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유치원 시절 상당히 맹한 아이여서, 우리 엄마는 나를 집 보라고 연립주택에 놔둔 채 장 보기나 자잘한 일을 처리하러 나가곤 하셨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평소처럼 혼자 멍하니 있다가, 아무도 없어야 할 부엌에서 덜컹덜컹 소리가 들린단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아무도 없을 텐데.' 하고 문을 살짝 여니까, 웬 낯선 오빠들 둘이 부엌 여기저기에 있는 서랍을 열어젖히며 뭘 막 찾고 있는 게 아닌가.
나는 '도둑이야!'하고 깜짝 놀라서, 덜컥 겁이 난 나머지 벽장에 숨으려고 하였다.
창밖으로 소리를 질러 도움을 청하려는 생각은 미처 못 했다. 벽장의 장지문을 여니 옻 같은 색을 띈 커다란 상자가 있어서, 나는 그 안으로 얼른 숨었다.
그리고 잠시 후, 부엌 쪽 장지문을 여는 소리가 들리더니 뚜벅뚜벅 하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야 뭐, 도둑도 당연히 금세 벽장 속에 큰 상자가 있다는 걸 알아차렸겠지.
상자가 방 한가운데로 끌리는 느낌이 들더니, 뚜껑을 열려고…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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