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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계국 채종, 매발톱 씨앗 채종, 붓꽃(아이리스) 번식, 여름사랑초 심기. 수레국화, 송엽국, 비오는날의 산책

 금계국 채종, 매발톱 씨앗 채종,  붓꽃(아이리스) 번식, 여름사랑초 심기. 수레국화, 송엽국, 비오는날의 산책

금계국이 절정인 5월의 길 위에서 나는 씨앗을 채종하고 매발톱 씨앗을 얻어 다음 세대에 이어지길 바란다. 붓꽃은 노란색이 번져 온통 피어 있고, 여름사랑초는 스멀스멀 울타리를 넘어 길 쪽으로 다가온다. 비가 내려 산책을 못 가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비가 와서 산책을 하게 된다. 비 오는 날의 길과 계절의 흐름이 맞물리며, 금계국이 지고 나면 상사화가 피어날 것을 예감한다. 작년 이 길에서 금계국 씨앗을 훑어 뿌려둔 덕분에 어딘가 피어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 길이 더 아름다워졌을지 나의 작은 수고가 스스로 빛나는지도 모른다.

개울 옆의 겸손한 아주머니 화단은 늘 “아무것도 몰라요”라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정원을 다듬고 있다. 초롱꽃과 매발톱이 지고 나서 씨앗이 맺히고, 내 것이 아니라도 나는 더 좋아한다. 매발톱 씨앗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기쁘고, 조금 더 가면 돌담 틈에 송엽국이 소담스럽게 피어 있다. 척박한 돌틈에서도 잘 자라 추위에도 강한 송엽국의 매력에 매료된다. 또 다른 화단의 예쁜 집을 지나면 눈이 내리고 서리를 맞아도 잠시 노랗다가 파릇해진 야생 사랑초가 반갑게 다가온다. 이 여름 사랑초가 울타리를 넘어 길 쪽으로 기어나오는 모습에 기뻐한다.

미루나무의 잎은 아주 약하게 파르르 흔들리며 작고 빳빳한 심장 모양으로 살아 있다. 지칭개의 수레국화가 있던 이곳은 원래 코스모스 들판이었지만 누군가 꽃씨를 뿌려주었기에 현재의 풍경이 형성됐다. 붓꽃은 이곳에서 노란 색으로 번져 이제는 길 곳곳에 가득하고, 아스팔트 틈새로 올라온 붓꽃 한 줄기를 뽑아 밭에 심곤 한다. 인동 덩굴의 향기는 멀리서도 느껴진다. “산책은 친숙한 것의 낯설음”이라고 들었지만 모든 산책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같은 길을 수백 번 걷더라도 매일 걷는 길이 다르게 다가오는 이유는 깊고 다정한 눈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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