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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마리의 개

‘우루룽... 쾅!!’ 레오는 깜짝 놀라 귀를 쫑긋 세웠다. 거센 천둥소리가 집을 뒤흔들며 지나갔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고, 어둠이 깔린 창밖은 번개가 칠 때마다 하얗게 일렁였다. 레오는 창문 너머를 한참 바라보다가, 그제야 소파 옆 구석에 자리를 잡고 몸을 둥글게 말았다. 몇 해가 지났지만 천둥소리는 여전히 레오에게 익숙해지지 않았다. 창문으로 주인이 오나 살피던 치즈와 모카도 이내 레오 옆에 자리를 잡았다. "정말 지독한 비야," 모카는 엎드려 발을 포개고, 밖을 보며 중얼거렸다. "난 비 오는 날 좋던데! 아빠가 까까를 주잖아!" 치즈는 혀로 코를 핥으며 킥킥 웃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비는 쏟아지는데, 집안은 유독 고요했다. 모든 것이 어두워지고, 벽지는 빛을 잃어갔다. 세 마리는 웅크린 채로 몸을 떨었다. "아빠는 언제 오는 걸까?" 모카는 창문 너머로 머리를 돌리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비의 무거운 소리가 더 가까워지는 듯, 귀를 때렸다. "요즘 자주 늦긴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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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무섭게 눈이 내리던 겨울 어느 날, 창문 앞에 서 있었다. 내 입김에 맞춰 창문에는 작은 서리가 생기다 사라졌다. 크리스마스이브가 얼마 남지 않아 밖에는 삼삼오오 사람들이 손에 짐을 잔뜩 든 채 지나다녔다. 나는 한참 그들을 바라보다 누가 볼까 봐 얼른 불을 끄고 다시 창가에 섰다. 하늘은 여전히 굵은 눈이 끊임없이 내렸다. 한참을 서 있다 손을 가만히 창가에 대어보았다. 차가운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손을 떼니 손자국이 창문에 있다가 곧 사라졌다. 암막 커튼을 치고 침대로 돌아와 누웠다. 완전한 어둠이었다. 눈을 떴는지 감았는지도 알 수 없을 정도로 어두웠다. 눈을 몇 번 끔벅 거리다 감고 잠들기를 간절히 바랐다. 싸늘한 공기에 이불을 덮고 손바닥을 서로 마주 잡았다. 포개진 손들에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끼며 잠이 들었다. 부우웅- 진동 소리에 잠을 깼다. 아버지 전화가 부재중으로 찍혀 있었다. 진동이 한번 더 울렸다. ‘잘 지내지? 어제 네가 죽어서 유품을 정리하라는 연락을 받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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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 글을 쓰다

나는 현재 미국에서 간호 대학을 다니고 있다. 이전에는 작은 회사를 다니고 있었는데, 어느 날 ‘이제 정말 참을 수 없다.‘라고 느낀 순간 1년 넘게 고민을 하던 간호대학에 상담 약속을 잡았다. 학교 당담자는 언제 가능하냐고 물었고 나는 ’최대한 빨리‘라고 답하였다. 그 후, 학교 입학시험을 치고 여러 서류를 준비와 함께 드디어 회사를 그만 둘 수 있었다. 입학은 상담을 한 날부터 한 달 뒤였고, 시간은 눈코 뜰 새 없이 빠르게 흘러갔다. 그렇게 또 몇 달이 흘러 지금은 2학기 기말을 앞두고 있다. 이번 학기에 English composition II 수업을 듣고 있는데, 이름 그대로 여러 영문학을 공부한다. 그중 과제 하나가 narrative story로 4~6장 분량의 단편을 쓰는 것이었다. 과제를 하는 동안 며칠은 어떤 주제를 쓸까 고민을 하다 무작정 시작한 글이 ‘물음표 인간’이었다. 물론 소설은 영어로 써서 제출했지만, 이야기 초안은 한글로 작성하였다. 난 네이티브가 아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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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치미국수

내가 사는 곳은 미국 서부로, 현재 기온은 38도에서 40도를 웃돈다. 무척 더운 날씨에 입맛이 뚝뚝 떨어진 나를 보고 남편은 '오늘은 외식이다.'라고 외치며, 자기가 잘 아는 곳이 있으니 따라오라고 했다. 평소였으면 가기 전 어디를 가는지, 그곳에 어떤 메뉴들이 있는지 탐색 또 탐색을 했겠지만, 그날은 너무 더운 날씨 탓이었을까. 아무 계획도 하지 않은 채 그냥 남편이 가자는 데로 몸을 맡기고 싶었다. 40분 정도 운전을 했을까, 도착한 곳은 한국 돼지갈비 음식점이었다. 그리고 도착한 돼지갈빗집에 머릿속은 물음표로 가득 찼다. '이 더운 날씨에 돼지갈비를?' 남편은 내 손을 이끌고 가게 문을 열었다. 그리고 시킨 메뉴가 소금 돼지갈비와 동치미국수였다. 그곳에는 일반 동치미 국수가 있고, 작은 맛보기용 동치미 국수가 있었는데, 우리는 잠시 맛보기용 두 개를 시킬까 고민을 했지만 이내 남편용으로 일반 하나, 내 걸로 맛보기용 하나를 시켰다. 참고로 일반 동치미국수는 $17, 맛보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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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그 날 밤 기억해? 해가 어둠에 빠지기 직전 네가 말 했잖아 이 세상이 오늘 끝이 나더라도 나는 네 옆에 있어서 다행이라고. 같이 숨을 쉬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너무 빛나서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거라고. 밝았던 하늘은 이내 어두워 지겠지만 이 순간은 영원히 빛날 거라고. 나는 그 날을 간직한 채 여기 혼자 앉아 있어 그 날 밤 기억해? 우리가 두 손에 나눴던 그 온기가 여전히 내 손안에 있는 것 같은데 네 자리는 쓸쓸하고 차가워 그 날 너에게 내가 영원히 같이 있어줄 거라 말할 걸 그랬어 네가 이 세상을 두고 혼자 걸어가는 그 길이 덜 쓸쓸할 텐데 여기, 너와 나의 시간이 빛나는 곳에 말이야 네가 있는 곳에서 나를 볼 수 있을까 궁금해 내가 별을 보듯 너도 나를 볼 수 있었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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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벌 (feat. 사랑의 매)

종종 사람들은 '말'의 힘을 잘 모른다. 무례한 말들을 마구 내뱉고는 자신은 솔직한 사람이고, 뒤 끝이 없는 쿨한 성격이라고 말을 하곤 한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이 말의 힘은 더 커지는데, 마치 날카로운 칼과 같이 심장을 훑고 들어온다. 진짜 칼이라면 뺄 수 있겠지만, 말은 영원히 뺄 수 없는 투명한 칼과 같다. 그리고 가해자가 가까운, 특히 부모님이면 그 날카로움은 더해진다. "오늘도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구나, 리" 등 뒤로 어머니의 낮은 목소리가 들린다. 화들짝 놀란 나는 얼른 가슴을 쳐다보며 손으로 더듬거렸다. "뭐 하는 거니?" 신경질적으로 쿵쿵 거리며 나에게 다가온 어머니는 나를 돌려세우며 물었다. 어머니는 답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머뭇거리며 대답을 하려 할 때마다 어머니는 답답하다는 듯 숨소리를 거칠게 내며 정신 차리라고 내 머리를 쥐어박았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겨우 답을 하며 어깨를 잔뜩 움츠렸다. 어머니는 그런 나를 못마땅하다는 듯 내려다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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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소리는 어떻게 듣는 거야?" 아이가 물었다. 엄마는 천천히 아이에게 고개를 돌리며,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잠시 생각했다. 이내 머리를 쓰다듬다가, 아이의 귀를 살짝 만졌다. "소리는 이 귀를 통해서 듣는 거야." "세상에 모든 것들은 소리가 있어?" 아이가 다시 물었다. "그럼" 엄마는 끄덕였다. 엄마는 아이를 창가로 데려갔다. 창문 밖에는 아이와 비슷한 나이 또래의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웃고 소리를 지르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무슨 소리가 들리니?" 엄마가 물었다. "저건 즐거운 소리야." 아이가 답했다. 아이는 한참 밖에 뛰어놀던 아이들을 보다가, 창틀에 있는 화분으로 눈을 옮겼다. "엄마, 꽃에도 소리가 있어?" "그럼. 우리 귀에는 들리지 않아도 뽀드득, 뽀드득 하고 꽃이 자라는 소리가 있지." "나도 키가 조금 컸는데! 나에게도 소리가 있을까?" "그럼. 너에게도 소리가 있지." 엄마는 아이의 배에 귀를 댔다. 꼬르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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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음표 인간

항상 이유가 궁금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누구나 한 번씩 겪는 일인가? 시간이 정말 모두 해결해 줄까?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나이에 준비도 되지않은 채 맞닥뜨리는 일은 성인이 된 지금까지 영향을 준다. 평소에는 괜찮다가도 불쑥불쑥 올라오는 기억들은 너무나 생생해서 그 때 있었던 대화들, 냄새, 날씨, 색깔, 촉감 모든 것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기억에서 나올 때마다 한참을 나는 누구인가, 지금은 몇 년도인가, 나는 어디 있고, 안전한 상태인가를 가쁜 숨이 진정될 때까지 되뇌어야 했다. 매일 똑같은 일을 하는 일상에서도 가끔 나는 고장 난 로봇처럼 멈춰서 내가 어디에 있는지, 정신 어딘가 처박혀있는 나를 끄집어내서 현재의 나로 되돌려놔야 했다. 그래, 마치 고장 난 로봇 같은 느낌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거란 말에 언제 그렇게 될지 답이 없는 상황과 누군가에게 던지는지도 모를 질문을 계속 되뇌곤 했다. 마치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난 차가 잔뜩 찌그러진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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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혼자

아이는 마루에 앉아 바다가 출렁이는 모습을 바라 보았다. 아버지는 먼 바다로 고기를 잡으러 떠났고 어머니는 아침 일찍부터 시장에 채소를 팔러 나갔다. 아이는 봉지에 손을 넣어 쌀 과자를 하나 꺼내 오도독 씹어 먹었다. "점심 차려 놨으니까 꼭 챙겨 묵으레이-" 아이는 흘끗 쇠로 된 밥상을 바라 보았다. 밥상에는 된장찌개, 김, 간장 그리고 밥이 무지개색 밥상보로 덮여 있었다. "조금 기다렸다 어무니 오시면 먹어야지." 아이는 바다를 보며 중얼 거렸다. 마당에 순돌이가 꼬리를 흔들며 아이를 쳐다 보았다. 아이는 마루에서 내려와 슬리퍼를 신고 순돌이에게 다가갔다. 순돌이는 아이의 다리로 다가 다리를 핥았다. 아이는 순돌이의 목줄을 잡고 대문을 나섰다. "아부지 보러 가자-" 아이는 오른손에는 목줄을, 왼손에는 과자 봉지를 들고 바닷가로 걸어 갔다. 저 멀리 작은 배들이 보였다. "아부지-!" 아이는 봉지를 든 채 손을 머리 위로 붕붕 흔들었다. 몇 번을 더 외쳐도 작은 배는 가까워질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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