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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한다는 것

 시작한다는 것

스페인은 두세 번 와본 곳이었다. 호텔도 알고, 길도 알고, 어디서 뭘 먹어야 하는지도 알았다.

이번에는 친구들과 함께였다. 혼자 올 때와는 다를 거라고 생각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의 눈으로 이 도시를 다시 볼 수 있을 거라고. 첫날 짐을 풀고 침대에 누웠다.

창밖에서 스페인 특유의 소음이 들어왔다. 오토바이 소리, 어딘가에서 터지는 웃음 소리, 저녁을 준비하는 냄새.

아는 소리들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이제부터는 돈 쓰는 일밖에 남지 않은 건가. 먹고, 보고, 사고, 자고.

헛헛함이었다. 여행을 시작하자마자 여행이 끝난 것 같은 느낌.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그 감각이 여행 내내 따라다녔다.

좋은 걸 먹어도, 아름다운 데를 봐도, 친구들과 웃으면서 걸어도, 그 헛헛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내가 여기 왜 왔지, 그런 건 아니었다.

그보다 더 오래된 질문이었다. 앞으로 나는 뭘 하며 살지.

아는 것들만 하며 살지. 호텔 방에 혼자 앉아 있다가 핸드폰을 들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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