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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면서도 하지 않는 것들

 모르면서도 하지 않는 것들

샬럿 브론테의 붉은 방은 죽은 삼촌이 숨을 거둔 장소로서, 제인이 방으로 들어가 홀로 밤을 보내는 순간 몸과 마음을 떠받치는 것은 어둠이나 추위가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감각, 설명되지 않는 느낌이 먼저 다가오고, 그것이 몸의 반응으로 표출된다. 붉은 방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터부의 현장으로 작동한다. 터부란 기원과 이유가 불분명한 금지로, 몸이 먼저 반응하는 대상이다. 이 장면은 터부의 양면성에 대한 질문을 남긴다. 성스럽기 때문에 건드려서는 안 되는가, 아니면 더럽기 때문에 건드려선 안 되는가 하는 근본적 구분이 처음부터 명확치 않다.

강의에서는 터부의 반대편에 있는 noa, 곧 누구나 접근 가능한 광장 같은 것을 들려준다. 그러나 터부가 지녀온 강력한 작용은 결국 경계와 금지를 통해 두려움과 애착의 긴장을 만들어낸다. 제인은 그 긴장을 붉은 방 앞에서 한꺼번에 느끼며, 그 방이 남긴 기억이 성인이 되어서도 은근히 작동한다는 사실을마주한다. 앰비벌런스, 즉 상반된 가치의 동시 추구에서 생겨나는 현상으로 설명되는데, 신성함과 부정함, 사랑과 공포의 충돌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을 때 비명이나 강박 같은 형태로 터져 나온다고 한다.

강의자는 프로이트의 이드, 에고, 슈퍼에고의 삼중 구조를 칠판에 비유적으로 그려낸다. 이드는 본능과 충동, 슈퍼에고는 이를 억제하는 도덕과 외부의 감시, 에고는 둘의 협상 결과를 대표한다는 해석이 제시된다. 양심의 기원은 어릴 때의 외부 감시가 내면화된 것으로, 도덕이라는 규범이 외부에서 내부로 들어온 감시 체계임을 강조한다. 칸트의 자율성에 대한 비판도 나오며, 보편적 원칙이 어디서 왔는지와 그것을 스스로 선택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던져진다.

이와 함께 혈세라는 표현도 다뤄지는데, 세금이라는 말이 주는 본능적 반발과 이성적 설명 사이의 간극이 사람의 반응을 먼저 이끈다는 점이 강조된다. 글은 붉은 방의 공포가 기원으로부터 완전히 해명되기보다는, 그 반응이 어디서 왔는지 한 번쯤 물어보는 습관이 관계를 바꾼다고 말한다. 제인은 결국 붉은 방으로 되돌아가지 않지만, 어른이 된 후의 기억은 여전히 남아 있다. 무엇이 무엇으로 작동하는지 물어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문 앞에서 손을 멈추는 순간에 드러난다. 이 글은 해시칼리지 수요독서살롱 프로이드의 토템과 터부 읽기를 바탕으로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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