다면 다마스쿠스와 가히 비견될 것이다. - <이븐 바투타 여행기> 중 드디어 다마스쿠스로 향한다. 시리아에 오기 전부터 나를 꿈꾸게 했으며, 다녀온 사람들이 한결같이 극찬했던 곳. 중세 이슬람의 여행가 이븐 바투타는 '착함과 너그러움이 가득한 곳'이라고도 했는데, 나는 이미 시리아의 다른 도시에서 그 넉넉함을 충분히 경험했었다. 그러니 다마스쿠스는 얼마나 더 아름다울 것인가. * Mar Musa - Nabek: 마르무사 수도원에서 콜택시 300파운드 * Nabek - Damascus: 나벡 카라지에서 버스 1시간 소요, 60파운드 이런 부푼 기대와 설렘을 안고, 마르무사에서 첫날부터 친해진 미키, 마키, 신고, 오지상과 함께 콜택시를 타고 나벡으로 돌아와서 각자의 목적지로 뿔뿔이 흩어지고 나니 어느새 신고와 나 둘만 남았다. 참고로 그는 이전 포스트에서 언급했다시피 사누키우동대학 석사 출신.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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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ria - Mar Musa - 문득 지친 자신을 발견했을 때

터키의 트라브존에서 1시간쯤 되는 거리에 산속 절벽 위에 세워진 쉬멜라 수도원(Sümela Manastırı)이란 곳이 있다. 깊은 산속의 암자도 아니고 로마 시대의 정교회 수도원이라니, 이토록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곳이 또 어디 있을까. 잔뜩 기대를 안고 간 거기에는 과연 명성대로 깎아지른 절벽 위에 고성 같은 수도원이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고, 내부를 가득 채우고 있는 오래된 프레스코화는 비록 훼손도는 심각했지만 ,그 어느 갤러리보다도 강렬했다. 게다가 수도원 주위로 첩첩산중인 절경 또한 예술이어서 한 며칠 머물다 가고 싶을 정도였는데, 안타깝게도 수도원 근처에는 하룻밤 묵어갈 만한 마땅한 숙소가 없었다. 불교의 템플 스테이처럼 여기도 그런 데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놀랍게도 시리아에 기독교 템플 스테이를 할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한다. 그것도 산속 절벽 위에 짱박힌 수도원에서. 나는 이 얘기를 터키에서 만난 어느 여행자로부터 들었는데, 그때만 해도 꼭 가야겠다는 생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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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ria - Palmyra - 과거의 영광과 폐허, 그리고...

시리아는 지중해와 인접한 지역에 주로 도시가 발달해 있고, 그 외에는 거의 사막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알레포에서 크락 데 슈발리에가 있는 하마를 거쳐 다마스쿠스까지만 갈 예정이었다. 어차피 사막은 몽골에서 질리도록 봤고, 이 더운 중동에서 굳이 사막지대로 가고 싶지도 않아서. 하지만 인생은 예측불허라고 했던가. 하마의 숙소에서 네덜란드 친구 레느를 만나 급 친해지는 바람에 (둘 다 '중동의 4대 천왕'이라는 압둘라한테 왕따 당함) 그가 가고자 하는 팔미라를 내가 같이 가주고, 내가 염두에 두고 있는 마르무사도 함께 다녀오기로 했다. * Hama - Palmyra: Pulman Bus Station에서 06:30, 10:30 출발, 4~5시간 소요 원래는 하마에서 출발하는 저 직행버스를 타려고 했으나...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레느가 늑장을 부리는 바람에 결국 첫차를 놓치고, 다음 차까지 4시간을 마냥 기다릴 수 없어서 일단 홈스에 가보기로 했다. 하마에서 30분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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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ria - Crac des Chevaliers - 십자군 전쟁은 과연 끝났을까

여기는 알레포의 버스터미널 카라지 알 라무세(Karaj Al-Ramuse) 시리아에서는 터미널을 '카라지(Karaj)'라고 한다. (몇몇 도시에서는 영어의 bus station을 그대로 쓰기도 하지만.) 터키처럼 여기도 행선지마다 버스회사가 달라서 해당 사무실을 찾아가야 하는데, 아라빅이 난무하는 여긴 어디이고 난 누구인가ㅡㅡ? 겨우 사람들한테 물어서 티켓 창구까지 오긴 왔으나, 발권된 표에는 몇 시 출발이고, 좌석은 몇 번인지 당최 읽을 수가 없다. 당황해서 주위를 둘러보다 제복 입은 사람들이 보여서 다가가 물어보니 30분 후에 출발이라고, 자기들도 같은 버스 탄다며 승차할 때 알려주겠단다. 그러면서 얘길 해보니 하마에서 근무하는 army officer인데, 라마단 마지막 연휴라 고향에 다녀가는 길이라며, 하마에서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라고 전화번호를 적어준다. 중동에서는 자나 깨나 남자 조심이라지만, 상당히 예의 바른 듯하여 일단 번호는 킵해두는 걸로.ㅋ * Aleppo - 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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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ria - Aleppo - 지상에 낙원이 있다면

"지상의 영원한 낙원이 있다면, 그곳이 바로 다마스쿠스이리라." 어느 여행기에서 읽은 이 시구절 때문이었다. 시리아가 그리도 설레었던 건. 시에서는 수도 다마스쿠스를 노래하고 있지만, 다마스쿠스 대신 그냥 시리아를 넣어도 무방할 정도로 다녀온 사람들은 한결같이 이 나라를 극찬했었다. 도대체 시리아에 뭐가 있길래 저들은 그토록 이 나라를 기루어하는 걸까. 도대체 시리아에 뭐가 있길래 아직 가 보지 못한 자의 마음을 이리도 흔들어놓는 걸까. * Sanli Urfa - Antakya: 오토가르에서 버스 30리라, 6시간 소요 * Antakya(Turkey) - Aleppo(Syria): 오토가르에서 버스 10리라 또는 합승택시 15리라, 4~5시간 소요 가는 과정을 단 두 줄로 요약해놨지만, 샨르우르파에서 안타키아로 가는 버스가 들쭉날쭉해서 대기 시간이 길었던 탓에 안타키아에 도착하고 보니 어느새 해가 저물어간다. 할 수 없이 터미널 근처에서 1박을 하고, 다음날 알레포로 넘어가는 합승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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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key - Sanli Urfa - 성지 순례하고 우르파 케밥 한 접시

너는 많은 민족의 조상이 되리라. 네 이름은 이제 아브람이 아니라 아브라함이라 불리리라. 네가 몸 붙여 살고 있는 가나안 온 땅을 너와 네 후손에게 준다. 나는 그들의 하느님이 되어주리라. - <창세기> 제17장 중 종교는 없지만, 어릴 적 공중파에서 본 영화 <십계>를 어렴풋이 기억한다. 태초에 하느님이 천지를 창조하고 6일째 되는 날, 아담을 빚어내면서 비로소 인류의 시조가 탄생하는데, 그가 금지된 열매를 따먹는 바람에 그만 인류는 숙명과도 같은 노동, 출산, 육아의 고통을 짊어지게 된다. (그때 그가 선악과만 따먹지 않았어도ㅡㅡ;) 그 후 아담 내외는 3대 고통을 감내하며 열심히 자자손손 번창하다가 10대손에 이르렀을 무렵 노아가 태어나는데, 당시 인간 세상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타락해져 있었다고 한다. 이에 하느님은 가장 양심적인 노아에게 방주를 만들라 명한 후 물로써 세상을 심판하였고, 그때 노아의 방주가 떠돌다 멈춘 곳이 바로 며칠 전에 다녀온 도우베야즛의 아라라트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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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key - Hasankeyf - 메소포타미아의 눈물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중심지는 이라크지만, 그 문명을 일으켰던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은 터키로부터 발원한다. 이중 티그리스강은 쿠르드족 분쟁 지역으로 유명한 디야르바크르와 하산케이프 일대에서 시작되며, 유프라테스강은 터키 동부의 고원지대인 에르주룸에서 발원하여 시리아를 거쳐 이라크로 흘러들어 간다. (지도 출처: 네이버 두산백과) 몰랐는데 이렇게 지도를 펼쳐놓고 보니 터키 동부가 얼마나 위험천만한 지역인지를 새삼 깨닫는다. 얼마 전에 다녀온 도우베야즛과 이웃한 아르메니아는 오스만 제국 시절 집단 학살이 자행되었다는 이유로 터키와 감정이 안 좋고, 반에서 만났던 에산의 2번째 고국인 이란은 이라크와 오랜 숙적이면서 터키와는 쿠르드족 분쟁 문제를 공유하고 있으며, 두 강이 합류하여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꽃피웠던 이라크는 악의 축인 사담 후세인을 배출한 나라이니 터키는 독립 후에도 전쟁의 역사에서 벗어날 틈이 없었을 듯. 덧붙이자면, 그나마 별문제 없이 잘 지내던 이웃나라가 시리아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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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key - Van -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소년

가능할지는 몰라도 반고양이를 만나보고, 반호수에서 헤엄을 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이 나의 작은 희망이었다. - 무라카미 하루키의 <우천염천> 중 내가 반(Van)을 찾은 이유도 그러했던 것 같다. 눈에 컬러 렌즈를 낀 것 같은 패셔너블한 오드아이의 반고양이를 보고 싶다는, 그리고 가능하면 터키 최대의 염호라는 반호수에서 온몸을 소독해 보고도 싶다는 꽤 단순한 로망 때문이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이런 소망들이 꽤나 유치하다고 생각해서 동행하고 있던 제이에게조차 말하지 않았는데, 세계적인 작가가 저토록 퍼블리시한 공간에 대놓고 같은 고백을 하니 너무 반가워서 부쩍 용기가 나더란 말이지.ㅋㅋ 평범한 것도 명분 있게 만들어주는 마력, 이것이 하루키의 에세이를 읽게 하는 힘인가 보다. * Doğubeyazıt - Van: İshakpaşa Tur 회사, 07:30, 09:00, 12:00, 14:00 출발, 2~3시간 소요, 15리라 도우베야즛에서 반까지는 불과 2시간 거리.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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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key - Dogubeyazit - 변방의 카우치 서핑

트라브존에서 터키의 극동에 있는 도우베야즛(Doğubeyazıt)으로 가는 방법은 간단하다. 시내에 있는 아무 여행사나 가서 도우베야즛으로 발착하는 버스표를 예매한 다음, 그들이 제공하는 세르비르를 타고 오토가르로 가서 버스를 타면 된다. 지나고 보면 간단한 일인데, 당시엔 여러 이벤트가 얽히고설켜서 꽤 복잡한 양상으로 흘러갔다는 게 여행의 다반사지. 원래는 쉬멜라 수도원과 우준굘만 보고 바로 트라브존을 떠나려고 했는데, 하필 터키를 방문했을 때가 라마단이어서 버스가 이틀 연속으로 취소된 거다. 평소보다 빡세게 율법을 지키는 이 시기에는 이슬람권에서 주말로 통하는 금요일과 토요일에 모든 상점이 문을 닫는데, 버스회사도 예외는 아니었던 모양.ㅜㅜ 내 평생 종교라고는 1도 모르고 살아왔건만, 이역만리의 낯선 땅에서 종교 때문에 발 묶이게 될 줄이야. 하지만 'Every cloud has a silver lining'이라고 했던가. 덕분에 트라브존 숙소에서 뒤늦게 동행을 만나 상대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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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key - Trabzon - 돌고 돌아 다시 흑해

사프란볼루의 구시가지에서 신시가지인 크란쿄이로 가는 길 터키의 3대 천왕이신 데데 할아버지가 태워줄까? 물어보셨지만, 체크아웃하는데 얻어 타려니 죄송해서 그냥 걸어가기로 했다. 숙소에서 만난 어느 여행자도 읍내까지 걸어갔다 왔는데 별로 안 멀다고 해서. 차르시 광장에서 마을 뒤로 이어진 길을 따라가니 곧 큰 도로와 유네스코 표시가 보인다. 들어올 땐 몰랐는데, 사프란볼루는 예스러운 정취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고 한다. 저런 네이밍에 혹하지 않기로 했으면서도 괜히 유명한 곳을 다녀왔다는 쓸데없는 자부심이 발동한다. 경험자의 오만, 여행에서 늘 경계해야 할 일이다. 하나뿐인 도로를 따라 걷다 보니 곧 번화한 크란쿄이 읍내가 나오고 메트로 사무실도 보인다. 구시가지로 들어올 때 민증 깠던 직원은 오늘 근무가 아닌지 다른 직원이 있어서 혼자 쓸쓸하게 세르비스를 타고 오토가르로 가니 이스탄불행 버스를 태워준다. 응? 나 트라브존 갈 건데? 했더니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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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key - Safranbolu - 오스만투르크의 진수 속으로

이스탄불에서 사프란볼루로 가는 버스 오랜만에 스낵 서비스를 받아보니 남미에서 한창 버스 타고 다니던 때가 생각난다. 거기다 개별 터치 스크린까지 있으니 제대로 감동이지 뭔가. 정말 터키의 고속버스 시스템은 세계 최강인 듯. * Istanbul - Safranbolu: Safran 회사, 23:30~05:30(+1), 35리라 터키에서는 버스터미널을 오토가르(Otogar)라고 한다. 대부분의 오토가르는 시내에서 떨어진 외곽에 있으며, 버스표는 오토가르나 시내에 위치한 버스회사 사무소에서 살 수 있다. 이때 티켓 판매처에서 오토가르까지 데려다주는 서비스 차량도 함께 제공되는데, 이 픽업 차량을 터키식 발음으로 '세르비스'라고 부른다. 나는 이 세르비스에서 한국 여행자를 10명이나 만났다.ㅋㅋㅋ 이스탄불에서 사프란볼루로 가는 날, 고맙게도 세르비스가 숙소 앞까지 픽업을 와줬는데, 타고 보니 동양인이 5명이나 타고 있었다. 혹시나 싶어 말을 걸어보니 모두 한국인. 숙소에서 같이 탄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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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key - Istanbul - 다시 터키

5년 전, 터키로 패키지여행을 간 적이 있다. 7박 8일이라는 빡빡한 일정 탓에 첫날과 마지막 날 스치듯 지나가야 했던 이스탄불.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후루룩 눈도장만 찍고 떠나는 게 못내 아쉬워서 버스 창밖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데, 한 낡은 건물 앞에 잠시 정차하더니 가이드가 활기차게 말했다. "여기가 바로 오리엔트 특급 열차의 종착지인 시르케지(Sirkeci) 역입니다." 응? 오리엔트 특급 열차? 에르큘 포와로? 애거서 크리스티? 이름만 들어도 아련한 거기가 바로 이곳, 이스탄불이었단 말인가! 그렇게 여행의 끝에서 나는 다시 가슴이 벅차올랐다. 또 다른 목표가 생긴 것이다. 그건 바로 오리엔트 특급열차를 타보는 것. 그리하여 유라시아를 횡단하고 세계 일주를 해 보는 것. 그래서 이스탄불이 그토록 설레었던 거다. 5년 전 세계 여행을 꿈꾸었던 시르케지 기차역 때문에. 비록 선로 공사로 인해 기차 대신 버스를 타고 오긴 했지만, 스산한 겨울이던 그때와 달리 한여름의 햇살을 한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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