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을 사랑하는 제 마음은 타샤 튜더의 열망처럼 거대하고도 선명합니다. 버몬트의 산 하나를 산처럼 품었고 30만평의 정원을 만든 그녀의 이야기는 제게 정원을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삶의 터전이자 꿈의 무대임을 다시 일깨웁니다. 돌담의 거친 기운에 이끌려 가을이면 거대한 흙덩이를 얹어 흙냄새를 품고, 정원을 가꾸는 일마다 결코 겸손하지 않던 그녀의 자세를 떠올리게 합니다. 저는 바쁘다는 이유로 순간의 손길마저 놓쳐버리곤 하는데, 정원을 다듬으며 생각해봅니다. 언젠가 남겨질 후회는 무엇일까를요. 꽃이 한 송이 덜 피어난 탓일까요, 아니면 사람으로서의 더 깊은 사랑을 주지 못한 탓일까요. 오늘도 눈앞의 일상에 묶여 살지만, 마음은 늘 정원으로 향합니다.
타샤 튜더의 정원을 생각하면 4월 중순의 튤립과 아네모네가 져가도 패랭이와 팬지가 여전히 황홀하게 자리를 지키는 모습을 떠올립니다. 앵초와 목마가렛, 루피너스, 불두화, 클레마티스, 금낭화, 매발톱, 체리세이지, 청보리 같은 다양한 꽃들이 서로 어우러져 하나의 색과 향의 대화를 이뤄내지요. 저는 입장권을 인터넷으로 예매합니다. 매표소에서 사면 5천 원이지만 홈페이지에서 사면 4천 원이라는 작은 차이가 제게도 가치 있는 선택처럼 다가옵니다. 느긋하게 걷고 사진만 찍지 말고 꽃 곁에 천천히 오래 머무르려 다짐합니다. 식물이 꽃을 피우는 데는 분명한 시간과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기에 동행이 있다면 함께 배고프지 않게 카페에 들르는 것도 잊지 않으려 합니다. 입장 시간은 5시까지, 6시까지는 나와야 한다는 규칙도 마음에 새겨둡니다. 해질녘의 빛은 더 예쁘고 사진도 더 잘 나오니, 길을 따라 걸으며 그 순간을 담고 싶습니다.
가는 길에 들르는 유자빵의 향과 가격도 생각합니다. 팻말처럼 한적한 시골 마을의 길로 들어서면 빵과 가격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소소한 기쁨으로 다가옵니다. 저는 언젠가 이 정원에서 길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꿈을 품고 살아갑니다. 그러나 지금은 이 시간의 눈부신 저녁 빛이 그리워져 이곳으로 옵니다. 정원의 시간은 제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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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링크 : 정원의 시간, 남해 원예 예술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