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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과습)에 강한 노지 꽃과 식물(두번째)

 장마(과습)에 강한 노지 꽃과 식물(두번째)

버베나와 파라솔 버베나는 베란다에서도 키우고 있는데 실내에선 잎이 많이 생겨 베란다 밖 선반에서 길렀다. 장마와의 상관은 애매했지만 완전히 영향을 받지 않는 것도 아니고 크게 번지는 것도 아니었다. 쿠페아나 아메리칸 블루처럼 크게 퍼지지 않고 장마에선 다소 주춤한 느낌이었고 지금은 다시 풍성해지고 있다. 에키네시아는 노지 월동을 기본으로 한 장마 적응력의 대표로 꼽을 만큼 강하다. 이 아이는 장마 속에서도 꽃이 오래가며 한쪽에선 씨앗을 맺고 다른 한쪽에선 새로운 꽃이 피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루드베키아는 비를 아주 좋아하는 편이라 지금 내 밭에 씨앗이 많이 흩어져 있다. 채종 없이 맺힌 씨앗을 그대로 두고 뿌려 놓은 결과인데도 장마에 강하다. 다만 비가 오지 않는 날이 길어 물 주기가 늦어지면 하나는 말라죽었다.

핫립세이지는 장마보다 물 공급이 더 중요했다. 추명국은 가을맞이 준비로 꽃대를 올려 곧 꽃이 피려 한다. 처음엔 베란다에서 잎이 말라가고 성장도 더뎠지만 노지로 옮긴 뒤 더 풍성해지고 빳빳해지며 장마도 견뎌낸다. 겨울이 다가오면 노지 월동이 가능해 더욱 안심이 된다. 아스타 국화는 처음에만 꽃이 있었고 이후로는 거의 피지 않았다. 흰가루병과 진딧물로 고생하던 중 노지로 옮겨 한 포기만 살아남았는데, 장마가 끝나고는 작지만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마른 잎이 많지만 아스타 국화의 특성일 수 있다.

청화국을 비롯한 다른 식물들은 건재하고 새 식구도 꾸준히 생겨난다. 미완의 텃밭 정원은 가을을 맞아 이제 겨울을 준비한다. 겨울이 지나 봄이 오면 자동적으로 장마와 노지 월동 두 조건에 충족된 식물들만 남게 될 것이다. 까다롭다고 미안하진 않다. 노지는 식물이 떠나온 곳을 그대로 재현할 수 없으니 가혹한 건 사람의 몫이다. 함께할 수 없는 것들이 떠나고 함께할 수 있는 것들이 남는 이 텃밭 정원에서 겨울이 오면 삶의 소중함을 더 깊이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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