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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있는7월에 피는 꽃들

 장마가있는7월에 피는 꽃들

나는 7월 초 장마가 시작되자 거실 창 너머로 들려오는 빗소리를 들으며 정원을 바라본다. 베란다 밖 선반 위의 란타나 잎이 바람에 흔들리고 화단의 루드베키아가 생각보다 오래 피어 있어 기분이 차분해진다. 애기 범부채도 이 시기에 피어나고, 이 아이가 군락을 이루면 더 예뻐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루드베키아 역시 키가 커서 서로 모여 자라면 바람에 쓰러지지 않을 것 같다는 기대가 든다. 분꽃은 해마다 몸집이 커지며 올해는 길가까지 뻗어 나가고 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곱고 상냥한 모습이고, 가을엔 까만 씨앗 하나를 물고 있으면 또 다른 멋이 생긴다고 여긴다. 이 길 위에 새까맣게 떨어진 씨앗들은 나중에 또 주울 생각이다. 덩굴처럼 많이 키워보려는 마음이 커진다.

코스모스가 피었다. 보통 가을 운동회 즈음에 피는 것으로 알려져 왔는데 이번에는 6월에서 10월까지 피는 시기를 보인다. 왜 한글 이름이 아니라 ‘코스모스’일까 궁금해진다. 어릴 적부터 보아 온 이 꽃이 사실은 외래종임을 알게 된다. 1910년 한 선교사가 멕시코에서 들여왔다고 한다. 낯선 땅에서 고향의 곱고 부드러운 모습을 그리워하며 함께 데려왔을지도 모른다. 먼 곳으로 떠날 때 씨앗을 무엇으로 고를지 생각한다면 나 역시 이 꽃을 택했을 것이다. 거친 흙에서도 더 예쁘게 피어나는 코스모스가 바로 그런 꽃이다.

백일홍도 있다. 5월에 파종해 빨강, 분홍, 노랑, 흰색의 네 가지 색으로 피어났고, 장마 속에서도 비교적 강인하다. 델피니움의 꽃이 녹아내리고 줄기가 쓰러져도 백일홍은 꿋꿋하게 버티며 자란다. 금잔화로도 불리는 메리골드는 꽃차로도 자주 애용된다. 그리고 봉선화도 여름꽃으로 장마에도 강하다고 느낀다. 하트 모양 잎사귀의 덩굴은 담쟁이처럼 건조한 벽을 장식하기도 하고 무심한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스킨답서스를 닮은 예쁜 담쟁이는 혼자서는 설 수 없기에 어딘가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이곳의 담쟁이는 저 터널이 궁금해지게 한다.

비가 계속되자 고마운 것들이 감당하기 버거워 보이기 시작한다. 고마움이 곧 처참함이 되는 것은 주는 이의 탓이 아니었고, 불편함을 버리면 감당해야 할 것들도 있었다. 장마가 시작되자 하루 종일 비가 내리고, 이 모든 것이 내 눈앞에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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