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구근을 샀습니다. 갈릴리 로즈 2개가 4,600원, 갈릴리 레드 2개가 4,300원으로, 아네모네가 튤립보다 가격이 조금 더 비싸다고 느꼈죠. 2020년 11월 초 말라있던 상태라 8시간 정도 물에 불려 주었습니다. 심을 때는 흙의 배수를 좋게 하기 위해 펄라이트를 섞었고, 겉흙이 마르거나 화분이 가볍게 느껴지면 물을 주었습니다. 햇빛이 잘 드는 창가에 두었고, 2021년 1월 7일에는 심은 지 두 달째였지만 잎은 무성했지 꽃대는 아직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희 집 구근식물들 중 아네모네는 꽃이 비교적 늦게 피는 편이더군요.
2021년 3월 9일, 심은 지 넉 달째가 되니 형태만 갖춰졌고, 3월 12일에는 붉은 기가 살짝 보였습니다. 3월 15일에는 이 아이가 바로 달달하고 쫀득한 젤리 같은 갈릴리 레드임을 알 수 있었고, 아찔했습니다. 햇빛이 부족한 곳으로 옮겼더니 오히려 잎이 활짝 피고 꽃대도 생각보다 단단하게 자라 잘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낮에는 활짝 피고 밤에는 약간 오므리는 모습으로, 모든 구근 식물들이 그렇듯 아네모네도 키우기 쉽습니다. 다만 베란다 가드닝이라면 매년 구근을 심고 수확하고 관리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하지만, 봄이 오면 이렇게 예쁘게 보답해 줍니다.
튤립처럼 상시 식물로 남아 열매를 맺는 일은 적지만, 아네모네는 햇빛의 양과 무관하게 꽃눈을 만들며 형성되기 시작합니다. 물론 햇빛을 받으면 색이 더 선명하고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튤립은 활짝 피면 금방 시든 반면 아네모네는 다 예쁘게 남아 있습니다. 구근 자체가 비싸긴 했지만, 이렇게 찐하게 보답해 주고 잘 보살피면 내년에도 함께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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