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삔우린에서 띤잔을

삔우린(Pyin Oo Lwin)의 첫인상은 딱 유럽이었다. 아기자기한 건물과 장난감 같은 시계탑, 그리고 동화에 나올 법한 마차까지, 과연 여기가 지금까지 돌아다녔던 미얀마가 맞나 싶을 정도로 넘나 이국적인 분위기이지 뭔가. 그도 그럴 것이 삐우린은 영국 식민지 시절의 여름 휴양지이자 제2의 행정중심지였던 거다. 스산한 해양성 기후의 영국인들이 와서 살기엔 남국의 열대기후가 무척이나 버거웠을 터, 특히 여름철 혹서기에는 불가마 같은 더위를 피할 곳이 더더욱 필요했는데, 그러기엔 삐우린 만한 곳도 없었을 것이다. 해발 1,000m가 넘는 고산지대여서 사시사철 서늘하고, 대도시인 만달레이에서 2시간밖에 걸리지 않으니 접근성도 좋고, 주위의 티크나무와 루비 산지와도 가까워서 쉬면서 식민지 경영을 하기엔 딱이었을 듯. 그래서 삔우린에는 영국인들이 살다 간 유럽풍 가옥이 많이 남아 있다. 예쁜 집을 찾아다니며 구경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 게다가 각 잡고 걸어 다니는 군인들까지 은근 볼거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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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잔한 만달레이

만달레이는 왠지 그 말랑말랑한 어감 때문에 더 기대를 했던 것 같다. 영국의 지배를 받기 전까지 마지막 왕조의 수도였고, 지금도 양곤에 이은 제2의 도시로서 그 역할을 하고 있으니. 그러고 보니 이번 여행을 시작했던 양곤에서 감미로운 노래로 먼저 들은 적이 있었구나. 애처롭게 노래 부르던 펍의 그 청년이 문득 생각나네. 아무튼, 그런 이유로 무척이나 기대했던 만달레이건만, 인레에서 험준한 산길을 밤새 달려 도착한 이곳은 양곤보다 더 정신없고 탁한 대도시였다. 하필 도착했을 때가 새벽 4시여서 무턱대고 택시를 잡아타고 간 곳이 나일론 호텔. 가격은 욕실/조식 포함 싱글룸 5$. 청결 상태도 별로고 아침도 부실하지만, 싱글룸 상태는 여기가 그나마 제일 나았다. 바로 옆에 있는 가든 호텔의 싱글룸은 4$로 저렴하지만, 공용 욕실에 완전 감옥소 feelㅡㅡ; 대신 조식이 대박이다. 식빵 퀄리티도 좋고, 계란, 바나나도 2개씩 나오고, 미얀마식 밀크티 러펫예도 무한 리필된다. 조식이냐 시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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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레의 선물

메마른 파고다의 도시 바간에서 촉촉한 호수 마을 낭쉐(Nyaungshwe)로 이동했다. 물이 부족한 거기선 샤워하는 것도 신경 쓰이더니, 여기선 뭔가 많이 여유로워진 느낌. 확실히 물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바간에서 인레 호수가 있는 낭쉐로 가는 길 역시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버스표는 다행히 숙소에서 예매할 수 있었고, 버스도 숙소 바로 앞까지 픽업해주었지만, 꼭두새벽부터 비포장 도로에 시달리다 쉐낭에 도착했을 땐 해가 뉘엿뉘엿 지는 저녁 무렵. 근데 쉐낭이라니, 낭쉐가 아니었던가? 버스 기사가 이름을 잘못 말한 줄 알았는데, 쉐낭과 낭쉐는 다른 곳이었다. 쉐낭(Shwe Nyaung)이 호수 마을인 낭쉐로 들어가는 길목의 읍 정도 되는 마을이라면, 낭쉐(Nyaungshwe)는 인레 호수(Inle Lake)에 인접한 깡시골이어서 버스가 거기까지는 들어가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일단 쉐낭에서 내렸다가 합승 지프를 갈아타고 낭쉐로 들어가야 하며, 바간처럼 마을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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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간의 앙상블

미얀마에 온 첫 번째 이유가 <비욘드 랭군>이라면, 두 번째 이유는 바로 이 사진 때문이었다. 황량한 땅 위로 흩뿌려진 수천 개의 인공 탑이 자연과 묘하게 어우러지던 모습. 탑은 불심으로 가득한데 그 모양새는 마치 키세스 초콜릿을 부어놓은 듯 서양의 도그마를 품고 있는 모습. 바로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와 인도네시아의 보로부두르에 이어 세계 3대 불교 성지라는 바간(Bagan)의 풍경이다. 양곤에서 바간으로 가려면 직행이 없고, 메익띨라(Meiktila)라는 곳을 거쳐야 한다. 띤잔(Thingyan; 새해를 알리는 물 축제) 때문에 표를 못 구할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메익띨라는 제2도시 만달레이로 가는 거점인 만큼 버스도 자주 배차되고 자리도 많이 남아 있었다. 다만 양곤의 아웅밍글라 터미널까지 가는 교통편이 불편해서 택시를 타야 했던 것과 터미널 규모가 어마어마해서 버스를 찾는 데 시간이 걸린 게 흠이었지만, 다행히 터미널 직원도 친절했고, 버스도 제 시각에 출발했다. 중간 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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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시작과 끝, 그리고 또 다른 시작

다시 방콕의 카오산로드로 돌아왔다. 이제는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내일이면 이 방황도 끝이 난다. 차오프라야강을 한 바퀴 돌고 시암스퀘어로 가는 길에 4년 전에 본 그 코끼리가 아직도 있는 걸 발견하고 한없이 반가웠다. 그때 난 꿈이 있었고, 열정이 있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영혼이 고갈되어버린 걸까.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나는 내 안에서 보내온 사인을 계속 놓치고 있었다. 아니, 모른 척한 게 맞다고 해야겠다. 이게 아닌데 하면서도 그냥 밀고 나간 게 쌓이고 쌓여서 한꺼번에 터진 것이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감기는 관리만 해주면 금방 낫지만, 방치하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는 게 또한 감기라서 초장에 바로잡지 못하면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내가 지금 딱 그런 상태인 거지. 근데 신기한 건 여기서는 전혀 의욕이 저하되지 않았다는 거다. 우울증이 장기화되는 게 아니라 일시적인 현상이란 걸 알고 나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이제 뭐든 새로 시작할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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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치앙마이

루앙프라방에서 버스를 타고 가로등 하나 없는 산길을 밤새 달려 도착한 국경도시 훼이사이(Huai Xai) 저 강만 건너면 자유(?)의 땅 태국이다. 허름한 라오스 이민국에서 여권 체크를 하고, 사람들을 따라 보트에 올라탄 순간 boat people이라도 된 것 같은 오묘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어서 빨리 선진국으로 가고 싶은 이 간절함은 뭐지ㅡㅡ? 노를 젓는 보트인 줄 알았는데 다행히 모터가 달려있어 10분 만에 도착했고, (보트 10000낍 또는 40밧) 태국 치앙콩 이민국에서 "Welcome" 하는 인사와 함께 여권을 건네주는 태국 직원의 미소를 본 순간, 간밤의 고통스러웠던 밤 버스의 기억은 눈 녹듯 사그라들고 말았다. 역시 인간의 마음을 녹이는 건 인간이다. 치앙콩 이민국에서 버스터미널까지 뚝뚝 30밧 치앙콩 - 치앙라이 버스 70밧, 4시간 소요 치앙라이 - 치앙마이 버스 100밧, 4시간 소요 그래도 태국은 버스가 정시에 출발한다. 라오스에 있다가 여기 오니 모든 게 선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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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여행지 루앙프라방

방비엥에서 루앙프라방으로 가는 버스는 무려 VIP 클라스, 가격은 195,000낍. 하지만 시설은 당연히 우리나라의 일반고속보다 못하고, 9:30 출발이라더니 사람이 다 찰 때까지 1시간 넘게 기다리고, 것도 모자라 중간중간에 계속 사람을 태우는 바람에 복도까지 빽빽하게 들어찼다. 이런 라오틱... 중간에 길거리 휴게소에 들러 5천 낍짜리 바게트 샌드위치를 사 먹은 거 말고는 숨 돌릴 틈도 없이 계속 달려서 어두컴컴한 저녁 무렵에야 겨우 루앙프라방 외곽에 있는 터미널에 도착했는데, 라오스 최고의 관광지라 예상대로 삐끼들이 벌떼같이 모여든다. 다들 10만 낍 이상 부르는 가운데 7만 낍을 외치는 삐끼가 하필 키아누 리브스를 닮아서 고민 없이 따라갔다. 일종의 계시였다고나 할까. 그 순간 영화 <리틀 부다>에서 키아누 리브스가 연기했던 잘생긴 싯다르타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긴 불교 테마 도시 루앙프라방이 아니던가. (끼워 맞추기 오짐ㅋㅋ) 숙소에 막상 도착해보니 중심지에서 한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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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치듯 방비엥

아침 7시에 방비엥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비엔티안을 빠져나오는데 그렇게 섭섭할 수가... 겨우 이틀 있었을 뿐인데 그새 정들었나 보다. 수도이면서 전혀 수도스럽지 않은 수도 같은 너... 터미널에서 아침으로 사 먹은 라오 샌드위치는 하나에 5000낍인 줄 알았는데 저렇게 세 개가 한 묶음이었다. 그러고 보면 비엔티안은 물가도 착했어. 라오스도 베트남처럼 프랑스의 식민지배를 받아서 바게트 버거가 대세다. 차이점이라면 베트남의 반미는 고기류가 많이 들어가고, 라오 샌드위치는 속을 고를 수 있어서 취향대로 먹을 수 있다는 게 장점. 그래서 고기를 안 좋아하는 내겐 채소를 듬뿍 넣어먹을 수 있는 라오 샌드위치가 더 잘 맞았다. 비엔티안에서 서너 시간쯤 달려 도착한 방비엥(Vang Vieng). 라오스 발음으로는 '왕위앙'이라고 하며, 중국의 계림, 베트남의 하롱베이와 같은 카르스트 지형으로 유명한 곳이다. 한마디로 자연 말고는 볼 게 딱히 없고, 자연을 이용한 액티비티 말고는 즐길 게 딱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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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간 멘탈 찾으러 라오스까지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우울증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그냥 사람들이 그렇다니까 그러려니 했던 거 같다. 심하게 의욕 저하가 된 건 그냥 그 일이 하기 싫었던 건데, 늘 잘하던(?) 애가 퍼포먼스를 못 내고 있으니 정신과에 가보라고, 하물며 병원에서 일하는 친구들까지 신경정신과 약을 적극 권장했다. 요즘은 약이 잘 나와서 꾸준히 복용만 해도 좋아진다고. 하지만 오히려 약은 내게 조울증을 유발했고 (약을 먹으면 조증이 됐다가 약발이 떨어지면 우울해지는...) 한 2주쯤 조울증에 시달리다가 약 때문인 것 같아서 끊었더니 꾸준히 우울한 상태가 되어 기분상의 기복은 없어져서 오히려 살 만해진 역설. 이쯤 되니 신경정신과가 과연 도움이 될까 의구심마저 들었다. 지금도 병원에 처음 갔던 그날을 기억한다. "그래, 뭐 때문에 왔는데?" 마치 할아버지처럼 친근하게 물어보시던 의사 선생님께 그동안 마음속에 묵혀둔 걸 하나씩 하나씩 차례대로 끄집어냈다. 그러면서 깨달았다. 내 의욕 저하의 원인이 내가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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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메콩강처럼

베트남의 마지막을 메콩강으로 마무리해 보려 한다. 메콩강은 동남아 일부에만 흐르는 강인 줄 알았는데, 찾아 보니 그 발원지가 티베트 고원에서부터 시작하여 베트남 호찌민에 이르기까지 장장 4000km에 달하는 동남아 최대의 젖줄이며, 지나가는 나라만 해도 중국, 미얀마,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등 무려 6개국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지도 출처: 두산백과) 강줄기의 끝은 호찌민 남단에 있는 미토(My Tho)와 벤째(Ben Tre)로 수렴되어 그 유명한 메콩 델타를 형성하는데, 생물학적 다양성 면에서는 세계 Top 3에 들 정도로 야생의 보고라는. 그런 유명세로 인하여 신카페에서 신청한 투어는 대형버스가 3대나 움직일 정도로 사람이 미어터졌다. 가격은 교통, 중식, 간식 포함 9$ 또는 144,000동. 호찌민에서 버스를 타고 1시간쯤 달려 도착한 미토는 생각보다 번화한 어촌이었다. 여기서 배를 타고 수상시장을 한 바퀴 돌아 코코넛 농장으로 이동했다. 코코넛이 주렁주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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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전쟁

한국전쟁과 함께 20세기 마지막 이념 전쟁으로 대표되는 베트남 전쟁은 우리에게 '월남전쟁'이란 이름으로 더 익숙하다. 6.25 이후 '한강의 기적'을 달리고 있던 한국도 참전한 전쟁이어서 더욱 가슴 아픈 역사로 기억되는데, 북한과 남한처럼 베트남 역시 2차 대전 이후 남북으로 분리되어 공산과 민주 세력의 지배를 받았었다. 하지만 이념 대립으로 촘촘한 접전을 펼치다 다시 분단국이 된 남북한과 달리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북베트남에 의해 통일되면서 미국이 패배한 이례적인 전쟁으로 기록되는 베트남 전쟁은 이 외에도 무분별한 고엽제 살포와 후유증, 라이따이한, 베트콩과 게릴라전 등 수많은 상징어를 낳았는데, 그중 가장 참신한 전술로 평가되는 게릴라전의 현장인 구찌터널이 호찌민 근교에 있다고 하여 가보기로 했다. 대중교통편도 있으나 터미널까지 왔다 갔다 하는 시간과 배차 간격을 고려하면 그냥 투어가 나을 것 같아서 이번에도 역시 신카페를 이용했다. 가격은 6$ 또는 96000동. 하지만 그룹 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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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찌민보다 사이공

드디어 잠바를 벗어던졌다. 따뜻한 남국의 정취가 느껴진다. 드디어 호찌민(Ho Chi Minh)에 온 건가... 기차역 이름은 예전의 도시명을 그대로 딴 사이공(Sai Gon). 뮤지컬 <미스 사이공> 때문에 더욱 애잔하게 다가오는 이름이다. 밤이 이슥해졌지만 다시 찾은 데탐 거리가 더없이 반갑다. 날씨가 따뜻하니 없던 여유도 생기는 듯. 전에 묵었던 호텔로 갔더니 또 와줘서 고맙다며 1$ 깎아준다. 대박~ 오랜만에 여장을 풀고 빨래 day를 가졌다. 그러고 보니 지난 5일간 신카페 샤워실에서 딱 1번 씻은 거 말고는 제대로 씻지도 못했다는. 다음날 아침, 활기찬 데탐 거리를 어슬렁거리다 신카페에서 구찌터널과 메콩강 투어를 예약하고 아침을 먹으러 갔다. 식당 이름은 역시나 '사이공'. 여기서는 거의 한 집 걸러 사이공이다. 후에부터 계속 퍼만 먹어서 오랜만에 반미를 시켰더니 입천장 다 까지고, 커피 대신 딸기 요거트를 시켰더니 장이 놀랐는지 폭풍설사가 이어진다. 아놔, 갈 때 다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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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족 마을에는 고산족이 살고

하노이에서 고산족 마을이 있는 사파(Sa Pa)까지 바로 가는 사설 버스가 있지만, 하노이에 도착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그만 스케줄을 놓쳐버렸다. 그렇다고 하루 자고 다음날 출발하자니 새삼 숙소 잡는 것도 귀찮아서 그냥 밤기차를 예매했는데, 알고 보니 제일 낮은 등급의 딱딱한 나무 의자ㅡㅡ; 어쩐지 너무 싸더라. Ha Noi - Lao Cai : 18:45~04:30 hard seat 90000동 예상대로 외국인은 나 혼자였고, 주위엔 시커먼 남자들뿐이고, 화장실은 가고 싶은데 앞뒤칸을 아무리 뒤져봐도 안 보이고... 막 이런 상황에서 아줌마 한 명이 지나가자 순간 반가워서 화장실이 어디냐고 물어보니 대뜸 내 팔을 잡아끌고는 어떤 할아버지 앞으로 데려간다. "你是中国人吗?" 회사에서 잠깐 배운 중국어로 띄엄띄엄 대화를 하다가 결국 필담으로 이어졌는데, 그들은 라오까이에서 중국으로 넘어가는 중국인 아빠 Vu와 베트남 딸 Hao였다. 비록 사진은 심하게 흔들렸지만, 지루할 뻔한 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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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의 겨울

간밤에 얼어 죽는 줄 알았다. 무슨 에어컨을 그리도 세게 틀었나 했더니 버스에 난방이 안 돼서 찬바람이 그대로 스며든 거라는. 아놔, 신카페라서 믿고 예매했는데 이 무슨 뒤통수인가ㅡㅡ? 베트남에선 겨울에 웬만하면 밤 버스는 피하시길. 아무튼, 드디어 수도 하노이까지 왔다. 후에를 수도로 삼았던 응우옌 왕조 이전부터 줄곧 도읍지였고, 1902년 프랑스령 인도차이나 시절에는 북부의 본거지였으며, 1945년 광복 이후에는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북베트남의 중심지로 1976년 월남전쟁을 승리로 이끌어내면서 통일된 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의 정식 수도가 된 하노이. 사실 사회주의, 공산주의 하면 어린 시절 반공교육을 받으며 접했던 북한의 모습이 제일 먼저 떠오르기에 굉장히 경직된 사회일 줄 알았는데, 호찌민부터 여기까지 올라오면서 본 베트남은 중국처럼 시장경제가 매우 활성화되어 있었다. 어딜 가든 네고는 필수이며, (여행 한 번씩 다녀올 때마다 협상 전문가 과정 한 단계씩 밟는 느낌) 우리나라만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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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왕조의 자취와 분보후에

간밤에 추워서 잠바를 꺼내 입었는데, 후에(Hue)에 내리니까 꽤 스산하다. 동남아는 다 따뜻한 게 아니었던가ㅡㅡ? 겨울의 베트남 중부는 완전 겨울 날씨군. 원래는 후에에서 하루를 묵어가려 했으나, 너무 추워서 아예 하노이까지 밤차로 계속 달렸다가 따뜻한 호찌민에서 쉬자며 아침 일찍 신카페에 내리자마자 그날 밤 하노이로 가는 버스를 예약해버렸다. 후에-하노이 17:30~05:30 9$ 또는 144000동 참고로 이 신카페란 곳은 주요 도시마다 지점이 있고, 나처럼 밤차 구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위해 샤워시설도 겸비하고 있으며, 버스 탑승 시 물이랑 간단한 간식거리도 제공해준다. 거기다 은행 환율로 환전도 해주고, 달러로도 계산이 가능하니 여러 모로 편리한 시스템. 호찌민에서 처음 컨택한 곳이 신카페라 그 뒤로도 계속 여기만 이용했는데, 베트남에 이런 여행 인프라가 있다는 거에 상당히 놀랐다. 이만하면 여행 선진국이라 할 만하지 않은지. 신카페에 짐을 맡겨놓고 흐엉강을 건너 후에의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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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커피와 고수의 매력

다음날 아침 신카페로 갔더니 완전 쾌적한 관광버스가 서 있다. 기대도 안 했는데 물이랑 과자도 주고, 출발시각도 정확하게 지켜서 깜놀. 베트남은 선진국이었구나. 11시쯤 도착한 무이네(Mui Ne) 리조트가 있는 휴양지라더니 뭐 이래 휑하냐ㅡㅡ? 어리둥절해하는 내게 기사 아저씨가 밥 먹고 오라는 시늉을 하며 손목시계를 꺼내더니 12자를 가리킨다. ㅋㅋㅋ 좀 귀여우심 도로변에 몇 안 되는 식당 중 그나마 사람이 좀 있는 곳으로 들어갔는데, 메뉴판엔 퍼(pho)가 없다. 아침에 먹은 반미 샌드위치가 생각나서 에그 반미를 시켰더니 저렇게 바게트 빵에 계란 프라이 하나 달랑 나옴. 알고 보니 반미(banh mi)는 그냥 '빵'이란 뜻이고, 샌드위치는 반미껩(banh mi kẹp)이라고 하지만 편의상 '반미'로 퉁치는 듯. 그러니 반미만 적혀 있을 땐 물어봐야 한다. 샌드위치인지 저스트 브레드인지. 그래도 베트남 커피는 정말 맛있었다. 스테인리스로 된 베트남 전통 드리퍼에 내려서 설탕을 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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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국수 먹으러 베트남까지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또 휴가를 놓칠 뻔했다. 벌써 2008년 2월. 3월이 되기 전에 쓰지 않으면 나의 소중한 휴가는 시스템 상에서 영원히 사라진다. 그래서 우겨서 썼다.ㅡㅡ; 프로젝트 뒤에 또 프로젝트, 그 와중에 다른 계열사로 파견 갔다가 돌아와서 또 프로젝트의 연속이지만, 아직 시작된 건 아니니 써도 될 줄 알았는데, 그건 나만의 생각이었다. 팀원들은 이 바쁜 와중에 어딜 가냐며.ㅜㅜ 그래도 질렀다. 왜냐하면 꿈에 쌀국수가 시리즈로 나올 정도로 베트남에 가고 싶었으니까. 친구들은 주변에 널린 게 쌀국숫집인데 굳이 비행기를 타야 하냐며 이해하지 못했지만, 여기서 먹는 퍼와 거기서 먹는 퍼는 느낌의 결이 다르지 않나. 선릉의 그렇고 그런 체인점에서 최고 비싼 메뉴를 시켰다고 치자. 식당 인프라와 음식의 퀄리티는 여기가 나을지 몰라도 우리가 먹고만 사나ㅡㅡ? 그 음식을 둘러싼 스토리와 그 주위의 환경이 어우러지는 경험이 하고 싶은 거다. 그것이 그해 베트남 쌀국수를 수도 없이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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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시작되는 소리

드디어 터키 여행의 마지막 날, 호텔에서 마지막 조식을 먹고, 버스에 짐을 싣고서 술탄 아흐메트로 향했다. 술탄 아흐메트 광장에 웬 오벨리스크가? 동로마 제국 시절, 이 광장은 전차 경주를 위한 경마장이었다고 한다. 그 당시 황제였던 테오도시우스 1세가 경마장 트랙 안쪽에 상징물을 세우기 위해 이집트의 카르나크 신전에서 기둥 하나를 가져왔는데, 그게 바로 첫 번째 사진의 오벨리스크다. 운반해올 당시 길이가 너무 길고 무거워서 3등분으로 쪼갰다는데, 저렇게 보존 상태가 좋은 걸 보면 로마인의 축조 기술은 수준급인 듯. 아무튼, 그리하여 이집트에 있는 3개의 오벨리스크 중 하나는 이스탄불로 오게 되고, 또 하나는 프랑스 파리의 콩코드 광장에 세워졌으며, 나머지 하나는 이집트의 카르나크 신전에 그대로 남아 있다. 그리고 두 번째 사진의 멋대가리 없는 오벨리스크는 테오도시우스보다 700여 년이나 늦은 콘스탄티누스 7세 때 경마장의 좌우 균형을 맞추기 위해 오벨리스크와 비슷한 모양으로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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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페스에서 에페스 한잔

비 오는 파묵칼레에서 발만 담갔다가 급하게 이동한 곳은 로마 시대 가장 번성한 도시이며, 신약성서에 나오는 에베소서(에페소인들에게 보내는 편지)의 배경이 된 터키 최대의 고대 도시 에페스(Efes). 예전 이름은 에페소스(Ephesos) 또는 에페수스(Ephesus)라고 한다. 사실 맥주로 먼저 알게 된 곳이고, 지금은 거의 옛터만 남았지만, 그리고 기독교 신자가 아니어서 성경의 내용도 잘은 모르지만, 꽤 잘 계획된 고대 도시의 표본을 제대로 감상하고 온 느낌이다. 그 옛날에도 도로의 대부분은 대리석으로 깔려 있었고, 수도가 발달했던 로마의 흔적을 잘 보여주듯 수도관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걸 보면 도시 인프라가 상당했다는 걸 알 수 있다. 게다가 모임의 장소였던 아고라와 바실리카, 그리고 <글래디에이터>를 떠올리게 하는 원형극장과 더불어 목욕탕과 화장실까지 공공 장소로 만들어 놓은 걸 보면 사회복지의 개념도 어느 정도 장착되어 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물론 귀족들을 위한 커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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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묵칼레는 여름에 가세요

버스 창밖은 모노크롬의 세계다. 풀이 거의 보이지 않는 갈색 땅의 향연 한없이 단조로운데 그 느낌이 싫진 않다. 아주 오랜만에 느껴보는 여유로움이랄까. 오늘은 카파도키아에서 콘야를 거쳐 파묵칼레까지 장장 8시간을 버스로 이동하는 날. 사람들은 모두 곯아떨어졌고, 늘 한결같은 목소리로 열심히 설명해주던 가이드도 오늘만큼은 조용하다. 지금 이 순간은 패키지가 아니라 자유 여행자의 신분으로 돌아온 것 같아서 계속 이대로 갔으면 좋겠다는 엉뚱한 생각도 해본다. 점심을 먹기 위해 들른 콘야의 한 식당 옛 실크로드 상인들(caravan)이 묵었던 숙소(saray)를 개조한 곳이어서 상당히 고풍스럽다. 그러고 보니 터키는 실크로드의 종착지이자 서역의 시작점. 이스탄불에서 비잔틴과 오스만에 너무 집중해서 중요한 걸 놓칠 뻔했다. 동서 교역의 물꼬를 틀었던 역사의 현장에 앉아 그들이 먹었음직한 볶음밥과 터키쉬 딜라이트를 음미한다. 솔직히 맛은 그저 그렇지만 여행의 맛(?)으로 감사히 먹는다. 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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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파도키아의 로망

오늘의 목적지는 이번 터키 여행에서 제일 기대했던 카파도키아(Cappadocia)다. 2년 전에 먼저 다녀온 언니가 강력 추천한 곳이기도 하고, SF물을 좋아하지 않은 나를 흠뻑 빠져들게 만든 영화 <스타워즈>의 배경이기도 해서 더욱 설렌다. 하기야 터키의 어디가 <스타워즈> 배경이 아닌 곳이 있겠냐마는. Star Wars - SF를 안 좋아하는 나도 빠져들게 만든 별들의 전쟁 조지 루카스 감독은 천재다.내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에피소드 4~6편을 만들어놓고,그로부터 20년 후 프리퀄... blog.naver.com 앙카라에서 카파도키아로 가는 길에 소금 호수가 있다고 하여 잠시 들렀다. 터키어로는 Tuz(소금) Gölü(호수). 이 나라의 소금 대부분이 여기서 생산되며, 지금은 겨울철이라 저렇게 어중간한 형상을 하고 있지만, 날이 풀리면 물이 고여 하늘빛 영롱한 호수로 변한다고 한다. 나란 인간은 원체 물과는 인연이 없는 건지 터키의 소금 호수도 저 모양이더니, 3년 뒤에 간 볼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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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에서 2번째 패키지를

지난번 캄보디아 이후 패키지는 두 번 다시 안 갈 거라고 선언했지만, 휴가 직전까지 날밤 새며 일에 쫓기다 보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시간이 있어야 준비를 하든지 말든지ㅜㅜ 설상가상 휴가도 2주나 미뤄져서 뱅기표라도 끊어놨음 곤란할 뻔했다. 패키지는 이런 돌발 상황에서도 바로 신청해서 떠날 수 있는 메리트가 있지. 이번 여행은 같은 바닥에서 개고생하다 퇴사하고 공무원 9급 합격 후 대기발령 중인 란과 함께하기로 했다. 해외여행이 처음인 그녀는 무조건 내 의견에 따르겠다는 고마운 의사를 보내왔고, 문득 크리스마스를 터키에서 보내도 좋을 것 같아서 (그러나 이슬람 국가에서 크리스마스 따위 개나 주라지ㅡㅡ;) 터키 핵심 지역으로 구성된 8박 9일짜리 패키지를 799,000\이라는 경이로운 가격에 득템. 물론 여기에 가이드비 10$/day, 물값 10$가 별도로 들어가고, 8박 9일 중 비행기 왕복에 하루씩 써서 실제 머무는 기간은 7일밖에 안 되지만, 그래도 터키잖아. 옵션도 안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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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야에서 아쉬운 안녕

생약연구소 일정이 끝나마자 방콕에서 다시 파타야로 돌아왔고, 가이드는 약속대로 코끼리 트래킹을 시켜주었다. 들썩들썩거리며 모래사장 여기저기 활보하는 코끼리 아저씨를 보니 어린 시절 놀이공원에서 처음 탔던 바이킹처럼 이상하게 설레지 뭔가. 다음 코스는 태국 최대 열대 정원이라는 농눅빌리지(Nong Nooch Orchid Village) 74만 평에 이르는 Nong Nooch 부부의 사유지에 800명의 정원사가 동원되었다는 전설의 정원이라는데, 조경이나 가드닝에 관심이 없어서 별 메리트를 못 느꼈다. 농눅빌리지에서 제공된 전통 민속쇼는 차력쇼 같은 느낌이었고, 야외 공연장에서 보여준 코끼리 쇼는 이미 코끼리 트래킹을 하고 난 뒤라 식상했다. 그렇게 지루하던 파타야는 어둑어둑한 밤이 되면서 돌변하기 시작했는데, 마지막 옵션인 씨푸드 뷔페로 저녁을 먹은 후 옵션이 더 이상 남지 않은 우리는 파타야의 한 쇼핑몰에서 내렸고, 나머지 사람들은 알카자 쇼를 보러 떠났다. 두 번째 사진에 나온 광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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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 와트를 본다는 것

앙코르에서 가장 울창하며 침식의 정도가 심각한 타 프롬(Ta Prom) 사원 앙리 무오가 처음에 보고 식겁했다는 큰 바위 얼굴의 모델 자야바르만 7세가 어머니에게 헌정한 사원이며, 정글과도 같은 울창한 모습으로 인해 영화 <툼 레이더>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덧붙이자면 안젤리나 졸리가 촬영을 마칠 때마다 들른 펍이 'Ankor What?'이었다는ㅋㅋ 타 프롬 사원의 백미는 돌을 뚫고 뻗어 나온 Spung tree(벵골보리수)의 위용이다. 자연의 위대함과 모든 것은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색즉시공의 불교 철학이 엿보이는 장면. 동시에 자연을 파괴할 수도, 복원을 포기할 수도 없는 딜레마도 고민해봐야 할 문제인 듯. 드디어 앙코르 유적의 핵심 앙코르 와트(Angkor Wat)로 가는 길, 해자의 규모 또한 남다르다. 힌두교 3대 신 중 유지를 관장하는 비슈뉴 신에 봉헌된 사원이지만, 입구에는 파괴를 관장하는 시바 신이 세워져 있다. 하지만 후기에는 불교사원으로 용도가 변경되었기 때문에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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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앙코르 유적으로

셋째 날, 드디어 앙코르 유적으로 들어간다. 앙코르(Angkor)는 캄보디아의 역사가 시작되는 9세기경, 인도네시아의 자바섬에 볼모로 잡혀 있던 자야바르만 2세가 독립하여 세운 크메르 제국의 수도이다. 자야바르만 2세에 대해서는 역사적으로 기록된 바가 없어서 확실히 알 순 없지만, 독실한 힌두교도로서 브라만 계급이었다는 것과 자바섬의 공주와 혼인함으로써 세력을 모을 수 있었던 것, 그리고 앙코르 일대까지 크고 작은 나라를 통합하여 크메르 제국을 건국한 것까지가 크메르 제국 시대의 유물을 통해 추측한 전부이다. 아무튼, 시조인 자야바르만 2세가 세운 크메르 제국은 17대 왕인 수리야바르만 2세에 이르러 전성기를 맞이하게 되는데, 현재의 태국, 라오스, 베트남에 이르는 지역까지 영토를 크게 확장했으며, 캄보디아의 상징과도 같은 앙코르 사원군을 세운 것도 바로 이때 이루어진 업적이다. 하지만 후기로 갈수록 사원을 크게 짓기 위해 무리하게 국고를 낭비했고, 주변국의 침략과 내란으로 국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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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엠립에서 앙코르 비어를

오후에 간단하게 앙코르 사원을 둘러보자며 프놈 바켕(Phnom Bakeng)으로 갔는데, 비가 억수같이 쏟아진다. 근사한 일몰을 볼 수 있다는 프놈 바켕이건만, 선셋 따위 개나 주라지ㅡㅡ; 힌두교의 짱이라는 시바 신을 모시는 사원인 만큼 높이가 예사롭잖다. 올라가는 계단도 가파른데 비까지 내려서 유적 답사의 현장이 갑자기 극기훈련의 장으로 변신했다. 밑에선 낑낑대며 올라가고 위에선 힘내라며 응원하고ㅡㅡ; 여기저기서 들리는 한국말에 서로 놀라 "한국인이세요?" 확인하고ㅋㅋㅋ 실컷 고생해서 올라갔더니 정작 위에는 조그만 신전 하나가 다였다. 시바... 이러긴가요ㅡㅡ? 저녁은 캄보디아의 전통 춤이라는 압사라(Apsara) 디너쇼 작년에 태국에서 봤던 칸톡 디너쇼보다 동작이 훨씬 섬세해졌다. 특히 손끝을 강조한 춤사위가 압권인데, 이 춤추는 여인상은 내일 가게 될 앙코르 사원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멜로디는 역시나 지루했고, 제공되는 뷔페도 딱히 먹을 게 없었다. 여기도 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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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망대해만큼이나 씁쓸했던 톤레삽

앙코르 유적이 있는 씨엠립 근처에 캄보디아 최대 호수 톤레삽(Tonle Sap)이 있다. 크메르어로 톤레(tonle)는 강, 삽(sap)은 거대한 담수호라는 뜻이다. 앙코르 사원과 킬링필드 외에는 딱히 유명 관광지가 없는 이곳에 이만한 호수가 있다는 건 관광업자들에겐 기회였을 것이다. 바로 관광용 모터보드를 만들고, 휴게소를 지어서 시내보다 비싼 값에 팔 생각을 했을 테지. 저 모터보트에 올라탄 순간 알았다. 타고 있는 사람은 우리뿐이란 것을. 우리가 가는 길이 노를 젓고 있는 현지인들에게 방해가 된다는 것을. 현실을 살아가는 그들의 진지한 삶을 아무렇지 않은 구경거리로 만들고 있다는 것을. 관광객을 발견한 아이들이 다라이를 타고 몰려들기 시작했다. 영어를 할 줄 모르는 그들이 내뱉은 말은 "Money." 같이 온 팀원 중 한 명이 과자를 내밀자 시무룩해져서 돌아가는 아이들을 보니 만감이 교차한다. 우리가 너희를 그렇게 만들었구나. 휴게소 한쪽에서 양식되고 있는 악어와 뱀을 두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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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패키지 난생 설화

작년 가을, 태국 학회에 간 것이 신의 한 수였나. 마지막 돌아오는 길에 잠깐 마주친 앙코르와트 사진이 그 후로 계속 아른거려서 올여름휴가의 목적지는 자연히 캄보디아로 정해졌다. 목적지를 정했으니 그다음엔 비행기표도 예약하고 숙소도 알아봐야 되는데, 그해 나는 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사회에 나가서 적응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고, 퇴근하면 곯아떨어지기 일쑤여서 학생 때처럼 여행을 준비한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패키지. 마침 내가 가고자 하는 앙코르와트가 포함된 6일짜리 상품이 단돈 599,000\에 나와 있었고, 또 마침 절친이 휴가를 같이 가자고 연락이 와서 난생처음으로 패키지 상품을 예약하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동남아 패키지에 관한 '난생 설화' 여행 상품은 6일로 나와 있지만, 밤 도착 새벽 출발이라 실상은 4일짜리이고, 가이드비 45$, 음료수(이건 왜 들어가 있는지ㅡㅡ;) 10$, 캄보디아 비자 30$, 그리고 옵션까지 추가 경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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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랑가바드 - 엘로라 석굴, 그리고 사색

아우랑가바드의 석굴사원 시리즈 2번째 엘로라(Ellora)로 향한다. 엘로라 석굴사원은 아잔타보다 조금 후인 기원후 5~10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12곳의 불교 사원, 17곳의 힌두교 사원, 5곳의 자이나교 사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제 갔던 아잔타는 순수 불교 사원인데 비해 여러 종교가 섞인 걸 보면 엘로라가 좀 더 인도답다는 생각. 1~12번 불교 석굴 외부는 아잔타와 비슷하지만 안에는 벽화 대신 불상이 있으며, 그 주위로 조각이 다들 에로틱해 보이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인도만의 종교적 특징인 듯하다. 힌두교의 종교화를 보면 알겠지만, 거의 모든 신은 남성과 여성의 미를 동시에 지니고 있으니. 하물며 힌두교보다 뒤에 나온 불교는 어떻겠나. 나는 인도의 이런 점이 참 마음에 드는 것이, 아무리 예술이라도 종교가 들어가면 뭔가 경건하고 정갈해야 할 것 같은데, 인도에서는 예술 그 자체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니 저런 말랑말랑한 종교 예술도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굽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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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랑가바드 - 아잔타 석굴과 패키지 아줌마들

새벽 5시도 안 돼서 아우랑가바드(Aurangabad)에 도착했다. 밖은 한없이 어둡지만 내 발걸음은 본능적으로 버스 터미널로 향한다. 어차피 지금 유스호스텔에 가봤자 문도 안 열었을 테니, 아우랑가바드에서 3시간 거리에 있는 아잔타 석굴부터 먼저 다녀오기로 한다. 버스에서 무한 헤드뱅잉을 하며 졸다 일어나 보니 어느새 아잔타(Ajanta). 매표소 쪽으로 부지런히 걸어가는데 한국말이 들려온다. 가이드인 듯한 남자를 따라가는 한 무리의 한국 아줌마와 비구니 승려들이 보여 반갑게 인사하니 내 복장을 보고 중국인인 줄 아셨다는ㅋㅋ 여자 혼자 온 게 대견하다고 입장권도 끊어주시고, 신라면에 계란 프라이를 곁들인 점심도 얻어먹었다. 오늘 완전 운수 좋은 날^^ 아우랑가바드 인근에는 거대한 석굴사원이 2군데 있다. 그중 아잔타는 벽화 중심의 석굴이 발달한 반면, 엘로라는 불상이나 기둥 같은 조각 위주로 지어졌다고 한다. 특히 아잔타의 경우 벽화의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일체의 활영을 금지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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뭄바이 - 인도 최대 도시의 클라스

벵갈루루-뭄바이 기차 34시간... 오랜만에 이틀을 꼬박 기차에서 보내 본다. 이번엔 6 좌석 모두 여자여서 상당히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는데, 극동의 아시아에서 온 여인이 펀자비를 입고 있는 게 신기한지 다들 질문 공세를 퍼붓는다. 호구 조사가 어느 정도 끝나자 이번엔 도시락 타임. 외국인인 나만 빼고 전부 도시락을 싸왔다. 아까 대기실에서 나키드가 사준 브리야니를 먹어서 배가 안 고팠지만, 다들 잔치라도 하듯 도시락을 들이밀어서 결국 커리, 짜파티, 커드를 배 터지게 얻어먹었다. 식사가 끝나고 나서도 계속 이어지는 수다... 여자들끼리 있으니 못할 얘기가 없다. 대부분 남자 이야기ㅋㅋㅋ 그중 제일 어린 스네하(벵갈루루역에서 만난 스네하와는 다른 인물)가 인도 남자를 특히 조심하라며, 그들은 집적거리기 위해 태어난 존재라고 절대 상종하지 말란다, 그리고 어딜 가든 가방 조심해라, 낯선 사람이 주는 음식은 먹지 마라, 물은 무조건 사 먹어라 등등의 인도 십계명도 빠지지 않았다. 고국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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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소르 - 마이 소울

이것이 마이소르(Mysore)의 첫인상이다. 조용하고 깨끗하고 기품 있는 도시. 옛날 마이소르 왕국도 이러하지 않았을까. 기분 탓인지 모르지만 사람들도 한층 젠틀해진 것 같다. 인도에 이런 곳이 다 있다니~ 대부분의 번왕국은 독립 이후 인도 정부로 흡수됐는데, 마이소르는 특이하게 아직까지도 왕가의 혈통이 유지되고 있다고 한다. 참고로 현재 마이소르의 마하라자는 Yaduveer Krishnadatta Chamaraja Wadiyar 이런 연유로 어딘가 절제미가 느껴지는 마이소르는 릭샤 왈라들의 막무가내식 들이댐이나 집적거림이 없어서 여행하기도 한결 수월했다. 숙소는 캘커타의 도미토리에서 만난 여행자가 추천한 Green lodge에서 욕실 포함 더블 60루피. 이름처럼 방이 온통 초록색이다. 공간도 넓고, 천장의 팬 소음도 거의 없고, 무엇보다 침대 위에 모기장이 레이스처럼 드리워져 있어 유서깊은 고저택에 묵는 느낌^^ 1층에 있는 레스토랑도 싸고 맛있고, 주인아저씨와 스탭도 친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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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데라바드 - 알라...

캘커타에서 바로 남부로 가기엔 뭔가 허전해서 중간에 한 곳을 찍는다는 게 하이데라바드(Hyderabad)가 당첨됐다. 이름에 '~abad'가 붙은 곳은 이슬람교도들이 세운 도시라고 해서 그 분위기가 궁금하기도 했고. 캘커타에서 하이데라바드까지 기차로 서른 시간이 넘게 걸리지만 인도에서 이 정도쯤이야ㅡㅡ; 이젠 숙소보다 기차에서 더 편하게 잘 정도로 인드레일에 완전 적응했다. 하이데라바드에 내려 기차역 바로 앞에 있다는 Hotel Asian을 찾았으나, 아무리 둘러봐도 안 보인다. 지나가던 검은 히잡을 쓴 여인에게 물어보니 내가 내린 곳은 세쿤데라바드(Secunderabad)역이고, 숙소에 나와 있는 주소는 남팔리(Nampali)역이란다. 응? 여인의 영어가 짧아서 지나가던 또 다른 아저씨를 붙잡고 물어보니 남팔리역이 하이데라바드역이고, 여기는 위성도시쯤 되는 세쿤데라바드라고 한다. 워낙 땅덩어리가 넓으니 대도시마다 기차역도 여러 개라는. 다행히 남팔리역으로 가는 버스도 알려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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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커타 - 시티 오브 조이

내가 캘커타를 처음 접한 건 오래된 영화 <시티 오브 조이>에서였다. <사랑과 영혼>의 로맨틱한 영혼 패트릭 스웨이지가 이번에는 되려 상처 받은 영혼을 캘커타에서 치유받는 이야기인데, - 사는 게 왜 이리 힘들죠? - 그래서 기쁨이 더 큰지도 모르죠. 인력거꾼 김첨지, 아니 옴 푸리와 이런 의미심장한 얘기를 주고받으며 진정한 삶의 기쁨이란 뭔지 되짚어보게 만든 영화였다. 그때 그 감동을 다시 느껴볼 수 있을까? 2002년도의 캘커타에서... 영국 식민지 시대의 중심지였던 캘커타는 딱 봐도 유럽이었다. 높은 빌딩과 빅토리아풍 건축 양식의 혼재, 도로에는 빽빽한 교통수단의 홍수, 수도 뉴델리보다 몇만 배는 더 모던한데 물가는 그보다 싸고, 골목 안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인력거가 돌아다니는 언밸런스한 풍경... 나는 이런 콜카타가 좋았다. 너무 인도스럽지 않아서 숨통이 트였달까. 오랜만에 묵어보는 도미토리도 좋았다. 여행자 거리가 있는 Sudder st.에서 2번째로 인기 있었던 Cent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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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나트 - 성지 순례는 아무나 하나

인도에는 총 세 군데의 불교 성지가 있다.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었다는 보드가야(Bodhgaya) 첫 설법을 펼친 사르나트(Sarnath) 열반에 들었던 쿠시나가르(Kushinagar) 이 세 곳 모두 바라나시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데,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문득 불교 이야기가 궁금해져서 바라나시에 온 김에 가장 가까운 사르나트까지만 다녀오기로 했다. 대중교통이 없어서 사이클릭샤를 탔는데 편도 2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가격은 20루피. 불교 성지라고 해서 마구 불교스러울 줄 알았는데, 불교 국가 위주의 절 몇 군데만 있을 뿐 사르나트는 그냥 조용한 시골 마을이었다. 한국 절에 가면 사르나트와 인도와 불교에 대해서 뭔가 설명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았으나,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마침 스님은 출타 중이셨고, 인도 관리인도 바쁜지 부엌에서 밥이나 먹고 가라는 말만 남기고 사라졌다. 그러고 보니 아침을 거르고 온 게 생각나서 염치 불고하고 쌀밥에 양파를 넣고 고추장에 비벼서 마구 퍼먹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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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나시 - 성스러움과 쌍스러움의 공존

사트나에서 탄 기차가 바라나시에 도착한 건 새벽 4시. 예상 시각보다 1시간이나 일찍 도착하다니 인도에서 이런 일이~~@@ 어두컴컴한 새벽에 정신 없이 내려서 제일 싼 값을 부르는 릭샤 왈라를 따라갔다. Om Vishwanath Lodge 욕실 포함 더블 80 루프탑 뷰가 기똥차다는 건 역시나 뻥이었다. 강가 바로 앞도 아니고, 골목 구석에 있어서 뷰도 별로고, 메인 가트에서도 완전 멀잖아ㅡㅡ+ 그냥 싼 맛에 묵었다. 언니랑 쉐어하니 인당 40. Puja GH 욕실 포함 싱글 50 언니가 바라나시를 떠나던 날 옮긴 숙소다. 메인 가트 바로 앞이어서 편하긴 한데, 모기가 많은 게 흠. 그래도 주인은 친절하고 개념도 있었다. 밤 10시에 숙박객이 안전하게 돌아왔는지 하나하나 체크하고 나서야 대문을 잠그더라는. 이것이 인도의 베네치아라는 바라나시의 클라스. 성스러운 갠지스강은 영국 식민지의 때를 벗기 위해 힌두식 이름인 강가(Ganga)로 개칭됐고, 오픈된 화장터 아래로 흘러내리는 강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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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주라호 - 색기가 흐르는 마을

아그라에서 카주라호까지는 좀 힘들게 이동했다. 기차가 바로 연결이 안 돼서 사트나(Satna)란 곳에 내려 버스로 갈아타야 하는데, 기차에서 만난 아저씨가 카주라호 버스는 일찍 끊겼다며 근처 호텔을 추천하는 바람에 아무런 정보도 없는 곳에서 200루피나 하는 비싼 곳에 묵게 된 것이다. 오후 3시면 버스가 끊길 시간도 아닌데 왜 단 한 번도 의심해보지 않았을까. 델리에서 자이푸르로 가는 기차에서 너무 친절한 사람들만 만나서 내가 잠시 정신줄을 놓은 모양이다. 아, 이제라도 정신 바짝 차려야지. 200루피는 교육비 낸 셈 치자. 다음날 아침, 첫차가 6:30이래서 늦을까 봐 서둘러 체크아웃하고 버스 스탠드로 갔더니 호텔에서 완전 가깝다. 버스가 오려면 아직 멀었다며 매표소 아저씨가 안으로 들어와서 기다리란다. 아무리 인도라도 11월의 아침은 꽤 쌀쌀해서 다들 담요를 둘둘 말고 있더라는. 안으로 들어가니 난로도 피워주고 따뜻한 짜이도 한 잔 내어주신다. 아, 정말 하늘은 한쪽 문을 닫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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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라 - 왕가의 무덤

자이푸르에서 아그라까지는 기차로 4~5시간 거리. 하지만 직접 표를 예매한 게 아니어서 시간대가 모두 제각각이다. 델리 편에서도 썼지만 여행사를 통해 거의 반강제로 구매했기 때문에 그들이 정한 스케줄대로 움직여야 하는 운명... 이번 자이푸르-아그라 기차도 내가 직접 예매했다면 한낮에 타서 어둑어둑한 밤에 도착하는 같은 스케줄은 피했을 텐데. 날이 어두워지니 숙소까지 갈 일이 또 걱정돼서 기차역 앞에 있는 프리페이드 릭샤를 이용했다. 하지만 가이드북에 나온 숙소로 갔더니 자리가 없다며 튕기고, 이 늦은 밤에 어디로 가나 겁이 덜컥 날 무렵, 걱정하지 말라며 마담한테 딱 맞는 숙소를 소개해주겠다는 릭샤 왈라. 그래, 삐끼는 이럴 때 필요한 거지.ㅋㅋㅋ 릭샤 왈라를 따라간 곳은 위대한 황제의 이름을 딴 Akbar Inn. 그 명성 못지않게 멋진 정원도 있고, 건물 외관도 완전 고풍스럽다. 심지어 욕실 포함 싱글룸에 온수까지 되는데 100루피밖에 안 한대서 당장 체크인했다가 그 온수가 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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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푸르 - 마냥 핑크빛은 아닌

자이푸르역에 내리자마자 우르르 몰려드는 삐끼들. 그중 80루피를 외치는 릭샤꾼을 따라 갔는데, 욕실 포함 더블이 120에서 더 이상 안 내려간다. 릭사꾼을 쳐다보니 자기도 어쩔 수 없는 듯 어깨만 으쓱해서 그냥 묵었다. 실컷 낯선 곳으로 데려와놓고 지는 커미션만 챙겨가면 된다는 심보. 질린다, 아주 그냥... 노 프로블럼이라 했지만, 인도의 숙소는 늘 그렇듯 프로블럼이 있기 마련이다. 벽에는 페인트칠이 벗겨져 흩날리고, 화장실에서는 계속 물 새는 소리가 나고... 하지만 그런 모습도 곧 익숙해지더라는. 급변하는 환경에 이토록 재빨리 적응하는 인간의 본능이 참으로 경이로울 따름이다. 80보다 비싸게 묵었으니 릭샤는 싸게 해 주겠다며 2박 3일에 150루피를 부르는 릭샤 왈라. 언뜻 둘러보니 외국인은 다들 릭샤를 타는 분위기여서 100으로 깎았는데 말렸다. 시내는 그냥 돌아다니고, 외곽에 있는 암베르 성만 타고 가도 됐었는데. 하지만 초장부터 릭샤 왈라한테 제대로 데어서 그다음부턴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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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 - 인도의 첫 번째 사기, 그리고 백만 번의 친절

왜 인도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20세기 마지막에 갔던 유럽에서 만난 라디오 PD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 나 자신을 찾고 싶을 땐 인도에 가라고. 마드리드에서 플라멩코 쇼를 기다리며 달달한 상그리아 한 잔 기울이고 있는 그 시끌벅적한 와중에도 그 말을 듣는 순간 이상하게 울림이 느껴졌다. 마치 언젠가는 꼭 인도에 가야 할 것 같은 신탁이라도 받은 것처럼. 그 후 한국으로 돌아와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갔지만, 마음 한 켠에는 늘 그때의 울림을 놓지 않고 있었던 것 같다. 대학생 때 인턴십을 하면서도, 그리고 말년에는 대학원을 준비하면서도 언젠가 될지 모를 인도 여행을 항상 준비하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대학원 시험을 치고 나서 발표일까지 2달 정도 시간이 났을 때 드디어 실행에 옮긴 것이다. 나 자신을 찾으러 가자고. 그래서 인디아. 비행기는 에어인디아. 아직 우리나라에 에어인디아가 취항을 안 해서 홍콩을 경유했는데, 사대천왕의 로망으로 가득했던 그곳의 공항은 너무나 지저분했다.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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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1 런던에서 일주일 살아보기

영국은 어차피 유레일 패스가 안 되니 한 달이라는 기한에 쫓겨서 급하게 돌아다닐 필요도 없고, 이번 유럽행의 종착지인 만큼 지치기도 했고, 뭘 봐야겠다는 욕심도 없어서 아웃하는 그날까지 일주일의 시간을 현지인의 시선으로 평범하게(?) 살아보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적당한 가격의 숙소가 필요한데, 학생인 우리에겐 저렴한 한인민박이 최선이었고, 파리의 흥부네에서 추천받은 Queen's house로 자연스레 예약이 진행되었다. 가격은 조식 포함 여성 전용 도미토리가 10파운드(1파운드 = 2000\). 파리에서 유로라인을 타고 도버해협을 건너 영국 땅에 도착했을 땐 한밤중이었는데, 그동안 유럽에서 봐온 국경의 모습과 전혀 다른 분위기에 순간 긴장했다. 여권을 꼼꼼히 체크하며 압박 질문을 마구 해대는 사람들. 여긴 어쩐지 유럽 같지가 않아... 라고 생각했더니 결국 브렉시트가 일어날 줄이야.ㅡㅡ; 아무튼, 그렇게 바짝 긴장하며 도착한 런던의 코치 스테이션에서 친히 외제차를 끌고 마중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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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2 미워도 파리

세계 3대 박물관이라는 루브르 박물관 저렇게 찍어놓으니 루브르인지 어느 시골에 있는 조그만 미술관인지 알게 뭐람. 애초에 내가 찍고 싶었던 건 저런 게 아니라 루브르 입구에 있는 투명한 유리 피라미드였는데... 하필 방문한 날이 그달의 첫 번째 일요일이었고, 무료입장이 가능한 날이어서 인파가 제대로 몰린 탓에 박물관 입구 광장의 유리 피라미드를 중심으로 건물을 돌고 돌아 겹겹이 줄 서서 기다리길 2시간. 옆 사람들 머리에 가려서 유리 피라미드를 제대로 볼 수도 없었지.ㅜㅜ 겨우 입장해서 모나리자를 보러 갔는데, 방탄유리를 씌워놔서 빛 반사 때문에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그림 사이즈가 너무 작아서 놀랐다는. 이것이 다빈치의 클라스였나ㅡㅡ? 그냥 소싯적에 갔던 어린이회관의 커다란 모나리자가 더 뭉클했던 것 같다. 과유불급이라고 했던가. 루브르의 전시물은 너무 방대해서 감히 하루 만에 섭렵할 수 없었고, 유럽의 투머치 살롱문화는 결국 우릴 체하게 만들었다. (독일부터 프랑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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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2 가우디의 도시 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에서 제일 먼저 생각나는 건 싸디 싼 아리랑 민박이다. 방 2개에 거실 하나인 조그만 아파트에서 참 많은 인연을 만났었지. 인당 1000페세타(한화로 7~8천 원)라는 경이로운 가격대에 비록 청결하진 않지만 최대한 도움이 되고자 했던 친절한 주인 노부부도 계셨고. 구석 공간에 알아서 잠자릴 만들었던 우리 자매를 착하다며 머리도 여러 번 쓰다듬어 주셨더랬는데. 그리고 아마 여기서부터였던 것 같다. 스페인-프랑스-영국으로 이어지는 한인민박 연계 시스템으로 만났던 인연을 또 만나고 비슷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나이, 성별 불문하고 '배낭여행' 하나로 전우애를 다졌던 우리. 한국으로 돌아가면 꼭 다시 보자고 약속에 약속을 했건만, 돌아와서 각자의 삶에 충실하느라 어느새 추억으로만 간직하게 되었지. 잘 살고 있을까, 다들... 그리고 안토니 가우디 스페인이 낳은 희대의 천재 건축가 직선의 허용을 일체 용납하지 않았던 곡선의 로맨티시스트 바르셀로나는 그가 남긴 수많은 작품으로 인해 충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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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1 노숙의 추억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스페인 마드리드로 가는 기차 역시 예약을 해야 했다. 2인 1445에스꾸두(1esc = 6.5\) 마드리드에 도착하자마자 다음 구간인 바르셀로나와 파리까지도 미리 예약을 해놓고 나니 그제서야 드는 생각, 이놈의 유레일 패스는 서유럽 몇몇 국가만 적용되는 건가? 그래 놓고 한 달 프리패스라고 퉁쳐서 50만 원에 팔았나? 여기는 세고비아의 로마 수도교 마드리드에서 기차로 1~2시간 거리에 있는 곳이다. 이 정도 짧은 구간은 다행히 예약이 필요 없어서 유레일 패스로 가볍게 이동했는데, 세고비아에 도착하니 햇볕의 수준이 상상을 초월한다. 땡볕이 거의 직선으로 내리 꽂히는 느낌ㅡㅡ; 이렇게 황량하고 메마른 곳이니 예로부터 이런 상수도 시설이 필수였는지도 모르겠다. 저 돌길 속에서 어떻게 물을 끌어오나 했더니 이런 원리가 숨어 있었군. (이미지 출처: http://realty.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2/02/2016120202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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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1 리스본이 좋다

드디어 로마에서의 마지막 날, 부푼 가슴을 안고 기차역으로 출발했다. 이 더럽고 무질서한 이탈리아는 이제 안녕이라며. 하지만... 스페인으로 들어가는 기차는 유레일 패스와는 별도로 예약표를 요구했고, 그 금액이 자그마치 5천 페세타. 달러로 환산하면 50$이고, 2명이면 100$가 든다는 얘기ㅜㅜ 무슨 예약비가 10만 원이 넘냐며 충격과 짜증이 뒤섞여 잠시 멘붕이 왔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그 길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유레일 패스가 있으니 최대한 서쪽까지 갔다가 국경부터 타면 될 것을. 그래서 생각해낸 루트는 로마-밀라노-파리-바르셀로나. 밤기차를 이틀 연짱 타야 하지만, 어차피 컴파트먼트 하나 점령해서 자면 되니까 문제될 것도 없겠다 싶었다. (하지만 저 구간은 사람도 많고 컴파트먼트를 잠글 수도 없었다는ㅡㅡ;) 밀라노를 거쳐 다음날 아침 파리 리옹역에 도착하니 새삼 선진국 냄새가 난다. 그래, 이탈리아는 유럽이 아니었어... 하지만 프랑스는 또 그만의 진입 장벽이 있었으니 자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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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3 꽃 같은 피렌체

피렌체는 프라하 다음으로 아름다운 도시였다. 그래서 '꽃의 도시'라고도 하며, 영어로는 Florence라고 하는구나. Duomo, 피렌체의 모든 것. 세상 어디에 이토록 화려하면서도 독특한 성당이 있을까. 르네상스가 시작된 곳인 만큼 그 예술의 밀도는 엄청나다. 두오모 맞은편에 있는 저 황금색 문은 산 지오반니 성당의 상징인 천국의 문(Porta del Paradiso) 아이러니하게도 이 두 건물의 건축가는 서로 라이벌이었지만, 그렇기에 더욱 각자의 소질을 빛내줄 수 있는 작품을 세상에 내놓았으니 이만한 윈윈이 또 어디 있겠나. 잘생긴 다비드상이 마중 나온 듯 서 있는 우피치 미술관 이 더운데 1시간이나 기다려 12000리라나 하는 입장료를 내고 들어갔다. 미술사에 크게 관심 없는 사람과 극명한 사람 간의 취향을 서로 존중하지 못해서 벌어진 일... 로마에서 실컷 본 르네상스의 산물을 여기서 재탕하고 있으려니 나는 그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와서 고작 유물만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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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2 폼페이의 그날

로마 테르미니역에서 나폴리로 가는 기차를 탄 순간 또 한 번 느꼈다. 이탈리아는 결코 쉽지 않은 나라라는 것을. 더러워도 더러워도 어쩜 이리 더럽단 말인가! 나폴리까지는 기차로 2시간이 걸렸고, 기차역에서 폼페이까지는 생각보다 가까웠다. 천천히 걷다 보니 어느새 폼페이 유적 입구 입장료는 12000리라 폼페이는 원래 농업과 상업이 발달한 도시였다고 한다. 그래서 돌아다니다 보면 규모는 넓진 않으나 구획 정리가 꽤 잘 되어 있고, 도로 폭은 좁지만 차도와 보도가 확연히 구분되어 있으며, 수도관이 발달해 있어서 그 옛날에도 도시계획이 꽤 잘 된 곳이란 걸 알 수 있다. 그런데 왜 하필 Vesuvio산은 그날 폭발한 걸까? 마침맞게도 화산이 폭발하던 날은 불의 신 Vulcanus를 기념하는 축제일이었다고 한다. 떠들썩한 분위기 때문에 땅의 진동도 제대로 느끼지 못했는데, 저 멀리서 밀려오는 심상찮은 먹구름을 보며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마 그럴 틈도 없이 화산재가 순식간에 덮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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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1 로마는 힘들어

로마는 카오스였다. 기차역은 한없이 지저분하고 정신없고, 신호등은 왜 있는지 모를 정도로 도로 위는 무법천지였으며, 거리에는 소똥 개똥 파리똥... 그들의 선조들이 물려준 유산이 아니었다면 여긴 당최 올 만한 이유가 하나도 없단 말이지. 더 웃긴 건 이 느낌을 3년 후 인도에서 고스란히 느꼈다는... 이것이 이탈리아의 첫인상이었다. 기차역에서 만난 삐끼들은 하나같이 1박에 3만 리라(1Lire = 0.7\)를 제시했고, 땐땐한 우린 끝까지 2만을 불렀으며, 그렇게 하나둘씩 나가떨어지더니 결국 단 한 명의 삐끼만이 남았다. 사실 처음부터 그들을 따라갈 생각이 없었기에 그냥 던져본 가격인데 딜이 성사되어 우리도 얼떨떨했다는. 하지만 말도 안 되는 가격을 덥석 문 삐끼는 숙소로 가는 버스비도 내주고, 숙소 주인과 싸우면서까지 2만에 성사시켜주었다. 뒤늦게 고맙네. 인사도 제대로 못했는데... 숙소는 비록 후졌지만, 주변 상권은 대박이었다. 바티칸과 콜로세움, 포로 로마노 등 유명 관광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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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 알프스에 대한 환상

여기가 바로 말로만 듣던 알프스 정확한 지명은 인터라켄(Interlaken)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스위스 루체른으로 갔다가 거기서 다시 기차를 갈아타고 내린 곳. 하지만 오늘의 목적지 융프라우요흐(Jungfraujoch)에 가려면 산악 기차를 한 번 더 갈아타야 한다 슬프게도 산악 기차는 유레일 패스가 적용이 안 돼서 인당 110프랑(1프랑 = 800\)의 거금을 별도로 지불해야 했다. 그렇게 몇 번의 환승을 거쳐 올라간 융프라우는 온통 눈으로 뒤덮여 있어 어디가 어디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으며, 심지어 통유리로 막아놔서 굳이 여기까지 올라온 보람을 느낄 수가 없더라는. 9만 원에 달하는 차비는 왜 낸 건가.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 같은 풍경을 느끼고 싶다면 그냥 인터라켄까지만 가시길.ㅜㅜ 루체른으로 돌아왔더니 벌써 해가 저물어간다. 이렇게 아름다운 호반의 도시를 이대로 떠나야 하다니... 유럽은 참 독특한 대륙 같다. 밤기차만 타면 다음날 아침엔 다른 나라에 도착해 있고, 솅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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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 어딘가 허전했던 부다페스트

지금도 생각난다. 부다페스트 기차역에서 노란 커플티를 입고 호객하던 발리 아줌마네 부부를. 2주 정도 되는 시간 동안 유럽을 돌면서 숱하게 들어왔던 그들의 명성을 실물로 영접한(?) 순간, 엄마 미소를 한껏 띠며 가슴팍에 달린 태극기 배지를 뽐내던 발리 아줌마와 니콜라스 케이지를 닮은 발리 아저씨. 정작 한국어는커녕 간단한 영어 몇 마디로 겨우 의사소통을 하는 그들이었지만, 게스트 한 명 한 명 세심하게 신경 써준 덕분에 부다페스트에서는 내 집처럼 편하게 잘 묵었다. 여기가 바로 발리 아줌마네 아파트 한 집에 방 3개씩 총 두 채를 운영하는데, 더블룸이 8$로 상당히 저렴하다. 욕실이 하나밖에 없어서 사람이 많을 땐 기다려야 하지만, 지금까지 가 본 민박 중 가장 청결해서 좋았고, 발리 아줌마가 가끔 만들어주는 헝가리 음식도 감동이었다. 파프리카 란쵸... 아직도 그 맛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헝가리 건국 1000주년을 기념해 조성된 영웅광장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국회의사당 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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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2 비 내리는 잘츠부르크

뮌헨까지는 해가 쨍쨍하다가 오스트리아부터 비가 찔끔찔끔 내리더니 잘츠부르크에 도착하니까 주룩주룩 장대비가 내린다. 그래도 우리는 꿋꿋하게 강행해 본다. 오스트리아가 나은 음악의 신 모차르트를 찾아서.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어리바리하면서도 광기 어린 모습으로 인상 깊었던 그의 생가는 사람들로 미어터졌다. 독일의 본에서 한산했던 베토벤 생가와는 사뭇 비교되는 모습. 스산한 날씨 탓인지 오늘따라 부쩍 두 영혼이 생각난다. 두 사람 모두 영화 <아마데우스>와 <불멸의 연인>에서 종류는 다르지만 나름의 불행한 유년기를 겪었고, 천재이기에 평범하고 싶었으나 그럴 수 없었던 청년기를 보냈으며, 그런 스트레스가 쌓이고 쌓여 신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아픔이 와서 요절하거나 고통스럽게 생을 살다 간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비록 모차르트 상표를 내건 초콜릿은 분홍빛으로 화려하게 물들었지만, 그의 생과 사를 생각했을 때 저 초콜릿은 도저히 못 먹겠더라. 하지만 사진으로는 남기고 싶었다. 그리고 그것이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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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1 문화재보다 영화제가 좋았던 빈

독일에서 오스트리아로 넘어왔는데, 여전히 독어를 쓰고 있으니 계속 독일에 있는 느낌. 하지만 분위기는 확실히 달라졌다. 건물이 독일만큼 아기자기하지가 않다. 웅장하긴 한데 어딘가 디테일이 부족해 보여. 바로 마리아 테레지아 동상이 있는 왕궁(Hofburg)를 보고 든 생각이다. 국가의 안위를 위해 자식들을 정략결혼에 이용한 엄마 합스부르크 왕가의 후손 중 여자로서 유일하게 왕위에 오른 오스트리아의 국모 게다가 남편과의 금슬도 좋아서 20년간 배불러 있었고, 16명의 자녀를 낳은 다산의 여왕 그런 오스트리아니까 뭔가 여성스러운 섬세함 같은 게 있을 줄 알았는데, 독일에서 이미 중세의 정수를 봐버려서 그런지 별 감흥이 없다. 쇤부른 궁(Schloβ Schönbrunn)도 그랬다. 웅장하긴 한데 심플하기 그지없는 드자인 언덕 꼭대기에서의 전망은 좋았지만...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과 비엔나 숲(Wiener Wald) 빈 서역에서 버스를 2번이나 갈아타고 온 보람이 충분히 있었다. 공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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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5 동화나라 퓌센

밤사이 다시 독일에 떨어졌다. 유레일 패스의 마법과도 같은 공간 이동. 3번쯤 오니 이젠 독일이 고향처럼 느껴진다. 가이드북에서 찜해둔 고성을 개조했다는 호스텔로 가기 위해 기차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해당 역에 내려 열심히 걸어갔는데 지하에 있는 도미토리에 배정받았다. 같은 가격에 서양인들은 지상층 도미에서 묵는다는 걸 그날 밤 알게 되자 본에서 당했던 racism이 떠오르며 다시금 욱하더라는. 대한민국이 이렇게 약소국의 이미지일 줄은 몰랐네. 비록 옛 성을 개조한 만큼 운치도 있고, 조식도 괜찮았지만, 차라리 이런 대접을 받을 거면 돈을 더 주고라도 시내에 묵을 걸 그랬다. 왜냐하면 뮌헨에는 Alte, Neue, Moderne Pinacothec 같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미술관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설령 입장료가 있다 하더라도 저렇게 거대한 문화 공간이 시내 곳곳에 포진해 있는 걸 감안하면 뮌헨은 꽤 매력적인 도시가 아닌지. 게다가 매 시간마다 인형쇼를 볼 수 있는 근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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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 프라하의 여름

체코까지는 유레일 패스가 적용되지 않아서 독일 국경 Schöna에서 프라하까지 기차표를 따로 예매했다. 17.6마르크. 동유럽이라 바짝 긴장했는데, 국경에서 스탬프 한 번 찍고 끝. 독일 이후 처음으로 받아보는 스탬프가 신기해서 엄지척을 해주니 경찰도 뿌듯해하더라는.ㅋㅋ 하지만... 기차에서 내려 역사로 들어서는 순간 벌떼처럼 몰려드는 삐끼에 어안이 벙벙해지고, (독일과 네덜란드가 얼마나 젠틀했는지 체코에 와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렇게 얻어걸린 삐끼를 따라 가느라 처음엔 시세보다 조금 비싼 데서 묵어야 했지만. 프라하의 구시가지가 품고 있는 콘텐츠는 그 어느 곳보다도 풍성해서 결국 유럽 최애 도시가 되고 말았다. '프라하의 봄'의 상징인 바츨라프 광장은 저 음산한 국립박물관에서 시작된다. 입장료는 35코루나 또는 1유로. 올림픽 역사부터 악기, 자연사 등등 일관성은 없지만 거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박물관에서 반나절쯤 보내고, 박물관 앞으로 난 길을 따라 쭉 직진해서 내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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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 암스테르담과 풍차, 그리고 커피 한 잔의 추억

섹스와 마약의 도시 암스테르담의 첫 인상은 우울... 흐린 날씨도 한몫했지만, 약 먹었는지 눈 풀린 아이들이 대놓고 구걸을 해서 식겁했고, (여긴 선진국이 아니었던가?) 달갑잖은 트래블 메이트를 만나 체코까지 얼떨결에 합류한 까닭에 그 우울함이 배가된 느낌... 아닐 땐 확실하게 No라고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쓸데없이 착한 건 나도 상대도 모두 피곤하게 한다는 걸 머지않아 깨닫게 되었으니. 하지만 그가 추천한 숙소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기차역에서 트램을 타고 조금 외곽으로 나가야 하지만, 2층 침대 10개가 마구 나열된 믹스 도미토리의 신세계를 경험할 수 있었고, '악마의 크림'이라는 누텔라의 매력도 발견할 수 있었으니. 조식이 Bonn의 럭셔리 호스텔 이후로 점점 일취월장하고 있다. 먹는 것에 약한 우리ㅋㅋㅋ 암스테르담의 중심 담 광장 왕궁과 각종 박물관과 마담터소와 곳곳에 희한한 퍼포먼스가 펼쳐지는 곳. 여기뿐만 아니라 근처 중앙역도 멋있고, 그 주변을 가로지르는 운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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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4 베를린에 실망하고 드레스덴에 반하다

처음 밤 기차를 탔는데, 에어컨이 너무 셌나 보다. 둘 다 감기에 된통 걸려서 컨디션이 말이 아니게 됐다. 설상가상 1시간이나 걸려 찾아간 호스텔에서는 방이 없다며 튕겨 나왔고... 우리 아프고 힘든데 뭐 좀 먹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하여 처음으로 외식이란 걸 했다. 카이저돔 근처 식당에서 샌드위치 2.6마르크 먹고 힘내서 간 곳이 에로틱 박물관 10마르크 (어디까지나 궁금해서ㅡㅡ;) 2차 대전의 잔상 때문에 더욱 우울했던 베를린의 카이저 빌헬름 교회 날씨도 우중충한데 숙소도 못 잡고... 그래서 또 밤 기차를 감행하기로 한다. 그나마 유레일 패스가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 위로해보지만, 도대체 이놈의 나라는 무슨 시간을 그리도 칼 같이 지키며, 시설만 고급진 이체(ICE)의 에어컨은 무슨 냉동고처럼 세냐고 불평에 불평을 하다가... 좀 느슨한 나라로 가볼까 하여 선택한 곳이 네덜란드.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우린 그렇게 암스테르담으로 가게 되었고... (네덜란드 편 https://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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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3 쾰른 성당과 라인강

쾰른역에 내리자마자 눈에 들어온 거대한 고딕 물체 여기가 바로 말로만 듣던 중세 고딕 양식의 결정체 쾰른 대성당이다. 오토 카메라의 한계로 전체 모습은 못 담았지만, 그날의 기억만은 생생하게 간직하고 있다. 성당 안이든 밖이든 장엄하지 않은 곳이 없었으니. 처음엔 성당 안에서만 죽쳤는데, 돌아다녀보니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는 입구가 보여서 나선형의 끝없는 계단이 좀 걱정되지만 도전해보기로 한다. 입장료는 1.5마르크 세어보진 않았지만 왕복 천 개에 달하는 계단을 오르고 올라 정상에 이르니 그 끝에는 라인강이 흐르는 쾰른의 멋진 구시가지 뷰가 기다리고 있었다. 사진에는 비록 안개가 낀 것처럼 나오지만, 저때 날씨가 너무 좋아서 아마도 필름에 빛이 들어간 듯. 성당에서 내려와 후들거리는 두 다리를 진정시키며 라인 강을 건너 본다. 그러다 한국인 여행자를 만나 다리 건너편에서 오랜만에 투샷도 찍어 보고. (인물 사진 이미지 툴: BeFunky) 이날은 한국인과 인연이 있었는지 쇼핑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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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2 호스텔 첫경험

베토벤의 도시이자 옛 서독의 수도였던 본(Bonn) 하지만 그 명성 치고 가이드북의 정보가 너무 부실해서 또 걱정이 한바가지다. 그땐 여행 정보를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도 없었고, 심지어 인터넷 카페도 거의 없던 시절이어서 기차역 근처에 있는 인포메이션이 유일한 정보통이었는데, 거기서 알려준 인터내셔널 호스텔 가격이 무려 하루 생활비에 버금간다. 게다가 기차역에서 버스를 타고 한참을 들어가야 한다는.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으므로 일단 찾아가 보기로 한다. 기차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인포메이션이 알려준 번호의 버스에 올라타며 "학생"이라고 했더니 어린이 요금(1.8마르크)을 끊어줘서 본의 아니게 싸게 이동했다. 그렇게 30분쯤 달려서 꽤 외곽인 듯한 허허벌판에 내려서 당황하는데, 사람들이 어떤 골목 안으로 들어가는 게 보여서 따라가니 전원주택 같은 어여쁜 집이 마구 늘어서 있는 게 아닌가. 시골이 아니라 부촌이었나ㅡㅡ? 전원주택이 늘어선 골목 끝에 이르자 오색 국기가 펄럭이는 호텔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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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1 프랑크푸르트에서 시차 적응하기

일본 간사이 공항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오사카-프랑크푸르트 구간을 14시간 동안 날아서 겨우 도착한 독일 거대한 프랑크푸르트 공항으로 나오니 멍해진다. 여긴 어디ㅡㅡ? 나는 누구ㅡㅡ? 사람들이 이동하는 방향으로 걷다 보니 지하철 매표기가 보인다. 헤매고 있는데 옆에서 표를 뽑던 독일 부부가 도와주셨다. 다, 당케... 공항에서 프랑크푸르트 중앙역(Hauptbahnhof)까지 지하철 5.9마르크(1999.06 당시 환율 1DM = 600\) 중앙역에 내리니 바로 인포메이션이 보인다. 혹시 몰라서 1마르크짜리 시내 지도를 사들고 호기롭게 밖으로 나왔는데... 유럽 온 첫날부터 한국인한테 픽업당했다. 기차역 앞에 죽치고 앉아 있을 줄이야ㅡㅡ; 나중에 알았지만 이것이 한인들이 한국 여행자를 호객하는 방식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끌려간(?) 곳은 다행히 가이드북에 나온 서왕모텔. 처음엔 인당 60마르크라고 하더니 우리가 주저하니까 바로 30마르크라며 꼬리 내려서 그냥 묵기로 했다. 오랜 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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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산책 - 신카이 마코토 감독과 신주쿠

밤에 잠들기 전, 아침에 눈 뜨는 순간, 나도 모르게 비가 오길 기도했다. 맑은 날엔 마치 어린애처럼 유치하게 마냥 초조해졌다. - <언어의 정원> 중 타카오의 독백 비 오는 날 신주쿠공원을 산책하는 것. 도쿄 와서 해 보고 싶은 로망 중 하나였다. 하지만 비는 당최 내리질 않고, 귀국날은 다가오고, 초조하게 하루하루 보내다 결국 아쉬운 대로 해가 쨍쨍한 날 신주쿠공원을 찾았다. 그렇게 신카이 마코토 작품에 나온 신주쿠 명소들을 산책하듯 둘러보았다. 신주쿠교엔(新宿御苑) 언어의 정원 도쿄에 있는 공원 중 몇 안 되는 유료 공원이라 사람이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9시 오픈에 임박해서 가니 대기줄 대박이다. 일본은 공원도 오픈런하나? 혼자 생각하는데, 뒤에 서 있는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린다. "쿄와 무료데스." '무료'가 일본어로도 발음이 같구나. 그러고 보니 오늘은 어린이날. 원래는 입장료가 500엔이지만, 어린이날엔 무료여서 다들 한 보따리씩 먹을 걸 싸들고 피크닉 온 거였다.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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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롯폰기 건축 여행 - 국립신미술관, 도쿄 미드타운

떠날 때가 되어서야 비 내리는 도쿄. 이런 날엔 실내 나들이가 짱이다. 오늘은 롯폰기에서 주목할 만한 건축물 2곳을 둘러보기로 한다. 국립신미술관(国立新美術館) 건축만으로 가 볼 만한 구로가와 기쇼의 유작 미국의 비벌리힐스나 우리나라의 압구정처럼 부촌으로 시작된 롯폰기(六本木, Roppongi), 그중에서도 국립신미술관으로 가는 길은 오르막과 골목길의 콜라보다. 초행자에겐 상당한 난이도를 자랑하지만, 일단 언덕을 올라가면 파도 치듯 일렁이는 곡선의 신기방기한 건축물을 볼 수 있는데, 여기가 바로 일본 현대 건축의 거장 구로가와 기쇼(黒川紀章, 1934~2007)가 설계한 국립신미술관(国立新美術館)이다. 구로가와 기쇼는 안도 다다오(1941)나 구마 겐고(1954)보다는 조금 이른 세대 사람으로, 롯데월드(출처: 위키백과) 우리나라와는 1989년 국내 최초 실내 테마파크로 개장한 롯데월드를 설계한 인연이 있다(관련 기사). 그러고 보니 사진 속 롯데백화점의 굽이진 파사드가 국립신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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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하마 개항장

19~20세기, 조선을 비롯한 동양의 여러 나라를 식민지 삼았던 일본. 그런 일본도 일찍이 서구 열강의 위협을 받은 적이 있다. 바로 조선에서 제너럴셔먼호 사건과 신미양요를 일으켰던 미국이다. 요코하마 아카렌가 소코에 전시된 역사화 1853년, 미국의 페리 제독은 아시아 원정을 목표로 일본 시모다항에 당도해 무력 시위를 벌였다. 그들의 요구 조건은 무역을 위한 개항. 당시 쇄국정책을 고수하던 일본은 청나라가 아편전쟁으로 무너지자 서구 열강에 두려움을 느끼며 미일화친조약을 체결한다. 그 결과 시모다와 하코다테가 개항되고, 그로부터 4년 후인 1858년에는 미일수호통상조약이 체결되면서 요코하마, 나가사키, 니가타, 고베가 차례로 개항되는데, 그중 요코하마는 도쿄에서 전철로 30분 정도 걸리는 가까운 거리에 있다. 그 개항장의 역사 속으로 발걸음해 본다. 요코하마역 Yokohama Porta 도쿄역에서 요코하마역로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은 요코스카선이나 우에노도쿄선을 타는 것이다. 구글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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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B컷

여행에서 목적 없이 걸어본 적이 거의 없다. 그래서 길을 걷다 우연히 마주친 금쪽 같은 B컷이 기억에 더 남을 때가 있다. 최첨단 메트로폴리탄 시티 도쿄에서 크게 주목받진 않더라도 일본다움 하나로 족한 풍경들을 지금 풀어 본다. 닌교초(人形町) 도쿄역에서 니혼바시를 지나 오른쪽으로 직진하면 에도 시대 인형극 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이 살았던 마을 닌교초(人形町)가 나온다. 지금은 수차례 산업혁명으로 극장과 인형사는 사라지고 현대판 카페와 상점이 들어섰지만, 그래도 에도 시대 태엽인형 시계탑 닌교초 가라쿠리야구라(からくりやぐら)는 예전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시계탑에서 인형 그림이 그려진 곳과 검은단 위의 유리 상자 안에는 인형이 숨어 있는데, 매일 11~19시 사이 1시간 간격으로 정각에 인형쇼가 펼쳐진다. 순산에 영험 있다는 스이텐구(水天宮) 신사 올드한 가게와 가정집이 있는 골목길 콘크리트 벽을 뚫고 박아넣은 자판기. 그 누구도 아닌 자판기만을 위한 자리. 소소한 골목에서 녹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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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다크 투어리즘 - 야스쿠니 신사, 영친왕 저택

암울하지만 알아야 할 역사가 있는 다크 투어리즘은 늘 양가적인 감정이 들게 한다. 여기까지 왔으니 보고 갈 것인가 아니면 우울해질 게 뻔하니 그냥 건너뛸 것인가... 물론 나의 선택은 늘 가는 쪽이었지만. 야스쿠니 신사 정국 신사 그래서 가 보았다. 말 많고 탈 많은 야스쿠니 신사(靖国神社, 정국신사)에. 1868년 왕정을 복고하자는 유신파와 도쿠가와 세력을 유지하자는 막부 간의 내전이 일어나면서 메이지유신의 서막을 연 보신전쟁(戊辰戦争)의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세워진 이곳은 처음에 '쇼콘사(招魂社)'란 이름으로 건립되었다. 한자 그대로 '죽은 사람의 혼령을 위로하는 곳'이다. 그러던 1879년 메이지유신 덕분에 에도성에 무혈 입성한 메이지 덴노가 이곳에 참배를 오면서 '나라를 안정케 한다'라는 뜻의 '야스쿠니(靖国)'로 개칭했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한국의 충렬사처럼 애국공신의 위패를 모시는 곳이었다. 하지만 2차 대전 때 진주만을 습격하여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주범 도조 히데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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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긴자 명소 - 무지(무인양품, 무지 호텔, 무지 베이커리, 파운드 무지)

17세기 에도 시대 화폐 주조를 담당했고, 각 지방으로 가는 길에 바시(다리)가 만들어지면서 상권이 발달한 긴자는 그래서 예로부터 은행이 밀집된 상업 중심지였다. 그런 이유로 현재 맨해튼 5번가에 버금가는 명품거리가 조성되었고, 우리나라에선 다이소보다 조금 비싼 중저가 상점에 해당되는 무인양품(無印良品)이 무지 호텔로 거듭나며 긴자의 노른자위를 점령했다. 개인적으로는 츠타야 서점의 설립자 마스다 무네아키보다 무인양품의 아트 디렉터 하라 켄야가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이 더 마음에 들어서 한 번쯤 묵어보고 싶었으나, 오뉴월엔 이미 예약이 꽉 찼다. 그래서 매장이라도 성실히 둘러보려고 애썼는데, 그러면서 느낀 건 나의 결이 무지와 꽤 어울린다는 것. 하물며 외국 물건 중 일본다움을 모아놓은 파운드 무지(Found MUJI)마저 좋더라. '시대와 국경을 초월한 무인양품'이란 캐치프레이즈 아래 다양한 국가를 돌아다니며 무인양품다운 걸 찾음으로써 사례를 통한 귀납적 정의를 한 발상도 참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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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긴자 명소 - 이토야

명품숍이 즐비한 긴자에서 문구의 명품화를 선언한 곳이 있다. 무려 12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레드 클립의 창시자 이토야(伊東屋, Itoya)가 그 주인공이다. 빨간 클립의 전설, 이토야 흔한 클립에 정열의 빨간색을 최초로 입혀 판매한 팬시 문구의 대가 이토야(伊東屋). 그래서인지 명품 거리에서 유독 눈에 띄는 저 빨간 클립 간판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토야 초창기 모습(출처: 이토야 공식 홈페이지) 이토야의 시작은 메이지 시대인 1904년, 이토 가쓰타로(伊藤勝太郎)가 긴자 3쵸메에 창업한 '와한양문방구(和漢洋文房具) STATIONERY'가 그 전신이다. 메이지 유신 이후 서양 문물이 물밀듯이 들어오자 가쓰타로는 문구를 통해 서양의 효율적인 업무 처리 방식을 제안했는데, 그런 그의 전략이 먹혀들며 문구점은 번성하였고, 건물도 3개 층으로 증축하는 등 승승장구하지만, 1923년 관동 대지진으로 소실되면서 마루노우치 지역으로 이전하게 된다. 그 후 긴자에 다시 신축, 전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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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긴자 명소 - 도큐플라자긴자

긴자의 세련된 건축물 사이에서 매우 독특한 외관으로 눈길을 끄는 도큐플라자긴자(Tokyu Plaza Ginza). 언뜻 보면 그저 흔한 쇼핑몰 같은데, 그 안에는 쇼핑 매장 말고도 다양한 전시로 볼거리 즐길거리 가득하다. 2층 싱가포르 차 브랜드 TWG 입구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 제일 먼저 맞닥뜨린 매장은 놀랍게도 싱가포르 차 브랜드 TWG. 럭셔리의 대명사 긴자에서 찻잎계의 럭셔리 대명사 TWG가 있는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닌데도 지금까지 순수 일본 브랜드만 봐서 그런지 간만에 보는 외국 브랜드가 오히려 낯설다. 차 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모로코계 프랑스인 타하 북딥과 인도계 홍콩인 마노즈 무르자니가 아시아 무역의 거점 싱가포르로 건너와 설립한 TWG(The Wellness Group)는 브랜딩 방식이 매우 독특하다. 창립 연도는 2007년이지만, 로고에는 싱가포르에 처음으로 상공회의소가 생기며 차 무역이 시작된 1837년을 새겨 전통 있는 콘셉트로 나간 것. 거기다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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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긴자 명소 - 긴자식스(GSIX)

메이지 시대 은행(은화 제조소)이 집결된 곳이어서 은이나 화폐를 뜻하는 은(銀), 자리 좌(座), 그래서 긴자(銀座)로 명명된 이곳에는 전 세계 내로라하는 브랜드 샵이 밀집되어 있다. 도쿄역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옆동네여서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역과 명동의 포지션 같달까. 그만큼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인데, 그중에서도 특별히 긴자식스(GINZA SIX, GSIX) 일대는 5월 골든 위크를 맞이해 차도를 모두 막아놓았다. 황금 연휴에 도쿄를 방문한 사람들을 위하는 이 도시의 배려가 느껴지는 순간. 그런데 왜 하필 여기만 특별 대우를 받는 걸까? 건물 이름 자체에 '긴자'가 들어가서일까? 긴자 최초 백화점 마쓰자카야(松坂屋) 마쓰자카야 백화점, 1925(출처: 올드 도쿄) 일본 최초 서양식 백화점이 미쓰코시 니혼바시 본점(1904)이라면, 긴자 지역에서는 1924년 지금의 긴자식스 자리에 개점한 마쓰자카야(松坂屋)였다. 지하 1층, 지상 8층의 어마어마한 규모로 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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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라이프스타일 큐레이션 숍 - 츠타야서점

소유의 경제는 '경험의 경제'로 진화하고 있다. 그 경험 경제를 이끄는 주체는 자본이 아니라 누군가가 지닌 '라이프스타일'이다. - <매거진 B Vol.37 : 츠타야(TSUTAYA)> 중 1983년 오사카 히라카타시의 조그만 가게에 책과 음반, DVD 대여 판매점으로 시작한 츠타야서점(Tsutaya Books, 蔦屋書店)은 현재 천여 개가 넘는 매장을 보유한 명실상부 일본의 국민 브랜드가 되었다. '츠타야(蔦屋)'라는 이름은 설립자 마스다 무네아키의 할아버지가 운영하던 가게 이름으로, '담쟁이(蔦)가 있는 집(屋)'이란 뜻이다. 그 네이밍부터 유서 깊은 사연을 머금은 만큼 마스다 무네아키의 철학도 남다른데, 그가 운영하는 그룹 CCC(Culture Convenience Club)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에 편의성을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한다. 오사카부 히라카타시에 있는 츠타야서점 1호점(출처: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 츠타야서점의 스토리를 이해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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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라이프스타일 큐레이션 숍 - 디앤디파트먼트

츠타야서점이 있는 도쿄의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 도쿄에서 최고의 유동 인구를 자랑하는 이곳이 고요해지는 순간은 신호등이 빨간불에서 녹색으로 바뀌기 직전이다. 지나가던 차들이 멈춤과 동시에 녹색불이 켜지기 전까지 누구 하나 도로에 나갈 엄두를 내지 못하는 그 순간, 비로소 스크램블 교차로는 한숨 쉬어간다. 하지만 곧 신호등이 바뀌면서 사방, 아니 육방으로 오가는 사람들로 진풍경이 벌어지는데, 전철역과 고가도로까지 얽히고설킨 시부야역 일대는 그래서 초행길의 여행자에겐 길 찾기가 여간 쉽지가 않다. 그럼에도 굳이 정신없는 여길 찾은 이유는 시부야 히카리에(渋谷ヒカリエ, Shibuya Hikarie) 8층에 있는 d47을 보기 위해서다. '시부야에 빛을 비춘다'라는 뜻의 시부야 히카리에는 1956년에 설립된 도큐문화회관을 백화점과 레스토랑, Hikarie Hall 등으로 리모델링한 복합 상업 시설이다. 그중에서도 8층은 '크리에이티브 스페이스'라고 하여 디자인 관련 행사가 개최되는 곳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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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산책 - 메구로강,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시부야에서 메구로로 가는 길, 갑자기 조용하고도 댄디한 부촌이 나왔다. 메구로는 분위기가 샤방샤방하구나...라고 생각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지금 내가 가고 있는 길이 어마무시한 언덕길인 줄 알지 못한 채. 내리막을 한참 내려가서야 모습을 드러낸 메구로강 초여름의 푸릇푸릇한 메구로강도 이렇게 멋진데, 봄날에 벚꽃이 만발하면 얼마나 더 멋질 거냐. 정갈한 마을, 강변 산책이 기분 좋다. 여기는 스벅이 없어도 올 만할 정도로 조경과 로드샵 배치가 잘 되어 있다. 거기에 독보적인 포스를 뿜어내는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가 있어 메구로 지역에 프리미엄을 더한다. 미국에서 오리지널을 영접했지만, 그래도 아시아에서는 도쿄와 상하이에만 있는 귀한 존재라 굳이 들렀다. 그런데... 기나긴 줄을 보고 뒤에 섰다가 혹시나 싶어 앞에 있는 여자분께 물어보니 영어를 못한다며 직접 입구로 데려가 QR코드로 입장 순번 받는 걸 도와준다. 덕분에 신청까지 무사히 마칠 수 있었지만, 내 앞에 무려 144명이나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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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마을 다이어리, 2015 - 가마쿠라 먹방 여행

영화는 바다와 도시의 모습이 공존하는 가마쿠라의 해변 도로를 둘째 요시노(나가사와 마사미)가 걷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녀는 막 남친의 자취방에서 밤을 보내고 나오는 길. - 아르바이트 비 들어오면 금방 갚을게. 라는 남친의 첫 대사에서 좀 우울한 얘기가 아닐까 했는데, 제목처럼 바닷마을에 사는 자매들의 일상이 일기처럼 잔잔하게, 때로는 여행하는 것처럼 다이내믹하게 흘러간다. 그래서 제목을 꽤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어촌 같으면서도 도시스러운 거리를 걷던 요시노는 어느새 산골짜기 신사 같은 고풍스러운 건물로 들어가는데, 여기가 바로 주인공 자매들이 사는 집이다. 전형적인 일본 전통가옥 2층집 구조로, 안에는 다다미로 도배되어 있고, 유리문 사이사이로 창호지가 붙여진 고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공간 거실 한쪽에는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의 신당이 있는데, 외할아버지는 고등학교 교장 선생님, 외할머니는 중학교 선생님이었다고 한다. 그런 교육자 집안에서 자란 엄마는 뭐 하는 사람인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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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름은, 2016 - 다시 보니 띵작이네

백두산 천지 같은 분화구가 있는 이토모리 마을에 혜성이 충돌한다. 본디 혜성이란, 행성으로 성장하지 못한 얼음 먼지 덩어리로, 태양과 가까워지면서 가스로 된 머리와 꼬리가 나타나 긴 형태를 띠는데, 그 티끌이 지구 대기와 마찰하며 떨어지는 것이 별똥별, 즉 유성이다. 옛날 사람들은 이 혜성의 찌꺼기를 보며 소원을 빌면서도 정작 혜성은 불운의 상징으로 여겼는데, 조선 시대에는 혜성이 흰 빛을 띠면 역모, 꼬리가 길면 재앙이 일어나는 것으로 예측했다 한다. 이거야말로 긍정과 부정의 아이러니 극치일세. 영화에서도 이 긍정과 부정의 의미가 동시에 내포되어 있는데, 혜성이 나타나면서 전혀 다른 곳에 살고 있는 두 주인공이 하나로 연결되고, 나중에는 지구로 충돌하면서 마을 전체가 박살나지만, 두 주인공이 초능적인 힘을 발휘해 사람들을 구해내고야 마는, 그리고 마지막에는 전생 같은 현생에서 만나며 감성 쩌는 코드로 후벼파는데, 이것이 바로 <초속 5센치미터, 2007>, <언어의 정원,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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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근대 건축 이야기 - 도쿄역과 마루노우치 광장

철 지난 일본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을 들여다보며 기약 없는 일본 여행 마음먹기를 반년, 그러다 5월 1일 노동절과 5일 어린이날 사이를 과감히 쉬기로 하고 도쿄로 날아 보았다. 이 시기 일본은 헌법기념일(5/3)과 녹색의 날(5/3)까지 끼여 그야말로 '골든 위크'라는데, 인해전술이 중국만 할까 하는 안일한 마음에 일단 go. 그렇게 봄이 가기 전 부랴부랴 일본 땅에 발을 디뎠다. 도쿄역 도쿄의 첫인상 나리타 공항 입국장으로 나오자마자 눈에 띄는 LCB(저렴한 버스)를 타고 도쿄역에 내리니 정확히 1시간이 흘러 있었다. 나란 인간은 수하물 찾기도 귀찮아서 가방 하나에 간소히 짐을 챙겼고, 비짓 재팬에 미리 등록해 놓은 QR 코드로 말 한마디 않고 입국 심사대를 통과, 버스에서는 한국어 안내까지 나오니 그냥 우리나라의 또 다른 대도시에 온 느낌이다. 버스에서 내린 곳은 도쿄역 중에서도 야에스(Yaesu) 방면 출구. 이대로는 방향 잡기가 어려울 것 같아 일단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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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근대 건축 이야기 - 니혼바시와 미쓰코시백화점(feat. 이상)

도쿄역을 중심으로 고쿄(황거), 행정부(정부청사), 입법부(국회의사당), 사법부(최고재판소)가 집결해 있는 치요다구(千代田区)는 일본 정치, 경제, 언론의 심장이자 15개국의 대사관과 마루노우치, 오테마치, 진보초 등 유명 번화가가 있는 도쿄의 원도심이다. 치요다구 외에도 주오구(야에스), 미나토구(롯폰기), 다이토구(아사쿠사), 스미다구(도쿄 스카이트리), 고토구(오다이바)를 도쿄도의 심장부에 있다 하여 '특별구'라 일컫는데, 그중에서도 치요다구는 바다로 연결되는 히비야 후미가 있어 에도 시대부터 관동지방의 수운 유통 중심지가 되어왔다. 니혼바시(日本橋) 전통과 현대의 공존 모래 삼각주였다가 17세기 에도 시대, 도쿠가와 이에야스에 의해 도시 계획이 이루어지면서 각 지방으로 가는 기점에 다리가 놓이기 시작했는데, 그중 도쿄의 상징과도 같은 다리가 바로 니혼바시(日本橋)다. 1830년대 니혼바시(출처: https://nihombashi-tokyo.com/kr/ ) 니혼바시강 위에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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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산책 - 아사쿠사

도쿄역을 중심으로 치요다구와 주오구를 가로지르는 칸다강, 니혼바시강, 스미다강... 그렇게 도쿄는 에도 시대 바다를 메꾸며 도시 계획이 이루어진 까닭에 다른 나라의 수도와 달리 유독 물길이 발달해 있다. 그 물길을 따라 산책해 보는 것도 도쿄를 여행하는 좋은 방법. 도쿄역에서 칸다강 건너 아사쿠사 가는 길 이번 여행은 방향 감각을 잡기 쉽도록 도쿄역 근처에 숙소를 잡았다. 정확히는 도쿄역에서 니혼바시(일본교) 건너 닌교초(인형 마을) 가기 전에 위치한 비즈니스호텔. 세계 최고 물가를 자랑하는 도쿄에서 혼여의 선택은 그렇게 싸지도 비싸지도 않은 1인실 이코노미였는데, 도보로나 지하철 이동으로나 모든 면에서 매우 만족스런 여행이었다. 무엇보다 니혼바시에서 몇 걸음만 더하면 칸다강이 나오며 이런 멋진 풍경을 선사하니 아침 산책길이 더없이 즐겁지 아니한가. 참고로 여긴 구글 지도를 잘못 봐서 헤매다 우연히 발견했는데, 알고 보니 이 지점의 다리가 바로 <런치의 여왕>에서 준자브로가 나츠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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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산책 - 우에노공원에서 도쿄대학까지

우에노공원은 스킵하려고 했는데, 일본에서 2번째로 많은 유동인구가 오가는 곳이어서인지 역이 완전 삐까뻔쩍하다. 고가로 이어진 다리에서 잠시 내려다본 활기찬 거리 풍경에 심쿵해서 도저히 안 내려갈 수가 없더란 말이지. 우에노역(上野駅) 붉은 도리이를 연상시키는 우에노역 광장. 일본에서 신주쿠역 다음으로 최다 이용객을 자랑하는 명실공히 일본 제2의 철도역이다. 안으로 들어가면 도쿄역만큼이나 다양한 출구가 표시되어 있으며, 바깥으로 연결되는 고가 다리는 우에노공원과 아메요코초 등 웬만한 핫스팟으로 바로 연결된다. 일본에서 가장 큰 재래시장이라는 아메요코초(アメヤ横丁) 여기서 아키하바라역까지 고가도로 아래 상가가 끝도 없이 이어지고, 덕후들의 성지라더니 과연 곳곳에 캐릭터 샵이 즐비하며, 바닷가에 접해 있는 만큼 수산 시장도 빠질 수 없다. 오늘 저녁은 참치와 연어가 당기는구나. 아사쿠사가 관광지로서의 포스로 사람을 끈다면, 여긴 생생한 삶의 현장 그 자체로 사람을 끄는 곳. 역시 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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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산책 - 진보초 헌책방거리

지금까지 이런 마을이 있다는 걸 몰랐어요. 책방 하나하나에 저마다 색깔이 있다고 할까. 영화 <모리사키 서점의 하루하루>에 꽂혀서 여기까지 왔다. 대형서점과 도서관도 좋아하지만, 개개의 개성이 묻어나는 동네책방을 더 좋아하기에, 도쿄에 오면 꼭 진보초(神保町) 헌책방거리를 가 보리라 다짐했는데, 현실은 일본어 문맹ㅡㅡ; 그래도 분위기에 이끌려 열심히 돌아다녀 본다. 언뜻 보면 대로변에 헌책방이 줄지어 있는 상당히 심심한 곳인데, 사람들이 열심히 책을 보는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다. 부산의 보수동 헌책골목만 해도 사진 찍는 사람들이 대다수인데, 여긴 책에 진심인 사람들이 오는 느낌이라 차분해서 좋았다. 일본어를 안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건물 벽면을 돌아 끝까지 서가가 형성되어 있는 참으로 이색적인 동네 그러다 슬램덩크를 발견하고 또 빵 터졌다. 이쯤 되니 10~11월에 열린다는 진보초 북 페스티벌이 사뭇 궁금해진다. 헌책 축제를 하면 말야, 진보쵸는 정말 책 같다고 느껴져. 펼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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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늬우스

2023.01 2023.01.16. 수능 9등급 교대 합격, 교권 추락 https://n.news.naver.com/article/277/0005205734?ntype=RANKING 학령인구는 빠르게 감소하고 교권 하락과 교원수 감축 등이 맞물리면서 교육대학 경쟁률이 낮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 정부는 교육개혁 일환으로 교육전문대학원(교전원) 추진을 예고해 교대 재학생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교육계는 교대의 경쟁률이 낮아진 이유로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임용문이 좁아졌기 때문으로 진단한다. 매년 학생 수 감소가 교원 수 감축으로 이어지자 초등교사의 직업적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 2023.01.25. 동북아 북극한파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21/0006592770?sid=104 한국 기상청은 24일 동파 위험성을 알리는 한파특보를 발령했다. 서울은 영하 16도, 북한 접경지역인 철원은 영하 25도까지 떨어졌다. 북한의 국영방송은 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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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창청춘맨숀 옆 대구예술발전소

지난 겨울, 수창청춘맨숀에 갔다가 바로 옆에 있는 대구예술발전소를 발견하고 간 김에 둘러보자며 들어갔는데, 같은 담배공사 건물을 리노베이션했음에도 전시물이 상대적으로 빈약해서 실망했던 적이 있다. 건물도 멋스러운 수창청춘맨숀에 비하면 딱딱한 학교 같고, 전시물은 그보다 더 헐빈해서 당황하던 찰나, 직원들까지 졸졸 따라다니며 설문지 작성을 강요해서 꽤 불편하게 돌아다녔던 기억.ㅡㅡ; 그랬던 대구예술발전소를 녹음이 짙은 이 여름에 다시 찾게 될 줄이야. 그런데 이번 전시는 시작부터 내 시선을, 마음을 제대로 후킹했다. 전시에 일가견 있다는 미술 전공자가 추천해서 간 거였는데 과연~~b 입구부터 한 포스 하는 녹색 바탕의 이 여인은 이채은 작가의 <로르샤흐 풍경>이다. 발랄한 차림새에 <오징어 게임> 속 이정재를 방불케 하는 빨강머리가 만화 같기도 하고 잡지 같기도 해서 편안하게 느껴지는데, 한편으로는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팔 한쪽을 화면 분할로 떨어뜨려 놔서 그 메시지가 제법 심상찮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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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며 잊고 있었던 우크라이나를 생각한다

출처: Ukraine War Map @war.mapper 2022.02.24. 러시아, 우크라이나에 군사작전 개시 2022.03.02. 유엔, 러시아 규탄 결의안 채택 2022.03.04. 러시아 국가부도 위기 2022.03.09. 우크라發 환율, 유가 폭등 2022.04.08. 러시아, 유엔 인권이사회 퇴출 2022.05.26. 푸틴, 우크라이나 점령지에 러시아 시민권 발급 법안 서명 UN의 제제와 미국 지원으로 금방 끝날 줄 알았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어느새 넉 달째를 훌쩍 넘기고 있다. 지금이 전후 20세기라면 또 모를까,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전쟁이 두 차례나 지나갔고, 한때 냉전이란 이름으로 세계를 두 동강 냈던 자유민주와 공산주의 간 이념 대립도 와해됐으며, 심지어 IT를 기반으로 한 3차 산업혁명에서 폭발적인 데이터량과 인공지능 개발이 박차를 가하며 4차 산업혁명이 한창인 21세기에 전쟁이라니.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한국 전쟁 참전용사 기념비 하지만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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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리플래닛 인스타 보다가 울컥해서 올려봄

당신의 인생 여행지는 어디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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